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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번 : [88호/연재-기획] 10월 사회주의 대혁명 승리 이후의 80년(3)
글쓴이: 바만 아지드 등록: 2003-06-20 00:00:00 조회: 1921

기/획/번/역



10월 사회주의 대혁명 승리 이후의 80년(3)


제1부 약간의 방법론적․이론적 고찰



바만 아자드/ 사회주의 이론연구가





4. 이론적 관점에서 본 사회주의

과거 사회주의 모델의 결함을 진지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그 기초를 이루는 이론적 전제를 정의하고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꾸어 말하면, 그러한 검증은 사회주의와 그 내부구조를 지배하는 일반적인 원칙들에 관한 명확한 이론적인 이해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이론적인 개념과 사회주의 체제에 관한 역사적 예측에 관해서는 가장 사려 깊은 맑스주의 사상가들 사이에서도 계속 서로 이견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 논의에서는 우선 먼저 우리의 지침이 되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이론적 개념과 그 원칙들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회형태로서의 사회주의

새로운 사회형태인 사회주의는 맑스에 의해서 그의 사적유물론 속에서 개괄된 일정한 일반법칙에 따라서 운영된다. 이들 일반법칙 가운데 몇몇은 모든 생산양식에 대해서 보편적으로 해당되고, 또 몇몇은 사회주의에만 해당된다.

맑스에 의하면, 모든 생산양식은 예외 없이 경제적 하부구조(객관적 요인)와 상부구조(주체적 요인)에 의해서 구성된다. 생산양식의 경제적 하부구조는, 맑스에 의하면, 생산관계(생산수단의 소유관계)와 생산력(노동, 지식, 도구, 기술, 토지, 기타)에 의해서 구성된다. 한편 그 상부구조는 모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철학적, 기타 이 경제적인 기반으로부터 생겨난 여러 구조물에 의해서 구성된다. 모든 생산양식에서 그 상부구조의 요소들은 경제적 하부구조에 의해 제약되는 범위 내에서 기능하고 있고, 이 하부구조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다. 그러한 상부구조의 요소들은 서로 하부구조의 요소들과 그 생산과정에 생산양식의 범위 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모든 생산양식에서 상부구조의 지배적인 요소들, 특히 국가의 정치기구는 지배계급의 도구이고, 지배계급의 이해에 따라서 기존의 생산관계의 유지․재생산에 봉사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생산양식에서 지배적인 생산관계는 그 시대의 생산력의 발전단계에 따라서 형성되는 한편, 지배계급의 이해에 의해서 규정되는 제한 범위 내에서 생산력의 성장은 일정 정도까지 보증되고 촉진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모든 새로운 생산양식은 생산력이 지배적 생산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한계를 넘어 양적으로 성장한 나머지 그들 생산관계에 변화가 필요할 때에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의 격화는 사회혁명, 그리고 사회적 생산력의 새로운 발전단계에 따른 새로운 생산관계의 수립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생산관계가 낡은 생산관계를 대체하고, 그 새로운 질서 하에 확립된 새로운 생산관계의 틀 속에서 생산력의 성장․발전의 과정이 계속돼 간다. 이 역사적 발전 과정은 사회주의를 포함한 모든 생산양식의 특징이다.

그러나 계급사회에서는 스스로의 계급적 이해에 기초해 기존의 생산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착취계급의 존재 때문에 새로운 생산관계가 낡은 생산관계를 대체하는 과정은 특별한 복잡함과 모순에 부딪힌다. 여기에서는 지배계급과 그들에 의해 구축된 정치조직, 특히 국가가 생산관계의 쇄신과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결과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하는 과정에서는 언제나 지배계급과 그 국가에 의한 저항을 쳐부수기 위한 사회혁명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이전의 모든 계급사회와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맑스주의자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자계급은 모든 형태의 계급적 착취와 모든 착취계급을 폐절함으로써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하는 당연한 발전과정에 대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생산력의 계속적인 성장․발전을 보증한다. 착취계급의 폐절과 함께 주요한 현상유지세력도 사회로부터 사라지고, 생산관계는 유연하고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성격을 갖게 된다. 이야말로 맑스가 공산주의를 특정한 ‘생산양식’이나 인류사회의 역사적 발전에 있어서의 특정한 ‘단계’ 등이 아니라 ‘현상을 폐지하는’ 부단한 과정으로 간주한 이유이다. 그 때문에 사적유물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발전도상의 사회주의 사회를 그 이전의 모든 계급사회와 구별하는 것은 사회적 생산력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보증하는 유연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산관계에 있다. 이 고유한 특징이 사회주의를 새로운 사회형태로 만드는 것이고, 인류사에 있어서의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와 구별하는 것이다. 이 특징은 또한 과거의 사회주의 모델들의 타당성과 건전함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공산주의의 ‘초기단계’와 그 발전의 역학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방식으로는 명백히 맑스의 공산주의 사회의 개념에 다가갈 수 없다. 맑스가 ꡔ고타강령 비판ꡕ 속에서 강조한 것처럼, 공산주의의 ‘원초단계’ 혹은 ‘초기단계’로서의 사회주의는 형태상에서도 질적으로도 공산주의와 다른 일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맑스는 공산주의 사회의 ‘초기단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그 자체의 토대 위에서 발전한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라, 정반대로 지금 겨우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갓 태어나서, 그리하여 모든 관계에서,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것이 태어나온 모체인 구사회의 모반(母斑)이 아직 남아 있는 공산주의 사회이다.1)


