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현장에서 미래를 > 컬럼 > 목록보기 > 글읽기

 
'쇼생크 탈출'
 세상만사

현장에서 미래를  제116호
박만용

세상만사


‘쇼생크 탈출’



박만용 / 교사



벌써 예전이 되었네요.
팀 로빈슨 주연의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누명을 쓰고 쇼생크 감옥에 투옥된 주인공이 어렵사리 감옥을 탈출하는 내용….
오래된(!) 그 영화가 생각났던 건 우리학교 학생들을 보면서였습니다.

영화 말미에 늙은 죄수들이 일종의 심사를 받은 후 사회로 내 보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감옥에서만 살았기에 사회 적응 프로그램으로 생활하지만, 외로움과 익숙치 못함, 주위의 편견 등에 의해 이름 하나 새겨두고 죽음을 택하는 늙은 죄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늙은 죄수는,
편의점 주인에게 묻지요.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편의점 주인은 의아스런 눈빛으로,
늙은 죄수로 사회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저런 이상한 질문을 다하나 싶어 하죠.

화장실에 가는 것은 물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인간이라면 생리적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다녀와야 하는, 따로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허락을 받거나 시켜서가 아니라, 행할 수 있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자율학습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내 안의 쇼생크를 봅니다.

잦은 학생들의 ‘화장실 다녀와도 되냐’는 안쓰러운 표정을 받게 됩니다.
여느 때와 같이 안쓰러운 아이의 표정 위에 험한 인상 그리며 다녀오라 고개 짓을 합니다.

원치도 인식치도 않으면서 간수가 되어버린 나를 보며 학생들이 화장실 다녀오는 것마저 허락을 받아야만 되는 이곳.

너무 오랫동안 학교생활을 해서인지 어느 것 하나 스스로 할 수 없는 곳에서 익숙해져버린, 그래서 감옥이 차라리 더 편하다며 감옥을 그리워하던 그 영화의 늙은 죄수처럼, 우리는 그런 학생들을 지도, 교육하는 것인지 관리, 교도하는 것인지.

너무도 타율적이라, 편리하지만 능동적이지 않은 아이들.
자발적이지도 주체적이지도 못한 학생들을 보며….

쇼생크라는 학교에서.
오늘도 탈출을 감행해 봅니다.

충분히 편리하게 관리되는 온실 속에서.

2006-01-27 02:32:3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