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상태와 투쟁과제

송 수 진/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1. 한국의 이주노동자: 연수생 혹은 불법체류자

한국에 와있는 이주노동자는 회화지도나 비지니스 등 7%밖에 되지 않는 합법비자소유자를 제외하고 크게 중기협, 건설협 또는 수협추천 등 업종별 단체추천 연수생 혹은 현지법인(해외투자기업)연수생이라 분류하는 ‘연수생’이거나 친지방문이나 단기상용, 관광 등의 비자로 들어와 체류기한을 넘긴 ‘미등록노동자’¹⁾(불법체류자)다.

2001년 6월 현재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연수생은 전체 이주노동자 가운데 약 8만으로 23.3%를 차지하며 불법체류자는 약 22만으로 66.7%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연수제도’는 91년도부터 이익집단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관장해온 장사로 본국의 송출업체에서 인력을 받아 주로 3D업종의 중소기업체에 배치하고 있으며 ‘산업기술연수생제도’라 한다.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으로 취급된다. 연수생은 “연수수당”인 기본급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매달 15만원에서 20만원을 강제적립하고 이들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존재하는 사후관리업체에 월 2만 4천원씩 월급에서 공제당하는 현대판 노예제도다. 그 외 등록노동자 가운데 ‘연수취업자’는 연수업체에서 계약기간을 채운 노동자에게 국가시험을 보게 하고 통과하면 ‘노동자’로 1년 더 일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을 말하며 ‘연수취업제’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2+1이 아니라 3년을 같은 사업장 같은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취업생’이라는 말이 무색한 제도다. 또한 현지법인 연수제도는 해외에 직접 투자하거나 기술 혹은 산업설비를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현지공장을 세우거나 현지기업과 합작기업을 세운 후 현지공장 노동자를 한국의 모기업으로 기술연수를 위해 입국시켜 노동하게 하는 제도를 말하며 전체 연수생 가운데 30%에 달하고 있다.

체류자격은 다양하지만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의 신분은 두 가지, 연수생(D-3비자) 아니면 불법체류자인 셈이며 97~98년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불법체류자의 수는 해를 거듭해 증가하고 있다.

1) 현지법인연수생

연수생은 배치된 사업장에서 2년을 꼬박 일해야 하는 근로계약을 맺으며 사업주들은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일상적인 감시 심지어는 감금노동을 시키는 사례도 다수 드러났고 이탈할 경우 여권뿐만 아니라 적잖은 액수의 적금을 고스란히 날리기 일쑤다. 이들은 평균 12시간 넘게 일하고 월 50~6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수당의 10~15%의 적립금과 사후관리업체 관리비 등을 빼면 실수령액은 30~40만원선이다. 게다가 법적지위가 교육생인 까닭에 퇴직금은 물론 노동3권 등 근기법을 포함한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기술연수생의 현실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역시 95년 네팔인 산업기술연수생 13명의 명동성당 농성투쟁이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때리지 마세요”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엄동설한에 노동자들은 온몸에 사슬을 감았다. 이 투쟁의 결과, 정부는 이 국제적 망신감을 두고 서둘러 95년 2월 14일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²⁾이라는 노동부 예규를 발표했고 국민대중에게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지법인 연수생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8시간 노동을 지키지 않고 이를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을 무시하고 있다. 근로계약서조차 10시간 이상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는 예가 많고 내국인 노동자에게 시키지 않는 야근을 주야간 맞교대 형태로 시키고 있다. 임금수준은 미화 100달러에서 350달러 사이로 환율을 현실화하지 않는 비상식적 관행을 일삼는다. 현지법인과 모기업에서 분할 지급하거나 현지법인에서 모두 지급하고 모기업에서는 용돈개념으로 4~8만원을 주는 업체도 많다. 이 경우 나머지 임금을 정기적으로 현지법인에서 가족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기간 종료시 일괄지급하거나 임금을 강제적립하는 수법으로 계약기간 중에 사업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몸이 아파도 의료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아 자비를 털어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 치료하거나 병원 갈 시간조차 나지 않아 병을 키우다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연수생은 사업주에게 권리를 요구할 수 없도록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근로계약서³⁾가 버젓이 힘을 갖고 노동자들의 입을 막아왔다. 근로계약서에는 태업이나 파업 등의 단체행동을 하면 사업주가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본국으로 출국시킬 수 있다고 적혀있다.