‘모반(Muttermal)’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그러한 사회 속의 인간이 아직 자본주의로부터 이어받은 모든 주체적․객관적 특징이나 제한―개인적인 부에 대한 욕망이나 계급의식의 결여, 사회적인 편견, 잘못된 교육이나 제한된 지식, 등등―을 계승하고 있다. 둘째로 사회적 생산력이 아직 인민의 모든 물질적 문화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발전단계에까지 도달해 있지 못하다. 그 때문에 “각자의 필요에 따라서”라고 하는 공산주의의 원칙은 이 초기단계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셋째로 각 생산자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달한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기본적인 특징인 사회의 모든 구성원간의 평등의 원칙은 그 발전단계의 초기에 있는 사회주의 사회의 목표로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실로 사회주의 하에서의 물자와 써비스의 분배과정을 지배하는, “각자의 공헌에 따라서”라는 원칙은 생산자간의 불평등에 기초할 뿐 아니라, 실제로는 그 불평등을 도리어 조장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각자의 공헌에 따라서”라고 하는 사회주의의 원칙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할 뿐 아니라 생산자의 개인적 이익을 생산력의 지속적인 발전이라고 하는 사회의 목표에 따라서 배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동시에, 임금의 형태로 생산자에게 환원되는 것은 그들이 사회를 위해서 생산한 것의 일부분뿐이다.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의 나머지 부분은 국가에 의해서 공공의 재산으로 되어 사회의 ‘공적기금’으로 적립된다. 그 때문에 공산주의 사회의 초기단계에서는 사회주의적 생산과정에서의 인간의 노동으로부터의 착취(물론 이는 계급적인 착취형태가 아니다)가 계속될 뿐 아니라 의식적으로 강화된다. 사회 전체의 대표로서 활동하는 사회주의 국가는 더 많은 노동과 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촉진하기 위한 물질적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끊임없이 생산수준을 증대시켜 사회 전체적으로 창출되는 잉여가치의 총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차별임금에 의한 이러한 계획적인 불평등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그 초기 발전단계의 노동생산성의 증대와 생산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유효한 수단이다. 인류사회의 최첨단의 과학적․기술적 성과를 의식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이 계획적인 과정에서 불가결한 요소임은 명백하다.

사회주의체제 내에서의 이러한 계획적인 불평등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특징짓는 불평등으로부터 질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사회주의 하에서 창출되는 잉여가치가 공적으로 지불된다고 하는 데에 있다. 이 잉여가치는 국가의 행정기구나 치안유지, 기타 사회적으로 필요한 지출이 공제된 후에 ‘사회적 소비기금’으로 이관되어 사회 전체의 생활수준의 향상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대해서 각자의 노동의 양이나 질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사회적 써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이 점에서는, 아직 그러한 생산의 수준에서는 아니지만, 실로 사회주의 발전의 초기단계부터 ‘각자의 필요에 따라서’라는 공산주의의 원칙이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회의 이 공산주의적 부분의 성장과 실현이 생산력의 발전과, 경제의 생산적 부문이 창출하는 잉여가치량의 지속적인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고 또 그것들에 의존하고 있음은 극히 명확하다. 바꾸어 말하면, 사회주의의 태내에서의 공산주의적 부분의 성장은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에서의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과 직결되어 있다.

