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토론회
담론의 정치, 경영이데올로기와 노동자수용
1. 들어가는 말
“노동력의 재생산은 숙련(skills)의 재생산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도화된 질서가 지닌 규칙에의 종속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이 지배이데올로기로 종속되는 과정의 재생산과 노동자들을 적절히 지배이데올로기로 귀속시킬 수 있는 능력(착취와 억압의 담당자들의)의 재생산이 요구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배 계급에 의한 ‘언어를 통한’ 지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1)
기업에서 언어와 상징에 대한 관심은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와 관련한 논의들을 통해 언어와 상징은 기업의 관리 수단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또 그 영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관리전략의 핵심에는 기업 정체성을 확립하고 순응적인 노동자 주체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놓여져 있다. 따라서 기업의 언어와 상징의 특성과 그것이 다루어지는 방식, 노동자들에게 전달되고 유포되는 과정 및 그것이 가지는 효과에 대한 탐색은, 변화하고 있는 기업 내 정치의 계기들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 된다.
이 연구는 경영담론이라는 기업의 언어작용이 노동자에게 전달되고 수용되는 방식을 노동자들의 언어사용 측면을 통해 검토한다. 노동자들의 언어는 경영담론이라는 발화자의 영향하에서, 노동자들이 기업 공간 내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양상들을 담고 있다. 노동자들의 언어사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내포되어 있는 경영담론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영담론의 효과를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다.2)
2. 전제적 논의
1) 약호(code)와 계열체(paradigm)
언어는 흔히 의사소통을 위한 중립적 수단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은 언어가 결코 중립적이지 않음을 지적한다. 부르디외(P. Bourdieu)의 언어자본에 대한 논의, 푸코(M. Foucault)의 담론의 질서에 대한 통찰 등은 모두 언어가 권력작용과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르디외는 특정한 언어 사용의 방식이 사회적 자본으로 전화함으로써 권력의 생산 및 유지에 연결된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사회에서 언어 사용이 이루어지는 계급적 맥락을 보다 용이하게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언어가 가지는 권력적 성격은 언어 사용의 방식, 즉 언어의 약호(code)3)에서도 발견된다. 사회 속에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그 언어를 규정하는 규칙을 내면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번스타인(B. Bernstein)은 이 약호의 학습과 내면화가 명백히 계급적 구분선을 따른다는 점을 보여준다.
<표 1> 번스타인의 세련된 약호와 제한된 약호
세련된 약호 |
제한된 약호 |
중류층 |
노동자 계층 |
문법이 복잡 |
문법이 단순 |
다양한 어휘 |
한결같은 어휘 |
복잡한 문장구조 |
짧고 반복적인 문장들 |
형용사와 부사의 주의깊은 사용 |
형용사와 부사를 거의 사용않음 |
수준높은 개념화 |
수준낮은 개념화 |
논리적 |
감정적 |
수식어의 사용 |
수식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음 |
약호를 의식하고 사용 |
약호를 의식하지 않고 사용 |
출처: A. Asa Berger, 1997: 37.
이 때 계급이 언어 사용에 미치는 효과는 ‘세련된 약호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4) 번스타인의 연구는 부르디외의 언어자본 논의와 동일한 맥락에 위치한다. 사회 내에 언어 사용의 계급적 성층화가 뚜렷이 존재하며, 나아가 이 경계는 계급 권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호가 언어 사용의 사회적 성층화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면, 계열체는 이 약호의 작용이 언어 사용자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가와 관련된다. 계열체란 ‘동일한 기억 저장물 속에 속하는 복수항 사이의 유의적․등가적 대립계열’로 정의된다.5) 계열체는 언어 질서 속에서의 기억의 노력으로, 언어의 일반적인 속성인 지배적 언어 질서의 표현이라는 전제하에서, 결국 지배적인 언어 배열이 개인의 기억의 노력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즉 어떤 기호에 고정된 특정한 의미의 배열, 그 배열이 보여주는 언어 권력의 질서,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작용 등이 계열체 분석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2) 화용의 정치
모리스(C. Morris)는 기호학의 영역을 기호들 간의 형식적 관계를 연구하는 통사론(syntactics), 기호와 그 대상들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의미론(semantics), 그리고 기호와 해석자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화용론(pragmatics)으로 구분하였다.6) 화용론은 “언어 이해에 대한 설명의 바탕이 되는 맥락과 언어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이며 또한 “문장과 그 문장의 적절한 맥락을 짝지을 수 있는 언어사용자들의 능력에 관한 연구”이기도 하다.7) 따라서 화용론은 언어학보다는 담론분석에 보다 가까이 위치하는데, 언어학에서는 순수 언어적 현상에 주목하는 반면 담론분석은 발화되는 상황, 발화된 내용과 발화자의 관계를 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즉 언어들의 필수적 연결은 발화된 내용 사이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되는 행위 사이에서 발견된다.8) 이런 인식은 사회와 언어 사이의 간극을 메움으로써 언어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오스틴(J.L. Austin)의 진술문(constative)과 수행문(performative)의 구분은 정확히 이 언어와 사회적 사실의 중간에 걸쳐져 있다.
오스틴은 진술문과 수행문 구분을 통해 말한다는 사실에 진위 판단의 차원을 넘어, 행위와 연결되는 차원이 존재함을 지적한다. 진술문은 언표가 자신과 무관한 사실을 이야기할 경우, 그리고 수행문은 언표함과 동시에 행위를 구성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수행문은 두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하나는 발화가 행위를 구성함으로써 담론이 언어의 차원을 넘어서는 사태를 보여준다. 두번째는 수행문이 발화자의 권력을 말해준다는 점이다. ‘대회가 개최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는 말은 발화함으로써 대회 개최가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수행문이다. 그러나 이 선언의 자격은 배타적으로 대회의 장에게만 주어지며, 이는 발화자에게 위임된 권력이 정당할 때에만 이 발화가 행위를 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수행문은 또한 화자-청자 간의 위계적 관계를 반영한다.
