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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기, 모두가 결사항전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32호
김예준


민주노총 2기, 모두가 결사항전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김 예 준 / 민주노총 대전충남본부장


민주노총을 우리 스스로 '천만 노동자의 희망이요 구심인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말하면서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에게 제2기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한다는 것은 지역본부장의 자리에 있는, 역시 민주노총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나는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과 고영주 사무총장은 물론 산별연맹 위원장, 지역본부장 등 주요 지도부라 할 수 있는 모두가 그 동안 민주노총의 문제를 되돌아보고 모두가 변화와 개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짧은 기간동안 민주노총 각종 회의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산별 연맹과 민주노총 중앙과의 주요사안에 대한 사전협의와 조정을 위한 긴밀한 논의구조가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산별노조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대통합을 이룬 금속산업연맹과 최근 공공연맹의 출범을 계기로 가시화 되고 있는 공공부문 대통합 논의는 이 나라 노동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산별 체제는 통합, 재편을 통해 더욱 강화 발전되어야 하며 나아가 산업별 단일노조로 발전해야 한다는데 전혀 이견이 없다. 그러기 위해 더욱 산별 연맹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별 연맹과 민주노총 중앙지도부가 보여주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은 비록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조심스럽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의 각종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가끔 산별연맹 위원장들로부터 "우리 연맹은 투쟁 일정이 이미 이렇게 확정되어 있으므로 민주노총의 일정에 따르기 곤란합니다."라든가 "우리 연맹은 다른 계획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일정에 따를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가끔 아니 회의에 참가할 때마다 한번 이상은 듣게된다. 민주노총의 구성 주체인 산업별연맹과 민주노총의 투쟁일정 또는 방침이 서로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심하게 말하면 주요연맹이 계획을 세우고 민주노총은 연맹이 벌려놓은 판에 참석하여 격려사나 기자회견 또는 정부와 사후처리나 하는 형태가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 너무 과도한 표현일까? 민주노총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투쟁을 기획하고 그 속에서 각 연맹의 투쟁이 서로 상승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배치되는 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을 계획할 때 공식적인 회의구조를 통한 논의뿐만 아니라 사전에 주요 연맹 지도부와 긴밀한 협의와 조정을 거쳤으면 한다.
최근 사무처장단 회의 등은 이러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조직할 때 각 연맹의 투쟁계획을 사전에 점검하고, 조정하여 민주노총의 힘있는 투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연맹 스스로 연맹의 투쟁을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 속에 배치시켜 민주노총의 지도 집행력과 투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연맹차원의 투쟁이 민주노총의 투쟁과 무관할 수 없으며, 민주노총의 투쟁이 연맹의 투쟁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역본부가 스스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해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총파업 이후 가끔 지역본부장으로부터 "우리는 전투부대 소대장이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는 총파업, 각종 집회 등 민주노총 결정사항 중 대부분의 실천을 지역에서 주관하여 수행하는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본부가 소외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산별연맹 조직으로 재편되면서 지역본부를 통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업장은 거의 연맹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지역본부가 단위노조의 상급단체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지역본부 임원이 각 연맹 단위에서 보면 하부 단위노조 조직의 대표에 불과해서 동등하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결정과정에 지역본부가 많이 참여한다고 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지역본부의 강화는 지역 현장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노조간 강력한 연대를 통해 지도력, 투쟁력을 확보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산별노조체제로 재편된다고 하여 지역본부의 역할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산업별체계가 강화되고 발전될수록 지역본부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산별연맹 지도자들이 지역에서 느끼는 산하 조직 현장과 동떨어진 소리를 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연맹이 단위 사업장 지도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연맹 상층 중심의 의견을 연맹 전체의 의견으로 표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양한 업종의 사업장이 지역이라는 틀에서 일상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지역본부의 강화는 당연하게 연맹 관료주의를 방지하고 현장 대중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장 대중 지도자, 활동가들이 편협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한다. 나아가 이는 산별연맹의 관료화를 방지하고 연맹의 건강성 유지와 민주노총의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지역조직 책임자들이 지역조직 활성화와 지역에 소속된 업종간 연대강화를 위해 보다 책임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뛰어야 할 때이다. 산별연맹의 재정과 위원장들의 지위를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조직의 정확한 역할을 찾아내고 수행해야 한다. 나는 지역본부를 야전사령부라고 생각한다. 야전사령부 소대장에서 사령관으로 위치를 격상하는 것은 지역 전투원들에게 신뢰받고 올바른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력과 투쟁력을 확보할 때 가능하다. 전노협, 전노대 시절보다 훨씬 많아지고 다양해진 지역조직들을 하나로 묶어 세우기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헌신적으로 뛸 때만이 민주노총이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선출된 이갑용, 고영주 동지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에게 바라는 것은 "일관되게 흔들리지 말고 원칙을 견지하라"는 것이다. 중앙 지도부 나아가 민주노총 위원장의 흔들리는 모습은 민주노총 전체의 힘을 약화시킨다. 2기 지도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등으로 한국의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초국적자본과의 한판 투쟁을 위한 전시체제의 지도부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손에 의해 투쟁지도부로 선출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투쟁지도부로서 뒤돌아보지 말고 고용안정쟁취를 위한 투쟁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98년! 필연적으로 한판의 싸움이 요구되는 시기다. 결코 피할 수 없다. 싸우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산별, 지역조직 그리고 단위노조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 활동가들이 스스로 겸허한 자기 반성을 통해 결사항전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때이다.@

1998-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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