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근 / 한노정연 연구원, 연구위원회
3. 역대 집행부 활동을 통해 살펴본
‘고용이데올로기’의 변화 과정(하)
3) 반신자유주의 전선 형성의 시도와 좌절
- ‘고용이데올로기’에 대한 직접적 해결 모색과 그 실패
98년 정리해고 합의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 체결에도 강하게 반대했던 현장조직이 다음
노동조합 집행부를 맡게 된다. 현대자동차 내의 많은 현장조직
중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좌파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이
현장조직은 투쟁을 통해 패배감과 무력감을 떨쳐버리고 반복되는
양보교섭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울산 화섬 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기로 촉발된 전국적인
투쟁에서 집행부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할 것을 밝힌다.
전국적 차원의 계급투쟁의 전선 구축을 통해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가지는 위상으로 인해 이 집행부의 연대 총파업
결정은 민주노총 전체 투쟁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집행부는 민주노총 연대 총파업을 예정일 하루 전에
철회하고 만다. 현장의 조합원들의 동의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러한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게 된다.
[통합사업부 소위원회. 01.07.04] “어제 투쟁지침을 확정한다며
소집된 확대운영위에서는 파업에 돌입하는 사업장이 얼마 안될
것 같다는 이유로 우리도 총파업을 할수 없다거나 부분파업으로
전환하자, 위원장에게 위임하자 등 난상토론만 벌이다…
휴회하였다고 한다… 집행부의 의지가 어디에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보궐선거에서 현 집행부를 지지했던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운동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서 당당히 투쟁하는 집행부를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확대운영위는 애정을 갖고
지켜보던 조합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승용2공장 대의원회. 01.07.05] “이번 현자노동조합의 행동은
분명 전국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자노동조합의 총파업 철회 결정은 7월 총력투쟁에 큰 동력
손실이고 끊임없이 정부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치명적 손상인 것이다… 통합 임단투에 대한 임기 때문에 이번
7월 5일 투쟁의 수위를 낮췄다는 것은 참으로 어설픈
변명이다.”
[기명 활동가 30명, 01.07.12] “6월 21일 임시대대에서…
대의원 동지들의 만장일치 쟁발 결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7월 4일 확대운영위의 총파업 철회 결정은 조합원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노동조합의 기강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중대한
사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파업 철회 후 엄청난 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집행부를 비롯해 총파업철회를 주도한
운영위원들은 한마디 공개사과 조차 없이 ‘조합원들의 정서’,
‘내부의 현실적 조건을 감안한 선택’이라며 모든 책임을
조합원에게 떠넘기며 총파업 철회를 정당화하고 있다… 집행부가
지금도 통합 임단투만을 말하는 것은 지금도 민주노총
총력투쟁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 명백하다.”
당시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와 정치적 성향이 크게 달랐지만,
7・5 총파업 철회의 논리에서는 이전 집행부들과의
공통점이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철회의 이유는 첫 번째로 전국에서 총파업을 수행하는 사업장이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점과, 두 번째로 투쟁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공백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였다. 또한 세
번째로 총파업 철회는 통합 임단협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집행부는 통합 임단협을 통해 단협의
‘협의’ 문구를 ‘합의’ 문구로 개정하는데 주력했다. “통합
임단투를 통해 여러 가지 구조조정 관련된 내용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14차 사업보고서)
이러한 관점은 정리해고 합의를 받아들였던 관점이나 부품사업부
이관을 방관했던 관점과 동일하다. 개별 기업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한계를 강조하고, 투쟁으로 인한 조직 붕괴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활동가들의 공통적인 자신감 상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집행부에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중심에 둔 통합 임단투이고 현장 동력론이었으며,
총파업은 이를 위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의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에게 있어, 전체 노동자를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것, 특히나 무엇보다 ‘파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그것은
98년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 당시 별다른 연대 없이
고립되어 싸워야만 했던 경험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주체적 행위에 대한 평가가 부재한 상태에서
‘왜곡되고 불충분한’ 경험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 이전까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미흡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집행부가 연대투쟁이나 전국전선 형성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힘든 현실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집행부는 파업 결정을 내렸을 뿐, 그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여내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을 조직하기 위한 정면돌파를 기피하였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변화를 전제하거나 이끌어내기 위한 총파업투쟁
참여철회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터다.
