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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번 : [76호/연재-기획]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
글쓴이: 이상호 등록: 2002-05-01 00:00:00 조회: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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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산업의 초기업적 합리화와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



이 상 호/해외연구원, 브레멘대학교 경제학과




1. 들어가며

각국의 자동차산업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는 구조변동의 과정에 서있다. 90년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특히 자동차의 완성조립과정뿐만 아니라, 신모델의 개발과 설계, 부품의 제조와 공급, 그리고 완성차의 판매에 이르는 자동차산업의 수직적 분업구조와 기업간 협업관계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즉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간의 부품조달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초기업적 합리화과정은 90년대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에서 목격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 글은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초기업적 합리화전략(Betriebsubergreifende Rationalisierungsstrategie)”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과정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되어 현재 쟁점화되고 있는 부품모듈화경향의 실제적인 내용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경험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시기 완성차업체의 새로운 합리화기제들이 어떤 특성들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콘체른의 신경영전략에 대한 노조의 대응정책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어느 정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례연구는 인원정리와 해외매각이라는 작금의 폭압적인 구조조정 이후 전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초기업적 합리화전략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사전적인 경험과 지식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독일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생산유연화에 대한 요구

먼저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산업환경적인 요인변화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문제들을 짚어보고, 이와 관련되어 제기되고 있는 생산유연화 요구를 완성차업체들이 어떤 재조직화전략을 통해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독일의 재통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특수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92년부터 독일의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92년 약 630만대에 이르던 승용차 생산량은 92년 590만대, 93년 550만대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고용인력은 91년 약 78만명에서 93년 9월까지 6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경기침체는 94년 이후 미국의 경기호황에 따른 자동차의 수출호조로 인해 어느 정도 진정되었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첫째, 95년 이후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전과 같이 실질적인 고용확대를 동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99년 VDA(독일자동차공업협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승용차를 비롯한 자동차총생산이 매년 평균 3% 이상씩 증가하여 98년에 600만대를 넘어서고 있는 동시에, 매출액은 매년 8%이상 증가하여, 98년 현재 약 3,120억 마르크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 고용인구는 98년 현재 약 71만명인데, 이는 92년 수치에 머무르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자동차부품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98년 매출액은 약 824억 마르크로서 94년 이후 매년 약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용인구는 91년 27만명에서 94년 24만명으로 줄었다가, 95년을 정점으로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증가율은 3~4%에 그치고 있다. 독일 자동차부품산업에서의 산업성장과 고용증가의 불균등발전은 98년 고용량이 90년도와 비슷한 약 28만명에 이르는 반면, 매출액은 동년 대비 약 57%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에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둘째, 90년대에 일관되게 진행된 독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서 산업 내 노동자들의 고용상태와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열악화되고 있다. 97년 현재 자동차산업의 고용인구의 총 5%가 단기고용계약에 묶여있을 뿐만 아니라, 매출증가로 인해 요구되는 새로운 필요인력이 대부분 이러한 비정규적인 고용관계를 통해 보충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매년 약 7% 이상의 높은 노동생산성증가에도 불구하고, 임금절대액은 저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임금증가율은 심지어 매년 약 5% 이상씩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주목되는 사실은 완성차부문과 부품부문간에, 특히 대기업과 중소부품기업간에 존재하는 고용상태 및 노동조건의 차별화와 격차가 보다 확대되고 있다. 부품부문의 노동자들은 자동차산업의 경기변동에 따라서 일상화되고 있는 실업위험과 고용불안은 물론, 적기생산과 동기조달이라는 시간압박으로 인해 이중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부품부문의 중소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완성차부문과의 동기화된 생산과정을 위해 필요한 “완충지대(Pufferzone)”인 동시에, 부품공급의 적기조달방식에 따라 자신의 노동시간이 정해지는 “인질(Geisel)”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1)

독일 자동차산업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다른 국가의 자동차산업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격화와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경쟁력강화이데올로기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각국 자동차산업이 처한 경쟁조건, 기술능력, 법제도적 장치와 생산체계의 특성에 따라 경쟁력회복을 위한 대응방안들이 약간씩 다르지만, 자동차산업의 생산과정과 기업조직측면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주목된다. 먼저 판매시장의 압력과 요구 앞에 자동차산업의 생산과정과 기업조직이 발빠르게 적응해야만 하는 물적 강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고객은 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자동차를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의 비용절감은 제조업자들에게 절대절명의 지상과제로 작용하게 된다. 제품차별화,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압력은 자동차의 생산과정 속에서 기존의 대량생산방식에 유연화기제들을 접합시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유연적 대량생산(Flexible Massenproduktion)”은 규모의 경제이익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품의 품질과 다양성을 보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제품차별화를 위한 생산의 유연화는 원칙적으로 비표준적인 생산방식이기 때문에, 추가비용의 증가를 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생산유연화와 비용절감의 동시적인 달성은 기존 생산조직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는 상호모순적인 관계에 서게 된다. 완성차업체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기업단위의 합리화와는 다른 초기업적 합리화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부품기업을 포괄하는 완성차업체의 새로운 합리화전략은 바로 생산의 표준화와 특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제품차별화와 다양화를 통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그렇다면 완성차업체는 고객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동시에, 이러한 제품차별화를 위해서 요구되는 생산유연화를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가? 쉬레이슌(Schraysshuen, 1991:112~116쪽)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는 제품의 다양화와 관련된 생산유연화를 “양적 유연화(Ausstattung)”와 “질적 유연화(Variant)”로 나누고, 이러한 유연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효과를 최대한 줄이거나 외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구매자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자동차의 내외장을 조립한다는 것은 흐름방식의 대량생산과정에 내재된 생산의 연속성과는 논리적으로 어긋나기 때문에, 새로운 비용부담 없이 이를 추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또한 전체생산과정, 특히 조립과정사이에 존재했던 틈 시간에 차별화된 부품을 결합시키던 기존의 제품다양화방식도 통제비용이나 자본투입비용측면에서 볼 때 그리 경제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 완성차업체는 추가적인 비용을 최소화하고 제품의 다양화와 차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마지막 완성조립 이전단계에서 양적 유연화(모듈이나 시스템부품에 따른 반 조립)를 이루고, 최종조립단계에서 질적 유연화(고객주문에 따른 선택품목의 결합)를 추구하고 있다. 구매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이러한 생산유연성2)은 원칙적으로 보다 많은 부품재고와 이에 대한 관리를 동반하고 있지만, 완성차업체는 부품생산과 조달의 “동기화(Synchronisierung)”를 통해서 그 비용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 즉 완성차업체들은 기존의 흐름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얻으면서 고객의 취향과 요구에 맞는 제품을 언제든지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기제들을 바로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를 통해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3. 완성차업체들의 체계합리화전략과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

