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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투쟁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79호
전규석외

현 단계 노동운동:
진단과 모색 II





현장투쟁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ꡔ현장에서 미래를ꡕ은 “현 단계 노동운동: 진단과 모색”이라는 주제의 특집을 진행중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특집의 일환으로 “현장투쟁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라는 주제의 질의서를 현장활동가 및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전달하여 답글을 받아보았습니다. 질의서에는 크게 세 가지의 질문이 담겨 있으며, 현재의 상태, 그것을 가져온 원인, 그리고 현장을 복원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 질문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활동가가 이번 질의서에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세 동지들의 답글을 통해 우리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뉴코아노동조합, 철도노동조합의 상황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민주노조운동과 현장활동에 대한 고민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답글을 보내주신 동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집 현 단계 노동운동: 진단과 모색 II

현장투쟁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질의서

1. 동지가 속해 있는 현장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97년 말의 경제위기 이후 몰아친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은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를 가져왔으며 현장에서의 노동조건 및 임금의 하락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격렬한 투쟁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격을 완전히 굴복시키지는 못했으며 여전히 투쟁이 진행중입니다. 누구나 지금의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당위성만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공격과 전반적인 투쟁의 분위기 속에서 동지가 속해 있는 사업장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까? 자본의 노동통제 강화나 노조 탄압과 같은 객관적인 조건 그리고 조합원들의 상태와 같은 주체적 조건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또한 동지의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의 단결이 고취되고 있다면 혹은 다양한 갈등들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러한 단결이나 갈등의 모습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2.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의 4․2 총파업 철회를 두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존재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은 투쟁동력의 부재, 노동조합의 관료화, 철저한 투쟁노선의 부재 등을 그 원인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만약 민주노조운동이 위기에 봉착했다면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되는 부분들에 대한 현장에서의 판단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해서 동지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위에 열거한 투쟁동력의 부재, 노동조합의 관료화, 그리고 불철저한 투쟁노선 등에 대해서 각각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동지가 속해 계신 현장의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들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3. 현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합니까?
신자유주의에 대한 강력한 투쟁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현장으로부터 올라오는 동력이 중심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장이 힘있게 살아날 때 전체 민주노조운동 역시 강고한 투쟁들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장의 동력을 살려내는 것은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현장의 투쟁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합니까? 현장에서의 일상활동의 강화, 적절한 투쟁의 배치, 노동조합이나 현장조직과 같은 조직활동, 그리고 다양한 정책적 측면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동지가 속한 현장의 경험에 비추어 조합원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던 현장활동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또한 현장 동력의 복원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도 말씀해 주세요. 더불어 동지가 속해 있는 현장에서 노조나 현장조직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약평을 곁들여 주십시오.
답글 1


