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의 ‘개혁’ 이데올로기(1)
김혜란 ∙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노사정위원회와 글로벌스탠더드
허은영 ∙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
- 노사정위원회와 글로벌 스탠더드 - |
김 혜 란/ 사무처장 |
1981년에는 부림사건 변호를 담당한 시국관련 변호사로, 87년에는 대우조선 이석규 열사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을 맡다가 3자 개입으로 구속된 노동변호사로, 다시 98년은 당 부총재의 자격으로 현대자동차노조에게 정리해고 최소화를 수용하도록 요구한 노동문제 중재자로, 노무현 대통령의 이력이 인권과 노동문제로 채워져 있다는 것 때문에 보수 일간지에서는 기존의 노동정책과는 대별된 매우 전향적인 친노동정책이 제출될 것이라고 방어태세가 한창이다. 과연 노동자에게 ‘순풍’이고, 자본가에게 ‘폭풍’인지, 아니면 그 거꾸로 인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선 이후 각종 기자회견,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제출, 정부출범 이후 ‘참여정부’의 비전 등을 통해 제시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지금까지 국민을 끌어들이기 안성마춤인 슬로건을 적지 않게 내놓았고, 지금도 내 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참여정부’ 또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등이다. 이런 것들이 그의 정치철학에서 나오는 것인지,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온 것인지, 정치기반이 취약해서인지는 일일이 따질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염두에 두고 분석해봐야 할 점은, 경제와 분리된 정치란 있을 수 없고 지배계급의 핵심전략은 국민을 향하여 어떠한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자본주의 체제의 유지에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무현이 보수주의자와는 구별되는 자유주의 개혁세력인 것은 맞지만 이미 그들도 한국 사회에서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한 분파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의 노동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국가의 노동정책에 종속된다고 할 수 있겠다. 부르주아국가의 노동정책은 기본적으로 ① 자본의 원활한 확대재생산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고, ② 노동력 재생산의 조건을 확보하며, ③ 궁극적으로는 노동자계급의 의식과 운동을 체제내에 통합시킴으로써 자본주의체제의 영속적인 재생산을 확보한다는 3가지 기본목표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1) 동시에, 단기 국면에서의 새로운 정책이나 슬로건은 누군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등장하게 된 정치, 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이런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노(盧)노믹스, 그것의 실현 가능성
재벌경제, 무조건적인 민영화, 노동배제적 구조조정 등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던 인사들이 다수 참여해서 구성된 인수위원회는 구성에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2) 특히 민주노총 출신 간부들이3) 대선 전부터 ‘노사모’에 가입하여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 왔고, 대선 직전 ‘개혁과 통합을 위한 국민연대’를 띄워 사실상 노무현 후보의 선거를 측면 지원해 왔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새정부의 노동정책을 친민주노총적 성격으로 강제할 것인가? 아마도 사태는 거꾸로 드러날 것이다. 기존의 정부들이 시종일관 취해왔던 반노동자적 정책을 이번 기회에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노선을 전환시키는 데에 힘을 집중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전부터 민주노총의 노선, 즉 투쟁노선에 강하게 문제제기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정리해고 반대 등은 비현실적인 투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노총이 대안 없는 근시안적 투쟁으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문제로 삼는 것은 정리해고도, 민영화도 아니고 오로지 방식에 있어서의 노동배제성이다.4) 구조조정은 결코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식이 노동배제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사회갈등을 심화시켰다고 본다. 이들은 노동배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는 점을 거부한다. 게다가 이렇게 된 데에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겉으로야 어찌되었든 이들은 구조조정의 본질이 노동에 대한 공격에 있고, 그 원인이 신자유주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아니, 신자유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하더라도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위기극복책이라는 점을 전제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생각의 저변에는 국가가 자신의 역할만 잘 한다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충분히 가능하고, 자본주의 시장제도 하에서도 얼마든지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안소니 기든스의 ‘제3의길’5)이 아마 여기에 해당되는 노선일 터인데, 김대중 정부가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키자마자 비교적 명확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조화’(민주적 시장경제론)를 국정지표로 제시한 것과 달리 노무현 정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정도로 뭉뚱그리고 있다. 이렇게 뭉뚱그리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의 후보로 당선되었지만 대선의 승리를 민주당의 승리로 표현하지 않고 ‘국민이 승리’했다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실 정치권에서의 취약한 기반이 그 하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의 노선이 김대중 정부의 노선과 별로 다를 게 없다면 그 노선이 가져온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구조조정 5년의 폐해를 우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노무현 사단은 김대중 정부의 초기노선과 후기노선을 의도적으로 구별하면서 초기노선(아마도 재벌정책)은 승계하되, 후기노선(아마도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은 배제하고 싶어한다. 