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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6번 : [97호/특집] 비정규직의 입장에 선 비정규직 사업을 |
글쓴이: 강성수 |
등록: 2004-03-22 00:00:00 |
조회: 2139 |
비정규직의 입장에 선 비정규직 사업을!
강 성 수/ 비정규직노조운동 활동가
98년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조 투쟁 이후 비정규직노조운동의
역사가 시작된 지 이제 7년차에 접어들었다. IMF 당시에만 해도
‘비정규직’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한 것이었지만,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전개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니, ‘중요한 부분’이라고만 얘기해선 곤란한 것 같다. 지난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되돌아보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민주노조운동의 최우선적 과제이다’라고 외치지 않은 후보가 단
한명도 없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쉽게 말해 정파와 인맥을
떠나서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중요한 의제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과 금속, 공공, 서비스연맹 등 주요 연맹의 사업계획을
읽어보아도 계획서 중에 ‘비정규직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금속연맹 사내하청대표자회의,
공공부문 비정규노조대표자회의, 특수고용대책회의, 유통서비스
비정규직 조직화 관련 회의 등 다양한 종류의 비정규직 관련
회의가 생기고 있는 점 또한 하나의 중요한 진전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과 주요 연맹의 집행부가 바뀌어도 비정규직
사업에서만큼은 연속성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이수호 집행부 탄생 이후 거의 모든 실장이
교체되었으나 미조직비정규사업실 주진우 실장은 유임되었다.)
정치적 지향이나 이념적 노선에서 상당한 차이를 갖는 집행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존 집행부가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을 위해
세워놓은 전략사업들은 새 집행부가 꾸준히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칫 집행부의 교체로 유실되기 쉬운
비정규직노조운동의 성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은, 어쨌건
비정규직 문제에서만큼은 정파와 노선을 초월하여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을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네 민주노조운동진영이 ― 비록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높여가고 있으며, 더디더라도 분명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물론 그것은 상급단체 자체의
노력이라기보다는, 비정규직노조운동을 직접 전개하며 수많은
경험들을 축적시켜온 과정을 통해서 일궈온 성과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쌓아온 경험들이 낡은 원칙을 수정하고 새로운
원칙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상급단체들 또한 이러한
과정에 대한 ‘사후 학습과정’들을 거치며 비정규직운동에 대한
진전된 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화의 현장에서 느껴지는 총연맹, 연맹 등
상급단체의 인식과 실천은, 비정규직 주체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부족하게 느껴지며 어떤 때에는 야속하게까지 생각될
때가 많다. 상급단체의 비정규직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진전되고
있다는 분명한 전제 하에서, 오늘 필자는 건방지게도 그
‘부족함’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1.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여전히 ‘조직화’에 있다
민주노총의 04년 임투전략, 금속연맹을 비롯한 많은 연맹의
임단투 기획안들을 보면, 올해에는 모든 조직이 이러저러한
비정규직 관련 공동요구안을 내걸고 싸우자는 제안들을 담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실현가능한가 여부를 떠나, 상급단체가
이러한 취지의 결정을 내려주는 것만으로도 단위사업장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동지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심하게 막대기를 구부리자면,
임단투에서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요구안을 내걸고 얼마나 많은
성과들을 따낼 것인가 하는 것은 어쩌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만약 이러한 요구를 내거는 것이 ‘노동조합도 없고 싸울 무기도
없는 불쌍한 비정규직’들에게 일정하게 처우개선이라도
대리교섭을 통해 만들어주자는 취지라면, 그런 방식의 임단투는
처우개선 외에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아니, 처우개선조차 힘겹게 쟁취되는 것인데 ‘처우개선
밖에’라니? 나는 양적인 문제나 경제적 성과의 크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고기 수십마리를 잡아주는 것보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낫다”라는 격언처럼,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도록 만드는
쪽에 초점이 잡혀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고픈 것이다.
임단투 요구안에 비정규직 관련 요구를 내거는 것은, 그러한
요구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자발적인 투쟁을
전개하도록 만드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비정규직 관련 요구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하는 점은 어쩌면 그리 중요한 의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대중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요구들의
공통분모만 추출하여 최소요구안을 내걸더라도, 그 요구안을
내걸고 각종 집회나 체육대회에 비정규직 대중들을 동참시키며
함께 투쟁에 나서도록 만든다면 오히려 그것이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의 초점은 정확히
‘조직화’로 모아져야 한다. 1,100만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의원이 국회에
들어가 법제도 개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겠으나,
노동자 의원이 국회에서 그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여 대중투쟁을 활성화시켜야만 한다.
