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동시간단축 투쟁과 그 결과
-금속노조 중앙교섭으로 ‘가져온 주5일제’와 한달만에 ‘빼앗긴 주5일제’의 현실-
1. 2003년 7월,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으로 ‘쟁취한 주5일제’
1) 금속노조 중앙교섭의 배경과 경과
‘2001년 2월 창립한 금속노조는, 연맹조합원 16만 2천여명 중 3만 5천명 조합원으로서 투쟁해오면서 중앙교섭을 이끌어 냄 … 최근 노무현 정권의 대공장을 자극하는 발언은 임금과 고용 및 복지후생 등을 이용한 분열통치 움직임 … ’(금속노조)
‘(산별교섭을 하게 되면) 교섭기간이 길어진다. 투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산별교섭으로 노조 힘이 더 커져 노사간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중앙일보 등 언론)
‘96개 사업장 대표하는 노사가 모여 금속노조의 5대 요구를 중심으로 금속 중앙교섭 진행할 예정 … 자본측이 먼저 중앙교섭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 제안에는 교섭과 현장을 분리하려는 속셈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금속노조의 힘과 산별노조운동의 대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상황 인식도 반영되어 있다 … 한국 노동운동사의 새로운 장, 산별교섭 확대와 산별노조 활동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영향…’(금속노조)
금속노조는 ▲주40시간․주5일 근무제 즉각 실시 ▲비정규직 노동과 차별 철폐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 마련 ▲조합활동 보장 ▲기본협약의 유효기간, 자동갱신 조항 등을 중앙교섭에 요구했다. 물론 중앙교섭을 통해 기본협약과 임단협에 대한 지역별 집단교섭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임단협 관련한 대각선교섭을 진행해왔고 지역별 집단교섭을 2002년 실시하면서 기본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금속노조는 이번 중앙교섭이 미전환 대공장 노조들에 대한 산별전환 독려와 함께 노동시간단축과 근골격계질환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사회 쟁점화시키는 차원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과정>
사측, ‘단협 있는 사업장만 중앙교섭을 하자’(03.3) → ‘전체 사업장으로 하되 사측 대표이사에게서 교섭권을 위임받아야 한다’(4월) → ‘85개 회사의 교섭과 체결권 제출, 폐업 등의 부득이한 경우 사유서 제출’ 하면서 95개 사업장 교섭 체결권 위임 → 중앙교섭 진행(5.6부터) → 사용자측,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 무리하다면서 71개 업체 위임 철회(7.7) -→ 교섭 재개, 결렬 → 금속 70여개 사업장 파업(7.11) |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타결 없이는 임단협 타결 없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면서 이번 산별 중앙교섭의 여러 가지 내외부적 영향력을 의미로 하는 것과 더불어 ‘조합원과 함께 하는 산별교섭’을 위하여 중앙교섭의 의미, 요구안 등과 관련한 교육과 간담회 등을 배치하고자 하였다.1)
2) 금속 중앙교섭의 내용과 성과
‘금속노조 2003년 기본협약?조합통일요구에 대한 중앙교섭 잠정합의서’
(7.15 잠정합의안 발췌)
1. 기본협약(생략)
2. 조합통일요구
- 주40시간 주5일 근무제 실시하되 현대 등 대기업 시행방안 참조(03년 단협갱신 및 부품사는 10월부터 실시, 현 44시간 사업장은 6개월간 주42시간 시행. 법정관리 및 50인미만 사업장은 05년 안에 실시, 지부교섭)
- 비정규직 보호: 임시직은 3개월 고용기간 초과 불가. 노조와 합의시 연장. 임시직 우선 채용/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관계법 준수와 동일 작업복, 시설 이용
- 근골격계 대책 마련: 사내하청 노동자 재해예방을 위한 감독과 산안교육 및 작업환경 지도 감독, 건강진단 실시 점검 … 산재 발생시 응급조치 후 노조에 통보
- 조합활동 보장: 금속노조 대의원 활동시간 월 5시간(연 60시간) 유급 … 선출직 중앙위원 유급활동 … 조합 요청시 조합원과 임금 및 노동조건, 인력계획과 노동안전 및 복리후생, 경영실적과 경영계획, 재무구조 일반사항 등에 대한 자료 제공 의무. 단 기밀에 대한 보안 유지 등.
3. 부속 합의서
- 노동시간단축 관련 자동차 부품 사업장은 완성차 업체 참조하여 실시 시기… 생산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사합동으로 노력, 주거래 업체의 근무토요일은 전원 근무할 수 있도록 노조 협조 … 기존 단협의 저하 금지 |
금속노조는 올해 중앙교섭을 통해서 노조의 애초 요구안을 거의 관철시켰다고 할 수 있다. 중앙교섭 과정에서 자본측은 노동조건 저하 불가가 아닌 통상임금저하 불가 수준으로 명시하여 노동조건 개악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사업장별 편차를 근거로 하여 차별적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을 하는 등 정부가 국회에서 입법화시키려는 개악안과 별반 차이가 없는 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역시 금속노조로의 집중성, 조직력을 흐트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통일적이고 즉각적인 노동시간단축 실시 등을 주장해온 것이다.
또한 금속 사용자측은 ‘09년까지 단계적 도입’ 외에도 ‘시간단축에 따른 손실 만회를 위해 노사공동생산성향상위원회 활동과 주말노동을 위한 작업조직 별도 운영 및 임금휴일 휴가등 노동조건 변경은 입법수준에 따를 것’ 등을 제시했다.(사용자측 6월17일 제시안) 그 외에, ‘임시직 고용기간 2년 + 노사합의로 연장가능’ 등의 개악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측의 분열 무력화 의도를 넘으면서 일정한 노동시간단축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의 배경에는 이미 노동조건 저하 없는 시간단축을 쟁취한 대우캐리어와 만도기계 등의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만도기계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40시간제를 쟁취하여 그전의 금융노조 등에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방식의 밀리는 노동시간단축을 합의한 것과 반대되는 노동시간단축을 이루었다. 이는 그간 노동시간단축을 논의 중이던 산별노조와 사업장 단위 단협 투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었다. 물론 금속산별노조의 중앙교섭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점은 말할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금속노조의 노동조건 저하 없는 노동시간단축과 기타의 협약은 금속산업 내의 다른 노조의 단협 갱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의 시간단축 합의 과정에서 노조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금속노조의 이번 중앙교섭은 자주적 산별노조로서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단일노조를 지향하면서 활동을 해왔고, 이번 중앙교섭 역시 그러한 연대투쟁으로서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단축을 실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합의를 했다는 것의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중앙단위의 교섭안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결정하였다. 그리고 잠정합의에 대한 불이행 의사를 밝히는 사업장에 대해서 무기한 파업을 선포하고 조직적 대응을 결의하는 등 중앙집중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산별노조의 노동시간단축은 그전의 전투적 노동시간단축투쟁에 이어서 성과로 나타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노동시간단축투쟁이 갖고 있는 노자간의 정치적 경제적 투쟁의 의미가 얼마나 살려졌는가의 문제에서는 다시 검토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3) 금속산별노조, 중앙교섭의 한계와 과제
금속노조는 이번 중앙교섭 이후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출하고 있다.
