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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번 : [86호/특집]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과 노동운동의 대응
글쓴이: 정영섭 등록: 2003-04-10 00:00:00 조회: 1724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계획과 노동운동의 대응

정 영 섭/ 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1.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계획의 개요
2002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제시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구상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4월에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마스터플랜)을 마련하였고, 7월에는 이에 대한 ‘정부시안’(세부실행계획)을 제출하였다. 이 계획에 따라 ‘경제특구법’이 상정되었는데, 각 지역의 이해에 따른 로비와 노동계의 투쟁으로 몇 가지 조항이 수정되어서 ‘경제자유구역법’이라는 명칭으로 11월 국회를 통과하였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중 시행령을 만들고 경제자유구역 위원회와 기획단 등을 설치하여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위원회’도 4월경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인수위를 거치면서 명칭이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로 변경된 계획의 핵심은 인천, 부산, 광양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국제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과 싱가폴, 홍콩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의 대변자들은 이미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푸동(浦東)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육성한 결과 GM, IBM, GE, 필립스, 알카텔, 시티뱅크 등 70여 개 다국적기업이 진출하는 등 성과를 낳고 있고 상하이는 금융.․비즈니스 중심지로 커가고 있다며 칭송한다. 또한 도시형 자유무역항인 싱가폴과 홍콩이 수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가장 빠르고 직선적인 금융화에 돌입하여 마련한 계획인 ‘비즈니스 거점화전략’(홍콩, 1997), ‘인더스트리얼 21’(싱가폴, 1998)을 모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만이 생산기반을 중국으로 옮기고 스스로는 ‘아태지역 운영센터’가 되려는 계획 역시 참고해야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시아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마당에 자칫하다가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도 그와 유사한 계획을 빨리 실행에 옮겨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자본가 집단, 재벌 연구기관 등과 함께 고심해서 제시한 안은 물류중심지, 첨단산업 클러스터, 금융․비즈니스 중심지 세 가지이다.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 첨단산업,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 ‘경제자유구역’이라 이름 붙인 특구에서 외국인투자기업에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소득세, 법인세 등 각종 조세를 감면해주거나 노동, 환경, 여성 등 분야에서 규제완화조치를 보장하고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서 개방을 해주는 것이다.
물류중심지 계획은 부산, 광양항과 인천 국제공항이 주된 대상이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화물처리 실적이 세계 3위이고 인천공항도 동아시아 4대 공항 중의 하나라는 측면, 그리고 이 곳을 경유하는 화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이 현실적 근거가 된다. 여기에 덧붙여 화물처리 뿐 아니라 포장, 조립, 가공 등 기능과 무역, 금융, 보험 등 서비스 기능을 결합하는 ‘고부가가치 물류서비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남북철도 연결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가 제안되고 있는데, 이는 막대한 건설 비용과 험난한 정치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실성은 약한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는 물류중심기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첨단산업 클러스터―클러스터란 특정지역에 모여서 긴밀한 상호관련을 갖는 생산집단을 의미― 계획은 IT나 바이오 산업 등 소위 첨단산업을 특정지역에 육성하여 기업과 대학, 정부연구소 등을 결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금융․비즈니스 거점화 전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세금감면이나 노동규제완화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재벌들을 우선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보다 핵심적인 계획은 금융․비즈니스 중심지 계획이다. 금융세계화 시대에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은 금융부문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세계적인 추세는 외환,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 중심지도 각국의 경제수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비즈니스 중심지 계획은 각종의 기업서비스와 국제금융 관련 서비스를 갖춘 국제금융센터를 건설하여, 초민족자본의 동북아지역 지사와 금융기관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 초민족자본의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각종 금융규제를 최소화하고 경영, 생활환경을 갖춰주겠다는 것이다. 법률서비스, 편리한 교통과 통신, 영어사용, 교육․의료개방, 유연한 노동시장, 환경규제완화 등이 그것이다. 자본의 편리를 위해 노동자 민중의 근본적 권리를 침해하고 삶에 커다란 피해를 가져오는 계획인 것이다. 금융․비즈니스 중심지는 국가의 경제수도 내 중심 업무지구에 위치하는 것이므로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은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이다. 2003년까지 기본적인 법제도를 마련하고 201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그 이후 전국화 한다는 일정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 역시 이에 대해 일회적인 대응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노동자․민중의 미래를 놓고 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2. 각 지역별 추진현황
정부의 구상이 발표되자마자 각 지자체에서는 앞다투어 자기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기 위한 각종 연구용역, 로비활동에 돌입하였다. 인천을 필두로 하여 서울, 광양, 부산, 경기, 전북 등 거의 모든 지역이 달라붙고 있다.
