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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법학에서 '해석론상의 쟁점'과 '입법론상의 쟁점'

현장에서 미래를  제1호
임종률


한국 노동법학에서 ‘해석론상의 쟁점’과 ‘입법론상의 쟁점’


임 종 률 (성균관대 법대 교수)


   이 글은 1995년 6월 28일~29일 양일간에 걸쳐 개최되었던 ‘광복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임종률 교수가 발표한 ?한국 노동법학 50년 - 그 성과와 과제? 중에서 Ⅲ장과 Ⅳ장을 수정없이 실은 것이다.

   이 글의 게재를 허락해 주신 임종률 교수께 감사드린다.



1. 해석론상의 쟁점


노동법학자들의 주된 관심분야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또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에서는 특히 최근에 심각한 해석론상의 쟁점으로 되어 있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1) 협약체결에 대한 인준투표제


일부 노동조합이 최근에 조합규약이나 단체협약의 규정에 근거하여 조합원의 인준투표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러한 인준투표조항의 적법 여부 및 구속력 유무가 문제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몇 가지 상이한 해석론이 대립되고 있다.

제1설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노동조합의 수권(위임이나 인준)에 의하여 비로소 협약체결권을 가지기 때문에 인준투표조항은 적법하고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는 견해이다. 노동조합법 33조에서 규정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교섭권에는 협약체결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노동조합의 수임자도 당연히 협약체결권을 갖는다는 모순에 빠진다고 주장한다.(김치선, 박상필, 이병태 등; 또 하급심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

제2설은 노동조합 대표자는 당연히 협약체결권을 가지며 인준투표 조항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이러한 협약체결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며 구속력이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노동조합법 33조에서 규정한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교섭권한에는 협약체결권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된다든가, 노동조합도 단체(사단)의 일종으로서 협약체결권은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의 대표자가 갖는 대표권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든가, 인준투표 조항은 등기하지 않은 이상 사용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든가 하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이종복, 김형배 등; 또 대법원판례1)의 입장이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제3설이 주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당연히 협약체결권을 가지지만 그 권한행사를 제한하는 인준투표조항도 적법하고 원칙적으로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자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33조의 교섭권한에 협약체결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 단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경우도 대표자의 대표권에 협약체결권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며, 인준투표제가 존재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그 사실을 즉시 알게 되므로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임종률, 이광택).


2) 경영․인사문제와 의무적 교섭사항


최근에 일부 노동조합이 경영문제(기업의 합병․양도․축소, 업무의 자동화·외주화, 사업장의 이전, 경영진의 임면 등) 또는 인사문제(전직, 해고, 징계 등)를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명시하자든가 이러한 사항의 시행에 관하여 사전에 노동조합과 합의하기로 하자는 등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경영·인사에 관한 문제가 단체교섭의 대상인지 여부 내지 의무적 교섭사항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되어 왔다.

부정설은 경영·인사에 관한 사항은 사용자의 경영권 내지 경영전권에 속하고 근로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박상필, 정기남 등).

제한적 긍정설은 경영·인사에 관한 사항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거나(김치선, 심태식, 김유성, 이광택 등) 의무적 교섭사항이 된다(김형배, 임종률). 경영·인사문제가 경영권에 속한다고 하여 당연히 의무적 교섭사항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단체교섭을 강제당하지 않는 일군의 사항을 결과적으로 ‘경영전권사항’으로 부르는 것은 무방하지만, 법률상으로는 ‘경영권’이라는 단체교섭을 면하기 위한 특별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 인사문제는 경영문제와 달리 그 자체가 근로조건이므로 당연히 의무적 교섭사항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임종률).