김대중 정부가 대선 전 IMF와의 재협상을 주장했다가, 당선 이후 즉각 IMF의 요구를 자발적으로 수용한 마당에 초기가 어디고 후기가 어디인지 알 길은 없지만, 노무현 정부의 정책 전반이 기존의 정책과 뚜렷이 대별된다거나 대립되는 점은 거의 없다. 동북아 중심국가는 멀게는 김영삼 정부의 ‘북방정책’과 맞닿아 있고, 햇볕정책이나, 노사정위원회도 김대중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 물론 같은 정책이라도 상황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지금의 변화된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보다도 미-이라크 전쟁으로 확인되는 제국주의 전쟁과 북핵 위기일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신정부의 모든 정책과제, 특히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은 거의 100%로 영향을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의 요구가 내부적 동인만으로는 변경될 수 없었듯이, 현재의 정세변화도 한국 내부의 요인만으로는 변경 불가능한 것들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와 무언가 다름을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그 점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자의 말을 들어보자. 노무현의 정책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6)와 닮아있다고 설명하는 정태인 씨는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에서 활동했던 자인데, 이 글에서 ‘그’는 모두 노무현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태인 씨는 마치 노무현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어투를 사용하고 있다.
… 경쟁에 ‘공정한’(12대 국정과제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 들어간 것을 의미-필자)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철학은 이러하다. ‘공교육은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적 의료체계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지방대학과 지방산업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사회연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ꡑ… 그는 생각한다. ‘모든 시장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그러나 여기서 졌다고 해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사회연대란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장엔 패자부활전이 있어야 한다’ …
- 정태인 ‘사회연대와 시장경쟁의 조화’ 02. 12. 27. 이코노미21 130호
더불어 정태인 씨는 같은 글에서 새정부는 김대중 정부 초기의 재벌정책을 고수할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분배론자라고 지칭되는 것을 굳이 거부하지 않으면서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강조하며, 노사정 3자 합의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수도 있다는 내용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추구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 노선이 옳은 것은 확실하지 않냐고, 그러니 힘껏 밀어주자고 강하게 암시한다.
서유럽에서 제3의 길이 영국 노동당에 의해 추구되었든, 독일 사민당에 의해 추진되었든, 현실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수렴되었다는 사실, 김대중 정부의 정책이 한국형 제3의 길을 적용한 결과라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정책의 현실화를 개인의 의지에서 찾는 순박함에 놀랄 뿐이다. 그런데, ‘분배와 성장의 조화’도 성장잠재력 2%7)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고, ‘분배’의 강조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1차적 분배’를 의미하며, 그 다양한 일자리는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형태를 배제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신성장전략’이다.8)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분배와 성장의 조화’라는 이데올로기가 노동자에게는 어떻게 드러났는가이다. 이미 알다시피 IMF위기 직후인 98년에 성장률은 -8%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99년부터 매년 성장률이 급상승하여 세계경제의 불황 속에서도 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마이너스였건, 플러스였건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고성장 속에서도 저분배는 언제나 가능했고, 저성장 속에서의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더욱 공공연한 것이었다. 노동과 자본간의 힘관계에서 자본이 우위에 있는 한 이 사태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축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핵심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이다. 물론 이것 역시 새롭지는 않다. 그 수단으로 노사정위원회를 상정하는 것도, 중층적 협의구조를 갖겠다는 것도 김대중 정부의 정책과 동일하다. 그러나 과거와 큰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민주노총에 대한 태도이다. 김대중 정부도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수동적 자세였다. 하다 안되면 한국노총만으로 끌고간다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노무현 사단은 한마디로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 공세적 태도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나름대로 자신의 논리가 있다. 물론 이 논리는 과거 민주노총에서 활동하던 자들의 머리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다.