2) 미등록노동자

한국사회에 엄연히 살고 있다. 일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나’가 없다. 불법체류자로 산다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뿌리 채 부정당하는 일이다. 단속추방과 같이 엄혹한 시기에 느끼는 공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들을 열거하자면 시민의 권리 모두를 관통한다.

미등록노동자들의 경우,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주일에 60~70시간 일하는 장시간․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법체류하고 있다는 약점 때문에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을 당해도 국가기관에 신고하여 권리구제를 받기를 꺼려하고 아직도 경찰서나 법원 등은 업무협조상 출입국에 알리는 것을 지침으로 내리고 있어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그래서 “불법체류자”는 이들을 고용하는 사장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이 되고 값싼 임금을 줄 수 있어서가 그 주된 이유라면 “불법체류자 있다고 출입국에 신고하겠다”는 일관된 협박으로 착취 외에 자신이 노동자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기 때문이다. 먼 이국땅에 온 까닭을 상기하자면 노동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여기서 돈을 벌 수 없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추방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에서 불만이 생기면 얘기해볼 엄두도 못 내고 공장을 옮긴다. 흡사 병영이나 감옥 같은 공장생활 혹은 사업장내 잦은 구타가 온전한 정신상태를 위협할 때나 단속추방시기에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때에도 정신과치료를 받고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아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출국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3) 여성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 가운데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집단이 있다면 ‘여성’이다. 여성이주노동자는 미8군이나 클럽의 무희로 와있는 여성들과 내국인 기피업종으로 주로 남성이주노동자들이 있는 사업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여성들로 나뉜다. 노동현장에 있는 여성이주노동자 역시 연수생이거나 미등록노동자인데 여성이주노동자는 전체 숫자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며 국적별로 보면 중국, 몽골, 필리핀, 태국, 베트남 순서로 많이 체류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과 노동시간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인남성, 한국인여성, 외국인남성 다음으로 가장 아래에 위치하며 고용안정을 말하자면 ‘해고 0순위’다. 공장 안에서는 국적을 막론한 남성들의 성희롱과 폭행을 포함한 온갖 성차별을 복합적으로 겪고 있다.

2. 이주노동자와 노동3권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은 노동자성 인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기존의 노동조합 지부로 조직되어 노동자성 시비를 피했으나 지부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독자노조 설립신고를 했다면 분명 정부는 예의 노동자성을 걸고넘어지며 필증을 반려했을지 모른다. 물론 지부로 결성한 이유가 노동자성 시비를 피하고자 한 것은 아니나 단결권을 둘러싼 싸움은 이미 노동조합 결성당시부터 잠복해있었고 끝나지 않았다. 이주지부가 결성될 때 노동부는 ‘법외’선언을 하지 않았으나 “불법체류라는 신분의 제약이 활동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으며 검찰 공안부는 사찰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그렇듯이 평등노조 이주지부 또한 몇 가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첫째, 연수생도 미등록노동자도 이미 노동자성 인정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4조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노동자라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 5조는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연수생이 노동자로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는 누적되고 있으며 (대법 95누 2050 ‘95.12.22, 대법 96도 694 ‘97.3.28, 대법 97누 10352 ‘97.10.10) 연수생이 퇴직금을 받기 위해 법원을 가야했던 것에 반해 미등록노동자에 대해 이미 99년 10월부터 노동부가 퇴직금을 비롯한 근기법 적용을 위한 권리구제를 하고 있다. 설사 그들 논리대로 출입국관리법상 범법자라 하더라도 사실적 근로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거나 노동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둘째, 법은 허용하지 아니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한다.