당사자인 미조직 대중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며 대중투쟁으로
나서는 일에 소홀히 하면서, 의회 내에서 소수 노동자 의원들이
무슨 힘으로 법제도 개선을 이룩한단 말인가?
이미 지난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며
투쟁으로 떨쳐일어섰다. 화물연대 2만여 노동자들이 전국의
물류를 마비시키는 투쟁을 전개했고, 현대자동차 아산과
울산공장,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주적 노동조합을 설립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즉, 애초 03년
투쟁계획에서 정규직노조의 임단투에 비정규직 요구안을
포함시켜 일정한 수준의 처우개선을 쟁취한다는 민주노총과 각급
연맹의 사업계획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대중의 요구와
자발적인 투쟁의 수준은 ‘노동조합으로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정도로까지 치솟아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금속연맹 등 주요 연맹의 사업계획은 여전히
‘조직화’에 초점이 맞춰져있기보다는 여전히 정규직노조의
임단투에 비정규직 요구안 몇 개를 포함시키는
‘대리교섭’-‘처우개선’에 머물러 있다.
2.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
지난해 금속연맹은 정규직노조의 임단투에 비정규직 요구안을
포함시켜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조직한다는 비정규직
사업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3월1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식칼테러와 그에 뒤이은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결성,
5월2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투쟁위원회(현자 비투위) 결성과
7월8일 현자비정규직노조 결성 등이 순식간에 벌어지자,
일정하게 사업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속연맹의 애초 사업계획과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 결성으로 떨쳐일어서는 상황에서, 원하청 자본과
정권의 십자포화를 받으며 탄압받고 있는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지지 엄호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에서
8월 중순에는 비정규직노조 탄압사례를 사회적으로 폭로하는
기자회견과 상경투쟁이 기획되기도 했다.
비정규직노조들이 속속 결성되는 상황에서 애초의 계획을
일정하게 수정하려는 금속연맹의 노력 자체에는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겠으나, 이 상황을 전면적인 비정규직 조직화의 계기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미 그 상황에서
현중사내하청노조 결성이 준비되고 있었고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는 비정규직 현장실천단이 공개활동을 전개하고
있었기에 조직화의 계기들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속연맹의 인식과 실천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놓여 있다. 실상 금속연맹의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 방안이 뚜렷하게 서있지
못했던 것이다!
3월28일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가 결성되고 5월2일 현자비투위가
결성되고서야 정규직노조운동 내부에서, 그리고 상급단체
내부에서 사내하청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고,
6월에 가서야 금속연맹은 현대자동차 집행부와 현장제조직,
현자비투위가 참여하는 <사내하청 조직화 방안> 관련 토론회를
갖고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속연맹의 사업계획이나 토론회 자리를 통해서 확인한
원칙은 대단히 추상적인 것이었는데, “정규직 노조의
규약변경을 통한 비정규직 직가입” 문제로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 ‘직가입’과 관련한 수다한 논의는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니므로 생략한다. 다만 직가입은 결국 실현되지 못하고
한정없이 연기된 상태인 지금에도, 금속연맹은 사내하청
조직화에 대한 뚜렷한 방침도 계획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일단 ‘규약변경을 통한 직가입’은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조직화 방안이라는
점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엄청난 장애물들을 돌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용 현중노조에게 현중사내하청노조를 흡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도 않은 일이며, 현중노조가 민주화되는
그날까지 ‘죽음의 공장’에서 현중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노조
설립을 미루고 한정없이 기다리라고 요구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정규직노조가 존재하지도 않는 포스코의 삼화태금지회에도
직가입 원칙은 아예 들이밀지도 못한다.