우선 사업장간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교섭과정의 혼란과 사업장 수준의 단협과의 충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업장별 차이는 기존 노조들이 기업의 경영상태와 지불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임단협투쟁의 기준과 관점을 깨지 않는 한은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편차를 지적하지만 그것의 극복이 또한 의식적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 한 역시 노무현정권이 주장하는 기조처럼 대공장 이기주의 자제, 양보를 외치는 것에 손을 들어주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금속노조 중앙에서는 비정규직과 비조합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산별차원의 요구사항과 사회적 차원의 복지와 임금에 대한 접근을 그 해결방안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경로로서 중앙교섭을 중심축으로 하며 지부집단교섭을 사업장 요구로 관철시키는 교섭구조의 체계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금속산별노조가 큰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교섭의 성과를 내는 것에 급급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정규직 철폐라는 관점으로 제출하기보다는 차별철폐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서 있는 비정규직들을 정규직 현장의 공백을 메우는데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신 그 정규직화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채용으로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반쪽도 안되는 비정규직문제 해결의 발상밖에 안되는 것이다.
중앙교섭의 준비와 진행과정 내내 현장에서는 중앙교섭 중심의 산별 투쟁사업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되어왔다. ‘조합원 현장투쟁을 통한 중앙교섭 쟁취’의 문제제기는 ‘중앙교섭 유보’입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금속 대의원대회에서 교섭 방침에 대해서 정할 때 중앙교섭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중앙에서 이미 결정한 중앙교섭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하는 것은 압력일 수밖에 없다. … 중앙교섭과정에서 파업을 중앙이 선언하면 전 지회가 파업에 동참할 수 있는가? …노조 공동요구안을 어떤 수준에서 타결할 것인가? 구조조정반대 투쟁을 말로만 외쳤지 실제 제대로 반대투쟁 해본 것이 무엇이 있는가? … 중앙교섭은 체계적인 교육과 준비를 거쳐 조합원 투쟁으로 쟁취해도 늦지 않다 …법적인 것이 너무 얽매여 임단투에서 불법파업이라고 파업 못하는 경우가 혹시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산별이라고 반드시 중앙교섭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투쟁을 위한 교섭이 되어야 한다. 배달호열사 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중앙교섭을 하기에는 준비가 미흡하다. 현장투쟁 강화로 금속노조 강화하고 중앙교섭 쟁취하자!”(금속노조 게시판 중, 2003.4.29)
실제로 일부 현장에서는 금속노조가 사측에 끌려가면서 교섭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즉각 결렬과 투쟁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본은 철저하고 치밀한 계산 하에 안을 제시하고 배짱을 부릴 때도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며 똥배짱을 부린다. 주5일 근무와 관련하여 그냥 주지 않는다. 금속노조를 갈라놓기 위해 사업장별,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안과 중앙교섭을 깨자는 것, 그리고 몇몇 사업장을 중앙교섭에 남겨놓고 유유히 중앙교섭을 빠져나간다. 7월말 경 근기법 개악이 확실시된다는 것을 알고서 노조요구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판단만 남아 있다. 축소교섭 때보다 조금 진전된 안을 받을 것인가, 투쟁으로 요구를 관철시킬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 지부집단교섭에서 교섭이 진행되고 중앙교섭이 물건너 가면 조합원들에게 임금안을 듬뿍 제시하고 사업장 정서상 중앙교섭에 대한 관심과 투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교섭이 아닌 전면적인 투쟁을 통한 교섭력 극대화 쟁취이다. … 중앙교섭만 바라보고 있다가 눈뜨고 당한다. 최대한 할 수 있는 투쟁전술 배치가 시급하다”(금속노조 게시판 중에서, 2003.7.8.)
물론 합의 안에 대해서도 미흡한 점들이 많다.
“…노동시간과 관련해서는 자동차부품사 노조들이 이미 2002년까지 확보한 안들보다 나은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 보호와 근골격계 대책 역시 그간 지회별로 확보한 안을 넘어서지 못했다. 조합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사용자들이 배짱으로 중앙교섭에 임하는데 금속 중앙교섭단은 교섭만 할 생각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6월 11일 중노위에 일괄조정신청을 접수하고도 교섭을 안했고 파업하면서도 스스로가 교섭에 목을 매고 있으니 말이다. … 조정신청을 하고도 교섭을 하고 … 경고파업을 하면서도 교섭을 하는데 뭐시 답답해서 사용자들이 안을 제시하겠는가? … 만일 사용자들의 진전된 안이 없거나 있어도 교섭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면 중앙교섭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7월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
이렇게 금속산별노조가 출범한 이후 금속노조 역시 4년을 지나오면서 조직의 취약함과 현장조직력 강화가 문제이자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 가장 중심이어야 할 현장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으며 중앙 몇몇 간부들에 의해 떨어지는 지침은 조합원들을 외면하고 금속노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오히려 이기적인 생각이 더욱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이 과연 옳은 것인가. 취약한 조직력 복원에 최대 힘을 모을 시기에 사용자측의 제안을 덥석 받는 것은 조직력 복원에 도움이 안된다 … 조합원들이 집단교섭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앙교섭은 힘을 가질 수 없게 되며 투쟁도 조직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금속노조의 교섭은 자본과 적당히 타협하고 자본의 의도대로 허수아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금속노조 게시판 중, 2003.4.22)
현재 민주노총 63만 조합원 중 25개 노조 25만명이 산별노조 조합원이다. 그렇지만 실제 산별노조의 활동내용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레미콘노조, 자동차운전학원, 대학, 버스, 농협 및 언론, 택시 등의 노조가 대부분 대각선 교섭과 기업별 교섭을 하고 있다.
특히 병원노조는 일찍이 98년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교섭을 병원자본가들이 거부하고 있어서 대각선 교섭을 진행해 오고 있다. 게다가 병원노조는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노조탄압 등을 자행해오고 있어 아직도 많은 노조가 장기투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집단교섭에 참가하기로 약속했다가 실제 불참하는 등 불성실한 자본가들의 태도가 태반이다. 이미 2000-01년 단협 등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동일대우와 정규직화 등을 일부 성과로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아직도 산별 공동투쟁과 연대의 조직적 주도권이 자본가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금융노조의 경우는 33개 은행의 근무여건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2000년부터 집단교섭을 실시했다. 그 결과 2002년에는 주5일 근무를 합의하였고 2003년 중앙교섭을 실시하면서 동일노동동일임금과 여성할당 승진채용제도 및 산별 노동교육, 비정규직 포함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금융노조가 합의한 주5일제라 함은 실제로 주4시간분을 연차휴가와 맞바꾸는 방식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서 매우 기만적인 시간단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무금융연맹 산하 증권노조도 경총과 중앙교섭을 진행하면서 2002년에는 임금7%와 연월차 소진 없는 주5일제 및 비정규직 단계적 축소 등에 합의한 바 있고 올해도 중앙교섭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이런 몇 년간의 중앙교섭의 시도와 노동시간단축투쟁에는 빠진 것이 있다. 산별노조는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조직형태로서 제기되었다. 그리고 많은 연맹들에서 기업별 노조들을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형태들을 통해서 산별노조를 건설한 이후에는 중앙집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앙집행력 강화 사업과 지침을 내렸고 내부규율을 확립해왔다. 그리고 자본에 대해서는 산업정책과 노동자들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쟁취라는 명분을 갖고서 산별교섭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추진되어온 산별교섭은 그간의 기업별 노조 시절의 연대투쟁과 공동시기집중투쟁의 경험을 갖고서 공동의 최저(혹은 평균적)요구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준비해왔을 뿐, 정말로 산별노조다운 공동투쟁력, 기업경쟁력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정책, 의식화, 현장투쟁 등을 준비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거부한 채 노정교섭만을 외친지 몇 년, 그러나 그 결과는 정부와의 공식 비공식 개별협의 간담회 구조를 신설하는 것으로 결과했다. 물론 노사정위원회에 끌어들이지 못하자 정부는 중요한 입법제도화를 카드로 흔들며 민주노총에게 아쉬운 대로 들어와서 제기하라고 손짓하고 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개악된 노동시간단축 입법안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시간단축의 법제화를 중심으로 정부와 교섭 투쟁을 배치하고 현장사업을 했을 뿐, 그것이 현장에서 전후 발휘되는 공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돌파하지 못했다.