한편, 행정해석은 경영·인사에 관한 사항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경영·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하면서, 예컨대 경영 및 인사문제를 노사합의(단순한 협의가 아니라)에 맡기자는 요구는 경영·인사권의 근본적 제한으로서 단체교섭의 대상 내지 의무적 교섭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심지어 사용자가 임의로 교섭에 응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으로 된 것을 위법하다고 보아 그 취소를 명하기도 한다.2) 이 견해는 외형상으로는 제한적 긍정설을 취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처음부터 단체교섭을 면하기 위한 경영권을 주장하는 것이어서 부정설의 변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형배 교수가 오랫동안 부정설을 취하다가 최근에 경영·인사문제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의무적 교섭사항이 된다고 밝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였다. 이로써 제한적 긍정설이 통설로 된 셈이다. 판례도 경영·인사에 관한 사항이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행정해석은 여전히 부정설 내지 그 변형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권리분쟁과 노동쟁의


단체협약의 체결을 둘러싼 이익분쟁이 노동쟁의에 포함된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기존의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해석·적용·이행을 둘러싼 권리분쟁이 노동쟁의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권리분쟁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 쟁의행위의 목적사항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도 직결되어 있다.

부정설은, 권리분쟁은 민사소송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 등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단체교섭의 대상이나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한다(김형배 등). 이에 대하여 긍정설은 권리분쟁이 민사소송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의 대상이 된다 하여 단체교섭 등에 의한 해결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또 현행법상 노동쟁의를 이익분쟁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권리분쟁도 노동쟁의에 포함된다고 본다(임종률 등).

판례는 현행법상의 노동쟁의에는 개별적 노동관계에 관한 분쟁과 집단적 노동관계에 관한 분쟁이 포함되고 또 이익분쟁과 권리분쟁도 모두 포함된다고 본다.3)  그러나 행정해석은 여전히 부정설을 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도 부당노동행위의 중지, 체불임금의 청산, 단체협약의 이행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하려는 경우에 부정설에 입각하여 노동쟁의 신고를 반려하고 조정을 거절하고 있다.


4) 준법투쟁과 쟁의행위


노동쟁의조정법 3조는 근로자측 쟁의행위의 개념을 파업·태업 등 근로자단체가 주장 관철을 위하여 업무의 정상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냉각기간 등 쟁의제한법규는 이러한 의미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그런데 안전법규의 철저한 준수, 연장근로의 거부, 일제휴가 등의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제1설은 준법투쟁이 파업이나 태업처럼 상대방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준법투쟁은 언제나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 쟁의행위의 정의규정에서 말하는 정상업무의 저해란 근로자들이 사실상 행하여온 업무를 중단하거나 게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박상필, 김형배 등).

제2설은 파업이나 태업이 노무제공의무의 불이행으로서 시민법상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 행위이지만 노동법의 수정기능에 의하여 비로소 정당화되는데 비하여 준법투쟁은 근로자 개개인이 그 권리·의무를 실행하는 것으로서 시민법상으로도 적법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쟁의행위가 아닌 준법투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쟁의행위의 정의규정에서 말하는 정상업무의 저해란 근로자들이 적법하게 행하여 온 업무를 중단하거나 게을리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임종률, 이병태 등).

대법원은 한때 법률정상설을 명백히 취하면서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위법한 연장근로를 거부하도록 한 행위가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4)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사실정상설로 선회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근로자들이 관행상 행하여온 연장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한 것은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또 휴일근로거부나 일제휴가(연차휴가이든 월차휴가이든)도 모두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5)


5) 비조합적 파업의 정당성


노동조합이 주도하거나 승인하지 않는 쟁의행위, 특히 조합원의 일부가 노동조합과 별도로 단결체를 구성하여 행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되어 왔다.

위법설은, 쟁의행위는 단체협약의 체결 내지 단체교섭을 위해서만 허용된다고 전제하면서 일시적 단결체(쟁의단)는 단체교섭의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가 주도하는 비조합적 파업은 위법하다고 한다(김형배, 박상필 등).

대법원도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하여는, 첫째로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 즉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둘째로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거쳐야 하고, 넷째로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룰 것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 사건 철도노조 조합원 일부가 노조와 별도로 조직한 단체는 단체교섭권을 가지지 않았으므로 그 단체가 주도한 쟁의행위는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6)

정당설은, 비조합적 파업의 주체도 단체교섭권을 가지므로 비조합적 파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파업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한다(심태식, 신인령, 임종률 등). 단체교섭권은 근로자 개인에게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노동조합을 통하여 행사할 수도 있고 쟁의단을 통하여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쟁의단에 대하여도 단체교섭의 자격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법외조합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자주적 단결체인 경우(헌법상의 조합)에는 단체교섭권을 가지므로, 비조합적 파업의 주체가 계속적 단결체라면 바로 헌법상의 조합으로서 단체교섭권을 가진다(사용자의 교섭거부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도 한다.


