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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번 : [96호/특집] 신자유주의 6년과 민중 삶의 변화
글쓴이: 김명록 등록: 2004-02-19 00:00:00 조회: 1910


신자유주의 6년과 민중 삶의 변화

김 명 록/ 연구원




이 글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변화양상과 그에 따른 민중 삶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권의 성격과 국가정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6년 동안의 변화는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지금까지의 6년이라는 시간은 앞으로의 변화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6년 동안 한국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으로 일관되게 진행되었고, 주체적인 대응이 없다면 앞으로의 방향 역시 이와 동일할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해서 주체적인 대응을 어떻게 구성해 낼 것인가에 대한 함의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신자유주의에서 국가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되고 국가는 어떤 경제정책을 구사하는지를 먼저 정리하고 난 뒤에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그에 따른 경제상황의 변화양상을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민중 삶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제시하고 난 뒤, 부르주아 민주주의 자체의 취약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1. 신자유주의와 국가의 역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려면 2차 대전 이후 ‘황금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몇 번의 순환적인 공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어낸 ‘황금시대’는 1) 인류의 4/5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던 2차 대전에 의해 과잉자본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2) 대공황과 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 국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공황을 완화하거나 지연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국가의 케인즈주의적 경제개입이 국내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능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이유로 브레튼우즈체제를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케인즈주의적 경제정책의 핵심에는 신용팽창정책이 있는데, 전후의 복구과정1)을 이끌었고 주기적인 공황을 완화시켜주었던 미국의 신용팽창정책을 일정시간동안 지탱해준 제도적인 요인이 바로 브레튼우즈체제2)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 자본의 과잉생산이 절정에 이르고 자본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점차 이윤율이 저하하기 시작하면서 경기침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생산으로부터 획득되는 이윤율이 저하되자, 자본은 생산적으로 투자되기 보다는 유휴화폐자본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그리고 아메리카 헤게모니의 유지를 위해, 미국은 과도한 신용팽창정책을 구사하였으며 그 결과 미국 내에서 화폐자본이 축적됨과 동시에 유로금융시장에서도 화폐자본이 거대하게 축적되었다. 거대하게 축적된 유휴화폐자본은 미국시장 내에서 자유로운 투기를 요구(주식시장수수료 인하조치 등)하였고 동시에 자유로운 해외투기를 허용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하였다(단적인 예로 자본이동을 막았던 이자평형세폐지, 1974년). 자본은 화폐형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기계류, 건물들, 노동자들이 결합된 형태로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누적된 유휴화폐자본은 금융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전세계를 이동하는 금융자본의 실체를 이룬다.

그 결과 브레튼우즈체제는 붕괴되었다. 브레튼우즈체제는 자본이동성을 제한하고 국민경제를 세계시장으로부터 일정한 격리3)시켜 안정적인 축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였다. 이러한 격리성 때문에 국민국가의 경제정책은 상대적 자율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진행된 자본의 세계화 및 금융화는 브레튼우즈체제를 근본적으로 침식시켰고 그 결과 국민경제의 상대적 자율성을 붕괴시켰다. 국가의 정책적 자율성이 붕괴되고 세계시장에 편입되는 정도가 심화되면서, 독점자본들 간의 ‘세계적 수준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독점자본들 간의 세계적 수준에서의 경쟁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민국가는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민족국가의 상대적 격리성(자율성)은 전후의 장기호황의 종말과 더불어 끝났다’. 정리하자면, 자본축적의 위기→유휴화폐자본의 축적과 금융자본세력의 부상→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 및 국민국가의 상대적 격리성 파괴→국민국가의 변화. 다시 말하자면 세계적 ‘경쟁체제’에 가장 적합한 자본축적의 환경을 조성시키기 위해서 국가는 체계적인 권력행사를 시작한다.

이러한 국가의 변화, ‘자본축적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권력행사’는 80년대 이후에 진행된 신자유주의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붕괴됨에 따라, 자본주의 체제의 종별적 차이성도 붕괴되게 된다. 즉 유럽식 자본주의와 영미식 자본주의라는 종별적 차이성을 가능케 했던 국민국가의 세계시장으로부터의 상대적 격리성이 종결됨에 따라, 여전히 각각의 자본주의간의 차이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차이점들은 소멸되어 영미식 자본주의로 수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수렴의 과정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다. 유럽의 좌파정당들조차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공공연하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노선으로 선회하였다4).

경제위기와 자본의 세계화에 의해서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붕괴되었다면, 이후의 국가경제정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유럽으로 전파되고 제3세계의 많은 국민국가의 장벽을 허물어뜨리고 신자유주의가 전염되어 갔다고 한다면, 여기서 나타난 신자유주의의 국가경제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는 무엇인가? 자유주의를 선전하는 경제학자들은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자유경쟁 보다는 독점자본이 더욱 강고하게 지배하는 경제체제를, 그리고 ‘작은 국가’ 보다는 구조조정과 과잉자본의 정리를 주도하는 개입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

신자유주의 국가의 경제정책은 두 개의 핵심적 요소에 의해서 규정받는다. 먼저 70년대 이후 형성된 ‘독점자본간의 세계적 경쟁체제’로부터 오는 압력에 의해서 규정된다. 세계시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격리되었으며 장벽으로 일정정도 보호되었던 국민경제는 급속한 자본이동성, 상품시장개방에 의해서 세계시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었으며 따라서 전세계의 독점자본과의 치열한 경쟁압력에 의해서 규정받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70년대 이후를 특징짓는 장기불황, 장기적인 과잉자본이 신자유주의적 국가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을 규정한다.

위에서 제시한 두 개의 규정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한국자본주의와 국가 경제정책을 간단히 개관해보자.