오스틴의 진술문/수행문 구분은 언어가 언어 외부와 연결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의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연구는 계열체라는 언어학적 개념이 오스틴의 진술문/수행문 구분과 결합될 수 있는 여지를 탐색한다. 이것은 권력의 작용이 언어 사용의 특별한 형식성과 결합되는지, 그리고 그 효과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매우 시험적인 시도다.
이 연구는 권력적 언어는 전형성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권력적 언어는 매우 뚜렷한 효과를 의도하고 있고, 그 효과의 달성에 대한 (혹은 효과적이라 가정하는) 언어 사용의 약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9) 이것은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이데올로기적 언어가 가지는 한 전형성을 지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10) 이 전형적인 언어 사용 형식의 존재는 권력적 언어가 가질 수 있는 효과성의 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이것이 가져오는 결과를 검토함으로써 담론의 효과, 나아가 이데올로기의 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3. 연구 대상과 방법
언어 텍스트에 대한 분석은 그 목적과 지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언어의 내적 구조에 주목하는 언어학이나, 언어 사용의 사회적 차이를 주로 분석하는 사회언어학, 나아가 문장 단위를 넘어서는 담론 텍스트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담론 분석 등이 그 주된 방법들이다.
이 연구는 노동자들의 언어사용을 통해 드러나는 경영담론의 효과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노동담론 분석에 해당되지만,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쓰여지거나 발화된 텍스트를 분석하는 기존의 접근과 달리, 노동자들로 하여금 주어진 어휘를 통해 문장을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문장 단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언어 사용의 특성을 밝히는 방법을 취하였다. 어휘들은 경영담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들로 제시되었으며, 그것은 ‘생산성/이윤’, ‘조장/조원’, ‘경쟁회사/우리회사’, ‘헌신적/승진’, ‘품질관리/게으르다’, ‘경제위기/임금상승’, ‘원가절감/인원감축’의 7개 어휘쌍이다.11)
한편 자료는 D 자동차와 H 자동차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1999년 1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되었다. 최종 분석에 활용된 표본 수는 323개이며, 표본의 일반적 특성은 아래의 표에 제시되어 있다.
<표 2> 표본의 일반적 특성
구 분 |
빈 도 (%) |
기업 |
H 자동차 |
172 (53.3) |
D 자동차 |
151 (46.7) |
연령 |
20대 이하 |
72 (23.3) |
30대 |
177 (57.3) |
40대 이상 |
60 (19.4) |
학력 |
고졸 이하 |
152 (49.6) |
전문대졸 이상 |
164 (50.4) |
직위 |
평사원 |
166 (51.9) |
대리 |
126 (39.4) |
과장 이상 |
28 (8.8) |
직업 계층 |
생산직 |
195 (60.7) |
사무직 |
123 (39.3) |
4. 노동자들의 언어사용 특성
7개의 어휘쌍을 통해 구성된 문장들을 진술문과 수행문으로 구분한 결과 아래의 표와 같이 나타났다.
<표 3> 문장들의 진술문/수행문 분포
|
진술문 |
수행문 |
합계 (%) |
생산성/이윤 |
180 (78.3) |
50 (21.7) |
230 (100.0) |
조장/조원 |
106 (53.5) |
92 (46.5) |
198 (100.0) |
경쟁회사/우리회사 |
119 (59.2) |
82 (40.8) |
201 (100.0) |
헌신적/승진 |
177 (78.3) |
49 (21.7) |
226 (100.0) |
품질관리/게으르다 |
162 (79.8) |
41 (20.2) |
203 (100.0) |
경제위기/임금상승 |
145 (63.6) |
83 (36.4) |
228 (100.0) |
원가절감/인원감축 |
155 (72.8) |
58 (27.2) |
213 (100.0) |
진술문과 수행문의 분포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결과는 권력적 언어이자 행위의 수행 및 유발을 의미하는 수행문이 노동자들에게서 상당한 정도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어휘는 경영담론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기업 어휘를 이용하여 구성된 문장과, 그 발화자의 권력 위치, 즉 노동자라는 위치 사이에는 모순적인 관계가 성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어휘들로 구성된 각 문장의 수행문 비율이 20%에서 많게는 46%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경영담론의 수행문 형식 자체가 하나의 계열체로 존재하며,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수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구성된 문장을 진술문과 수행문으로 구분하여 텍스트의 차이에 따라 살펴본 결과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보여준다. 문장들 간에 수행문의 비율이 뚜렷한 경계를 이루며 분포하고 있다. 