  6) 파업참가자와 임금삭감


파업참가기간에 대하여 무노동·무임금의 원칙(또는 파업의 정지적 효과)에 의하여 응분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삭감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임금이분설은, 임금은 그때그때의 현실적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부분(교환적 임금)과 노무제공과는 무관하게 종업원으로서의 지위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부분(보장적 임금)으로 나누어진다고 전제하면서, 파업참가자에 대하여는 교환적 임금만 삭감할 수 있다고 한다(김유성, 이광택 등).

임금일체설은, 임금은 모두 근로의 대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파업참가기간에 대하여 어떤 명목의 임금이든 삭감할 수 있다고 한다(하경효 등).

계약해석설은, 파업기간에 대한 임금의 삭감범위는 당사자간의 계약 내용 여하에 달려 있고 계약내용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계약의 해석에 의하여 이를 밝혀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의 규정이나 종래의 관행상 문제의 임금항목에 대하여 일반적인 결근·지각·조퇴의 경우에 임금을 삭감하도록 되어 있었는지를 여부에 따라 당해 임금을 파업기간에 대하여 삭감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박원석, 임종률 등). 대법원도 이 입장에서 정근수당이 결근자에게도 전액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파업기간에 삭감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7)


7) 판례상의 쟁점


판례 중에는 특정의 학설을 지지한 경우도 있지만 관련당사자의 문제제기로 사후에 학자들의 평석 내지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노동판례가 양적으로 매우 드물었고 학자들의 주목도 받지 못하였다.

70년대 중반부터 학자들의 주목할 만한 판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8)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않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무효라고 본 것,9) 전력회사 위탁수금원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것,10) 위법한 연장근로의 집단적 거부를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11) 경력사칭을 정당한 징계해고사유로 본 것12) 등이 특히 그러하다.

1987년 이후에는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될 만한 것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이미 언급하였거나 뒤에서 언급할 판례를 제외하더라도, 정리해고의 요건을 네 가지로 밝힌 것,13)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넓게 해석한 것,14) 집단적 동의 없이 불이익변경된 취업규칙도 변경후의 입사자에게는 유효라고 본 것,15) 휴가근로에 대하여 가산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16)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의 쟁의참가를 제삼자개입이 아니라고 본 것,17) 노동조합 설립신고시 소속 연합단체 명칭의 기재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본 것,18)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지급을 조합이 쟁취한 때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19) 미확정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불이행에 대한 벌칙규정을 헌법위반으로 본 것20) 등이 그러하다.


8) 기타 사항


지금까지 언급한 것(판례상의 쟁점 포함) 이외에,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범위 문제, 노동조합의 통제권 문제, 직장폐쇄에 있어서 정당성의 요건, 파업 불참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 불이익취급에 있어서 조합활동의 정당성 문제, 영업양도에 있어서 근로관계의 승계문제,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과 효력의 문제, 위험작업에 있어서 근로자의 책임제한의 문제, 외국인 근로자와 노동법 적용문제 등도 해석론상의 중요한 관심분야로 되어 왔다.



2. 입법론상의 쟁점


1953년에 노동조합법 등 4개 법령이 제정된 이후, 노동관계법령은 여러 차례 개정·제정되어왔다. 1953년과 1987~89년을 제외한 노동입법의 특징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입법내용상의 특징으로서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은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를 이유로 점점 더 억제되면서 협력적 노사관계의 구축이 점차 강요되는 한편, 최저근로조건의 강행을 통한 개별근로자의 보호는 점차 강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둘째는 입법절차상의 특징으로서 한결같이 비정상적인 입법기관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87년 정상적인 입법기관에서의 대폭적인 개정에도 불구하고 실정노동법의 파행성은 잔존되어 있다.

