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번/역
편집자 주
이 글은 바만 아자드(Bahman Azad)의 ꡔ영웅적인 투쟁과
쓰라린 패배―쏘련의 사회주의 국가를 해체시킨
요인들ꡕ(Heroic Struggle Bitter Defeat―Factors
Contributing to the Dismantling of the Socialist State in
the Soviet Union, New York: International Publishers,
2000)의 서론을, 영문판을 아직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일본어 번역판(ꡔ쏘련은 왜 붕괴되었는가―영웅적인
투쟁과 쓰라린 패배ꡕ, 도쿄: スペース伽倻,
2003)에서 재번역한 것이다.
이 서론은 일본의 계간 ꡔ사회평론ꡕ도 2002년 여름
호에 “21세기의 세계, 변혁은 가능한가―사회주의의 역사적
후퇴와 재생을 위한 이론적 시도”라는 제목 하에 싣고 있는데,
거기에서 편집부는 이 저작의 의의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맑스주의의 관점에서 인류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쏘비에트 10월혁명 이후의 사회주의 80년의 복잡한 역사과정과,
그 붕괴에 의해서 새로운 단계로 들어간 현대세계를 시야에 넣어
총괄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자세는 사회주의에 대한
환멸이나 혼란, 회의(懷疑)나 전면부정을 배제하고, 역사적
후퇴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 사회주의를 쌓아올리는 길을 찾는
바에 있다. 그때 저자는 “노동자계급과 협동하는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 과학적인 수법을 엄밀히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서론에 이어, ‘제1부 약간의 방법론적․이론적 고찰,
제2부 사회주의에 위기를 초래한 객관적․외부적 조건,
제3부 사회주의 위기의 주체적․내부적 요인, 제4부
사회주의의 쇄신에서 해체로,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저작을 앞으로 8회 가량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역사적 자료의 대부분”에
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서방측의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인용한
것으로서, 당연히 그것들은 쏘련의 사회주의의 결점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역사적 성과를 과소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들 자료는
쏘련 정부를 위시하여 사회주의의 정보원으로부터 제공된, 보다
정확한 것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첫째 이유는 독자들로 하여금 공산주의자의
자료가 아니라 서방측의 자료로부터 사회주의의 성과를 간취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의 거대한 성과에 대한
서방측으로부터의 고백은, 과소 평가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쏘련에서의 이전의 사회주의의 성과와 결함에 관한
포괄적인 평가도, 최종적인 평가도 아니다.” 따라서 이 책과
그것을 여기에 번역․연재하는 의의는 “쏘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 요인에 관한, 필요하지만 부족한 상태에 있는,
구체적 논의를 개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이고, 새로운 출발점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10월 사회주의 대혁명 승리 이후의 80년(1)
바만 아자드/ 사회주의 이론연구가
1. 10월 사회주의 대혁명과 사회주의의 성과
21세기 초 우리의 세계는 거대하고 경이로운 변혁의 와중에
있다. 80여 년 전에 10월 사회주의 대혁명에 의해서 개시된 그
과정은 세계 최초의 노동자 국가의 수립을 통해서 인류사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 쏘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에 의해서 새로운 단계로 돌입하였다.
과거 100년 동안에 사회주의 사상은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확산되었다. 발전도상에 있던 사회주의는 단기간에 지구상의
광대한 영역에서 빈곤․기아․실업․노숙자를
일소하고, 의료․교육을 정비하였다. 10월 혁명 후
쏘비에트 사회는 공업화와 경제적 발전을 향해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불과 30년 사이에 스스로를 낮은 발전단계의
자본주의 국가로부터 발달한 공업사회로 변혁시키고, 미국에
뒤이은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
생산수단의 사회적인 소유를 실현함으로써 쏘련과 기타 사회주의
국가들의 인민은 전례가 없는 많은 권리와 자유를 달성하였다.