전 규 석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대의원



1. 동지가 속해 있는 현장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98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현장은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노동통제가 심해졌다. 강요된 희망퇴직 등으로 수많은 조합원들이 현장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채워나갔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던 많은 활동가들이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로 현장을 비우자 자본은 현장관리자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일방적으로 콘베어 속도를 올리고 노동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WIN21, 시그마6, 품질실명제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현장통제를 강화했고 조합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각종 기업문화전략을 퍼부었다.
무급휴직 당했던 활동가들이 현장에 복귀하고 정리해고자들도 복직되면서 침체되었던 현장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그러나 외주하청 비율이 현실적으로는 30%에 육박할 정도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늘어났고 조합원들이 오히려 하청 투입을 바라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조합원들은 경기가 다시 나빠지면 하청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의 방패막이 되어줄 거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본이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 대신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합원들의 이러한 판단은 한참 빗나가고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이런 조합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정서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왜곡된 의식에 기대어 하청 투입을 오히려 앞장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노동조합 대의원도 그렇고 집행부도 그렇지만 당장 조합원 대중이 원하는 것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의 잘못을 바로잡아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고 당장의 ‘표’만을 의식하는 활동은 결국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대중의 꽁무니만 쫓아가는 대중추수주의에 불과하다.
조합원들은 98년의 경험을 통해서 노동조합이 더 이상 자신의 고용을 지켜줄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기가 그나마 좋을 때,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악착같이 벌어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잔업 특근에 ‘목숨 걸고’ 달려든다. 실제 올해 들어 6명의 조합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이 중 한 조합원은 1년을 통틀어 쉰 날이 4일밖에 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특근을 원한다. 특근을 잘 따오는 대의원은 인기가 높고 특근을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활동가는 인기가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대중의 현실적 정서와 조합원의 건강권 사이에서 활동의 원칙을 세우고 구체화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2.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의 위기, 대공장 노조의 개량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지난 4.2 총파업 철회에서 보여졌던 지도부의 어이없는 작태가 가장 먼저 지적되어져야 할 것이다. 투쟁하는 현장에 민주노총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들은 아래로부터 힘겹게 진행하고 있는 투쟁들을 이용해서 정부나 자본과 협상하기 바쁘다. 지도부의 강력한 투쟁 의지가 전혀(!) 없다. 공무원노조다 교수노조다 해서 외연은 넓어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조합원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혁신, 혁신,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확(!) 바뀌지 않으면 민주노총 끝장이다. 유덕상 보궐체제가 할 일은 딱 하나다. 주40시간 들이밀면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는 정부와 자본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벌여내는 것! 이 투쟁이 대선에 묻히지 않고 강력하게 전개되면 되는 만큼 민주노총이 살 것이고 이 투쟁이 흐지부지되면 되는 만큼 민주노총이 죽을 것이다.
대공장 노조의 개량화에 대해서는 나 자신부터 반성이 많이 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한다. 대공장 조합원들의 연봉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임금의 3배가 될 정도라고는 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노동시간과 근무형태, 노동강도에서 대공장 노동자들의 처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일반 중규모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대공장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경우가 있을 정도로 대공장 노동자들이 아주 특별히 ‘배부른 돼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정서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대공장 노조가 갖는 힘의 크기에 비교했을 때 전체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빈곤했고 대공장 이기주의로 비쳐질 정도로 협소하게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공장 노조는 여전히 우리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공장 노조가 임금을 높게 타결지으면 중소공장 노조들도 그 수준에서 타결이 되고 좀 더 전투적인 노조들은 그보다 더 높게 따내기도 한다. 대공장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고임금(?)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 잘못이다. 대공장 노조는 이제 전체 민주노조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걸맞게 책임있는 활동을 벌여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에 대해 조합원 대중을 설득하고 앞장서야 하며, 전투적이고 계급적인 산별노조 건설에도 책임있는 대안과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


3. 현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합니까?
현대자동차 승용1공장 의장부 대의원회는 지난 7월 26일 NO-1라인 M/H협상을 마무리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존 44 UPH에서 52 UPH로 8 UPH 상승에 따른 인원 충원을 242명으로 합의(대의원 요구안)하고 전원 직영 충원하는 것으로 하였다. 242명의 직영인원은 11월 7일까지 부서에 배치하는 것으로 하였다. 한편, TB카 혼류 생산에 따른 인원 116명은 9월 9일까지 직영 인원으로 충원하기 합의하였다. 1공장 M/H협상 결과는 지난날 사업부별 인원 충원이 필요할 시 한시 하청으로 대체되어 현장의 하청화 비율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직영 인원 투입을 전제로 한 대의원회의 요구안이 100% 쟁취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고 타 사업부에 파급력을 크게 미친 성과를 남겼다. 현장에서는 이 협상을 두고 지난 98년의 ‘복수전’이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현장은 여전히 우리 활동의 모든 것이다! 현장이 죽으면 운동도 없다! 대중을 믿는 한편 대중의 꽁무니를 쫓아가지 않고 활동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원칙을 견지하고 현실 속에 이를 적용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현장권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노/정/연

