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만 수
부소장
정세초점
간악한 제국주의 침략전은 멈춰져야 한다
신유고 연방의 밀로세비치 정권에 의한 알바니아계 코소보인에
대한 이른바 ‘인종 청소’를 중지시키고 응징한다는, 허울좋은
‘인도주의적’ 미명하에 발칸 반도가 또다시 제국주의의 간악한
침략에 유린당하고 있다. 그리고, 유고의 수백만
노동자∙민중은 물론,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징발되고 있는 미국과 서유럽 나토(NATO) 국가들의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 청년들의 목숨이 살육전의 제물로 받쳐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인류의 머리 위에 지금 제3차 대전의 망령이
너울거리고 있다.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미국과 서유럽
전쟁관들∙제국주의자들의 위선적 선전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적어도 건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 나토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이 분명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코소보 사태를 보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의문은 이런 것들일 것이다.
과연 정말 밀로세비치 정권에 의한 '인종 청소’는 저질러진
것일까?
지난 3월 23일 미국과 나토군의 공격이 가해지기 전에 코소보에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배경과 경위 하에 전개되고 있었던 것일까?
미국과, 그와 (하위)동맹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해
대립 관계에 있는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코소보 혹은
발칸에서의 전쟁을 통해서 확보하고자 하는 직접적이고 또
장기적인 목표∙이권은 무엇인가?
미국과 나토의 유고 공격에 격분하여 ‘핵미사일의 탄두를
서유럽 나토국가들에 겨누고 있다’고도 하고, 흑해함대를
지중해로 보내 대항적 기동훈련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부르조아 대중매체가 천박하게 설명하는
것처럼, ‘유고슬라비아’는 ‘남(南)슬라브족의 국가’여서,
같은 슬라브족으로서의 ‘민족적 친연성(親緣性)’ 때문인가?
아니라면, 부르조아 매체가 그렇게 천박하게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1차 세계 대전의 방아쇠가 발칸반도에서 당겨진 것처럼 거기는
‘화약고’라는데, 만일 코소보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어떤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일까? 등등.
그런데 사실 우리는 위와 같은 의문에 더해서, 다음과 같은 것도
중요하게 물어봐야 한다.
불과 2~3년 전, 그리고 작년에도, 서유럽의 핵심 국가들인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등지에서 보수당 정권에 대신하여
사민당 계열의 정당들이 집권하게 되었을 때, 국내외의 수많은
진보적 학자∙인사들이 그토록 ‘좌파세상’을
떠들어댔는데, “아~! 오늘날 바로 그 좌파정권들이 제국주의적
침략의 중추를 이루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가?
확증없는 주장이자 선전으로서의 의도적인 ‘인종 청소’
정세로서의 ‘코소보 사태’를 분석해야 할 사람의 최소한의
책무로서 나는 그와 관련한 그간의 국내외 보도들을
검토하였는데, 이른바 ‘인종 청소’와 관련하여 거기에서 얻은
나의 판단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미국과 서유럽
제국주의자들∙전쟁광들이 유고 침공의 빌미로 삼은 것, 곧
밀로세비치 정권이나 세르비아 군∙경찰에 의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인종 청소’는 전혀 확증이 없는
주장이자 선전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유고 군인 등에
의해서 ‘인종 청소’가 행해졌고, 또한 행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무성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확증할 사진 한 장
확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굉장히 길긴 하지만)
미국의 한 노동자 신문을 그대로 인용하기로 하자.
4월 8일에 독일 민주사회당(Party of Democratic Socialism)의
대변인인 유르겐 렌츠(Jurgen Reents)는 보다 더 폭로적인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사당은 현재 독일의 연립정권에 참가하고
있는 녹색당 못지 않게 (지난 선거에서) 표를 받았으며,
유고슬라비아에서의 나토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 보고서는, “엄격하게 비밀을 요구하는 독일정부의 고위
관료”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렌츠는 말했다. 그 보고서는 한
카토릭 사제를 통해서 나왔는데, 그 사제는 그 제공자의 신원을
비밀에 부치면서도 그가 진짜(독일정부의 고위관료)임을
확인하였다. 나토와 미국, 영국 그리고 독일의 최고 관리들은
“발칸 전쟁의 거의 모든 사실과 관련하여 대중에게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그 보고서는 단언한다. 코소보 인민에
대한 어떤 대량의 학살이나 군대를 동원한 가정으로부터의
추방에 관한 어떤 사진도 없다고 그것은 말한다.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사진이 없는 것이다.