1) 국내외 독점자본들의 요구에 의한 세계화의 가속화와 종속성의 심화. 한국 산업자본은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정도가 큼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상대적으로 제한하는 예외적인 지위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독점자본 간의 세계적 경쟁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대외 개방압력이 심화되었다. 한편 국내 독점자본에게는 축적을 위한 더 넓은 해외시장을 위해서, 금융자본에게는 불황으로 누적된 화폐자본의 해외진출을 위해서 세계화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세계화는 더욱 가속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서 한국 자본주의는 더욱더 직접적으로 세계자본주의 질서 속으로 편입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독자적 경제정책이 어려워졌고 세계시장의 불안정한 변화에 따라 국민경제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

2) 세계적 경쟁압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거대한 생산의 집적(이른바 집중)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데, 특히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공황국면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자본의 집중이 심화된다. 그리고 자본의 집중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파괴하는 규제완화정책을 구사한다.

3) 노동, 환경, 복지의 ‘하향평준화’. 이는 독점자본 간의 세계적 경쟁체제가 강제하는 것으로써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에 대한 유연화와 노조의 파괴, 환경파괴, 복지 및 사회안전망의 파괴로 나타난다. 자본이동성의 증가는 한 지역에서의 낮은 임금을 다른 지역에 강요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예컨대 중국의 낮은 임금과 한국의 높은 임금을 비교하여 한국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된다. 인접지역의 낮은 복지수준으로 전 민중의 복지수준을 하향평준화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은 특히 노동의 하향평준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불황에 대응하여 자본은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이 때 노동에 대한 물리적 공격보다 강력한 것이 자본의 투자회피, 해외 이전인데 독점자본 간의 세계적 경쟁체제는 이러한 자본의 수단을 더욱 노골화하는 경향이 있다.

4) 부채의 사회화와 과잉자본 정리, 그리고 전략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강화.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과잉자본(부실기업)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및 그 부담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이른바 ‘부채의 사회화’ 정책을 취한다. 말하자면 이러한 한계기업의 청산, 기업간 인수합병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누가 조달하고 정리과정을 지위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국가가 ‘공공의 이익’으로 포장하여 지원한다. 이는 외환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공적기금과 기관을 만들었던 경험으로부터 일반화될 수 있다. 아울러 독점자본 간의 세계적 경쟁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정책으로서, 각종 전략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5)



2. 신자유주의 6년과 한국경제의 현황

       ; 외국자본에 의한 종속성심화, 독점강화, 민중생활의 하향평준화.


기업과 은행에 대한 퇴출명령이 시작되었던 98년 6월 이전 기간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단계에 해당한다. 이 때까지 1)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 노동법개악 반대투쟁에 의해서 한시적으로 유예되었던 정리해고와 파견제의 즉각적인 실시를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고, 3) 재벌개혁 원칙을 승인 받았으며, 4) 외국자본의 유입을 적극 권장하는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사전 준비작업을 완료하였다6). 세계화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자본주의는 자본축적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했었고, 때마침 발발한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 전체를 ‘죄인’으로 몰아세우면서 국가에 의해서 주도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누구도 거부해서는 안되는 시대적 과제로 부각시켰던 것이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여론이 가져온 위기감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였다. 뒤이어 금융․기업․공공․노동의 4대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금융과 산업부문의 과잉자본을 정리하는 구조조정과정을 국가가 진두지휘하면서 그 비용을 민중에게 고스란히 전가시켰다. 그 결과 세계화에 따른 종속성의 심화, 인수합병과 정리과정에 의한 독점경향의 심화, 민중의 복지수준의 저하 및 고용불안을 야기시켰다. 이는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필연적 결과였다.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국가정책의 대부분을 계승한 노무현 정권 역시 일부의 관념적 기대감과는 달리 신자유주의 정권임에 분명하다. 2002년 12월18일 명동에서의 마지막 유세에서 “파업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연설하던 노무현 후보는, 2003년 2월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자유주의는 대세이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3년 4월에는 “노동자도 자율권을 갖고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특혜도 해소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2004년 1월19일 전경련과의 만찬에서는 “믿고 투자 해 달라.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노사문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조의 불법파업 등의 일정도를 넘는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자동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다7). 이런 정치적 발언으로부터 일차적으로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방향에 대하여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1970년대 이후를 특징짓는 세계적인 장기불황 그리고 독점자본간의 세계적인 경쟁압력이 가중된 현재의 상황 하에서 국가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가는 자본축적을 위한 적합한 조건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노무현씨 개인의 정치적 바램이 이상적인 가치관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이 한때 진보운동의 세례를 받은 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되어버린 현재의 경제국면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대세이기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서 민중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압박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 밖에 없다. 70년대 이후의 장기불황, 만성적인 자본위기에 대한 처방이 신자유주의였고, 이는 자본 측에서 볼 때 자본축적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안 방안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이 핵심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12대 국정과제 역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이다.


[12대 국정과제]

- 정치적 차원 : 부패없는 사회․봉사하는 행정,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

- 경제적 차원 :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과학기술중심사회구축,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

- 사회․문화․여성 :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실현,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나 경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서 정치적 차원에서 권력과 자본의 더러운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 청산될 수도 있고, 행정수도 이전에 의해서 균형발전이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며, 사회․문화․여성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발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생활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봉사하는 행정’으로 국민들의 정신적인 만족과 편의가 높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실업자가 만연한 상황에서 달성된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 무슨 의미를 가지겠는가? 이런 부분들이 가지는 의미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방식이 점점 피폐해진다면, 사회문화분야의 변화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중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주는 정책들에 대하여 평가해야 한다. 여기서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그리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 등의 정책들이 결국에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더욱 강화하며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민중적인 정책임을 설명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까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가져온 결과를 더욱 심화시킬 것임을 살펴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한국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1) 세계화의 가속화, 그리고 종속성 심화경향

(1) 세계화의 현황과 종속성 심화경향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상품시장을 개방하여 한국시장과 세계시장 간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2월 초반 FTA 국회비준이 무산되었지만 곧바로 나온 해외금융자본과 국내독점자본들의 대변단체에서 거세게 항의하였고 결국 이들의 요구에 따라 칠레와의 FTA를 통과시켰다. 따라서 상품시장의 개방은 김대중 정권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시장 역시 97년 외국인 주식보유한도를 50%로 증가시켰고 그 뒤 98년에 완전히 소유한도를 폐지하였으며, 외국자본의 한국지점 개설 및 한국자본의 해외차입 등을 완전히 허용하였다. 그리고 외환규제를 완전히 없앰으로써 자유로운 자본유출입이 가능해졌다. 이제 모든 금융산업에 걸쳐 현지법인설립, 지점과 사무소설치, 금융기관의 지분참여 등 모든 형태의 상업적 주재(commercial presence)가 가능한 상태이다. 따라서 한국은 상품시장에서부터 자본시장에 이르기까지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세계화가 가속화된 결과 한국자본주의에서 외국인에 의한 소유와 산업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증가되었다.

