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좌

임금과 잉여가치(2)

강의 : 채만수 / 부소장

[필자가 아직도 고전중(?)이라서 이번 호에는 지난 번호에 싣지 못한 제3마당의 뒷부분만 싣습니다. 다음 호부터는 온전한 중계를 기대해 봅니다.]

4. 임금 크기와 ‘지불능력’론

임금의 크기와 관련한 주장 중에 이른바 ‘지불능력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고 싶어도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 노동자들이 열심히 싸워서 아무리 높은 임금을 합의해도 현실적으로 회사가 그만큼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회사의 현실적 지불능력을 고려해서 그에 맞게 임금을 책정해야 한다. 대강 그런 얘기입니다.

필시 여러분들도 많이 들은 얘기일 것입니다. 자본측으로부터는 물론 적지 않은 ‘노동운동가들’로부터도 말입니다.

착취와 억압으로부터의 노동자․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관점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합리적인 노사관계’, ‘건설적인 노사관계’라는 입장에서, 그러니까 국가나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의 힘을 빌어서 개별자본의 무자비한 축적충동에 일정한 제약을 가함으로써 이른바 ‘노사 평화’를 이루려는,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라는 착취․억압관계를 영속화시키려는 ‘노동운동가들’이 우리 주변에 한 두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주장합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아마 그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화를 낼지 모르겠습니다. 모함이라고요. 자신들이 ‘합리적인 노사관계’니, ‘건설적인 노사관계’니, ‘대등한 노사관계’니, ‘노사 동반자 관계’니 하고 하는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모르는 좀 모자란 사람들이든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채 은폐하는 사람들이 그들이지요. 그래도 자신들은 노동자들의 참상에 눈을 감고 있지는 않다고 위안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속담 있지 않아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말입니다.

아무튼 임금과 관련한 지불능력론은 평소가 많이 듣는 얘기고, 또 특히 ‘중소기업’의 사정과 관련해서 그런 얘기를 듣게 되면 대개는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됩니다. ‘주고 싶어도 정말로 능력이 없어서 못 준다’는데, 여간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재간이 없는 거지요.

그런데, 아담 스미스가 ꡔ국부론ꡕ을 낸 게 아마 1776년이지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230년쯤 전인데, 이미 그때 그 책에서 아담 스미스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제조공업의 노동자는 자기 임금을 자기의 고용주로부터 선대받지만, 그러한 임금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자기의 노동이 가해진 대상의 증대된 가치 속에 이윤과 함께 보존되기(reserved) 때문에, 실제로는 그 고용주에게는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ed. by Edwin Cannan, M.A., 6th edition, London, 1950, Vol. 1, p. 313)라고 말입니다.

무슨 소린지 좀 아리송하지요? 좀 아리송한 채 “실제로는 그 고용주에게는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라는 대목에 주목하면서 넘어갑시다. 곧 맑스가 보다 명확한 말로 다시 얘기를 해줄 것이니까 말입니다. 즉, 이 부분과 관련하여 맑스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자본가로부터 받는 화폐는 그가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하도록 한 후에, 노동력이 이미 노동생산물의 가치 속에 실현된 후에 비로소 노동자가 받는 것이다.”

“노동력은 노동자에게 지불될 등가를, 자본가가 그것을 노동자에게 화폐형태로 지불하기 전에 이미 상품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는 스스로 지불재원을 만들어내고, 거기에서 그에게 자본가가 지불하는 것이다.”(이상, ꡔ자본론ꡕ 제2권, MEW, Bd. 24, S. 380.)

어떻습니까? 이제 좀 의미가 명확해지지 않았습니까? 말하자면,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그러니까 자본가로부터 받는 임금은 사실은 자본가의 생짜 자본으로부터 받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먼저 노동을 통해서 그 재원, 즉 임금을 줄 돈들을 상품의 형태로 자본가에게 만들어 주고, 그로부터 지불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여러분들 중에 임금을 선불로 받는 사람 있습니까? 없지요? 한 달 내내 뼈빠지게 일을 해주고, 그리고 나서 월급을 받는 것 아닙니까?

