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6년 대학 교육 투쟁의 배경
1) 정부의 국내 대학시장화 완성의 준비단계
(1) 교육개방과 자발적 자유화
지난 WTO 홍콩각료회의에서 2006년 12월까지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을 끝낸다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국내적으로 ‘서비스시장 선진화’를 위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영역의 하나인 대학교육도 개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자발적 자유화조치가 횡횡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오던 일이다.
GATS의 원칙상 일단 한번 개방 약속을 하면 점차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데 미리 자발적 자유화조치를 취한 영역은
GATS의 협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서비스는 GATS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국공립학교라 하더라도 상업적 요소를 조금이라도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GATS의 협상 대상이 된다. 정부가 규제철폐를 통해
공교육체제에 경쟁기제의 도입과 사적 자본의 진출을 허용하게
되면 이 모두가 개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WTO와
한-미 FTA교육개방은 교육시장화의 완성판이 될 것이다.
(2)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규제철폐”는 앞서도 표현했듯이 이것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경우 대학통폐합과 국립대 법인화,
대학구조개혁방안 등을 제시하고 교육부 주도를 통해 각 대학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 양상 중 핵심적인 것은 ‘선택과 집중’이며 이것은
차별과 배제이다. 국가는 대학에 대한 계열화를 통해 대중을
분할지배하는 것이다. 특성화라는 이름하에 수도권 주요 대학의
경우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수도권대학특성화지원(600억 원), BK21(1800억 원) 등
전문고급인력양성에 재정이 지원되었으며 지방대·전문대의 경우
NURI(2200억 원), 학교기업육성(100억 원),
산학협력중심대학(200억 원), 전문대특성화(1680억 원)등의
명목으로 재정이 지원되었는데 주로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노동력을 양성하는 기능을 수행토록 했다. 여기에 더해
의·치, 법학 전문대학원은 수도권 일부 대학과 지방국립대를
중심으로 설립인가를 내주려는 등 수도권 대학을 위시로 한
가파른 대학서열체제가 더욱 공고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계서열화 정책은 소수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들로 하여금 재정악화를 강요하면서 해당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여 구성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시설설비, 실습기자재, 학자금지원, 장학금지원 등의
일반지원사업비는 점점 줄고 대학원연구중심대학육성(BK21),
국립대 구조조정, 지방대특성화 등의 특수목적지원사업비의
비중이 절반에 이르고 있다.
(3) 사립학교법개정
또한 사립학교법개정과 관련하여 ‘선진화된 경영기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사학운영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경로를 다양화하고 투명한 경영제도를
안착시킨다는 명분과 각종 세제혜택으로 사립대의 운신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부가 사학의 합리적인 경영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영리법인의 대학운영 허용 방침은 사실
자연스런 계획이다. 올해 초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학재단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증시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해 사학의 영리법인화
논란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식 상장을 위해서는
기여입학제 허용이나 대학재단의 영리법인화 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2. 대학 교육 투쟁의 양상
지금부터는 2006년 봄 일어난 다양한 교육투쟁을 사례를 통해서
대학시장화의 구체적 양상 및 대학구조조정이 대학구성원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고 있고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부산대와 통합한 밀양 캠퍼스(전 밀양대) 수업거부와 고대
‘보건대’ 학생 출교 사태
서두부터 말하자면 밀양대와 병설보건대 사태는 신자유주의
대학재편의 결정판이다. 정부의 대학통폐합 방안에 따라
밀양대는 작년에 부산대와 통합했고 병설보건대는 고려대와
통합을 했다.
사태는 2006년 들어와서 부산대가 밀양대 졸업생들에게 부산대
졸업장을 줄 수 없다고 한데서 촉발되었으며 병설보건대 역시
고대와 통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 졸업장과 총학생회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은데서 발생했다.