일본 자동차업체가 세계시장에서 거둔 성공신화에 힘입어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독일 자동차산업에서의 “린 경영방식”에 대한 논쟁은 결국 경쟁압력과 비용절감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독일식 생산체제를 대표하는 “다양화된 질적 생산(Diverse Qualitat Produktion)”3)이 변화개선되어야 한다는 잠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일본적 생산방식의 부분적인 수용과 적응, 그리고 혁신적 생산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목표 하에 진행된 90년대 구조조정은 조립기업뿐만 아니라, 부품조달기업과 판매조직을 포함하는 자동차산업의 기업구조와 산업조직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특히 완성차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는 생산의 경제화와 유연화를 동시에 실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비용절감과 생산유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자체생산의 축소, 부품조달의 국제화, 단사 및 복사발주, 모듈방식의 조달과 적기조달방식 등이 각 완성차업체의 전략과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구사되고 있다. 이러한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방식들이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초기업적인 합리화계획 하에서 각 조달방식들이 체계적으로 조정통합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부품조달방식의 합리화는 주로 개별 기업차원에서의 비용축소에 머물러 있었다면, 현재의 체계합리화전략은 부품부문을 포함한 전체 생산과정을 “가치창출사슬(Wertschopfungskette)”로 재편하여 시간-공간경제적인 이익을 최대화시키는데 맞추어져 있다(Sauer & Dohl, 1997:29쪽).

이러한 완성차업체의 “체계합리화전략(Systemische Rationalisieurngsstrategie)”은 결국 기업간 협업형태, 혹은 초기업적인 수직적 노동분업구조의 재조직화를 동반하고 있다. 부품부문의 재조직화를 통한 합리화효과는 먼저 자체생산의 축소와 외부조달의 확대가 부품부문의 임금이나 고정비용이 완성차업체보다 적다는 분단화된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즉 노동자간 격차와 차별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분단과 내부노동시장의 발달은 초기업적 합리화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둘째, 부품부문이 지닌 생산유연화이익은 주로 짧고 빠른 기업의사결정과정, 노동력이용의 폭넓은 유연성과 신속한 대체가능성 등과 같은 측면에서도 발휘되지만, 거래단절의 위험 때문에 발주기업의 강제와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 하는 부품기업의 종속성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완성차업체는 부품기업의 이러한 “능동적인 적응력”과 “수동적인 순응력”을 이용하여 생산유연화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부품업체에게 자신의 합리화비용과 위험을 전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Semlinger, 1989:100쪽).

부품조달체계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자본의 체계합리화전략4)은 이와 같이 외주의 확산, 생산부분의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비용과 위험을 외곽화하고, 전체생산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조직화전략이 숨어있다.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는 모듈화, 협업화 그리고 망조직화형태를 띠고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부품조달체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모듈화경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현재의 자동차조립과정은 단일모델을 일괄적인 형태로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부품들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높은 재고비용과 공간부족현상 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완성차업체는 흐름대량생산이 지닌 규모의 경제효과를 유지하고 부품다양화를 통한 범위의 경제효과를 종합적인 생산성효과, 소위 “시너지효과(Synergieeffekt)”로 수렴하기 위해서 최종조립공장 내부, 혹은 외부에 완성조립전 모듈화단계를 배치시키려고 한다. 이는 사전적인 모듈생산과 조립을 통한 고객의 요구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생산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듈화경향은 특히 완성차업체의 “플랫폼전략(Platformstrategie)”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추진되고 있다. 자동차콘체른들은 자신의 예하에 있는 각 완성차업체의 차별화된 고유마크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동차조립의 핵심틀이고 기초인 플랫폼들을 표준화함으로써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부품조달의 모듈화와 플랫폼통합의 결합을 통해서 완성차업체는 제품차별화에 의해서 초래되는 생산과정의 복잡성을 줄일 수 있고, 또한 대량생산방식이 지닌 규모의 경제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된다. 각 부품과 모듈이 조립흐름에 언제든지 자연스럽게 결합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조립과정은 시장으로부터의 생산유연화요구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와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립공장은 유통자본과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이는 바로 이윤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제품의 차별화와 다양화를 원하는 구매자들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자동차의 조립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모듈조달방식이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확산되고 있다(N. Mathias, 1998:22쪽).