너무나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산별교섭은 산별노조의 계급투쟁성과 그에 기반한 조직력에 의해서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15년이 넘게 민주노조운동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전세계 노동자 투쟁의 사례 속에서 이를 경험해왔다. 그런데 왜 자꾸 중앙에 올라가면, 그리고 집행부가 되면 현장투쟁, 대중투쟁에 기반한 조직화와 요구 쟁취를 까먹고 있는가?
그들은 까먹은 것이 아니다. 대중투쟁의 노선과 자본주의 사회체제를 넘어서는 전망을 찾지 못하고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사회체제 속에서 최대한 받아보자는 것, 투쟁 없이도 이익을 찾아보자는 기회주의적, 계급타협적 운동노선을 채택하는 것이다.
2. 2003년 8월, 자본과 정권이 ‘빼앗아간 주5일제’
1) 노동법 개악의 핵심 내용
이번에 입법 개악된 노동시간 관련한 근로기준법은 핵심적으로는 변형시간제를 확대하고, 초과노동시간을 확대하면서 초과임금 할증율을 낮추며 월차와 생리휴가를 무급화, 없애면서 보상휴가제를 실시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악된 노동법- 노동시간단축 내용>(발췌)
- 법정노동시간 주40시간으로 단축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법정시간단축>
-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1개월 이내 → 3월 이내로 확대<변형시간제 확대>
- 서면합의로 연장노동과 야간, 휴일노동 임금 대신 휴가부여(신설)<보상휴가제실시>
- 국제기준에 따라 월차유급휴가 폐지 및 여성 생리휴가 무급화<휴가 폐지와 무급화>
- 1년 10일, 9할이상 8일, 1년마다 1일 휴가 가산 →연간 8할이상 출근 15일 유급휴가, 2년마다 1일 가산, 최대 상한선 25일<연차휴가 축소>
- 사용자는 미사용한 휴가에 대한 보상의무가 면제됨(신설)
<부칙>
- 시행일은, 공기업과 1천인 이상사업장은 2004년 7월, 300-1천명 2005년 ..... 20인 미만 사업장 등은 2011년 이내에 실시
- 3년간 연장노동시간 주12→16시간으로 연장, 최초4시간분의 할증율은 50%→20% 가산적용
- 기존임금과 시간통상급 저하불가, 임금조정방법은 단협 등 노동자, 노조와 사용자 결정 |
아래는 이번 노동법 개악 전과 금속노조 중앙협약 및 개악된 노동법의 노동시간단축안을 비교한 것이다.
<표> 노동법 개악과 금속노조의 중앙협약 전후 비교
항목 |
2003년 7월 이전 |
2003.7. 금속노조 중앙교섭 |
2003.8. 개악된 노동법안 |
주체와
대상 |
모두 적용 |
금속노조의 조합원 |
단계적으로 모두 적용 |
시행
시기 |
기존 |
2003-2005년 시행 |
2004-2011년 시행 |
기조와
목적 |
주44시간법 하에 사업장별 주40-44시간제를 통한 고용유지 및 일자리 창출 |
전반적인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40시간제를 통한 기업 경쟁력 유지 |
기존 임금 저하없는 주40시간제 |
핵심
내용 |
-사업장별 연월차 휴가를 대체하는 토요휴무 방식
-혹은 토요유급휴가 방식의 주40시간/주42시간제 |
?주40시간, 주5일제
?대공장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부품사 등 적용
?임금뿐 아니라 노동조건 저하 불가
?생산성 향상에 협조 |
-단계별 실시
-초과노동시간 한시적 연장
-초과수당 할증율 한시적 인하
-연월차 휴가, 생휴축소, 무급화 |
조정 과정과 방법 |
97년 경제위기 시점에서 임금이냐 고용이냐 선택방식으로 노동시간 조정 |
만도기계 등의 노동시간단축→금속노조 중앙교섭→현대차, 기아차 등 대공장협의 |
노사정위원회→합의 실패→정부안 입법화 시도→노사정 협상 실패→입법화 |
자본측
장점 |
-정리해고 대신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유지
-구조조정(임금, 인원, 여유율, 전환배치, 비정규직 도입 등) |
-생산의 과잉해소와 이윤유지
-생산성 향상(협조)
-산별노조와 교섭, 투쟁력을 약화시켜 새로운 노사관계를 모색 |
-국제기준에 맞는 휴일휴가제도와 노동시간 유연화
-개별, 산별 수준의 노동시간단축 수준을 끌어내림
-노동비용축소를 통한 기업경쟁력을 강화 |
노동측
장점 |
힘 관계에 따라 고용유지확대 |
노동강도 등의 문제에 대해서 현장에서 지킬 가능성 |
총 임금 저하와 현장통제 |
한 계 |
임금과 고용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노동시간단축이 연관됨 |
노동자들의 의식이 경제위기와 회사 경쟁력 이데올로기 속에 갖혀 있음 |
노동시간단축을 입법화만을 중심에 두고 투쟁해 그 전후의 현장통제 대응방향 미비 |
2) 노동운동진영의 대응
*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의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국회 요구
?20인 미만 영세업체 노동자도 2005년까지 주5일제 시행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월 평균 1.5일 휴가 보장
?휴일휴가일수와 임금 등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 도입 |
* 대응과정
1999-2003년 일자리 창출(유지)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입법화 → 비정규직 여성 중소영세 노동자 희생 없는 주5일제 요구로 기조 변경
2001-2002년 노사정위원회 불참으로 노동시간단축 관련한 정부와의 교섭은 부재
2002년 한국노총의 반대로 노사정합의 실패 후 정부의 입법안기조로 입법화 시도
2003년 7월 정부 개악안 일방 강행시 민주노총 총파업을 결의, 파업 유보
2003년 8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동계 단일안 마련, 노사정 협상과 교섭 결렬 및 부분파업
2003년 8월 국회 통과
2003년 8월 29일 민주노총 총선 낙선운동으로 심판할 것을 선언 |
민주노총은 97년 이후 또 한번 노동시간단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유연화를 공고히 하는 공세에도 불구하고 정작 노동법이 개악되자 아무런 액션 한번 취하지 못하고 낙선운동만을 큰소리로 외치면서 뒷걸음질쳤다. 이미 고용유연화와 조직구조조정 및 임금유연화(성과급제, 연봉제 등) 등의 다양한 유연화 방식들을 체계적으로 세팅하기 위하여 주5일제가 입법화되었다.