다시 말하면, 자본가는 임금을 후불하고, 노동자들은 그렇게 후불되는 돈을 미리 자본가에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더구나 임금으로 지불될 부분뿐만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 부분까지도 만들어 주는 거니까, ‘임금을 (많이) 주고 싶어도 줄 능력이 없어서 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지불 능력에 따라서 임금을 받아가야 한다’는 따위의 이른바 ‘지불능력론’은 설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맑스는 이렇게까지 명확히 얘기합니다. 즉, 노동자와 자본가 측이 임금을 약정할 때에는 자본가에 의해서 현실적으로 노동자에게 임금이 지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불되어야 할 임금이 약정될 때에는 화폐는 단지 관념적인 가치척도로서 작용할 뿐이고, 아직 자본가의 수중에 있을 필요는 없다.”(MEW, Bd. 24, S. 380)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약정된 임금이 지불되기 전에 노동자들이 그보다 더 커다란 크기의 가치, 즉 돈을 자본가에게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실제로 노동자들이 자기들이 받는 임금보다 더 큰 가치, 즉 돈을 자본가들한테 벌어다 주지 않는다면 자본가는 무엇 때문에 노동자를 고용해서 ‘사업’을 하겠습니까? ‘사업’이 취미도 아니고 자선사업도 아닌데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제 이른바 ‘지불능력론’이 얼마나 기만적인 이론인가를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왜냐구요?

주위를 한번 둘러보십시오. 수많은 자본가들이, 중소자본, 중소기업, 영세자본은 물론이고, 때로는 상당수의 대자본조차, 그리고 이번의 경제위기처럼 공황의 시기에는 ‘재벌’ 중의 일부조차 부도가 나서 나자빠지고 있지 않아요? 엄청난 액수의 ‘체불임금’을 적체시키면서 말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이른바 ‘악덕 자본가’,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돈을 빼돌리고 부도를 내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먹고 맨손으로 길거리로 내모는 자본가들도 알게 모르게 꽤 있겠지요.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지 않아요? 제 추측엔 그런 ‘악덕 자본가’도 많겠지만, 부도로 쓰러지는 자본가 중에도 ‘노동자들의 임금만은 정말 떼먹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떼먹게 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안이한 생각인가요?

우리의 비판과 투쟁의 대상이 ‘악덕 자본가’나 ‘악덕 자본’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하면, 그 ‘안이한 생각’이라는 게 과히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악덕 자본’이나 ‘악덕 자본가’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자본 그 자체, 자본의 착취와 억압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악덕 자본’이나 ‘악덕 자본가’ 등의 문제에 투쟁과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사실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그 소재를 은폐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일부 ‘진보적인 경제학자’니 ‘사회학자’니 하는 자들이 떼를 지어서 ‘재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주장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재벌개혁’이니 ‘재벌해체’니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독점자본의 합리화 문제여서 독점자본가 계급의 프로젝트지 노동자 민중의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저 ‘진보적인’ 시민운동가들, 시민운동 단체들은 그것을 노동자 민중의 부담으로 해내려 하고 있고, 노동운동 내부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얘기가 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그렇게 우리 주위에는 실제로 ‘임금을 줄래야 줄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자본도 숫하게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다시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맞아, 역시 임금은 지불능력에 달렸어!’ 하고, 마땅히 우리의 주장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러나, 이 역시 만만한 게 아니지요. 아까 방금 본 것처럼, 적어도 논리적 이론적으로는 임금을 지불하는 데에 자본가에게는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자본가를 위해서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요. 맑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르주아 경제학자로서의 아담 스미스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보지 않았어요?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무엇보다도, 자본측에는 왜 ‘임금을 줄’ 돈이 없는 것일까요?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자본가가 임금 지불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는 점입니다. 기계나, 원료를 구입하는 데에는, 그리고 자신들의 생활비로는 과히 아까워하지 않고 펑펑 돈을 쓰면서도 임금을 줄 때는 아까워하고, 왕왕 지불을 늦추지요. 그러다 보면, 계속 임금으로 배정하는 자본 부분, 그러니까 가변자본 부분이 자꾸만 적어지게 되고, 경기가 나빠지면 체불로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사정은 현실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니지요. 실제로 ‘돈이 없는 것’ 자체가 여기서의 문제니까요.