답글 2


박 명 수
뉴코아노동조합 정책부장



1. 동지가 속해 있는 현장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주)뉴코아는 97년 11월 회사부도와 98년 12월 법정관리인가를 통해 현재 법정관리 4년차를 거치고 있는 유통기업이다. 뉴코아노동조합은 회사의 부도와 함께 98년 10월, 당시 4개 계열사(시대건설, 뉴타운개발, 시대물산, 시대유통)에서 각각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같은 해 12월, 당시까지 회사에 의해 만들어져 존재해왔던 모기업 노동조합인 (주)뉴코아노동조합을 견인하여 조직변경을 통해 통합노조인 뉴코아노동조합을 건설하였다.
법정관리의 실상은 조합원들의 사고까지도 옭아맬 만큼 탐욕적이어서 법정관리 4년과 노동조합 4년의 시간은 패배주의에 빠진 조합원들을 추동하고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부터 법정관리와 법원파산부라는 벽도 자꾸 때리다 보면 금이라도 갈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었다.
법정관리는 채권변제 우선을 위한 정리계획서이행만을 강요한다. 정리계획서이행을 위한 핵심은 무차별적 자산매각과 함께 그에 따른 인원감축, 임금동결 그리고 목표영업이익달성인데, 투자는 동결하고 자산은 매각하고, 인원은 줄이면서도 목표영업이익은 달성하라는 상반된 과제를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한 조합원들의 생존권 불안과 노동강도는 과히 살인적이다. 법정관리 이후 회사의 인력운영의 방침은 적정인력도 아닌 최소인력운영 방침이다. 최소인력운영방침은 인력구조조정의 한 방편으로써 근기법상의 노동권리는 배제된 채, 영업매장이 운영될 수 있을 정도의 최소 인력만 유지하는 것이 골간이다. 이로 인해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한 인원들이 스스로 퇴사를 하게 되면 이에 대한 인원충원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인력구조조정을 완성하는 방안이다.
이는 회사의 경영수치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자산매각현황은 차지하더라도 2001년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20%가 초과한 500억원이 넘었고, 올해에는 680억원이 예상되는데 반해, 인원은 2001년은 전년보다 1,000여 명이 줄었고, 2002년 현재는 전년보다 600여 명이 감소하였다.
법정관리가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복종 아니면 스스로 자신의 일터를 떠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다. 법정관리기업에는 정리계획서 이행과 법원파산부의 지침만 존재할 뿐, 노사자율교섭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뉴코아노동조합은 99년 임단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원파산부와 정리계획서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기 위해 8개월간의 노사협상과 30여 일간의 철야농성을 진행하고서야,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법원파산부와 정리계획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파업직전에 가이드라인 틀 속에서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99년과 2000년 동안 매각과 관련한 대응투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대응투쟁, 남녀차별적 승진제도 개선투쟁 등 임단투와 함께 일상투쟁을 통해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유통서비스종사자도 노동자이고 법정관리라는 경영환경과 유통노동자라는 신분도 투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해 가는 성과를 낳았지만 노동조합 초기에 겪는 노동조합의 정체성문제와 법정관리와 파산에 대한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내부적 인식의 차이로 인해 1기 노동조합에서 2기 노동조합으로 전환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법정관리인의 교체와 함께 출발한 2기 노동조합은 삼성출신의 법정관리인과의 기 싸움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사건건 충돌하였다. 그리고 2001년 임금투쟁을 부도와 함께 일방적으로 삭감된 임금원상회복과 법원파산부의 노사자율교섭침해에 대한 투쟁을 목표로 시작하였다. 법원파산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은 초과할 수 있었지만 법원파산부의 파산압력과 법원투쟁에 대한 불확신으로 인해 1일 경고파업으로 투쟁을 종료하게 되었다. 조합원들의 주체적 동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쟁대위의 파업종료결정과 노사타협은 하반기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을 수세적 위치에 처하게 했고, 하반기 회사의 인위적 인력구조정공세에 맞서 대중적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하고 비록 비조합원이지만 60여 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이라는 형식으로 인위적 인력구조조정을 당하는 한계를 드러내었다.
노동조합은 2001 임단투를 평가하며 ‘조직정비와 강화 그리고 현장활동강화’라는 목표로 그 동안 노동조합 상근집행부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하고, 투쟁기간중에 구축된 실천단이라는 조직적 성과를 노동조합의 강화와 현장활동으로 이어가기 위해 2002년 2월, 노동조합 조직체계를 6개 지부로 재편하고 조합원 직선으로 지부장을 선출함으로써 의결단위와 집행단위를 강화하였다. 지부별 현장활동강화와 현장위주의 즉각적 대응원칙을 통해 지부체계의 조기안착화는 M&A와 2002년 임금투쟁의 조직적 바탕이 되었다. 회사와 법원파산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M&A에 대응하여 노동조합은 교육프로젝트와 조합원 교육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노동조건 후퇴 없는 고용안정쟁취를 위해 ‘고용승계, 계속적 투자, 노조활동보장, 노사합의 없는 구조조정반대’ 요구조건을 분명히 하고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다.