IMF 이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체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희생과 양보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이는
경제의 실물 지표는 급격히 호전되고 있었음에도 민중들의
생존권은 더욱 더 위협받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바꿔야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위한 계기를 찾아내는 것은 모두들 실패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뿐만 아니라 한국의 노동운동 전체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98년 이후 최초로 벌어질 수 있었던,
신자유주의라는 ‘주어진 조건’ 자체를 반대하는 전국적 투쟁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한편으로 제도화되고 한편으로 내면화되고 있던
‘고용이데올로기’를 변화시켜낼 수 있는 계기로서 전국적
투쟁전선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회한을 단지 몇몇의
활동가들에 의한 비판과 반성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무겁다.
물론 당연하게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먼저 선도적으로
투쟁했다고 가정한다 할지라도, 그 총파업이 반드시 전국적인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총파업 철회 역시 ‘합리적’ 판단이었다.
그러나 결국 총파업의 철회로 인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길, 완전고용합의서가 추구하던
고용안정이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그것을 획득하는 길은 완전히
달랐던 해결방안 모색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후에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운동에서 이러한 다른 길에 대한 모색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이는 연대투쟁과 계급적 실천을 강조하던
활동가 집단이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고용문제에 있어서 투쟁을 외치는
활동가들도 신뢰하기 힘들다고 여기게 하는 악영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7・5 연대 총파업 철회에 대한 활동가들의 생각을
알아보자. 먼저 2001년 7・5 민주노총 연대 총파업 철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했다. 49.4%의 활동가들이
총파업이 필요하며, 했어야 했다라고 답하고 있고, 17.5%의
활동가들은 총파업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하기로 약속한 것인
만큼 약속을 지켰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한편 20.6%의
활동가들은 철회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어려움을 답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반적인 민주노총 차원의 파업이나 연대 투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았다. 민주노총의 파업이나
연대투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답한 활동가가 53.7%이고,
조합원의 정서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답한 활동가가
29%로서, 최소한 절반이 넘는 활동가가 민주노총 파업이나 연대
투쟁에 대한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응답 내용
표. 7.5 민주노총 연대총파업 철회에 대한 평가
표. 민주노총의 파업이나 연대투쟁에 대한 의견
4) ‘고용이데올로기’의 우회적 해결 모색과 실패
‘고용이데올로기’로 인한 조합원과 활동가들의 변화는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는 계속해서 커져갔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의 여러 현장조직들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 활동가 모두에게
있어 현장의 변화는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였다. 역대 집행부들
또한 이러한 현장을 변화시켜내고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이 방안들은
‘고용이데올로기’를 없애거나 감소시키는데 실패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기에서 ‘고용이데올로기’로 개념화한
현상들에 대해 역대 집행부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집행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장의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된 상태였으며, 제시된 해결책들은 그러한 악화된
현장을 개선하는데 별다른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활동가들은 현장 바깥의 어떤 변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을 뿐, 그 해결책 속에서 활동가들
스스로의 역할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또한 한편으로 그러한
해결책의 실패는 이미 ‘제도화’되고 ‘내면화’ 되어버린
‘고용이데올로기’ 의 커다란 영향력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1) 2002-2003년 산별 전환 추진과 실패
당시 집행부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산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였다.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고령화 문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과로사 문제 등 해당시기
거의 모든 당면 과제들의 대안으로 산별노동조합을 주장하고,
조합원들에게 산별노동조합으로 전환하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했으며, 실제로 산별노동조합 전환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집행부가 산별을 주장한 이유는 기존의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에서는 위와 같은 당면 과제들을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6차 사업보고서] “산별노동조합은… 거시경제정책에 대항하고
반노동자정책을 저지할 수 있는 조직력과 교섭력, 그리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급적인 노동자들의 조직체이다…
현자노동조합의 기업별 형태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제는 단일노동조합에서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구조조정을 막아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이처럼 집행부가 산별 노동조합으로 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에는 특히 98년 투쟁의 패배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산별노동조합이 아니라 기업별 노동조합이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3개 현장조직이 하나의
현장조직으로 합쳐져서 건설된 집행부에는 7대 집행부를 지냈던
현장조직이 속해있었고, 10대 집행부의 98년 투쟁 평가에는
이들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7대 집행부는 12차 사업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한 적이
있다. “산별노동조합으로 전환해야할 당위성과 필요성이 노동계
안팎에서 요구되고 있다. ‘거대노동조합 건설’과 ‘정교한
의사소통 구조 건설’의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99년 임단협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고, 동시에 고용을
보장받음과 함께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고용안정 관련 협약
내용을 강화하고, 고용안정 기금을 조성하여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것과 대폭적인 권한을 산별노동조합으로 이양하는 방법을
찾는 길 뿐이다.”,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노동의 대응은
기존의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한다.”
