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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번 : [70호/노동자세상] 대송텍노동조합의 불법해고 철회․정규직화 쟁취투쟁
글쓴이: 박상훈 등록: 2001-10-10 00:00:00 조회: 1901

대송텍노동조합의
불법해고 철회․정규직화 쟁취투쟁


박 상 훈/대송텍노동조합 사무국장





안녕하십니까?
저희 대송텍노동조합은 지난 8월 10일자로 84명 전원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및 노동부, 국방부를 상대로 “불법해고 철회․정규직화 쟁취”를 요구하며 5주째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민영화된 공기업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근로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파견노동자 전원을 계약해지하고, 이에 반발이 예상되자 군․경찰력까지 동원하려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가 평생을 일하던 직장인 한국종단송유관(TKP)은 한반도에서 필요로 하는 군용항공유를 수송․저장하는 시설로서 포항에서부터 의정부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송유관으로, 69년 미군이 건설하여 직접 운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92년 미군이 소유권을 국방부로 넘기면서, 국방부는 그 운영을 SK에 위탁했는데 SK는 당시 미군속 신분이던 TKP노동자들을 전원 승계하면서도 이들을 용역업체 소속으로 하여 비정규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리고 99년 SK의 뒤를 이어 대한송유관공사가 국방부로부터 운영업무를 위탁받으면서, TKP노동자들은 또다시 대한송유관의 용역업체인 대송텍 소속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대송텍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는 전국 각지와 미군부대에 석유를 수송하는 업무며, 대송텍 노동자들은 송유관이 건설된 69년 이후로 길게는 20~30년 동안 동일한 업무를 해온 노동자들이었습니다.
TKP노동자들은, 용역업체는 대송텍, 위탁관리업체는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주는 국방부라는 다중의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92년부터 10년째 송유반에서 일해왔지만, 같이 일하던 아저씨는 69년 송유관을 건설하면서부터 길게는 30년 동안 TKP업무에 종사해 왔었지만, 결국 1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면서 심각한 고용불안과 지속적인 노동조건의 악화로 인해 작년 1월 14일 TKP노동자 84명 중 78명의 참여로 노조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송텍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용역업체이기에, 대송텍과의 단체협상을 통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대한송유관공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한송유관공사의 협조 없이는 대송텍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이지만 대한송유관공사는 자신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노조의 교섭요청을 묵살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대한송유관공사는 2배 이상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TKP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는데, 대한송유관공사와 대송텍 사이의 도급계약서에 의하면, 대한송유관공사는 용역노동자 1인당 238만원의 비용을 대송텍에 지급하지만, 대송텍은 TKP 노동자 1인당 평균 110만원 정도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대한송유관공사의 노조혐오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로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20년 이상 근속자의 경력도 1년차로밖에 인정 안하고, 1인당 1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중간에서 불법파견업체인 대송텍이 챙기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왔습니다.
우리는 대송텍 독자적으로는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대한송유관공사는 자신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노조의 교섭요청을 묵살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기에 지난 5월 23일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였고, 7월 19일 노동사무소는 대한송유관에 불법파견 판정과 더불어 7월 31일까지 “도급계약 해지 등으로 고용불안을 초래해서는 절대 불가하며, 직접고용 또는 민법상의 완전한 도급으로 시정할 것”을 명령했지만, 대한송유관은 2개월짜리 도급 계약서를 시정이라며 들고 나오는 작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항의로 노동부가 8월 3일 불법파견업체인 대송텍의 즉각 업무폐쇄를 명령하자, 대한송유관은 이제 파견노동자들을 모두 계약해지하고 그 자리에 대한송유관 직원 30여명을 전환배치시킨 것입니다. 나아가 노조가 불법파견 진정을 내 전원해고로 이어졌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노조에 책임을 떠넘기고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대송텍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등 사실을 왜곡하여 노노갈등까지 부추기는 파렴치함을 보였습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계약해지 소식을 전해들은 대송텍 노조는 “비정규직에게 해고나 다름없는 계약해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5일 저녁부터 회사에서 퇴근을 하지 않았고, 노조는 6일 송유관공사측과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 팩스를 통해 ‘(주)대송텍 근로자 불법집단행동대비책’(문서번호 TKP03000-277)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견했는데, 이 ‘대비책’에는 “계약해지 시한인 10일까지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10일 0시부터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전원 비상대기근무”하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또한 상황반, 대응반, 지원반, 후속지원반 등의 체제를 꾸리고 50명 이내의 인원이 남을 경우 경비용역직원과 본사직원을 정문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비책에는 5명 이내, 50~100명, 100명 이상 등이 남았을 경우 등으로 취할 조치를 명기하는 등 치밀한 사전조치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며. 또한 대송텍 노동자들이 저장소에 잔류할 경우 군부대 및 인근경찰서에 병력출동을 요청해 정문을 통제하고, 대송텍 노조원을 철수시키도록 하는 내용으로서 사장과 운영본부장의 서명이 날인돼 있습니다.
송유관공사는 ‘TKP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런 조치를 마련한 것이며, 10일 이후 작업장에 남으면 경찰과 군인이 투입될 것이다’라고 7일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군사시설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고 해서 쟁의를 제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직장을 잃지 않으려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반발에 대비하여, 군부대까지 동원하여 조기에 진압하겠다는 집단행동대비책을 만들어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습니다.
이같이 대한송유관공사가 불법파견의 책임을 지는 것은 고사하고, 직접고용 등으로 시정하라는 노동부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노동부 시정지시를 정면으로 위배하여 전원 해고를 자행했음에도, 이같은 시정지시를 내린 성남노동사무소는 두 손놓고 이를 방치해 사태악화를 초래했습니다.
성남노동사무소측은 시정지시를 내린 이상 할 일을 다했다며 “법적 근거가 없다”, “(전원해고는) 대한송유관의 당연한 권리다”라면서 자신들이 직접 내린 시정지시와 모순되는 발언을 하는 등 직무유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노동사무소장은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끼고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전원해고 사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지금이라도 노조가 상급단체를 배제한다면 자신이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라면서 완전 사용자의 편에 서있는 발언을 함으로서 사실상 대송텍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위원장 오길성)의 배제를 요구한 사실을 밝히고, 대한송유관공사의 ‘계약해지’ 책임을 결과적으로 노조에 떠넘김에 따라 8일 정수복 성남지방노동사무소장 등 3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한 상태입니다.