“1997년 정권과 기업주들은 경제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노동시간단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급증 등 여성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열악해지고 … 노동시간은 고작 12일 휴일 증가에 그치면서 임금삭감, 노동강도강화, 단협파기 등으로 둔갑 … 양대 노총이 막아보려 했으나 정부안도 더 개악되어 국회 통과 … 이제 노동자들은 근로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쟁취하기 위한 2단계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 근기법을 고치는 투쟁에 머무르지 않을 것. 정치모리배들을 한국 현대사에서 척결하는 투쟁으로… 정당과 국회의원들 낙선운동으로 심판 … 양대 노총 강고한 연대투쟁으로 총력투쟁할 것”(민주노총․한국노총, 「주5일 관련 근기법 개악 투쟁 결의문」, 2003.8.29)
3) 개악된 주5일제, 현장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주5일제 노동법 개악2)과 주7일 임금노동이 공존하는 현장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민주노총 사업장들에서 노동시간단축을 합의하면서 임금을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23.1%, 휴일휴가분에 대한 현행유지가 21.7%, 그리고 인력충원이 된 경우가 3.4%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민주노총의 2002년 실태보고」, 2003.3).
특히 노동시간단축을 합의하면서도 실제로 임금이나 휴일휴가 및 인력충원에 대해 각각의 구체적인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사업장들이 76%가량이나 된다. 그리고 현행 유지를 명시한 경우는20-23%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노동시간단축의 주도권이 어디로 갈런지는 노동시간단축 노사 합의 이후의 쟁점으로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런 현장 상황에서 노동법 개악의 기조로 주5일제 노동시간단축이 입법화된 것은 97년 노동법 개악 상황만큼이나 실제 현장의 혼란과 자본의 공세를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2002년까지 노동시간단축을 합의한 사업장(「민주노총 2002년 임단협보고」, 2002.9.14)
연맹 |
주41-3시간 (토요 휴무) |
법개정시 주40시간 |
즉각 주40시간 |
인력충원 |
화학섬유 |
한국합섬, 한국네슬레, 프로그, 금강유리, 한일약품, 아이씨켐, SPI대산 등 |
대현, 금호타이어, 대한석유화학 등 |
|
|
금속산업 |
일광공구, 아남인스트루먼트 등 |
기아차, 대흥산업, 한국제강, KEC, 아주금속, 코람프라스틱, 한국제강, STX엔파코, 한국산연, 고려산업개발, 센트랄 등 |
경남제약, 대한공조, 한국수드케미, 두원정공 |
|
언론노조 |
|
KBS(2003년부터) |
|
|
보건의료 |
|
빈센트, 조선대, 청량리정신, 강원대, 백, 동국대 |
아주대 |
대학병원들, 지방공사 26개 의료원 등 |
공공,금융 |
하이텔, 금융노조 등 |
|
|
|
단협의 규정 |
규정없음 |
주44시간 |
주42시간 |
주40시간 |
회사규정 따름 |
전체 |
3.1% |
79.4% |
11.7 |
1.8 |
0.4 |
중소기업 |
3.3 |
79.3 |
10.0 |
2.7 |
|
대기업 |
2.8 |
80.6 |
13.9 |
|
1.4 |
이미 작년에도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이 이미 5,000여개 조사사업장 중 191개 사업장(토요완전휴무), 월1-3회 토요휴무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900여개 등 전체적으로 월 1회 이상의 토요휴무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22.5%였다.(노동부, 2002년 3월)
연월차와 별개로 토요휴무제를 실시하는 사업장들(36% 사업장)은 대부분 민주노총 사업장으로서 민주노총 출범이전, 90년대 중반부터 금속, 조선업종의 노조들을 중심으로 하여 주5일제를 요구하면서 투쟁해온 결과 주42시간 격주 토요휴무제 등을 이미 실시해온 경우들이 많다.
이에 비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지만 실제로는 그중 연, 월차휴가를 활용하는 사업장이 60%가 넘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노조의 주5일제이다.
▲금융부문, 이미 2002년 7월부터 4시간 단축분을 연차휴가 사용으로 대체하는 주5일제
<금융노조의 주5일근무제에 대한 합의>(2002.5.23)
- 토요일 휴무를 활용한 주5일근무제 도입
- 연차휴가 8일 활용에 대해서는 전액 보전
- 특별휴가(체력단련휴가) 6일 폐지(무급화), 연차휴가 1-5일 의무적 사용
- 월차12일에 대한 임금보전은 논의하지 않음
- 임금보전 방식과 휴가 활용방법, 토요 근무자에 대한 대체휴가 활용 등의 사항은 사업장 노사합의
- 2002년도에는 연차휴일4일과 월차6일을 활용하고 특별휴가 3일은 폐지하여 실시 |
즉 금융사업장의 노동시간단축은 기존의 연월차 휴가 등 1일 사용으로 2회의 토요일을 쉬는 방식으로 실시되었다. 따라서 주간 노동시간은 실제로는 44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개념을 잡은 것이다. 따라서 특별휴가가 폐지, 무급화되고 연월차가 통합 축소, 토요일 휴가로 대체 사용되면서 기존 자동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여유인원’은 주5일제 실시로 말미암아 굳이 정리해고 없이도 노동비용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기존의 휴가보상금과 새로운 임금항목의 차이로 인해서 평균임금이 감소할 것이고 퇴직금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 외에도 당시 단협 합의에는 비정규직 도입 비율문제는 노사 합의, 성과배분임금제도 도입 등이 추가되어 실제로는 노동시간단축이 노동자투쟁을 통한 정치적 획득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후퇴한 안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서울지하철, 연장운행과 철야노동 축소를 통한 교대조 축소 및 인력 감축으로 근무시간 단축을. 투쟁이 아닌 교섭만으로 실리를!?
서울지하철은 공사의 ‘흑자 경영계획’을 제출하여 연공서열형 인사제도를 성과중심의 평가시스템으로, 그리고 3조2교대 체제를 (변형2조)일근제, 혹은 2조1교대제로 하여 오히려 인원을 감축시키고 민간 외주용역화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서울지하철 노조의 개량주의 지도부는 작년의 노사합의서3)를 바탕으로 주5일제에 관련하여, 시간외 수당 및 휴일수당은 발생하지 않고 야간수당만 발생시키고, 인원은 재산정하되 3조2교대 근무를 재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검토 중이다.
즉 노동시간단축에 따르자면, 인원충원이 불가피한 것인데 이를 인원과 여유율 재산정과정을 통해서 작업과정을 재조직하여 노동강도를 높이고, 교대근무와 근무시간제도를 조정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시간단축에 따른 노동비용 부담을 감소, 상쇄시키려 하고 있다. 그래서 교대근무 한 조를 아예 줄이면서 오히려 인원이 재산정되어 배치전환되면 오히려 현장에서는 사람이 ‘남아 돌’ 판이다.
▲ 철도, 인력 재산정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와 전환배치를 통한 기만적인 인원충원으로
철도노조는 이미 작년 2.25총파업, 올해 4월 총파업 등을 거치면서 민영화 철회 및 근무형태 변경과 인력충원, 1인승무제 폐지 등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합의의 불이행 등으로 투쟁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공사법과 노동자 노동조건 보전 문제 등을 둘러싼 지난6-7월 총파업은 노무현 정권의 공권력투입과 노조지도부의 파업철회 현장복귀 결정 이후 현장에서는 활동가 간부들에 대한 대량 해고와 징계 등의 대대적인 탄압과 현장통제가 공세적으로 감행되고 있다. 특히 인력재산정 문제를 둘러싸고는 각 사업소 현장마다 인력을 재산정하면서 여유율을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인원충원에 대한 노동비용 부담을 감소시키면서 현장노동자들을 쥐어짜려고 하고 있다.