“현재의 노사관계에서는 어떤 기업별 노동조합도 견딜수없다.
98년 투쟁에서 확인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기업별 노동조합의
한계이다.”
한편 14차 사업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난 시절 뼈저리게 느꼈던 단위노동조합의 한계성을 극복할수
있는 산별노동조합 건설,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조합원의
권익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 나갈것이다.”
이러한 산별노동조합 전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현장조직은 없다. 98년 이후 현대자동차 현장조직들의
풍토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게도 모든 현장조직이 방법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산별전환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다. 예전에 간혹
관점에 따라 어용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조직을 모태로 하고 있는
실리주의적 노동운동 노선을 가진 현장조직 역시 산별노동조합
전환에 찬성 입장을 밝힌다. 물론 산별 추진에 있어 방법상의
차이점들은 존재하고 있다.
[자주노동자 신문, 03.05.29] “제조직의 입장은 몇가지로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활동가들이 산별노동조합 전환을
주장하면서도 의견통일이 안되는 이유는 조직형태와 조직체계
등이다.”
[노연투 신문. 03.06.16] “산별노동조합은… 기업별
노동조합체계에서 임금, 후생복지, 노동조건, 노동통제 대응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하는
계급적 단결로 기업별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
임금과 고용, 복지를 지향하는 노동조합 체계가 바로
산별노동조합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조합원 총회에서 산별 전환이 부결됨에
따라 수포로 돌아가고, 2년여 동안 집행부가 집중한 사안이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의
진전에 별다른 기여를 못하게 된다. 03년 임단투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함께 치러진 산별노동조합 전환문제는 노동조합
역사상 가장 낮은 쟁의행위 찬성률(전체 대비 54.8%)과 함께
산별전환도 62% 찬성에 그침으로써 부결된다. 그러나 산별
전환을 찬성한 조합원이 60%가 넘으며, 약 1600여명의
조합원들만 더 찬성을 했다면 전환이 가능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산별 전환이 가결되었느냐 부결되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설령 산별전환이 가결되었다 하더라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이 모두 해결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운동의 성격 변화의 과정과 문제점의
원인을 지적하지 않은 채, 또한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산별전환만을 꾀하는 것은 구성원들은 그대로
둔 채 노동조합의 조직형식과 체계만을 바꾸는 것에 불과했다.
산별 전환은 분명 지향해야할 방향이며, 노동조합의 조직형식과
체계 변화는 분명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산별 노동조합으로 변화한다면, 조직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운동 진영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고용이데올로기’에 대한 어떠한
대응책도 제시할 수 없었다. 조합원과 활동가 모두에게 ‘문제로
인식조차 되지 않았던 고용이데올로기 문제’는 노동조합 조직
형식과 체계 변화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집행부가 산별 전환에 집중하기
위해 현장에서의 쟁점 사안들에 개입하는 것을 보류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입의 방식에서도 이제까지 사측의
위반과 무시로 인해 계속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던
노사공동위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쟁점 사안들을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해당 시기 계속해서 발생하였던 구조조정
쟁점들에 대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산별로 가면 해결할 수 있다’고, ‘산별로 가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집행부의 구조조정 대응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15차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하도급 및 용역, 신기술 및 공장
이전등으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조합원의 장기적
고용안정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활동, 하청비율
기준 마련을 위한 노사특별위원회 활동을 추진한다.”