나토는 필사적으로 그러한 사진을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고 그 보고서는 단언한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이러한 사건들을 보여주는 (연출된 사진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진이나 비디오테이프를 제시하는
사람에게는 미화 2,000달러를 주겠다고 나토는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의 난민 수용소에 광고하였으나, 여태껏 어떤 사진도
제시되지 않았다.
나토가 의식적으로 난민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독일정부는
알고 있다고 그 보고서는 말한다. 예를 들면, 나토는 코소보
지역의 거의 모든 상수원(nearly every fresh-water facility in
Kosobo)을 폭격의 목표물로 삼아 파괴하였다고, 그 보고서는
말한다. (이상, Gary Wilson, "WHO'S THE KLA? German document
reveals secret CIA role," in Workers World, 99. 4. 29.)
위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될 경우,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러한 증거를 알지 못한다.
오히려, ꡔ뉴욕타임즈ꡕ 및
ꡔ워싱턴포스트ꡕ 지의 협찬을 받아 파리에서
발간되고 있는 부르조아 영자신문인 ꡔ인터내셔날 헤랄드
트리뷴ꡕ은, ‘코소보 사태’가 거기서의 전쟁을 필요로
하는 미국 및 그 동맹국들에 의해서 오래 전부터 공작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암시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역시 길지만
최대한 인용해보기로 하자.
유럽의 화약고로서의 코소보의 이미지는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의 일이다. …
… 부시 대통령 말기에, 베이커 국무장관의 후임자였던 로렌스
이글버거는 베오그라드에 한 통의 비밀 전문을 보냈는데, 미국의
대리대사로 하여금 그것을 미로세비치에게 -- 말 그대로,
거추장한 절처없이 얼굴을 맞대고 -- 읽어주라는 지시가 딸린
것이었다. 이전에 널리 언급은 되었으나 인용된 적은 없는,
1992년 12월 24일자 그 전문의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르비아의 행동에 의해서 코소보에서 갈등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코소보 및 세르비아 본토의 세르비아 인들에 대항하여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를 할 것이다.” 이 단 한 문장이 지난
6년간, ‘세르비아에 의한 불확정한 행동의 고양을 저지하기
위한, 극히 불확정한 위협’이라는 미국 정책의 기초가 되어
왔다.
클린턴 집권 첫 해에, 1993년 2월 및 7월 두 번에 걸쳐서
국무장관 워렌 크리스토퍼는 그 경고를 다시 밀로세비치에게
명확히 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러나 그 경고는 깊이 새겨지지
않았다. 1998년 2월 26일에 드레니카 부근을 시작으로
밀로세비치가 코소보에서 첫 번째 심각한 공세를 가할 즈음에는
이미 두 가지 사정이 변해 있었다. 첫째로는, 코소보
해방군(KLA)이라는 게릴라 세력의 성장이 그것인데, 그들은
세르비아 군대나 내무부 경찰과 전투를 벌였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총질을 하여, 세르비아의 우편배달부나 기타
(유고의 수도인) 베오그라드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죽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 수년 사이에 보스니아 협정이
맺어지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서 유럽의 지상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게 되었다. (이상, Barton Gellman , “The Path to Crisis: How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Went to War -- The Battle for Kosovo / A Defining
Atrocity Set Wheels in Motion”, in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99. 4. 19.)
