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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 투자협정이라는 광풍

현장에서 미래를  제39호
김길섭

‘다자간 투자협정(MAI)’이라는 광풍
정세초점
‘다자간 투자협정(MAI)’이라는 광풍



김 길 섭
회원





전후 최대의 경제위기 하에서 해고, 임금삭감, 노동조건 악화, 대량실업 등으로 노동자의 삶과 삶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이 전면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상황의 노동자, 일자리를 잃어 경제적 타격은 물론 심리적인 황폐화 현상까지도 보이고 있는 실업자, 동력을 찾지 못해 침체기에 젖어들고 있는 노동운동에 머지 않아 또 하나의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겹친 식으로 우리 노동자의 삶을 짓이길 이 광풍은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본, 특히 다국적 기업이 만들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MAI)’이다.

다자간 투자협정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국적 기업이 전세계를 안방처럼 마음놓고 휘저으며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국제협약상의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자간 투자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OECD가 새로운 투자규범의 주요 원칙으로 다자성, 포괄성, 강제성을 꼽고 있다는 데에서 확인된다. 이들은 이 원칙들이 관철되어야 하는 이유를 기존의 투자규범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에서 찾고 있다:

* WTO의 투자규범은 무역과 관련한 투자만을 규정하고 있어 다자성, 구속성은 확보하고 있으나 무역 이외의 사안을 포함하지 못하는 포괄성의 문제가 있다;
* OECD의 양대 자유화 규약과 내국민 대우 규정은 대상국가가 회원국에 제한되어 있어 구속성 및 포괄성에 한계가 있다;
* NAFTA의 투자규범은 지역적 특성이 강조되어 다자성에 한계가 있고, APEC의 규범은 구속력이 없다;
* 여기에다 각국의 투자정책, 규정상의 불일치는 다국적 기업이 투자유치국의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추가된다.
즉 다자간 투자협정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본 ‘문제점’이란 기존의 투자규범들이 모든 종류의 투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일부는 구속성이 없으며, 각국이 자국 산업이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적 조치들이 다국적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과 권한을 제한하고 있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투자에 관한 ‘지구적 표준’(global standards)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다국적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공정’한 경쟁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다국적 기업을 위한 세계 표준을 도출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투자보호, 투자자유화, 분쟁해결 등 3가지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그 주요 내용과 국가 경제 및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다국적 기업이 요구하는 공정성이 실제로는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 투자보호
이에 관한 협상내용 중에서 중요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투자에 대한 수용은 공익적인 목적에 한해서만 가능하며 이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는 신속히 보상해야 할 의무와, 보상이 지체될 경우 이자 뿐만 아니라 환율변화에 따른 손실까지 보상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다. 그리고 투자에 따른 모든 현금 흐름(원금, 이익금, 수용 보상금, 자본유입 및 송금을 포함하는 판매대금)은 태환화폐로 이전일의 해당 환율로 이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유치국의 국제수지가 급속히 악화되어 외환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 투자보호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또 투자국 정부가 투자유치국내에서 입은 손실을 보상한 경우 투자국 정부는 투자가가 투자유치국 정부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승계받는다. 이를 통해 민간 투자자간의 문제가 정부간 문제로 확산될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국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이 조항은 선진자본주의 국가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손실을 우선 보상해주고 이를 경제력과 무력 모두에서 경쟁이 안되는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 정부로부터 사후에 보상받는 것을 합법화한다. 정부가 민간 투자의 손실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 투자 자유화
협정에 따르면 투자보호 및 투자 자유화를 위해 투자유치국은 투자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해야 한다. 이는 특정 참가국의 투자에 대해 여타 참가국 투자에 대한 대우보다 불리한 대우를 금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 국가에 여러 나라의 다국적 기업이 투자할 경우 나라별로 차이가 나는 대우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 투자유치국은 외국자본에 대해 ‘내국민 대우’를 해야 하는 데, 이는 외국자본에게 투자유치국의 투자에 대한 대우보다 ‘덜 유리한’ 대우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즉 투자유치국의 자체 투자와 비교해 최소한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유리한 대우를 국제협약으로 강제하자는 것이다.
내국민 대우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국내 투자자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역차별이 공정한 경쟁의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가능해진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저하, 노조결성 금지 등이 자국의 자본에게는 금지되어 있더라도 외국자본에는 허용된다. 이와 함께 투자유치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 기술개발, 교육훈련 등에 대한 보조금을 자국 기업에게만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정책 및 사회경제적 정책에 있어 투자유치국의 권한이 그만큼 제한되는 것이다.