[16차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중요한 것은 신제품 개발이든
물량 이관이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와
정책진단이 있을 때만이 혼란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향후 사안에 따른 ‘초기 정보제공원칙’ 준수를
더욱 강력히 요구하여 사업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향후 발생될
문제에 대해 사전에 보완하고 간담회 등을 통한 대책 수립을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대응 방향은 고용안정합의서를 이끈 집행부의 구조조정
3대 원칙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사점은 구체적인 대응 양상에서도 드러나게 된다. 예컨대
경차아웃소싱과 해외공장 설립과 같은 구조조정 사안들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경영참여 등을 통해 노사 대등한
공동결정’을 모색하고 있다 집행부는 공동결정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6차 사업보고서] “현대차 그룹이 승승장구 발전한다는데
노동조합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현대차그룹의
해외 현지공장 신설과 기존 해외공장 증설은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의 심각한 고용불안과 공장폐쇄 등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해외 등 자본이동에 대해
노사간 공동결정을 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조합원들의 고용과
직결되어 있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동화를 자초할 위험에
대비하여 노동조합이 해외투장에 대해 개입하고 통제권 확보가
필요하다… 회사의 일방적인 해외투자에 따른 자본이동에 대한
노동조합 차원의 개입과 통제권을 단체협약 내지 특별협약을
통해 반드시 확보해야한다. 2003년 임단투에서 요구된
특별협약에는 많은 부문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있지만, 향후
해외공장 차종투입, 투자금액 결정, 이익분배금 등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 이와 같은 대응 방식의 결과에 대해 집행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16차 사업보고서] “자본의 해외이동으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단협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전반적으로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에 주된 목표를 두어 일정부분
쟁취하였다.”
이와 같은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3대 구조조정 원칙의 충실한
실행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평가와 무대응과 무기력을 비판하는
부정적 평가가 존재한다.
[의장 1부 소위원회, 01.12.13] “우리는 이번 임단협에서
구조조정 관련 협의를 반드시 합의로 쟁취해야 한다. 사측은…
구조조정 심의의결 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에서
사활을 걸고 합의를 주장하는 이유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확실히 확보하여 더 이상 고용불안의 근원을 없애자는 데 있다…
집행부는 심의 의결이라는 문구 수정이 아니라 합의 문구 쟁취를
해야 한다.”
[5공장 대의원회, 02.04.16] “미국 현지공장과…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 아스토와 비스토를 위탁생산, 5공장의 TN카 투입,
공장합리화 공사합의 불이행 등 사측의 일방적인 생산방식과
구조조정은…고용불안과 이윤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영 방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체협약 20조는 노동조합의
요구로 사측은 자료를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집행부는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공개된 자료를…면밀히 분석하여…
고용보장과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의 길, 02.05.07] “회사 측은… 미국 앨리바마 공장과
중국 현지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집행부의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단체협약 29조 2항… 지키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통보받고
동의를 해준 것인가?”
[자주 노동자 신문, 03.05.29] “공작사업부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은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고 고용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한
대중투쟁이다… 집행부는 사측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투쟁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못하고 미온적인 자세와 대처로
일관했다. 사측이 단협(5조,19조,20조,28조,29조)을 정면으로
위반했고… 03년 임단투 한가운데 도발적으로 18차 19차
노사공동위원회의 합의사항을 파기했다.”
[4공장 소위원회, 03.07.24] “05년이면 해외공장이 본격
가동된다. 국내 공장은 내수만 담당하면 되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며, 향후 물량부족으로 조합원들 고용은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 된다… 03년 임단투의 핵심인 자본이동・경영권
이동에 대한 노사공동 결정 확보 없이는 투쟁이 종결되어서는
안된다. 죽어도 노사 공동결정 쟁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용을 보장하는 길이요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길임을
모두들 알아야 한다.”
