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현장에서 미래를 > 연재-기획 > 목록보기 > 글읽기

 
당정, 기만적인 사회적 대화 틀로 노동진영 포섭 기도
 정세와 초점/

현장에서 미래를  제117호
박종성

정세와 초점
당정, 기만적인 사회적 대화 틀로 노동진영 포섭 기도

박종성 / 한노정연 연구원, 정책위원회




들어가며

1월17일,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에 따르면 정부는 노사관계 로드맵 34개 과제 가운데 24개만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당정은 단지 입법예고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동부는 2월 초에 입법예고를 위해 고위 당정협의 직후 입법예고 절차를 서두르고 있고, 반면 열린우리당은 2월 하순 이후에 입법예고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 한 후에 노사관계 로드맵을 입법예고하고자 한다. 노동부가 입법예고를 서두르는 이유는 1월2일 이상수 열린우리당 전 의원의 내정으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2월10일까지는 퇴임할 것이기 때문에 김 장관의 퇴임 전에 입법화를 마리지 짓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2월에 입법예고를 해도 법안처리는 4월 임시국회가 된다는 판단에 굳이 입법예고를 서둘러 노동진영으로부터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갈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틀에 참여할 여지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로드맵 일방처리로 부담을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정이 합의한 로드맵이 노동권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요컨대 직권중재제도 폐지 대신에 공익사업에서 파업 시 최소업무 유지 의무와 대체근로 허용이 그것이다. 또한 긴급조정권 발동 기준 완화와 파업금지기간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것, 공익사업 범위 확대도 단체행동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공공부문 대체근로 허용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 문제는 더 확장된다. 긴급조정 발동 완화는 말할 것도 없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2007년 1월부터 시행하고 300인 미만 사업장은 2~3년 정도 시행시기를 유예하기로 했다. 단지 시행시기가 정부는 2년, 여당은 3년 정도를 주장하고 있다. 당정은 100인 이상~3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1명, 100인 이하 사업장은 1/2 전임자에 대해 임금지급 금지를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위원회의 ‘다수대표제’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일화 실패 시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투표로 대표를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부당해고 형사처벌 조항과 관련해 원직복직이 기대되지 않는 해고자의 경우 금전보상제 도입 등 다양한 구제수단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문제 또한 부당해고를 더욱 확장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이후 노사관계 로드맵뿐만이 아니라 비정규투쟁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1월에 계획되고 있는 주요 연맹의 선거와 2월 민주노총의 차기 지도부선거를 통한 지도부의 성격일 것이다. 물론 당정이 5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4월 임시국회에서 로드맵 입법화를 강행처리를 할 것인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에 따른 투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 보다 더 요구되는 것은 이번 민주노총의 선거에서 후보들이 비정규법안과 로드맵에 자신들의 분명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대중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조직혁신 방안까지도 선거과정을 통해 쟁점화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글은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회적 대화 틀을 작동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노동진영의 대응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정부, 사회적 대화 틀로 노동진영을 포섭

1월23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고위당정협의를 열고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법안(노사관계 로드맵)을 오는 4월 국회에 상정하고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비정규법안이 2월 중에 처리되지 않으면 로드맵 추진 일정을 재논의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노동진영에 사회적 대화 틀에서 노동현안을 풀어내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와 여당은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는 비정규법안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요현안인 노사관계로드맵을 분리시켜 계급적 단결의 계기를 차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합의’라는 틀을 통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그 방식 가운데 하나가 1월26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고 총리실이 2005년 10월에 제안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이다.

1) 정부,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가동

연석회의 실무협의회에는 전경련과 중소기협협동중앙회 등 경영계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 정부대표 및 여성, 종교, 시민단체 전문가 등 13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26일 열릴 첫 회의에는 재경, 보건, 교육, 노동, 여성 등 관련부처 장관급 9명과 노동계, 종교계, 학계 시민단체, 여성계 등 사회 각계각층 대표 37명이 참석하게 된다. 18일 총리실이 내놓은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구성 및 운영방안’에 따르면 연석회의는 먼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의제를 우선 논의하고, 이에 대한 가시적 성과와 참여주체 간 신뢰를 형성해 이후 범국민적 회의체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초기단계에서는 참여주체 간 서로 실천 가능한 의제부터 우선 논의, 상호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한편, 이에 대한 논의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민간과 정부의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연석회의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차기지도부의 선거를 앞둔 만큼 실무협의는 참석하되, 연석회의 대표자 회의 참석 여부는 새로 선출된 지도부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또한 1월19일, 김근태 의원과 이목희, 우은식, 이인영 의원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방문했다. 여기서 김근태 의원은 “저성장 저고용을 극복, 사회안전망 강화, 국민통합과 양극화가 해결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 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이목희 의원도 민주노총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비정규법안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사회적 틀의 참여 요청에 대해 민주노총 전재환 비대위원장은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정부 여당과 민주노총 사이의 창구마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 기만적인 ‘사회적 대타협’

