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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6번 : [75호/알림-소식] 고비를 넘어 총파업의 깃발을 높이 들고 또다시 앞으로 |
글쓴이: 이호동 |
등록: 2002-03-20 00:00:00 |
조회: 1254 |
위원장 명동서신
고비를 넘어 총파업의 깃발을
높이 들고 또다시 앞으로!
존경하는 발전노조 5,600여 조합원 동지 여러분!
날로 더해 가는 정부와 사측의 횡포와 탄압에 맞서 당당히
투쟁하시는 동지들께 지도부를 대표하여 감사와 경의의 인사를
드립니다. 위원장인 저를 포함한 중앙지도부는 어차피
사법처리나 개인적 희생을 결단하였지만 지부 간부님들이나
조합원들에게 가해지는 정부와 사측의 비열한 탄압과 복귀공작을
보며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서울대에서 자랑스런 발전노동자들은 영웅적인 투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더 큰 투쟁,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을 위해
산개투쟁으로 전환하자는 조합원 전체 동지들의 뜻에 따라
조별산개를 명하였지만 솔직히 위원장인 저도 놀랐습니다. 저는
언제나 조합원 동지들을 믿고 있었습니다만, 현재까지 보여준
조합원들의 자발적이고도 강고한 파업대오 유지로 인해, 저의
이러한 믿음은 이제 단순한 확신의 차원을 넘어 신념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조합원 동지들의 뜻이라면 저는 어떠한 희생도
두렵지 않습니다. 동지들을 위해 저는 어떠한 일이라도 할
것입니다.
명동성당에서 좁은 천막생활의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시는
지도부 동지들, 추운 날씨 속에서도 24시간 지도부를 사수하고
계신 사수대 동지들, 남편과 아빠의 정당한 투쟁을 날마다
지지하고 응원하며, 천리길도 마다 않고 달려와 격려해 주시는
가족들 …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합원과
지도부가, 그리고 가족들이 한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결의와 단결이면 무서울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가족들이
명동성당의 경찰병력을 뚫고 들어오던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족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이 투쟁의
승리를 원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겨야 하며,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명동성당에 있으면서 저는 이 정권의 작태를 보고 겪으며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 정부와 사측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상식과 법을 무시한 채
온갖 공갈협박, 유언비어 유포, 무력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파업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산자부장관의 망언,
무차별적인 수배와 해고 협박, 가족에 대한 방문과 위협,
손해배상과 가압류 협박, 그리고 이제는 500만원이라는
현상금에는 경악을 넘어 슬프기까지 합니다.
왜 그들이 이토록 전례 없이 과격하고 몰상식하게 대응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요구인 “발전소 매각 방침 철회”를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우리의 이러한 투쟁이 현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철회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투쟁의
정당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을 넘어 각국의 노동단체
및 사회단체들이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항의전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찰에서
정보윤리위원회에 발전노조홈페이지를 폐쇄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각계 단체에서
항의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서 홈페이지 유지를 위한 구원의
손길을 뻗쳐 오자 그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습니다.
회사의 협박에 못 이겨 강제로 일하고 있는 과장을 포함해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는 분들이 보내준 투쟁성금이 오늘로
4,000만원을 넘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한줌도 안 되는 경영진 외에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정도의 단결을 유지하고
있는데 두려울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우리의 동료들을
믿는다면 우리의 정의로운 파업은 무조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5,600여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저는 이 파업이 이기더라도 중앙 지도부의 사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부문의 파괴력 있는
파업투쟁의 사례를 볼 때 위원장인 저는 상당기간의 실형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고, 또 각오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5,600여
조합원 동지들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저희 지도부를 믿어
주시기에 우리는 감옥을 안방처럼 여길 것입니다.
이틀 전 회사는 대화와 교섭의 중단을 선언했고, 오늘 새벽
중노위는 반노동자적인 직권중재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아침부터 사택내 방송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인 양 조합원의 복귀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사태의 본질은 인식하지 못한 채, 복귀율 올리기라는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그들의 참모습입니다. 발전소 매각 철회,
해고자 원직 복직, 경정비 도입 철회, 인원증원 및 충원,
경영자율권 쟁취 등 주요 쟁점은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 곧 새로운
투쟁지침이 하달될 것입니다. 5,600여 조합원 동지들은 강고한
투쟁의지로 어떤 지침도 수행할 마음의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어려운 산개투쟁, 건강 조심하시고 동지들의 마음이
평안하시기를 엎드려 빌겠습니다.
자랑스런 동지 여러분!
꼭 이겨서 만납시다. 투쟁!
2002년 3월 8일
역사적인 총파업 12일차를 보내고 있는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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