우선 산업전반에 걸친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지분변화를 살펴보자. 총주식시가 총액 대비 외국인의 주식소유액 비중은 97년 14.6%에서, 98년 18.6%, 99년 22%, 2000년 30.1%, 2001년 37%, 2002년 36%, 마침내 2003년 12월 말에는 40.2%로까지 상승하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 등의 상위 10개 기업의 순이익이 상장서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독점화된 상황에서 상위 우량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50%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97년 이후 외국자본의 유입 중 현지에 산업시설을 설치하는 이른바 그린필드투자가 10% 미만을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이 금융자산을 소유함으로써 금융적 지대를 수탈하거나 기업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외환위기 초기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를 증가시키는 측면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적 지대(이자와 배당, 시세차익 등) 형태로 한국에서 생산된 잉여가치가 유출되고 한국 독점자본의 경영권에 대한 간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은행산업에서의 외국인 지배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주요은행별 외국인 지분율 현황                         2003년 말 기준

 

주요 외국인 주주 ­ 외국인 지분율 전체

제일은행

외환은행

한미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뉴브리지캐피탈(미국계 펀드회사, 48.6%) ­ 48.6%

론스타펀드(펀드회사, 51%) ­ 62.95%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펀드회사, 36.6%) ­ 89.1%

외국인투자가 분산되어 있음 ­ 73%

외국인투자가 분산되어 있음 ­ 52.1%

외국인투자가 분산되어 있음 ­ 40.6%


<표 2> 외국계은행의 국내은행시장 점유율

 

98년

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점유율

6.9

6.1

18.7

20.0

18.5

26.7

* 자료 ; 금융감독원, 점유율 단위%, 제일, 외환, 한미은행과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의 자산을 합한 것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임


현재 은행산업에서의 독점화가 진전되어 상위 5대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7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에서 보듯이 이들 거대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0%를 넘었거나 외국인이 대주주가 되어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분산되어 있어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제일, 외환, 한미은행 경우 외국계 뮤추얼펀드가 50%에 육박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금융자본의 지배력증가는 금융위기를 겪은 라틴아메리카와 체제전환기 동안 외국계 금융자본의 진입이 가속화된 동유럽과 동일한 상황이다. 외국계금융자본의 진출은 세계적인 주요은행, 증권사, 뮤추얼펀드 및 헤지펀드 등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앞세워 국제금융시장의 집중화된 자산운용 위계구조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국제금융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8). 이를 통해서 세계 곳곳에서 잉여가치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철도”에 의해서 세계적인 연결망이 형성되어 제국주의가 식민지 구석구석에 착취의 촉수를 뻗칠 수 있었듯이9), 70년대 이후 정보통신의 발달이 전 세계적인 전산망을 통해서 착취의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보장하였고, 신자유주의 첨병인 세계기구를 이용하여 자본이동의 국가간 경계를 허물어뜨림으로써 경제적 잉여가치를 흡수할 촉수를 뻗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침투는 잉여가치를 흡수하는 네트워크망의 확장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 은행들이 최근 중국과 아시아 지역으로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 금융산업은 상층부의 초국적 금융투기자본―한국 금융산업―중국과 아시아지역의 금융산업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망의 중간단계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금융부문과 산업부문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은 과거 한국경제의 종속성과는 다른 성격의 종속성을 부여한다. 과거 한국경제는 국내기업과 경쟁이 될 만한 산업을 거의 개방하지 않았고 수출에서 상대적인 자유로움을 누렸다. 이 때의 경제적 종속 문제는 낮은 생산력수준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는 잉여가치의 이전, 그리고 잉여가치가 선진자본주의로 이전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독점자본의 이윤율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력 초과착취 문제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현재 종속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상품교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가치의 이전문제가 과거의 문제였다면,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현재는 금융자본에 의한 직접적 잉여가치의 이전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단적인 예로 주식시장을 보더라도 2003년 기준 외국인의 투자이익은 전체의 60%를 소유한 한국인들의 투자이익을 훨씬 상회하는 32조원에 이른다.

다음으로 심각한 종속 문제는 한국자본주의가 세계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경제적 자율성의 영역이 거의 훼손되었다는 점을 지적되어야 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에 대한 JP모건의 개입, 한미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의 교체, LG카드의 위기시에 외국계은행들의 재빠른 채권회수 등 구체적인 사례들은 한국 금융산업의 경영방식에서부터 구조조정에 대한 외국금융자본의 개입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더욱 불안정한 외국계펀드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외국계 뮤추얼펀드의 상황에 따라 자본의 유출입이 급격하게 변동하여 심각한 금융적 불안전성과 경제적 불안전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증가되었다. 