뉴코아자본의 이해관계집단인 회사와 법원파산부 그리고 채권단은 뉴코아노동자의 생존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분할매각등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자산매각을 추진중에 있으며, 현재 일괄인수방식의 M&A는 무산되었지만, 또 다시 M&A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중 M&A와 관련한 노사충돌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회사는 M&A 아니면 파산뿐이기에 어떠한 조합원들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감수하고 회사가 추진하는 M&A를 성사시켜야 하며, 노동조합과의 갈등은 있지만 결국 노동조합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분리하려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고 있다.
또한 지부체계의 현장활동 강화를 통한 조직강화를 바탕으로 법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타협해버린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면 2002년 임금동결’이라는 작년 임금협약을 정면돌파한다는 원칙으로 2002년 임금투쟁을 전개하였다. 법원파산부의 임금동결과 법정관리인의 법원파산부 승인전제라는 공세에 노동조합은 노사자율교섭원칙을 주장하며 부분파업을 전개하여 노사잠정합의안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파산부는 법정관리에 대한 법원파산부의 령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노사대타협의 산물인 노사합의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법정관리인은 법원파산부의 입장을 근거로 협약체결을 거부함으로써 노동조합은 법원파산부에 대한 2차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법원파산부가 법정관리라는 고리를 매개로 법정관리에서 법원파산부판사의 말은 곧 불변의 판결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불법적 3자 개입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을 극한투쟁으로 내몰고 노동자들의 생존터를 파탄내는 초유의 사태가 현재 뉴코아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은 ‘법원파산부 개입저지, 노사자율교섭권확보, 노사합의이행관철’을 위한 법원파산부 투쟁을 전개하여 8월 3일 실천단 법원 앞 집회투쟁을 시작으로 8월 26일 전조합원 1일 경고파업을 통해 법원파산부 규탄집회를 전개하였다. 그리고 8월 30일 파업출정식을 시작으로 8월 31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통해 법원파산부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투쟁계획을 수립하였다.
조합원들은 법정관리 4년 동안 철저히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다. 법정관리의 무서움은 눈으로 보이는 현실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 생존권의 위협보다 실상은 법정관리 노동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를 이식시켜 철저하게 법원파산부의 통제 속에 가두어 두는 이데올로기 공세이다. 현재의 처지를 돌파하기보다 이직을 선택하고, 비록 법정관리라 할지라도 노동자로써의 노동권리를 주장하기 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라는 무기력증을 유포하였다. 이러한 법정관리의 이데올로기는 조합원들의 사고까지도 마비시켜 현실에 순응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하였다.
노동조합의 계속적인 일상투쟁을 통해 ‘해도 되는구나, 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과 자신감을 조합원 스스로 인식하기 전까지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이다. 많은 이직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투쟁경험과 교육에 어려움은 있지만 뉴코아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이제 투쟁에 대한 당위성과 그 시작에 주저하지는 않는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유통업의 특성상 파업보다도 어렵다는 투쟁조끼 착용투쟁은 이제 유니폼만큼이나 부담 없고 부분파업도 일사불란하게 진행한다. 비록 폐점 후 늦은 저녁시간에 진행되는 분회별 총회이지만 이제는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뉴코아노동조합은 분회별 총회투쟁을 자주 활용한다. 관행과 관례를 극복하고 다점포이면 전국적 사업장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부체계와 회의체계를 건설하고 대의원조직과 분회별 총회투쟁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법정관리와 법원파산부에 대한 문제제기와 투쟁의 대상으로써 분명히 인식하는 의식의 성장을 이루었고 무모하기만 생각했던 현실의 벽을 넘으려는 조합원들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표출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의 투쟁과 외형적 발전에 비례해 사상적으로 무장하고 현장실천활동으로 단련된 현장활동가의 부재에 따른 한계가 표출되고 있다. 또한 법정관리와 파산 그리고 노동조합의 투쟁이라는 관계 속에 점차 자기 목소리를 뚜렷이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현장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와 스펙트럼은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지만 자칫 노사협조주의로 흐를 수 있는 위험도 다분히 안고 있다.
회사의 분할관리는 대졸출신의 남성과 고졸출신의 여성으로 분리하여 차별화하고, 또한 직급별로 세분화여 성별과 직급에 따른 이해관계로 인해 단결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임단협 결과에 따라 성별과 직급의 갈등으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또한 인력구조조정 일환으로 인원감축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의 확대이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하위개념으로써 인식되어 정규직마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보다 편의적으로 사고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빠른 시일 내에 비정규직의 문제를 조직화하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실정이다.