게다가 투자유치국 정부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외국자본에게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예: 수출이행의무, 국산부품 사용의무, 국내재화용역 사용의무, 국제수지균형 유지의무, 수입제한 및 국내판매제한 의무, 기술이전의무, 제조공정 및 노하우 이전의무, 지역본부 유치의무 등). 이는 그동안 외자유치가 투자유치국의 경제 및 기술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던 근대경제학 이론이 폐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 분쟁해결
투자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가 대 국가간 분쟁해결 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 국가의 분쟁해결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유치국 국가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해지고 일정 요건만 구비되면 반드시 소송에 응할 의무가 부여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적인 분쟁해결 기관이 국제상공회의소의 중재위원회라는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제소에 의한 중재를 자본의 국제단체인 국제상공회의소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재의 객관성이 보장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며 다국적 기업에 유리한 중재가 일상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다국적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책적 보호막을 완전히 제거하고 이것도 모자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다국적 기업의 손을 들어줄 것이 뻔한 자본의 국제조직이 중재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협정의 적용대상과 관련한 것이다. GATT나 WTO가 협정내용을 협상에서 규정한 사항에만 제한적으로 적용시키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다자간 투자협정은 합의하지 않은 전 산업분야에 협정을 적용한다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새로이 생겨날 수 있는 모든 산업분야에 대해서도 이번 협정이 자동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국적 기업 활동의 현재 뿐 아니라 미래도 완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다자간 투자협정은 오랜 협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체결되지 못하고 있다. OECD는 90년대 초반부터 협상내용을 준비하여 95년 협상개시를 선언한 후 96년 말까지 협정안 확정, 97년 5월까지 국별유보협상 진행, 97년 5월에 발효라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금융, 지적재산권 등 일부 핵심쟁점에 대한 회원국간의 의견대립과 국별 유보리스트에 대한 협상지연 등으로 인해 금년 10월까지도 협상이 종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와 함께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사회운동세력들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이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도 협정이 체결되지 못하고 있는 외부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다자간 투자협정은 엄청난 파괴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태평양 저편에서 만들어져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태풍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태풍은 오래지 않아 우리에게 무서운 돌개바람과 해일을 동반하여 몰아칠 것이다. OECD에 가입해 있는 선진자본주의 국가 정부는 물론 다국적 기업 그리고 국제금융자본의 관철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전세계를 ‘완전한 시장’으로 만드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자본축적의 확대로 자국시장만으로는 재생산에 필요한 수준의 이윤을 창출할 수 없어서 전세계를 무대로 삼아 이윤획득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0년대에 연평균 600억 달러에 불과하던 해외직접투자가 95년에는 3,150억 달러로 15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러한 규모의 해외직접투자가 투자유치국의 국내문제로 인해 회수가 불가능해질 경우 투자자는 물론 투자국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세일즈맨’이나 ‘해결사’로 자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단기성 투기자본이다. 이들은 73년 변동환율제가 도입되어 환율변동폭이 커지자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전세계를 휘저으며 많은 나라에 외환위기를 일으키면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시켜오고 있다. 이러한 파괴력 때문에 금융자본에 대한 국제적 규제는 생산자본에 대한 규제보다 비교적 강했다. 그러나 80년대 경제위기시에 각국이 외자유치를 위해 자본이동의 자유화 및 탈규제정책을 경쟁적으로 펴기 시작했고 이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념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다자간 투자협정은 실물자본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신자유주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21세기의 국제경제 구조를 후진국에 대한 착취, 특히 후진국 노동자의 보다 철저한 착취로 규정할 만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에 대해 국내에서는 아직 유치한 수준의 대안만이 제출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자간 투자협정이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영향에 대한 분석이 대안제시의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수출입은행의 분석을 주 비판 대상으로 삼는다. 수출입은행, “OECD의 다자간투자협정(MAI), 협상안의 내용과 영향”, 인터넷 사이트 (http://www.koreaexim.go.kr./exim/eximdb/llis t/edito-970402.htm)