▲ 만도기계, 대우캐리어, 잘 나가는 노조 조직력으로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40시간제 쟁취한 사업장
대우캐리어 노조는 15일의 파업투쟁을 통해 주42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시켰다. 대우캐리어의 노동시간단축은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와 기본급 포함한 임금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캐리어노동자들은 주5일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여가시간에 늘어났다고 좋아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는 등 시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잔업, 특근 등의 초과노동은 실제로 감소되지 않았다. 하루에 잔업이 보통3시간에 토요일 특근이 생산물량에 따라서 불규칙하게 존재하고 있다. 물론 금요일 잔업이 없어지고 토요일 특근이 월 1-2회 정도 기본으로 있는 것을 고려하면 월평균 50시간 정도의 초과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단위시간당 임금상승효과를 제외하면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여액은 거의 차이가 없다. 물론 회사측은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면서 현장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등의 시도를 했겠지만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 처음으로 주5일근무제를 확보하는 현장투쟁력을 바탕으로 했고, 일부 조합원들이 전환배치에 대한 부서파업을 벌이는 등 현장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방어가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 노동시간단축은 추가 고용분이 비정규직(용역직)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노동자들의 전유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800여명을 고용하는데 계절에 따라서 150-600명의 노동자를 사내하청노동자로 사용한다. 최소한 150명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즉각 전환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또한 초과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임금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일2-3시간, 토요 특근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조건은 노동시간단축의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다.(민주노총, ꡔ노동과세계ꡕ)
▲ 현대, 기아차 등 대공장 정규직노동자, 주5일 노동제로 주7일 맘껏 일해서 돈벌 자유를!
- 주5일제로 현실화된 ‘win-win'? - 되레 늘어나는 휴일특근과 생산성 향상 - ‘노동자 임금도 상승하고, 자본가의 인건비도 덜 들고’...
현대자동차가 주40시간제를 임단협 이슈로 걸자, 언론에서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연봉6천만원’이라며 대공장의 고임금 노동자들은 이기주의적인 투쟁을 한다고 몰아 부쳤다. 그러나 사실 현대차의 생산직 임금은 월평균 313만원(근속14년차, 4인가족 기준), 연봉으로는 3900만원이다. 이것도 한달평균 165시간이상의 초과노동에 따른 것이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잔업과 특근 없이 166일 휴가를 다 쓰면 고작 35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만일 10년 이하의 근속자가 연봉6천만원을 받으려면 주60시간, 월 24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노사는 노동시간단축과 생산성향상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시간 관련 노사합의(?현대차 단협 합의서?, 2003.8.)
- 2003년 9월1일부터 시행하되 법 개정시 즉각시행
-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노력
- 기득권 저하 불가
- (별도회의록)근무형태 변경(주간연속2교대 등)을 추진 |
따라서 우리가 기존에 노동시간단축투쟁의 원칙으로 검토해온 노동강도 약화와 생활임금을 동시에 쟁취해 가는 노동시간단축과는 거리가 있는 주5일제를 합의한 셈이다. 즉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형식적인 기존임금보존은 유지했지만, 실제 현장으로 들어올 노동강도와 (정규직)인력충원 등의 구체적인 후속문제에 대해서는 현장으로 그 공을 넘긴 것이다.
▲ 금호타이어 등 기 주40시간을 합의했던 사업장들, 입법화에 준하여 적용시기와 내용을 집행한다는 기존 단협에 따라 일부 개악된 기준으로 적용될 위기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이 휴일휴가 축소와 무급화 및 할증률 삭감 등으로 대폭 개악되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공장의 현장노동자들은 심각한 반응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합의한 노동시간단축 단협안을 보충협약을 빨리 만들어 시행하자고 요구한다. 그들은 기존 단협의 합의사항이 있기 때문에 개악된 노동법에 대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휴일이 축소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임금이 감소된다는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물론 현장에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는 생각도 안 한다. 공휴일과 할증율 등이 단협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현장통제와 노동강도는 노동조합이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쟁점으로 적용시기와 유급휴일의 확대 효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노동시간 단축분이 휴근으로만 처리되고 단협의 수준을 저하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개악된 법 수준으로 단협을 개악하려 할 것이지만 생산성 향상도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 교대근무 노동자
주40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은 단축되었건만, 실질적으로는 근무형태 자체가 변경되고 시행을 위한 인력충원이 되지 않는 한 실질 노동시간단축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다. 오히려 4시간분이 초과노동으로 계산되니, 그나마 총임금이 조금 오르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나마 회사가 불경기에 어렵다니, 구조조정이 또 필요하다느니 하는 통에 오히려 단위시간 내의 생산량을 증가시켜서 회사에서 어렵다는 말이 안나오도록 알아서 일할 지경이다.
▲ 여성 노동자
생리휴가가 무급화 되면서 수당으로 생활임금 보충도 못하지, 일도 많은데 눈치 보여서 휴가 신청도 못하지. 게다가 그것도 노동시간단축이라고 일의 양은 줄지도 않아서 6일 동안 할 일을 5일 동안 해야 하지....
생리휴가 무급화 등의 이번 개악된 주5일근무제는 기존의 모든 노동조건 후퇴에다가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임금저하, 휴식권 박탈이 덧붙여졌다. 이미 현재도 출산휴가를 30일이나 연장시킨지 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시행전보다도 더 사용을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출산휴가 90일 사용사업장은 늘어났지만 실제로 법정휴가일수보다 짧게 사용하는 비율도 2001년 13.3%에서 2002년 상반기만 해도 23.5%로 증가했다.
▲ 사무직 노동자
사무직 노동자들도 역시 같은 분량의 노동을 하루 줄여서 일하게 되어 97년 경제위기 때부터 공공연해진 ‘有노동 無임금’을 법제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사무직 등의 힘없는 노동자들은 대공장 조직노동자들의 잘된 단협처럼 명시되어 있지 않음으로 인해서 근기법 개악 내용수준으로 휴일휴가 축소와 무급화 및 초과수당 할증율도 저하된 조건을 고스란히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소영세사업장은 당장 주5일제의 적용을 받지도 않을 뿐더러, 단협에 할증율 50%나 연월차 일수, 휴일 등이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경우 다시 단협으로 쟁취해야 하거나, 개악된 법을 기준으로 노사 공방이 첨예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금속노조 산하의 하이메트 사업장에서는 이번 중앙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중앙교섭을 거부하고 법이 바뀌면 법대로 하자고 했다. 이에 분노한 하이메트 지회노동자들은 전면파업을 하기도 했다.
