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경찰국가로 변하는가
2001년 6월 14일(목) ꡔ내일신문ꡕ 신문로칼럼
김세균/서울대학교 교수, 정치학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6월 총력투쟁이 시작되었다. 12일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산하 126개 노조의
조합원 5만 여명이 일제히 파업투쟁에 돌입했으며,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김대중 정권 퇴진
민주노총 6․12 총력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수도권지역
대학로를 포함하여 전국 14곳에서 개최되었다. 13일 0시부터는
서울대, 전남대, 경북대 병원 등 전국 12개 대학 병원노조가
연대파업에 가세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이전부터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반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주5일 근무제 도입, 임금
단체협약 요구 실현,
모성보호법․사립학교법․언론개혁법 국회 통과 등을
이뤄내기 위해 6월 12일부터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노조의
파업시기를 집중하는 연대파업을 중심으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해 왔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김대중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국민 30%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힌 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 추진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민주노총의 이런 요구들을
한사코 외면해 왔다. 이에 걸맞게 정부는 이번 사태에
관련해서도 가뭄과 국제신인도 하락 등을 들어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이념적으로 몰아세움과 동시에 불법파업은 단호히
대처한다는 강경 대응책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번 연대파업이 언제까지 지속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번
연대파업이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고용불안을
증대시켜 왔으며,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우리 사회를 ‘20 대
80의 사회’로 전락시켜온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불만을 집약시키는 투쟁이며, 설령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는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굴복함이
없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공권력 투입 등 억압적 탄압으로 대처
그런데 김대중 정부는 출범초기에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을
노동자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일정한 회유책을 강구하면서
시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2000년 후반기부터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국면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그러한 회유책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있으며,
‘상시적’ 구조조정체제의 수립 기도에서도 드러나듯 정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한층 더 완고하고 강도 높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노동자들의 저항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식은 공권력 투입을 앞세우거나 구사대나
용역깡패들의 폭력을 방조하는 억압적 탄압 위주로 변하고 있다.
농민운동과 빈민운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 역시 이와
유사해지고 있다. 이런 과정은 김대중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어 한층 더 반노동자적-반민중적인 정권으로 변하고
있음을, 그리고 김대중 정권 하에서 한국의 국가가
‘신자유주의적 경찰국가’로 변모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작년 6월에 있었던 롯데 사태에 대한 강경 진압에서 드러나듯
억압적 탄압은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월
19일 부평 대우자동차 노동자 농성장에 공권력을 전격적으로
투입한 것은 한국 국가의 신자유주의적 경찰국가로의 전환의
본격적인 출발점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전환은 급기야
4월 10일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유혈적인 과잉진압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이 사태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공개적인
경찰폭력 사용은 잠시 주춤해졌지만, 이후에는 각종 법-제도를
악용하는 가운데 경찰의 비호를 받는 구사대와 용역깡패들의
폭력이 전국 각지에서 창궐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광주캐리어
사태, 울산 효성공장 사태, 114전화번호 안내원들에 대한 각종
만행사태, 도시철도노조 조합원에 대한 폭력, 분당 한통본사와
전국각지에서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폭력 등 경찰의
비호아래 구사대와 청원경찰을 가장한 용역깡패가 휘두르고 있는
폭력사태의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이와 더불어 단체교섭에 불응하거나 노조간부를 징계 또는
해고해 노조가 파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만든 후 이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내모는 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울산
효성공장과 대한항공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다가
정부는 지난 6월 5일 울산 효성공장 노동자들의 공장점거파업을
공권력을 투입해 해산시켰는데, 이는 민주노총의 6월 연대투쟁에
대한 대응방식이 억압적 탄압 위주의 것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국가 기득권층의 볼모되고 민주후퇴 양상
김대중 정권 하에서 국가가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로 전환하고
있는 양상은 한국 국가가 적어도 신자유주의 피해자층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체제’로 변모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런 사태 진전은 노동자투쟁의 조기진압 등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전경련과 경총과 같은 경제단체와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다. 나아가 파업이 주는 일시적 불편 때문에 노동자 파업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의식하든 않든 그런 사태진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더한층 기득권층의 볼모가 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사태를 우리는 온 몸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무엇을 행해야하는 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