서울은 서울시가 민주노동당 심재옥 의원에게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이미 정부에 상암동과 광교, 청계천, 여의도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하였다. 상암동은 디지털미디어산업, 광교, 여의도는 금융중심지, 청계천은 비즈니스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미 2002년 12월에 ‘디지털미디어밸리 국제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위한’ 한국외국기업협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인천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미 작년에 경제자유구역준비기획단을 구성하였고 올 하반기에는 경제자유구역청을 설치할 계획이다. 송도매립지는 국제업무․IT중심지로, 서북부매립지는 화훼, 레저, 금융단지로, 영종․용유지역은 항공물류, 관광단지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천시는 작년 3월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더 게일 컴퍼니’와 포스코 건설합작회사에 송도 167만평 토지 및 개발권을 127억달러에 팔았다.
경기도는 2003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평택항과 그 배후지를 생산, 물류, 유통 복합단지로 조성하고 파주를 비롯한 북서부권은 물류와 관광 특구화, 인천항, 시흥, 안산으로 이어지는 생산산업 특구화, 수원, 화성의 바이오산업단지화, 경기도부권은 외국인 전용 생활여건 지역화 등 거의 모든 경기도 지역의 경제자유구역화를 계획하고 있다.
광양의 경우 대중국 동북아 화물 중심의 해양물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하여 광주의 광(光)산업, 여수의 석유화학, 철강 등을 경제자유구역화하여 서남권 신산업거점을 형성하고 남해안을 국제 관광거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경우 물류와 부품소재 단지로 조성해 북쪽은 울산, 서쪽은 사천단지로 연결해 동남권 비즈니스 집적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서부산지역과 센텀시티 지역을 경제자유구역 지정하여 지식기반 산업분야의 외국기업, 외국인 투자 제조기업의 본사 유치, 테마파크 등 레저․스포츠산업의 유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3.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 비판
1) 그들 말대로 경쟁력과 실현가능성이 있는가?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과 이에 따른 경제자유구역 구상은 이렇게 겉으로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돈을 벌어 보자는 계획이다. 이는 더 이상 국민국가 차원의 경제발전을 기획하기 어려워진 남한 자본주의체제의 구조적 위기와 한계를 화려하게 정치적으로 포장한 것으로, 이전에 김대중 정권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중장기적인 모양새로 손질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여전히 ‘발전’이나 ‘산업정책’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국가가 명시적인 경제성장의 조건과 목표, 방향을 확립한 가운데 산업의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민경제적 발전을 달성해 가는 좁은 의미의 ‘산업정책’과 ‘발전국가’ 모델은 시효가 만료된 것이다. 97년 IMF 공황은 그 최종적 파산이며 그 이후 김대중 정부 5년은 살인적인 구조조정으로 금융화된 세계체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해 들어감으로써 한국은 적극적 ‘자본유치국가’로 변화했다. 따라서 이제는 파이를 키워서 불평등하게나마 이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세계화에 통합된 몇몇 거대기업의 생존만 보장되고 특정지역의 특정계층에만 그 떡고물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 경쟁력과 실현가능성 역시 극히 의문스럽다. 금융․비즈니스 중심지 방안은 중국, 홍콩, 싱가폴 등과 경쟁해서 초국적기업의 아태지역 본부를 유치하겠다거나, 중국으로 들어가는 자본의 관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초국적기업이 지금까지 입지한 장소를 버리고 굳이 우리나라를 택할 이유는 별로 없으며, 중국에도 한국을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100대 기업중 동아시아에 지역본부를 둔 44개 기업 가운데 단 하나만이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첨단산업 중심지 방안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동북아 부품 및 중간재 공급기지화, 동북아 연구개발 센터화, IT등 첨단산업 유치 등인데 이 중에서 실제로 국내 산업과 고용에 관련된 긍정적인 내용은 없고, 굳이 얘기하자면 일본에서는 인건비가 비싸 생산하기 어렵고 중국에서는 기술력이 부족해 생산하기 어려운 일부 품목에 대한 ‘틈새시장’ 전략일 뿐이다. 그리고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는 장점과 홍콩, 싱가폴 등이 산업기반을 포기한 채 철저히 중국시장을 향한 교두보로 변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별로 분명한 장점이 없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에게는 당연히 파괴적인 위협이고, 자본측에서 보더라도 이는 불안정한 생존전략이다. 그런데, 경쟁력과 실현가능성의 불확실성은 현실에서 자본에게 더 획기적인 혜택을 줄 것을 요구한다. 보다 파격적으로 퍼주기를 해야 외국자본이 들어올 것 아니냐는 것이다.