이들 국가의 근로인민은 근로의 권리, 주택의 권리,
의료․교육․사회보장의 권리, 사회주의 사회가
보장하는 다양한 문화적․예술적인 써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권리―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시나 지금이나
전혀 상상도 못하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사회주의는 곧바로 헌법 속에 여성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평등한
권리를 승인하였다. 그들 권리는 20세기 말의 많은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조차 충분하게 실현되고 있지 못한
것들이다. 쏘비에트 국가는 계획적으로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가를 촉진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증해 왔다.
1980년대 중엽까지 사회주의 국가 쏘련의 여성은 이 사회에서
활동하는 총노동력의 51% 이상을 점하게 되었다. 많은
경제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을 능가하게 되었다. 쏘련에서 여성은
의사와 의료노동자의 75%, 교육노동자의 73%, 문화노동자의 70%,
상업 부문 노동자의 76%, 통신노동자의 68%를 점했다. 여성의
직장 진출을 한층 더 촉진하고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도록 하기 위해서 쏘련은 여성에 대해서
계획적으로 직장에서의 보육, 임신 휴가, 어린이가 딸린
여성노동자의 1일 및 주당 노동시간의 단축, 유아 보육기간
동안의 재택노동 알선 등의 써비스를 제공하였다. 수세기에 걸친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는 부정적인 유산이나, 특히 20세기 초의
러시아 사회의 후진성에 의해서 여성의 상태는 사회주의 사회의
‘이상’과는 좀 먼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해방이라는 분야에서의 사회주의의 역사적 성과는 전례가
없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음은 확신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다.
사회주의의 성립과 사회주의 국가에 의한 제 민족의 동등한
권리의 승인은 쏘비에트 연방 내부의, 그리고 나중에는
다민족으로 구성되는 기타의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도
우호적․평화적 공존을 위한 가장 바람직스러운 조건을
창출하였다. 이들 국가들에 사회주의 정권이 존재하고 있던 전
기간을 통해서 다양한 민족이 각각의 문화적․사회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혹은 이전에는 서로 다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주의자로서의 태도에 따라서 평화적으로 서로
이웃해 생활하였다. 사회주의는 민족분쟁을 일으키는 물질적
조건을 제거함으로써, 민족 간의 증오나 분쟁은 문화적인
차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빈곤, 저개발, 자원을 둘러싼
경쟁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제적․정치적인 경쟁 등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임을 증명하였던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에 이들 국가에서 민족분쟁이 재발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선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10월 혁명은 이전의 세계의 식민지 지배의 붕괴를 이끌어내는
방아쇠가 되었다. 사회주의 진영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과거의
식민지 체제는 지구상에서 일소되고,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정치적인 독립과 일정한 경제적인 자립을 획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사회주의 세력―그 첫 번째 주요 세력은
쏘련이었다―은 파시즘의 위협을 타도하고,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파시즘에 대한 승리 및 사회주의 자신의 내부에서의
성과에 의해서 사회주의의 명성이 높았던 결과, 많은 나라의
민족해방투쟁이 사회주의를 지향하게 되었다. 중국, 쿠바,
베트남, 조선, 그리고 기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였다. 쏘련으로부터의 사심 없는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원조가 이들 국가의
경제적․사회적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아직도
제국주의로부터의 야만적인 파괴공격을 계속 받고 있는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은, 그러한 사회주의가 달성한 현실적인 부정할 수
없는 실례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이은 시기에 사회주의는 세계평화를 유지하고
제국주의간의 대립이 파괴적인 전쟁으로 전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만
보더라도, 쏘련을 필두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세계에 대해서
행한 군축 및 핵실험 금지 제안, 혹은 일방적인 핵무기 삭감
제안은 160개가 넘는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것들을 모두
무시하였다. 1985년에 쏘련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시해 심각한
위협이 초래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핵무기 삭감을
추진하였다. 2000년까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든다고 하는,