둘째, 자동차산업에서의 기업간 협업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완성차업체는 협업관계의 범위와 내용에 따라 협업대상자로서 부품기업들을 차별화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간의 수직적 분업구조와 협업관계는 중요한 생산성향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업체는 납품되는 부품의 중요성에 따라 부품조달기업들을 모듈-시스템부품기업, 유니트부품기업, 그리고 일반단위부품기업 등으로 나누고 거래관계의 질과 내용을 다르게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니트부품기업이나 일반단위부품기업과의 거래관계의 경우 완성차업체는 일반적으로 수직적 분업구조 내에 배태되어 있는 불균등한 의존관계를 이용하거나 완성차업체가 가지고 있는 권력자원을 이용하여 “가격독재(Preisdiktatur)”를 일삼거나 부품기업의 합리화효과를 간접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모듈-시스템부품기업과의 거래관계의 경우 일방적인 단가인하나 단기적인 거래계약 보다는 해당 부품기업의 자본과 자원능력의 구비, 시장진입의 용이성, 기술능력형성가능성 등과 같은 이점을 활용하여 생산성향상과 부가가치실현에 더 큰 방점을 두게 된다.5) 또한 이러한 가치창출사슬을 통한 합리화효과 외에, 부품의 모듈화와 외주화를 통해 부품유통시간의 축소, 전체 자본필요량과 관리 및 보관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내 수직적 분업구조의 “중심기업(Focusfirm)”으로서 완성차업체의 위상과 힘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기업자원의 규모, 시장지배력과 기술정보력에 있어서 부품기업들보다 훨씬 앞서기 때문에, 언제든지 불평등한 기업간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부가가치와 생산성효과의 분배과정에 개입할 수 있으며, 자신의 부품조달기업들에게 비용과 위험을 전가시킬 수 있다(N. Mathias, 1998:24쪽). 즉 가치창출사슬 내에서 완성차업체의 초기업적 합리화전략은 자신의 이해와 계획에 따라 수직적 분업구조 내 부품기업과의 협업관계를 조절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6) 완성차업체는 시스템부품기업과의 상호의존적인 관계형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직적 분업구조 내 권력게임의 위험과 비용을 한편으로 부품조달체계의 합리화효과로 상쇄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중소부품기업들의 생산성효과를 흡수하고 자신의 비용발생요인들을 전가함으로 모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품기업과의 전략적 협업과 안정적인 결합생산의 유지는 완성차업체의 경영전략상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인이다. 왜냐하면 완성차업체가 생산성과 유연성의 동시적 달성이라는 모순적인 요구를 단지 자신의 자본과 기술능력으로만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 내 합리화조치로는 생산능력과 판매시장에서의 포화상태로부터 구조적으로 유발되고 있는 현재의 경쟁상황과 가격인하의 압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완성차업체는 모듈화나 협업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분권적 의사결정과정의 불확실성과 이와 관련된 생산과정의 위험발생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조직통제 및 조정기제들을 활용하고 있다. 80년대부터 초기업적인 정보표준화와 생산과정의 최적화를 위해서 도입된 “정보기술망(Informationstechnologisches Netzwerk)”은 이제 수직적 분업구조와 가치창출사슬 내 각 기업들의 생산성효과를 계측하고 평가하는 잣대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부품단가결정과 비용절감노력의 현실적 압력수단으로서 이용되고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완성차업체는 부품의 외주화를 통해 고정비용을 유동비용함으로써 비용이점과 유연성이익을 동시에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외주화로 인해 부품필요량의 공급이 불확실하고 불규칙하게 된다면 이는 상당히 큰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및 의사소통기술의 발전과 함께 도입된 물류흐름통제를 위한 “자료전달망(Datenuubertragungsnetzwerk)”은 완성차업체의 체계합리화과정을 보증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다.7) 실제 조달망의 발전은 여전히 수직적 분업구조 내 개별기업들의 역할과 기능, 이들의 통합과정의 순조로운 운영이라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 자료전달망은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간에 상호교류되는 자료의 질과 내용, 시간상의 정확도 및 부품기업의 신속한 대응력 등을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부품부문의 제약된 기술능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완성차업체 스스로가 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즉 완성차업체의 부품업체에 대한 영향력, 혹은 통제가능성은 기존의 경제적 의존관계를 통해 발휘되는 동시에, 정보규제와 기술이전, 노하우의 흡수와 의사결정과정에의 개입 등을 통해서도 확보되고 있다.



4.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부품모듈화의 내용과 의미

이미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완성차업체에 대한 생산유연화요구는 자동차부품부문8)의 급속한 구조변동을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품기업들의 이원화와 차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볼터스(H. Wolters, 1995:26쪽)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업체들이 94년 약 49%이던 자체생산비율을 2000년까지 36 %로 줄이고 그 나머지를 외주로 돌릴 계획이기 때문에, 시스템부품업체나 모듈부품기업들의 경우 생산능력의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모듈화가 진전될 수록 이러한 부품기업들은 가치창출의 동반자, 그리고 개발동반자로서 그 역할이 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대규모 부품콘쩨른들은 완성차업체로부터 더 많은 조립과제를 받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장기계약에 의한 복합모듈부품의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달방식의 모듈화와 시스템화로 인해 대규모부품기업들이 완성차업체의 협력과 공동개발의 동반자로서 위상이 굳어지고 있는 반면, 중소규모의 1차 단위부품업체들은 단가인하압력과 비용절감요구 앞에서 자신의 기업위상을 재규정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자본집중과 기술능력의 흡수를 통해 고질의 복합부품을 발주하는 개발부품업체로 발전하던지 아니면, 시스템부품기업에 단위부품을 납품하는 2차 부품업체로 전락해야 할 형편이다. 젬린거(Semlinger, 1989:103쪽)에 따르면, 이러한 부품부문의 이중구조화를 통해 완성차업체는 시장교환이 주는 비용이점과 수직적 통합이 가져다주는 부품조달의 안정성을 동시에 얻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준통합(Vertikale Quasi-Integration)”을 통해 완성차업체는 결국 부품기업간의 성과압박과 가격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동시에, 생산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결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비용을 회피할 수 있다.