게다가 IMF 이후 정규직노조운동의 침체와 하강으로 인해 계급적
연대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에서, 규약변경 직가입의
실현가능성이 대단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산별전환투표조차 부결되는 대기업 정규직노조운동의 현실에서,
비정규직을 자신의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규약변경은 더욱
어려우리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또한
‘직가입’을 원칙과 방침으로 세우더라도, 이미 조직된
비정규직(사내하청)노조에 대해서는 어떤 방침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원-하청 관계가 가장 좋다는 금호타이어에서조차 직가입은 당장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금호타이어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노조 설립과 조직화 및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독려하는 방향을 설정하였으며, 현재 그러한
방면에서는 분명한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직가입’
원칙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원칙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3. 비정규직 조직화의 난점들을 상급단체가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비정규직 조직화에는 엄청난 난관들이 존재한다. 항상적인
고용불안으로 인해 “나서면 짤린다”는 피해의식과 패배의식이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원하청 자본의 십자포화와
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으로 인해 노조 자체가 와해되는 경험도
숱하게 겪어왔다. 또한 노조운동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노동조합을 결성하더라도 수많은 오류를 반복하며 내부 분열로
주저앉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간접고용 사내하청의 경우 정규직노조와의 관계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캐리어사내하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정규직노조운동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호의적이지
못하거나 혹은 몇몇 측면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방해하는
경향조차 보이고 있어서 더욱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할 곳이 바로
상급단체이다. 상급단체가 비정규직 투쟁을 책임있게 끌고
나가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 원하청
노조들의 관계 등 ―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래 상급단체에서 이런 노력이
미비하다보니 비정규직 조직화를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는
주체들의 입장에서 상급단체를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비정규직 조직화의 정보가 집중되지도 못하고,
각각의 비정규직 주체들이 고립분산되어 어려운 조직화 과제를
수행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조직화의 난점들을 상급단체가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실천해 간다면, 비정규직 주체들의 불신은
상당부분 걷어질 것이고 상급단체로 정보가 집중되는 등
비정규직 조직화의 센터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내하청 노동자를 조직하려는 주체들에게 상급단체가
나서서 “최소한 정규직노조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되도록 지도
내지 조정하겠다”라는 결의만 보여줘도 사내하청 주체들은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불신은 비정규직 주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상급단체 간부들을 만나보면 “비정규노조들이 너무 막나가려
한다. 좌편향이 많다. 상급단체 말을 잘 안듣는다”라는 등
그들에게도 비정규직 주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노조 결성 초기에 경험부족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일정한 편향이나 오류
등은 신생노조들에게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지점이며,
경험을 통해 편향과 오류를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게다가 같은 편이기에 충분한 지원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정규직노조운동으로부터 지원과 연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겪게 되면, 비정규직노조운동 내부에서 초기에 일정한
좌편향적 요소가 싹트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연맹이나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규직과의
연대사업을 총괄하고 투쟁전선 형성에 주력한다면, 노조 결성
초기에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오류나 편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큰 혼란이나 손실없이 오류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신속한 대응과 명확한 전술방침 수립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분신하신
박일수 열사가 돌아가신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분신자결 당일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중심으로 분신대책위가 결성되고 투쟁에
돌입했지만, 총연맹의 경우 이수호 위원장의 조문이 분신자결
일주일 뒤에야 이뤄지는 등 총연맹 차원의 대응은 대단히 늦었고
미온적이었다.
불법파견 진정과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후 곧바로
원하청 자본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정규직화를 내건 비정규직
독자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우에도, 화섬연맹이나
민주노총의 지원과 연대가 대단히 늦게 추진되는 형편이다.
파업투쟁이 시작된지 보름이 지난 3월20일에 와서야 연맹 차원의
집중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비정규직 투쟁의 경우, 비정규직노조의 독자적인 역량과
조직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상급단체의 신속한 대응과 지원연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부문이다. 노조인정이 되지 않아 전임자도 없고
경험도 많지 않으며 노조 조직률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투쟁이 아닌가. 정규직 운동에 비해 승리의 경험도 부족하고
전술운용에 있어서도 폭이 넓지 않다.
1년 365일을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다보니 쓰라린 한번의 패배가
곧장 노조의 존폐 위기로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수년간
쌓여온 울분이 표출된 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록
패배할지라도 아주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서,
장기투쟁사업장의 대부분이 비정규직노조들로 채워져있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투쟁에서 상급단체들의 초기 신속한 대응은
승리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정규직노조운동의 사이클을
토대로 지원연대의 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그것 자체가
늑장대응이 되어 자칫 장기투쟁사업장의 목록에 또하나의 노조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5.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너른 관점 필요
(1) 비정규직 운동은 연맹에 한정되지 않는다. 연맹과 총연맹이
전략조직화의 네트워크 구실을 해야 한다.