소비에트의 이 제안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평화를 지키고
국제관계에서 긴장을 제거하려고 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노력의
찬란한 실례이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서,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회주의에 대한 커다란 신뢰와 존경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러한 성과와 세계 속에서의 사회주의의 물질적․정신적인
지위의 향상이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치․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회주의의 성과와 자본주의 국가들의 노동자의 투쟁이 서로
어울려 자본주의 국가들의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노동자 사이에
사회주의 사상과 공산주의 운동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근로인민에 대한 커다란 양보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전체에서 단결권이나 단체교섭권이 인정되었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노동운동은 사회주의의 국제적인 힘에
뒷받침되어 새로운 높이에 달하고, 자본의 지배에 대해서 중대한
경제적․사회적 개혁을 강제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노동운동은 미국 공산당의 도움 아래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포괄적인 사회보장과 실업보상을 실현시키도록 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서유럽에서는 노동운동은 사회민주주의의 형태로
직접 정치의 영역으로 진출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정치적
상부구조를 크게 바꾸고, 교섭방법에서 중대한 변혁이
실행되었다. 많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가 정치
분야의 지배적인 조직이 되었다. 많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달성된
노동자계급의 경제적․사회적 획득물은 이미 객관적인
현실의 일부가 되고, 이들 국가의 지배계급은 그것들을 없애려고
하고 있지만, 노동자계급으로부터의 격렬한 저항을 받아 중대한
곤란에 직면해 있다.
사회주의가 지구적 규모에서 달성한, 중요하고도 역전시킬 수
없는 성과의 하나는, 기본적 인권이라고 하는 개념이 의미하는
바를 확대․심화시킨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기본적 인권의 개념은 근로․주택․의료․교육
등의 경제적 권리나, 모든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인 권리로서의
평화나 사회정의라고 하는 원칙을 포함하도록 확대되었다. 인권
개념의 이러한 확대는 전 세계의 압도적인 다수 인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는데, 그것은 사회주의 사회의 실제의 성과에
의거하여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이들 권리는 오늘날 세계에서
인민의 가장 기본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요구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 요구는 인민이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10월 혁명 및 사회주의 체제의 출현은 인류사회사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고하는 것이었는데, 그 영향의 전체적인 상(像)이
충분히 이해되어 오지는 않았다. 현실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다양한 객관적 및 주체적인 요인에 기초한 곤란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는 의심할 여지없이 지금 도 역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우위성과 동시에 그 필연성을 증명하고 있다.
사회주의의 필연성은 사회주의 자체의 본질과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된 성질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설령
일시적인 후퇴가 아무리 파멸적인 것이더라도 그것은 사회주의
자체의 필연성을 부정하는 것일 수 없다.
2. 사회주의 진영 해체의 지구적 규모에서의 귀결
쏘련 및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 체제의 해체에 의해서 야기된
이 역사적 후퇴는 그들 국가의 공산주의자․노동자
계급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재앙으로 되었다. 그 결과 80년
간에 걸쳐서 인류 문명이 새롭게 달성한 성과들과, 사회주의
국가들의 근로인민이 수 세대에 걸쳐서 그들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방어하기 위해서 행한 사심 없는 노력과 헌신이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적에 의해서 짓밟혀버린 것이다.
이들 국가의 근로인민은 수십 년에 걸쳐서 자기희생을 거듭한
후, 자기들의 생활수준과 경제․정치․사회생활의
질이 향상될 것을 기대하여 자기들 나라의 사회주의 체제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거듭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빈곤․기아․인플레이션․실업․주택
상실․매춘․오직(汚職)․조직범죄․민족분
쟁․군사 쿠데타의 파도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악의 것은 제국주의 정부와 그 국제기관에 의해서 자기들
사회의 경제․정치․사회․군사를 지배받은
것이다.