한편 당시 집행부에 이르러 집행부와 대의원 체계상의 문제가
구체화 된다. 집행부의 방침을 해당 대의원이 따르지 않거나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집행부는 ‘신규인원 투입 시에는 정규직으로 충원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세우지만 이러한 원칙은 현장에서 강제되지
않고 해당 대의원의 독자적 판단에 맡겨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잇따른 과로사로 인해 집행부는 일요일 특근 거부 지침을
내리지만, 이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현장에서 사측의 영향력을 계속 커지고 있었다. 특히 역대
최저의 쟁위 행위 찬성률은 활동가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한편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관련한 지적들이
이미 02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승용3공장 소위원회, 02.06.04] “협상에만 매몰되어 조합원의
동력을 끌어내기 위한 투쟁전술이 부족하다… 지금까지의 투쟁을
살펴보면 본관집회, 대소위원 출근투쟁 몇 차례가 고작이다…
중앙 쟁대위에서는 투쟁수위를 높여서 잔업거부를 기본으로…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실노회 신문, 02.07.05] “회사가 갖은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있다. 올해 단체교섭…
찬반 결과가 나온 직후 회사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표결
결과 찬성률이 가장 저조한 3공장장과 지원3팀장을 해임시켰다.
그리고 찬성률 1위를 기록한 시트공장장을 승진시켰다… 현장
노무담당자들이 목숨을 걸고 설쳐대고 이들의 영향력이 우세한
사업부의 가결률이 높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민노투 신문, 03.03.12] “ 이번의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쟁위
행위 찬반투표에서 보여준 사측의 행위는 자주권 침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임금협약 관련 총회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쟁위행위 찬성으로 인해 부서장이 경질될 게 계기가 되어
나타나는 이러한 회사 도발은…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노동조합의
대의원마저 회사에서 지명하는 자만이 당선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수 있다.”
[노연투 신문, 03.06.30] “첫째, 03년 임단투 결렬에 따른
조합원 찬반투표가 최악의 사태에 이른 것은 사측의 노골적인
총회 개입과 더불어 집행부의 투쟁전술에도 문제가 있었다.
투쟁의 주체인 조합원들이 투쟁의 목적의식을 정립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이 충분치 못했다. 여기에 집행부는 그저 틀에 박힌
일정 속에 조합원의 공감대 형성없이 총회로 가져갔다. 둘째,
산별노동조합 건설은 당초 심한 인식의 편차가 발생했다. 내부적
입장정리도 없이 그저 가고 나서 문제점은 보완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작금의 상황은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보수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징후가 03투쟁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산별전환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저조한 찬성률의 주 이유는
요구안에 대한 교섭 과정의 쟁점화 미흡, 시간에 쫓기는 쟁대위
지침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사측의 대응은 준비된
공세로 다가오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보편화되어있던
관리자에 대한 업무 로테이션이 지금은 없어서 인간적인 대면이
이어지고 있다. 소위 십수 년을 함게 생활하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측의 관리자들이 며칠씩 퇴근하지 않고
이념공세를 펼친다면 노동조합의 간부는 더욱 더 열심히 현장을
누비는 대응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실노회 신문, 03.08.13] “03년 임단투는 3개의 진기록을
세우며 마무리되었다… 쟁위행위 찬반투표가 사상 최저치인
60.54%로 통과되고… 임단협만을 갖고 장장 3개월 보름간의
투쟁을 했으며… 잠정합의에 대한 찬성은… 80.2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연투 신문, 03.08.14] “03년 임단투가 시작되기 전에 사측은
충분한 재고 물량을 빼돌리면서 비축했고, 순환파업 등의
부분파업이 진행됐지만, 결국에는 재고만 소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힘있고 위력있는 파업투쟁은 한 번도 못하면서 그저
생색에 불과한 투쟁에 일관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지루한
파업투쟁에 식상해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찾아 볼수가 없었고 주변 사업장 수준으로 빨리만 끝나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지도부는 뭔가
돌파구를 뚫기 위하여 적극적인 투쟁전술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집행부는 조직력을 배가시키는 파업투쟁이 아닌 형식적인
파업을 배치하면서 조직력은 급속히 저하된 경우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년 조합원 참정권 행사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사측의 투표 개입을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즉
투・개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희망, 03.11.05] “임단투의 가장 큰 목표는 대중을
일상적으로 투쟁하고 강화 단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자노동조합은 수년간 그 훈련을 게을리 했음을 몇 번의
조합원 총회결과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조직된
정규직의 투쟁이란 없고 오로지 위원장의 결단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천해야할 투쟁조차도 신분보장을 이유로
회피하며… 일부 대의원은 조합원의 자발적 투쟁을 저지하며
사측과 테이블로 해결한다.… 조합원은 더 이상 불만이 없다.