(2)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론에 대하여

노무현정권의 핵심국정과제인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론10)은 2002년 김대중 정권이 제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론’을 계승한 것으로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 금융과 물류 첨단”중심 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다름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법에서 이미 계획되었듯이, 1) 소득세, 법인세 등의 조세 감면혜택, 2) 노동쟁의 불법화, 전 업종에 걸친 근로자파견 허용, 유급휴일․월차유급휴가 및 유급생리휴가 등의 무급화, 3) 환경규제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여 국내외 독점자본에게 축적의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 광양을 기점으로 지정되었다가 2010년 이후에는 전국 규모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계획만 보더라도 인천, 부산, 광양의 배후지로 서해안과 남해안 대부분이 포함되어 사실상 아주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경제자유구역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11)

그리고 이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부르주아 경제학에 의하면 경제자유구역으로 외국자본이 유치되고 고용이 창출될 것이며 거시적으로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한편, 선진적인 기술과 경영기법이 도입되어 국민경제 전체가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현실과 명백히 반대가 된다. 1) 한국에 진입한 외국자본은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그린필드투자보다는 기업사냥(M&A)과 경영권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 핵심기술과 선진경영기법이 쉽사리 도입되지도 않는다. 경제자유구역법으로 이득을 보는 계급은 초국적 금융자본과 국내외 독점산업자본이다. 법인세 감면과 노동권의 악화 등으로 인하여 자본일반은 이윤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어느 정도 제공받게 된다. 특히 해당 기업 주식의 10%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면 모두 외국자본으로 규정받기 때문에 국내 독점자본 역시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론은 외국자본유치를 빌미로 해서 노동권과 환경권을 ‘하향평준화’하는 핵심적인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또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론의 또 다른 내용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론을 생각해보자. 최근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율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들 그리고 외환보유고와 공적연금을 모아 한국투자청을 만들어 금융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으로 국제적인 투자자본을 끌어 모으고 한국 내에서도 연기금과 외환보유고 등을 동원하여 중국과 아시아지역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초국적 금융자본들은 중국과 아시아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 네트워크로서 한국 금융산업을 이용할 것이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건설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론의 실현가능성과는 별도로12), 90년대 중반부터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론과 같은 정책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자본의 세계화와 장기불황에 대응하여 축적전략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측면도 있지만, 세계 6위의 경제규모와 세계 3위의 수입규모를 가지게 된 중국(2003년 기준)의 고도성장으로 인하여 아시아 경제 분업구조가 급속하게 변경되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는 2만 2천개의 한국기업이 1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가공제품 등 경공업에서는 이미 국내산업의 이전으로 인한 한국내의 산업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과 일본의 무역구조를 보면, 선박, 기계류,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3). 이에 따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경제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데14), 이렇게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분업구조 속에서 첨단산업과 금융산업 위주로 한국산업을 재편하려는 시도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론으로 나타났다. 경제자유구역법은 노동권을 약화시키고 국가의 보조금으로 자본의 축적조건을 좋게 유지함으로서 일시적으로 해외이전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첨단산업과 금융산업, 물류산업 위주로의 성공여부와는 무관하게 노동권만 악화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 독점화 경향의 가속화

자본주의에서는 사회적 구매력을 초과할 정도로 과잉팽창된 자본은 공황을 통해서 정리된다. 이 때 생산설비를 폐기하거나 집중시키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과잉자본을 처리하게 된다. 종금사 등 금융자본의 청산, 은행자본의 합병을 통한 집중, 자동차산업에서의 국제적 합병15)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과잉자본이 정리되면서 자본주의는 더욱더 거대화되고 독점화되는 경향을 가진다. 이러한 독점화 경향은 또한 자본이 세계적인 경쟁압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김대중 정권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은, 재벌의 빅딜, 부실기업에 대한 청산,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자본의 과잉을 합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99년 4대 재벌의 자산총액은 96년에 비하여 39%가 증가되었다. 한편 금융구조조정 역시 퇴출과 합병을 통해서 금융기관의 수를 감소시키는 대신, 은행당 평균 총자산과 자기자본을 증가시켰다16). 또한 구조조정과 대규모 정리해고의 결과 금융부문 전체에서는 총인원이 31.1%, 은행부문에서는 38.3%가 감소하였다. 이런 과정들은 독점 자본의 거대화 경향으로 귀결된다.

먼저 산업전체의 독점경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주식시장에서 거대독점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자.


<표 3>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거대독점자본의 비중

자산순위

1997년 말

2003년 말

기업집단

시가총액

비중

기업집단

시가총액

비중

1위

현대

4.6조

3.3%

삼성

96.4조

28%

2위

삼성

7.3조

5.3%

LG

21.2조

6%

3위

대우

3.8조

2.7%

SK

26.5조

8%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2004. 자산순위에 따른 것이므로, 주식시장에 상장정도에 따라 시가총액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


위의 수치들은 독점자본의 거대화와 독점화경향의 심화를 잘 보여준다. 특히 삼성은 주식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의 1/5를 담당하고 있고 한국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등, 그 규모에서 한국경제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이보다 더 심한 독점의 지표가 어디에 있겠는가?

제조업에서 기업합병추세와 독점화경향을 살펴보자.

      

<표 4> 한국제조업에서의 기업결합추세와 독점경향

 

90

95

96

97

98

99

2000

2001

기업결합 수(수평?수직결합)

­

325

393

418

486

557

703

644

50대기업 시장집중도

30

33.6

34.4

37.1

38.4

38.0

38.1

36.8

제조업 상위 10개 산업에서의 시장집중도(CR3)

55.1

52.8

­

65.4

­

69.5

­

65.9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2003, 12. 10대 산업은 자동차, 정유, 정보통신, 조선, 반도체, 기타 자동차부품,

       컴퓨터관련, 열간 압연 및 압출제품, 플라스틱, 방송수신기 산업을 말한다.


기업합병(결합)추세는 97, 98, 99, 2000, 2001년 동안 계속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즉 공황의 여파로 자본합리화 과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조사된 50대 기업의 시장집중도는 공황 이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가 공황이 진행 중인 98년, 99년에 정점에 도달하였다. 이는 제조업에서의 독점화 경향을 증거하는 것이다. 한편 매출액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하면 독점화 경향을 더욱 심각해진다. 30대 대그룹의 부가가치 비중은 2001년 기준 51.5%를 차지하고 있다17). 이는 거대독점자본이 중소기업에 비하여 훨씬 높은 이윤율을 얻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한편 금융산업에서 독점화 경향을 살펴보자.