이 재앙의 진짜 양상은 바야흐로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근로인민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명백히 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에서 공산주의자가 힘을 늘리고 있는 것이 분명한
가운데, 이 후퇴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근로인민의 다수가 바란
것도 아님이 명백해지고 있다. 이 후퇴는 수많은 객관적 그리고
주체적 요인이 상호 작용한 결과였다. 사회주의 건설의 도상에서
발생한 오류나 일탈, 제국주의 국가들이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해서 일관해서 행해온 음모나 간섭이나 방해공작,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많은 당이나 정부 지도자나
관료들에 의한 사회주의에 대한 배반이 그에 작용하였다. 이러한
요인이 수행한 역할을 포괄적이고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현재의 후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새로운 세계질서’
현재의 후퇴의 영향은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경을 훨씬 넘어서
미치고 있다. 쏘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해체는 계급적
힘의 관계를 일시적으로 세계적 규모와 각국 내부 모두에서
제국주의적 반동 계급과 그 세력 쪽에 유리하게, 그리고
피착취․피억압 계급 및 민주주의적․애국적 운동의
쪽에 불리하게 변화시켰다. 오늘날 제국주의, 그 중에서도 미
제국주의에 의해서 세계의 인민이 ‘신자유주의’로서 강요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계급간 그리고 사회세력간의 힘의 관계가
세계적 규모에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을 명료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 ‘새로운 세계질서’의 기본적인 성격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한 다른 나라들의 내정문제에 대한
군사적․정치적․경제적인 공격이나 간섭의 정도의
전반적인 증대. 방어수단을 갖지 않은 ‘제3세계’ 인민에 대한
다국적 독점자본에 의한 무자비한 착취의 자유 확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국제기관을 제국주의에 의한 전 세계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보조하는 기관으로 더욱 변질시키는 것.
외교에서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보다 노골적이고 오만한 힘의
행사―그것은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점령이라고 하는
군사적 형태와, 경제제재나 무역봉쇄라고 하는 경제적인
형태라는 양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략적․경제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을 분할․분단하고 제국주의가 생각하는
대로의 지배를 강요하기 위해서 세계 속에서 민족이나 종교에
의한 분쟁을 조장하거나, 많은 경우에 유고슬라비아 분단의
예에서 명료히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도적인 선동을 행하는
것. 요컨대 모든 나라, 그 중에서도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다국적 기업 및 제국주의 국가들의 절대적인 지배를 확보한다고
하는 목적을 위해서 그들 국가의 정치적
독립․국가주권․영토보전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사회주의 진영의 해체, 특히 쏘련의 해체에 의해서
‘제3세계’의 근로인민과 피억압 인민은 그들의 반제투쟁에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지원자를 잃었다.
예전에는 쏘련과 기타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 하에 상대적으로
‘비동맹’ 및 서방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을 확보하고 있던
이들 국가의 많은 정부는 바야흐로 제국주의로부터의 강력하고
일방적인 압력에 의해서 억압받고, 차례로 제국주의 국가들 및
다국적 기어에 대한 양보를 인정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의 민족해방운동도 중요한 동맹자를 잃고, 바야흐로
그들도 더욱더 본래의 민족적․반제국주의적 목표를
후퇴시키든가, 혹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직접적인 군사공격을
받든가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연합은 최근까지 ‘제3세계’ 국가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요구를 표명하고 제국주의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안보리에서의 쏘련의 거부권의 도움을 빌어 일정 정도 제국주의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장이었지만, 바야흐로 ‘제3세계’ 국가들
및 세계의 피억압 민족, 민족해방운동, 혁명세력에 대해서
실력을 행사하도록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의 압력이 강화되는
장으로 되고 있다.