‘과거와 같이 노동조합을 갈등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노동조합은 국가경쟁력의 훌륭한 동반자일 수 있으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구축된다면 엄청난 사회발전의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합의구조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데에는 노동측의 또한 주체인 민주노총이 불참했기 때문에 합의의 실효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이 불참한 외부적 요인은 따로 다루더라도, 내부적 요인은 민주노총의 노선문제인데, 한마디로 과격한 전투성 때문이다. 투쟁을 통한 요구의 관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전투주의는 노동조합의 활동에도 맞지 않고, 구시대적 발상이다. 그런데 이 전투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대기업노조들이다. 게다가 이 대기업들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전투성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신의 경제적 이해만을 위해 움직여 왔기 때문에 내부로부터도 대기업 이기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러니, 대기업노조의 전투적 경제주의 노선은 전환되어야 마땅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달리 판단하면서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되어있는 제도들은 뜯어고치고(정리해고제 완화), 비폭력 불법파업은 구제하되, 폭력파업 필벌로 투쟁성을 제거하여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구축하겠다’
이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것을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도록 다양한 유인책은 쓰겠지만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노선은 민주노총의 탈정치화다.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노무현 정부는 후보 시절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의 노동위원회 노동정책 기조로 ‘일할 맛 나는 사회: 노동자에 대한 희망의 약속’을 타이틀로 하여 △보람 있는 일자리의 창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축 △삶의 질 향상을 제시했었다. 당선된 뒤에는 03년 1월 7일 인수위원회에서 10대 국정과제를 선정․발표했고, 며칠 뒤 11, 12대 과제가 추가되어 최종 12대 국정과제로 정리되었는데,9) 이때 마지막 11, 12대 과제로 추가된 것 중 하나가 현재 노동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른 ‘새로운 노사협력체제의 구축’이다. 이 정책은 취임이후 정부명칭을 ‘참여정부’로 정하면서 후보시절의 표현으로 돌아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동시에 1)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구축, 2)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쉽 형성, 3)자율과 책임의 노사자치주의 확립, 4)근로생활의 질 향상, 5)노동행정 서비스의 역량 확충, 6)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으로 세분화되어, 그 밑에 구체적인 목표를 제출하고 있다.
유일한 카드 ‘노사정위원회 부활’
이 여섯가지를 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크게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앞의 세가지와 다섯 번째 것은 사실 하나로 엮여지는데, 이것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핵심 내용이다. 즉,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는 법과 제도를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여 가능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끌어올리되(노동기준의 세계화, 국제화), 대표성 시비를 사전에 잠재울 수 있도록 노사주체의 확립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산별교섭 주체 구성유도), 사회적 합의기구를 중층적으로 만든 뒤(지역,업종,산별노사정위/기업별교섭,산별교섭,노사정위원회), 향후 노사문제는 법과 제도의 원칙하에 합의기구에서의 대화와 타협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자율과 책임의 노사 자치주의인데, 여기서는 노(勞)도 사(社)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정부는 ‘작은 정부’를 과감히 버리고 ‘적극적인 정부’가 되어 제도와 관행이 정착될 때까지 노사문제의 사전예방과 행정지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연장선에서 3월 14일 청와대에 정무수석이 팀장을 맡는 ‘노사관계 TF팀’을 구성하기로 결정되었으며, 향후 노사관계 TF팀은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청와대의 창구역할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노사정 협의틀’에 대한 정책과 연구를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중앙 조정능력을 강화함으로써 효율적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시장을 보완하고, 자본은 노동배제에서 노동참여로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수정하고, 노동은 투쟁에서 협력으로, 대결에서 대화로 노선을 전환해야 된다는 주문이다. 물론 이 변화와 역할분담의 가장 긴급한 목표는 국가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외자유치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여 당장 중국으로 몰리는 국제자본의 물꼬를 한국으로 돌려내는 데에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기능이 작동될 수 있도록 각종 경제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시키는 데에 있다. 역시 그때의 글로벌 스탠더드란 ‘세계화’를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축과정에서 정부가 의도하는 바는, 노동정책을 만드는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노동연구원 황수경 씨의 글10)을 통해 보다 자세히 확인된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노사관계 제도와 규칙을 확립하고 사회적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노동정책의 기본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 현재의 노사관계는 지나치게 대립적이며 사용자는 권위주의적, 관료적 노동통제와 경영관을 고수하고 노동조합은 분배교섭 중심의 교섭관행에 매몰되어 투쟁적 관성과 사고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는 물론 노동조합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기본인식이다. 노무현 정부는 몇가지 측면에서 노동조합에 노선 수정을 요구할 것이다. 타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지나친 투쟁주의, 노동자간 형편성과 연대라는 보편적 선을 외면한 경제적 이기주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민주노총 노선을 ‘전투적 경제주의’로 규정하는 언사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는 ‘전경련’과 ‘민주노총’을 모두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노 대통령이 당당하게 “나는 노동계에 빚진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새정부에선 노사정위를 포함한 다양한 협의채널을 마련해 노동참여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는 박태주의 오만한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전에 김대중 정권이 보여주었던 정치 수사적 제스춰마저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개혁’ ‘국민통합’ ‘참여’의 이름으로. 때문에 ‘참여정부’나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등은 대중적 노동운동의 강화와 확장에 기여하기보다는 노사합의적 구조조정,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에 노동자가 나서도록 강제하는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욱 높다.