<표 5> 은행산업 대형5사의 시장점유율 및 은행산업 전체의 평균자산총액

 

97년 말

98년 말

99년 말

2000년 말

2001년 말

2002년 말

2003년 말

대형5사 점유율

39.4%

41.6%

49.1%

52.2%

61.4%

63.2%

72.3%

평균자산총액

약 21조원

약 28조원

약 38조원

약 44조원

약 55조원

약 73조원

­

자료 : 한국은행, 2004,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집중도 및 시사점 ; 삼성경제연구소, 2003, 외국자본의

       국내금융산업진출과 시사점. 은 총자산을 기준 계산된 것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은행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거대화를 도모하였다. 특히 2000년 국민­주택의 합병, 2001년 한빛, 평화, 경남, 광주은행의 합병, 2002년 하나와 서울은행의 합병은 은행산업 전체를 독점화시켰다. 아울러 은행자본들은 합병에만 거치지 않고 증권, 카드사, 종금사, 투신사 등과 결합하면서 종합금융자본으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18). 이러한 독점화 경향을 은행산업의 종속화경향과 연결시켜 보면, 초국적 금융자본의 파트너로서 한국에서의 금융지대 뿐만 아니라 이를 거점으로 해서 동남아와 중국지역에서의 잉여가치를 뽑아내는 거대한 중간네트워크망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한국 자본주의는 급격하게 독점화 경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이다. 자본의 인수합병과 합리화에 의한 독점화 경향의 가속화는 과잉자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이기도 하며, 세계적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본전략을 신자유주의 국가가 도와준 것19)에 해당한다. 아울러 노무현 정권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질서’ 창출이라는 국정과제 역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3’ 과제와 공정거래정책의 추진으로 많은 개혁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시장이 신뢰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의 정착과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소유구조를 공개하고 재벌의 출자총액제한 조치 등을 유지20)”하는 한편,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투명한 회계제도를 만들자는 등의 내용의 국정과제를 채택하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주권익보호와 불투명한 거래관행을 제거하여 선진적인 기업환경을 구축하자는 것이므로, 독점자본의 지배를 완화하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더욱 멀다. 오히려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여 자본간 합병을 통한 집중과 독점을 심화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독점화 경향과 자본의 거대화는 세계화된 경쟁압력으로부터 한국 독점재벌을 보호하는 한편, 한국 독점자본들의 해외 진출을 유리하게 하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화된 경쟁체제에 적합한 거대 자본을 형성하기 위해서 자본의 집중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도와준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기업․금융 구조조정이다.

이러한 독점화경향은 독점자본의 성공과 민중들의 경제적 행복간의 거리를 더욱 괴리시킬 것이다. 즉 독점자본의 성장은 GDP 지표의 성장을 가져올 지언정 민중들의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이미 일국적 축적이 아니라 세계적 축적을 하는 삼성과 같은 거대독점자본들은 높은 경쟁력, 높은 생산력, 높은 유기적 구성도 때문에 제조업 일반의 고용창출능력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지는 고용창출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민중들의 임금소득은 오히려 떨어질 수 밖에 없다21). 2004년 현재 수출이 그렇게 증가되어도 민중들의 삶과 내수시장이 확장되지 못하는 것은, 거대한 독점자본 위주의 경제체제 그 자체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민중들의 빈곤한 삶을 개선시키지 않는 독점자본의 수출증가가 내수를 확장시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거대한 독점자본의 실패는 민중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독점자본의 거대화는 독점자본의 사업실패의 파장을 크게 할 것이고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결과 독점자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독점자본이 상주하고 있는 국민경제전체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3) 국가에 의한 과잉자본 처리 : 사적 자본의 실패를 민중에게 전가한다.

국가가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으로 경제에 개입할 때에는 경제정책에 의해서 공황이 지연되었다. 과잉자본이 공황의 형태로 폭발할 조짐이 보일 때마다 국가의 신용팽창정책에 의해서 과잉자본의 폭발이 지연되었으며 그 결과 과잉자본이 주기적으로 청산되지 않고 누적되었다. 누적된 과잉자본에 의한 장기불황을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으로 처방하지 못하게 되자, 국가는 통화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선회하게 된다. 그러나 80년대 초반 미국 긴축통화정책은 파국적인 상황을 초래하여 통화주의는 포기된다.

국가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산업구조조정 등을 단행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경우 첨단 산업과 군수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산업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면,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공적자금을 출자하고 부실자산정리기구를 설치하여 구조조정 과정을 국가가 진두지휘하였다. 그런데 부실채권의 형태를 띠는 과잉자본을 국가가 구입하고 이를 정상화하여 다시 해외매각하거나 독점자본에게 국내매각하는 방식, 또는 금융자본가의 이익을 일정정도 보장하는 방식으로 청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이러한 비용을 국가가 조달한 것이다. 주요 자본조달방식은 공기업 매각에서 얻게 된 수입과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이다.

정부는 부실채권 매입, 금융기관의 증자지원, 예금대(신)지급 등을 위해 99년까지 64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그 이자를 전액 정부예산에서 지급하기로 하였다. 64조 원의 자금 중 자산관리공사22)가 32조 원의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을 발행, 나머지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하여 금융기관에 증가와 예금대지급에 사용하였다. 공사에서 채권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이자는 국가가 지급하기 때문에 형식상 공적자금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역시 회수되지 않을 경우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간다. 2002년에 이미 15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였으며 이중 30%만을 회수하고 있다.