2) 외자유치는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자본이 들어올 것인지도 의문이거니와 과연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근본적으로 의심해보아야 한다. 남미의 경우를 보면 대책 없는 개방정책으로 경제주권이 완전히 상실되었으며 이는 반복적인 경제위기로 드러났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편입해 들어가면서 외환위기를 맞이하였다. 즉,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를 불안한 세계경제에 종속시킨다는 의미이며, 자본의 흐름에 대한 적절한 통제책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DJ정권의 외자유치 자유화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상당히 늘어났지만 ‘공장을 짓고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이른바 ‘그린필드 투자’는 거의 없었다. 2001년만 해도 3천여 건의 투자 가운데 이런 경우는 한 건에 불과하다. 유사 그린필드 투자까지 포함해도 전체의 10%에 불과한 현실이다.
한편 경제자유구역에 입주 가능한 외국기업의 기준이 주식 10% 이상만 외국인이 보유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거의 포함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본의 천국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4. 노동자․민중의 기본적 권리가 지켜지는가?
노동권의 경우 가장 큰 것은 파견법 문제이다. 현재에도 불합리한 파견법으로 인해 불법파견이 판치고 파견노동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경제자유구역은 그 내에서 파견제를 전문직종 뿐 아니라 제조업․서비스업 전반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근기법상의 유급휴일․월차유급휴가 및 유급생리휴가 등을 무급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노동쟁의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경우 경제자유구역법에서는 외국자본 및 외자기업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던 각종 환경관련 인․허가의 완화 및 일괄 타결 등 세계화 경향 이후 지속적으로 각국에서 나타났던 환경파괴의 우려를 반복하고 있다. 또한 외자유치를 위해 환경규제 완화를 보장할 뿐 환경파괴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 각종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특히 총 30개의 법에 걸쳐 허가를 우선하는 항목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형태로 진행된다면 그간 산업단지 등에서 제기되었던 각종 환경문제가 전면적으로 발현될 것이다.
교육과 관련해서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학교 법인이 초중등 및 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어있다. 초중등교육의 경우 공교육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주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개방을 용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정부는 앞장서서 공교육을 팔아먹고 있다. 또한 과실송금 허용, 투자한 재산의 소유권 보장, 정부의 자금지원과 부지 공여, 국제고등학교 설립, 외국인 교원 임용 등은 영리목적의 교육기관 난립을 부채질하는 것이며 교육노동권의 심각한 유린을 포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보건의료의 부분도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약국 설립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영리 의료기관이 설립되어 본국으로 송금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은 상업적 보건의료체계가 전면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 기관을 건강보험의 요양기관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결과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교육과 의료 부문은 WTO 서비스 협정과 관련한 개방과 맞물려 있어서 더욱 큰 파장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는 기업이 장애인과 고령자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1) 경제자유구역은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는가?
동북아중심 국가건설의 방안으로서의 경제자유구역은 출발부터 ‘전국화’를 목표로 한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추진과정에서 연구용역을 맡았던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의 개념적 특징은 “세계적 경쟁력 추구, 기업국적 불문, 국가차원 추진”을 내용으로 하고, “1국 2체제로 출발해서 전국으로 확산”, “2010년 이후 특구내 기준의 전국화”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일부 지역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은 집중해서 키우겠다는 것이지 거기에만 한정하겠다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자본측 대변자들이 주장하는 것도 외국의 경제자유구역 성공사례들이 대부분 국가 전체를 경제자유구역화 했다는 것이다.