엉뚱한 질문부터 던져보자. 비정규직(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IT 산업노조는 상급단체를 어디로 해야
하는가? 공공연맹인가? KT가 추진한다는 정보통신연맹인가?
아니면 독자 산별노조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지역일반노조’ 형태로 편재되어야 하는가?
정답을 얻고자 던진 질문이 아니다. 사실 위 질문에는 정답이
존재할 수가 없다. 비정규직노조운동을 연맹별로 나누어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금속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형태 또한 다양하다.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지역일반노조의 조직대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한 보전업무에 파견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시설관리노조의
조직대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중사내하청노조와 그
조직대상이 겹치는 건설플랜트노조(건설연맹 소속)는
현중사내하청노조(금속연맹 소속)와 상급단체가 다르다.
사내하청은 금속산업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제조업이라면
어느 곳에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존재하며, 그 존재형태 또한
산업에 무관하게 비슷하기도 하고 또 다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내하청 조직화를 위해서는 어느 하나의 연맹이 자신의 소속
사업장 내 사내하청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비슷한 조건을 갖춘
여러 연맹들과의 공동의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나 연맹들의 자기관성 때문인지 이런 분야에서의 연대와
협력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연맹들은 자신의 연맹에서
조직화와 투쟁의 모범을 만들어내려는 욕심들이 있고, 또 그러한
욕심은 권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운동에서 연맹별
구분이나 산업별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맹별 연대와 협력 또는 총연맹의 직접 관장 하에 연맹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훌륭한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테면 간접고용의 대표적인 사례가 사내하청이라지만,
간접고용은 사내하청으로만 대표되는 것이 아니다. 합법
파견이라고 하는 방송사비정규노조, 그리고 파견노동자
양산계획의 일환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서울대간병인 노동자들
또한 간접고용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제 사무직에 주로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까지 리스 회사에서 파견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보하고 공동투쟁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민주노총이 구성한
[간접고용 대책본부]는 좋은 출발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의 모범사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를 안고 있는 금속연맹, 화섬연맹, 언론노조, 공공연맹,
보건의료노조 등의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이
연맹과 영역, 부문을 넘어 모든 비정규직노조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출범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 비정규운동은 노조운동만이 아니라 사회운동과의 결합으로
나아가야 해결가능성이 찾아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운동만으로는 그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비정규직 조직화의 난점이 많은 것처럼
비정규직의 요구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법적 제도적 장벽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실질적인 노동조건과 생사여탈권을 원청 자본이
쥐고 있으나 법원과 자본가들은 원청의 사용자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청 자본을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전개해보지만, 하청 자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거의
없고, 또한 임금부문만 해도 하청 자본의 지불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비정규운동의 중요한 대중적 토대는 노조운동에 두어져야
한다.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역사상 노동자를 가장 대중적으로
대표하고 조직해온 형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비정규운동을 더욱 발전시키고 비정규직 투쟁의 승리를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비정규직의 처참한 현실을 폭로하고 “이게 사람사는
세상이냐”라고 분노를 조직하여 노동계급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운동을 비정규직 투쟁의 우군으로 조직함으로써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에서 몇몇 굵직굵직한 비정규직노조들의 투쟁에서
[공대위]나 [지원대책위] 형태의 경험은 소중한 것이었다.
문제는 오히려 상급단체 쪽이 이런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오랜 기간 노조운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온 관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에서는 다양한
사회운동세력을 주위에 포진시킬 수 있으며, 또한 그런 노력을
통해 노동계급운동을 사회운동으로 확장시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가능하다.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 현상,
특히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노동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와 점점 더 구분하기 힘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빈곤’의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가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신용불량’의 문제와 ‘고용의
질(비정규직)’ 문제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상급단체가 좀더 사회운동에의 접근 마인드를 갖추고 추구해야
할 영역이 바로 비정규운동인 것이다.
6.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미덕을!
얼마 전 “박일수 열사를 생각하며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수호 위원장 담화문이 나온 바 있다.