결국 이런 방식의 국가지원은 독점자본의 과잉자본을 국가기관에 의한 부실채권인수, 금융자본에 대한 증자, 예금대지급 등의 방식을 이용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사회전체로 전가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적독점자본의 실패를 민중들의 소득으로 보상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친자본성과 반민중성이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국가에 의한 과잉자본의 처리과정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런 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 과거의 경기부양을 위해서 그렇게 독려했던 카드발행과 가계대출이 문제로 불거지자, 신용카드 위크아웃제 등을 동원하여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이를 통해서 채무조정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1%미만이었다. 그런데 LG카드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마침내 수 조 원에 이르는 추가지원액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그동안 금융적 지대를 꼬박꼬박 챙겼던 LG는 책임을 회피하였고 주채권은행들은 대부분 외국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손해를 볼 것이 뻔해서 지원을 회피하고 있다. 이것도 동일한 맥락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4) 노동의 하향평준화와 고용없는 성장

“지표로서의 경기는 좋아졌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변화가 없다”, “이렇게까지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 이런 말들은 97년부터 생긴 민중들의 푸념들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해서 당연히 예상된 일이다. 신자유주의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독점자본간의 세계적인 경쟁체제에 의해서 가해지는 압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장이전 등을 무기로 노동권과 환경권, 민중의 생존권을 악화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서는 한국의 비싼(?) 노동력의 가치를 중국 수준으로 낮출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중국진출 100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의 절반이 국내 산업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쇄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81% 이상이 4~5년 이내 한국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하였다. 말하자면 자본의 세계적 경쟁압력과 자본의 이동성의 증가는 모든 노동을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기준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즉 하향평준화를 요구한다. 물론 여기에서 상위 몇 %의 고급노동은 이런 하향평준화로부터 배제될 것이다. 이것은 민중들의 경제적 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자본축적의 조건을 건전화하려는 시도인데, 그 결과 민중들의 소비능력이 저하되고 내수가 붕괴되는 현상이 초래된다. 그리고 지표경기와 민중의 체감경기는 점점 괴리될 것이다.

지표경기와 민중의 체감경기를 구조적으로 괴리시키는 첫 번째 요인은 앞에서 지적한 신자유주의의 노동에 대한 공격이었다. 두 번째 요인은 생산력발전 그 자체이다. 2004년 1월에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세계경제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제이콥 프랭켈 메릴린치 인터네셔널 회장은, “생산성 증가가 놀랍다. 하지만 ‘고용없는 성장’이 생산성 수치에 반영되었다”고 하였다. 자본의 집중과 집적에 의한 거대화 그리고 생산력의 발전은 점점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시키면서 ‘상대적 과잉인구’를 항상 창출한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다. 10억 원어치의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자의 수를 계산해 본 결과, 90년에는 14.5명, 95년에는 8.1명, 2000년에는 4.4명이 필요하다23). 따라서 GDP가 증가되더라도 그것이 한국에서의 고용을 창출할 가능성이 점점 적어진다. 이전과 같은 고용증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고도의 경제성장이 요구되는데, 중국의 부상과 치열해지는 자본간 경쟁, 장기불황 상황 속에서 높은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주택, 건강,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위한 복지지출을 삭감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더 부채 속으로 떠밀려 들어간다24). 한국은 이제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에 육박했고 전체 가계빚은 184조 원(98년)에서 2003년 10월 434조 원으로 늘어났다. 한 가계 당 평균적으로 3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3. 새로운 사회계급구조의 성립

        ; 극단적 이분화, 사회안전망의 붕괴


경제정책과 경제구조의 변형은 사회계급들의 소득양상을 변화시키면서, 결국에는 사회계급의 구성을 변화시키게 된다. 이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조차 지적할 정도로 심각한 현상이 되었다. 아래의 표를 보자.  

<표 6> 1991~1996 실질소득변화율



<표 7> 1996~2000 실질소득변화율

자료 : 통계청 가구소비 실태조사 자료(1991, 1996, 2000) 참고. 명목소득을 실질소득로 바꾸기 위해서

       물가상승율로 조정한 것임.

<표 6>에 의하면, 적어도 1996년 이전의 시기에는 경제성장의 열매가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분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표 7>를 보면 이런 상대적 균등성조차 철저하게 붕괴된다. 하위의 40%는 소득이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상위 10%의 사람은 그 어떤 시기보다 소득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좀 더 자세히 10분위 계급을 분류해보면, 전체 계급의 1%도 되지 않는 자본가들이 소속된 최상위 1%는 같은 기간 동안 77.5% 실질소득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조차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1979~94년 사이에 최상위 5%는 (+)50%, 최상위 20%는 (+)30%의 실질소득증가의 혜택을 얻었지만, 최하위 20%는 오히려 (-)10%의 실질소득감소를 고통을 받았다(모즐리, 1999). 이러한 상층과 하층의 실질소득의 뚜렷한 차별화는 신자유주의에서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최대 수혜자는 금융자본가를 포함한 자본가계급 일반이며, 최대 피해자는 기층 민중들임이 분명하다.

좀 더 사실 확인을 위해서 아래의 표를 다시 보자. 아래 표는 노동부의 임금소득기본조사를 통해서 경영자와 노동자들의 소득분포의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표 8> 임금소득에 따른 분포의 변화

자료 : 노동부, 임금소득기본조사 매년 자료참고. 단, 절대적 소득분포를 알기보다는 상대적인 분포를

       알기 위해서 구간을 조정하였음25)


위 표를 통해서 2002년의 소득분포양상이 1993년에 비하여 넓게 퍼져있는 형태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 소득의 상층부분과 하층부분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상층자본가 계급과 하층의 노동자․도시빈민․농민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2) 두터운 중간층을 의미하는 높은 봉우리가 사라짐에 따라 소위 중산층이라는 불리는 노동계급이 소멸하고 있다는 것, 3) 점점 많은 소득의 부분을 소수의 자본가들이 독점적으로 가져간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들은 흔히 말하는 소득불평등계수인 ‘지니’계수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자본주의는 현재 20:80의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보다도 더 극단적인 사회계급의 분화를 보인 나라는 아르헨티나이다. 1975년 총인구 2200만 명의 1/10이 빈곤층이었는데, 2000년 총인구 3700만 명의 2/3이 빈곤층이었다26). 이런 변화는 노동유연화, 정리해고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한 중간계층의 붕괴에 따른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빈부격차를 반영한 것인데,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다. 우리가 앞에서 확인하였듯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상대적 과잉인구의 창출, 노동권의 약화 등을 통해서 자본축적의 조건을 형성하였다. 따라서 대규모 집단적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는 상태의 부의 분배보다도 더욱 분배상황이 악화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빈곤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층의 인구가 1996년 전체인구의 5.91%에서 2000년 11.46%로 증가27)되었고 생활고와 사업실패로 인한 자살자의 수치, 단전대상 가구수 등 빈곤을 상징하는 수치가 9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8․4보건복지부 긴급 빈곤대책과 9․3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대책에서 기초생활보장대상자 확대만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으며, 절대빈곤계층의 73.4%에게는 전혀 생계보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추세이다28). 그러나 이전시기와는 달리 현재의 ‘신빈곤 문제’는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로서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으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한, ‘신빈곤’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노무현 정권에게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도, 할 능력도 없다. 자본에게 법인세 감면혜택을 주면서 소득재배분을 할 수 없을 것이며, 국방예산을 증액하면서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정권에게서 빈곤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29).


