ꡔ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ꡕ의 창립을 축하하며
고 철 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서울대 해양학과 교수)
자본의 막강한 증식력은 국가간의 경계선조차 허물어 뜨리며
세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단일화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처하기 위하여 ‘무한경쟁’의
논리를 내세우고 모든 분야에 이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실사회주의의 좌절 이후
자본주의의 세계적 확산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해서
자본주의가 심화시키고 있는 사회적 모순까지도 그대로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자본주의가 그에 반대하는 논리와 세력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하면서 위기 대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윤추구라는
단일한 목적을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것은 한 시기의
‘생존전략’은 될 수 있어도 ‘사회변화의 기획’은 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실로 개혁적인 ‘사회변화의 기획’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 뿌리 깊게 관료적 병폐가 스며들어
있고 부정과 부패는 일상의 범주가 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개혁의지와 방법은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많은
국민에게 심각한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형사고는 각 부문에 온존하고 있는 구조적인 결함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체의 부정확성과 부실함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드러내 준다. 우리는 아직도 안이한 현실인식에 머무르고 있고,
이는 전체적으로 자본주의의 현실은폐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현실인식에 있어서, 그리고 현실변화의
실천적 모색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기획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창립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사회개혁은 사회 모든
계층의 참여를 망라하는 것이지만 특히 노동자계층의 사회참여는
참여 자체가 기본적으로 사회변화의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취약한 일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제는 노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는 사회발전의 기틀이
제대로 잡히리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이제 노동과 자본의 대결구조는 예전과 같이
단순한 경제논리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론의 층위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모든 도덕적 사회적 가치의
총화로서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이론과 실천의 긴밀한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개혁에의
열정을 요구할 뿐 아니라, 또한 더욱 정밀한 논리로 발전하는
여러 다른 이론과 지적 전통에 대한 엄밀한 통찰을 요구하고
이를 사회개혁의 현대적 전개 안에 부단히 흡수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이 어려운 과제를 피해 보려는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이 때에 노동자계층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가진 일단의 사람들이 있어 이 어려운 일을 정면으로, 자신의
양심과 지성의 과제로 수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어둠을 깨치는
희망의 빛이 아닐 수 없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무한한 발전을 진심으로 축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