사회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렇게 사회의 물질적 자원을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획득한다. 첫째는 각자가 사회를 위해서 수행한 노동의 질과 양에 따라서 직접 받는 임금을 통해서이고, 둘째는 각자가 사회를 위해서 수행한 노동의 양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무상의 사회적 써비스나 수당이다. 그러므로 직접 받는 임금과 무상 써비스의 합계액이 사회주의 하에서의 각자의 총수입이 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생산력이 덜 발달하고, 공산주의적 자각이 아니라 물질적인 동기 부여가 인민의 노동의욕의 주요한 요소로 되어 있는 사회주의 발전의 초기단계에서는 임금이야말로 노동자의 수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수행하는 주요한 동기가 된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서 총수입 가운데 노동자가 받는 공산주의적 급부와 써비스의 비율이 직접 받는 임금의 비율보다도 상대적으로 증대해 간다. 이렇게 해서 사회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서 노동자의 총수입 중에서 누구나 무상으로 받는 급부의 비율이 증대하고, 사회는 서서히 ‘각자의 공헌에 따라서’라고 하는 원칙에서 멀어져 ‘각자의 필요에 따라서’라고 하는 공산주의의 원칙에 접근해 간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공산주의를 향한 사회주의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서는 중요하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는 데에 태만하면, 사회주의의 발전과정은 혼란되고, 그 생산력의 성장은 방해받아 궁극적으로는 체제의 위기로 연결된다.

1. 사회주의적 생산은 그 본질과 역사적 사명에서 임금의 균일화와는 전혀 양립될 수 없다. 사회주의는 실로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차별임금체계를 통해서만 그 장기적인 목적들을 달성할 수 있다. 임금을 기계적으로 균일화시키려는 시도는 사회주의 하에서의 노동생산성의 향상에 있어서 생명선이 되는 물질적인 동기부여를 약체화시키고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지도하는 당과 사회주의 사회의 계획자가 이 중대한 원칙에 대해 주의하지 않는 것, 특히 발달한 공산주의의 원칙을 사회주의 발전의 초기단계에 시기상조로 적용하는 것, 혹은 맑스가 말한 것처럼 “성급하게 앞서 나가는” 것은 사회주의적 생산과정에 해악을 초래할 것이다.

2. 사회주의가 발달한 단계에서도 아직 이 원칙은 유효하다. 공산주의적인 평등은 생산활동으로부터 물질적인 동기부여를 없앰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직접 받는 임금액이 그들이 사회에서 받는 사회적인 급부나 써비스의 액에 비해서 미미한 것이 될 때까지 ‘사회적인 소비기금’이 지속적으로 증대한 결과로서 실현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의 성장과 발전 및 공산주의로의 발전 정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실로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생산자가 받는 무상의 급부 및 써비스 액과 직접 받는 임금의 비율이다. 어떠한 정치적인 결정이나 주관적으로 결정된 기준도 이 객관적인 척도를 대체할 수는 없다.

3.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잉여생산물의 양적 확대만을 들어 공산주의를 향한 전진의 척도로 삼을 수는 없다. 그 척도는 이 잉여생산물이 어떻게 배치되는가, 즉 생산적인 용도로 충용되는 것은 어느 정도인가, 생산자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이용되어 온 것은 어느 정도인가에 의해서 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경제적 계획에서의 오산, 잉여생산물의 부적절한 관리나 남용(濫用), 국가의 관료기구나 군사지출․전쟁․오직(汚職) 기타 비생산적인 분야로의 잉여생산물의 유출 증대 등은 사회주의적 발전과정의 궤도를 벗어나, 공산주의를 향한 사회의 역사적 발걸음을 방해한다.


사회주의에서의 주체적 요인의 역할

(가) 당과 국가의 관계

사회주의 하에서의 생산력의 지속적인 성장은 사회주의 사회를 그 이전의 모든 사회와 구별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이 현저한 특징에 관해서 맑스는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지금까지의 모든 생산관계와 교통관계의 기초를 변혁하고, 모든 자연발생적 전제의 자연발생성을 박탈하고 일체화된 개인들의 힘에 종속시켜 그 전제를 최초로 의식적으로 지금까지의 인간의 산물로 취급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모든 운동과 구별된다. 공산주의 제도는 그리하여 본질적으로 경제적이며, 이들 일체화의 제조건의 물질적 창출이다. ... 공산주의가 창출하는 상태야말로 개인들로부터 독립적인 상태 일체를, 그 상태가 하지만 개인들 자신의 지금까지의 교통의 산물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한, 불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기초이다.2)


공산주의는 따라서 인류사회로부터 계급적 착취를 완전히 폐절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주체적인 요소와 객관적 요소의 변증법적인 관계의 역전(逆轉)도 수반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류가 자신의 힘에 사회의 사회적․경제적 기구를 의식적으로 복종시키고, 그것들에 의해서 맹목적으로 혹사당하는 대신에 자신들에게 봉사하도록 관리하는 사회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에 관한 기술 속에서 맑스는 그들 기구가 자각한 인류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부정하는 데에까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주체에 의한 객관적인 요소의 지배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별하는 제2의 특징이다. 사회의 하부구조, 특히 그 자산이나 생산관계가 주체적․상부구조적 제요소의 동향을 결정한 그 이전의 계급사회와는 달리, 생산수단이 사회 전체의 공유재산으로 되어 있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주체적인 요소야말로 하부구조의 운동 방향을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맑스․레닌주의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주체적인 요인이란 다름 아니라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대체한 후에 공산주의를 지향하여 자각적으로 창출한 계획에 따라서 사회주의 사회를 지도하는 노동자계급과 그 정당이다.