즉 공동체주의 담론을 표현하는 조장/조원, 경쟁회사/우리회사 어휘로 구성된 문장의 수행문 비율이 다른 어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반면 헌신적/승진, 품질관리/게으르다 문장의 수행문 비율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공동체주의적 담론이 경영담론 내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며, 아울러 경영담론의 문장 형식 자체가 하나의 계열체 구조를 이루면서 노동자들의 기억의 저장고에 머문다는 이 연구의 가정이 현실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진술문은 의미 그대로 사실을 기술하는 문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화를 함으로써 사태를 변화시키거나, 어떤 의도나 희망, 요구나 당위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진술문은 수행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권력적이며, 덜 이데올로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전제하에서 기업 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업 어휘들이 포함된 문장의 진술문/수행문 구분은 우선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노동자들이 구성하는 문장은 지배적으로 통용되는 어휘뿐만 아니라, 그 어휘가 포함된 정형화된 문장 형태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지시단어는 그 지시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정형화된 문장 형태와 함께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문장 자체가 하나의 단위로서 ― 개별 어휘들이 그러한 것처럼 ― 노동자들의 ‘기억의 저장고’ 속에 저장된다. 둘째, 요구, 명령, 희망, 약속 등을 포함하는 수행문은 언어 표현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 수행문의 행위유발 주체는 명목상 발화자이지만, 그 의미에 있어서는 제3자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발화자가 수행문 문장을 구성함에 있어 자신의 실제적이고 의식적인 원망, 요구, 약속을 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5. 경영이데올로기의 노동자 수용
1) 계급적 선호
경영담론 속에서 경영 이데올로기를 상징하고 있는 기업 어휘를 통해 노동자들이 구성한 문장은, 이 어휘의 상징성 혹은 나아가 경영담론의 실천에 대한 정체성의 한 표현 형태를 보여준다. 즉 유포되고 있는 기업 어휘를 그대로 수용하여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로 드러내는가, 아니면 어휘를 재구성하여 이를 저항적이고 친노동자적인 형태로 표현하는가, 혹은 친경영자도 친노동자도 아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가는 경영담론이 수용되는 정도와 형태,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개인들이 정체성을 보존하는 전략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12) 이렇게 나타나는 태도를 ‘계급적 선호’로 개념화하였다. 계급적 선호 변수는 문장을 의미론적으로 해석하여, ‘친경영자적 태도’, ‘친노동자적 태도’, 그리고 ‘중립적 태도’로 구분하였다.13)
<표 4> 문장별 계급적 선호의 분포
|
친경영자적 |
친노동자적 |
중립적 |
합 계 |
‘생산성/이윤’ |
35 (15.2) |
33 (14.3) |
162 (70.4) |
230 (100) |
‘조장/조원’ |
45 (22.7) |
7 ( 3.5) |
146 (73.7) |
198 (100) |
‘경쟁회사/우리회사’ |
110 (54.7) |
10 ( 5.0) |
81 (40.3) |
201 (100) |
‘헌신적/승진’ |
72 (31.9) |
60 (26.5) |
94 (41.6) |
226 (100) |
‘품질관리/게으르다’ |
103 (50.7) |
10 ( 4.9) |
90 (44.3) |
203 (100) |
‘경제위기/임금상승’ |
73 (32.0) |
63 (27.6) |
92 (40.4) |
228 (100) |
‘원가절감/인원감축’ |
32 (15.0) |
104 (48.8) |
77 (36.2) |
213 (100) |
7개 문장은 대부분 중립적인 태도가 다수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친경영자적 태도와 친노동자적 태도를 비교할 때 ‘원가절감/인원감축’ 문장을 제외한 모든 문장에서 친경영자적 태도가 친노동자적 태도보다 높은 비율임을 보여준다. 친경영자적 태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는 문장은 ‘경쟁회사/우리회사’ 문장과 ‘품질관리/게으르다’ 문장으로 각각 54.7%와 50.7%였다.
경쟁회사와 우리회사의 구분은, 속한 회사를 경쟁회사와 비교되어 항상 ‘좋은 것’ 혹은 ‘애정을 가져야 할 대상’으로 지시하고, 반대로 경쟁회사는 우리회사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으로 간주하는 전형적인 ‘배타적 공동체주의’ 이데올로기다. 이것은 상당 부분 경영 이데올로기와 노동자들의 정체성 확보 전략이 공모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노동자들의 동류의식이 외부적으로, 특히 다른 집단이나 경쟁회사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로 드러난다. 이러한 공동체의식은 내부적 결속을 강조하고 경쟁회사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려는 경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이 경쟁회사에 대해 가지는 의식은 상상된 관계에 다름 아니다. 경영담론이 유포하는 ‘경쟁회사-우리회사’ 통합체는 양자택일적인 사고의 기준을 제공하며, 노동자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이야기구조를 갖는다.
‘헌신적인 사람은 승진할 수 있다’는 담론은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의 기대를 심어주는 유인의 담론이다. 승진은 실제로 인사고과의 규칙에 의해 이루어지는 제도화된 과정이지만, 헌신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승진이 잘 된다는 담론은 기업에서 널리 유포되는 담론 중의 하나다. 헌신이나 희생 등의 개인적 자질과 조직 내 성과를 연관시키는 논리는 조직 성원을 자극하고 동원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기능 한다. 그러나 보다 엄밀히 말한다면 헌신성은 실제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기 보다는, 승진과 관련한 포섭과 배제의 근거로 활용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승진에서 배제된 사람에 대해 낮은 헌신성이라는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승진된 사람을 통해 다른 성원들에게 헌신을 촉구할 수 있다. ‘헌신적/승진’ 어휘를 통한 문장 구성 결과는 이 헌신성과 승진에 관련된 담론이 설득력 있게 유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상대적으로 중립적 태도의 비율이 높은 문장은 ‘생산성/이윤’과 ‘조장/조원’ 문장이다. ‘생산성/이윤’ 문장에서는 명시적인 이익의 귀속이라는 차원에서 친경영자적 태도가 15.2%에 불과하다.14) ‘조장/조원’ 문장 역시 친경영자적 태도가 22.7%로 다른 문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인다.