1987년 6·29 민주화조치와 더불어 노사 쌍방으로부터 현행법의 개정요구가 제기되었다. 많은 논란 끝에 1989년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근로기준법의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대통령이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의 개정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 후 산업구조의 조정, 생산성 향상의 정체와 대외경쟁력의 약화라는 경제적 상황과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가입에 따라 노동법 개정의 요구가 다시 제기되었다. 정부는 1992년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정안을 작성하여 9월 국회에 상정·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하고, 노동부장관 자문기관으로 ‘노동법개정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켜 개정안의 작성을 연구하도록 하였으나 아직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21)

한편, 국제노동기구가 교원노조, 복수노조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정부에 관련법의 개정을 권고하여 왔고, 국제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이른바 블루라운드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또 안으로는 후술과 같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1995년 말까지 개정해야 할 규정도 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노동법학의 관심방향이 해석론에 못지않게 입법론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사정일지도 모른다. 이하 입법론상의 최근 쟁점을 살펴 보기로 한다.


1) 복수노조


노동조합법 3조 단서 5호에 의하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정상운영을 저해할 목적을 가진 노동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로써 한국노총을 정점으로 하여 편제화된 기존 노동조합은 유일 합법노조로서 보호를 받는가 하면, 기존 노동조합에 실망하여 참신한 노동운동을 펼치려는 제2노조는 법외조합으로 되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최근에 한국노총에 편입되지 않은 산업별 연합단체가 일부 법내조합으로 진입하였으나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한 것이었고 지금도 상당부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규정을 둘러싸고 오래 전부터 폐지론과 존치론이 대립되어 왔고, 최근에는 절충론도 주장되고 있다. 존치론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면, 노동조합이 불필요하게 분열·난립하여 근로자의 권익향상이라는 본래의 임무는 저버리고 주도권 다툼에 주력할 우려가 있다는 점, 사용자가 복수의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행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상호간에 과당경쟁을 벌여 단체교섭관계에 혼란과 불안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

폐지론은, 노동조합의 지나친 분열과 난립은 근로자의 의식 및 노조간부의 지도력 여하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복수조합과의 단체교섭이 그다지 우려할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이 문제가 심각하다면 미국식의 배타적 교섭대표제 등 사용자와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 또 복수노조의 허용이 여러가지 폐단이 있다 하여 법률로 기존 노동조합에의 편입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단결선택의 자유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절충론으로서는, 기존 노조가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에 한하여 복수노조를 허용하자든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근로자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제2노조만 법적으로 보호하자든가, 또는 기업차원의 노조에 대해서는 복수노조를 금지하되 초기업적 차원에서는 복수노조를 허용하자는 등이 거론되고 있다.


2) 공익사업에 대한 강제중재


노동쟁의조정법 30조 3호에 의하면, 공익사업의 노동쟁의에 대하여는 당사자 쌍방의 중재신청이 없더라도 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위원회로서는 공익사업의 노동쟁의가 냉각기간이 다 되도록 알선 내지 조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중재에 회부할 것이고 소정의 쟁의금지 기간 내에 반드시 중재재정을 내릴 것이며, 당사자는 이 중재 재정이 불만스럽더라도 이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 공익사업의 근로자들은 쟁의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아무리 평온한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처벌 기타 제재를 받게 된다.

근로자측은 이 규정 및 중재시의 쟁의금지에 관한 31조의 규정이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침해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합헌으로 해석하였다. 즉 노동삼권의 중핵에 해당하는 단체교섭권이 정당하게 확보되어 있기만 하다면 그것을 보장하는 권리로서의 단체행동권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고 그 제한의 대상조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그 제한을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제한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22)

이 규정에 관하여도 일찍부터 폐지론과 존치론의 대립이 있다. 존치론은 근로자의 쟁의행위로부터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제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폐지론은 공익사업 근로자의 권익과 공공의 이익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근로자의 권익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공익사업에서의 쟁의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경우에는 긴급조정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선진국에서 이익분쟁을 강제중재로 처리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3) 제3자 개입금지


노동조합법 12조의 2와 노동쟁의조정법 13조의 2에 따르면, 정당한 권한이 없는 제삼자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해산, 가입과 탈퇴,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관하여 관계당사자를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체제비판적인 지식층 사회운동가 또는 해고된 근로자들이 정부와 사용자측의 비위를 거슬리는 방식으로 노동운동을 지원한 경우에 처벌되었고, 법내조합 상호간의 수평적 연대투쟁이 처벌되었다.