▲ 주중노동자와 주말노동자
이렇게 이미 주5일제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식이 아니게 입법화되면서 현장에서는 다양한 편차들이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주5일제는 다른 한편 주말노동제와 한 쌍으로 사회적 시간운영 체계를 갖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5일제가 흔히는 평일 5일 근무와 토, 일요일을 쉬는 근무제를 말하고 있다면, 실제로 주40시간 미만의 법정노동시간 때문에 금요일 오후에서 휴무해야 할 생산과 서비스산업에서는 주말노동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 주말노동제는 토, 일요일에서 월요일아침까지 주당 26-40시간 정도의 규칙적인 근무형태를 만들어 냄으로써 주말노동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말노동제는 기존 2주단위(노사합의시 1개월단위)의 변형시간제를 3개월 단위로 확대시키면서 초과노동시간한도제도와 초과수당할증률 자체를 없애면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일하지 않는 주말’의 개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2차 대전 중 최고 노동시간 한도제도와 초과수당제도를 폐지시키면서, 2차 대전 이후에는 오히려 주당 노동시간이 그 전보다 오히려 주48시간을 초과하는 상태로 악화되었다. 그러다 잠시 60-70년대 휴일 노동을 많이 제한하였지만, 다시 80년대 들어서면서 자본축적 위기 등의 상황에 이르자, 노사정 합의를 통한 임금 양보와 산업별 노동시간단축(고용유지)이 거래되었다. 그리고 당시 노동시간단축 논의의 핵심은 공장가동시간 연장의 필요성과 실업해소의 필요성 때문에 일요일과 휴일노동금지 예외조항이었다. 이 논의에서 독일의 자본가들은 노동시간단축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노동시간과 공장가동시간을 분리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주당 35시간(그후 30시간)’과 ‘일하지 않는 주말’이라는 노조의 구호는 자본과 분명한 이견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그동안의 부정기적인 주말노동이 규칙적인 주말노동제로 도입되고 있다.
자본측이 주장하는 주말노동제의 장점 |
자본과 국가 입장에서 불리한 점 |
-대규모 장치산업과 서비스산업의 가동률 증가로 비용감소
-주중과 주말노동시간의 분리로 노동의욕 증진- 생산성 향상- 국가경쟁력 강화
-주말 신규고용 증가로 실업자가 감소하고 고용보험금 절감
-주말노동자를 정규직형태로 고용하지 않아도 됨
-청년, 고학력자의 교육훈련시간 증가
-할증임금이 아닌 주말 통상임금 적용으로 총임금액 유지, 감소 효과(주말특근 해소)
-독일, 프랑스 등의 주말 노동시간 보상휴무제
-평일 출퇴근 혼란을 완화 |
-신규고용이 초과노동보다 비용이 더 부담
-주중노동자와 주말노동자의 생활패턴 분리를 뒷받침할 사회제도 개선 비용 부담
-주말을 휴식하는 날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을 변화시키기 어려움
-주5일 수업제와 병행해서 논의해야 하는 어려움
-주말노동자의 노동 대체를 위한 교육훈련비용 부담
|
노동자 입장에서 장점 |
노동자 입장에서 불리한 점 |
없음 |
-노동자의 생활리듬이 깨지고 수명단축, 건강저해
-노동자간, 가족관계와 사회적 연대관계를 저해
-주말노동자를 정규직고용으로 강제하기 어려움
-직무와 숙련 및 능력급 형태의 성과주의적 임금체계로 노동자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
-변형노동시간제와 결합하여 초과노동에 대한 보상이 없어짐
-노동시간 연장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
독일 등의 서유럽 국가의 대부분은 제도적으로 토, 일요일 노동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철강, 금속, 화학공업 및 유리제조업과 도자기 제조 및 정밀, 제지가공, 전자제품, 자동차 제조업 등의 공업부분에서는 기술과 경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주말노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독일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분야에는 이미 정기적으로 노동자 5명 중 1명꼴로 주말노동에도 취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주말노동제는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노동자와 자본가의 합의하에 이러한 주말노동제와 교대노동제가 점점 증가되고 있다. 특히 주4일제 노동 등의 노동시간단축 및 변형노동시간제도와 결합되면서 공장가동율은 오히려 연장되고, 할증임금은 없어져 자본은 더욱 주말노동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스위스의 경우에도 규칙적인 주말교대노동제를 허용치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추진이 논의되어 왔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5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요일 노동을 하고 있다(토요일은 60만명).4) 이들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규칙적인 주말교대근무를 하고 있다(10시간/1일 * 3일 혹은 11시간/1일 * 2일 + 8시간의 형태로 일하고 주5일 근무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이렇게 노동시간단축이 정말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정치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생활상태 개선과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대로 자본과 정부의 이익으로 전환해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주중 노동시간단축이 주말노동과 함께 노동자들에게는 전체적인 생활관계의 분리 및 실질임금의 평균적 저하 혹은 주말+주중노동으로 인한 쉴 권리를 아예 박탈하는 형태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계급투쟁의 성과로서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돈을 조금 받고 쉴 것인가, 아니면 돈 조금 더 받고 365일 일할 것인가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3. 노무현정권이 던진 폭탄,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1) 노무현의 로드맵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내용
노무현 정권은 출범 후 공공연하게 대공장의 고임금으로 비정규직을 비롯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린다, 노동시장이 아직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자본의 세계화와 국제경쟁력을 갖기에 노동조합의 반대가 심한 것이 문제라는 등 노동정책의 방향을 시사해왔다.
게다가 지난 6월, 정리해고의 경직성과 노조 전임자 임금과 쟁의기간 중의 임금지급 등이 노동에 대한 3대 특혜라고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후로도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 조항 폐지와 해고예고기간 단축 및 긴박한 경영상 이유 완화, 전임자 임금폐지와 성과급임금체계 추진 등을 천명했다.(경제부총리, 7.24)
지난 8월 산자부에서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를 위한 12대 개혁과제를 노사관계법 개편안 노사관계 선진화 연구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방안이 본격적으로 제출되었다.5)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부가 제출한 노사관계 개혁방안은 다음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ꡔ질라라비ꡕ 9월호를 참조).
기본적으로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노사관계의 상은 △투명경영과 건강한 노동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협력하되, △국민경제와 어려운 계층을 함께 배려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추구하면서 9대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노사관계 개혁 3대 목표와 9대 과제>
1)
노사갈등으로인한사회적비용최소화 |
-국제기준에부합하는 노사관계제도 관행확립 |
무노동무임금 원칙 유지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규제 및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파업시 사용자의 대응권리 확대(직장폐쇄 및 대체근로 제한 완화) |
-신뢰바탕으로 노사파트너쉽 구축 |
기업 노사협의회 활성화와 업종?산업?지역단위 노사(정)협의 활성화 |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관계 정착 |
조정기능활성화를 통해 파업 예방/ 불법 파업 엄정 대처 |
2)
노동유연성을제고하되시장안정성을보강 |
-근로기준제도의 유연성 제고 |
해고 요건 완화/ 노동시간단축과 생산성향상(휴가 합리화)을 연계/ 성과급(임금피크제 등) 확대 |
-적극적 고용정책을 통한 노동시장 활력 제고 |
청년, 고령자 등 고용프로그램/ 훈련과 인력수급 서비스 |
-노사 함께 참여하는 평생직업능력개발체제 구축 |
평생능력개발 지원체계와 특성별 훈련프로그램 강화 |
3)
노동계층간격차완화 |
-고용상 차별 해소와 비정규직 남용 규제 |
임금과 노동조건의 불합리한 차별 금지원칙/ 비정규직노동자 남용규제와 유연성 제고 |
-사회보험의 실질적 적용확대와 내실화 |
고용보험, 산재보험 적용확대와 실업급여 수혜율 제고 |
-취약 노동계층의 보호와 지원 강화 |
최저임금제도 개선/ 퇴직연금제 도입/ 저소득자 신용보증지원 강화 |
이처럼 선진적 노사관계 추진 방안은 이미 노사정위원회의 활동방향에서 언급한 대로(자세한 글은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2003년 3월호를 참조) 노동정책이 국가경제발전과 한국자본가들의 살 길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이 판명되면서 더더욱 유연하고 친자본적인 노동정책 구현을 위한 노자관계 변화를 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선진화방안과 노동부를 중심으로 제출된 9대 개혁과제 모두, 노무현정부가 자본중심의 노동정책에 노동자들의 강제적 동의를 포함시키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이미 97년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또 한번 노동정책과 현장에 대한 지도의 수준까지 포함하여 구체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이미 정권출범 초기부터 대공장 이기주의 운운하더니만, 결국은 노동운동의 이기주의를 명분으로 하여 비정규직, 소외계층을 보호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런데 그 비정규직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라는 것이 실은 비정규직 실업자 등의 소외된 노동자들이 죽을 지경까지 가서 정권과 자본에 저항하는 형태로 표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과 정규직 조직노동자 운동을 규제할 대책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니까, 대공장과 정규직 노동자들은 참고 백 번을 양보하라는 것인데, 이미 97년 경제위기 이후 열 번, 백 번 양보교섭을 해오면서 상층지도부의 개량화가 상당히 진전된 지금, 더 양보할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이제는 마지막까지 갖고 있는 무엇과도 바꾸지 않았던 민주노조운동의 전통, 자주성과 민주성, 계급성을 통째로 노리는 것이다.