2.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는 말에 일면 공감을 하면서도 동의할 수는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원천적 힘인 현장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업종과 계층에 구분 없이 다양하게 분출하고 있고, 그 강도 또한 처절하리만큼 절박하게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나름대로의 고민과 창조적 발전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물론 그 고민은 머릿속에서만 머물기도 하고 고만고만하기도 하고 또한 실천은 다양한 편차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장의 투쟁은 끊임없이 요구되고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고 규정짓는 것은 곧 민주노조운동은 노조지도부의 운동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의 위기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노조지도부나 상층간부, 활동가들의 위기이며, 여기에서 초래되는 인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따라서 투쟁동력의 부재라는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발전파업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당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이냐 총파업에 준하는 총력투쟁이냐’에 대해 논란이 되었고 결국 사업장마다 파업투쟁의 편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총파업에 준하는 총력투쟁으로 결정지었다. 솔직히 그 결정에 말장난 같은 웃음이 나왔다. 언제 총파업을 결정하면 전 산업 전 단위노조 전 노동자가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하였던가? 똑같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를 극복하고 먼저 결의한 사업장이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나머지 사업장이 그 영향을 받아 투쟁을 결의하고 하나둘씩 총파업대열에 합류하여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이 성사되지 않는가?
발전파업 당시 뉴코아노동조합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발전동지들의 모임장소 제공부터 음료수 제공, 발전파업에 대한 소식지 배포 등 즉각 연대파업을 결의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결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모든 일정과 흐름을 조금씩 맞추어 나갔다. 결의가 되지 못하는 사업장일지라도 적어도 민주노조를 표방하는 사업장이라면 전국적 투쟁사안에 따라 노동조합의 일정과 흐름은 그기에 맞추어 변하여 간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더디지만 단위사업장의 민주노조가 강화되고 부족하였던 결의가 세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4.2 총파업 철회는 결과적으로 바로 이러한 단위노조의 연대투쟁기운에 찬물을 끼얹었고, 이후 상당한 기간 공황상태를 불러왔다. 투쟁동력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투쟁동력을 발전시켜내지 못한데서 문제가 있었다.
이와 연관하여 투쟁동력부재를 내세우는 활동가들은 현장조합원의 정서를 그 근거로 든다. ‘현장조합원의 상태가 그러하니까, 현장조합원들이 원하니까’라는 자의적 해석과 판단으로 나름대로의 명분을 찾으려 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도부로써 또는 활동가로써의 자신의 주의 주장은 과연 무엇인가? 현장조합원의 상태와 정서가 정세판단의 주요한 근거임은 분명하지만 오직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상황만으로 어떻게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인가? 마찬가지로 운동을 한다는 부류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지도부와 활동가는 또 어디에 있는가?
결국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고 지칭하며 투쟁동력의 부재, 노동조합의 관료화, 철저한 투쟁노선의 부재라는 것은 다름 아닌 노조지도부와 상층간부 그리고 활동가들의 철학의 부재이고 이로 인한 운동원칙의 부재이다. 이것은 단위사업장, 연맹, 총연맹 할 것 없이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만약, 오직 현장상황에 근거한 판단만이 존재한다면 뉴코아노동조합과 같은 역사와 투쟁경험이 짧고 조합원들이 노동자계급으로 철저하게 무장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어떠한 투쟁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비록 투쟁으로 단련되지 못한 조합원이라 할지라도, 학습과 교육을 통해 이론적으로 무장되지 못한 조합원이라 할지라도 노동자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것이 원칙인지는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간부보다 선진활동가보다 많이 알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노동조합의 판단과 결정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뉴코아노동조합의 예를 보더라도 조합원들은 투쟁이 장기화되고 투쟁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미쳐 경험해보지 못한 막역한 두려움이 존재하고 멈칫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도부를 더 의지함으로써 신뢰를 표현하고 있고 스스로 한계를 알기 때문에 집단성을 쫓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록 한계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노동조합이 투쟁을 멈칫하거나 조합원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고 타협을 합리화한다면 더 이상 노동조합을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 뉴코아노동조합이 임금투쟁과 관련하여 법원파산부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보더라도 반드시 투쟁의 당위성은 있지만 승리에 대한 확신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투쟁조차도 전개하지 않으면 뉴코아노동조합은 조합원들로부터 외면받고 뉴코아에 민주노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조합원들은 지더라도 이기는 싸움을 원하고 있고, 이러한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하여 중앙쟁의대책위원은 법원을 상대로 노사합의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전원사퇴하고 새로운 3기 집행부를 건설하여 투쟁을 이어가겠고 결의할 수 있는 것이다.