수출입은행은 다자간 투자협정이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전반에 미칠 영향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제조업 부문보다는 서비스업 부문, 특히 경쟁력이 약한 금융보험 부문이 정책적 보호막의 제거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금액과 투자비율 제한의 철폐, ‘외국인 투자 5개년 개방계획’에 따른 업종별 제한조치의 완화, 유치산업 보호를 위한 외국인투자 제한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외자도입법에 정의된 외국인 직접투자의 개념 확대, 토지담보를 요구하는 등의 국내 금융관행의 개선, 토지취득 제한 조치 완화,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 외국기업 참여 확대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영향분석에 이어 상투적인 외자유치의 ‘긍정적’ 효과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의 경제성장, 선진기술이전 등에 기여하게 되고 건전한 경쟁풍토를 조성하여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등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다자간 투자협정이 국내자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영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액이 투자유치액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MAI의 타결로 인해 경제블럭, 조세규제, 반덤핑 우회조사 등 선진국의 투자관련 장벽뿐만 아니라 개도국들인 OECD비회원국들이 MAI에 다수 참여할 경우 투자지분 제한, 기술이전 문제, 수출이행 의무, 진입규제 등 개도국의 해외투자 제한이 대폭 사라지게 됨으로써 우리나라의 해외투자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러한 영향분석에 이어 우리나라의 해외투자정책이 기본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적극유치하고 해외투자를 장려하는 기조를 취하고 있어 다자간 투자협정과 크게 상반되는 부분이 없으므로, 다자간 투자협정 참여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자간 투자협정의 규범화를 기정사실화하는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해 나갈 것인가라는 고민이다.
대안이란 주로 투자 자유화와 관련된 제도개선에 제한되어 있다: 더욱 좋은 외국인 투자 환경과 제도 마련,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완화폐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영위하는 사업, 국가안보와 관련된 산업 등 공공성이 큰 사업을 제외하고는 전면 자유화, 투자절차 및 사후관리제도의 간소화, 경쟁력이 취약한 금융, 법률, 의료, 방송 등 서비스산업 부문의 국제경쟁력 강화정책 및 제도를 정비하고 경쟁력이 약한 금융분야에 대해서는 협정 유보, 대외정책적 차원에서는 WTO차원의 포괄적 투자규범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여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수출입은행의 영향분석과 대안은 다음과 같은 단 한가지의 사실만으로도 전면 폐기될 수밖에 없는 허약한 것이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외자유치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소박한 믿음과는 달리 수출이행의무, 국산부품 사용의무, 국내재화용역 사용의무, 국제수지균형 유지의무, 수입제한 및 국내판매 제한의무, 기술이전의무, 제조공정 및 노하우 이전의무, 지역본부 유치의무 등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수출입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논리의 이론적 근거인 근대경제학의 외자유치 효과에 관한 이론이 더 이상 이론이지 않게 만든다.

이제 정부의 입장을 보자. 개발도상국들과 연대하여 협정체결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던 한국 정부가 최근 협정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아시아적 가치’ 논쟁에서 경제에 대한 사회․정치․문화적 개입을 거부하고 시장만능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서구식 ‘보편적 가치’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이를 위한 이념적 근거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자간 투자협정의 파괴력이 잠재적 상황을 넘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조제가 아니라, 보다 더 빨리 우리에게 몰아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고속도로를 닦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근 IMF와 관련하여 정권의 성격 규정에 있어,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하는 ‘종속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최근 민간의 부채를 정부의 부채(엄밀히 말하자면 국민의 부채)로 전환시켜 다국적 기업 및 국제금융자본에 대해 채무자 노릇을 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본질적인 것은 ‘국민정부’가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행하는 국내 노동정치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외자유치를 위해 국내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졸속으로 만들어진 기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노사관계의 안정을 통해 국내자본의 이윤창출 기회를 확대해 주고 이를 미끼로 외국자본을 들여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대단히 안정적으로 변했다. 임금삭감, 무분규 선언 등등 얼마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대가로 노동운동은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다. 엄청난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해야 함에도 말이다.

노동운동은 양자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1) 노동자의 삶과 운동의 파괴를 토대로 자본이 이윤창출 기회를 높여 자본, 정부와 함께 외국자본이 몰려오는 것을 기다리고, 국내자본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이 체결되기를 기다릴 것인가? 2) 자본과 정부에 대해 노동자로서의 자주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정책을 마련하며 이를 실천에 옮길 정치력을 길러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아 전세계 진보세력과 다국적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를 것인가?
물론 후자는 하루이틀에 이루어지기 어렵고 방향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미완의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은 IMF에 이어 거대한 파괴력을 가진 다자간 투자협정의 파고를 넘기 위해 노동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자본이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글로벌화는 필연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한/노/정/연

1998-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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