위 기사는 ‘코소보 사태’가 최소한 1992년 말이나 그
이전부터의 어떤 시나리오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암시하기에
충분하고, 특히 이른바 ‘코소보 해방군(KLA)’의 활동이 얼마나
도발전인 것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위 부르조아 신문의 기사
내용(이 기사의 작성자는, ꡔ워싱턴포스트ꡕ 지
기자이다)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만에 하나 ‘인도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이나 나토의 주장이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라면,
미국이나 나토는 밀로세비치의 세르비아 군경만이 아니라 이른바
‘코소보 해방군’도 ‘인도주의적’ 이유에서 응징하겠다고
나섰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과연 문제의
‘코소보 해방군’의 정체가 무엇이고, 그 자금은 어떻게
조달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앞에서 인용했던 미국의 한 노동자
신문은 이렇게 쓰고 있다.
과거에 많은 보도들이 코소보 해방군(KLA)과 연루된 은밀한
세력들에 관해서 언급해 왔다. 예를 들면, PBS 방송은 1998년
7월 15일 뉴스시간에, 미국의 베트남 참전 제대군인들이
알바니아에서 KLA 용병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KLA에 대한 자금 공급은 그 동안 그늘에 가려져 왔는데, 그 중
많은 부분이 마약 판매를 통해서 조달되고 있다.
유럽의 거의 모든 신문들이 KLA와 유럽에서의 불법적 마약거래
간의 명확한 관련을 보도해왔다. 오직 미국의 (그리고 역시,
한국의 : 인용자) 대중매체들만이 이러한 사실들을 무시해
왔다.
하지만, 유럽의 대중매체들은 은밀한 작전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불법적 마약 거래 역사를
언급하지 않는다. 베트남 전쟁 때의 동남아시아에서의
비밀작전에서부터 니카라과에 적대하는 콘트라 반군에 대한 전비
조달까지, 이러한 사실들은 잘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 대중매체들은 제국주의의 군사 및 스파이 당국들과 KLA
간에 유착관계를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장관 윌리엄 코헨
및 고위 장성인 헨리 쉘턴이 미국의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의 목표는 KLA의 승리에 있다고 지난주에 말하고 있는
데에 비추어, 이는 의미심장하다. (이상, Gary Wilson, 앞의
글.)
이러한 보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은 이른바 ‘인도주의적인
문제’로서의 코소보 사태가 사실은 외부 세력에 의해서, 어떤
사악한 목적 하에 의도적으로, 그리고 아주 치밀하게 도발되고
있고, 조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사는 이 외에도, KLA와
영국의 특수부대나 캐나다의 특수부대와의 은밀한 관계, KLA가
사실은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기보다
외부의 용병이 주를 이룬다고 하는 사실, 유고 침공에서 그들이
미군 및 나토 군을 위해서 수행하는 역할 등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그것들을 일일이
인용∙소개할 여유는 없다.
미국이나 나토의 이른바 ‘인도주의적 개입’ 주장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도, 새삼스럽지만,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즉, 미국이나 나토를 구성하고 있는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근대 수백 년 사이에 세계 도처에서 저지른 결코
‘인도주의적’이지 않은 제국주의적 침략이나 약탈, 기타의
잔악상들은 제쳐두더라도, 최근 수십 년간에만도 그들은
반인도주의적 잔악행위의 주체였거나 배후조정자였고,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 말이다. 코소보와 유고에 대한 공습에서도 미군과
나토군은 결코 군사적 목표물이 아닌 민간 공장이나 도시
거주지역 등을 폭격하고 있고, 심지어는 피난민의 행렬과
병원에까지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말이다.
미국(의 독점자본)이 주체이거나 배후조정자인 중남미에서의
사태들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이, 예컨대, 1백만 명 내외를 족히
학살한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배후이며, 그 학살을 딛고
집권한 수하르토 정권의 후견인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비밀해제된 미국측의 자료에 근거한 최근의 국내
보도에 의하더라도, 한국에서도 예컨대 제주도 4.3학살의 배후에
미국이 있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세계
도처에서 이와 유사한 예들은 무수히 많으나, 지면이나 기타의
사정으로 여기서 일일이 명시할 수 없을 뿐이다. 국내에서도,
토착 원주민의 대량 학살자였고, 흑인 노예 상인이자
착취자였고, 지금도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의 경우는 더욱 악명 높은 제국주의
정복국가이고 노예상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아일랜드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자이다. 아프리카에서의 식민지 전쟁으로
피에 젖은 손을 가진 프랑스(의 독점자본)나 잔악한 나치즘의
역사로 악명 높은 독일(의 독점자본)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을 요하지 않는다. 언급할 필요가 있다면, 이들 국가가, 그
중에서도 미국이야 아예 말할 나위도 없고, 특히 독일이
나치즘과 제2차대전의 도발자로서의 죄의식을 청산하면서 서둘러
군국주의화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코소보사태 및 발칸문제의 본질:
검은 황금 석유자원의 지배를 둘러싼 이권대립
미국과 나토의 유고 침공에 걸려 있는 이해관계는 무엇일까?
