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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5번 : [102호/컬럼] 노동법 개악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 |
글쓴이: 정지현 |
등록: 2004-10-01 00:00:00 |
조회: 2087 |
노동법 개악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
정 지 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편집부장
1. 들어가며
- 비정규노조 대표자들, 1주일간 열린우리당 의장실을
점거하다!
노동법 개악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
지난 16일 비정규직 대표자들은 비정규직 공청회 이후
열린우리당 당사를 점거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전국의 동지들이
노동법개악에 맞서 힘찬 연대투쟁을 시작하였다. 9월 21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하여 각 지역의 일반노조, 비정규노조 동지들이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함께 열린우리당 시도지부당 점거 투쟁에
들어갔다. 충남 아산, 전북, 부산, 경남지역에서 점거농성이
진행되고 있고 광주, 충북, 전남, 경기, 대구, 대전지역에선 1인
시위 및 집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4시간 부분 총파업이 아닌 비정규 개악안의 국회 상임위 상정 시
즉각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것을 결의 했다.
정세초점 • • •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점거했던 농성단은 9월 22일 오전 이부영
당의장과의 면담을 진행한 후 7일간의 점거농성을 풀었다. 이날
면담에서 이부영 당의장은 “앞으로 노동관계법을 검토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두고 노동계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와 “이번
사태와 관련되어 사법처리나 고소, 고발문제는 책임을 지고
당의장 쪽에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에 농성단 대표들은 “입법 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으면 좋겠다." “만약 이번과 같이 일방적인 입법안을
추진한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라고
밝히며 농성을 풀었다.
2. 이번 노동법 개악 투쟁의 의미
이처럼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과 지역 일반노조와 민주노총 지역
간부들이 점거에 들어간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에서는 비정규직 입법안을 개정하려는
준비가 있어왔다. 9월10일 당정협의를 통해 법안을 확정하려던
것이, 9일 양대노총 위원장의 항의방문으로 약간 연기되었다.
이부영 등이 나와서 당정협의를 연기하고 노동계 및
시민사회계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다음날 정부안이 졸속
보도되었다. 열린우리당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듣겠다던 말이
나온 지 하루도 채 안되어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정부의 반응도
괘씸했지만, 입법 예고한 법안의 수위가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에
많은 이에 대한 선전포고가 필요했다.
노동법 개악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
이 법안에는 처절한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 동지들이 외쳐온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원청사용자성 인정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파견, 계약직 사용에 제한이 없게 하는 법안이어서,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려는 이 법안에 노동운동
전체의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1) 노동법 개악안,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법안이다.
대부분 이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법안 정도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 법안은 정규직을 겨냥한 법안이다. 따라서
운동사회 전체가 들고 나서야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노조 대표들이 나선 것은 그 누구보다
비정규직의 설움과 문제의식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입법예고안이 확정되면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통해
차별이 고착화된다. 또한 이러한 부분이 정규직의 노동조건
삭감을 통한 전 노동의 하향평준화를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자랑하는 차별구제 절차는 실효성이 전혀 없고,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후퇴만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파견노동자나 기간제노동자 뿐만 아니라 노동자 전반의
삶에 위기가 오게 된다. 아니 더 명확히 말하면, 정부의 노동법
개악의 타겟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2) 노동법 개악의 전반적인 맥락을 봐야한다.
이 법안은 파견법과 기간제 고용이 하나의 연결된 맥락으로 나온
법안이다. 파견의 문제가 너무 많이 부각되어서 이 법안의
문제가 시원스럽게 얘기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 하나하나의
문제도 문제지만 법안 전반이 구성된 맥락을 봐야 한다. 아마도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정부는 파견 조항을
수정하는 척 하면서 이 전체 법안의 심각성을 은근히 은폐하고,
원래의 의도를 관철할 것이다. 파견법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파견법으로 부족한 착취를 계약직으로 메우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지난 3월에 통과되어, 파견법의
확대로 노동자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일본에도
파견법이 존재하는데, 일본에서는 사용기간 1년이 지나면 직접
고용하도록 파견법에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없다. 일본의 경우도 (26개 업종을 허용하는
한국의 경우처럼) 파견법에는 원래 23개 업종만 허용하다가,
2004년 3월부터 확대되어 일반 제조업에도 파견이 허용되었다.
물론 이렇게 법 개정을 하기 이전부터 제조업에 파견노동자가
만연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파견 노동자는 파견회사 직원이면서
사용업체의 지시와 명령을 받아 일을 하고, 계약관계도
불분명하고 기한도 불분명해서 한마디로 바쁠 때 고용하고
한가하면 해고당했다.
또한 일본의 계약직은 6개월 단위 계약을 기본으로 하는데,
판례가 있어 3회 이상 재계약하면 상시고용으로 인정되어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3월 파견법
개정으로 6개월 단위가 기본이던 계약기간을 최고 3년까지
가능하도록 바뀌어서 이제 3년짜리 계약을 세 번 갱신해야, 즉
10년 가량이 지나야 상시고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20대 펄펄한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해서 뼈 빠지게
부려먹고 10년쯤 지나 30대에 해고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질 것이
일본의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정부에서 내놓은 노동법
개악 안이 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3) 노무현의 노동 정책의 일면을 보여주는 법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후보시절부터 집권 초기까지 일관된 노동정책의
기조는 정규직 노동운동을 겨냥하여 그 권리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이를 통해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향 평준화하여 모두가 못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따라서 이번 입법예고안은 노무현 정권의 일관된 노동정책을 잘
보여주는 기만적인 방안이다.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던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의 핵심은 ‘노동유연화는 확대하고 차별은
해소한다'였다. 노동유연화의 경우 기업을 유연하지 못하게 한
규제가 역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노동유연화를 확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규직에게
돌리며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노동운동을 고립화시켜
추락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과도하게 늘어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보호’라는
미명아래 합법적이고 제도적으로 고착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고, 정규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넘기면서 공격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차별해소로
포장하여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제도화하는 동시에,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만들고 있어서 비정규직에게도 전혀 개혁적이지
않고, 정규직에게는 치명적인 법안이다.