그들은 이 규정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한정합헌으로 결론지었다. 즉 위 규정은 근로자들이 노동삼권을 행사함에 있어 자주적 의사결정을 침해받지 않는 범위 한에서 필요한 제삼자의 조력을 받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등에 관하여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만을 제한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23)

이 규정을 둘러싸고 일찍부터 폐지론과 존치론이 대립되어 왔다. 존치론은, 제삼자가 노동운동에 개입하게 되면, 노동조합의 자주적 의사결정이 왜곡·방해받게 되어 단체교섭에 있어서 과격한 요구를 하고 쟁의행위가 장기화되며 이로 인하여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폐지론은, 제삼자가 개입한다 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 의사결정이 왜곡·방해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 제삼자가 적법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를 하도록 조력한 경우 또는 제삼자가 위법행위를 하라고 하였으나 노동조합이 이를 실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될 수 있다는 점, 노동조합의 자주적 의사결정이 침해되지 않는 단순한 조력과 기타 개입행위의 구별이 불명확하여 자의적 처벌의 우려가 있다는 점, 제삼자가 노동조합에 위법행위를 감행하도록 개입한 경우에는 형법상 공범의 원리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


4) 공무원의 노동운동


국가공무원법 66조 등은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구체적으로는 철도청, 체신청 및 국립의료원의 작업현장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공무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국·공립학교 교원이 노조를 결성·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처벌되었다. 그리고 이 규정은 헌법 33조 2항의 존재로 인하여 합헌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24)

게다가 이 규정을 사립학교 교원에게 준용한다는 사립학교법 55조로 인하여 사립학교 교원까지도 교원노조에 가입했다가 해고되거나 처벌되었다. 이들은 이 규정이 위헌임을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사립학교 교원도 공교육의 담당자라는 등의 이유로 이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론짓고 말았다.25)

공무원에 대한 노동운동 금지규정을 둘러싸고 일찍부터 개정론과 존치론이 있어 왔다. 존치론은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라거나 국민전체의 봉사자라는 것, 공무원은 특별권력관계에 선다는 것, 공무원의 직무는 공공성이 강하다는 것, 공무원의 보수 기타 근무조건은 의회가 법률로 정할 사항이라는 것, 공무원의 노동운동은 국민감정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 등을 내세우고 있다.

폐지론은 존치론의 논거에 대하여 공무원의 노조결성을 부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로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선진국의 입법추세와 국제노동기준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만 폐지론에 있어서도 공무원의 노조결성을 구체적으로 어떤 공무원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노동쟁의조정법 12조 1항에 의하면 공무원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이 조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한정해석하였다.26) 그러나 이 조항을 문언대로 해석하면 이들 ‘사실상의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된다. 이는 구헌법과 달리 일정 범위의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제한·부인함이 없이 노동삼권을 부여한 현행 헌법 33조 2항과 모순되는 것으로 된다.

헌법재판소는 이 점을 고려하여 노동쟁의조정법의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의 판단을 내리고 국회는 1995년 12월 말까지 개정입법을 완료하여야 하며 그때까지만 위 조항이 효력을 가진다고 결정하였다. 이와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방향에 관하여,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부여하던 제3공화국 상태로 환원하는 방안, 이들에게 단체행동권을 부여하되 전체이익과 조화되게 그 행사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신설하는 방안, 기존의 입법과는 달리 종사하는 직종이 아니라 직역(국가의 안보, 국민의 보건, 생존권과의 직결여부)을 기준으로 쟁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세 가지 방안 중에서 국회가 그 입법정책에 따라 선택하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27)