반면, 네 번째와 여섯 번째는 고용안정과 상대적 빈곤계층의 보호를 중심의제로 다루고 있다. 그 방법으로는 ‘참여복지’를 핵심으로 사회적안전망을 확충하여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학교교육제도, 중소 벤처기업육성, 고용안정센타 등을 이용해 ‘실업 없는 이직’이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참여복지는,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을 하면서 복지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자율적(?) 의사에 따라 고용형태, 휴가제도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지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참여’다. 실업 없는 이직은 일명 ‘취업의 유연화와 해고의 유연화를 연계’시키겠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이는 대신(사실상 하향평준화) 다양한 고용형태를 기정사실화하고, 해고를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매년 5~10만개의 유용한 일자리 창출은 벤처산업 붕괴에서도 드러났듯이 별 현실성이 없는 것이고, 실직 없는 이직 역시 턱없이 부족하고 부실한 사회보장제도의 상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는 것은, “취업의 유연성과 해고의 유연성을 연계시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나가겠다는 발상과 대기업 노조와 중소영세기업 노조 및 노동자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으로 압축된다. 한마디로, 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익을 보전하고 전체적으로 노동유연성을 높이겠다는 발상인데, 이것은 이미 수차례에 걸친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노골적으로 표현된 바이다. 노동유연화, 임금비용 저하, 효율적 노동통제를 목적으로 한 정부/자본의 전략이 비정규직 확대,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양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정규직 노동자가 원인제공자로 되어 공격의 화살을 받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비용은 정부나 자본이 별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면서, 또다시 노동유연화는 확대되는 정책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본이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현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규직의 권리를 먼저 토해내라는 억지춘향의 논리도 문제지만, 정리해고제를 더 완화하는 것에 동의할 정서도 아니다. 취업과 해고를 연계시키자는 발상도 당장은 실현 불가능하다. 게다가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에는 구조조정 5년의 폐해에 따른 노동자․민중의 분노가 반사이익으로 투영된 점이 없지 않아서 이렇게 밀어붙였다가는 노무현식 ‘개혁’이 곧 파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노동정책의 모든 핵심은 ‘노사정위원회’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핵심에 ‘민주노총의 가입여부’가 놓여 있다. 또다시 파탄날지언정 최대한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원회에 가입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그것 외에 사실상 노무현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동정책의 카드는 없다. 그래서 초기에는 그동안 민주노총이 원하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하겠지만 빠른 시일내에 민주노총을 입맛에 맞게 순치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한다. 민주노총이 순치되지 않으면 수용의 폭은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민주노총의 요구는 수준만 약간 조정하면 노무현식 ‘개혁’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최근에 노동부 장관의 직접 개입에 의한 배달호 열사 사건 합의, 비록 2권에 머물고 있지만 공무원 노조 합법화 수용의지 표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3월 시한 단속 무기한 연기, 고용허가제 연내 도입 등의 가시적 조치가 시대착오적 투쟁노선의 전환과 함께 등장하는 배경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당장 떨어진 노동관련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노동자 계급의 관점으로 노사정위원회를 다루지 않는 한 노사정위원회를 둘러싼 논쟁에서 우위를 담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 ‘들어가도 투쟁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가시적 조치를 전제하고 전술적으로 활용하자’, ‘협상은 노동조합 고유의 활동이다’ 등 참여와 불참을 놓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노사정위원회가 던지는 문제는 더 이상 노동현안의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노사정위원회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노동자 생존권과 자본가 이익 사이의 교환이 전제된 제도로서 하나는 유리하고 하나는 불리한 제도를 동시에 의제로 다루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전술적 참여와 전술적 퇴각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노사관계는 대화와 타협으로 가능하다고 믿고 들어가는 것과 자본주의에서 노자 간의 적대적 관계는 불가피하지만 전술적 방어나 공격을 위해 참여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참여는 명백히 전자의 개량주의가 득세하는 과정에서의 참여가 될 것이고, 그리하여 지금까지의 민주노총 노선을 총체적으로 전환하는 첫출발이 될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노동자 내부의 분열과 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먼저 움직임으로써 개량주의자들로부터 제기되는 노사정위원회의 필요성을 스스로 제거하고, 노동조합의 성격을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동력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노사정위원회를 둘러싼 지금과 같은 논쟁은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선의 추구’를 인정하고 노동자를 사회의 한 특수한 부류로 협애화시키면서 ‘국민’을 마치 모든 계급과 계층을 포괄하는 실체적인 총체성의 개념으로 보는 관점, 자본주의 체제의 ‘룰’을 인정한 상태에서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협의기구에 참여하여 점진적 ‘개량’을 이룸으로써 노동자들의 본질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개량주의적’ 환상을 극복하지 않는 한 되풀이될 논쟁이다. 