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4년, 노동자들을 기만했던 비정규대책
2004년 6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란 것을 발표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이라는 내용으로 정부대책을 발표했고 노동자들의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2004년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비정규직을 증가시켰고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던 업종, 단위 업무들은 상용직, 또는 외주화로
전락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말한 소위 ‘업무를 정확히
구분하여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업무를 핵심과 주변으로 나누고 상시/일시적 업무, 전문과
비전문 업무로 구분해 ‘핵심/상시/전문적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
업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부 대책은 ‘다른 곳은 비정규직을
사용해도 된다’는 것으로 전락했고 대다수의 공공기관에서는
이를 이용(악용?)해서 비정규직을 늘렸다. 그리고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 종합대책(이하 2006대책)에서 제출된 내용을
보면 외주화로 인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에 따른 고용유형과 업무구분
- [2004년 6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내용 재구성]
‘비정규직 사용기준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채 일시적
업무보다는 상시적 업무에 주로 사용’
‘막연히 외주화를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음. 외주업체
근로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시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사후에 관리되지 않은 실정이고 일부
외주계약서는 위법·부당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음’
- 관계부처 합동. 공공부문 비정규종합대책. 2006. 8 중에서
결국, 2004년 비정규대책은 사용자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업무구분이 되고 비정규직 사용을 마음대로, 편의적으로
확대했으며 특히 외주화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노골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당시 정부의 비정규대책이 발표되었을 때 노동계에서는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잘못된
대책’임을 비판하고 비정규직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정부 대책이 실효는커녕 정부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속적인 업무조차도 비정규직이 사용되고
외주화로 인한 문제가 극심하게 드러난 것이다.
2. 2006대책은 무엇을 포함하고 있나?
2006년 KTX승무 노동자투쟁을 계기로 다시 쟁점화된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문제, 학교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 등 2005년 이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실태가 폭로되고 정부의 허울만 좋은 비정규대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흐름이 이어지자 정부는 총리실 차원의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8월 8일 2006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기본방향>
○ 계약기간을 반복 갱신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지속적 업무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담당
○ 임금, 기타 근로조건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요인을 해소
○ 행정지도, 점검 등을 통해서 위법·탈법적 비정규직 사용
방지
○ 합리적인 외주화 원칙을 정립하고, 외주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보호
[2006 비정규직 종합대책 중]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상시적·지속적 업무는‘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담당?
2006대책은 여전히 업무구분을 6개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상시적 업무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무기계약
근로자는 도대체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정부의 ‘정규직
줄이기’ 원칙은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업무구분을
‘핵심/주변, 상시/일시, 전문/비전문’으로 하는 것 자체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업무를 위계화하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도
위계화 하는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이러한 업무구분은 정부의
구조조정과 유연화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러한 논리가 적용되는 한 비정규직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핵심이고 주변인가. 이를 나누는
기준은 누구에 의해 제시되는가.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분법이
노동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유포되면서 ‘주변업무는,
비전문적인 업무는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계화를 스스로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구분에 따른 위계화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비정규직 양산은 지속될 것이다.
현상적으로 드러난 문제들을 보자. 2006대책은
‘무기계약근로자’로 이야기함으로써 정규직 전환이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여전히 고용안정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구체적 답은 내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단서조항을 달아 ‘무조건 기존의 정규직수준으로 처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상시적·지속적
업무라 할지라도 ‘합리적 사유’를 근거로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 예외적인 사유 >
①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② 사회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해당직종의 고유의 제도(예:
교수임용방식, 전문의 채용방식)로 인해 기간제 근로 형태로
계약하는 경우
③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④ 조교‧수습생 등 수련과정에 있는 인력을 사용하는
경우
⑤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한 고령자를
사용하는 경우
⑥ 정부의 복지·실업대책 등에 의한 일자리 제공으로 인력을
사용하는 경우
⑦ 주기적으로 업무량 증감이 있을 때에 업무량이 증가하는 기간
동안 최소인력을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⑧ 구조조정계획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 기존의 기간제
근로자를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⑨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사회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문제는 코에 걸면 코걸이 일뿐이다.