여기에서 노동자계급과 그 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론적인 관점에서는 당의 전위로서의 역할과 사회주의 하에서의 국가의 역할을 혼동하지 않는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1. 맑스의 분석에 의하면, 국가는 사회주의도 포함해서 모든 환경과 모든 생산양식 하에서 기존의 생산관계를 유지하고 재생산한다고 하는 보편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주의 하에서는 이 역할은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의 유지와 재생산을 의미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관계를 끊임없이 수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회의 기존의 생산관계를 유지․재생산하는 임무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고 정적(靜的)인 임무이다.

2. 사회주의 사회는 아직 계급이 없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노동자계급의 지배 하에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자계급과 그 계급적 이해를 배타적으로 대표하지는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모든 근로인민 및 통일된 사회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계급의 이해를 대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주의 사회 전체의 이익에 따라서 행동하는 국가의 관심과 책임은 사회의 가장 전위적인 계급인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추진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당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국가는 현존 사회주의 사회 전체를 관리․유지하는 임무를 지고 있음에 비해서 당은 언제나 현상의 사회를 변혁함으로써 사회주의 사회를 공산주의 사회를 향해 전진시키는 임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3.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회주의 하에서의 생산수단의 공적소유란 노동자계급 및 근로인민 대중을 대표하여 국가기구로 하여금 사회주의 경제를 운영하는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는 본질적으로 국가관료기구가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관리권을 근로인민의 계급적 이익을 전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소여(所與)의 편협한 정치적․경제적 이해에 기초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남용한다고 하는 위험성이 언제나 따라다닌다. 바꾸어 말하면, 관료기구는 스스로를 근로인민의 대표자로서가 아니라 자주 그 고용자로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노동자계급의 당에는 국가기구의 내부에 있는 관료주의적인 경향에 정면으로 맞서고,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고 전진시킨다고 하는 특별한 임무가 부과된다. 대부분의 경우 당은 관료기구의 편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편에 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

4. 레닌이 강조한 것처럼, 사회주의를 포함해서 모든 사회의 국가기구는 관료주의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고, 대개는 자기들 자신의 특정한 이해관계―대부분의 경우 그것들은 노동자계급의 장기적인 이해와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를 발전시킨다. 노동자가 국가를 관리하더라도 이러한 이해 대립은 결코 제거할 수 없다. 맑스는 공산주의로의 발전은 사회주의 사회 속에서 서서히 국가가 사멸함으로써 특징지워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은 명백히 국가관료기구 자체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그 과정은 국가관료기구로부터의 어떠한 저항이 있더라도 노동자계급의 당에 의해서 확신을 가지고 충분히 계획된 방법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상의 이유로부터 사회주의 국가의 역할․책임과 당의 역할․책임을 혼동하는 것, 혹은 국가에 대해서 다해야 하는 당의 역사적인 임무를 부정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발전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 어떠한 형태든 당과 국가기구의 일체화는 당내에 관료주의나 출세주의나 부패의 증대를 조장하고, 당의 전위로서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당을 그 계급적인 기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최종적으로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체제를 뿌리깊은 위기로 빠뜨린다.

그 때문에 과거의 사회주의 모델에 관해서 평가를 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나 주어진 사회주의 사회의 각 발전단계에서의 당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당과 국가기구의 일체화의 유무만이 아니라 그 사회주의 국가의 사회주의적 원칙과 당의 지도방침에 대한 충실도, 그리고 사회주의 발전의 각 단계에서의 역사적인 요구를 이해하고 공산주의라는 목표를 향해서 사회를 전진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제안하는 데에서의 당의 능력과의 관계도 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주의에서의 주체적 요인의 역할

(나) 당과 계급의 관계

맑스주의에서는 프롤레타리아트, 즉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 혁명의 원동력이고 그 정당이 사회주의 혁명의 지도부이다. 레닌주의에서는 당과 그 계급과의 단결이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과 공산주의를 향한 전진에 있어서 결정적이다. 이론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당과 그 계급의 단결은 과거의 사회주의 모델에 관한 어떠한 평가에서도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전제이다.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에 사회주의적인 자각이 자발적으로 발달한다고 하는 사고를 부정하고, 그러한 자각은 ‘외부로부터’ 프롤레타리아트의 정당에 의해서 도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론을 발전시킴으로써 레닌은 공산당을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역사과정의 중심에 위치 지우고, 당은 그 실천에 있어서 몇몇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레닌은 동시에 당과 노동자계급의 단결이야말로 당이 그 역사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매듭지었다.