부르조아 언론은 대개 이 지역이 ‘화약고’인 이유로서 그 민족
구성이나 종교∙문화 구성의 역사적 복잡성을 든다. 이른바
‘민족갈등’이니 ‘종교적 갈등’이니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의 민족∙종교∙문화적 구성은
복잡하다. 그리고 그 복잡성은 짧게 잡아도 1,500년 이상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고전고대 시대에는 이 지역이
그리스∙로마라는 ‘문명인’과 야만인으로서의 바바리안
혹은 이민족을 가르는 선상에 놓여 있었다. 4∙5세기에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하고, 또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동∙서를 가르는 선상에 놓여 있으면서, 또 민족이동이
잦은 지역이었다. 이후에도 로만 카톨릭과 그리스정교, 기독교와
이슬람교, 카톨릭과 개신교, 서유럽의 세력과 동방의 슬라브
세력이나 하다 못해 징키스칸의 몽고 세력 등이 부딪히는 선상에
놓여 있는 지역이었다. 한마디로, 역사상 유럽을
‘라인-다뉴브’의 선을 따라서 남북으로 구분하든,
‘엘베-에게해’의 선을 따라서 동서로 구분하든, 이 발칸
지역은 그 선이 지나고 만나는 점이었다. 따라서 그
민족∙문화∙종교 구성이 다양하고 복잡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러한 다양성과 복잡성이 곧바로 ‘적대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내부의 세력이든,
아니면 외부의 세력이든, 누군가 어떤 목적의식 하에 그
다양성∙복잡성을 이용하여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조직하지 않는 한, 그것은 서로 섞여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분쟁과 전쟁이 ‘이어져
온’ 곳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 분쟁과 전쟁의 기간보다 더
많은 기간, 비록 그러한 분쟁과 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한
채일지는 몰라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왔다. 제2차 대전
이후만 해도, 예컨대 티토 등의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40년 이상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쏘련 및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를 계기로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이른바
‘민족주의’와 민족갈등이 고양되어 왔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정화∙대립의 격화에는, 앞에서 잠시 본 것처럼, 필시
외부의 제국주의적 책동이 작용하고 있다.
왜, 무엇을 노리고일까?
미국과 서유럽의 제국주의가 노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자원과 특히 카스피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이다. “석유만을 보더라도 이 지역에는 2,000억 배럴
이상이 매장되어 있고, 그 가치는 2조 내지 4조 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인민의 목숨을 걸고
투쟁하기에 충분한 목적물이다.” (이상, Progressive Labor
Party, Challenge, Vol. 35, No. 33, April 14, 1999.)
그리고, “땅속과 바다 밑에 묻혀 있는 석유말고도, 그것들을
정제하고 수송하는 데에도 이 발칸 지역은 중요하다. 누가
송유관을 지배할 것인가? 그것들이 미국의 경쟁자인 이란이나
러시아를 관통해 흐를 것인가? 혹은 미국의 동맹자인 터키를
관통해 흐를 것인가? 그것들이 미국의 자본에 의해서 소유될
것인가? 러시아에 의해서 소유될 것인가? 이 석유 가운데 어느
만큼이 중국의 지배 하에 동쪽으로 흐를 것인가? 누가 이 기름진
파이의 가작 큰 몫을 차지할 것인가?”
