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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탄핵 정국에 노동자계급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97호
사회주의노동자신문(준)

노무현 탄핵 정국에 노동자계급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새로운 계급주체의 네트워크 사회주의노동자신문(준)



노무현의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대통령의 권한은 중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최종결정이 넘어갔다. 남한정부 수립 이후 초유의 사태라는 국회에 의한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되자 국민들은 당황과 불안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주가는 폭락하고 부르주아 언론은 위기감을 부추키고 있다. 대중들의 분노는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폭증하고 있으며 국회 앞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고 전국 곳곳으로 탄핵 규탄집회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진영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탄핵이 가결된 직후 “부패한 정치집단의 쿠데타에 의한 탄핵은 무효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노무현을 지지하자는 거냐”라는 내부 반발로 인해 철회하고 긴급중집위를 통해 공식성명서를 새롭게 채택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도 우선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즉각 무효화 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범국민적인 탄핵무효화 투쟁에 동참하려는 기색이 역력한 상황이다. 다른 한편, 통신공간에서는 주류 운동세력의 그러한 경향을 비판하는 개별적인 좌파활동가들에 의해 국회를 해산하고 노동자, 민중의 의회 등을 건설하기 위한 총파업을 해야 한다 거나 그와 유사한 좌익적 수사들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민주노조운동 진영내 각 세력의 대응에는 부르주아 언론과 똑같이 ‘탄핵정국=국가적 위기국면(또는 자신들의 위기국면)’이라는 인식이 깔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의 탄핵 정국의 본질은 총선을 둘러싸고 주도권을 잡기위해 부르주아 분파들의 이전투구일 뿐이다. 오히려 탄핵 사태는 “국가적 위기국면”이라는 이데올로기와는 반대로 현재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체제가 가지고 있는 안정성을 반증하고 있다. 새로이 경제팀 수장으로 다시 오른 구조조정의 전사, 시장원리의 제사장 이헌재는 “경제문제 만큼은 총리의 뜻을 받들어 경제부총리로서 제가 책임지고 국민생활 안정과 대외신인도 확보에 만전을 가할 것”이라며 정책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해외 평가기관들 역시 이헌재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탄핵정국과 상관없이 “노사관계 로드맵”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민주노조운동 내에 좌편향과 우편향이 보이고 있는 위기의식이 사실 호들갑일 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탄핵사태는 철저히 지배분파 내부의 권력투쟁일 뿐이다. 현재 노동자계급의 주체적인 힘은 이러한 지배분파의 갈등과 분열을 돌파하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창출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 국면이 가져온 ‘반노/친노’, ‘반민주주의/민주주의’, ‘보수/진보’라는 부르주아 정치전선은 총선과 맞물려 노동자계급의 정치의식을 왜곡하고 ‘노동운동탄압 분쇄, 민주노조 사수, 비정규직 철폐’를 핵심고리로 하는 계급투쟁 전선을 해체시킬 위험이 크다. 이는 12일 탄핵 이후 급히 잡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서울역 집회로 인해 오늘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위기국면”을 통해 “나라살리기” 이데올로기가 다시 한번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가로막을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총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부에게 만나자고 제의하고 국가적 위기상황에 있어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지금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에 지지율을 빼앗길까봐 두려워 ‘(가칭)보수정치권심판 비상국민행동’을 제안하며 ‘가진 자들의 민주주의’에서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민노당과 민주노총의 이러한 움직임은 97년 총파업 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개별적 노사관계법 개악 분쇄투쟁을 날치기 통과에 대한 “민주주의 수호 투쟁”으로 변질시켰던 것을 연상시킨다. 다시 그때처럼 현장에서의 노동자들의 투쟁을 노동자들이 “국가 위기”에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제시키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투쟁의 시다바리로 거리로 내몰지 않을까.

작년 10, 11월 노동자들을 연이은 죽음으로 몰아넣은 노동자들의 현실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김주익, 이용석, 이해남, 박일수로 이어지는 열사들의 죽음과 그 외침은 아직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다. 2002년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노운탄은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으며, 대공장에 있어서도 노조의 장악력을 아래로부터 붕괴시키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세력이 붕괴된 현장에는 현대중공업에서처럼 자본이 어용을 통해 직접 현장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최근 현중의 유석상, 유재순 열사의 죽음은 이러한 지옥과 같은 현장이 정규직조합원들 마저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르주아 정치의 탄핵정국에 휘둘리지 말고 “노동운동탄압분쇄, 민주노조사수, 비정규직철폐”의 기치를 굳건히 부여잡고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는 부르주아 정치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 속에서 그 싹이 형성될 수 있다. 부르주아 정치를 갈아엎고 그것을 대신할 노동자권력은 오로지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 속에서만 형성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 2004-3-13 ]

2004-03-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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