4. 불평등과 빈곤 속에서도 ‘참여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인가?

        ; 형식적 민주주의조차 붕괴될 가능성에 대하여


국가개입반대, 시장질서유지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국가는 자본의 심각한 위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금융지원 조치들과 이를 병행한 산업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자본축적에 유리한 계급지형을 구축하여 다수 민중을 노골적 배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신자유주의 국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모토인 ‘참여’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인가? 또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이 증가하여 극단적 불평등이 강화되는 신자유주의에서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인가?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일치되는 ‘인민의 지배’를 완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없고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진전되었는가가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30).

인민의 지배를 실현시키지 않았지만 자본주의 국가는 마치 전체 사회집단의 공동이익, 이른바 ‘국익’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증진시키는 듯한 이데올로기를 형성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계급들에게 ‘지배에 대한 동의’를 구할 수 있다. 이런 동의가 완전히 허구가 아닌 것은 그것의 물적기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물적기반을 중산층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광범위한 중산층은 사실상 경제적 성공으로부터 물질적인 혜택을 받는 집단으로서 그들의 물질적인 안락은 국가와 경제성장이 전체 인민의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물질적인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자본위기에 대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다수를 성장의 혜택으로부터 배제시켜 생존권에 위협을 가하는 한편, 자본측에 대하여는 노골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자본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과 다수의 중산층의 몰락, 생존권적 투쟁의 고양 속에서 ‘국가가 다수의 공동이익을 보장하는 중립적인 기구’라는 환상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데올로기의 물적인 토대가 붕괴되고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국가는 물리력에 대한 동원으로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다. 이로서, 국가는 자신의 ‘자본축적의 수호자로서의 본질’과 ‘공공이익을 대변하는 중립적 기구’라는 형식의 이중성이 붕괴된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의 2003년을 보자. 민중들의 요구에 평화적 통제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 대처하다가, 점차 생존권적 요구에 의한 민중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정권의 대응은 이전의 정권에서 보여지듯이 ‘원칙과 엄정한 대처’로 돌아섰고 결국 화물연대에 대한 사법처리, 7월 철도파업에 대한 공권력투입, 부안에서의 대대적 경찰력동원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04년 2월에는 노동조합의 불법파업 등 ‘일정도를 넘어선’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자동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강한 경찰력에 의존한 강한 억압적 구조를 가져가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로서 참여민주주의는 고사하고 기존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더 이상 진전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출될 수 있다. 장기불황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현재의 경제적 상황은 직접적이고 공공연하게 정권으로 하여금 자본측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민중의 요구를 들어줄 경제․정치적 여유가 전혀 없다. 즉 ‘경제적 논리와 시장논리에 의한 정치의 종속’이 심화31)된 결과 점차 민중배제적인 정책들이 추진되고 이에 대응한 생존권적 투쟁의 증가는 민중과 국가간의 정치적 대립을 촉진시킬 것이고, 이에 의해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파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와 사회적 합의가 실질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미리 승인하도록 하는 것, 그래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인정’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5. 마치며

한국 자본주의의 현재 상황은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속에서 파생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전 세계적으로 하루 1달러로 살아가는 비참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절대빈곤층의 규모가 거대하게 증가되는 라틴 아메리카는 우리의 미래를 보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다수 민중을 실업과 빈곤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빈곤층 등의 생존권적 투쟁과 노동자들의 연대를 형성시킬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더욱더 형성되었다. 전 세계적인 그리고 한국자본주의 내에서의 비정규직, 빈곤층의 존재는 높은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운영질서가 구원할 수 있는 인간들이 점차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노/정/연


1) 세계적인 수준에서 1945년의 급속한 축적에 장애물이었던 생산과 무역에서의 거대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달러의 공급이 급속히 이루어지길 원했다. 전후에는 미국에서 상품이 수출되어 전쟁에 의해서 황폐화된 유럽으로 유입되어야 했었는데 유럽에는 이를 구매할 유동성이 없었다. 따라서 유럽의 경제부흥을 위해서, 사회주의권과의 정치적 대결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미국은 유럽으로의 경제원조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브레튼우즈체제는 미 달러를 세계기축통화로 정하고, 단기자본의 이동성을 막아 국가의 상대적 정책자율성을 보장하였으며,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부터 미국의 신용팽창정책이 일정기간동안 세계경제를 이윤율저하에도 불구하고 지탱시킬 수 있었던 화폐적 동력을 제공하였다.


3) 세계시장의 변동성으로부터 국민경제를 떼어놓았다는 의미이다. 브레튼우즈체제는 전후의 장기호황을 뒷받침했던 핵심적 제도인데, 그것의 특징인 단기투기자본의 이동성 제한은 금융자본의 세계적인 이동성을 제한시켰고 그 결과 국민경제는 독자적인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상대적 가능성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서의 상대적 격리성은 이런 의미이다.


4) 김수행, 안삼환 ,정병기, 홍태영, 2003, 제3의 길과 신자유주의를 참고.


5) 미국의 IT산업관련 자본의 20%는 1983년 레이건 정부의 스타워즈로 불리는 군사․기술 프로그램인 SDI에 의해 재정지원된 것이며,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급속한 경제성장 역시 방위산업에 대한 정부지원 덕택이었다. 박승호, 2004, 좌파 현대자본주의론의 비판적 재구성, 서울대 박사학위논문, p488. 