첫번째 이유는 자본가 상호간의 경쟁입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무정부적이어서, 즉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누군가, 혹은 어떤 기관이 부문별 총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사회적 총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자 하는 자본가 개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생산하고 그것을 판매하기 위해서 서로 피나는 경쟁을 하는 생산 체제이기 때문에 어떤 자본은 성공적임에 비해서 어떤 자본은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화됨에 따라서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강화되면서 수많은 영세․중소자본들이 파산해 가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파산기업의 노동자들이 생산한 가치는 사회적으로는 그 가치보다 훨씬 이하로 평가되기도 하고, 아예 파괴돼버리기도 하지요. 즉, 전에 우리가 함께 공부한 것처럼,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예컨대 생산시설이 기술적으로 뒤떨어져서 사회적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많이 걸린다면, 그들의 노동시간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부도라도 나면, 아예 방매되거나 폐기돼버리는 것이고요. 이러한 사정들 때문에 ‘지불능력’이 없어지게 되는 거지요.

두번째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금융 혹은 신용의 문제입니다. 즉, 자본은 자기 자본만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엄청나게 돈을 꾸어다 하게 되고, 그것도 돈을 꾸어다 투기적으로 사업을 늘이고,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 노동자들이 생산해서 개별자본이 착출한 잉여가치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돈이 이자로서 지불되는 경우도 드문 게 아니지요. 어떻습니까? 이번에 경제위기를 계기로 실제로 절실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수많은 기업들이 빚에 허덕이면서 이른바 ‘부실기업’으로 전락해가고, 그러면서 ‘지불능력’ 타령을 하고 있는 거지요.

말하자면, 이른바 ‘지불능력’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고용하고 있는 자본가나 회사에 임금의 재원과 이윤을 만들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본가들 자신의 경영의 결과인 것이지요. 언제 얼마를 들여서 어떤 설비를 하고 어떤 원료나 중간재를 사서 어떤 물건을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가? 언제 무엇 하러 누구에게서 얼마의 이율로 얼마를 빌릴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이 그러한 경영의 영역에 속하는데, 이들 문제들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간여하고 결정할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간여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간여할 필요도 없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요? 이른바 ‘노동자 경영참가’를 이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동의하기 어려운 얘기겠지요. 그런데 그 ‘노동자 경영참가’라는 게 뭡니까? 자본주의적 경영이란 단지 생산과 작업의 흐름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잉여노동의 착취 역시 그 경영의 본질적 부분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가한다’는 것은 자기들 자신의 착취행위에 참가하는 자기모순을 의미하지요. 실제로 이른바 ‘경영참가’를 하게 되면, 노동조합은 더 이상 자본에 대한 투쟁성, 전투성을 상실하고 경쟁에, 따라서 자신의 잉여노동의 착출에 매달리게 되지요. 그리고 실제로는 그러한 역할 말고 정말로 노자간의 이해가 대립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혹은 자본과 자본가의 이해에 관한 한은 어떤 결정권도 없이 배제되지요.

얘기가 다시 샛길로 샜는데, 아무튼 지불능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자본 혹은 자본가의 경영의 결과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이를 고려하고, 거기에 임금을 맞출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또 실제로 거기에 맞추려다 보면 어떻게 되겠어요? 다른 것은 다 그만 두더라도 필경 굶어죽지 않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그렇게 많은 자본과 회사가 말하자면 빚에 몰려서 쪼그라들어 가고 임금 ‘지불능력’이 없어져 가고 줄어들어 갈 때, 노동자들이 생산하여 착출된 잉여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생산력이 낮아서 사회적인 가치로서 규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바로 금융자본가들의 수중으로 그 지배권이 집중되게 되고, 따라서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배권은 더욱 비대해지고, 따라서 현재의 노동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미래의 노동에 대한 지배권과 청구권이 증대해 가는 것이지요.

이른바 ‘지불능력론’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그러면 현실적으로 지불능력이 없거나 약한 기업과 자본에 의해서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더 열심히 일해서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자본과 회사가 ‘지불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농담이라고요?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자본가와 자본측의 이데올로그들이 정색을 하고 그걸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뿐입니까? 많은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그것도 민주노총 소속의 많은 노동조합 간부들도 어떤 경우는 노골적으로, 어떤 경우는 표현만 다르지 사실상 그렇게 그걸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유감이지만, 농담이라고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색을 하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할 일은 투쟁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단결하여 가능한 한 강고하게 투쟁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지불능력이 없다는 데 싸움은 해서 무엇하느냐고요? 싸움을 하면, 그리고 싸움을 해야 임금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자본은 한편에서는 서로 목숨을 건 경쟁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 계급에 대해서는 공동의 전선을 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노동자에 대한 억압은 공동의 이익으로 되고, 또 노동자의 도전은 공동의 위협으로 되지요. 그리하여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저들 자본과 사회가 위협을 느끼도록 투쟁을 하면, 저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 내부의 조정을 거쳐서 필요한 재원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지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원금과 이자를 감면해준다거나, 구제금융을 준다거나, 요즘처럼 이른바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요즘 ‘공적자금’ 투입이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도 아니고, 노동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5.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는 방법