부품조달체계의 모듈화를 통해서 부품기업과 완성차업체간 기업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대표적인 기업간 협업영역인 연구개발, 품질개선 및 부품공급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듈개발을 위해서는 시스템부품기업들이 가치창출의 동반자인 동시에, 개발파트너로서 그 과제와 책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모듈에 의한 분리생산과 완성차로의 조립과정은 자동차생산이 각 연관구성부분으로 나누어져야 하는 동시에, 그 연속적인 생산과정이 완성차업체에 의해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듈방식에 의한 부품구성물의 생산과 조립이 일정기간의 개발과정을 통해 보다 체계화되면, 자동차의 완성단계에 있는 각 플랫폼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가 조립가능해진다. 모듈의 변화와 발전은 각 부품의 변화 없이 자동차생산 그 자체를 혁신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에서의 다양한 제품의 생산과 제품생애주기의 축소는 연구개발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연구개발부문에서 자신의 비용과 위험을 외곽화하기 위해서 부품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동개발을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납품부품 중에서 승인도방식에 기초한 “블랙박스부품(Black-Box-Teile)”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완성차업체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한 구래의 방식보다는 부품업체가 직접 제품의 품질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동시-엔지니어링(Simultaneous-Engineering)”이나 “개발협력(Entwicklungszusammenarbeit)”을 통해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완성차업체의 자체 개발비용도 절감하고 있다.9)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수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체계부품업체가 직접적인 완성차업체의 1차 조달업체가 되고 나머지 80~90%의 부품기업들은 체계부품업체들의 2차 부품조달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10) 자우어(Sauer, 1992:58쪽과 1991:11쪽)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중소부품기업들을 부품조달체계의 가치창출사슬 속에서 하나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11) 즉 부품개발과 연구에서의 공동협력과정에서 확인되듯이, 완성차업체가 부품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에 대한 정보를 비용압박이나 경쟁강화의 도구로서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불황기에는 이러한 가치창출을 위한 공동개발의 파트너쉽이 상호의존적인 “공생적 성격”이기 보다는, 완성차업체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요구되는 부담과 그 위험을 떠넘기기 위한 “비용전가기제”로서 이용되고 있다(N. Mathias, 1998:41쪽).

완성차업체는 부품품질에 대한 자체통제를 줄이고, 품질개선의 몫을 납품업체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소위 “100% 완전한 무결점(Null-Fehler-Qualitat)”이라는 일본적 생산방식의 신화로부터 이러한 품질관리전략의 변화가 파생된 면도 있지만, 부품의 품질관리를 아무리 완성차업체가 노력한다고 해도 완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부품조달기업에게 그 책임과 의무를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간의 동시적이고 적기공급방식의 부품조달체제 하에서 부품의 결점발생은 전체생산과정에 엄청난 장애를 불러일으킨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부품의 모듈화과정은 체계부품기업들에게 복합부품, 혹은 모듈부품의 적기공급 뿐만 아니라, 그 부품의 품질에 대한 책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공급되는 부품이나 모듈이 지닌 하자나 결함은 공급업체의 책임이 되고, 부품의 개발부터 마지막 공급과정에 대한 관리까지도 가능한 부품기업들의 소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듈부품의 품질관리와 이에 대한 책임이 시스템부품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완성차업체에게 관리비용의 절감은 물론, 부품업체간 품질경쟁을 촉진시킴으로서 비용과 품질측면에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와 달리, 해당 시스템부품기업들의 경우 완성차업체의 품질규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품질관리요원들을 투입하고 있다(N. Mathias, 1998:43쪽). 이러한 상황은 모듈부품기업의 노동자들로 하여금 적기조달방식으로 인한 시간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품질관리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

더욱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시스템부품업체의 부담이 모듈을 구성하는 단위부품을 공급하는 2차 부품기업들에게 과중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에 의한 시스템부품기업의 품질관리의 과제할당과 책임부여는 부품조달체계의 연결고리를 따라 2차 및 3차 단위부품업체들에게 더 열악한 조건 하에서 전이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업체가 이러한 부품관리의 과제와 책임을 부품기업의 자율적인 선택과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완성차업체는 납품될 부품의 품질이 전체 자동차의 조립과정에 미치는 영향력 정도를 고려하여 부품개발 초기과정부터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폴만(Pohlmann, 1995)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85.7%의 부품기업들에서 품질관리과정에 대한 완성차업체의 개입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42.9%의 부품기업의 경우 서로간의 견해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완성차업체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자동차의 생산과정에서 부품조달체계는 모델별로 필요한 부품을 적시에 공급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을 구성한다. 초기업적인 수직적 노동분업구조에서 조립라인의 기능이 점차 그 중요성을 잃고 있는 반면, 가치창출사슬 내 개별기업간 역할과 기능을 조율하고 연결하는 부품조달체계의 역할은 더욱 더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부품공급체계의 각 연결고리들이 조화롭게 작동하지 못하면, 완성차업체 내 조립생산과정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그 흐름의 조정가능여부는 자동차의 조립생산에서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다. 특히 완성차업체가 외주화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립단계별로 각 부품이나 개별모듈의 흐름을 원만히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Schraysshuen, 1991:133쪽). 마티아스(Mathias, 1998:47쪽)에 따르면,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서 완성차업체의 경우 “자료전달체계(DFU)”, 혹은 “부품표준화(ISO 9000)”를 개발하고 있으며, “부품당기기원칙”하에 각 부품기업들을 통합하기 위해서 카반(Kaban)이나 정보기술적인 교류장치들을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부품주문이 생산영역별로, 즉 모듈별로 자기조정되기 위해서는, 부품의 필요량과 가용량에 대한 파악이 항상적으로 요구될 뿐만 아니라, 부품기업들은 완성차업체의 주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부품기업들의 경우 부품공급과정에 있어 대등한 기업관계에 기초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기보다는, 스스로 완성차업체와 의존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얻게 되는 부가적인 이익 때문에, 권력불평등의 상황을 인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예로서 중소부품기업은 완성차업체에 대한 자신의 종속적 위상으로부터 파생되는 불이익을 부품발주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통해 보상받으려고 한다. 즉 판매량의 증대와 장기적인 거래를 통해서 추가적인 비용이나 위험을 회피하고 점차적으로 자신의 가격교섭력을 개선하고자 한다. 그래서 낮은 마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선호하게 되며, 이를 위해 완성차업체와의 종속적인 관계도 결국 용인하게 된다