그저 줄어든 잔업과 특근만이 불만이고 요구사항이다.
물량확보가 임기연장을 보장하는 최대 선거 홍보물이 되고,
조합원의 경조사가 가장 큰 활동영역을 차지한다. 회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조합원의 술시중을 치러야 조합원들이 인정한다.
지난 수년간 조합원은 투쟁시기가 되면 투쟁의 각오보다는
지도부의 투쟁시기와 전술, 투쟁 기간까지 점치는 점쟁이가
되어버렸다. 어느 땐 노동조합으로 어느 땐 사측으로 붙어야
되는지 그 시기를 계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후 집행부의 임단투 전술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되고 특히 04년의 투표 방법의 변경으로 이어진다. 예전 사업부
별로 개표하던 방식에서 모두 모아서 한꺼번에 개표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것은 조직적 단결을 꾀하기 위한
노동조합차원의 대응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되지만,
커져가는 사측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집행부의 산별 전환 추진은 이전까지의 집행부들과 많은
공통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별 기업
체계에서의 패배와 이후 몇 년간의 거센 구조조정 공세는
활동가들에게 자신감 상실과 무력감을 안겨 주었고, 상황을
변화시킬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되었다. 98년 이후 끊임없이
가져온 회사와의 교섭에서 교섭력의 한계를 절감한 집행부는
교섭력의 확대를 고민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자연스럽게
산별전환 추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산별 전환을 통해 집행부가
추구하고 있던 노사공동위를 비롯한 노사 공동결정이 실질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산별 노동조합이 정당하고 지향해야 할 것이라
할지라도, ‘선언’과 ‘선전’을 중심으로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은 잠깐이고 노동조합 체계만 바뀌면 앞으로 ‘좋은
시절’이 찾아 올 것이라는 호소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불충분했다. 지금 이 순간 후퇴하고 패배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체계만 바뀌면 전황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모험을 하기에는 이미 조합원들은 충분히 불안해하고 있었고,
또한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충분히 기존 체제에 순응하고
있었다. 결국 산별 전환은 이루어야 할 미래의 과제로 남겨지게
되었고, 그 동안에도 ‘고용이데올로기’는 계속해서 커져
나가고 있었다.
(2) 2004년 사회공헌기금 요구
04년 3월, 자동차 완성사 4사 노동조합 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를 위한 대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사회공헌기금은 집행부 차원의 계획이 아니라 금속
연맹의 계획하고 자동차 완성 4사 노동조합이 모두 동의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따라서 사회공헌기금 추진이 당시 집행부만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04년의 정세적
상황과 한국 전체 노동운동 진영(최소한 금속연맹에서)의 노선을
반영하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주된 내용은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11대 집행부는 이것을 자동차산업발전을 추진해내는
공동기금으로 활용하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을 위해
환원함으로써, 노사의 사회적 책무를 구체화하자는 취지라고
밝힌다.
[노동조합소식, 04.04.09] “자동차완성4사 노동조합이 하나
되어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사회적
책무 이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사회공헌기금은 순이익 5%를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하여
고용안정을 이루도록 하고 영세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개선하는데 주로 사용할 것이다.”