저는 오늘 이 강의를 시작하면서, ‘임금 문제는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이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며, 임금이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서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임금이 무엇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자본의 이윤이 무엇이야, 혹은 그 원천이 무엇이야’ 하는 문제라고도 말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얘기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부가가치’라고 말하는 것, 즉 생산물 가치 가운데 그 생산을 위해서 생산적으로 소비된 과거의 생산물의 가치가 이전돼온 부분을 제외한 부분, 즉 ‘가치생산물’을 자본과 노동 사이에 어떤 비율로 나누느냐 하는 것이 임금의 문제이고, 그 뒷면이 잉여가치의 문제, 그리하여 이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임금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이 문제, 즉 잉여가치의 문제에 대해서도 알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늘 강의는 마지막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하는 것으로 합시다.

1) 자본주의적 노동과정 - 가치의 증식과정

   ꠏꠏꠏ 필요노동․필요노동시간과 부불노동․잉여노동․잉여가치

맑스가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생산의 사회적 형태나 성격이 어떻든지 간에 인간은 그 생활자료를 획득하기 위해서 생산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 생산과정이란 바로 노동과정입니다. 즉, 노동을 통해서 사용가치로서의 구체적인 생활자료를 생산하는 과정인 것이지요. 그런데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이 생산과정은 노동과정일 뿐만 아니라 가치를 증식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에서 생산의 주체인 자본가는 －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은 틀림없이 노동하는 여러분 자신이 생산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또 집회 때 같은 때에 보면 그렇게 소리 높여 주장하는데 이렇게 얘기해서.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생산의 주체는 자본가지요. 노동자는 자본에 합체(合體)된 생산요소로서의 노동력에 불과하고요 － 자신들의 화폐자본을 들고 시장에 나가 기계나 원료, 그리고 노동력 등 생산에 쓸 상품들을 사오게 되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결합시켜서 생산을 하는데,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생산을 하나요? ‘제2강 상품과 화폐’에서도 말했지만, 바로 이윤을 위해서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의 결과물인 새로운 상품의 가치가 그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지불된 비용, 즉 비용가격보다 커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야 그 차액만큼 이윤이 생기고, 그래서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은 가치의 증식과정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우리는 아까 앞에서, ‘G’, 즉 화폐자본으로 시작해서 ‘G'(G+△g)’, 즉 증대된 크기의 화폐자본으로 끝나고, 그 과정이 다시 되풀이되곤 하는 자본의 순환식을 통해서 보았지요.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의 성격과 능력 때문에 노동력의 가치로서 지불한 것보다 더욱 장시간의 노동을 시킴으로써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고요.

그렇습니다. 자본의 이윤은 자본이 노동력의 가치로서 노동자에게 지불한 것보다 노동자들을 더 장시간 노동하게 함으로써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자본이 지불한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시간과 그것을 넘어 순전히 자본가의 이윤으로 되는 부분을 생산하는 시간으로 분열되게 됩니다. 앞부분의 노동을 필요노동, 그 노동시간을 필요노동시간이라고 부르고, 뒷부분을 잉여노동, 잉여노동시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잉여노동시간에 생산된 가치가 잉여가치로서, 자본에 의해서 착취되는 것이지요. 그 노동에 대해서는 노동자에게 지불되지 않기 때문에 ‘부불노동’이라고 한다는 것도 지난 시간에 얘기했지요?

여기서 눈치 빠른 분, 아니 기억력이 좋은 분은 ‘필요노동’ 혹은 ‘필요노동시간’이란 말이 경제학에서 이중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하나는 지난 시간에 얘기한 것, 즉 상품의 가치를 규정하는, 그 상품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얘기한 것, 즉 노동력의 가치를 재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말입니다. 표현은 같지만, 논의의 전후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 의미가 혼동될 일은 없습니다.

