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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번 : [61호/알림-소식] 시립대학교 총학생회장 최후진술 전문
글쓴이: 시립대학교 총학생회장 등록: 2000-12-10 00:00:00 조회: 1376


우리의 투쟁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려는 정당방위입니다
- 시립대학교 총학생회장 최후진술 전문 -


2000년 11월 10일




서울시립대학교의 총학생회장으로서 한총련 대의원을 탈퇴하지 않고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연행․구속되어 재판까지 받게 된 사실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느껴집니다. 너무나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인정합니다.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면, 가난한 이들 편에 서서 투쟁하면 죄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인정은 이 재판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고, 이를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함을 결의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생각과 주장을 펼칠 것입니다.
첫째, 비록 서총련 대의원 대회 자리에서 부당하게 투표권과 발언권을 빼앗기고 내쫓겼지만 저는 한총련 대의원직을 탈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는 것은 한총련이라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한총련을 탄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상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기에 한총련 탄압에 반대하며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재판받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한총련은 학생들의 자치단체이기에 한총련 대의원의 탈퇴 여부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권력이 간섭할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가권력은 한총련이 반국가 단체인 북한을 추종하는 이적단체라고 규정하고 탄압하고 있는데 그러한 한총련 탄압의 이유는 너무나 설득력이 없습니다. 남한의 대통령과 북한의 반국가단체 괴수가 만나서 포옹까지 한 마당에 한총련을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이유로 탄압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탄압을 제대로 하려면 김대중 대통령부터 반국가단체 괴수와의 접촉혐의로 구속해야 할 것입니다. 사법부, 즉 국가권력은 법을 차별적으로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헌법상의 법 앞의 평등원칙을 부정하면서까지 이중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한총련 탄압이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 아니라 반정부세력으로 정권유지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예입니다. 국가보안법 역시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을 목적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국가권력은 남한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떠벌입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존재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가진 자들만의 민주주의, 거짓 민주주의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사상에 따라 체제를 결정하되 소수의 사상의 자유 또한 보장하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을 지지하건, 사회주의 사상을 가지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선택입니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국가보안법을 통해 그러한 사상은 북한을 추종하고 사회혼란을 유발시키는 것이라며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진정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누구입니까?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고 자신들은 몇백 평하는 호화주택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그들, 그리고 그것을 주도하는 국가권력이 바로 사회혼란의 주범입니다. 지금 정권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것이 다수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를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 너무나 빤히 보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내부의 노동자․민중을 상대로 정권안보를 지키는 법입니다. 반노동자악법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하고, 국가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사상의 자유를 지키고 있는 양심수들을 즉시 석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서울시립대를 비롯한 전국 대학의 청년학생들의 등록금인상 반대투쟁과 본관 점거 농성은 너무나 정당합니다. 수능 시즌이라 과목당 수백만원의 쪽집게 과외가 성행한다고 합니다. 한 쪽에서는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돈이면 다 된다는 심보로 고액과외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불평등한 현실입니까? 돈 없는 이들의 대학 진학은 여기서부터 막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돈 가지고 내가 쓰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오히려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진 자들입니다. IMF 이후 고율이자와 자본소득을 통해 부유한 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구조조정을 통한 정리해고, 임금삭감, 비정규직화를 통해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졌습니다. 부유한 자들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대가를 가로채 호화사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1~2억 하는 아셈 의전용 외제차가 10%할인에 부쳐지자 한달 사이에 예약매진 되어버립니다. 이탈리아에서 들어온 값비싼 수입명품들도 내놓자마자 순식간에 매진이고, 수도권 평일 골프장 예약도 쉽지 않은 정도라고 합니다. 반면 못 가진 노동자․민중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습니다. 빈민이 천만을 넘어선 지는 옛날이고 노동자들은 이번 기업퇴출과 구조조정을 통해 또 다시 정리해고의 삭풍을 맞을 것입니다. 서울시내 노점상은 IMF 한파가 최고조에 달하던 98년보다 34%나 늘어 2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돈 없는 놈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말 이상은 아닙니다. 소 한 마리만 팔면 대학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이미 비싼 등록금으로 가난한 노동자, 빈민, 빈농의 자녀들은 다수가 대학에 진학할 수 없지만 계속된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으로 가는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피땀 흘리며 노동해서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 공부시켜 풀려는 부모님의 꿈은 정말 꿈이 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야 할 정부가 이러한 것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부임이 다시 한번 밝혀졌습니다
전국의 청년학생들은 부당한 등록금인상에 반대하여 싸울 수밖에 없었고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 아니라 누진세를 강화하고 군비를 축소하여 교육재정을 확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청년학생들의 투쟁은 빈익빈 부익부 사회에 대한 저항이고 이를 변혁해야 한다는 외침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 귀기울일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징계와 구속으로 학생들을 위협하고 탄압하고 있습니다.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공용물건을 손상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탄압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진정 폭력이란 무엇입니까?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생계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가정파탄에 이르게 되는 것 그리고 등록금을 인상해서 학업을 포기하게 만들어 자아실현의 길을 막아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폭력입니다. 이러한 폭력들은 합법의 가면을 쓰고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이러한 폭력에 맞선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려는 정당방위입니다.
징계와 구속으로 위협하지만 저는, 그리고 저와 함께 투쟁하는 모든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당당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싸움은 못가진 싸움을 지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절대 다수를 위한 투쟁은 언제나 승리해 왔습니다. 일시적으로 패배할 때도 있었지만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 패배가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비록 이렇게 갇혀 있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불평등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반드시 바꾸어낼 것입니다. 우리의 손으로 무엇이 정의인지 밝혀낼 것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승리할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철폐하고 사상의 자유 쟁취하자!
노동자․민중 총단결로 교육재정 확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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