그렇다면 공무원 중에서 어느 범위까지 단결권을 허용할 것인가,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에 대하여 특례를 둘 것인가, 공무원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의 지침과 관련하여 어떤 규율방식이 바람직한가를 상호 연관아래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관하여는 아직 정부의 관심도 적지만 학자들의 구체적인 검토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5) 기타 사항


이밖에 노동조합 설립신고 심사제의 개선,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인정 범위, 노동조합의 정치활동금지의 개선,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이행 확보, 사업장 이외 장소에서의 쟁의금지의 폐지, 권리분쟁의 합리적 해결절차, 이익분쟁 조정절차의 개선, 쟁의권 행사의 절차와 방법, 노사협의제도의 효율적 개편, 국민연금법과 고용보험법 실시와 관련하여 퇴직금제도의 개선, 근로시간의 탄력적 규제, 휴일·휴가제도의 개선, 시간제근로자의 보호, 파견근로의 규제와 보호, 근로계약의 통일적·체계적 규율 등이 입법론상의 관심사항으로 되어 있다.


1) 대판 1993. 4. 27. 91누12257


2) 노조 01254-427 질의회시 1994. 3. 31; 노조 01254-5989 지도지침 1990. 4. 25 등 참조.


3) 대판 1990. 5. 15. 90도357


4) 대판 1979. 3. 13. 76도3657


5) 대판 1991. 10. 22. 91도600; 대판 1991. 7. 9. 91도1051; 대판 1991. 12. 24. 91도2323 등 참조


6) 대판 1991. 5. 24. 91도324

6) 대판 1991. 5. 24. 91도324

   같은 취지: 대판 1990. 10. 12. 90도1431 및 대판 1992. 7. 14. 91다43800


7) 대판 1992. 3. 27. 91다36307(이 판결이 얼핏보면 임금이분설을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계약해석설에 입각한 것임을 주의)


8) 노동판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다(예컨대 임종률, “퇴직금(판례연구)”, 법학(서울대), 14-1, 1973, 138쪽 이하; 김치선·김유성·임종률, “노동법”, 판례회고(서울대), 5, 1978, 236 등 참조).


9) 대판 1977. 7. 26. 77다355


10) 대판 1978, 7. 25. 78다510


11) 대판 1979. 3. 13. 76도3657


12) 대판 1982. 4. 9. 83다카2202


13) 대판 1989. 5. 23. 87다카2132


14) 대법 1991. 12. 10. 92다8647


15) 대판 1992. 12. 22. 91다45165


16) 대판 1990. 12. 26. 90다카12493


17) 대판 1990. 11. 27. 89도1579


18) 대판 1992. 12. 22. 91누1579


19) 대판 1991. 5. 28. 90누6392


20) 헌재 1995. 3. 23. 결정 92헌가14


21) 위원회는 학계, 노사단체, 언론계, 법조계의 전문가 18인으로 구성되었고, 학계대표 8인(신홍, 윤성천, 박상필<처음에는 김형배>, 임종률<처음에는 박세일>, 배무기, 박래영, 이규창, 김수곤)으로 기초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개정시안 작성을 의뢰하였다. 기초소위원회는 1994. 9 경 작업을 완료하고 이를 전원회의에 상정하려 하였으나, 노사단체를 대표하는 위원들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위원이 심의를 보류하자고 하여 1994. 11 노동위원회법 개정초안에 대해서만 심의를 마치고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였다. 다른 법률의 개정초안에 대해서는 기초위원회가 1995. 2 기술적인 수정작업을 완료하였으나, 전체회의의 상정·심의가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22) 대판 1990. 5. 15. 90도357


23) 헌재 1990. 1. 15. 결정 89헌가103; 헌재 1993. 3. 11. 결정 92헌바33


24) 대법 1990. 4. 10. 판결 90도332; 헌재 1992. 4. 28 결정 90헌바27 등 참조.


25) 헌재 1991. 7. 22 결정 89헌가106


26) 대판 1991. 5. 24. 91도324


27) 헌재 1993. 3. 11. 결정 88헌마5


1995-07-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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