집행부가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2003년 임단투 시기의 언론의 대공장 노동조합
죽이기였다. 집행부를 비롯하여 여러 현장조직들은 ‘사회적
책무를 통해 보수언론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개별 기업 이기주의 혹은 정규직
이기주의에 대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의 비판이다.
집행부는 ‘그동안 현자노동조합이 전국적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사의 현안에만 국한됨에 따라 질타를 받았는데,
다시 계급적 운동의 틀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행부는 이러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설치라고 주장한다. 전체 노동자의
심화되는 양극화와 함께 정권과 언론의 대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현대자동차 활동가들에게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왔으며,
사회공헌기금이 이를 위한 타개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이 방안은 회사에게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으므로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집행부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노사간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한다. 대기업의 이익은
수많은 부품업체와 하청업체와의 사회적 관련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기금을 조성하여 사회를 위해 써야한다.
둘째, 산업정책에 기여를 함으로써 고용을 보장한다. 제조업
공동화 등으로 고용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단시간 고질의
노동을 통해 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한 기금을
설치해야한다.
셋째. 심각하게 왜곡되는 노동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비정규직의 급증은 장기적인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기금을 조성하여 비정규직의 보호를 비롯하여
기술훈련 등 숙련을 통한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이뤄야 한다.
넷째. 내수시장의 침체에 대한 일정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들이는 것보다 자동차회사의 사회적인
여론을 통해 국민적인 공감을 확산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다섯째. 최근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고립화 우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대공장 노동조합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임금인상 투쟁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이 사회적 연대를 앞장서서 추진해야한다.
[노동조합소식, 04.04.30] “완성차 회사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훌륭한 광고의 역할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회사의
부담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세월 대공장 노동조합들의
투쟁은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켜왔다. 이제부터는
산업차원에서 기금을 만들고 그것이 산업발전은 물론이고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여 전체 노동자를 위해 노력하자.”
집행부는 04년 임금협상을 통해 이러한 사회공헌기금을 일정정도
쟁취하게 되고,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차 사업보고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중 산업
발전기금은 자동차 공업협회와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룸으로써, 연맹 차원의
산업공동화 방지와 직업 안전망 확보를 위한 기금 마련의 논의
틀을 마련하였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의 구체적 방안마련을 위한
기금의 재원확보를 이루는 성과를 이루었다.”
[노동조합신문, 04.07.08] “사회공헌기금이 산업공동화와
고용불안에 대처하고 산업전체의 전망을 예측하여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줄 것이며, 단기적인 문제에 집착해왔던 그간의
노사관계에서 중장기적 산업전망에 기초하여 기금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동조합소식, 04.07.09] “2일 체결된 노사공동협의체는
자동차산업의 공동화 방지와 고용안정이 목적인 것으로
고용안정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노사 모두 합의정신에
따라 난제들을 풀어간다면 국내자동차 산업발전과 조합원의
고용안정 모두를 풀어나갈 수 있다… 현자노동조합은
노사협의체가 계속 강화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조성에 대해 노동조합 요구안이 모두
수용되면서, 자동차산업 공동화방지와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당초
목표가 모두 달성되었다.”
현장조직들은 사회적 책무 이행과 그것의 방안으로서의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대부분 찬성의 입장을 보이게 된다. 사회
공헌 기금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하지만, 그 외의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사회공헌기금 자체 보다는 조성된 기금액의 크기 정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자의 길, 04.07.06] “노동조합에서 지역사회의 약자를
위해 1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발전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볼수 있다. 대기업 이기주의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것이다.”
[민노투 신문, 04.07.14] “사회 공헌 기금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유지를 위한 각종 연구와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켜가기
위한 다양한 사업재원을 조성하자는 취지가 있다. 또한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대기업에 걸맞지 않게 고작 10억원에 불과한 기금을
조성한 부분은 실질적인 성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위와 같이 당시 집행부 역시 이제까지의 집행부들과 많은
공통점을 드러낸다. 먼저 사회공헌기금 요구와 노사공동협의체,
자동차산업 노사협의체의 신설은 이제까지의 역대 집행부가
요구해온 ‘경영참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또한 역시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투쟁을 통한 고용안정이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으며, 기업 혹은 산업의 발전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인식에 동의하고 있었다.