해고!!
이 단어가 아직까지도 현실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는 지난 십년 동안 맡은 직무에서 묵묵히 일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국장이지만 처음에는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파견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도 몰랐습니다. 우리 싸움의 원인은 고용불안에서 시작되었으니 불법파견을 시정하면 될 줄 알았지 해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출근하던 날 회사 정문을 지나며 가슴이 북받쳐 오는 설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동료들의 눈을 통해 보았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노동자의 현실인 것을 보았습니다.
노동자를 노예처럼 이리저리 사고 팔다 불필요해지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시킬 수 있는 법안(파견근로자보호법)을 합법화시킨 김대중 정권의 고용유연화정책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투쟁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인가는 200일 넘게 장기투쟁하는 한국통신계약직, 린나이, 방송사, 건설운송노조, 인사이트 등과 같이 연대하면서 보았습니다. 그들은 바닥난 기금으로 하루에 두 끼의 식사로 연명하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1차, 2차 상경투쟁으로 한푼 두푼 모아놓은 기금이 바닥난 상태입니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그 동안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모여 하나같은 마음으로 행동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각 지부 사업장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소한 이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사용자인 대한송유관의 부당해고 철회라는 목표를 두고 투쟁할 것을 8월 23일 위원장님의 삭발식과 투쟁선포식을 통한 결의로서 맹세를 하였고, 28일에는 5명의 동지가 경찰에 연행될 것까지 각오하고 국회에 진입하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9월 1일 오늘도 이른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집이 아니라 노조연맹 사무실 바닥이었습니다. 옆에는 가족이 아닌 직장 선후배들이 자고 있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직장의 선후배로 호칭을 불렀지만 이제는 동지라는 생소한 단어로 회의를 하고 투쟁을 하고있습니다. 이곳 저곳 집회장소를 돌아다니며 피곤에 지쳐 있지만 잠시 후면 누구 한 명 짜증내는 사람도 없이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국방부, 노동부, 대한송유관, 국회, 정부를 향해 우리의 요구조건을 전달하러 떠날 것입니다.
우리 대송텍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송유관은 즉각 대송텍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TKP업무에 원직복직시키고 그간 착취한 임금을 반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노동부는 자신이 내린 시정지시조차 강제하지 못해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하였음을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대한송유관공사가 이를 이행하도록 특별근로감독 등을 실시하고, 문제의 발언을 한 성남지방노동사무소장은 즉각 사퇴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방부는 군대투입설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TKP의 소유주로서 대한송유관공사가 대송텍 직원들을 직접채용하여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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