‘원가절감/인원감축’ 어휘는 원가절감을 위해 인원감축이 허용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허용할 수 있다는 문장은 친경영자적 태도로,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문장은 친노동자적 태도로 구분하였다. 결과는 15.0%가 친경영자적 태도를, 48.8%가 친노동자적 태도를, 그리고 36.2%가 중립적 태도를 드러냈다. 1997년 말 IMF 충격 이후 대량의 해고와 고용조정이 진행되면서, 인원감축은 기업이 행하는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권위와 상황적 압력에 힘입어 강제적으로 진행된 것이었으며, 노동자들은 이 과정의 명백한 피해자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한 인원감축의 당위성은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동의를 별로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응답하는 자신이 인원감축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영담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노동자들이 15%나 된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인원감축이라는 부정적 지시어가 원가절감이라는 보다 상위의 기업 어휘에 의해 봉쇄되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원가절감이라는 담론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전혀 발견되지 않음을 지적할 수 있다.15)
노동자들이 구성한 문장의 의미론적 분포는 친경영적 태도가 뚜렷이 존재함을 확인시켜준다. 이것은 기업이라는 공간 내에서 기업 어휘가 가지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7개 문장 중 6개의 문장에서 친노동자적 태도보다 친경영자적 태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을 보인다는 것은 기업 어휘의 존재 자체가 계급적 태도와 연관적임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계급적 선호의 분포는 어휘의 특성에 따라 상당히 차별적임이 드러난다. 친경영자적 태도가 가장 높게 분포한 어휘는 역시 공동체주의적 어휘였으며, 반대로 친노동자적 태도가 높은 비율을 보인 것은 ‘원가절감/인원감축’ 어휘였다. ‘원가절감/인원감축’ 어휘는 위기론의 전형적인 수사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인원감축이라는 강한 의미작용으로 인해 친노동자적 태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16)
2) 화용 형식의 효과
화행이론이 가지는 함의를, 개인이 문장 구성을 통해 드러내는 경영자 및 노동자에 대해 가지는 태도와 결합시켜 보다 흥미로운 분석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이것은, 기업 어휘를 활용하여 드러내는 개인의 계급적 선호가 그 문장 형식과 어떤 관련을 가지는가라는 새로운 논점을 구성한다. 즉 ‘어떻게 말하는가’라는 담론의 형식성이 계급적 선호의 차원과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검토함으로써 담론의 효과에 대한 해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
화행과 기업 어휘를 통한 계급적 선호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진술문/수행문’ 구분과 ‘친경영자적 태도/친노동자적 태도/중립적 태도’의 두 변수를 교차분석하였다.
먼저 ‘생산성/이윤’ 문장을 진술문과 수행문 구분으로 교차시킨 결과가 아래의 <표 5>에 제시되어 있다. 친경영자적 및 친노동자적 태도에서 수행문의 비율이 진술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반면, 중립적 태도에서는 대다수인 96.3%가 진술문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것은 친경영자적 태도 혹은 친노동자적 태도와 같이 어떤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표명 혹은 주장함에 있어 수행문 형식이 강한 연관성을 가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진술문이 상대적으로 이데올로기적 혐의로부터 자유롭다는 정의를 확인시켜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표 5> ‘생산성/이윤’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14 (40.0) |
21 (60.0) |
35 (100.0) |
친노동자적 |
10 (30.3) |
23 (69.7) |
33 (100.0) |
중 립 적 |
156 (96.3) |
6 ( 3.7) |
162 (100.0) |
합 계 |
180 (78.3) |
50 (21.7) |
230 (100.0) |
χ2 = 105.70 p = .000
‘조장/조원’ 문장과 진술문/수행문 구분을 교차시킨 결과는, 친노동자적 및 중립적 태도에서는 진술문/수행문 비율이 비슷하게 분포하며 진술문의 비율이 더 높은 반면, 친경영자적 태도에서는 수행문 비율이 진술문 비율보다 더 높다. 이러한 차이는 어휘 자체가 가지는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즉 조장/조원은 단순한 일차적 언어로 ‘팀의 리더/팀원’이라는 객관적 의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차적 의미로서 화합, 명령과 복종, 경쟁에서 승리 등의 경영담론을 전달하는 상징으로 변모한다. 즉 조장/조원은 전형적인 기업 어휘이며, 노동자들이 조장/조원이라는 어휘에 접근하는 행위 자체가 경영 이데올로기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17)
<표 6> ‘조장/조원’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16 (35.6) |
29 (64.4) |
45 (100.0) |
친노동자적 |
4 (57.1) |
3 (42.9) |
7 (100.0) |
중 립 적 |
86 (58.9) |
60 (41.1) |
146 (100.0) |
합 계 |
106 (53.5) |
92 (46.5) |
198 (100.0) |
χ2 = 7.58 p = .023
‘경쟁회사/우리회사’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우리라는 가상의 공동체를 구성하게 하는 핵심 어휘다. 진술문/수행문 구분과 교차시켜 본 결과를 보면 중립적 태도에서는 진술문과 수행문이 각각 84.0%와 16.0%로 진술문 형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친경영자적 태도와 친노동자적 태도에서는 수행문이 각각 56.4%와 70.0%로, 수행문이 진술문보다 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계급적 선호와 화용 형식의 교차에서는 오히려, 친노동자적 태도와 수행문의 결합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 7> ‘경쟁회사/우리회사’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48 (43.6) |
62 (56.4) |
110 (100.0) |
친노동자적 |
3 (30.0) |
7 (70.0) |
10 (100.0) |
중 립 적 |
68 (84.0) |
13 (16.0) |
81 (100.0) |
합 계 |
119 (59.2) |
82 (40.8) |
201 (100.0) |
χ2 = 35.11 p = .000