국가는 노동조합을 포함하여 대노동정책을 펼치지만, 노동조합은 국가를 상대로 한 대국가정책이 없는 현실이 문제의 근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노무현 정부는 ‘참여와 협력에 기초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자 그동안 관련 노동법을 개정해 왔지만 아직까지 일부 조항이 국제기준(global standards)에 미달하고 있다는 지적을 국내외로부터 받고 있어 국가이미지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 노사분규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1월 17일 CNN이 전 세계에 생중계 하는 가운데, ‘주한 미국․EU 상공회의소 공동 초청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노 당선자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질서와 원칙’을 강조하면서 “한국 경제의 기본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갈 것이며, 이를 위해 시장과 기업, 행정규제, 외국인 투자, 노사관계 등에 대한 지속적 개혁”을 요구했다. 이후 각종 문서에는 노사관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공무원 노조문제를 거론하면서 덧붙여 직권중재 제도 문제, 필수공익사업장 범위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사례가 노동쪽에 유리한 것만 언급되어서 마치 글로벌 스탠다드가 노동쪽에 호의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는 99년부터 심심찮게 논의되던 주제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모든 분야에서 자본측이 더 강조해 오던 바이다.
전경련이 주장하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을 보면 한도끝도 없다. 생리휴가제 폐지, 초과근로할증율 25% 인하(ILO기준), 1년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법정퇴직금제도의 폐지, 파업시 당해 사업장 밖에서도 대체근로자 채용 허용(선진국 일반기준),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조정하여 항공운송사업 포함(ILO기준), 정규직 정리해고제 완화(정규직 인력조정의 유연성이 OECD 27개국 중 26위), 공공부문 민영화(세계적 추세) 등등 임금, 노동시간, 고용 등 모든 분야에서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이 50%를 넘어선 부분에서만 유연화를 제고하겠다는 것이고, 기타 모든 부분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표현속에 조정가능성만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그 기준이 ‘세계화’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고, 노동력 재생산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통한 일자리의 창출은 이미 고용창출의 전제로 고용 유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기업연금제의 도입, 정부안을 토대로 한 노동시간단축 입법추진 등을 놓고 보았을 때도 달라질 내용은 없다. 다만, 대량의 급격한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줄어든 정황을 십분 활용하여 노동쪽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신자유주의 정책에 확실하게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철학을 압축적으로 정리해 보자.
‘신자유주의는 문제가 있지만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는 속에 적응력과 생명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통합과 시장개혁은 필수적이다. 우리의 지향은 사회통합적 구조조정과 시장에 의한 점진적 구조조정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비록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가 만만치 않지만 정부의 적극적 노력에 따라 ‘시장’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만 이루어진다면 그 어느 것보다 효율적인 제도임이 틀림없다. 그것을 위해 정부는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한다. 더불어, 경제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구축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노, 사, 정 각각의 잘못도 있지만 무엇보다 노사간의 극단적 대립에 있다. 이것이 우리의 성장을 저해하는 여건이기 때문에 노사개혁이 시급하다.’ 이것이 노무현 식 개혁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의 노동계 이력서, 민주노총 출신자들의 노무현 노동정책 자문 등을 근거로 노무현이 친노동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점치거나, 5년 전처럼 인수위 경제2분과가 아니라 사회분과에서 노동문제를 수렴했다는 이유로 시장중심에 입각한 정책접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현상과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물론 보수적 신자유주의자들에 비해 개혁적 조치를 취할 수는 있겠지만,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 역시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 정책수단으로서의 위상을 넘지 못한다. 이것은 노무현의 한계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문제의 핵심에 노동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분과로의 위치 이동은 하나의 이데올로기,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계급통합은 가능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는 기제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98년 이후 이미 노동진영 내에서 떠돌던 노선이 정부의 입을 빌어 나왔다는 사실만 다르다. 그속에 ‘진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형식적 민주주의에서건 실질적 민주주의에서건, 현실성이 있건 없건, 과거보다 한 단계 진전된 정책을 제출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그 스스로가 국민동원방식을 활용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5년의 결과를 어떤 형태로든 짚고 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혁’의 약발은 예상치 않게도 미국-이라크 전쟁으로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1) 김세균, ‘6공의 노동정책과 노동운동’, ꡔ한국 노동자․민중정치ꡕ