5. 노동조건과 노사관계에 대한 초기업적 합리화의 영향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품조달체계의 모듈화와 이와 연관된 초기업적인 합리화과정은 노동자의 고용상태 및 숙련구조, 노동시간과 임금보상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이해대변조직으로서 노조와 직장평의회의 기존활동에 새로운 문제제기들을 던져주고 있다.

자우어(Sauer, 1992:69쪽)에 의하면, 완성차업체의 초기업적인 합리화로 인해 부품조달사슬 내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만성적인 고용불안이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고용위협의 증가가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리화효과는 완성차업체의 부품조달전략이 어떤 목적과 내용을 지니고 관철되고 있는지, 혹은 부품조달사슬내 각 기업들의 위상과 완성차업체와의 거래관계성격 및 대응방식의 차별성으로 인해 부품기업의 노동자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완성차업체에 의해 추진되는 재조직화조치들로 인해 고용불안, 단기계약노동과 파견노동, 교대제와 초과노동의 확산, 비용절감과 성과압력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들이 부품조달단계를 따라 더 열악한 형태로 전이되고 있다. 부품부문의 위계적 피라미드화와 병행되고 있는 부품부문의 이중구조화는 부품기업들 자체의 선별과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업적 합리화조치의 노동자에 대한 영향도 시스템부품기업과 단위부품기업에서 각각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스템부품기업의 경우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를 통해 기업의 위상과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고숙련노동자들의 유인을 위한 노동조건과 보상수준의 개선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듈부품이나 시스템부품을 적기조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공연한 성과압력이나 노동시간의 탄력적 이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규모인 단위부품기업들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상황은 이 보다 더 열악하다. 완성차업체들의 1차 부품기업에 대한 합리화강제는 2차 조달단계에 있는 단위부품기업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시스템부품기업의 경우 숙련향상과 성과달성에 대한 요구로 나타나지만, 단위부품기업의 경우 탈숙련화, 고용관계의 비정규직화, 초과근무와 특별교대제의 도입이라는 형태로 외화되고 있다(Deiß, 1993:180쪽).

한편 부품공급체계의 변화나 거래계약의 잦은 변동은 부품기업으로 하여금 생산능력의 부족문제 보다는 완성차업체의 부품주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술조직적 능력을 중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생산유연화의 요구와 강제는 결국 부품업체들의 노동자들에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동유연화를, 집단적인 차원에서는 노동조직간 경쟁이라는 이중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다. 최종수요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요구되는 자동차주문에 반응하기 위해서 조립업체는 부품업체으로 하여금 그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부품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부품기업은 조립기업의 생산계획의 변동에 즉각적으로 적응해야하는 고충을 안게 된다. 즉 조립기업에서 초과근로나 교대제가 바뀌게 되면, 부품기업도 어쩔 수 없이 이에 따라 자신의 근무시간을 변화시켜야 할 형편이다.

가치창출사슬 내 생산조직의 변화와 모듈화를 추진하는 이유로서 더 높은 유연성과 더 많은 비용절감(낮은 고정비용과 노동비용)이 자주 언급된다. 완성조립전 부품의 모듈화는 낮은 비용부담이라는 이점 외에, 부품기업의 생산성향상분을 간접적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거대자본의 전략적 목표가 숨어있는 것이다. 모듈화경향이 내재하고 있는 비용전가와 생산성흡수라는 합리화기제는 부품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이중착취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노동자이해대변활동이 약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상황은 구조조정의 비용과 피해가 부품조달단계를 따라 전가되는 동시에, 그 부정적 영향이 부품기업들에게 누적되고 있다. 부품기업들은 완성차업체의 구조조정의 계획에 맞게 항상 방어적인 유연성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동원해야 하고, 이는 바로 부품기업들의 성과보전을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강화, 노동조건악화, 그리고 고용조건의 불안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래서 부품부문에서 임금 및 노동조건은 물론, 노동권 자체가 점점 더 조립부문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즉 부품조달체계의 재구조화를 통해 부품기업의 노동자들은 기회와 이익을 얻기 보다는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Sauer, 1992:71쪽).