‘헌신적/승진’ 문장과 진술문/수행문 구분을 교차시킨 결과를 보면, 친경영자적 태도를 보인 수용자의 80.6%가 진술문으로 문장을 구성하고 있고, 19.4%만이 수행문 문장을 구성하였다. 반면 친노동자적 태도에서는 60.0%가 진술문, 그리고 40.0%가 수행문을 구성하였다. 중립적 태도에서는 88.3%가 진술문, 그리고 11.7%가 수행문을 구성하고 있다. 중립적 태도보다 이데올로기적 선호를 보이는 친경영자적 및 친노동자적 태도에서 수행문의 비율이 높다는 앞서의 결과와 동일한 것이기는 하지만, 진술문의 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결과는 ‘헌신’을 환기하는 경영담론이 그 노골적인 이데올로기적 성격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르불(O. Reboul)이 지적하듯이, 노골적인 언어는 이데올로기로서의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18)
<표 8> ‘헌신적/승진’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58 (80.6) |
14 (19.4) |
72 (100.0) |
친노동자적 |
36 (60.0) |
24 (40.0) |
60 (100.0) |
중 립 적 |
83 (88.3) |
11 (11.7) |
94 (100.0) |
합 계 |
177 (78.3) |
49 (21.7) |
226 (100.0) |
χ2 = 17.58 p = .000
‘품질관리/게으르다’ 어휘는 품질관리라는 제도적 과정을 개인의 자질로 전화시켜 노동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전형적인 경영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어휘다. 이를 진술문/수행문 구분과 교차시킨 결과, 이 경영 이데올로기가 노동자들에 있어 도덕적 금지의 형태로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친노동자적 태도와 중립적 태도에서는 수행문이 10.0%에 불과한 반면, 친경영자적 태도에서는 30.1%가 수행문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 즉 ‘게을러서는 안된다’는 강압이 상당히 긍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금지의 형태로 유포되는 수행문의 권력적 언어가 노동자들에게 힘을 행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표 9> ‘품질관리/게으르다’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72 (69.9) |
32 (30.1) |
103 (100.0) |
친노동자적 |
9 (90.0) |
1 (10.0) |
10 (100.0) |
중 립 적 |
81 (90.0) |
9 (10.0) |
90 (100.0) |
합 계 |
162 (79.8) |
41 (20.2) |
203 (100.0) |
χ2 = 12.72 p = .002
경제위기/임금상승 문장의 계급적 선호 분포는 친경영자적 태도가 32.0%, 친노동자적 태도가 27.6%, 그리고 중립적 태도가 40.4%로, 친경영자적 태도가 다소 높게 나타나긴 하지만 친노동자적 태도와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진술문 및 수행문 구분과 교차시키면, 친노동자적 태도 문장의 진술문/수행문의 비율은 66.7%/33.3%인 반면, 친경영자적 태도에서는 그 비율이 32.9%/67.1%로 수행문의 비율이 매우 높아, 친경영자적 태도와 수행문 간의 뚜렷한 수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중립적 태도나 친노동자적 태도에서는 진술문이 주된 형태로 드러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은 경제위기와 임금상승이라는 기업 어휘가 주로 금지나 설득(즉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임금상승의 억제)의 형태로 유포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표 10> ‘경제위기/임금상승’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24 (32.9) |
49 (67.1) |
73 (100.0) |
친노동자적 |
42 (66.7) |
21 (33.3) |
63 (100.0) |
중 립 적 |
79 (85.9) |
13 (14.1) |
92 (100.0) |
합 계 |
145 (63.6) |
83 (36.4) |
228 (100.0) |
χ2 = 49.73 p = .000
‘원가절감/인원감축’ 어휘는 앞서 보았듯이 상황적 요인 때문에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기업 어휘다. 그래서 친경영자적 태도의 수용 자체가 매우 낮은 비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술문/수행문 교차에서는 앞서 보았던 결과와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즉 중립적 태도의 진술문/수행문 비율은 85.7%와 14.3%인 반면, 친경영자적 태도에서는 71.9%와 28.1%, 그리고 친노동자적 태도에서는 63.5%와 36.5%로, 친경영자적 태도와 친노동자적 태도의 수행문 비율이 중립적 태도보다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친노동자적 태도의 수행문 비율이 친경영자적 태도의 수행문 비율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원가절감/인원감축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주장이 다른 어휘들에서보다 더 강하게 드러남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 11> ‘원가절감/인원감축’ 문장의 화용형식과 계급적 선호의 교차분석
|
진술문 |
수행문 |
합 계 |
친경영자적 |
23 (71.9) |
9 (28.1) |
32 (100.0) |
친노동자적 |
66 (63.5) |
38 (36.5) |
104 (100.0) |
중 립 적 |
66 (85.7) |
11 (14.3) |
77 (100.0) |
합 계 |
155 (72.8) |
58 (27.2) |
213 (100.0) |
χ2 = 11.07 p = .004
이 분석 결과는 몇가지 사실들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화용 형식의 구분과 계급적 선호간의 연관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중립적인 태도는 거의 일관되게 진술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사태의 서술만을 전달하는 진술문이 상대적으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다는 가정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친경영자적 태도나 친노동자적 태도에서는 수행문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발화함으로써 행위를 구성하거나 혹은 행위를 유발하고자 하는 수행문의 권력적 성격이 계급적 선호와 체계적으로 결합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특히 ‘생산성/이윤’, ‘조장/조원’, ‘경쟁회사/우리회사’, ‘경제위기/임금상승’ 문장에서는 친경영적 태도의 수행문 비율이 진술문 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기업어휘가 수행문이라는 화용형식으로 통해 계급적 선호로 연결되는 담론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앞서 가정했듯이 담론의 형식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계열체를 이루며 노동자들의 기억의 저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본다면 기업어휘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장들은 결국 경영이데올로기의 재현물에 다름 아니다.