지금 나오는 계획도 말만 인천, 광양, 부산 등이지 실제로는 서해안, 남해안 대부분의 지역과 그 배후지로 제시됨으로써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하고 있고, 특정 지자체에서 신청하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되어 있어 어떤 지역이든지 지정될 수 있는 것이다.

2)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가?
흔히 드는 논리의 하나가 경제자유구역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지방의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하게 되므로 자연히 지역발전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순진한 발상이거나, 철저한 거짓말에 다름 아니다. 왜냐하면 IMF 이후 지역경제는 철저하게 무너졌는데, 그것은 경제가 금융화되면서 그 중심지인 서울 수도권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이러저러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나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 것이 지난 5년의 세월이 아니었던가. 금융세계화된 세계경제는 날로 활동의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고도의 서비스활동과 정보통신시설이 집중된 ‘세계도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은 이 경향을 더 부추기면 부추기지 완화시키지는 못한다. 오히려 도시간 격차가 확대되고 도시 내부적으로도 격차가 커질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우리지역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라’는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성과주의거나 아니면 절박함의 표현일 따름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지역균형발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


5. 노동운동은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이제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대응은 단지 경제자유구역법 시행 과정에서 개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법 철폐를 내걸고 노무현정권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방안의 반민중성을 선전․선동하고 광범위한 저항을 조직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선, 누구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인지 그 허구성을 철저하게 폭로해야 한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경제자유구역은 앞서 살펴 보았듯이 민중의 생존과 거리가 먼 특정지역, 특정집단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본이 국제적으로 돈벌이를 하는데 좀 더 잘 벌어보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것은 국내외 (초국적) 자본들이다. 그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 숱한 규제완화 조치들이 수행되고, 노동권, 교육권, 환경권과 같은 민중의 기본적 권리들이 후퇴되는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법(및 시행령) 폐기 투쟁을 해야 한다. 작년에 비록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되어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법 폐기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상반기에 닥쳐 있는 시행령 저지 국면에서 이를 전면화시켜낼 수 있어야 한다. 지역차원에서도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반대하는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한번 경제자유구역이 물질성을 가지게 되면 그 폐해를 낳는 기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자본이 10년에 걸쳐 계획적으로 이를 추진한다면 노동운동도 장기간에 걸쳐 끈질긴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설사 법안을 폐기시키지 못하고, 시행령을 저지시키지 못하더라도 경제자유구역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민중의 피해에 대해 언제라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미래를 초국적자본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그리고 세계민중과 연대해서 WTO 개방, 자본규제완화를 반대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개방과 자유화, 세계화의 흐름과 동일한 맥락이다. WTO 개방, 신자유주의 세계화 문제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 모든 민중의 문제이다. 이미 금융세계화는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 지역의 문제가 다른 지역에 연쇄반응을 일으키게되면서 각국 민중의 삶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전 세계 사회운동 역시 이러한 연관을 체감하고 활발하게 연대하고 있다. 이미 2차 대회를 치른 세계사회포럼은 WTO, 자유무역협정, 자유무역지대, 공공서비스 사유화, 환경파괴, 여성착취 등에 대해 광범위한 운동진영을 결집시키고 있다.
올해도 3월 WTO 농업위원회, 6월 G8 회담(프랑스), 9월 WTO 각료회의 등을 매개로 전 세계 사회운동 진영이 결집하는 투쟁이 계획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에 연대하여 세계적인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당면의 투쟁을 보면 WTO 개방반대, 경제자유구역 저지를 위한 투쟁기획단이 전국민중연대에 의해 제안되어 있다. 현재 농민들은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을 저지하지 않으면 쌀개방도 막아낼 수 없다는 비장한 인식 하에 전간부 구속결단을 하고 총력투쟁을 끌어내고 있고, 교육부문도 전교조,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육개방을 저지하고 교육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경기, 부산 등 경제자유구역 해당 지역에서도 지역총파업까지 상정하면서 투쟁을 하고 있다. 이제는 개별 부문이 각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개방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경제자유구역을 저지하고 민중의 삶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공동의 투쟁을 해야하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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