헌법 제33조가 명시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함께 노동조합법 또한 “외국인 혹은 체류자격이 불법인 자는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고 씌어있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시 ‘투쟁으로 정면돌파’이다. 미등록노동자가 노동3권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노동3권을 둘러싼 시비를 일갈하는 것은 노동3권이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일 터인데 이 과정에서 자본가들과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노조탄압의 방식은 역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추방이다. 그러나 불법체류 사면 쟁취투쟁은 바로 현장에서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가져다 줄 성과이며 싸움의 당사자들을 전면에 나서게 하는 조직화도 이 과정에서 얻어질 것이다. 단결권을 쟁취하는 것도 노동자들의 용기이듯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쟁취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 또한 이주노동자들 앞에 놓인 과제이며 동시에 전체 한국인 노동자들 앞에 놓인 역사적 숙제다. 이 싸움을 지지하고 힘으로 엄호하는 것은 ‘노동자는 하나’의 정신을 실현하는 계급적 임무이기 때문이다.

3. 이주노동자 사회․문화적 생활권 실태

1) 있지도 않은 의료보건정책

이주노동자들은 본국과 다른 기후와 풍토, 음식의 차이로 인한 질병,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 조건으로 인한 질병, 예상치 못한 사고, 산재로 처리가 되지 않는 직업병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일이 있어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위급환자의 경우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지 않고는 치료조차 받을 수 없고,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모금활동, 상담지원단체의 지원, 병원의 사회복지 기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이러한 모금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난 99년 9월부터 일종의 사보험제도로 민간단체인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가 상담지원단체에 방문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의료문제를 협력병원을 통해 해결하고 있으나 전체로 혜택이 확대되기 어렵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의료복지 문제를 사회가 비용을 들여 해결하도록 하는 활동과는 거리가 있어서 정부가 사업지원금을 내는 것만으로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의료보험의 적용이 당장 시급하기도 하지만 정부는 불법체류자 사면과 합법화 없이 이를 따로 떼어서 구제사업으로 집행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함께 생각하고 조속히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2) 주거환경: 열악하다못해 위험하기까지

보통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숙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이주노동자들은 주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편하더라도 기숙사에 사는 경우가 많다. 기숙사가 아니더라도 같은 이유로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 세들어 살고 있다. 그러나 연수업체는 보통 규모가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연수생들에게 제공되는 기숙사는 기본적으로 난방시설과 샤워시설이 갖추어진 곳이 70~80%여서 주거환경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⁴⁾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개인적으로 방을 구할 경우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거환경의 질이 기숙사보다 떨어진다.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숙사(숙소)는 규모가 큰 공장이 아니면 무허가 가건물이나 컨테이너 박스 또는 환경이 위생이나 안전의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곳에 여러 명이 묵고 있다. 냉난방이 부실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음과 분진 등으로 고된 노동을 마치고 편히 쉴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누전 등의 원인으로 건조한 계절에 자주 발생하는 화재로 목숨을 잃거나 더러운 환경으로 병을 얻는 경우는 아주 많다.

3) 국제결혼 가정, 거주권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노동자들은 한국인과 결혼을 하고 자녀들도 낳았다. 세계인권선언문은 “성년에 이른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를 이유로 그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아니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가지며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근본적인 집단의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이 마땅한 권리를 누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력을 불렀더니 사람이 왔다”는 과거 독일정부의 고백은 정책의 전향으로 이어졌는데 한국정부는 “살기 힘들면 남편의 나라에 가서 살아라”고 불법체류자와 사는 한국인 여성들에게 윽박지르고 있다. 이는 철저히 국가의 성차별적인 태도로 한국남자가 외국인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보다 한국여성이 외국인남성과 결혼하는 데 있다. 남편이 불법체류자라 혼인신고도 못하고 단속에 걸려 출국되면 아이와 발을 동동 구르며 남편의 입국규제를 풀어달라, 비자를 달라고 출입국공무원들에게 통사정해야했다. 이들 가정은 가난과 가족통합에 대한 위협 등으로 자주 파탄위기를 맞고 또 깨어진다.