집행부는 사회공헌기금을 국내 산업 공동화와 비정규직 확산을
막아내는 실질적인 조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대자동차의 막대한 순이익이 바로 그러한 국내 산업
공동화와 비정규직 확산을 추진함으로써 가능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구조를 변화시켜내지 않는 한
국내 산업 공동화와 비정규직 확산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과연 그것이 정말로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의 의문을
제외하고서라도, 설령 순이익의 5%를 비정규직 노동자와
부품업체 노동자들에게 돌려준다 한들(실제로는 해당 기업에게
돌려주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원래 그들의 것을 현대 자본이
부당하게 빼앗은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그
당시는 빼앗긴 것을 되찾고자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해서 분출되고 있던 시기였다.
정말로 사회공헌기금의 취지대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서 부품
업체에 투자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업 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기업이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하고
국가가 발전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빼앗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은 하기 힘들었다. 최소한 현실에서 투쟁하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그것은 너무도 먼 이야기였다.
04년 임투의 특징 중의 하나는 “굵고 짧은 투쟁”이었다.
이러한 투쟁 전술은 사회적 책무 이행전술과 함께 03년 투쟁이
미친 영향의 결과였다. 약한 수위의 장기간에 걸친 투쟁으로
인해 정권과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고 한편으로는
현장의 동력이 현저하게 약화되었던 경험이 다른 방식의 투쟁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집중적인 투쟁을 통해 쟁의기간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고자 하는 이러한 새로운 투쟁 방식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노동자의 길, 04.07.06] “현자노동조합은 처음부터 투쟁기조를
굵고 짧게 임한다는 방침을 세워서 조합원들로부터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쟁위행위 투표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투쟁 동참의 열기도 뜨거웠다… 심야 마라톤 협상이나 독대를
하지 않고 현장의 조합원들이 같이 할 수 있는 대낮에 모든
협상을 하였다… 관행처럼 여겨오던 잔업거부를 시작으로
부분파업, 전면파업의 수순을 확 바꾸어 처음부터 총파업을
단행한 것은… 조합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실노회 신문, 04.07.07] “현자노동조합 5일간의 파업은…
대기업 노동조합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투쟁이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임금인상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사실상 이번 투쟁은 집회에만 몰두한
투쟁이었다…. 이제 노동조합의 투쟁도 변화를 가져가야 할
때이다. 임단협 투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투쟁만이 우리의 투쟁을 정당화 할수 있다.”
[민노투 신문, 04.07.14] “정규직 중심의 집단적 이기주의에
빠져있다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공감대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본격적인 총파업 투쟁을 시작한
시점에서… 갑자기 잠정합의를 해버림으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동지회 신문, 04.07.15] “민주노총의 방침과 완성 4사의
공동요구 및 비정규직의 문제를 비롯한 핵심적인 요구에 대해
공동으로 요구하고 투쟁하자며 약속해 놓고 마무리는 따로
해버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현자노동조합의 04년 임단협을 지켜보면서… 조합원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제적
전투주의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노동자의 길, 04.07.28] “짧고 굵게한 투쟁은 조금만 늘어지는
투쟁을 할 경우 자본과 정권의 총공격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전술이었다. 이를 통하여 소기의 성과(조합원과
함께 하는 협상, 관행적인 투쟁전술 혁신, 단협사항 쟁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투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임투의 조기종결은 비정규직 투쟁에 장애로 다가갔다.
또한 전국투쟁전선이 형성되기 전에 임투가 종결되면서 담장을
넘는 연대는 어렵게 되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자동차 완성 4사가 집중적으로
주장했던 사회공헌기금은 분명 일정한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노동운동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었으며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역시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투쟁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듯한 무력한
현실에서,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당위와 의무감은 자본이나
정부도 받아들일 것 같은 ‘합리적’ 제안을 찾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공헌기금은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는 기업에
속해 있으면서도 끊임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거기에 더해 생존권 위협까지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 기업에 의해 구조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부품 산업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실질적인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고용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