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에 정치토론을 활발하게 조직하자
채 만 수
소 장
지난해 말 대선에서 노무현 씨가 당선되었을 때, 언제나
그렇듯이 수많은 지식인들의 용비어천가가 이어졌다. 그 중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도 빠지지
않았는데, 아마도 “노무현의 승리는 절망의 나락에서 우리를
다시 이끌어내 준 쾌거이다”(김동춘)라는 칭송이 압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불과 수 개월만에 노동자․민중은
갈수록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음을 경험해야
했고, 그리하여 이제 언론이 ‘민란’이라고 규정할 정도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 동반 자살이 드문 일이 아니게 되었고,
거리는 노숙자와 희망을 잃은 표정, 그리고 시위대와 전투경찰의
폭력으로 넘치게 되었다.
부안에서는 핵 폐기물 저장 시설에 저항하여 필사적인 투쟁이
전개되고 있고, 농민들은 농산물 수입 개방, WTO 도하 아젠다,
FTA에 반대하여 ‘민란’을 벌이고 있다.
가을 들어서는 자본과 국가의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확대로 생존권을 유린당한 노동자들이 줄을 이어 자결로써
항거하였으며, 이에 노동자․민중은 대중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이러한 절망과 항거․투쟁에 대해서
노무현 정권은 강경한 억압책, 즉 시위에 대한 폭압과
구속․대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고 노동자 대중을 이간질하려는 그의 특유의 교활함이
그에 더해지고 있다.
일체의 경제․사회정책은 사실상 모두 독점자본 위주여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손배․가압류나 악선전을,
그리고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대로 신자유주의적인
이른바 노동의 유연화를 선도하는가 하면, 국민연금 개악 등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였을 뿐 아니라 또 다시 대규모
파병을 결정하는 등 미 제국주의에는 충복 노릇을 하고 있다.
‘돼지저금통의 모금’으로가 아니라 재벌 등으로부터의
범죄적인 정치자금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그 측근은 측근대로
수십억․수백억을 긁어모은 것으로 드러나자 이제는 아예
“지난 대선에 줄을 잘 섰어야지!”라는 듯이 재벌들 줄
세우기에 바쁘다. 박정희는 ‘구악 일소’, 전두환은
‘사회정의’, 김영삼은 ‘사정’이라는 기치 하에 그랬던
것처럼, ‘정치개혁’이라는 기치를 들고!
게다가 네이스(NEIS) 등을 통해 주민에 대한 정보 장악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테러방지법’,
‘집시법’의 개악 등, 과거 군사독재와 다를 바 없는
억압체제의 강화를 조직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은 저들 어릿광대 같은 ‘진보적 지식인들’의
용비어천가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몰계급적이었는가를, 아니
사실은 얼마나 철저히 계급적이었는가를 보여 줄 뿐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대중의 정치의식을 오도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고, 나아가 노동자․민중 앞에 얼마나 많은 시련과
도전이 도사리고 있는가를 말해 주고 있다.
최근의 투쟁은 부분적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진중공업에서
자본측의 정말 파격적인 양보를 획득해낸 것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러한 예는 오로지 비타협적인 대규모 투쟁만이 자본을
움직이고, 국가․정권을 움직여서 생존권을 위한 조그만
공간이나마 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정권의 입장에서 한진중공업 타결은, 무엇보다도 지난 11월
9일의 노동자 대회와 그에 이은 투쟁이 보여 준 것과 같은,
노동자들의 타오르고 있는 분노와 투쟁을 감압(減壓)시키려는
조처였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민중은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승리에
안주하려는 안일을 경계하면서 손배․가압류 일반,
비정규직 문제, 특히 공기업에서 선도하고 있는 그것들, 이라크
파병 문제, 부안 핵 폐기장 문제, WTO․FTA 문제 등,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협․압박하는 산적한
문제, 그리고 네이스를 통한 정보집중이나 ‘테러방지법’ 제정,
‘집시법’ 개악 등 조직적으로 시도되는 파쇼 강화와의 투쟁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되는 처지에 있다.
그리고 노동자․민중 운동의 활동가․선진분자들은
특히 이러한 투쟁을 개별적이고 경제주의적인 것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대중을 향해서 그것들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그리하여 대중의 계급적 정치의식과 정치조직을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저들이 번지르르하게 내걸고 있는 깃발, ‘개혁’이란 다름
아니라 지배계급 내부적으로는 ‘돈줄 다시 세우기’일 뿐이며,
노동자․민중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의
심화․제도화일 뿐임을 알려 내야 한다.
당장의 문제와의 투쟁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정세 전반에 대한
계급적 전망과 그러한 전망을 현실화시킬 노동자들의 정치적
조직을 세워내야만 한다는 것을 대중이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 속에 여러 형태와 방법의 정치토론이 활발히
조직되어야 한다.
그러한 토론을 통해서 최근 전개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반민중적 정책들이 사실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부르주아 지배 일반의 필연적 문제라는 것, 나아가
부르주아 정치제도란 그러한 지배를 재생산하는 기구라는 것을
대중 속에 폭로하고 각인시켜야 한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