4. 이주노동자 요구(투쟁과제)들

1) 연수제도 철폐

연수제도 철폐의 정당성은 ‘연수가 없다’는 데 있다. 현행 연수제도가 저임금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는 데는 이미 지난해 고용허가제 법률안 도입을 추진하던 노동부도 “외국인력의 편법도입이라는 대내외적 비난의 확산”을 우려하며 연수생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누적되는 등 연수제도 철폐가 대세임을 뒤늦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포함한 현행 모든 연수제도 즉 연수를 빙자해 노동자로 유입하지 않고 계약직(비정규직) 노예로 묶어두는 편법(불법)인력도입제도를 반대한다. 지난해 김대중 정권이 추진했던 ‘외국인노동자의 고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중기협추천 연수제도의 폐지만을 언급했으며 무엇보다 계약직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없음, 고용중지 후 14일 이내 출국규정, 사실상 노동3권 제한 등 연수제도의 변형으로 관리주체가 중기협에서 국가로 대체되는 것에 불과하다. 온갖 비리와 검은 돈의 소굴인 중기협을 의법처리하고 연수생노동자들에게 한국의 노동관계법을 온전히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2) 미등록노동자사면과 합법화

한국정부는 지금까지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해줄 노동자가 필요했으며 그것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존재가 필요했다. 그러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불법딱지를 붙여 일부는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거짓말을 위해 이 땅에서 추방했다.

우리는 단호히 요구한다. 미등록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없는 외국인력정책은 설사 정부가 독소조항 없는 그럴듯한 법률안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일할 권리를 빼앗는 단속추방을 즉각 중단할 것과 출국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벌금징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이주노동자가 생산직으로 일할 비자를 신설하고 지금 이 땅에서 일하고 이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미등록노동자들에게 노동을 허가하라.

3) 노동3권 등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실현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권의 완전한 실현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구고 쟁취해야 할 우리의 과제다. 이는 연수제도 철폐와 미등록노동자사면을 위해서라도 아니 그러한 악조건 위에서도 반드시 쟁취해야 할 노동자의 자존심이다. 우리의 단결권행사가 그렇듯이 정부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일하는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힘을 확인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투쟁은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아직도 전태일 열사가 염원하던 근로기준법준수를 목 터져라 외쳐야 할 영세사업장 내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제거하는 투쟁은 한국 노동운동이 관심을 갖고 책임져야 할 싸움이다. 하여 노동법개악기도에 맞서 선배들의 투쟁의 성과인 ‘근로기준법’ 개악을 저지하고 더 나아가 노동악법을 철폐하는 것과 권리가 없는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역시 중요한 역사적 과제다.

4) 사회․문화적 권리실현

‘사회․문화적 권리’라 함은 노동기본권을 포함하여 사회보장권, 여성의 권리, 아동의 권리, 주거권, 건강권, 교육의 권리, 문화적 권리 등을 말한다. 이 권리에 들어가는 것들 가운데 몇 가지 우리의 요구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면 특별히 건강권과 주거권을 들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사회보장상태는 노동권상태와 직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현재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복지란 곧 노동의 권리나 다름없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투쟁과제로 밝힌 것들이 모두 실현되어야 이 권리들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법체류문제가 사면과 합법화로 풀렸을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사회적 권리들이 있으나 그것이 쟁취되기 전에도 우리는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므로 우리의 삶과 관련된 모든 권리들의 상태에 대해서 말하고 요구해야 한다. 

한/노/정/연

이주노동자의 이야기

이름은 아카스이구요 저도 노조에서 ‘민중복지노동권생활권보장을 위한토론회’을 가진다고 해서 왔는데요 토론회를 보니까 가슴에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힘든 일만하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 잡고 이야기 하니까, 지금도 떨리고 조금 전에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요. 저도 거기 개입되어있는 것 같고 모든 말을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같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이주노동자라도 말을 못한다고 해서 연대가 안 된다는 생각은 안하고, 말 못해도 같은 사람들이 같은 상황 속에서 있으니까 연대가 잘 된다고 생각하구요.