밀양대는 현재 수업거부로 투쟁하고 있으며 고대의 경우 시위를
주도한 몇몇 학우들이 퇴학보다 더 높은 출교(재입학자체가
원천봉쇄, 학적에서 말소하는 것)라는 것을 당하면서 전국적으로
쟁점화되고 있다.
정부에서 대학통폐합 방안을 내놓았을때 이미 이런 우려는
존재했었고 당시 통폐합 후 대학구성원들의 신원문제에 대해서
교육부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고 발언했었다. 그런데 막상
통폐합 후 실제로 기존 밀양대생들의 항의에 대해서 부산대
당국은 너희들은 부산대생이 아니고 그렇다고 없어진 학교인
밀양대생도 아니다 라고 발언하여 분노를 촉발했다. 고대
보건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보건대 1학년들한테 2,3,4년들은
너희 선배가 아니라는 식으로 고대 당국이 조장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등록금과 학교규정은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일방적 구조조정의 폐해와 학력에 따른
차별전략 그리고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기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태이다.
2) 연세대 송도캠퍼스 조성문제
연세대 송도캠퍼스 이전문제는 대학 시장화와 교육 개방 속에서
소위 국내 메이저 대학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다. 또한 연세대는 이번 송도 이전을
계기로 1,2학년들을 송도로 분리시킴으로써
대학원중심대학으로의 학제개편과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신문기사에서 인용해 보겠다.
[동아일보] 연세대학교가 인천 송도신도시에 55만평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한다. 연세대 정창영 총장과 안상수 인천시장은
26일 연세대 본관에서 인천시 동춘동에 학부대학과 복합연구단지
등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내년 3월부터 신축공사에 들어간다. 연세대측은 2010년부터
신입생 전원과 전공을 선택하지 않은 2학년 등 5000여명은
이곳에서 수업을 하고, 전공이 결정된 2학년과 3,4학년은
신촌캠퍼스에서 수업을 한다고 밝혔다. … 대학측은 1단계
사업으로 2010년 초까지 28만평 부지에 학부대학과 기숙사를
신축, 신입생은 모두 단지 내 기숙사에서 생활케 할 계획이다.
27만평 부지에 조성될 2단계사업에서는
생명기술(BT),나노기술(NT)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과학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대규모 국제학부를 설치하고 해외자매대학
캠퍼스를 조성하는 등 외국대학과 교수, 학생을 적극 유치해
국제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송도캠퍼스 단지 내에는 주거, 상업,
문화 시설을 비롯해 기본적인 행정, 의료서비스 등이 모두
제공되는 하나의 국제마을이 조성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동북아허브 대학이 되기 위해 송도 캠퍼스 조성을
결정했다”며 “대학타운을 조성해 학생은 물론 교수와 교직원도
송도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연세대 송도캠퍼스는 특혜” 인하·인천대 등
“지역대학 홀대” 반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연세대의 ‘송도캠퍼스’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인하대와 인천대 등 지역 대학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이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인천 소재 대학들은 캠퍼스 부지 규모와 가격 등에서
“인천시가 지역 대학들은 홀대하고 연세대에만 특혜를 줬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 시립 인천대의 경우 지난해 부지
조정이 최종 마무리, 송도국제도시 이전이 확정됐으나 캠퍼스
부지가 당초 요구했던 30만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3만8000평으로 결정됐다. 이에 반발, 인천대 교직원과 학생,
동문들은 조만간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동아일보] 송도 초대형 ‘캠퍼스타운’ 되나
연세대가 송도국제도시 55만 평에 교양학부 위주의 송도캠퍼스를
조성하기로 결정한 이후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송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 서울대와 고려대의 관계자가 이번 주 송도국제도시를 찾을
예정이다. 인천시는 청라지구에 연구시설을 건립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고려 대학은 송도국제도시 내 20만 평에
‘생명기술(BT) 과학단지’와 국제대학원을 조성하고 싶어 한다.