6) 이은숙, 2000, 현시기 산별노조건설의 의의와 방향, 현장에서 미래를 제51호 참고


7) 2004.2.9. 청와대에서,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OECD의 가이드라인 등 5가지 기준이 있어 노조 측에서도 이와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 노조의 불법파업 등 일정도를 넘으면, 공권력을 자동적으로 투입시키는 기준을 마련하겠다.” 중앙일보 참고.


8) 홍영기, 외자계은행의 진출 확대, 사회경제평론 17호 참고.


9) 단적인 예로, 1982년 이후 멕시코는 네 번의 IMF와의 협정, 부채재조정 등을 거치면서 초국적 은행에게 1,682억 6,800만 달러의 이자를 지불하였다. 그런데, 이 1998년까지 누적된 외채는 정작 이보다 적은 1,600억 달러였다(이성형, 1998, IMF시대의 멕시코) 원금에 상응하는 이자를!!


10)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백서에 의하면, “동북아지역은 중국의 급부상을 계기로 세계적인 생산 교역기지로서 EU, NAFTA와 함께 세계경제의 3극체제를 형성할 전망”인데, 벌써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동북아의 각 지역은 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통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자본주의도 여기에 대응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대응의 핵심방안으로서 금융과 물류, 첨단산업 중심의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11) 정영섭,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계획과 노동운동의 대응, 현장에서 미래를, 제86호.


12) 가능하기나 한가? 1) 금융자본을 어디로부터 끌어들일 것인가? 한국 연기금의 주식투자화는 이와 같은 맥락, 2) 초국적 자본이 중국의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왜 한국을 거점으로 삼을까? 가능성에 대하여는 부정적임.


13) 산업은행, 2004, 한중일 3국의 수출경합 및 무역보완관계 분석 참고


14) 삼성경제연구소, 2003, 2004년 중국경제전망보고서 참고


15) 한국자동차산업의 과잉자본은, 삼성과 대우는 르노와 GM과의 국제적 합병으로 정리되었고, 기아는 현대와의 국내적 합병으로 정리되었다.


16) 강성윤, 2001,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예견된 실패


17) 좌승희, 한국경제10대 불가사의.


18)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산업은행 등은 중국의 광저우, 선양, 칭다오, 다렌, 텐진, 상하이, 홍콩,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하여 지점개설 및 현지은행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2003,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진출과 시사점 참고.


19) 부채탕감, 부실채권 구입, 증자에 국가가 참여한 것을 별도로 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간 합병에 대하여 합병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등록세면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었다. 사업조정의 경우에도 이런 혜택이 주어졌으며, 재무구조조정을 위한 자산판매시에도 양도세를 완전히 감면해주는 등 조세감면혜택을 주었다. 한국경제연구원, 1999, 경제구조조정을 위한 재정정책의 과제와 방향. p158 참고.


20) 그러나 재경부에서 발표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를 위한 로드맵(2006년부터 실시)에서는 제2금융권의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부실징후를 보이면, 금융당국이 금융기관과 대주주간의 거래를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였지만, 그러나 부당내부거래가 있을 시 계열사를 분리토록 하는 조치와 일정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유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대주주자격심사제를 포기하였으며, 재벌의 불공정거래 등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시장개혁 로드맵’을 발표하여 ‘출자제한조치를 시장에 맡기는 형태’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즉 2001년 부활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다시 이른바 집단소송제 등의 시장규율에 맡긴다는 명목으로 폐지될 것이라는 발표이다. 


21) 단적인 예로 2004년 초반의 수출호황은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전자전기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의 수출비중은 95년 28%에서 2003년 36%로 증가하고 있고 반대로 섬유의류 등의 고용창출능력이 뛰어난 산업의 수출비중은 98년 12.4%에서 2003년 5.9%로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고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은 첨단 산업에서의 수출증가는 서민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그 결과 내수의 증가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22) 자산관리공사가 1997년에서 2002년까지 부실채권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97년 11조 7천억, 98년 32조 8천억, 99년 18조 3천억, 2000년 33조, 2001년 6조였음. 정재룡, 홍은주, 부실채권정리, p.94참조.


23) 한국은행, 2004, 2000년 고용표로 본 우리나라 고용구조와 노동연관효과 참고


24) 워너 본펠드, 존 홀러웨이, 한글번역본 :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제 9장 ‘화폐와 계급투쟁’ p321 참고.


25) 조정방법은 50%에 해당하는 인구집단을 170만원의 소득에 맞추는 방식이었음. 또 하나 자료를 변경시킨 것은 300만 원 이상 소득자가 2002년에는 13.6%를 차지하는 등 앞의 수치크기와 차이가 나므로, 앞의 추세를 반영하여 이를 부드럽게 분포시켰음.


26) 월간 말, 2003, 6 참고


27) 유경준,2003, 소득분배 국제비교와 빈곤연구, 한국개발연구원 참고. 여기서 사용된 절대빈곤은 ‘전체소득-조세부담-사회보장부담금’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조사방법에 따라 그리고 기준에 따라 절대빈곤층의 수치는 변한다. 유경준에 의하면, 현재의 절대빈곤인구가 550만 명 정도이지만, 다른 조사에 의하면 1000만 명이 되기도 한다. 이런 수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구들에서 동일하게 내려지는 결론은 외환위기 이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해서 절대빈곤층이 그 이전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났나는 것이다.


28) 허선, 노무현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평가 및 대안


29) 그러나 빈곤예산을 증액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 9월말 정부가 발표한 2004년의 예산안은 117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증가. 국방부예산은 전년 대비 8%증가한 18조 9000억 원. 공공의료를 위한 예산을 6천억 원 감소. 즉 2004년 예산액은 올해 대비 2.1% 증가하였는데 이 중 60%이상의 국방부예산을 위한 증가분이다.


30) 김세균, 한국민주주의의 현실과 전망, 현미 88호를 참고.


31)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경제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려는 경향이 강하였음. 칼 폴라니는 이런 경향들이 신자유주의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가장 인간본성에 맞는 체제가 아니라 반대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과 자애로움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던 적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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