토론회에 제가 와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한국에서 10년 동안 살아온 것들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딱지라고 하나요? 불법체류자라고 불렀을때 ‘내가 왜 불법체류자인가?’ 불법체류자인데도 합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밥먹고 어울리면서 다니는데 ‘왜 불법체류자인가, 나를 불법체류자로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가’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한국정부가 이제는 외국인이라도 필요하다고 외국인노동자를 불러왔을 때, 그때도 한국에는 실업자들이 많이 있었어요. 일 안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 세상에 그걸 봤을때 지금와서는 불법체류자라고 하고 비정규직도 하고, 연수생이라고도 하고.

연수생도 퇴직없는 연수생과 산업연수생으로 두가지로 분리시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힘이 없으니까 공권력이 있으니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일 안하고 있는데도 외국인을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불러왔는데 우리가 그때 왔을 때 92년도에 왔는데 오고나서 일시키는 사람들은 힘들었을 것이고 우리들도 힘들었어요. 사람들의 말도 틀리고 먹는 것도 다르고 밖에 나가면 아는 사람들 없고, 나는 네팔에서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여기와서 집에 가는 길을 몰라서 집을 두세 바퀴 돌다가 방에 들어간 적도 있고, 그래서 진짜 힘들었어요.

근데 우리아빠가 힘들면 인간이 된다고 그랬는데 지금도 아직 인간 안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도 많이 힘들고, 아팠을 때가 힘드는데 한국에서 일하면서 아팠을때 친구들이랑 병원비를 모으는 일도 너무 힘 들었구요.

제가 아까 불법체류자라고 소개했는데요. 제가 불법체류자가 된 것은 제가 92년도에 왔고, 그때 6개월까지는 연장기간을 해준다고 해서 6월 달에 자진신고를 냈었어요. 자진신고를 냈는데 출입국 가서 여권에다가 비자에 도장을 찍었어요. 6개월마다 연장할 수 있다고 근데 비자를 받고 자진신고를 하고 나면 여권하고 돈을 찾아가서 갈 수 있고, 사장은 여권과 한달 월급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다음에 일하는데 야간은 안하고 주간에 스타킹 공장에서 일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13시간 일하고 그랬는데 사장은 나한테 욕만 하고 처음 배운 말이 ‘아줌마 밥 주세요’하고 ‘개새끼야’였는데 처음에 ‘개새끼야’란 말을 모르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강아지이더군요. 나는 그 사람하고 똑같이 어울리는데 그 사람은 인간이 되고 나는 강아지가 되는 거예요. 밥 먹으러 갈 때도 그 사람에 뒤에서 가고. 그 사람 뒤에서 가면 강아지처럼 정말 느껴져서 나중에 그 사람하고 따로 갔어요. 그러다가 일하다가 어느 날 일하는 사람하고 대화가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하고 싸웠어요. 친구들하고 조금 싸웠어요, 그 사람은 키가 백오십 정도인데 제키가 백칠십이니까 저보다 작았어요. 전 그냥 재미있게 보고 있었어요.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저를 때렸고 넘어졌어요. 일어나서 보니까 빙 돌아갔고 ‘아 이게 뭔가’하고, 나중에 사장이 오고나서 일을 안 하고 했어요. 일을 시켜도 일을 안 했는데 일 안하고 네팔 간다고 했는데 계속 일을 나한테 시키는 거에요. 일을 안 하니까 보내준다고 했는데 사장이 여권하고 비자하고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내꺼 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6명 있었는데 5명이 가기로 했는데 사장이 왔어요. 쇠파이프 들고 사장이 왔어요. 쇠파이프 들고 ‘일 안 할거냐고 일 안 하면 죽여버린다’고 싸웠어요. 그러다가 사장이 저를 데리고 김포공항까지 갔는데 다행히도 그 날 비행기가 떠났었어요. 만약에 그날 갔으면 이렇게 와서 얘기할 수가 없었을 텐데 비행기가 떠났어요. 비행기가 떠났다고 하고 나니까 아, 그럼 다음날 와라. 다음날 오면 된다. 다음날 가기로 하고 돌아왔어요. 돌아왔는데 친구한테 편지를 받아서 고향에 있는 친구가족에게 가져다주기로 이야기했는데 친구들이 가지 말라고 했어요. 오늘도 네팔 축제거든요 한국의 추석날 같은 날인데 그때도 그 기간이었어요. 9월 21일 맞고 22일 공항을 갔으니까, 비행기표를 아직 못 구했는데 ‘왜 바보같이 네팔 가려고 하냐’고 친구들이 말했어요. 나는 친구들에게 그런데 만약 사장이 여권도 가지고 있고 돈도 가지고 있으면 우리는 불법체류자가 되니까 우리는 불법체류자 된다고 그래서 나는 간다고 하니까. 하지만 친구들은 자진신고도 안하고 일하고 있는 거에요. 그 친구들 사장이 뭐라고 말하는지 물어봤더니 우리사장은 경찰서에 아는 사람 많으니까 밖에 나가서 싸움 안하고 술 안 마시고 그러면 괜찮다고 얘기를 했다고. 우리도 술 안 마시고 싸움 안 했는데. 여권가지고 있는 사장이 잘못이다 그랬는데 그 다음날부터 불법체류자가 되는 거에요. 근데 내가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거는 그 사람들이 나를 불법체류자로 만들었다는 거에요. 불법체류자는 경비아저씨들이 경찰인줄 알고 경비아저씨들이 오고 그러면 도망가고 그랬는데요. 우리들은 자진신고 한거고 합법적으로 일한다 이런 생각으로 간건데. 그렇게 좋은 것을 포기하고 불법체류자로 남는단 말이에요. 겨울이 되어가고 겨울에 공장에 출근하고 18일 동안 계속 그 공장에서 돈은 언제 나오나 계속 일을 하는데 직무대 갔는데 직무대 가서 일하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것도 그 무엇보다 병 닦고 드는 거, 그거 병을 들고 인제 용접을 하는 건데 힘들게 하면서.

