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문화의 복잡성을 생각하다
김영철
한노정연에서 노동자 문화를 주제로 중구난방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는 중구난방에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자유롭고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 같다. 먼저 신병현 선생님께서
노동자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그 다음에 질의응답과 토론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그 중에 관심이 가는 것들은
작업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노동자들 사이의 관계와 이것을
이용한 자본의 노동자 통제에 관한 것이었다.
작업장에서 나타나는 노동자들 사이의 관계는 노동의 숙련도와
관련된 것 그리고 가부장제와 관련된 것이다.
노동과정에서 기술은 점차 숙련에서 반숙련으로 진행되어 가지만
전문직과 비전문직 그리고 직급 등 노동의 숙련에 관련된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가부장제의
문제를 가족 내의 문제나 다른 성 사이의 문제로 생각해
왔었는데, 가부장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사회
전반에 걸쳐 가부장제의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는 다른 성 사이나 같은 성 내에서의
위계질서로 나타나는데, 능력이나 직책 등에 따른 서열화의
문제는 같은 성 내에서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나타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유사 가족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것은 사회에 전반에
확산된 가족주의적 경향으로 한 집단 내에서는 정서나 대화의
소통이 원활하지만 집단들 사이에서는 정서와 대화의 단절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나 분파들 사이의 관계가
그러하다.
유교적 가부장제와 근대적 가부장제의 비교가 흥미로웠다.
유교적인 대가족에서의 위계질서와 근대적인 핵가족에서의
위계질서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차이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대가족은 3대나 4대가 한 가족을 이루기
때문에 구성원이 많고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도 다양하다. 그런데
핵가족은 대개 부모와 자식 2대로 구성되므로 대가족에 비해
구성원이 적고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도 단조롭다. 그래서
가부장제에서 생기는 문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가족은
내부의 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의 위계질서는 유연성을 띨
수 있는 반면, 핵가족은 내부의 관계가 단조롭기 때문에 그것의
위계질서는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대가족에서는 다른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지만 핵가족에서는 그러한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아마도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한 우리 사회에서 대가족의
분위기에서 성장한 세대와 핵가족에서 성장한 세대 간의
세대차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노동과정에서 나타나는 숙련도의 차이 그리고 가부장제 또는
유사 가족주의는 국가나 자본에 의해 활용되어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자본은 신경영전략 이후 지속적으로
성과급 등 노동의 숙련과 관련된 것을 통해 노동통제를 하고
있다. 노동이 반숙련화되는 과정에서 노동의 숙련도에 차이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냐만 자본은 사소한 차이라도 그것을
거대하게 부풀리며 고용을 담보로 노동자들을 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몬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과정과 가부장제에 대한 성찰은 노동자문화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 될 것이며 자본의 지배에 대항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이 노동자들을 지배할
때는 노동자들의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상황을 매개로 한다는
말에 동감하게 된다.
뒷풀이 자리에서는 과감한 헤어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이야기, 선생님이 말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세대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화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꾸준히 길러야 할 것 같다.
중구난방토론회라 놓친 이야기도 많고 잘 못 이해한 것도 많을
것 같은데, 그래도 노동자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계기들을 접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