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전망찾기
안기호 ∙ 정기대의원대회 직가입 유보는 안타깝지만
원하청 노조의 공동임단투로 04 투쟁을 돌파하자!
김형기 ∙ 현대자동차 경일기업 투쟁을 되돌아본다
김혜진 ∙ 노무현 정권 1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상태
강성수 ∙ 비정규직의 입장에 선 비정규직 사업을!
지난 2월 현대중공업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으로 이른바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다시금
부상하였습니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자본과 정권의 파상적
공세의 결과, 다른 말로 하면 전투적인 민주노조운동으로
대표되던 노동운동의 후퇴의 결과로, 노동자들은 87년 이후
지난한 투쟁을 통해 얻었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압축적인 표현이 바로 저임금과 고용불안 그리고 인격적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60% 이르는 현실일
것입니다. 현대중공업에서 나타난 정규직노조의 적대행위,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 보여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 아직은 메울 수 없는 -간극은, 얼마나 노동계급 의식이
위축되었는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본의 공세에 노동의
전선이 무너진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전망을 찾기 위한 논의들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발전은 전체
노동계급의 전선을 다시 복원하는 문제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합운동과 노동계급의 정치운동을 함께
사고하여야 합니다. 실리주의․경제주의에 경사되어있는
대공장정규직노조가 계급적․정치적으로 단련되어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노동자를 대변하고, 비정규직노조가
광범하게 조직되어 정규직 노조와 당당하게 연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조직은-자본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지체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정치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특집 글은 비정규직노동자투쟁과 이를 둘러싼 조건들,
민주노총과 연맹단위의 대응을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의 발전방향에 대해 서술합니다.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은 현대중공업비정규직투쟁과
현대자동차에서의 투쟁을 모두 다루려 하였으나, 사정상
현대중공업투쟁은 다루지 못하였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바랍니다.
특집: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전망찾기
안 기 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정기대의원대회 직가입 유보는 안타깝지만 원하청 노조의
공동임단투로 04 투쟁을 돌파하자!
현자노조 17년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되기로 한 직가입
규약변경이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2월20일 상정된 ‘직가입
규약변경’ 건에 대해 대의원대회에서는 규약변경이 아니라
‘규약변경(안)의 추진’을 결의했다. 또한 추진을 위한
세부방안에서도 향후 미조직특위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을 뿐, 언제까지 어떻게 규약변경을 추진할 것인지
구체적 내용도 부재한 채, 기약도 계획도 없이 유보되고
말았다.
20일 통과된 내용 정도라면 04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규약변경
안건을 다루기로 결의한 지난해 78차 임시대의원대회 결정
수준과 별다를 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78차 임시대의원대회는
직가입 규약변경 추진을 결의하고 세부방안으로 직가입을 위한
대소위원 연대결의서명까지 진행한 것을 기억한다면, 구체적
내용과 계획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측면도 존재한다. 더욱 큰
문제는 직가입 규약변경을 기약없이 연기시키면서도 이미
조직되어 있는 현자비정규직노조,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에 대한
지지․지원․엄호 결의조차 없다는 것이다.
정기대의원대회 직가입 규약변경을 절실한 마음으로 염원했던
현자비정규직노조는 이번 규약변경 유보 결정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물론 직가입 규약변경이 그리 녹록한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지난해 비정규직 독자노조 결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직가입을 결의하자고 한 목소리로
약속했던 점에 비추어봤을 때 이번 결정은 많은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현자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 7월 직가입 규약변경을 염두에 두고
직가입이 실현되는 날까지 존재하는 ‘한시적 독자노조’임을
표방하며 설립총회를 진행하였다. “신규노조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로 가입한다”는 금속연맹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직가입
규약변경을 통해 현자노조로 정규직-비정규직 5만 조합원을
결집시킨 후 함께 산별노조로 전환하자는 취지에서 금속노조가
아닌 금속연맹으로 가입되기까지 했다.
또한 현자비정규직노조는 규약에 “조합은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로 단결하기 위하여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으로 통합(직가입)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며,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라고 못
박음으로써 이미 설립 당시부터 직가입의 정신을 담은 바 있다.
혹여 있을지 모를 법률적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현자노조의
직가입 규약변경과 동시에 조합은 자동 해산한다”는 규약
변경을 검토하기도 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가입에 희망을 품고 비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지회 가입을 미루는 등 직가입 논의가 비정규직노조 및
사내하청지회 조직력 확대에 많은 어려움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비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지회는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견결히 사수하기 위해 직가입
규약변경 실현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쏟아 부었다. “직가입
규약변경과 동시에 현자노조로 집단가입운동을 실현하자”며
1만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호소했다. 직가입이 실현될 것으로
믿고 기다려온 1만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은 또
어떠할까.
지난해 현장제조직 의장단회의, 미조직특위 전체회의, 78차
임시대의원대회, 대소위원 연대결의서명, 심지어 임원 선거에
나선 5개 선대본 공동 성명서에서 수도 없이 결의하고
약속되었던 ‘정기대의원대회 직가입 규약변경’이 구체적
계획과 대안도 없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우리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과 실천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전체운동의 현재 수준과 한계를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분신자결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으며, 정규직노조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제안과 문제제기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자노조의 직가입 유보 결정을 보면서, 98년 이후
6년간의 비정규직노조 운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과 실천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러한 한계를 딛고 우리 운동은 앞으로
전진해야만 한다.