아무튼 이 잉여가치의 생산이야말로 바로 자본주의적 생산의 목적입니다. 이에 대해서 맑스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노동력이 구매되는 것은 그 도움이나 그 생산물에 의해서 구매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구매자의 목적은 자기 자본의 증식이고, 그가 지불한 것보다 많은 노동을 포함하고 있는 상품의 생산, 즉 그가 조금도 비용을 들이지 않았는데 상품의 판매에 의해서 실현되는 가치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상품의 생산이다. 잉여가치의 생산, 즉 가치증식은 이 생산양식의 절대적 법칙이다. 노동력은 생산수단을 자본으로서 유지하고, 자기자신의 가치를 자본으로서 재생산하고, 부불노동으로 추가자본의 원천을 제공하는 한에서만, 단지 그러한 한에서만 노동력은 판매된다.”(ꡔ자본론ꡕ 제1권, MEW, Bd. 23, S. 647.)

어떻습니까? “잉여가치의 생산, 즉 가치증식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절대적 법칙이고, 노동력은 생산수단을 자본으로서 유지하고, 자기자신의 가치를 자본으로서 재생산하고, 부불노동으로 추가자본의 원천을 제공하는 한에서만, 단지 그러한 한에서만 노동력은 판매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좀 섬뜩하지 않습니까?

2)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그런데 사실은 위의 서술보다 훨씬 더 섬뜩합니다. 왜냐구요? 자본은 잉여가치를 그냥 생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그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서의 주제가 바로 자본은 어떤 방식으로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① 노동시간의 절대적 연장

자본가들이 잉여가치를 늘이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노동시간을 늘이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을 노동하는데 처음 4시간엔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 그러니까 임금으로 지불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생산한다고 하면, 나머지 4시간은 지불 받지 않은 노동을 하는 것이고, 자본가를 위한 잉여노동을 생산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자신을 위한 노동시간만큼을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것이니까 착취율은 100퍼센트고요.

이 착취율은 잉여가치율이라고도 하는데, 방금 말한 대로 ‘잉여노동시간을 필요노동시간으로 나눈 값’, 정확히는 거기에 100을 곱한 값입니다. 그래서 임금으로 투하되는 자본 부분, 즉 임금을 ‘v’로 표시하고 잉여가치 혹은 부불노동을 ‘m’으로 표시하면, ‘착취율 = 잉여가치율 = m/v × 100’으로 표시되지요.

그런데 다른 조건엔 변화가 없는데 노동시간을 2시간 연장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잉여노동시간은 2시간이 늘어나서 6시간으로 되고, 착취율, 즉 잉여가치율은 ‘6/4 × 100 = 150%’로 되겠지요. 잉여노동시간은 절대적으로는 2시간이 늘어났고, 상대적으로는 50%가 증대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라고 합니다.

② 필요노동시간의 상대적 단축

    ꠏꠏꠏ 노동생산력의 증대와 잉여가치의 증대

그런데 자본이 노동시간을 한없이 늘일 수는 없겠지요. 우선 하루가 24시간밖에 안돼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시간에 수면과 휴식, 그리고 식사 등 생리를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노동시간을 한없이 연장할 수는 없겠지요. 산업혁명 초기에는 하루 15 혹은 16시간씩 그야말로 말 그대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노동시간을 늘이는 것은 갈수록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오게 되죠. 메이데이, 즉 노동절도 노동시간의 축소를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비롯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니라 절대적인 노동시간은 늘이지 않은 채 잉여노동시간을 상대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잉여가치, 잉여노동시간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필요노동시간을 줄이면 되겠지요. 그렇게 해서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을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결국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잉여가치를 늘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문은 과연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경제적인 방식으로, 즉 강압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아주 사소하긴 하지만,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그리고 일정한 기간 동안은 가능하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고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입니다. 임금이란 다름 아니라 노동자 가족의 생계비인데, 사실은 언제나 사실상 최저한으로 억눌려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강압적으로 임금을 줄이려고 한다면, 이 역시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겠지요.

따라서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따라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언가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줄어든 임금으로도 노동력이 재생산될 수 있도록, 즉 노동자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무언가 경제적인 방책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바로 그것, 즉 임금의 저하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방책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오늘날에도 자본과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수많은 ‘진보적인’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 그리고 적지 않은 노동조합의 간부들, 노동운동 단체들의 중심적 인물들에 의해서 칭송돼 마지않는 ‘생산성의 증대’입니다.