3. 구체적인 노동법 개악안의 실체
1) 제조업에도 파견제 허용된다.
[정부입법예고안] 최근 사내하청 불법파견 집단진정으로 쟁점이
되었던 제조업에 대해서는 ꡒ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하여는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그리고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최장
6개월까지 허용하겠다.
26개 업종에 제한적으로 파견을 허용하는 현행법과 달리
정부입법안은 파견허용업종을 자유화하고 있다. 흔히 포지티브
방식(26개 업종만 허용하던)에서 네거티브 방식(몇몇 업종만
제외하고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으로 전환한다고 하는 것이
이번 개악안의 핵심인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사실상
제조업에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결국‘제조업 직접생산공정’만
6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을 받을 뿐이고,‘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는 3년까지 파견제를 허용하는 것이
된다.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에
제한적으로(?) 허용한다지만, 서브생산라인을 간접공정이라고
우기면 파견이 무제한으로 가능하게 된다. 도대체 누가
직접공정과 간접공정을 구분한단 말인가. 합법적으로 하청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순간 자본이 얼마나 지독하게 정규직을
파견으로 전환하려 할지 방심해선 안 될 일이다.
2) 2, 3년 근속해도 직접고용 안 된다.
[현행 파견법] “2년을 초과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ꡓ
[정부입법예고안]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ꡓ
현행 파견법에선 2년 이상 근무하면 직접고용 된 것으로
간주된다(제6조 3항). 2년이 지나는 그 날부터 직접고용된 것과
같은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에 입법예고안은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ꡒ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ꡓ로 규정한다. 법률만큼 ‘아’ 다르고 ‘어’다른
것이 없다. 법안에 따르면 2년이 지난다고 자동으로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되는 게 아니고 사용자가 채용해야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는 과태료를 무는
걸로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3) 파견직×계약직= 영원한 비정규직 인생
위에서 말한 과태료도 물고 싶지 않은 사용자는 파견직을
계약직으로 바꿔서 고용하면 된다. 법안에 따르면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3개월의 휴지기간만 가지면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되면
ꡒ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 → 3개월간 계약직 전환 →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ꡓ이 가능하고, 기업은 상시적으로
파견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노동자는 어떤 희망도 없이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4)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파견 적용대상, 허용기간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데 어느
사업장이 불법파견에 해당하겠는가. 교통법규를 대폭 완화하고선
질서의식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이다. 지금도 노동부,
법원의 편파적인 법해석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인정받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온갖 규제를 풀어놓으면 불법파견을
처벌하기 불가능하다.
5) 계약직의 무제한적인 사용!
[정부입법안]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ꡓ(제4조 제2항)
노동부는 3년 이상 근무하면 계약직이라도 해고가 제한되는데
무슨 악법이냐고 한다. 정부입법안을 보면 그럴 듯하기도 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과연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다. 현재
법원의 태도를 보건대 근로계약 갱신거부가 부당해고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정규직에 비해 극히 작다.
6) 있으나 마나한 차별금지 조항
[정부 입법예고안]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계약직이나 파견직에 대해 차별적인 처우를 해선 안
된다”
노동부가 자랑해마지 않는 소위 차별금지규정은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법안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업무와 정규직의 업무 자체가 구분되어 있거나, 설사 유사한
업무를 하더라도 정규직이 관리직 역할을 하고 있다면 차별이
성립하기 어렵다. 심하게 융통성 없고 무능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 규정쯤 쉽게 피해갈 수 있다.
4.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국회 일정을 보면 노동부가 9월 11일자로 입법 예고를 했고,
10월 2일까지 의견을 받는 걸로 되어있다. 만약 이때에 이
입법예고안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점점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입법예고가 되면 이 법안은 다음에
환경노동위로 넘어가게 되고, 환경노동위에서 논의된 법안은
11월 초에 다시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로 넘어가면 더
이상 이 법안에 대해 문제제기 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
법안의 문제점을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일단, 농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얻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언젠가는 반드시
통과시키고 말 것이다. 이번 회기가 아니면 다음 회기에라도
연기하여 통과할 것이다. 아니면, 문제가 되는 법 조항을
조삼모사 식으로 교묘하게 수정하여 예고한 입법안과 별반
다르지 않게 통과시킬 공산도 크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면밀한 대응뿐 아니라, 단발적인 대응이 아니라 꾸준히 예의
주시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97년 파견제, 정리해고제
등등의 노동법개악이 자행된 후 이 땅에 노동기본권이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떠올린다면 이 법안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각 단위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 단위 사업장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교육과
토론이 필요하다. 아직 많은 단위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주변을 조직하자.
또한 10월 10일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에 집중하여 이 문제에
대한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노동법 개악에 맞서는 단결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10월 10일 비정규노동자대회로,
이후 총파업으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힘찬 결의를 만들어
가야한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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