더 이상 실망과 도탄에만 빠져있을 수는 없다. 직가입 규약변경
문제를 놓고 더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큰 슬픔과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오늘 당장 직가입을 실현시키지 못하는
우리 운동의 수준과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비정규직
조직화와 차별철폐․정규직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실행에 옮길 때만이 오늘의 실망과 도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최소한 다음의
방안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이다.
■ 직가입 규약변경은 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당분간은 이미
조직되어 있는 현자비정규직노조와 아산사내하청지회에 대한
지지․지원․엄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지회로의
집단가입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비정규직 조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1만여 명에 달하는
울산․아산․전주․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노조로 가입시킨다는 포부와 열정을 갖고
원․하청노조 공동으로 집단가입운동을 전개한다.
■ 현자비정규직노조와 아산사내하청지회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투쟁을 전개한다. 조합 사무실과 전임자
문제, 특히 20명이 넘는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하청 노조가 공동으로 노력한다.
■ 04년 투쟁은 원․하청노조 공동임단투로 진행한다.
요구안 작성과정부터 공동으로 논의하고, 공동교섭 공동투쟁
공동총파업 등 투쟁전략을 함께 논의․집행함으로써
실질적인 공동임단투가 되도록 한다.
자본과 정권이 정규직-비정규직을 갈라놓고 분열시키려 한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더 큰 단결과 연대로 맞서야 하는 법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탄압을 막아내기 위해 압도적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노조로 가입시키는 일은 그 첫 번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등 상급단체에서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각 단사의 공동요구안으로 내걸 것을
결정했으며, 04 투쟁은 원․하청 공동임단투로 치른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원․하청 공동임단투 역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공동의
노력이 결합되어야 힘있게 치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예상되는
자본의 교섭거부나 해태를 돌파하기 위해 원․하청
노동자들 공동의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만 공동임단투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박일수 열사의 분신자결과 현중사내하청노조에 쏟아지는
가공할만한 탄압에 맞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오늘도
“노조활동을 보장하라”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활동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임단투로 돌파해야
한다.
간접고용이라는 허울 뒤에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숨어있는 현대자동차 원청 자본을 직접 교섭석상에 끌어내는
투쟁을 통해,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의 실체를 폭로해내는 것
또한 원․하청 노조의 공동임단투로 가능해진다.
비정규직노조에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탄압이, 사실상 원청
자본의 배후조종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직접 사용자인 원청 자본을 교섭석상으로
끌어내야 하며, 원청 자본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노조의 공동임단투가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직가입 규약변경이 유보되었으나,
현자비정규직노조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운동이 처해있는 현실적 수준과
한계라면, 그 한계조차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길만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며 산화해 가신 이용석․박일수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운운하며
노동자를 다 죽이려 드는 노무현 정권에 맞설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비록 오늘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우리 운동은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과 연대를 향해 한발짝 한발짝 소중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진보하고 있다.
운송하역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지입차주를
조직화함으로써 물류를 멈추는 거대한 투쟁을 만들어 냈던
‘화물연대’, 비정규직 노조의 건설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거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를 실현한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비정규직 특별지부 결성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면서 2004년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임단투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 우리는 비정규직
조직화와 관련한 앞선 모범들을 보았다.
특히 최근에는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화 요구를 내건
비정규직 독자파업에 대해 금호타이어 정규직노조가 헌신적으로
지원․연대하는 수준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정규직노조는 벌써 정규직 조합원
전체를 상대로 비정규직 문제와 정규직화 요구의 정당성을
교육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을 앞장서 이끌어 온 현자노조는 보다
훌륭한 전형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원․하청
공동임단투를 반드시 성사시키고 현대자동차 원청 자본을
교섭석상으로 끌어냄으로써 비정규직투쟁의 전국적 모범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어렵고 힘든 길이다. 현자비정규직노조 또한 더 많은
노력을 전개하고 정규직노조와의 공동연대투쟁에 나서야만
가능한 과제들이다. 현자비정규직노조 또한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족함을 2004년에는 원․하청 공동임단투를
실현시킴으로써 메워 가고자 한다.
“장벽을 넘어 함께 가는 노동해방의 길” ―
현대자동차비정규직투쟁위원회 결성 직후에 현자노조 현장제조직
공동 명의의 비투위 결성 지지 대자보 제목이다. 그렇다.
정규직-비정규직의 분할은 정권과 자본이 갈라놓은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단결과 연대를 무기로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우며, 정규직-비정규직 장벽을 넘어 함께 노동해방의 너른
바다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용석․박일수 열사정신 계승! 비정규직
차별철폐․정규직화 쟁취!
현자비정규직노조․아산사내하청지회 지지․엄호!
비정규직 조직화 전폭적 지원!
공동논의에 입각한 공동요구안 작성! 공동교섭 공동투쟁
공동총파업 실현!
04년 원․하청 공동임단투 실현!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