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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7번 : [98호/권두언] 보수-중도-진보 그리고 운동의 정치
글쓴이: 남구현 등록: 2004-04-27 00:00:00 조회: 1836

보수-중도-진보 그리고 운동의 정치


남 구 현
부소장






탄핵 정국과 4․15 총선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의 수구 보수세력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뿌리 깊은 보수정치세력인 3김의 시대는 이제 민주당, 자민련의 왜소화와 함께 구시대를 대변하던 낡은 정치인들이 사실상 정치적인 사망 선고를 받음으로써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물론 한나라당이 100여석을 건지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고는 하나, 학연, 지연 등의 연고주의에 기반한 지역주의 정치는 일단 심대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은 경상도 지역과 서울의 강남 서초와 수도권의 분당 과천 등 이제까지 경제 성장의 최대한의 수혜 지역과 부유층 거주 지역에 몰려 있는 반면에, 열린 우리당은 경상도 지역을 제외하면 민주당과 자민련을 넘어서 전국 각지에서 대거 당선되는 한편, 민주 노동당이 경상도 지역의 노동자 밀집 지역구에서 두 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고 비례대표제에 힘입어 3당이 되는 등 이제까지의 지역주의를 넘어서 다분히 계급적인 투표 성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비로소 제도권 내의 정치가 보수 중도 진보의 근대적인 정치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세력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남았다. 3김은 청산되었는데 박정희의 망령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한나라당에는 과거의 군부 독재 세력, 보수 야당 세력이 결합하여 가장 반동적 정파를 구성하고 있으며, 재벌을 위시한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의 탄핵 국면에서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변용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IMF 재벌 책임론, 정치 비자금 등으로 야기된 위기를 수차례 넘겨왔다. 향후에도 새로운 형태로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지배계급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보수 세력이 탄핵 반대에 의해 무력화되어 ‘몰락할 대로 몰락했’으므로 더 이상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본 일부의 입장은 지나친 낙관주의 또는 자동 붕괴론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의 다양한 계급의 정치적 이해의 담지자, 대리/대표자로서 정당을 이해한다면, 자본주의적 관계가 지양되기 이전에는 부르주아 정당은 남아있을 것이고,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계급이 나설 때에야 비로소 자본관계와 함께 이들이 지양될 것이다.
탄핵 정국과 선거 과정에 모든 정치적 쟁점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 가는 것처럼 실종되었고, 모든 것은 탄핵 세력과 탄핵 반대 세력 사이의 힘겨루기로 환원되었다. 수구 세력의 역사적 반동을 막고 개혁을 진전시키려는 시도는 탄핵 반대 곧 노무현 지지로 해석되었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모든 비판은 탄핵 지지 곧 한나라당 이중대로 해석되었다. 선거 결과 열린 우리당의 승리와 민주 노동당의 제도권 진출은 일단은 탄핵 주도 세력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하며, 탄핵/탄핵 반대 그 자체를 넘어서 보다 많은 ‘개혁’과 ‘민생’ 안정을 바라는 국민 다수의 의견이 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다양한 쟁점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지속적인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열린 우리당과 진보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민주 노동당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일단 국민소환제, 의원 특권제한, 정치 부패 비리 척결, 선거 제도 개편 등 정치 개혁과 국가 보안법 개폐 등의 개혁은 돈 안들고 손쉽게 할 수 있으며, 아직 작동하고는 있지만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실질적인 효과가 적은 족쇄를 걷어내는 개혁으로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신자유주의 정책, 부안 핵 폐기장, 이라크 파병 문제의 경우는 이와 달리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민영화 등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기조를 바꾸는 문제는 지구적 차원에서의 자본의 축적 전략을 재고해야 하는 사안이며, 부안의 핵 폐기장 문제는 결국은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근본 방향을 전환해야 해결되는 문제이고, 이라크 파병 문제도 대미 외교정책의 기본이 걸려 있어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 노동당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유세,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등의 세제 개혁이나 노동자 경영 참가 등은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진보적이라는 등, 시장 경제의 기본틀을 건드리는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는 자본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이 성장 보다는 분배를 강조하는 케인즈주의적인 대안은 서구의 사회 민주주의 정당들에 의해 자본의 모순을 부분적으로 완화시키기 위해 대부분 현실화 되어 있는 제도들로서, 자본주의적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했고, 악화되는 자본 축적 조건 아래 신자유주의 공세에 의해 상당히 무력화된 바 있어서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의 현안들과 개혁과제 조차 단순히 제도 정치권 내에서의 정책 연구 개발, 입법 과정을 통해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경기 지역에서는 작년도에 에바다 투쟁과 경제 자유구역 반대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성과를 낸 바 있다. 에바다 투쟁은 지역의 수구 정치세력과 결탁한 사회복지 시설 비리 척결 투쟁으로서 지난 7년간 대통령이 해결을 약속하고 여러 명의 국회의원이 직접 이사로 결합하여 해결을 모색하기도 하였으나 해결이 안된 채 이어져 내려오다 결국은 지역의 노동자 학생이 결합하여 위력적인 점거, 타격 투쟁을 진행하여 비리 시설 운영자를 몰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은 투쟁의 주체가 운영의 주체가 되어 새로운 시설 운영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 자유구역 반대투쟁은 노무현 정권에서 자유로운 자본의 운동영역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세 곳의 자유구역을 지정하려던 정책을 한나라당, 자민련에 소속된 경기도지사, 지자체장들이 앞다투어 경기도 전체를 자유구역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다가 지역의 노동, 환경, 인권 단체들이 대거 결합하여 치열한 가두 투쟁을 전개한 끝에 일단 확산을 저지시킬 수 있었던 투쟁이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대중의 투쟁적 정치가 실질적인 승리를 이끌어 낸 사례를 이미 잘 알려진 부안 군민의 핵폐기장 반대투쟁에서도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를 넘어서는 곳에 우리의 대안이 있다면 이는 제도 정치를 넘어서는 해방적 계급 정치, 운동의 정치를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이다. 메이데이와 앞으로 이어질 노동자 투쟁에서 그 가능성을 짚어 본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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