레닌이 당의 첫번째 임무로서 강조한 것은 매일매일의 계급투쟁에서 프롤레타리아트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교육하고, 정치적으로 조직하여 지도하는 것이다. 조직상의 관점에서는 당은 모든 프롤레타리이트 세력을 규합하여 반부르주아 투쟁으로 결집시키는 책임을 진다. 레닌의 말 가운데 당은 “정치투쟁에 정력과 확고함과 계승성을 보증할 수 있는 혁명가의 조직”3)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있다. 레닌의 생각에는 이러한 당 없이는 대중은 사회주의 혁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필요한 ‘의지의 통일’이 없는 것이다. 노동자계급 내부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그 당 사이의 이러한 의지의 통일은 혁명투쟁의 승리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발전의 초기단계, 즉 노동자계급이 높은 수준의 이데올로기 교육과 계급의식에 달해 있지 않은 시점에서는 투쟁에 있어서의 당의 의지 결정과 지도적 역할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발전이 계속되고, 노동자계급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과학적인 교육이 축적됨에 따라서 당과 노동자계급 전체의 경계선은 서서히 소멸돼가고 노동자계급이 당의 의지 결정과정에서의 역할을 더욱더욱 증대시켜 가는 것이다. 점진적이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러한 당으로부터 노동자계급으로의 의지 결정권의 이동이라고 하는 역사적 과정을 저해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노동자계급의 가장 전위적인 부분의 지식과 활력을 탈취하기 때문에 당을 약체화시킬 뿐만 아니라 당과 노동자계급의 단결에 상처를 내고, 사회 속에서의 당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된다.

나아가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당은 사회주의적인 자각을 노동자계급에게 이식하고, 노동자의 계급적인 자각을 정치적인 자각과 행동으로 승화시키는 책임을 지고 있다. 레닌이 강조한 것처럼, 이러한 정치적인 자각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계급간의 이해와 모순을 노동자계급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 레닌이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종합적인 계급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섬으로써만 가능하다. 당은 노동자계급에 대해서 노동자계급의 이해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모든 계급의 이해에 관해서, 그리고 계급투쟁의 각 단계에서 다른 계급들의 이해와 노동자계급의 이해가 대립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에 관해서도 교육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의 이데올로기상의 명료성을 유지하고, 그것을 비노동자계급적인 견해의 영향으로부터 방위하는 것은 당이 이러한 활동에서 성공하는 데에서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당의 이데올로기상의 임무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교육에 한정되지 않는다. 당이 그 역사적인 임무를 수행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인류사회의 과학적 발전의 최전선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레닌이 지적한 것처럼, “누구나 오늘날의 노동운동이 얼마나 거대하게 성장했고, 많은 갈래로 나뉘어 있는가를 떠올린다면,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이론적 세력과 정치적 (동시에 또한 혁명적) 경험이 필요한가를 이해할 것이다.”4) 레닌은 나아가 엥겔스를 인용하면서 계급투쟁에는 “두 개의 것(정치투쟁과 경제투쟁)”만이 아니라 “이론 투쟁을 이 둘과 동렬에”5) 놓을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말들의 중요성은 계급투쟁에 있어서의 맑스주의 이론과 사적유물론의 중요한 역할을 레닌이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인류사회의 과학이론의 발전․발달에 있어서의  노동자 계급의 당의 역할을 그가 강조한 데에 있다. 이러한 역할은 과학이나 기술 분야에서의 인류사회,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역사적인 성과를 무시하지 않고 그러한 성과 위에 서서 발전과 건설을 함으로써 달성된다. 바꾸어 말하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라는 멍에로부터 인류의 과학․기술을 해방하고, 그것들을 노동자계급의 이익에 봉사하는 자산으로 전화시키는 것의 당의 역사적 책임인 것이다.

따라서 레닌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당은 정치적 계급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을 지도하는 임무에 더해서 최첨단의 부르주아 과학․기술의 성과를 혁명적으로 이용하고 그러한 성과를 착취계급에 대한 투쟁에서 노동자계급에게 유효한 수단으로 전화시킨다고 하는 역사적 임무를 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당의 역사적인 역할은 프롤레타리아트의 해방이라고 하는 범주를 넘어 인류의 과학․기술의 해방도 포함하는 것이다.