또한 여기에는 현재 일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무기계약근로자가
담당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러면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전환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 짤리고 새로 채용된
노동자들이 그렇다는 것인지? 이제까지 공공기관들이 보여준
모습을 본다면 기존 비정규노동자들의 대대적 해고가 예상되고
소위 ‘상시적 업무’라는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 구조조정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비정규개악안이
상정되었을 때 사용자들이 불법파견의 시비를 없애기 위해
합법도급으로 전환하면서 법안을 악용하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구체적 방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또 다시 ‘해고’의 위협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06대책은 ‘이후에 기간제 사용 원칙을 마련하고
무기계약 근로자 전환 여부에 대한 협의를 하겠다’고
이야기함으로써 구체계획 여부는 또다시 각 행정기관,
공공기간의 사용자들에게 넘겨졌다. 언론에서는 5만 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 실효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도입, 단시간 근로 활용, 평가 및 성과급제
확대 적용등 정규직의 경직성 완화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유연화 확대 기조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2) 불합리한 차별요인을 해소하고 위법·탈법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
2006대책에서는 2006년 12월까지 ‘공공부문에 적합한 차별판단
원칙’을 제출해서 이에 따라 차별시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 비정규직 고충처리 담당자 운영,
퇴직금·법정수당 및 사회보험료 예산 별도 편성, 저임금 근로자
임금수준 인상, 노무관리체계 구축, 퇴직연금제로 일원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불합리한 차별요인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합리적 차별은 용인한다는 것이 된다. 도대체 합리적
차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합리적’이라는 이름하에
또다시 차별을 만들고 그 자체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된다. 또한 위법·탈법적 문제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말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보여준 사용자들의 관행, 즉 위법·탈법을
저지르고도 노동자들을 탄압하며 결국은 해고시켜왔던 만행을
구속력 있는 강력한 법적제재로 강제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하는가의 문제와 연동된다. 그러나 2006대책은
관리감독의 강화라는 추상적인 대책만을 제출하면서 마치
차별시정이 이뤄진다는 식으로 말하고 그럴싸한 포장만 하고
있는 것이다.
3) 외주화의 원칙, 기준에 맞게 외주화를 본격화하라고?
2006대책에서는 외주화의 대책을 제출함으로써
간접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 대책은 ‘외주화를 전면확대하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일차적으로 외주화 대상업무 선정
원칙을 말하고 있다. 즉 주변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핵심업무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서 외주화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외주업무에 대한 예상·입찰방식 등을 개선해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외주화 허용문제와 관련해서는 쉽게 말하면 ‘외주화를 너무
남용하기 때문에 합리적 근거를 마련해서 외주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외주화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기조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이미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의 지침에
의해 대다수의 공공기관들은 인력감축을 비롯한 각종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고, 비용절감이라는 이름하에 외주화를 확대시켜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오늘 날 비정규직 급증, 열악한
노동조건을 낳은 것이다. 따라서 외주화 중단이라는 원칙하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지 않으면 사실상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떤 해결도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KTX승무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외주업무에 대한 예산·입찰방식에 대한 개선을 통해 저임금을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KTX승무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보여진 홍익회, 관광레저 등 외주업체들의 비상식적인
업무운영과 위법·탈법적 요소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고육지책이다. 즉 합리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외주업체들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이하의 외주업체 운영은 노동자들의
엄청난 저항을 낳고 이로 인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외주화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4)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근본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앞서 간략하게나마 정부가 제출한 대책을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2006대책은 포장은 그럴싸하게 제출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정부의
유연화, 구조조정 정책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고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외주화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업무구분이라는 이름하에
위계화를 조장하고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화-차별해소라는
기준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법적·탈법적 부분에 대한 구속력있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워지는 근로자파견제
철폐, 기간제 철폐라는 기조 속에서 비정규철폐투쟁을
전체노동(조합)운동의 핵심적 과제로 받아안고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