2) ‘선진화된 노사관계와 선진화된 현장 노동자의 삶’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이미 핵심부처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개량주의자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노사관계선진화방안과 9대 개혁과제 역시 공히,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포괄적으로 노동자 보호기구의 일부 역할로 제한시켜 실제 행동권리인 파업을 예방하고 사후에도 통제 관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노사관계가 변한다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게 될까?
‘나는 00자동차 하청노동자다. 나는 이미 원청에서 눈치가 보여서 퇴직을 해서 다시 하청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이미 원청에서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내 나이가 50이 다 되었다는 이유로 호봉테이블에서 기본일당이 점점 줄고 있던 차였다. 물론 이번의 취업도 지난번 실직하자마자 바로 고용서비스센터를 통해서 금속산별노조와 연계되어 재취업 훈련과정을 거쳐서 곧바로 다시 얻게 된 직장이다. 나는 산별노조의 조합원이며, 실직했을 때도 역시 산별조합원이었다. 나는 이제는 실직을 해도 별로 취업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노조가 정부와 적극 협력하여 재취업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오늘도 밤 10시부터 교대근무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심야 수당을 제외하고는 연장노동수당은 적용받지도 못한다. 변형시간제가 확대적용되면서 우리는 고용계약을 월단위로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원청노동자들은 할증율 25%에 적용을 받고 있는 것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노조는 산별협약을 통해서 직무별 숙련별 임금체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나는 그에 준한 임금을 결정 받는다. 그러나 실직 때 보다 현장에서 근무할 때가 더 몸이 피곤할 때가 많다. 그것은 산별 임금테이블을 기본으로 하지만, 거기에다가 나의 생산성, 능력에 따른 임금이 합쳐져서 월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직해 있을 때보다 현장에서 근무할 때가 임금에 관련해서 더 신경 쓰이는 것이다. 기본임금은 원청 정규직과 같은 조건에서 적용 받지만 하청업체의 지불능력(수익율)에 따라 임금이 합쳐서 계산되기 때문에 원청노동자들과 똑같이 뼈빠지게 일해도 완전히 같은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노동법이 개악된 이후 지금은 주40시간 근무를 하지만 실제 하루에 12-13시간 노동으로 주 4일 정도 일하는 셈이지만 초과수당은 없다. 그래서 더 높은 강도로 일하고 쉬는 날도 늘었건만 몸은 그전에 비해 더 피곤할 뿐이다. 임금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생활을 보충하기 위해서 나는 주말에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또 알아보고 있다. 같은 공장에서 주중에도 일하면서 주말에도 일하는 건 법에 걸리기 때문에 그나마도 다른 회사의 주말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물론 주말 일자리도 빨리 알아볼 수는 있을 거 같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예전에 주5, 6일 일할 때보다도 더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들고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지금도 모임을 나가면 나처럼 주말에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같이 얼굴을 보기도 힘들다. 우리는 주중 노동, 교대 노동, 주말 노동이 뒤섞여서 이젠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쉬는 날도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나 문화시설을 혼자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면 몸이 피곤하고 어쩌다 쉬어도 혼자 쉬어 심심하고..... 그래서 나는 쉬느니 나중에라도 더 높은 능력대우와 임금보상을 적용 받기 위해서 차라리 쉬는 날에는 직업훈련 교육을 받고 있다.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놔야 내 몸값에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노조도 역시 재취업 훈련 등에 신경을 쓸 뿐, 이미 개악되어 버린 성과급 임금과 인사고과제도나 근무형태, 고용형태 등의 근본적인 문제들의 개선은 엄두도 못낸다. 사실은 노조 간부들은 얼굴도 보기 어렵고 현장 대소위원들 얼굴이나 볼 수 있을 뿐인데, 그들에게 어려움을 말해도 취업알선 외에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권한도 현장엔 없다. 안전사고가 나도 노사 공동책임이고, 곧바로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도 현장위원들에게는 없다. 더군다나 퇴직금도 없어지고 이젠 기업연금(퇴직연금)제도가 운영되면서 내가 노후, 퇴직 후 얼마를 보장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퇴직연금을 모아서 정부가 주식 등 금융투자를 하고 그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도 더 나빠져서 낼 돈은 더 많아지고 노후에 받을 돈은 더 줄어들었다.
이제 현장에서 내 맘대로 쉬지도 못하고 생산성 향상시켜야 임금 오르니 스트레스 받고, 회사 상황에 따라서 근무시간(근무량)도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데다가 쉬어도 혼자 쉬거나 능력개발훈련을 받아야 하니 재미도 없고 점점 살기가 어렵다.…’
4. 마치며
지금 현실화된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로 전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이슈였던 시간단축을 자본은 자신들의 생산과잉 및 이윤 유지 확대를 위하여 노동유연화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장악했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라는 명목 하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장기적인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서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현장조직력과 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노동시간단축의 결과마저도 노동법개악을 통해서 무로 돌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 대공장 노동자들, 노조 상층부는 노동법 개악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들은 자기 현장을 지킬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노조투쟁의 성과가 전국적으로 전체 노동자들에게 향유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예외조항이 아니다.
이미 경제적 위기, 자본의 위기가 항상화되면서 자본의 무계획적 생산과잉과 불황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번에 적용될 노동시간단축 개악안으로 노동자들간의 소외감이 조장될 것이다. 대공장과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적용시기도 다르고 한 공장 내에서도 정규직과 하청노동자간의 차별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단지 줄어든다면 그것은 자본의 정규직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하향평준화하는 방식으로 시도될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원청노동자들이 기업경쟁력주의적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언제나 임금 및 노동시간단축과 고용간의 거래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지속될 것이다. 그것은 사업장단위와 업종, 산업 단위, 지역단위와 전국단위에서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번의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추진과정에서 그런 한계를 얼마나 극복했는가.