레닌이 정당하게도 경제적 및 정치적 면과 동등하게 위치 지운, 계급투쟁에서의 이 중요 분야의 모든 지연은 사회주의 사회를 공산주의를 향해 전진시키는 데에서의 당의 능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고, 그 결과 노동자계급 전체와의 관계를 약화시켜 심각한 타격을 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회주의 사회의 과거 행적의 평가에는 이들 원칙들에 관한 당의 행적의 검증이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다) 국가와 계급의 관계

좌익의 일정 부분도 포함해서 오늘날에는 많은 세력 속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해체는 옛 사회주의 국가 내부에서의 ‘민주주의’의 부재 탓이었다고 하는 논의가 폭을 넓히고 있다. 부르주아 사상가들은 사회주의 국가는 타고난 성질 자체가 ‘독재적’이고, 그 때문에 민주주의나 민주주의적인 자유의 제원칙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입장은 무엇보다도 우선, 사회주의 국가는 사회주의 사회 속에서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인민대중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권력이, 나아가서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부여되어 있다고 하는 전제에 의거하고 있다.

이들 두 입장은 사회주의 국가를 비판하는 데에서 그 성질이 미묘하게 다르지만―전자[좌익 비평가 : 역자]는 역사적인 비판이고, 후자[부르주아 사상가 : 역자]는 이론적인 비판이다―, 양자 공히 국가나 민주주의나 독재라고 하는 개념에 관한 계급적인 탐구가 없다고 하는 공통의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사회주의적인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국가와 노동자계급과의 관계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는 문제를 다루기 전에 이들 개념의 계급적 성격에 관해서 상세히 서술할 필요가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맑스는,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어떠한 사회에서나 그 국가는 기본적으로는 계급지배의 도구임을 명료하게 논증했다. 따라서 맑스주의의 관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일반’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민주주의, 즉 자본주의적인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적인 민주주의를 취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레닌은 이 두 종류의 민주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차이에 관해서 아래와 같이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게 미치는 형식적인 권리들…의 선언에만 머물러 있었다. … 그러나 실제로는 행정상의 실천에서도, 주로 노동자의 경제적 노예상태라는 점에서도, 부르주아 민주주의 하에서는 그들은 언제나 권리와 자유를 조금도 광범하게 누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에 반해서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즉 쏘비에트 민주주의는 권리와 자유를 형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실로 자본주의에 의해서 억압된 계급들에게 … 권리와 자유를 누구보다도 실제로 주고 있다.6)


ꡔ러시아공산당(볼) 강령 초안ꡕ의 다른 곳에서도 레닌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요소를 아래와 같이 개설(槪說)하고 있다.


쏘비에트 공화국―국가가 완전히 소멸하기까지의 과도적 형태로서의 새로운 형의 국가―에 부과되고 있는 역사적 임무는 다음과 같다.


(1) 자본주의에 의해서 억압되어 있는 실로 그 계급, 즉 프롤레타리아트와 반프롤레타리아트를 전면적으로 그리고 대량적으로 조직하고, 그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 … 이렇게 하여 비로소 민주주의가 주민의 대다수(노동자계급)을 위해서 실제로 실현된다. 즉 국민의 억압받는 다수 곧 근로자가 국가의 통치에 실제로 참가하게 되는 것이어서, 이는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실제상 주로 부르주아 계급들의 대표인 것과 다르다.

(2) 쏘비에트 국가조직은 … 도시의 공업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모종의 사실상의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 우위는 자본주의가 노동자를 서로 경쟁하는 집단으로 분열시킴으로써 노동자 사이에 배양해온 협소한 직장적인 혹은 협소한 직업적인 이익에 대항하여 … 한결같이 계통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3)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평등이 실제로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여 대중을 기만한다…. 쏘비에트 국가조직은 이 기만과 위선을 타파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즉 모든 근로자의 진정한 평등을 실현함과 함께, 완전한 권리를 갖는 사회성원으로부터 착취자를 제외시킨다…. [주 12를 참조 : 저자]

(4) 국가기구와 통치에 대한 근로대중의 보다 직접적인 작용은, 즉 보다 고도의 민주주의의 형태는 이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 때문에 쏘비에트형의 국가에서 달성된다. 첫째로 선거의 절차나, 보다 빈번하게 선거를 할 가능성이나, 나아가 의원의 교체와 소환의 조건이 … 용이하다.

(5) 둘째로 쏘비에트 권력 하에서는 최하급의 선거단위와 국가건설의 기초적 세포는 지역적인 단위가 아니라 경제적․생산적인 단위(공장)이다 ….

(8) 오직 쏘비에트 국가조직 덕택으로 프롤레타리트 혁명은 낡은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 파괴할 수 있었고, … 언제 어디서나 국가권력과 지주 및 자본가의 이익을 결부시켜온 관료주의의 요새는 … 파괴되고 있다. 그렇지만 관료주의에 대한 투쟁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결코 끝나지 않았다. … 그러므로 관료주의와의 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앞으로의 사회주의 건설의 성공을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절실히 필요하다.