더이상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이 살아날 수
없기에, 민주노총 전 조직이 박일수 열사투쟁에 주력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담화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딴지걸고 싶어서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담화문의 내용이다. 정규직의 연대를 촉구하는
담화문의 내용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들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연대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이 부실한 채,
당위적으로 “차별받는 노동자와 연대하자”는 촉구로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일수 열사투쟁과 관련하여 현중사내하청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조활동을 보장하라” 대략 세가지로 압축되는
이 요구들은 “너희들이 제정한 법 좀 지켜라”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자본에 맞서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체 노동자가 연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어야 한다.
[규약변경을 통한 비정규직 직가입] [신규채용시 비정규직 우선
채용] 등의 요구 또한 일정한 긍정성을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노조가 조직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노조 자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혹은 자본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직가입과
비정규직 우선 채용은 명분과 원칙이 아닌가”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비정규직이라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한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원칙들이 악용되지
않고 어떻게 비정규운동 성장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를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라 본다.
앞에서 꾸준히 서술했던 노조결성 초기에 나타나는 편향과 오류,
비정규직 조직화의 난점들을 상급단체가 해결하겠다는 자세,
비정규직 조직화 방안 등에서 나타나는 상급단체의 문제점들은,
사실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한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치유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7. 비정규운동의 대원칙 - [단결과 연대의 확대]
지금까지 주로 상급단체의 문제점들을 나열하고 지적해 왔으나,
또다시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자.
“그럼 비정규운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최근 [사회주의노동자신문] 등에서 ‘대기업 사내하청노조의
조합주의’라는 단어까지 사용하고 있으나, 노조의 존폐를 놓고
힘겨운 투쟁을 벌이는 비정규직노조에게 아직 ‘조합주의’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비정규직노조운동에 문제가
없다고 부정해서도 안된다.
만일 비정규직노조운동이 단위사업장 내의 임금과 노동조건에만
치중하면서 자기성장전략만을 추구한다면, 비정규직노조운동
또한 정규직노조운동 일부가 빠져있는 조합주의의 함정에
고스란히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만일 비정규직노조운동이 ‘정규직화’라는 대안만을
추구한다면, 정규직화의 희망이 사라지거나 혹은 자본의 시혜성
정규직화가 이뤄지는 순간 비정규직노조들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정규직화 투쟁에 성공하여 정규직이 된
동지들이 노조활동을 등한시하는 사례는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정규직화에만 매몰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한계이다.
물론 비정규운동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도 많다. 차별을
철폐하고 처우를 개선하고 저임금구조를 바꿔내며 정규직화를
쟁취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운동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쟁과정에서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를 더욱 확장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우리는 오늘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투쟁할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요구를 걸고 싸워야만 한다. 그러나 그
요구를 100%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투쟁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100% 정규직화가 아니라 단 5%의 정규직화라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그 투쟁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 잘 듣는 비정규직 우선채용]이라는 자본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고 투쟁으로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 비정규직노조로 대거
가입하여 비정규직 스스로 단결하는 성과를 만들었다면 그
투쟁은 분명 승리한 것이다. 비록 올해에는 5% 밖에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올해의 큰 단결을 밑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 투쟁의 과정에서 현자비정규직노조가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와 단결 연대의 수준을 높이고, 더 나아가
기아차와 대우차 및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 등
단결 연대의 수준을 높여낸다면, 투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 중요한 투쟁의 무기를 빚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의 과정에서 원하청 노조 공동임단투
등 정규직과의 단결과 연대를 확장해 냈다면, 그 투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와 상관없이 투쟁은 승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올해 비록 쟁취한 성과물은 그리 크지 않더라도
정규직과의 더 큰 단결을 통해 내년에는 요구를 관철시킬
조직력과 투쟁력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되었던 글 한 편을
인용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반년이나 지난 시기라서
사실관계가 달라진 부분도 존재하지만, 글 속에 녹아있는
정신만은 변함이 없는 것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제목 :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날짜 : 2003.09.17
강
- 도종환 -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현자비정규직노조 출범을 축하하는 민주노총의 성명서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 있다. “노동운동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운동이며.........”