김대중정권이 경제위기에 대해서 자본의 비효율성을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강한 국가의 개입으로 구조조정으로 강제했다면, 노무현 정권은 더욱 강한 국가의 역할을 통해서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착취를 다층적인 사회적 합의주의, 통합적 노사관계의 틀로 체제화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그 주요한 대상이 노동운동 내의 상층 기회주의, 개량주의 지도부와의 협조체제 구축이다. 그것은 노사정위원회에 합류시킴으로써도 가능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이 노사정위원회에 직접적인 결합을 허락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상층 비공식 협상라인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노동운동은 산별노조와 의회주의 정당을 양날개로 하는 체제내적 노동운동의 구상을 한편에서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한발을 정부에 담그고 노동계를 향해 손짓하는 이들이 대거 존재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생존권사수, 계급투쟁은 작년, 올해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다. 비록 전국적인 투쟁으로 총파업연대투쟁의 힘을 빌어서 조직적으로 확대되면서 전선을 치고 있지는 못하지만, 산발적인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노조 상층부가 개량화되면서 사회적합의주의 전망아래 자본과 통합되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산발적으로 돌출했다가 사그라드는 노동자 계급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인가!
우리는 이미 97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및 변형시간제를 허용했던 민주노총의 상층부를 대중투쟁과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서 끌어내린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강력한 노동법개악저지투쟁, 구조조정분쇄투쟁전선을 사회적 파트너쉽을 강조하는 노무현정권과 반공식, 비공식적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대체시키고 있다. 이를 막으면서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 민주성을 살려나갈 수 있는 힘은 현장의 대중투쟁, 조직된 계급투쟁 밖에 없다.
현장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노동유연화의 법제화가 현장으로 불어닥치는 다양한 공격들을 막아낼 수 있는 주체형성과 전면적 재조직화를 통하지 않으면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기는 어렵다. 현장과 결합되는 정치투쟁, 경제투쟁과 결합되는 계급투쟁이 새롭게 조직되어야 한다. 원칙과 전략을 현실가능함으로 구체화시킬 노동자계급의 투쟁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그것은 위로부터의 재조직화와 아래로부터의 재조직화를 동시에 필요로 하지만 그 주체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공감하는 우리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힘은 자발적 생존권적 수준에서부터 반자본주의적 계급의식이 결합되면서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변형시간제와 성과급제 및 비정규직 확대를 법제도적으로 철폐시키는 투쟁을 전국적으로 전개함과 동시에 현장에 몰고 들어오는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는 현장투쟁, 나아가 노동강도 약화투쟁, 현장통제와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본의 능력주의, 경쟁력주의를 깰 수 있는 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뿐이다.
1) 정일부, 「금속노조 산별교섭의 의미와 과제」, ꡔ노동사회ꡕ, 2003.8.
2) 「주5일 근무제 도입 관련 후속대책추진 기본방향」, 관계부처 합동, 2003.9.1.
2) 「주5일 근무제 도입 관련 후속대책추진 기본방향」, 관계부처 합동, 2003.9.1.
① 공무원 근무시간 단축
① 공무원 근무시간 단축
- 2004.7.1부터 월2회 토요휴무 실시, 300인 이상은 전면 시행(2005.7.1부터)
- 2004.7.1부터 월2회 토요휴무 실시, 300인 이상은 전면 시행(2005.7.1부터)
- 식목일은 공휴일에서 제외, 기타 공휴일과 설,추석 연휴 축소 검토
- 식목일은 공휴일에서 제외, 기타 공휴일과 설,추석 연휴 축소 검토
- 공무원 연가일수 축소와 동절기 근무시간 1시간연장 및 토요민원실 운영과 행정생산성 향상방안
- 공무원 연가일수 축소와 동절기 근무시간 1시간연장 및 토요민원실 운영과 행정생산성 향상방안
② 주5일 수업제 실시
② 주5일 수업제 실시
- 2005.3.1부터 월1회 실시, 학교에서 토요프로그램 개발과 시설개방, 평생교육과 연계
- 2005.3.1부터 월1회 실시, 학교에서 토요프로그램 개발과 시설개방, 평생교육과 연계
③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 확대
③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 확대
- ꡔ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ꡕ제정(8.29), 청년실업자 고용장려 및 중소기업 노동자 주택분양 우대, 외국인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인력확보
- ꡔ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ꡕ제정(8.29), 청년실업자 고용장려 및 중소기업 노동자 주택분양 우대, 외국인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인력확보
- ꡔ생산성혁신센터ꡕ, 창업과 경영자금 및 생산성혁신 지원(세제혜택)과 노사협력 교육 확대
- ꡔ생산성혁신센터ꡕ, 창업과 경영자금 및 생산성혁신 지원(세제혜택)과 노사협력 교육 확대
④ 근로자 능력개발 지원
④ 근로자 능력개발 지원
⑤ 건전한 여가문화 활성화 대책 - 문화시설 확대와 프로그램 보급
⑤ 건전한 여가문화 활성화 대책 - 문화시설 확대와 프로그램 보급
⑥ 의료․복지서비스 유지방안
⑥ 의료․복지서비스 유지방안
- 보건소, 국공립병원 격주휴무와 응급의료체계 강화 및 당번의원, 약국제도 조기 시행
- 보건소, 국공립병원 격주휴무와 응급의료체계 강화 및 당번의원, 약국제도 조기 시행
-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 지원과 휴일보육프로그램 보급, 응급의료인력 확충
-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 지원과 휴일보육프로그램 보급, 응급의료인력 확충
⑦ 향후 추진계획
⑦ 향후 추진계획
- 관계부처 T/F팀 설치와 부처별 세부추진방안 수립
3) 주5일제와 관련하여, 가계안정비의 기본급화/ 야간수당지급율 0.61%로/ 최고호봉 확대/ 주5일근무시 적정인력 확보/ 기존임금 저하 불가/ 분야별 근무형태와 휴일수, 법정수당 동일하고 심야수당 검토/ 교대자와 통상근무자의 임금격차 최소화 등.(202.4.17 노사합의서 중)
4) 김상대, 「주말노동제 도입배경과 경영 경제적 의미」, 한국국민경제학회, ꡔ경제학논집ꡕ 제9권 제2호.
5)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2003.9.4.) 일부 ; ①방향 -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책임성,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 - 단결권: 노사간 힘 균형과 파트너쉽 증진을 위한 노조활동의 자율성 보장과 교섭의 합리화 및 노사협의 활성화 - 단체행동과 파업규제: 노사 자율과 책임 및 공공이익 보호를 위한 파업 규제와 해결의 효율성 강화 - 근기법 제도: 고용유연화와 노동자 보호, 구제제도 효율화 및 합리적 임금체계 구축(성과급) ②세부 방안 - 실업자의 초기업단위의 노조가입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최소화 - 파업중 무노동무임금 규정 유지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처벌(임금 강요 등) - 복수노조 허용시점에 맞춰 유니온숍 규정 정비(혹은 폐지)와 교섭창구 단일화 - 단협 유효기간 제한 완화 및 3년 경과한 후엔 일방 해지 가능 - 사업장 무단출입과 점거농성 등은 침입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제재와 사용자의 직장폐쇄 및 대체근로 가능(신규채용과 하도급) - 파업조정(파엄금지) 기간 연장하고 ‘파업은 성실 교섭 후 최후수단’이라는 원칙 신설, 공익사업 특별조정강화 - 필수공익과 직권중재제도 폐지 및 최소업무노동자는 긴급복귀 명령 - 노사협의 활성화와 정보제공 및 비밀유지 의무 강화(비밀 누설시 처벌) - 부당해고의 구제방식 다양화(화해를 통한 해결, 금전보상제도로 복직을 대체)와 정리해고 규제완화 - 변경해지제도의 도입검토(사용자의 근로조건 변경제안을 노동자가 거부하면 근로계약의 일방해지) - 임금체계의 합리화 방안(통상임금과 평균임금 개념 및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