“어떤 일이 있어도 육지를 통해서 유럽에 도달하는 석유는 이
발칸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유럽의 수요의 4분의 1을 공급할 수
있는 송유관이 지금 러시아와 불가리아, 그리고 그리스의
회사들에 의해서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와 다른 석유회사들이
엑손-모빌(Exxon-Mobil)과 그 동료들을 제치고 유럽의 주요
석유공급자로 등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유고슬라비아를
폭격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에 성공한다면, 러시아가 다시
급격히 지배적인 제국주의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기타 나토 국가들의 경우, 그들이 중동에서의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미국과 더불어 유고 침공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그것, 즉 러시아나 밀로세비치의 움직임이, 영국 등의
브리티시-더치 쉘(British-Dutch Shell)에뿐만 아니라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앤엘프(Total and Elf)의 이권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 Challenge, 같은 곳.)
이렇게 ‘인도주의’가 아니라 석유 자원을 둘러싼 이권이
‘개입’과 침공의 목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러나 미국 및
서유럽 제국주의 추종의 자본의 언론은 그것을 폭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왜 미국 등 나토의 유고 침공에 대해서 예컨대
러시아가 그토록 분노하면서 대결적 자세를 취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천박하고 내용 없는,
혹은 단순히 현상을 서술하는 ‘슬라브 동족론’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검은 황금’ 석유 자원의 지배를 둘러싼
이권 대립이 ‘코소보 사태’ 및 기타 발칸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에, ‘코소보 사태’, 정확하게는 미국 및 서유럽
제국주의의 유고 침공과 그에 대항적인 러시아 등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제국주의 전면전쟁으로서의 제3차
세계대전의 그림자를 보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발칸의 모든 나라들이 사실상 제국주의의 위협 하에 놓여
있고, 그 위협은 잠재적으로는 그리스 및 터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널리 중동 지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코소보 지역은, 그 자체가 풍부하게 안고 있는 구리, 납,
몰리브덴 같은 지하 광물자원과 더불어, 카스피해 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을 지배하고, 또한 또 하나의 주요한 산유
지역인 중동에 영향력을 확보∙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하여, 미국 등은 ‘코소보 사태’를 빙자하여 이 지역을
자신에게 지배∙종속시키기 위해서 나섰는데, 유고 연방의
밀로세비치가 그것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전재의 직접적 구실이
되었던 미국과 나토의 유고에 대한 ‘최후통첩’, 혹은
‘평화안’은 사실은 ‘수용 불가능’, 따라서 전쟁 도발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나 진배없었다.
여기에서 그 내용을 일일이 소개할 여유는 없으나, 지금 유고
연방의 한 주(province)인 코소보에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미명하에 그 지역에서 사실상 유고의 주권을 배제하고 그 곳을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 군대(OSCE/EU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of the European Union])하에 두려는
것이었다.(Richard Becker, “A 'peace' agreement designed to
start a war”, in Workers World, 99. 4. 22. 참조.)
정권 담당자로서의 밀로세비치뿐만 아니라 유고 국민이 이러한
성격의 ‘평화협정안’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밀로세비치가, “지금 나라 전체의 자유가 걸려 있는
것이고, 코소보는 단지 외국 군대가 들어와서 우리의 자유를
훔치게 되는 입구일 뿐이다”며, 나토가 원하는 것은
유고슬라비아 전체에 대한 점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극히
타당한 관점이다. 또한 ꡔ뉴욕타임즈ꡕ 기자가
인터뷰한 유고의 한 시민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즉, “세르비안
인이라면 누구나 그 협정안에 서명하여 우리 군대와 경찰을
철수하고 외국군이 코소보에 들어가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따위 주권이 어디에 있는가?”
또 다른 시민은, 세르비안 인이라면 자신들의 땅에 외국군대를
받아들이고 코소보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는 것이 얼마나 있을
수 없는 일인가를 서방은 오산하고 있다며, 이렇게도 말한다.
“단지 말뿐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세르비아 인들에게
있어서 코소보가 무언가 특별한 것이라는 정말 사실이다. 그리고
누군가 코소보를 포기하는 서명을 한다면, 그에게뿐만 아니라 그
자식들에게까지 영원히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다는 것도
사실이다.”