(9) 이 방향에서의 활동은 쏘비에트 권력의 주요한 역사적 임무―즉, 국가의 완전한 폐지로의 이행―의 실현과 뗄 수 없이 결부되어 있어서, 그 활동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로 쏘비에트의 각 성원이 국가 통치를 위한 일정한 작업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것. 둘째로 그러한 작업은 끊임없이 변해서 국가 행정과 결부된 업무의 전범위, 전부문에 미치게 되는 것. 셋째로 수많은 점진적인, 주의 깊게 선택된, 하지만 한결같이 실시되는 방책을 통해서 한 사람 남김없이 모든 근로인민을 국가 통치에 자주적으로 참가시키는 것.

(10) … 쏘비에트 권력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실로 근로피착취자에게 문화와 문명과 민주주의의 부를 실제로 누릴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부여한다고 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쏘비에트 정권은 앞으로도 한결같이 이 활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7)


여기에 인용한 부분에는 사회주의적인 민주주의의 정수를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명료하게 개설(槪說)되어 있다. 실현을 위한 각각의 방법이나, 여기에서 개설된 각 요소에 관한 강조의 정도는 각각이지만, 위 인용문에 서술된 원칙들은 보편적인 것이고, 따라서 사회주의적인 민주주의의 문제에 관해서 현존하는 사회주의 및 과거의 사회주의 모델(방식․양식․실천)을 평가할 때에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하에서의 국가와 계급의 관계에 관해서는 몇 가지 강조해야 할 점이 있다.

1. 사회주의 사회 내에서의 프롤레타리아트 및 기타 근로인민대중의 경제적․정치적․사회적인 권리와 자유를 보증하는 수단으로서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건설과정 전체에서 착취계급과 대치하는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옹호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다. 앞의 인용에서 명료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사회주의 하에서의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의 문제는 단지 근로인민에게 정치적․경제적인 자유를 ‘인정한다’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향한 사회주의의 발전을 보증하는 것의 하나라고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노동자계급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인 주도권은 사회주의 건설과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동자계급의 ‘국가 행정에 대한 직접 참가’는 사회주의 하에서의 민주주의의 단순한 실천이 아니라 이 체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서 불가결한 것이다. 국가 행정에 대한 근로인민의 참가를 약화시키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비(非)프롤레타리아트적인 제경향―특히 관료주의적인 경향―에 의한 지배에 문호를 여는 것으로 연결되어,  그 결과 사회주의 국가의 프롤레타리아트적인 전망을 해치고, 사회주의 건설과정 전체를 비프롤레타리아트적인 제경향으로 전환시켜버린다. 이것이 착취계급과 비생산적 사회계층의 재출현과 성장,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에 의한 지배 및 사회 부패로의 길을 열고, 사회주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2.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다름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조직에 관한 과학적인 원칙들을 사회전체에 걸쳐서 적용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원칙들의 실행이 포함된다. 집단적 지도, 다수의 의지에 대한 소수의 복종, 지도기관의 선거에 의한 선출과 대중에 의한 소환의 권리, 모든 의지 결정 및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대중의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참가. 이들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민주적 기관(예컨대 노동조합, 협의회, 대중조직, 기타)의 성장․강화를 위한 물질적 조건을 창출하고 확대하는 책임은 명백히 각각의 사회주의 국가에 있다. 이러한 기관은 사회주의 국가와 근로인민대중을 결합시키고 매개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통치에 대중을 참가시키는 장치인 이들 기관의 약체화나 지위 저하, 호은 국가의 부속물로의 전화(轉化)는,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원칙들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자체를 약체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를 노동자계급 전체의 국가로부터 노동자계급의 일부 엘리트층의 국가로 변질시킨다. 이는 국가와 노동자계급의 결합을 단절하여 노동자계급 전체에 의한 국가의 관리(管理)를 배제하고, 그 결과 사회주의 건설의 길로부터의 모든 종류의 파멸적인 일탈을 초래한다.