노동자이해대변의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초기업적 합리화과정은 기존의 기업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에 보장된 노동자와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의 공동결정권리가 지닌 객관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부품조달체계로 연결된 각 기업들, 특히 완성차업체의 생산계획이나 구조조정방침이 바로 연관기업들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업경계가 지닌 의미는 퇴색되고, 기업간 경영의존성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현행 기업기본법은 단지 기업 내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노동자의 참가와 공동결정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 기업간 관계, 특히 부품조달체계에 의해서 강제되는 각 기업들의 동시적 재조직화과정에 대한 법적 개입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예를 들어 부품기업의 노동시간, 임금보상 및 고용관계에 대한 직장평의회(Betriebsrat)의 공동결정권은 이미 기업외부, 즉 완성차업체나 부품수급업체에 의해서 주어진 “실제적인 강제(Faktischer Zwang)”에 의해서 사전적으로 제한된다(N. Mathias, 1998:67쪽). 부가가치창출의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되는 생산과정 전체의 시간, 비용 및 수량적 합리화강제가 각 생산단위로서 부품기업들의 유연성과 합리화를 요구하고 있는 동시에, 기업경계 외부에는 의사결정권을 발휘할 수 없는 직장평의회의 객관적인 제약성으로 인해 합리화조치에 대한 노동자들의 방어전략은 무력화된다. 즉 부가가치창출의 사슬로 전이되는 완성차업체의 조직적 압박은 부품기업들의 내부 노사간 공동결정의 실효성을 희석화시켜 버리기 때문에, 연속생산과 결합공정으로 특징지워지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기업기본법에 보장된 공동결정제도가 노동자이해대변기제로서 기능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자의 공동결정권이 요구되는 문제의 원인과 그 영향이 시공간적으로 분리되어서 나타나고, 한 공장에서 노동자의 피해가 다른 기업에 그 원인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직장평의회가 막아낼 수 있는가?12)

그러나 현재 노동자이해대변조직에는 자동차산업의 부품조달체계를 통한 기업간 협업구조에 대항할 만한 뚜렷한 대응조직이 아직 존재하지 못하다. 이는 노조가 처한 현재의 수세적 상황과 방어적 행위지향으로부터 나온 결과이다.13) 고실업상태의 지속과 비정규직의 은밀한 확산이라는 노동시장의 조건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기업쪽에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노조 내 개별기업간, 특히 조립기업과 부품기업의 노동자간 이해대변과정을 공조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품기업들간 노동자 사이에 경쟁심리를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완성차와 부품기업간 경영진들의 협업이 이미 추진되고 있다면, 먼저 이에 대항할 해당 직장평의회간 협력구조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기업별로 제한된 공동결정권을 넘어서는 초기업적인, 혹은 관련기업들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동결정제도의 발전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금속노조의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부품업체들의 협력망을 구축하고, 완성차업체로부터 요구되는 노동유연화와 합리화강제에 공동으로 대항할 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금속노조 산하 지역지부의 주선 하에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간 노동자들의 의견충돌과 이해갈등을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할 것이다.14) 아무튼 분명한 것은 조립기업과 부품기업의 노동자이해대변조직간에 필요한 협업관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완성차업체의 초기업적 합리화전략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노동자간 격차의 심화와 노동시장의 분단화는 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폭스바겐의 사례는 구조조정과정에서 확인되는 노동자이해대변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듈화와 외주화를 단지 노동비용의 절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영방침은 저항에 부딪히게 되겠지만, 임단협의 내용을 존중한 상태에서 생산재조직화를 협상하고자 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폭스바겐의 직장평의회위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폭스바겐의 노동자들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그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생산조직의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임금 및 노동조건의 열악화를 막아내는 동시에, 직업재교육과 훈련기회의 확대를 통해 자신의 교섭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엔진부문의 직장평의회는 지난 3년간 연관부품업체들과 상호협력적인 활동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하고 자신이 직접 가지고 있는 못했던 부품개발능력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자신들의 고용안정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폭스바겐 소속의 노동자들, 특히 산하 부품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을지 모르지만, 자동차제조의 핵심기술이나 부가가치의 원천이 다시금 완성차업체가 소속된 대규모기업집단으로 환원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노동자들간의 기업소속의식을 자극하고 서로간의 경쟁을 조장하는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가 이 부품을 직접 만들지 않으면, 아마 우린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다른 부품의 주문도 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한 직장평의회위원의 말에서도 확인된다(N. Mathias, 1998:80쪽). 현재 폭스바겐의 부품제조공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모듈화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는 경우 자신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과정의 재조직화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못하고, 기존의 작업과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부품의 시스템화와 모듈화라는 과제를 부담스럽지만 떠 안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의 콘쩨른직장평의회는 연관되는 각 기업들의 노동자이해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공동결정권의 도입하기 위해서 협업적인 생산에는 “협력적인 공동결정(Kooperative Mitbestimmung)”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Mendius & Wendeling-Schroder, 1991:345쪽). 이러한 직장평의회의 노력은 노동조건과 노동조직에 있어서 업종수준, 혹은 산업수준, 더 나아가 국제수준의 동질성과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한 임단협의 실제적인 내용강화가 병행될 때만이 그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3세대 생산방식”이라고 불리는 자동차생산의 모듈화경향은 이제 바로 완성차업체의 조립라인 바로 앞까지 모듈화된 차체시스템이 조달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부품기업과 조립기업으로 서로를 구분하는 노동자의 기업귀속의식은 결국 자본의 노동자차별화전략에 말려드는 첩경이 되는 것이다.