캠퍼스 규모가 작은 서강대는 송도 진출에 적극적. 연세대
송도캠퍼스 인근 20만 평에 이공계 대학과 기업 연구소를 결합한
산학 협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인천시는 서강대에 10만
평을 제시했다. … 인천시는 국내 유명대학의 송도 진출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이
‘대학 타운’으로 변모될 경우 정부의 제동이 예상돼 제2, 3
캠퍼스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 인천시는 대학 유치를 위해
토지이용계획을 새로 만들어 재정경제부 승인을 받을 방침이다.
3)국립대 법인화
난항에 있었던 국립대 법인화가 인천대학에서 물고를 텄다. 시립
인천대는 2005년도에 국립대로 전환되었으며 국립대로
전환하자마자 법인화에 도장을 찍었다. 교육인적자원부(부총리
겸 장관 김진표)와 인천시장 안상수는 4월 3일(월) 오후 4시
정부중앙청사에서 시립 인천대를 오는 2009년 3월 예정으로 하는
국립대학 특수법인으로 전환한다는 양해각서를 전격 체결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5,6월 국회에서 국립대법인화 관련법이 통과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미 2003년도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
때부터 예고되어 있었던 사건이며 교수, 교직원, 학생으로
구성된 국공립대법인화대책위를 중심으로 투쟁을 확산해나가야
할 것이다.
4) 등록금 일반
올해 많은 학교에서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있는데 등록금
투쟁의 경우 재단의 비리 의혹 문제와 연결된 등록금 투쟁이
있고, 국립대 등록금 인상 자율화와 관련된 등록금 투쟁이 있고,
과도한 이월·적립금이 문제인 등록금 투쟁이 있으며, 등록금
쓰임새가 불분명한 등록금 투쟁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의 근본 원인은, (1) 국가재정지원의 열악함
(2)사립재단의 자율성을 빙자한 방만한 운영, 대학병원을
짓거나, 땅투기를 하거나 사립재단의 자산을 증식하는 문제까지
등록금으로 전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 제도적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많으며 교육부가 눈감고 있다는 사실이다.
5)학생운동 탄압
대학자본은 전국적인 처장단 회의(학생처장, 기획처장 등)를
통해서 학생운동 탄압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전수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 자본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학-학 갈등을
만드는 것이고 어용 학생회를 세우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생운동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 하나는 학생운동의 약한 지점을
포착하여 집중 공략하는 방법이다. 너무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서 일일이 언급할 수 없다. 문제는 학생운동 세력이 이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이 취약하다는 것에 있다.
3. 2006년 투쟁의 방법, 요구
2006년 현재 ‘전국대학생 교육 대책위’는 가장 많은
대학생운동 단체와 개별 캠을 포괄하는 연대투쟁체이다. 주요
요구로 고등교육재정 GDP 1% 확충,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철회를
들고 있다. 세부적인 요구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고등교육재정 1%의 경우에는 1%만 확충해도 전국의 대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의 70%를 삭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교육대책위는 여러 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의제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예를 들어 국립대 법인화
투쟁본부처럼) 구조를 창출하여 대중투쟁을 정세에 맞게 파급력
있게 벌여나가기 보다는 정파연합이라는 한계 속에서 3,4월 단위
등록금 투쟁을 총화하는 투쟁을 벌여내는 이상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또한 등록금 사회협약이라든지 각종 법안제정에
지나치게 기대를 거는 경향이 있다. 또한 결정적으로 5월 지자체
국면부터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4. 소결: 대학교육투쟁의 전망은?
학생의 경우 한-미 FTA투쟁이 부문별 공대위를 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등록금/교육개방/학생운동 탄압/구조조정 저지투쟁 등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공동대응이 확산될 수 있도록 기존의
학생운동세력들이 그러한 판을 적극적으로 기획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여주기식 투쟁이 아닌 실질적으로 대학 시장화에 균열을
내는 파괴력 있는 투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대학문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가능한 대학노동자와, 학부모와의 연대투쟁을 벌여낼 수
있는 투쟁판을 기획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