인제 한국정부는 자진 신고하는 사람은 2년 동안 고용하고 나서 거기에 보내고 나서 산업연수생제도라고 데리고 오는데 실제로 거 뭐하나 봤는데 아침하고 점심하고 세 번을 먹어요. 저녁 밤되면 간식이라고 뭐 주더라구요. 그 아저씨에게 뭐냐고 물어보니 칼국수라고 하더라구요.

연수생은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거 어려워해요. 힘들어해요. 인제 교육받은 거랑 실제로 일하는 것하고 틀려요. 틀리니까 그 사람들은 인제 연수생제도가 싫다. 갖고 있는 돈이, 월급이 한 40만원 되거든요, 거기서 빼고 빼고 나면 한 25만원 그 정도밖에 안 남아 버려요. 그 정도 밖에 안 남는데 그 돈으로 빌린 돈 갚고, 연수생들은 힘들게 일했지만 불법 체류자가 되 버려요. 그 사람들은 잠깐동안에는 그 억압에서 벗어나지만 그 연수생들이 나와서 어차피 불법체류자가 되고 보니 더 뭐랄까 힘든 일을 더 많이 해요. 당장 그 사람이 연수생 제도를 벗어나서 자유롭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되요.

인제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살았으니까, 10년 동안 살았으니까 오래 살은 거죠. 오랫동안 살았으니까 친구들이 연수생 했던 친구들이 연수생 제도에서 나오라고 해요. 연수생제도했던 친구들이 네팔친구들이 한 육천명 되는데 연수생제도했던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것은 총 육백명 밖에 안 되요. 공장에서. 돈 적게 주고 일 많이 시키고 그러니까 한 삼백명 정도 남아있는데 사람들이. 힘들게 일을 시켰으면은 그 정도는 돈주면 될 거 아니에요. 그 돈을 안주고 가만히 돈을 벌려구 해요. 그 사장들은. 자본가라고 하죠? 돈을 안 주게 되다 보니까 그런 사람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불법체류자가 많이 늘어나게 되면 신문같은 거 보면 범죄도 늘어나게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그렇게 되게끔 만들어놓았어요, 이미. 그 자본가들이.