6. 결론을 대신하여

80년대 일본 자동차산업의 도전을 린 생산방식의 수용과 적응을 통해 이겨낸 독일의 완성차업체는 90년대 들어 부품조달체제와 연결된 가치창출사슬의 재조직화를 통해 자신이 처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조건을 극복하고 기업경쟁력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정은 동반자적 기업간 협력관계나 상호의존적인 생산망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또 다른 형태의 자본집중화, 즉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한 가치창출사슬간 경쟁과 부품부문의 이중구조화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부품조달체계의 모듈화경향은 부품부문에 대한 통합과 분리라는 선별메카니즘을 통해 새로운 수직적 준통합형태를 발전시키고 있다. 독일 완성차업체는 체코의 볼레스라프공장, 브라질의 레젠데공장과 프랑스의 함바흐공장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해외 현지공장에서 부품조달체계의 재조직화를 실험하고 난 후, 조만간 국내공장에서도 이를 현실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동독지역인 아이제나흐의 오펠공장이나 쯔비카우의 폭스바겐공장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되고 있는 생산기지의 재구성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구서독지역의 기존 조립공장은 노사관계의 전통과 관행으로 인해 새로운 재조직화전략의 추진이 미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산업조직의 발전과정에서 목격되는 새로운 생산조직모델의 흡수와 적응이라는 원칙으로 볼 때, 머지 않은 장래에 서독지역에서도 조립공장 내에서 모듈부품이 조립되고 이를 위해 부품기업의 노동자가 조립공장의 노동자와 함께 작업하게 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러한 전망은 세계금속노조연맹(IMB)의 보고서15)에서도 확인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부품부문과 완성차업체간의 협업관계가 다음과 같은 7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1) 조립공장과 부품기업들간의 안정적이고 밀접한 부품공급관계, 2) 부품조달과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품기업이 맡는 적기조달방식의 안착, 3) 시스템부품기업이 조립공장의 근처로 이전하거나, 혹은 근접지역에 부품단지의 형성, 4) 모듈이나 시스템부품이 부품기업에 의해서 적기에 연속적으로 조달, 5) 조립공장내에서 부품기업노동자들이 모듈의 품질관리와 조립을 직접 담당, 6) 부품기업노동자들이 직접 모듈을 차체에 결합시키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7) 조립업체와 예하의 시스템부품기업이 모듈콘졸티움을 구성함으로써 투자를 서로 나누어 부담하고 그 이윤과 혜택을 또한 분배받는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완성차업체의 초기업적 합리화전략은 부품의 개발과 연구의 파트너로서 시스템부품기업들을 중심으로 소수의 1차 모듈그룹을 형성하고 기존의 중소규모의 단위부품조달업체들을 2차 부품기업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이들에 대한 경영관리와 조직통제를 바로 1차 시스템부품기업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16) 왜냐하면 바로 이러한 부품부문의 차별화와 위계화가 바로 생산조직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노동통제적인 측면에서도 자본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는 부품의 모듈화와 외주화를 통해서 부품단가의 인하와 노동비용의 절감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노동자간 경쟁의식을 조장함으로써 노동규율효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산업의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은 기업간 수직적 분업구조와 협업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회피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의 부담이 사회적 비용으로 외곽화되거나, 부품기업의 부담으로 전화되는 길을 열어 놓았다. 물론 고실업과 고용불안이라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노조의 행위지향이 현상유지에 머무르게 된 면도 있지만, 실제로 구조조정의 사회적 역효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완성차업체의 직장평의회는 구조조정과정 속에서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비용을 부품기업의 합리화강제로 전환시키든지, 아니면 사회적 부담에 기초한 보상을 받아내는 현실적인 길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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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linger, Klaus, “Stellung und Probleme kleinbetrieblicher Zulieferer im Verhaltnis zu großen Abnehmern”, in Altmann, Norbert & Sauer, Dieter(Hg.), Systemische Rationalisierung und Zulieferindustrie, Munchen, s.89~118, 1989.

Semlinger, Klaus, Innovationsnetzwerke, Eschborn, 1998.

Wildemann, Horst, Entwicklungs-, Produktions- und Vertriebsnetzwerke in der Zulieferindustrie, Munchen, 1998.

Wolfgang Streeck, “Productive Constraint: on the Institutional Constraints of Diversified Quality Production”, in Wolfgang Streeck, Social Institutions and Economic Performance, 1992.

Wolters, Heiko, Vertikale Kooperation zwischen Hersteller- und Zulieferunternehmen in der europaischen Automobilzulieferindustrie: Das Beispiel der Modul- und Systembeschaffung, Wiesbaden, 1995.


1) Lehndorff, Steffen, “Der Mensch als Puffer”, in Industrielle Beziehungen 1996-3, 243쪽.


2) 자동차산업에서 제품차별화로 인해 요구되는 생산유연화는 다음과 같은 원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첫째, 차별적이고 다양한 자동차모델들의 요구, 둘째, 다양한 내외장장치들을 설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립과정의 변화, 셋째, 적시에 정확한 부품조달과 조립결합의 필요(N. Mathias, 1998:15쪽).


3) Wolfgang Streeck, “Productive Constraint: on the Institutional Constraints of Diversified Quality Production”, in Wolfgang Streeck, Social Institutions and Economic Performance, 1992, 4~10쪽.


4) 자우어에 따르면, 이러한 체계합리화로 인해 인간노동 보다는 (체계)기술이 새로운 합리화전략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기술조직적인 체계화는 대량생산방식이 지닌 경직성을 줄이고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초기업적인 합리화과정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이 때 인간노동력의 필요성은 기술투입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화와 유연화로 인해 발생하는 하나의 파생물로서 이해된다(Sauer, 1992:55쪽).


5) 이러한 의미에서 완성차업체와 시스템부품기업간 의존관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때 기업간 관계의 자율성과 통제의 균형이 중요한데, 상호의존적인 협업관계는 실제 명확한 계약관계를 통하기보다는, 콘텍스트 조정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흔히 협업관계의 구축을 “전략적 투자(Strategisches Investment)”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재정적, 조직적 자원을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전략적 접근방식과 기업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Semlinger, 1998: 49쪽).


6) 히르쉬-크라인젠은 가치창출사슬내 통합의 핵심적인 성공여부는 바로 분산화된 기업단위들의 “구조적인 이기주의”를 어떻게 조정하고 제어하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개별기업의 성과에 대한 비교, 이에 따른 경쟁메카니즘은 협업관계의 구축과 유지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분권화된 개별기업들의 경쟁적 이해관계로 인해 소요되는 의사소통 및 교섭비용을 간과하는 경우, 결국 협업관계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인한 실망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본다(Hirsch-Kreinsen, Hartmut, 1995:429~434쪽).


