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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한다
- 노동관련 연구단체 공동 기자회견 성명서 -
현대자동차 양봉수 해고노동자의 분신에 뒤이은 현대그룹
노동자들의 공동투쟁과 최근의 한국통신 노조간부의
징계․수배를 둘러 싼 노사간 대립은 지자제를 앞 둔 6월
정국을 긴장으로 몰아 넣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은 ‘문민정부’의
개혁과 ‘세계화’의 구호 아래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대노동자정책이 전혀 변화하고 있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 양봉수 해고노동자의 분신 사건이나
한국통신의 절제된 준법투쟁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김영삼 정부가 군부정권과 무엇이 다른가를 새삼 질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의 준법투쟁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 전복행위’로 규정하는 모습에 대해서 우리는
허탈감마저 느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는 이처럼 현
정부가 여전히 노동악법과 공권력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 부재와 무능력을 보게 될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이 내걸고 있는 ‘세계화’․‘문민 개혁’의 실상이
노동억압과 노동자배제에 기초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정부는 지난 2년여의 개혁과정에서도 줄곧 노동정책을
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 논리에 종속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임금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임금억제 정책을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치장하면서 강행해 왔고, ILO에서도 개정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고 최근 유엔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에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는 노동악법에 대하여
개정을 위한 최소한의 진지한 검토마저 시도된 바가 없었다.
또한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노사간 자율협상과 노사협조를
강조하면서도 민주노조운동에 대해서는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정부 아래서, ‘세계화’라는 이름
하에 ‘국제적인 경제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대기업들을
지원하자는 소리는 들려도, 국제적인 보편적 노동기준을
적용하여 기존의 노동관행과 노동악법을 수정하자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최소한 지난 2년여 간의 김영삼정부 하에서,
정부와 대기업들의 전향적인 대노동정책을 우리는 보지
못하였다.
우리는 최근의 사태들을 보면서, 국민들과 노동자들은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음으로써 사태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 나라의 정책, 특히 노동정책은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의식변화에 상응하여 개방적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그러나 군부정권과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는 현
정부는 여전히 과거 군부정권의 노동정책을 관성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의 억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공권력에 의존한 탄압,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는 노동악법의 유지 등 과거 군부정권의 핵심적인
노동정책이 현 정부 하에서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음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바로 이처럼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정부의 노동정책 아래서, 기업은 기업대로 과거의 안이한
노동통제방식과 임금을 적게 주는 구시대적인 기업운영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냉엄한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자는 변화해
가고 있는데, 또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단결의 수준은
높아져가는데, 기업과 정부는 여전히 과거의 편협한
노동탄압방식에 의존하는데서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악화일로에 있는 최근의
노사분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서 바로 김영삼정부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노동정책에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부가 주창하는 ‘세계화’를 위해서도 노동문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무차별적으로 억압하는 방식, 공익사업장에서 분규가 발생하면
무조건 ‘직권중재’라는 수단으로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모는
방식은 변화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기본권, 그것을 기초로 한
정당한 요구투쟁을 인정하는 기조 위에서 노동정책을 운영하는
것, 이것이 현 시기 정부가 단행해야 할 노동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의 내용이다. ‘세계화’의 흐름이 바로 한국정부와 기업에
대해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양봉수 해고노동자의 분신과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표현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분노에 정부가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또한 군부정권 시절의 관행적인
노동탄압을 지속한다면, 현 정부 역시 성장하는 국민과
노동자들의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산업․노동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해 온 우리
노동관련 연구단체들은 작금의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하고자 한다.
― 정부는 군부정권 시기부터 고질화된, 공권력과 노동악법에만
의존하는 노동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 정부는 한국통신 노동조합, 현총련, 민주노총에 대한
강경탄압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해 섣부른 공권력 투입이 있어서는
안되며, 노사간 자율교섭을 기본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 정부는 제3자개입금지, 복수노조금지, 공공부문 노동3권 제한
등 국제적 노동기구로부터 개정을 요구받고 있는 악법들을
전면적으로 철폐해야 하며, 노동3권 보장 등 국제적 노동기준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 한국통신 및 현대자동차의 사용자는 고소, 고발 및
징계방침을 철회하고, 노동자들과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 준법적 노동조합활동을 ‘국가전복 행위’로 규정한 김영삼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노동문제에 대해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방자치제 선거에 악용해서는 안된다.
1995년 6월 5일
노동과 건강연구회 (대표 김은희)
노동조합 기업경영분석 연구상담소 (소장 김상곤)
노동정책연구소 (소장 박석운)
산업노동학회 (대표 김진균)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소장 김석준)
우리노동문제연구원 (대표 한경남)
한국노동보건 직업병 연구소 (소장 장임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김금수)
(가칭)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준비위원회 (김세균 교수)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소장 정윤형)
한국산업사회연구회 (회장 강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