지금 10년 동안이나 일하면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한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어요, 결혼하게 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오래 살다 보니까, 뭐랄까 ‘더 돈을 많이 벌어 가겠다’이런 친구들도 있고, 인제 저와 같은 ‘돈 안벌고 더 놀다 가겠다’이런 사람들도 있고 결국에는 이 사람들이 많은 문제들은 힘든 일들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인제 힘든데 아구 이렇게 힘들 때 집에 가고 싶은데 집에 가도 똑같아요. 아까 그 얘기도 했는데, 자본가들은 가서 돈 가지고 다 주머니에 모아놓는데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서 주머니에서 다 빼앗기는 거에요. 친구들은 가면 ‘난 또 어디로 가나’ 이런 생각하게 되요. 여기 있을 때도 힘들면은 ‘또 어디로 가나’ 이런 생각하게 되고 우리가 또 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고민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까 연대라는 이런 이야기도 알게 되고 같이 인제 공부도 하게 되고 그런데요. 암튼 전 노동자이기 때문에 10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았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30만 명 노동자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다 이렇게 살고 있다’생각하고. 만약에 30만명 자본가들이 여기나와서 말하게 되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응, 실제로 우리가 IMF때 보는 것처럼 IMF 위기 때 많은 사람들이 인제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주노동자가 집에 가고 그랬는데  그때 뭐가 있었냐면 ‘허리띠 졸라매자’고, 그런 상황 속에서 없는 사람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있는 사람들은 허리띠 풀러지도록 먹고 이런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이주노동자를 불법이라고 할 때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네팔을 갔을 때는 지엔피가 200달러예요, 그때 한국도 7천달러가 넘었는데 이자가 네팔보다 높다는 거예요, 상상해 볼 수 있는 거예요. 네팔에서 살아가기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네팔에서 자본가는 잘 살아요. 유럽에서 다 가져오고 돈없는 사람은 허리띠 졸라매고 그렇게 되다보니까.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한국에 많이 있다보니까. 어떻게 보면 문제가 되는 때도 있지만, 우리는 한국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예요. 가끔 가다보면 네팔친구들 만나면 가전제품 많이 사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적혀있어요. 한 친구가 ‘우리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네가 만들었냐’고, 이주노동자가 만든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는 거예요. 결국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된건데 누가 만들건 간에 그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었으면 그 물건을 쓰는 사람들이 노동자라고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데도 불법체류자라고 하고, 그런데 불법체류자가 뭐예요, 불법체류가 … 아휴! 진짜 가끔씩은 일하다보면 ‘일 안 한다고 신고해버린다고’때리고 그래서 맞는데 가서 이야기를 못해요. 그 때 맞았던 친구가 오늘 월급 받는 날이예요. 그래서 못 왔구요. 나는 오늘 투쟁하는 날이라고 왔는데 그 친구는 월급 받으러 가고 우리는 이렇게 참을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안 참을 것 같아요. 이야기 들어 보고하니까 우리의 현실과 다 비슷한 이야기 같아요. 다 이해는 못했지만 노조에 좀더 교육받고 오늘이야기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다시 한번 이야기 들으면 그러면 안 불쌍 할거 같아요. 파업가에 있잖아요. 흩어지면 죽는다. 지금까지는 흩어지게 만들었지만 앞으로 우리는 더 연대하고 흩어지지 말야하는 가는 우리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시작인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 문제중에서 여성노동자의 문제가 아주 많이 있구요. 한국에서는 잘못했다고 요구를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못해서 당하고 있으면서도 그러면 안 될 것 같구요. 앞으로 진짜 불법체류신분을 바꾸고 우리의 힘을 만들어야 할 것 같구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감사하구 못한 이야기들은 다시 나중에 해보았으면 좋겠구요. 다음에 연대해서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