자본의 국제적인 순환으로부터 이탈하려고 하는 국가들에 대해서
경제적 원조를 제공해온 사회주의 진영의 소멸은 ‘제3세계’의
많은 국가들에게 있어서 국제자본의 멍에를 벗어나 자유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사회경제적 모델을 사용하는 데에서의
선택지(選擇肢)를 현저하게 좁혔다. 제국주의 국가 및 다국적
기업에 의한 모든 금융․투하자본을 지구적 규모에서
절대적으로 지배․관리하고, 나아가 세계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함으로써 그들은 무적의 경제력을, ‘제3세계’ 국가들이
독자적인 비자본주의적인 발전의 길을 추구하려고 하는 시도를
고립시키고 압살하며, 필요하다면 직접 분쇄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늘날 제국주의 국가들은, 사유화, 공공부문의 폐지, 개방적
무역정책의 강요, 정부에 의한 모든 형태의 경제계획의 배제,
모든 형태의 정부보조금․보상금․사회적 보호의 폐지
등등, 모든 수단을 마음대로 이용하여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를 억지로 개방시켜 국제자본과 다국적 기업이 전면적으로
진출하는 길을 열고 있다. 제국주의의 국제기관인 세계은행이나
IMF 등에 의해서 강력히 수행되고 있는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발달한 자본주의라는 중심으로의 잉여가치의 유입을
촉진․강화하는 데에 있다. 각국의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의
약탈, 각국 경제에서의 자본형성과정의 방해, 각국 경제발전의
전면적인 정지 내지 퇴행, 각국의 생활수준의 격렬한 저하가
진행되고, 대다수 세계 인민의
빈곤․질병․궁핍․노숙자화가 더욱 진행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정책의 논리적인 귀결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바이다.
세계의 세력균형이 일시적으로 제국주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그것은 통일적이고 정합성을 가진 ‘초제국주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는 ‘1극’ 세계가 출현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단계에 있는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객관적인 모순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세계에 출현한 결과로 생긴
것도 아니라면, 그들 국가의 몇몇이 붕괴된 결과 소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멸하기는커녕, 모든 증거는 이러한
모순이 격화되고 새롭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 그 중에서도 미 제국주의는 세계의 사회주의를
파괴하기 위한 수십 년에 걸친 도정 속에서 자국의 인민에
대해서 방대한 부담과 희생을 강요해 왔다. 다수의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빈곤, 질병, 기아, 영양 불량, 실업,
인플레이션, 인민의 생활수준의 저하 등등이 전례 없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물적․인적자원의 많은 부분을 세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민족해방․공산주의․노동운동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대립, 핵 군비 확장 경쟁, 냉전 선전,
스파이, 방해공작 등에 낭비해온 직접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정책에 의해서 야기된 경제의 파탄이나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적자는, 과거 수십 년 간의 계급모순의 격화와 함께,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격화시켜 왔다.
이러한 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제국주의 경제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자본을 집적․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동시에
제국주의 세력이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친자본주의․친서방
정권을 지원․유지하기 위해서 더욱더 증대하는 재정적
부담을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와도 겹쳐 있다.
한편, 사회주의 진영의 해체는, 서로 경합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을 통일시키는 요인을 없앤 결과, 누가 포스트 냉전시대의
‘전리품’의 몫을 획득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제국주의 내부의
경쟁을 격화시켰다. 각각의 ‘세력권’의 확대나, 자국의
경제위기의 타국으로의 수출이나, 약소국들의
천연자원․인적자원․국내시장의 지배에서 다른
나라를 추방하는 것이나, 다른 경쟁상대를 무시하고
자기나라에만 봉사하는 괴뢰정권의 수립이라고 하는 등의 목적이
바야흐로 각 제국주의에게 한층 중요한 목표로 되어 있다.