3. 현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합니까?
뉴코아노동조합은 아직 노조의 역사와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현장동력의 복원이라는 말보다 현장동력의 역동성을 발전시켜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신생노동조합의 경우를 보면 소수 간부가 만들고 소수 간부중심으로 운영하다 소수 간부가 망쳐놓는 예를 종종 보게 된다. 올바른 분석일지는 모르지만 노동조합의 강화발전을 위한 나름대로의 창조적인 전략과 전술은 찾아볼 수 없고, 무분별적인 따라하기와 효율성 추구주의 그리고 관행과 통박에 의한 노조운영이 가져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노동조합은 현장순회를 통해 조합원들과 아무리 많은 접촉을 가져도 현장조합원들은 목말라 한다. 조합원들은 의사소통과 현장활동에 목말라 할수록 노동조합집행부의 독단과 신뢰를 문제삼고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얕은 인식과 딴지걸기로 치부하는 악순환이 고질화된다. 이러한 문제는 평상시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무관심에 의해 표면화되지 않더라도 결정적인 투쟁시기에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뉴코아노동조합 또한 그 어떤 단위노조보다도 많은 현장순회와 조합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시기에 노동조합 중앙의 결정사항에 대해 조합원들은 의견공유 부족과 독단적 결정을 문제삼고 노동조합 중앙은 일부 조합원들의 딴지걸기로 치부하여 중앙결정 그대로를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뉴코아노동조합의 모토는 ‘일상적 사보타지전개와 현장권력쟁취’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발생되는 부당노동행위는 현장에서의 즉각적 대응을 원칙으로 하고 최대한 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일상시기이든 투쟁시기이든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면 노동조합은 현장조합원들의 영업거부를 조직화하고 바로 직원식당으로 모여 총회투쟁을 전개한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 대응차이는 있지만 조합원들 앞에서 해당 당사자의 직접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이를 조합원들이 수용하면 영업에 복귀하는 것을 현장대응원칙으로 삼고 있다.
즉각적 현장대응원칙은 지부건설로 인해 한층 더 강화되고 있고, 그 동안 분회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했던 조합원들은 분회의 한계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지부로 급속히 결합되고 있다. ‘우리 분회에서 우리 지부’라는 조합원들의 작은 연대와 공통의 이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99년과 2000년의 투쟁을 평가하면서 준비한 2001년 임금투쟁은 각 분회 부서별 1인의 실천위원들을 구성하여 투쟁실천단을 조직하고, 처음으로 실천단 중심의 선동선봉대를 조직하여 분회별 순회투쟁을 전개한 조직적 성과로써 2002년 2월, 6개 지부를 건설할 수 있었다. 실천단은 연월차 휴가를 이용하여 선전전과 순회투쟁을 전개하여 관리자의 압력에 위축되어 있는 사업장이나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파상파업을 전개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투쟁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게 되었고, 뉴코아 역사상 처음으로 전조합원 1일 경고파업을 조직화할 수 있었다.
이 조직적 성과를 바탕으로 올 임금투쟁과 M&A투쟁에 대응하여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 지부별 쟁의대책위원회와 실천단을 구성하여 선도투쟁을 전개하고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투쟁의 주체로써 바로 세우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합원들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무임승차와 자판기 노동조합을 허물어내고 투쟁하는 조직으로써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세우며 이를 바탕으로 제3기 민주노조를 투쟁 속에 건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 상근간부는 임기동안 꾸준히 소학습그룹을 진행하여 현장활동가조직 건설을 목표로 내용과 실천으로써 스스로를 단련해 가고 있다.
하지만 대중조직으로써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한계 또한 명백하다. 조합원들을 계급적으로 정치적으로 단련시키고 질적 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뉴코아노동조합은 노사협조주의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다. 또한 내부적으로 공고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남성조합원과 여성조합원의 성별차별, 사원, 계장,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직급에 따른 직급별 이해관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층의 분화 또한 노동자로써의 단결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다.
현재 뉴코아노동조합의 단결과 투쟁을 저해하는 것은 법정관리와 법원파산부도 아니고 M&A에 따른 생존권의 위협도 아니라 바로 이러한 문제들이다. 이에 대한 분명한 전략과 전술을 수립을 체계적이면서도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하지 못하면 뉴코아노동조합의 미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조직으로써 노동조합이 갖고 있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장조합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기학습과 실천을 통해 단련된 현장활동가들이 시급히 요구되어진다. 한/노/정/연