그러나 최근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명분아래 진행되고 있는 노사문제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전남지노위에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모두 인정돼 원직복직 결정이 났으나 여전히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11월3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장과 하청업체 대표, 비정규직지회장, 금속노조 대표 등이 서명한 확약서에서 ‘하청업체는 노동 관계법에 의한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서명했고 이 가운데 ‘민형사상 문제가 최소화 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66명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7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2005년 12월29일 순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하청업체인 (주)다원엔지니어링은 2005년 12월19일자로 조합원 6명에 대해 ‘불법 점거농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또한 실직자들의 고용보장, 해고, 정직에 대해서도 재고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하청업체인 (주)유성티엔에스는 2005년 12월13일자로 원청과 계약을 해지하고 12월 말로 폐업을 이미 공고했으며, (주)남광산업 또한 12월 말 폐업을 구두로 통보한 상태다.
사회적 대타협이 얼마나 기만적으로 이루어진고 있는지는 이미 보았던 현대하이스코의 확약서 불이행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대하이스코의 ‘확약서’ 체결을 중재했던 광주노동청과 노동사무소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사 확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을 이용하여 확약서 체결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 순천시도 현대하이스코 측에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최근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1월24일, 노동부는 올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각종 노사협력프로그램을 만들어 신청하면 소요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기업단위 프로그램은 4천만 원, 지역이나 업종단위 프로그램은 8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노사관계발전프로그램에 4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 프로그램은 △노사협력 및 노동자 참여 증진 △생산성 향상 또는 작업장 혁신 △갈등관리 및 대화협상 기법 개선 △노사 공동의 문제해결 등이다.
그러나 1월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사회적 대타협’의 본질적 내용이 문제다. 사회적 대타협의 본질적 내용은 대기업 노조는 높은 고용보장을 포기하고, 기업은 ‘비정규직’을 고용하기보다 현재보다 해고가 쉽고 임금이 싼 비정규직과 유사한 ‘정규직’을 고용하는 ‘타협’일 뿐이다. 이렇게 볼 때, 노동진영이 타협의 틀에 참여하는 것은 노동자에 일방적인 부담을 떠 넘기는 것에 협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통해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와 여당의 사회적 대타협의 본질인 것이다.
또한 연석회의와 열린우리당이 노동진영에 요청하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형식은 노동진영을 대화 틀로의 참여를 유도하여 노동문제를 그 만큼 사회적 쟁점화를 줄여나가자는 의도이다. 연석회의 실무협의회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연석회의는 법국민적 회의체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렇게 될 때, 여러 사회적 문제 속에서 노동문제는 그 만큼 상대적으로 희석화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의 차기 지도부선거 과정에서도 각 후보들은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구조에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2. 한국노총 - 노사정위 복귀, 민주노총 - 노동위원회 복귀 움직임, 민주노총 선거 - 투쟁을 준비하는 선거로

당정이 비정규법안 2월 강행 처리를 밝히면서 노정관계 악화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와 더불어 민주노총까지 노동위원회에 복귀할 듯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정의 강행처리 공세 앞에서 사회적 대화 틀로의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강욱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김대환 노동부장관 문제가 정리되면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2월2일, 지난해 7월21일 각종 위원회를 탈퇴한 한국노총은 모든 정부위원회에 전면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틀인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진영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노사정위는 즉각 환영의 의사를 밝히며 곧 본회의와 상무위원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렇듯 당정의 비정규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노동진영이 한편으로는 사회적 대화 틀로 포섭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안처리 일정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선거일정 전날로 잡히면서 조직적 투쟁의 약화는 자명해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은 5월 지방선거를 위한 지지세 확보로 이번 임시국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므로 그 만큼 비정규법안의 사회적 쟁점화는 약화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2월3일 제2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제13차 총파업투쟁본부 대표자회의를 열어 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2월8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했고, 총파업 최종 지침은 2월7일 국회상황에 따라 내려질 계획이며, 2월10일 이후의 투쟁계획은 총파업투쟁본부에서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선거연기 문제는 2월7일 이후 중집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하여, 2월21일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의 중요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현재 비정규노동자의 생존권의 운명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 조직에 선차적인 중요성을 부여하여 선거에 매몰되는 선거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오며

2월8일, 비정규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내부논의를 통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 법안 처리를 위해 대응책 마련을 논의하고 임원들을 중심으로 각 정당을 방문해 정책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또한 한국노총이 2일 노사정위 등의 전면복귀를 발표한 후, 8일 오후 노사정위원회 회의에 참가했다.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와 더불어 이상수 장관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민주노총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어 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2월13일 양대 노총과 경제 단체 등을 방문해 노사정 대표자회의 개최 등을 논의했다. 양대노총은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2월8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노사관계 선진화와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풀기위해서는 노사정 대화의 틀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사회적 협의 틀로 국민통합 연석회의, 중앙 노사정위원회, 지역 또는 업종 노사정협의회, 기업노사협의회 등 중층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미 노동부 2006년 2월6일,“노사관계 비영리법인이 노사 공동의 이익 증진과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 수행하는 각종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2006년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문제는 이상수 장관이 민주노총을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를 강조하며 비정규법안 2월 처리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차기지도부 선거가 연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까지 전원 사퇴하게 되어 사회적 협의 틀로의 포섭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합의처리와 2월 처리를 동시에 주장하고는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기간제 사유제한’과 ‘불법파견 고용의제’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노총 또한 강행처리 시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핵심 쟁점인 기간제 사유제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경총은 ‘기업 파업’ 운운하며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어느 한쪽이 입장이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합의처리는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이상수 장관이 노사정 대화의 틀 복원을 강조하고 있고 현재 노동부가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틀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민주노총의 지도부 선거 이후 노사정 대화의 틀 복원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1일로 연기된 지도부 선거의 과정에서 노사정 대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006-02-28 14:17:42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