2) 학계쪽은 김대환, 정이환, 엄규숙, 정태인 등이 노동정책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김영대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박태주 전 전문노련 위원장, 심일선 전 민주금융연맹 위원장, 장운 전 대학노련 위원장, 김호선 전 공공연맹 공동대표, 노항래 전 공공연맹 정책부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금수 민주노총 자문위원이자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4) ‘노 당선자의 노동정책에서 핵심은 사회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한 노동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로 출범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사회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박태주 전문위원도 이 대목을 강조한다.ꡒ앞으론 여론정치가 활성화하지 않을까 싶다. 현 정부의 문제는 노동배제적 구조조정에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선 노사정위를 포함한 다양한 협의채널을 마련해 노동참여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할 거다”’, 「노무현시대 盧노믹스/ ① 노동정책」, ꡔEconomy21ꡕ 133호.
5) “안소니 기든스에 의하면, ‘제3의 길’은 ‘현대화 도상의 사회민주주의’, 즉 사회민주주의적 프로그램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복지국가적 사회민주주의와 시장만능 지향의 신자유주의 사이의 중도노선으로서의 제3의 길은 세계화와 지식경제의 부상이라는 ‘쌍둥이 혁명’에 대응하면서 사회정의․연대․평등․공생이라는 전통적 좌파 가치와 이상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의 활력을 적극 수용하는 경제개혁, 민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정부개혁, 그리고 국가와 시장의 동반자적 관계로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려는 정치적 기획으로 ‘제3의 길’을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기든스는 제3의 길이 단지 선거용 정책프로그램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기획된 신좌파의 이념이라고 강조한다.” 최형익, 「16대 대선과 이데올로기-분석과 전망」, ꡔ현장에서미래를ꡕ 2003. 2월호.
6)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로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경제자문협의회 위원장을 지냈고, 세계은행(IBRD) 수석부총재를 역임한 자로, IMF가 아시아의 외환위기에 고금리 정책으로 대응한 것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개도국에 그러한 정책을 강요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물론 그는 ‘세계화’는 세계적 빈곤의 심화라는 부정적 측면을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큰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활동적인 세계 민권 사회를 이룩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세계화’노선을 폐기해서는 안되고 IMF, IBRD 등이 정책을 변경시키도록 강제된다면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구성될 수 있다고 본다.
7) “적절한 소득분배를 통한 국민통합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3% 더 높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무현 후보자 연설내용 중.
8) “‘신성장전략’이란 실질성장률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자체를 제고시키기 위해 일자리 창출 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 및 동북아․남북협력을 통한 특수 창출과 함께, 노사관계의 안정과 협력 정착, 인적자원의 고급화와 효율적 활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분배 개선이 성장촉진적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분배정책을 통한 분배개선보다는 1차적 분배가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학습 및 직업훈련을 통한 인적자원의 고급화와 좋은 일자리(decent job)의 대량 창출, 공정한 보상 및 참여기회의 확대 등 1차적 분배의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강구될 것이다.” 황수경,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의 비전과 과제」, 산업노동학회 심포지움 발표글, 2003. 2.22.
9) 인수위원회가 제출한 12대 과제로는, ①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②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③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④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과 신성장전략, ⑤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⑥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의 구현, ⑦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 실현, ⑧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⑨부패 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 ⑩정치개혁의 실현, ⑪새로운 노사협력체제 구축, ⑫개방시대의 농어민대책 등이 있다. 이것은 취임 이후 정부의 명칭이 ‘참여정부’로 결정되면서 ①이 외교, 통일, 국방 정첵과제로, ⑧, ⑨, ⑩이 정치, 행정 과제로, ②, ③, ④, ⑫가 경제정책 과제로, ⑤, ⑥, ⑦, ⑪이 사회, 문화, 여성정책 과제로 묶여서 최종 국정과제로 제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개혁’은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으로, ‘새로운 노사협력체제 구축’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로, ‘개방시대의 농어민 대책’은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10) 황수경, 위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