밀로세비치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밀로세비치는 아마 미국과 나토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코소보를 (대결의 결과 강제에 의해서)
빼앗길 것이다.” “그것을 빼앗기면 우리는 비록 지금부터
100년 후에라도 그것을 다시 점령할 권리를 유지하지만, 만일
그것을 포기하면 영원히 잃는 것이다.”(이상, Steven Erlanger
, “Serbs Brace for Violence -- On
the Street, a Sense of Disbelief and Isolation”, in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March 25, 1999.)
나치의 침공에 대항하여 게릴라 투쟁을 통해 자력으로 해방을
쟁취한 경력은 물론 이들 유고 인들의 이러한 강고한 의지에
비추어, 유고슬라비아를 자신들의 지배에 종속시키려는 미국과
서유럽의 제국주의자∙전쟁광들이 얼마나 무모한 도박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엿보게 하는 정황이다.
(이외에, 코소보 그리고 발칸반도를 둘러싸고 나토 회원국 간,
즉 제국주의 국가 상호간에도 당연히 결코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는 이해의 충돌이 현실적∙잠재적으로 존재하나, 그에
대한 논의는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코소보사태에서 확인되는 현대사회민주주의의 계급적 성격
다음으로, ‘코소보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현대 ‘사회민주주의’의 계급적 성격이다. 나는 누차에
걸쳐서 서유럽 사민당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민주의 정당이란
‘노동자계급을 정치적 포로로 잡고 있는 독점자본의
정치부대’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코소보 사태’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들 정권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은 이를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따라서, ‘진보정당’을 추진한다며, 뒤늦게 서유럽 사민주의
추종을 노골화하고 있는 우리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내부의
커다란 흐름에 대해서 철저한 비판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적해야 하는 것은, 코소보 등의 침공이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옛 사회주의권의 노동자∙민중과의 관련에서 갖는
의미이다.
역사의식이 투철하지 못하고, 역사의 경험도 해석할 줄 모르며,
또 실제로 그리고 객관적으로는 더 없는 반공주의자이면서도
주관적으로는 자신들이 맑스주의자 혹은 코뮨주의자라고
착각하고 그렇게 자처하는, 대개는 관념적 종파주의자들인 많은
지식인들이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절대화하고 있을 때,
서유럽 사민당을 포함한 독점자본의 정치부대는 언제나 러시아와
동유럽에서의 사회주의의 부활과 그 확산을 경계하고 두려워 해
왔다.
실제로, 수 차례의 왕정복고를 겪는 등의 반동을 겪은 프랑스
혁명의 경우, 그러한 거듭된 반동과 반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부활하고 확산되어 오늘날 누구도 ‘프랑스 혁명’의 실패나
부르조아 사회의 반동적 붕괴를 논하는 사람은 없다. 러시아나
동유럽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좌절도 당연히 그러한 성격의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독점 부르조아지 정치부대는, 겉으로
드러내는 ‘역사의 종언’, ‘민주주의(=자본주의)의 영원한
승리’라는 큰소리와는 달리, 내심 그 혁명의 부활과 확산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과 나토는 한편에서는 이들 동유럽 국가의 부패한
지배자들을 회유∙매수하여 나토를 확대시키는 한편,
뿌리깊은 이해의 대립으로 회유∙매수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발칸반도에서의 여러 작전처럼 군사력으로 굴복시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코소보 사태’, 유고에 대한 침공은
직접적으로는 유고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유린임과
동시에, 주요하게는 여러 정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특히
러시아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위협이자 모욕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소보 사태’, 유고에 대한 미국과 서유럽 등의
침공은 당연히 최근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 즉 공황과의 관련에서도 주요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실제로 침공을 주도하고 서두르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금
현상적으로는 호황의 극에 있으나, 그것의 붕괴가 사실 임박해
있다는 사실은 독점자본 스스로가 내심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군수 독점자본의 경우, 쏘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에 따른 냉전의 ‘해체’로 심각한
판로 애로에 부딪쳐 온 지 오래다. 유고 침공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경제적 기초가 주요한 추동력으로 작용했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확전에서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그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