7) 이러한 상황의 좋은 예가 바로 브레멘의 시트제조업체인 Lear Corporate(구 Keiper-Recaro)와 Daimler Benz(Bremen)간의 관계에서 확인된다. 이 둘간의 협력관계는 완성차업체 바로 근처로의 부품공장이전에서 뿐만 아니라, 정보시스템에 의한 동시적 조달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좀 더 상세히 말한다면, 벤츠공장에서 자동차가 도색작업을 끝내고 라인을 따라 이동하면 로보터의 팔에 있는 카메라가 좌석필요를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필요를 몇 분 후 케이퍼공장에서 인지하고 3만개 중 필요한 하나의 좌석모델을 제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좌석은 벤츠공장에서 완성차가 조립되기 전 몇 분 전에 라인에 정확히 도착하게 된다. 조립공장에서의 좌석주문과 그 좌석이 완성차조립라인에 도착하는데 약 5시간이 소요된다.


8) 자동차산업의 부품부문에 대한 정의는 논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시장판매가 아닌 중간재생산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독일의 경우 약 3000개 기업에 75만명이 고용되어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몇몇 부품콘체른은 도색, 타이어, 유리, 헤더라이트 그리고 ABS-브레이크부문에 집중되어 있고,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주변부품기업들은 금속, 단조 및 전기부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N. Mathias, 1998:32쪽).


9) 다이믈러-벤츠의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1996년 이러한 부품설계의 공동협력을 통해 평균 15%의 비용을 절감했다 Daimler Benz AG, Geschaftsbericht 1996, Stuttgart, 1997, 18쪽.


10) 자우어(Sauer, 1992:64쪽)에 따르면, 이러한 부품부문의 차별화과정은 결국 소수의 “체계부품업체”와 그 예하의 “하위부품기업”으로 부품부문을 이원화하도록 만든다. 즉 이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부품조달체계에서 “조달피라미드”의 형성과 발달을 의미한다. 특히 중소부품기업들, 혹은 하위단계의 부품조달기업들은 체계부품기업으로부터 비용절감요구를, 자신의 원자재공급처인 철강콘쩨른이나 대규모화학기업으로부터는 가격인상압박이라는 “샌드위치”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11) 혹자는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간의 시장권력상의 “권력불균등”은 부품기업의 기술력과 경영전략에 의해서 치유될 수 있으며, 서로간의 기업간 관계는 일률적인 “제로섬게임”으로 단정지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일반적이기보다는 체계부품기업에 한정된 가능성에 불과하다(Wildemann, 1997).


12) Mendius, Hans Gerhard & Wendeling-Schroder, Ulrike, Zulieferer im Netz-zwischen Abhangigkeit und Partnerschaft, Koln, 1991, 305쪽.


13) 폭스바겐의 잘츠귀터(Salzgitter)공장 근처로 이전한 콘티테크(Contitech)부품업체의 사례는 구조조정시기에서 노동자이해대변과정의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폭스바겐경영진과 총직장평의회간의 고용안정성 확보라는 목표 하에 추진된 부품업체들의 이전계획이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 부품업체와 그 예하의 조달업체들이 폭스바겐경영진의 주선으로 생산기지를 이 지역으로 옮겨왔을 때, 지역금속노조는 당연히 이들을 자신의 임단협적용업체로 포함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이때 기업주는 해당 임단협조건이 자신에게 너무 무리한 수준임을 이유로 생산기지 이동 그 자체를 보류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금속노조는 생산기지의 이동으로 인해 유발되는 지역 내 새로운 일자리창출가능성을 고려하여, 해당 부품기업이 노동총연맹(DGB) 소속의 다른 노조(결국 화학노조)에 속하는 것으로 타협을 이끌어낸다. 이 타협을 통해 노조는 부품업체의 생산기지이전, 임단협체계와 교섭자율성의 유지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고, 부품기업은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임단협체계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N. Mathias, 1998:72쪽).


14) 독일의 금속노조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산업 내 기업간 노동자협력활동은 두 가지 사례가 존재한다. 첫째, 지역지부에 속하는 각 사업장의 직장평의회간에 정보교류와 의사소통을 위한 협력망(Kooperationsnetzwerk)이 구축되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가격횡포나 부품업체간 경쟁촉진이 부품업체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의 심각한 열악화를 강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협력망은 지금 현재 자동차산업의 일상적인 합리화조치에 대응할 “보편적인 노동규준과 고용조건”을 설정하기 위한 직장평의회간 의사소통기구로서 이용되고 있다. 둘째, 완성차업체와 관련 부품업체의 직장평의회가 공동으로 조직하고 지역지부가 지원하는 “자동차회의(Automobil Konferenz)”가 존재한다. 자동차관련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니더 작센주의 경우 매년 2회 이상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 대한 정보,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경영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 이 회의가 열리고 있다.


15) Internationaler Metallgewerkschaftsbund, IMB Auto-Report 1997, Genf, 1997, 53쪽.


16) 로페츠는 한 인터뷰에서 “중기적으로 폭스바겐은 약 200 내지 300개의 부품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중 200개는 현재 세계 최고의 부품기업들로서 우리에게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 면밀히 보면 폭스바겐은 약 5만개의 기업들이 제조한 부품으로 완성차를 조립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우리와 직접 협력관계에 있는 시스템부품기업들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들도 세계 최고수준의 부품을 만들수 있어야 한다.” Lopez de Arriortua, 1994, in Automobil-Produktion, September, s.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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