6. 결론
이 연구는 기업이라는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의 정치가 노동자들의 언어 사용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특히 노동자들이 스스로 구성하는 문장들은 경영이데올로기의 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속에서 경영이데올로기의 흔적을 찾아냄으로써 경영담론의 효과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진술문과 중립적 태도가 체계적인 연관을 보여주며, 아울러 노동자들이 구성한 문장들에서 수행문과 그 내용의 친경영적 태도의 연관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는 노동자들의 언어 사용이 경영 담론이라는 지배적 언어 속에 한계지워져 있으며, 자발적으로 표출되는 의식이 경영담론의 형식성에 조건지워져 있다는 사실, 나아가 이런 의미작용의 결과가 노동자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이것은 기존의 연구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텍스트의 효과 및 담론의 효과라는 부분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어휘와 수행문 형식과의 연관은 일관되게 결합되지는 않았다. 이것은 텍스트에 따른 그 생산성의 차이, 그리고 그것의 수용의 편차가 존재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또한 의미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현재적 지점의 편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연구는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담론의 유포와 의미의 생산이 노동자들의 동의 형성과 연관적일 수 있음을 함축한다. 동의는 단순히 심리적 선호도의 차원이 아니라, 주체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 즉 기업공간에 대해 가지는 세계관이다. 이런 점에서 담론 효과는 심리적 선호가 아닌, 기호와 가치의 작용을 통한 동의를 형성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우호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기업의 언어 전략은 노동자들을 통한 지배적 의미의 재생산과 경영담론 형식의 모방을 통해 담론 수준에서의 동의 형성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과정과 담론 및 의미의 정치가 결합되는 지점에 대한 보다 진전된 연구가 요구된다.
》참 고 문 헌《
박해광, “경영담론의 특성과 노동자 수용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1999.
소두영, ꡔ상징의 과학 기호학ꡕ, 인간사랑, 1993.
전효관, “남북한 정치 담론 비교 연구: 의사소통 구조와 언어 전략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1997.
Althusser, L., Lenin and Philosophy and Other Essays, 1971.
Asa Berger, A., Media Analysis Techniques, SAGE, 1982; 한국사회언 론연구회 매체비평분과 옮김, ꡔ대중매체비평의 기초ꡕ, 이론 과 실천, 1997.
Austin, J.L., How to Do Things with Words, Oxford University Press, 1962.
Barthes, R., Mythologies, 정현 역, ꡔ신화론ꡕ, 현대미학사, 1995.
Bernstein, B., “Class, Code and Control”, Theoretical Studies towards a Sociology of Language, 이병혁 역, “계급과 언어”, ꡔ언어사회학 서설ꡕ, 까치, 1993.
Bourdieu, P., Language and Symbolic Power, Polity Press, 1992.
Casey, C., Work, Self and Society, Routledge, 1995.
―, ‘“Come, join our family’: Discipline and Intergration in Corporate Organizational Culture”, Human Relations, Feb., 1999.
Collinson, D.L., Managing the Shopfloor: Subjectivity, Masculinity and Workplace Culture, Walter de Gruyter & Co., 1992.
Levinson, S.C., Pragmatics, 이익환․권경원 공역, ꡔ화용론ꡕ, 한신 문화 사, 1991.
Morris, C.W., Foundations of the Theory of Sign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38.
Reboul, O., Langage et Ideologie, 홍재성․권오룡 역, ꡔ언어와 이데올 로 기ꡕ, 역사비평사, 1994.
Thompson, P. & D. McHugh, Work Organizations: A Critical Introduction, Macmillan, 1990.
조사중에 노동자들이 만든 문장 중에 전형적인 문장과 재미있는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임금상승에도 그 책임이 있다.” “품질관리에 게으르면 판매에 지장이 있다.” “자기계발에 헌신적으로 노력하면 승진할 수 있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쟁회사, 우리회사’에 대한 답변이 일관적이었다는 거죠. 경쟁회사에 대한 옹호는 없었습니다. 이는 알튀세르의 상상적 관계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제시되는 경쟁회사는 실은 불특정하지만 우리회사를 위협하는 적으로 인식됩니다. 경쟁회사가 설정되는 순간, 우리 회사에 대한 애착을 갖는 관계로 돌변하고, 높은 몰입도가 가능한 거죠. 반면, 원가절감, 인원감축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이 주였습니다. 여기서는 친노동자적 태도가 매우 높게 나왔는데, 조사시기가 IMF가 한창일 때라서 더욱 그러했다고 생각됩니다.
표본의 일반적 특성으로, 기업, 연령, 학력, 직위 등의 예를 들었는데, 조합활동과 조합원 간부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나요?
설문 조사시에 노조를 통해 접근한 것이 아니라 근로감독관을 통해 접근함으로써 편향이 있습니다. 관리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매우 강력한 효과가 나왔겠죠.
번스타인이 중류층은 세련된 약호를 사용하는 반면, 노동자 계층은 제한된 약호를 사용한다고 했는데, 대리 이상은 중류층으로 포함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조사대상이 현대, 대우인데, 이들은 한국의 노동자층의 구성상 대기업 노동자로 중소기업 노동자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조사 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문장의 경우도 긍정적, 부정적 문장 구성에 따라서 의미의 차이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텐데요.
앞에서 약호와 계열체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약호는 언어 사용의 집단적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집단을 구분하는 권력 작용을 합니다. 계열체는 특정한 언어 형식을 통해 권력이 작동하는데요. 이들은 종과 횡의 관계입니다. 집단에 의해서 차별적으로 수용되는 것이보다는 어휘 자체가 일관된 효과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직/사무직, 평사원/대리 이상 등의 사회학적 구분보다는 어휘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다음으로 대표성의 문제에 대한 지적은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1500부를 뿌린 반면 수거된 것은 323개로 수거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하지만 기업어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대기업의 담론과 어휘가 체계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아마 더 약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연구의 의미가 분석, 이해하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러한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은 힘의 문제가 아닌가요? 이 논의가 사회운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 글에서 거론된 프랑스 철학자들을 위시한 지식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프랑스 68년 이후 지식인들이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난해하고 형식적인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발악 정도로 생각합니다. 이는 80년대 이후 한국 지식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매우 신랄하시군요. 먼저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 말하자면, 90년대 소위 ‘변절자’들에 대해 맑스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 정확한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가 일관된 정치적 효과를 가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구소련에서도 자본주의 언어에 대한 연구가 있었죠. 따라서 대상이 정치적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전체주의로부터 해방이라는 차원에서 일정 정도 긍정적 효과를 갖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에 대한 비판은 개인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죠. ‘소비자가 주인이다.’나 ‘생비자’같은 개념들은 사람들을 무차별적 개인으로, 군집으로, 거대자본의 노예로 만듭니다. 따라서 반동적일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90년대 언어, 담론,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하는 이들이 90년대 자기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어가 맑스주의 폐쇄성을 돌파할 수 있는 출구로 주목을 받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를 단순히 개인적 역정으로 수미일관하게 평가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는 것은 극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노동자들을 구체적 방법을 동원해서 조사한 작업은 신선했습니다. 알튀세르의 분석을 영미의 언어분석적 방법을 끌어들여서 규명한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방법론을 스스로 개발한 것인지, 아니면 빌려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논의에서 경영/노동 담론을 대비시킨 것 같은데요, 뭐가 경영담론/노동담론인지 불분명합니다.