미국(NAFTA), 독일(Maastricht), 일본(동남아시아)에 의해서
인솔되는 세 개의 주요한 제국주의 진영의 출현은, 그리고 이들
세 진영 사이에서 내전이나 민족․지역분쟁이나 전쟁을
선동함으로써 자신들의 세력권을 확대하려고 하는 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제국주의간 대립의 증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격화되고 있는 계급모순이나 사회적 대립,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재정적 위기, 증대하고 있는 제국주의간 경쟁 등,
오늘날 제국주의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제국주의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세계의 세력균형의 부정적인 변화는 정말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와
자본간의 지구적 규모에서의 모순, 한 줌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인류의 기타 부분과의 대립, 세계적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 이들 현상은 다국적 독점자본이 과잉생산을 행하는
한편에서 세계 인구의 대다수가 그 생산물을 구입할 힘이 없다고
하는 모순 속에서 더욱더 명료히 되고 있다. 대다수의
‘제3세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파탄되고, 거액의 대외채무가
지불불능이 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금융․은행제도의 커다란 문제들을 차례로 야기시키고
있다. 자본주의 제도라는 틀 속에서의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들이나 모순들의 ‘해결’을 사회민주주의 정책의 신용의
실추와 경제적․정치적 파탄의 격화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자의 끊임없는 우선회(右旋回), 다양한
우익 부르주아 정당의 융성, 사회적 보호정책의 대부분의 폐지,
빈부격차의 확대라고 하는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파멸적인 경제상태, 대다수 인민의 빈곤한
생활수준, 그리고 더욱더 많은 인민대중이 자본주의 체제의
비인간성과 착취성을 깨닫게 된 것이, 옛 공산당 세력이나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이 선거에서 선출되어 집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서는 낭비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본주의를 사실상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는 환경위기의
증대. 위와 같은 사정 모두가 현재의 상황은 과도기적인 것이고,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의 극(極)이 새로운 형태로 세계적
규모로 재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는 현재의 세계적인 세력균형은 과도기적이고 일시적인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이 짧은 역사적 기회를 전력을 기울여 이용하고, 누구든
‘새로운 세계질서’의 급속한 적용을 반대하려고 하는 정부나
세력을 배제하고 있다. 이 정책은 지구적 규모에서 세 측면에서
수행되고 있다. ① 세계에 잔존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중국,
쿠바, 베트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라오스 등)의 약화 및
전복, ② 사회주의 진영이 해체된 결과 약화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남아프리카, 아일랜드 등의) 사회운동이나
민족운동에 대해서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협정을 강요함으로써
제국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국제분쟁이나 국제문제를 조급히
‘해결’하는 것, ③ 제국주의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따르기를 거부하는 정부나 국가들을 모든 이유와 구실을 붙여
억압하고, 침략하고, 분할하고, 약화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국제연합 등의 국제기관을 방패막이로 삼는다든지, ‘인도적
지원’, ‘세계평화의 옹호’, ‘인권 옹호’, ‘민주주의의
유지’ 등등의 구실 아래 오늘날 세계에서 수행되고 있는
군사행동은, 이 짧은 과도기가 지나가 버리기 전에 자신들의
절대적인 세계지배를 확고히 하려고 하는 제국주의 열강의
전략에서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3. 과거의 오류를 정확히 평가할 필요성
사회주의 국가들의 해체속도는 너무나도 빨랐고, 그 결과가
초래한 피해의 규모는 너무나도 거대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들의 노동자 계급이나 인민만이 아니라 국제 공산주의
운동에도 커다란 혼란이 초래되었다. 이 역사적인 후퇴현상의
‘근본원인’을 성급히 찾으려는 시도가 곧바로 시작되었다.
제국주의는 스스로의 선전장치를 동원하여 ‘공산주의의 죽음’,
‘사회주의의 종언’,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선전하였다. 사회주의, 맑스-레닌주의, 쏘련의 역사 및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부정하는 제국주의의 선전의 강화는
고르바초프나 그 동반자들에 의한 공산주의 운동 내부로부터의
중상모략 공격과 함께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의 이상에 관한 모든
종류의 잘못된 ‘이론적 비판’의 길을 열었다. 책임 있는
과학적인 분석 대신에 비난이나 왜곡이나 중상모략이
이루어졌다.
노동자 계급의 적들은 이러한 후퇴현상을 사회주의가 쓸모가
없으며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의 ‘증거’이며, 이윤추구와
자본주의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사회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으로서 내세우려
하였다. 고르바초프주의자도, 그렇지 않은 사회민주주의자도,
모두 이 후퇴를 맑스-레닌주의 일반, 특히 제국주의에 관한
레닌의 이론에 대한 새로운 공격의 발판으로서 이용하였다.