그렇다. 아니 실제로 남한의 민주노조운동은 그러했다.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움직이는 것이 노동운동이었으며,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는데도,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며
손잡고 함께 강을 건너고 산을 넘는 것이
노동운동‘이었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우리네 노동운동은 가장 낮은 곳을 마다하지
않는 선한 이들이 벌이고 있는 운동인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주도하는 분들의 다수가 그런 분들로 이루고
있다고 우리는 오늘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생산직 평균연봉 6천만원, 현자노조 전임자 평균연봉
8천3백만원....
그렇다. 자본과 언론이 만들어놓은 허위의식,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것은 자본가들이 퍼뜨리는
간교한 거짓말일 뿐이야. 진실은 이것이야”라고 얘기하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잦아든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거짓을 단죄하기 위해 사실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금 73,000원(시급 304원) 인상” “격려금 50만원 + 100%”
“연말 성과금 200%”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즘 요구하고 있는 주장이다.
그래, 비정규직도 돈 몇푼 더 달라는 운동에 빠져있군... 그러나
조금만 안을 더 잘 들여다보면 색다른 것들이 들어있다. 위
요구들은 이미 현자노조가 03 임단협에서 <확약서>라는 형태로
현자 사측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낸 것들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확약한 현자 사측이 약속을 어기기라도 했나?
그렇지 않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1차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위 성과를 모두 보장받았다.
그러나 2,3차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와 직접
도급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관계로” 위 성과들 중 단한가지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법정최저임금 인상폭에 머무른
임금인상, 성과금과 격려금은 단 한 푼도 받아가지 못하면서
주야맞교대 뺑이치는 현장근무를 서야 하는 현실.
게다가 정규직 노동자들은 주5일제를 쟁취하여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를 빨간색으로 칠한 새 달력을 받게 되었지만, 여전히 2,3차
하청 노동자들은 토요일근무와 관련하여 휴일근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들은 토요일이 휴일이 되어 이제는 토요일,
일요일 각각 14시간 장시간 특근을 더 하려 하며 돈을
벌어들이지만, 비정규직은 쉬고 싶어도 정규직들 특근시켜달라는
요구에 어쩔 수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휴일근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확약서 2,3차
동일적용>을 외치며 현자노조 임단협이 끝나버린 지금에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것은 2,3차 하청
노동자들만의 몫인가? 그렇지 않다. 이 투쟁에는 이미 성과를
보장받은 1차하청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현자비정규직노조는 노동조합 전체 차원의 투쟁으로 이를
전개시키고 있다.
전체 비정규직의 10~20% 밖에 차지하지 않는 2,3차 하청이지만,
이 문제는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흐르는 노동운동”의 정신을
바로세우기 위한 것이기에, 아니 이 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현자비정규직노조는 존재할 이유를 갖지 못하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여부와 관계없이 투쟁은 벌어질 것이다.
1차하청 노동자들도 이번 임금인상의 폭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자신의 독자적 요구를
내걸고 임금인상투쟁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들은
오늘 자신의 임금인상투쟁을 잠시 포기하고 2,3차 동일적용을
외치며 억센 팔뚝을 흔들고 있다.
현자아산 사내하청지회가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인
청소용역업체 동서다이너스티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전환배치를 막기 위해 잔업거부투쟁을 벌이고, 그 투쟁의 여파로
26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4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되는 엄청난
희생을 겪으면서도 동서다이너스티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들이 있다.
전체 비정규직의 80%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을 만족시킨다고
노동운동의 발전을 일궈가는 것이 아니다. 10~20% 밖에 안되는
노동자들을 내팽개치고 간다면, 내년에는 또다시 남은 80%의
10~20%가 떨어져나가게 된다. 98년 현자정리해고분쇄투쟁 당시
밥과 꽃이었던 식당노동자들이 양이 되어가는 과정이 정확히
이것이었다. 노동운동의 정신이 썩어가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이제 회복불능의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울산과 아산에서 가장 낮은 곳을 택해 달려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영리하게도 바로 이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올해
비록 자신의 임금인상을 잠시 포기하더라도 더 낮은 곳의
노동자들의 수준을 자신과 동일하게 끌어올리는 바로 그
투쟁과정에서 생기는 힘이, 내년에 더욱 거대한 투쟁을 통해 더
많은 권리들을 쟁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점을.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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