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진보넷 블로거
책에 대한 평(=서평)을 쓸 정도는 안되고, 말 그대로 '독후감',
읽은 후의 감상이다.
#1. 친절하다.
추천의 글부터 본문까지 '-습니다'로 끝나는 말투때문에
친절하다는 건 아니고, (오히려 내 취향엔 그닥..) 길지 않은 글
한토막마다 부드럽고 쉽게 글을 시작하고, 중간중간 적절한
주석과 부연설명으로 글읽기가 한결 수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뒤에는 찾아 볼거리를 정리해 두어서, 인터넷상에 링크해 둔
것처럼 이어이어 구경해 나갈 수 있었다.
#2. 잘 익었다.
번역서의 반 이상이 어색한 번역으로 읽기가 껄끄럽고, 한국인
저자가 쓴 글 중에도 지가 뭔 말을 쓴 건지 제대로 소화 못시켜
독자를 짜증나게 하는 글이 태반이다. 이 두 가지를 피해 아주
잘 익은 글을 만나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인데, 이 책에 담겨진
글들이 대체로 그렇게 잘 익어 풍부해진 글이었다. 특히 후반부
정보통신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부분은 마치 좋은 술자리에서
경험 많은 선배에게 지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단순한
자료의 나열이 아닌, 경험한 사람만이 정리할 수 있는 핵심
요약정리인 듯. ^^
#3. 종횡무진이다.
저자의 시선은 종횡무진, 시대와 장소를 오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 낸다. SF에서 예술가, 종교,
역사 등등등. (내게는 SF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웠다) 거기에
4부의 인터넷광장까지 덧붙여지며, 거한 종횡무진은 조금 다른
분위기로 착 현실에 와 닿는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종횡무진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1-3부와 4부 사이의 간극이
있어서라기보다는 4부 이야기를 좀 더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또한 글은 때론 '우리' '활동가'에게 말을 하다,
때론 '이 이야기를 모르는 여러분'으로 다소 오락가락하곤 한다.
한 글 안에서의 오락가락이 아니라 책 전체를 봤을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4. 쭉 이어지겠지
네오님이 블로그를 통해 올리는 글 또한 책 못지않게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열독중이지만,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오니 좀 색다른 기분이다. 참세상 연재칼럼 중에서도 글의
양이나 질 면에서 '책'이 되어 마땅한 것들이 있고, 그런 시도가
'잠자고 있는' 좋은 글들을 다시 깨우는 일일 수도 있다. (좋은
칼럼 있음 소개시켜주~~) 네오님의 글도 책도 쭉~~
이어지리라 믿으며, 좋은 책에 다시 하번 땡큐very캄사! (2006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