그들은 레닌을 맑스로부터 분리하고, 레닌주의는
맑스주의로부터의 철학적․이론적인 일탈이며,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제국주의 시대에 있어서의
이론적․철학적인 적용이나 상세화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사회주의의 위기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스탈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레닌주의
및 레닌 자신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르주아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 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들은
서방측적인 것이나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인민의 동경, 즉
인민이 자기들의 지도자를 ‘투표’에 의해서 ‘직접선출’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사회주의 국가들의 위기의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인민에게 의회제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참가 기회가 주어져 있었다면, 이러한 위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의 중대한 역사적 후퇴는 제국주의의 격렬한 반공 선전이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은 피상적인 ‘분석’의 분출과도 함께 어울려
공산주의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공산주의 운동 내부에 심각한
이론적 그리고 비이론적 의견의 차이를 낳았다. 후퇴에 환멸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투쟁으로부터 떠나갔다. 또, 일부
공산당이나 노동자당도 포함하여, 어떤 사람들은 노선을
변경하고 맑스-레닌주의와 계급투쟁을 부정하고 사회민주주의 및
개량주의 정당의 부대에 가담하였다. 이러한 노선 변경에 대해서
그들 당의 일부 지도자들이나 당원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결집하여 자기들 자신의 맑스-렌닌주의 정당을 결성하였다.
맑스-레닌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당들도 또한 위와 같은
논쟁과 무관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당들의 일부 지도자는 과거
사회주의의 역사 및 공산주의 운동의 방침으로부터 자기들
자신을 분리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옛 사호주의 국가들의
공산당, 특히 쏘련 공산당과 그 지도부를 집중적으로
비난하였다. 이러한 조류 속에서 자기 당의 지도부를
‘스탈린주의의 범죄’의 ‘공범자’로 비판하는 기회주의자도
나타났다. 주로 과거의 오류에 대해서 자신을 면책(免責)시키고
다른 사람을 비난할 목적을 가진 이러한 처사는 레닌주의자의
원칙인 ‘자기비판’을 기회주의적인 처사인 ‘타자비판’으로
바꿔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러한 처사는 당 지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분파 활동,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당의 분열로
연결되었다.
한편, 이러한 반대의 극에는 이데올로기 공격이나 비과학적인
방법에 대항하여, 과거의 모든 것을 무조건 옹호하고,
맑스-레닌주의의 원칙적인 옹호와 과거의 오류를 정당화하는
것을 동일시하면서, 후퇴는 오로지 외적 요인과 제국주의의
음모에 의해서 야기되었다고 주장하는 공산주의자도 있었다.
이러한 태도는 이데올로기적․과학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과거에 이루어진 것의 변별을 애매하게
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논쟁에 맡겨버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론적인 무질서 상태의 후유증이 환멸과 혼란과
분열임은 명백한데, 지금 이러한 문제의 다수가 정리되고
있다.
오늘날 많은 공산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맑스-레닌주의를
견지하는 태도를 재확립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 운동 및
노동자계급의 운동이 예전의 힘을 되찾고,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후퇴의
원인․요인에 대한 포괄적이고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시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당이 이러한 분석을 수행하기
위한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전진을 함으로써 이러한 역사적인
요구에 응하고 있다.
공산주의자는 현재의 후퇴의 원인에 관한 포괄적인 분석은
세계의 모든 공산당․노동자당의 공동의 노력, 특히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 직접 참가한 공산당․노동자당의
협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작업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소수의 개인이나 몇몇 당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사전에
정해진 예정표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장기간에 걸친
사업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이 책은, 이 아주 복잡한 역사과정의 몇몇
측면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하나의 시도에 불과하다. 이
시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동자계급과 협동하는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 과학적인 수법을 엄밀히 견지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야말로 사회주의의 과거의 역사를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인
것이다. 한/노/정/연
번역 : 채만수(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