답글 3


아 무 개
철도노동조합 현장활동가



1. 동지가 속해 있는 현장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난 2월 27일, 파업 3일만에 타결한 합의서를 받아들고 대다수 조합원들은 중단된 투쟁에 분개하면서도 나름대로 작은 기대를 가졌다. 민영화는 유보될 것이고, 3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 등 가시적 조치들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철도노동자들의 대다수는 더욱 교활하면서도 거침없이 가해지는 구조조정 공세에 당혹해 하고 있다.
자연감원에 대한 충원은 몇 년째 끊긴 지 오래되었고, 오히려 외주나 용역으로 전환되는 부서나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철도청의 사유화가 지연되어도 대규모 비정규직화를 통해 실질적 구조조정의 효과를 노리는 조치들이 대대적으로 계획 집행되고 있다. 1인 승무와 같은 감원의 상징성을 갖는 계획도 올해 안 실시를 예고하고 있다.
갈수록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신분 및 고용의 위협을 가중되면서 노동조합 및 현장조합원들의 상태는 “양날의 칼”과 같은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다시 파업해야 한다’는 비분강개한 목소리부터 ‘민주집행부도 어쩔 수 없다’, ‘노동조합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실망감과 패배주의가 짙은 목소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요구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목소리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속에는 본질적으로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밀릴 수는 없다는 의지가 배어있다. 다시 저항해야 한다는 당위적 필요성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러한 목소리에 담긴 의지와 요구를 노동조합이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강력한 투쟁의지를 이끌어 낼 것인가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철도민주노조운동의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2.27 합의안을 놓고 벌어진 민주파 내부의 가부결 논쟁은 탄압 분쇄, 노동조건 개선 투쟁의 새로운 계기를 방치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친 노조집행부 흐름과 반 노조집행부 흐름, 그리고 어정쩡한 입장들간의 대립은 격화되었다. 9월 5일부터 치러진 철노위원장 선거에서 민주파는 조합에 대한 입장의 차이와 정치적(?) 경향성의 차이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분열되었다. 어용세력의 몰락과 친 집행부 세력의 당선이라는 형식적 결과와는 달리 향후 철도민주노조운동의 활동 방향성은 좀더 복잡해진 느낌이다. 노조집행부도, 반집행부 세력도 당장의 현안문제인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에서부터 불만은 폭발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를 강력한 대중 투쟁으로 승화시킬 주체는 중심성을 상실한 채, 준비 부족과 능력의 한계를 호소하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부터 전투적 대중투쟁의 흐름을 만들어 내려는 주체들의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은 소수로 고립되어 있고, 성과를 내오는 데에서도 실패하고 있다.