경영담론은 발화자가 경영자로 노동자들이 들을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노동담론은 대항담론이라고 쉽게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드시 저항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하위문화가 저항적이지 않습니다. 부모의 문화를 반쯤은 물려받는 것이죠. 따라서 노동담론을 선험적으로 저항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푸코, 부르디외, 알튀세르 등이 담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배질서의 재생산이 폭력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규명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더 나아가 지배재생산이 담론,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처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언어가 재생산에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총칼을 쥐고 앞에는 헤게모니를 내세우죠. 기업 내 권력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노무관리 기구, 강제력, 해고권을 제쳐두고 언어가 핵심이라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러나 동의라는 것이 자발적인 상태라고 본다면 언어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실제 권력을 바탕으로 해서 언어를 사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포스트맑스주의자의 논의가 되겠죠. 언어가 중립적인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은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자원이죠.
알튀세르에게는 역사유물론적 시각이 빠져있다고 봅니다. 여기서도 언어와 경영이데올로기의 관계에 대해 밝히려는 방법론은 좋지만, 역사유물론적 시각에 대한 서술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역사유물론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는 매우 쟁점적입니다. 경영담론 자체가 역사성을 가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담론의 분석이 정치경제적 분석과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엄밀하게 규정하려고 했던 것은 노동자, 자본 일반의 언어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업어휘로 이것은 일반적, 경험적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점에서 역사유물론적 접근에서 멀어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문제의식은 뭔지, 연구의 효과로 무엇을 바랐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한노정연에서 연구하면서 갑갑했던 점은 결론이 경험을 통해서 미리 전제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고, 노동자 전략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분석은 그 결론을 입증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죠. 반면 부르주아측은 복잡한 이론을 개발해왔습니다. 따라서 노동측에서도 방법적으로 정치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논리학부터 추적하다가 언어철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입니다. 분석대상 자체가 언어가 되었다는 점에서 애초의 문제의식으로부터는 멀어졌습니다. 정치한 학문인 언어학을 사회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 사회에서 의미의 정치의 지형을 그리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언어는 중립적인 것을 가장하므로 그것에 혐의를 두게 되었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은폐되어 있으면서 작동하죠. 따라서 이데올로기라는 관념이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므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언어를 우회할 수 없다고 봅니다.
80년대에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이라는 6․25 노래를 광주를 생각하며 불렀습니다. 경영 담론과 저항담론을 고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시계열 분석 등의 방법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사보는 구했지만 노보는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담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어가 굉장히 중요하고, 중립적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는가요. 저는 논리의 끝에 가면 언제나 “엿먹어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담론의 끝에 가면 권력이 있는 것이죠. 그게 과연 새삼스런 문제인가요?
언어는 단순히 수사술의 차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노동자들은 언어에 대한 자원을 가지지 못했죠.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해야된다는 것은 중류층 이상의 가치라고 봅니다. 사회적 가치기준을 만드는 것이 언어를 매개로 하는 권력 작용인 것이죠.
포스트모던에서 담론이 독립적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배계급의 실천의 결과로서 언어는 하나의 수단일 뿐인데, 포스트모던에서는 언어 자체가 독자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담론에 주목한다는 것이 담론을 독자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은 포스트맑스주의의 역전된 사고이죠. 언어의 선차성과 담론을 특권화시키는 이론적 전략에는 그러한 혐의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입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담론은 현실의 경계 속에 묶여 있다고 보는 것이죠. 기업어휘는 기업이라는 경계에 묶여 있습니다.
연구 작업 과정에서 최대한 중립적 방법을 택했다고 하셨는데, 저는 중립적인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설문지를 회사를 통해서 전달하는지 노조를 통해서 전달하는지, 연구자와 설문지를 돌린 이의 성향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가정하고 관찰자가 참여함으로써, 집단 내의 변화를 전제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또 하나는 진술문에 관해서는 분석을 안 하고 제껴 놓으신 것 같은데, 진술문을 많이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노동자들의 언어전략이 아닌가요? 경영담론이 노동자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도 의문시해야 되지 않는가. 노동자들이 어떤 언어를 선택할 때 다른 언어들이 없기 때문에 그 언어를 선택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지 않는가요? 그런 의미에서 진술문에 대한 분석이 유용하겠다고 생각하는데요.
표본에 대한 비판은 연구의 한계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텍스트의 특성을 드러내는 수준에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교차표 분석을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바이어스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는 인적인 요소라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진술문/수행문은 너무 이분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진술문의 원래적 개념정의는 사태에 대한 진위 여부를 말하는 것인데, 언어전략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깊이 생각을 못 했습니다.
노동자가 글쓰기를 한다고 해서 그걸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언어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까? 싫은데 공장에 들어왔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건 아닙니까?