물론 이 생산성의 증대를 통해서 자본주의는 새로운 사회의 물질적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역사적인 진전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누구도 그것을 거부할 수도 저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그 생산성의 증대가 노동자 계급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산성 증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노동자 계급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혹은 그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한 얘기는 마지막 시간에 하게 되겠지만, 간단히만 말한다면 그것은 노동자계급에게 저임금, 고실업을 강요하는 것으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은 자본에 의해서 지휘․감독되는 것이고, 노동자란 자본의 한 요소로서의 노동력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산력 증대 역시 기본적으로 자본에 의해서 기획되고 관리된다고 하는 점입니다. 노동자들이 ‘생산력 향상’에 협력한다고 하는 것은, ‘창의력의 발휘’ 등 온갖 달콤한 말들로 찬양되고 있지만 사실은 생산력 증대로 인한 반노동자적 영향을 감수하면서 자본의 축적욕, 경쟁 드라이브에 협력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러한 것이 아니겠지요? 생산성의 증대에 따라 발생하는 반노동자적인 영향에 대해서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려 경계하고,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이는 일부에서 ‘신(新)러다이트 운동’, 그러니까 새로운 기계파괴운동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생산성 반대운동, 반생산성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한 운동은 성격상 반동적, 그러니까 반역사적이어서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지요.

아무튼 다시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의 문제로 되돌아 가보면, 지난 시간에도 말했지만 생산성이 증대하면 동일한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개개 상품의 가격은 하락합니다. 노동생산성의 전반적인 증대로 노동자들의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산업부문에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다면 어떻겠습니까? 과거보다 적은 임금으로도 노동력은 재생산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자본은 임금을 낮출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축소되면서 잉여노동시간이 증대하고, 따라서 잉여가치가 증대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본이 이렇게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은 의식적으로 즉 이렇게 해서 임금을 줄여야겠구나 하는 계획적인 행동에 의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면 뭐냐고요? 다름 아니라 생산성을 증대시켜서 좀더 값싸게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남들보다 많은 특별잉여가치, 초과이윤을 획득하고자 하는 자본의 경쟁이 그렇게 귀결되는 것입니다.

3) 잉여가치율․착취율 = ‘잉여가치 / 가변자본’

   ꠏꠏꠏ 부르주아 통계의 ‘노동분배율’[= ‘임금 / 부가가치’ = ‘임금 / (임금+이윤)’]에서 계산 가능

앞에서도 잉여가치율, 즉 착취율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약간만 더 얘기해 봅시다.

우선, 방금 말씀드린 대로 노동생산성의 발전이 바로 노동자들의 생활자료의 생산부문에서 일어나면 필요노동시간의 감축을 가져오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치생산물, 그러니까 부가가치 중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부분과 잉여가치가 차지하는 부분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입니다.

과학적인 노동자들의 경제학에서는 잉여가치율, 착취율이고, 부르주아 경제학에서 말하는 노동분배율입니다.

노동분배율이란 ‘임금/부가가치 × 100’입니다. 그런데 부가가치는 ‘임금 + 이윤’이기 때문에 ‘노동분배율 = 임금/(임금+이윤)’입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분배율에 약간의 산수적(算數的)인 조작을 가하면 잉여가치율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에 기초해서 제가 80년대 이후의 잉여가치율의 추이, 그러니까 착취율의 추이를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계속 상승 추이에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우리 사회의 잉여가치율은 대략 30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500%가 될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분배율에 관한 부르주아 통계에서 직접적으로 그것을 계산해낼 수 있다고 하더니 무슨 망발이냐고요?

첫째로는, 부르주아 통계로서의 노동분배율에는 예컨대 재벌기업의 사장이니 회장이니 하는 사람들의 ‘월급’, 그러니까 자본가 및 자본가의 기능을 대신하는 사람들의 월급이나 상여금 등도 ‘임금’으로 계산되고 있어서, 임금의 크기는 과대 평가되어 있고, 따라서 잉여가치율은 과소 평가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무엇보다도 부르주아적 통계라는 것이 이른바 ‘통계적 여과과정’을 거친 것, 즉 조작된 것이어서 그 걸 그대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계적 여과과정’이 뭐냐고요? 1989년이던가요? 당시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한창 흉흉할 때, 이문옥이라는 감사원 감사관이 재벌의 부동산 소유 실태를 폭로해서 당시 대통령이던 노태우까지 노발대발한 적이 있지요? 그때 노태우가 노발대발하면서 내뱉은 말이 “국가 고위 공무원이 어떻게 ‘통계적 여과과정’도 거치지 않은 자료를 유출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그 바람에 이문옥 씨는 감옥으로 갔지요.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