2.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발전노조의 파업을 전국적 총파업으로 발전시킬 계기였던 4.2총파업 방침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그간의 활동을 반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성의 내용이나 대안은 그리 신통치가 않은 것 같다. 4.2 총파업 포기 사태의 책임으로 지도부가 물러났던 민주노총은 얼마전 대의원 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체제를 개편하였다. 하지만 무엇이 변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변방(?)에 있는 활동가로서는 잘 알기가 어렵다. 그냥 다른 얼굴의 사람들이 똑같은 일, 똑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뿐이다.
단위노조의 상황도 그리 만만치 않다. 4.2 총파업 포기를 놓고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지도부만을 따로 떼어서 성토하는 주장들이 넘쳐 났었는데, 이는 한편으로 타당하면서도 한편으로 과장된 것이다. 발전노조의 파업이 한 달을 넘기면서 내부의 주체들은 대단히 불안해하였다. 그러나 단위노조들 중에 발전노조의 파업을 전국적 총파업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 곳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의 노조가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 대세가 만들어지면 동참하겠다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발전노조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와 같은 입장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져가던 현장 조합원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눈을 감은 결과이다. 위만 바라보고 정치적(?)으로 선택하는 타성에 젖은 결과이다.
따라서 현재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올바른 반성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얼굴을 바꾸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주체적 투쟁기풍의 회복, 전투적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전술, 그리고 현장조합원들의 의지와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되고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혁신 등으로 다각적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역 편향도 주의해야 한다. 노동조합 지도부의 관료주의, 투쟁회피적 태도 등을 비판할 때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현장(투쟁) 중심성을 강조한다. 현장 노동자의 역동적 투쟁력을 통해 노조집행부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노조집행부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4.2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도부의 타협과 배신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컸지만, 이를 돌파할 주체적 역량을 가진 단위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투쟁의지와 투쟁지도부의 지도력은 변증법적 관계에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거침없이 확산되는 대중투쟁조차 올바른 투쟁지도부에 의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오래 가지 못하고 발전하지 못한다.
현 단계 대중적 투쟁 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공공부문에서 이를 전국적 총파업 투쟁으로 발전시킬 각오와 역량을 갖춘 노조집행부를 찾기 힘들다는 현실 역시, 무엇인가 대안을 만들어야 할 지점 중에 하나이다.
3. 현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합니까?
현장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면서도 거의 모든 활동가가 힘겨워 하는 문제이다. 나름의 원칙과 일반적인 방법이 있겠지만 구체적 현실에서 실천할 때에는 창조적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원칙과 일반적인 방법조차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투쟁이라는 현장에서의 역동적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그리고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자본의 공세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불만에 따른 요구는 많고 투쟁의 계기 역시 곳곳에서 발생한다. 반면 계기가 빈발하기 때문에 문제를 관성적으로 처리하는 풍토가 쉽게 발생한다. 조직력이 약한 단위에서는 개별적으로 감당하거나 회피하고, 조직력이 강한 단위 또한 이를 투쟁의 계기로 발전시키기보다는 타 분야로 자신의 부담을 전가하는 실리적 선택을 한다. 자본의 의도대로 노동자들이 파편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쟁력을 만들 수 없다. 모든 것이 다 피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난감한 문제일 뿐이다. 작은 투쟁의 계기 중에서 발견되는 잠재적 폭발지점을 찾을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일이 현장노동자와 투쟁지도부간의 접촉면을 넓히는 일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지도부의 의지와 투쟁 대안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하나 하나의 문제조차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설령 작은 것에서 실패하더라도 전체적인 힘을 축적해 큰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서로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구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큰 싸움이 왜 불가피한 지를 지도부는 물론 현장 노동자도 깨달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민영화 공세의 성격을 파악하고, 현실의 고통을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에 맞서야겠다는 당당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판단이 확산되어야만 제대로 된 투쟁을 준비할 수 있다. 총파업에 대한 결의도, 연대문제에 대한 적극성도, 비정규직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한 계급적으로 바른 대응도, 정치적 총파업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승리할 수 있다는 구체적 희망도 없이, 강철같은 투사가 되어 견디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오래갈 수 없다.
더불어 이와 같은 활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다. 노동조합과 현장투쟁을 직접 연결하고, 이들 투쟁의 정치적, 계급적 성격을 부여하는 활동가들의 조직이 필요하다. 여기저기서 현장조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러한 필요성에 대한 자각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조직이 갖추어야 할 내용에 대해서는 좀더 풍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보통의 경우, 노동조합은 관료적인 조직으로 공식성과 상징성은 있지만 투쟁 회피적일 경우가 많다고 단정짓는다. 반면 현장활동가들의 조직은 관료적 노동조합에 대립하며, 원칙적이고 현장투쟁을 강조하는 성격을 갖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구분은 현실의 일정한 반영일 수 있으나, 별로 득이 될 것이 없는 도식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이 전투성을 상실해 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원칙적이고 투쟁적인 활동가들의 무능력함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내가 소속된 철도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현장 활동가조직들은 전투성과 계급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에 머물렀을 뿐, 실질적으로 대중투쟁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주어진 조건,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중투쟁의 헤게모니를 주도해 갈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하지 못하였다. 풍부한 전술적 능력으로 믿음직한 대중의 지도자가 되지 못했다.
투쟁성이 거세되고, 개량화가 심화되는 노동조합에 대한 대립물로서의 현장조직이 아니라, 확고한 원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풍부한 전술과 조직능력을 갖춘 운동의 중심주체로서의 현장조직을 만드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노/정/연

2002-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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