싫은데 그렇게 쓰라고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원치 않는걸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의식적으로 써도 본심이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의식적으로 쓴다면 왜 친경영적으로 쓰겠습니까?
들은 얘기를 쓴다고 가정한다면 제 논문의 기본 전제 자체가 틀려 지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데올로기 발생의 원천, 효과의 원천은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의 역관계, 계급관계라고 봅니다. 저라면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세계화, 국제경쟁력 강화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라고 분석할텐데요.
그 부분은 제 학위논문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경영담론, 민족주의, 공동체주의, 생산성담론 등이 그것입니다.
노동자가 언어의 자원이 없는 것은 기업공간 자체가 그렇게 만든다고 봅니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요. 포스트모더니즘적 대안은 동어반복이라고 보는데요.
언어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언어체계를 확고한 것으로 보고, 공식적 언어를 중립적으로 가정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죠. 그러나 담론은 언어학의 체계를 항상 위반합니다. 담론은 구체적 상황속에서 언어적 상황을 넘어서 현실과 결합하죠. 이러한 담론의 특성이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에게 담론을 특권화하는 여지를 줍니다. 그러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담론을 취급하는 것 자체를 포스트모던으로 여기게 됩니다. 고정된 언어체계가 지배적 권력 수단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입니다. 그러한 성격을 이해하고 비판을 해야합니다.

한국노동자 계급정치운동
계급투쟁의 현실은 역사속에 화석화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현실이 계급투쟁으로 부활한다.
한 세기가 바뀌어진다 하더라도,
노동자 계급정치의 역사적인 현실은
계급투쟁의 현실을 고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급투쟁의 현실과 미래의 대한사회를
고안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김영수저 13000원/ 443면/ 1999년 12월 발행
1) L. Althusser, Lenin and Philosophy and Other Essays, 1971: 127-8.
2) 의미의 정치를 둘러싼 담론의 분포는 경영담론과 노동담론이라는 두 축에 의해 구성되므로, 경영담론에 대한 분석이 결합되어야 온전한 분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면의 한계 상 이 연구는 노동자들의 언어 사용에 한정하여 경영담론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에 그친다.
3) 약호란 원래 전신의 약속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기호의 제약적 규칙의 총체’를 의미한다. 번스타인은 약호를 ‘의미가 사회적으로 구조화되는 것, 그리고 그 의미가 다양하지만 서로 관련된 문맥의 언어로 실현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B. Bernstein, 1993: 215.
4) 앞의 글, p. 224.
5) 소두영, 1993: 454.
6) C.W. Morris, Foundations of the Theory of Signs, 1938.
7) Levinson, 1991: 20-21.
8) Labov & Fanshel, 1977: 70.
9) 예를 들면 전효관(1997)은 남북한 정치언어 분석에서 ‘우리’라는 용법을 통해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전도시키는 특별한 언어 형식이 존재함을 밝히고 있다. 또한 기업 최고경영자의 신년사를 진술문과 수행문으로 구분할 때, 수행문이 매우 높은 비율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 수행문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는 유형이 청자를 발화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수행문으로 나타난다. 박해광(1999).
10) 예를 들면 르불은 이데올로기적 언어가 ‘무엇을 말하는가’와 관련하여 지시물의 창출, 의미의 전이, 이분법의 사용 등의 논리를 가짐을 지적한다. O. Reboul, 1992.
11) 케이시는 이를 ‘기업 어휘’(corporate vocabulary)로 개념화하는데, 이것은 기업의 제도적 실천과 연결되어, 기업의 실천을 정당화하는 어휘들을 의미한다. C. Casey, 1999.
12) 기업 내의 담론적 실천은 경영 이데올로기의 표현 및 이에 대해 개인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유지하려는 전략의 결합으로 이해될 수 있다. P. Thompson & D. McHugh(1990: 314); D.L. Collinson(1992: 26); C. Casey(1995: 92).
13) 여기서는 문장에 나타난 그대로의 일차적 의미를 그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계급적 선호를 구분하였다. 그 기준은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로 삼아, 기업가로 귀속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친경영자적 태도로, 이익을 노동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태도는 친노동자적 태도로, 그리고 단순히 사태를 ‘진술’한 문장은 중립적인 태도로 분류하였다.
14) 그러나 예를 들면, ‘생산성이 높아져 이윤이 생기면 노동자에게도 분배해야 한다’는 문장은 노동자에게 귀속되는 이윤과 경영자에게 귀속되는 이윤을 배타적인 것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노동자에게 이윤을 분배할 것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에게 대부분의 이윤이 귀속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영이데올로기의 영향하에 있다. 다만 이러한 암묵적인 이데올로기적 태도를 이 연구에서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었다.
15) ‘열사람의 원가절감이 한사람의 인원감축보다 낫다’, ‘원가절감으로 인한 인원감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가절감의 방법 중 인원감축의 방법은 옳지 않다고 본다’ 등 원가절감-인원감축의 관계에 대해 친노동자적인 수용태도를 보이는 경우에도 원가절감 자체에 대한 거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16) 문장들의 차별적인 분포는 어휘의 특성을 반영할수도, 혹은 인구학적 집단의 차이를 반영할 수도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직위, 직업계층 및 기업 등의 집단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 유의미하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에서 위에서 본 계급적 선호의 편차들을 잠정적으로 어휘의 특성에 따른 차이로 이해한다.
17) 이렇게 의미의 확장, 즉 함축의미의 형성 자체를 바르트(R. Barthes)는 신화(myth)로 이해한다. 즉 외연적 의미가 함축의미화하는 것에는 다양한 가능성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특정하게 발생할 때 이것은 신화가 된다. 바르트의 신화는 곧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니다. R. Barthes, 1995.
18) O. Reboul, 1994: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