3. 동시에 자본주의로부터 공산주의로의 이행과정을 지배하는 첫번째 정치원칙으로서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고정된 정적인 원칙일 수 없는 것이고, 사회주의 사회의 각 발전단계의 사회적․역사적 조건 및 객관적 외부조건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임은 아주 명백하다. 적대적인 착취계급이 아직 근절되어 있지 않은 초기단계, 특히 사회주의가 아직 자본주의 국가들로부터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포위와 위협 하에 있는 시기에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그 깊이와 형태에서 한층 제한 받게 된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발전하고, 착취계급이 사회로부터 차차 소멸돼감에 따라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그 깊이와 형태 양면에서 확대되어 간다. 적대적인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국가 기구에 대한 프롤레타리아트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주도권을 보증하고, 사회주의 사회의 생산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고 하는, 보다 강력한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런데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확대는 사회주의 사회의 경제적 발전의 발걸음에 따라서 기계적․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확대는 오히려 사회주의 사회의 다른 많은 측면과 마찬가지로 모든 단계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정당에 대해서 이성적인 계획과 실행을 요구한다. 여기에서도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독단적․경직된 태도나, 혹은 역으로 사회 내부 및 세계의 객관적인 계급적 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그 원칙의 계급적인 성격을 성급히 완화해버리는 주관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과정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         *               *


쏘연방에서의 사회주의의 지금까지의 실적에 관한 본서의 평가는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개괄되는 과학적 사회주의 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의 각 ‘모델’이란 다름 아니라 우선 주관적으로 고안되어 다음에 현실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론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그 때문에 그 성공 여부는 아래에 세 그룹으로 나뉘어지는 요인들의 귀결이 될 것이다.

1. 사회주의의 각 역사적인 모델이 만들어진 전제조건 및 이론적 기초.

2. 지도하는 당이 이론적인 원칙들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능력, 사회주의 건설의 각 단계에서의 객관적․역사적․사회적 요구에 따라서 각 모델을 기획․실행․적용하는 데에서의 성공의 정도.

3. 각 모델이 창출되고 실행될 때의 외적․역사적 조건들의 영향.

만일 지금까지 설명해온 과학적 사회주의의 원칙들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면, 과거 모델이 실패한 원인들을 찾기 위해서는 주요하게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에 속하는 요인들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들 두 그룹의 요인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리하여 그러한 상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는 연구할 수 없다.

공산주의는 국제적인 운동이고, 그 성과와 실패는 국제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계급적인 착취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기 위한 투쟁에 초점을 맞춘 약동적이고 진보적인 운동이다. 그 과거의 결함들과 실패에 관한 본서의 평가는 이 숭고한 운동이 세계의 노동자계급 및 모든 피착취 인민의 최종적인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싶다는 바램을 그 동기로 하고 있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일어난 일의 경과에 관한 최종적인 분석․판단은 그들 국가에서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 직접 종사했던 공산주의자와 그 당에 맡겨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본서의 평가는 극히 개괄적인 경과와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한정한다. 

한/노/정/연


(다음 호에는 “제2부 사회주의에 위기를 초래한 객관적․외부적 요인”의 전반부를 실을 예정입니다.)

번역 : 채만수 소장



1) 칼 맑스, “고타강령비판”, MEW, Bd., 19, S. 20.


2) 칼 맑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ꡔ독일의 이데올로기ꡕ, MEW, Bd. 3, SS. 70-71.


3) V. I. 레닌, ꡔ무엇을 할 것인가ꡕ, 大月書店 刊 ꡔレ-ニン全集ꡕ 제5권, p. 478.


4) 같은 책, pp. 389-90.


5) 같은 책, p. 390.


6) “강령의 일반 정치적 부분 제3조의 초안 (제8회 당대회의 강령위원회를 위하여)”, 大月書店 刊 ꡔレ-ニン全集ꡕ 제36권 p. 596.


7) 大月書店 刊 ꡔレ-ニン全集ꡕ 제29권 pp. 92-96.

7) 大月書店 刊 ꡔレ-ニン全集ꡕ 제29권 pp. 92-96.

  ※ (3)의 단락에 관해서, “러시아 공산당(볼) 강령 초안”에는 아래의 “강령의 정치적 부분에 대한 삽입”이 추가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동시에 러시아 공산당은 과도적인 역사적 필요가 부당하게 일반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근로대중에게 다음 사항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일부 시민으로부터의 선거권의 박탈은 쏘비에트 공화국에서는 … 한 평생 무권리자임을 선고받은 특정한 부류의 시민에 관해서 취해지는 조치가 결코 아니고 착취자에 대해서만, 결국 사회주의 쏘비에트 공화국의 기본법을 어기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피착취자적 지위를 지키고, 자본주의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편에서는 쏘비에트 공화국에서는 사회주의가 날마다 강화되어 착취자로서 머문다든지 … 하는 객관적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들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서 선거권이 박탈되어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저절로 감소된다. … 다른 한편에서는, 아주 가까운 장래에 외부의 침입이 멈추고, 수탈자의 수탈이 완수되면,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프롤레타리아 국가 권력이 … 다른 방법을 선택해 아무 제한도 없는 보통선거권을 실시하는 정세가 조성될 것이다.”(일본어 역자주 : 大月書店 刊 ꡔレ-ニン全集ꡕ 제29권 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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