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유연화를 위한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개악 시도 저지를
위해
비정규직 철폐투쟁 전선의 구축에 나서야 한다
김 도 형
연구소 이사, 변호사
1. 현재의 상황 - 복수노조금지 규정 유지 입법화
2001년 2월 9일 노사정위원회는 2002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되어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2006년
12월 31까지 5년 더 연기하기로 하는 노사정 3자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노사정위원회의 발표에 따라
복수노조 설립 금지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유예
규정을 5년간 더 늦추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이
임박한 상황에 처해졌다. 2000년 11~12월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노동의 패배로 막을 내리면서 상황은 정권과 자본으로 하여금
노동유연화를 위한 구조조정 작업이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고, 그 상황에서 이제 남아있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법적으로 완성하는 노동법 개정 작업인 바,
2002년 6월 지자체 선거, 12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은 뜨거운
감자인 노동법 개정을 2001년 연내에 그것도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기면서 2001년 신년 벽두를 열어
젖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선을 끊은 것이 바로
복수노조금지 규정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2. 정권과 자본이 획책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의 구체적인
내용
신자유주의의 노동유연화 전략의 법적 완성으로 규정되는 성격을
가지는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 개악 시도의 향후 구체적인 계획
일정은 현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바라볼 수 있다. 먼저 그
분야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관련된 부분, 비정규직 관련 부분,
집단적 노사관계법 부분으로 크게 3분되어서 진행되고 있다.
먼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두 문제를
모두 시행기간 5년 유보로 결정내림으로써 집단적 노사관계법
부분은 일단은 마무리짓게 되었다. 다음 일정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될 것이다. 현재 자본은 주당 법정
노동시간 44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계에
대하여 현행 유지를 하되 ① 유급월차휴가 및 생리휴가 폐지, ②
시간외 근로수당 할증률 50%에서 25%로 인하, ③
연차유급휴가제도 상한제(20일) 도입, ④ 유급주휴제도 폐지, ⑤
6개월, 1년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⑥ 근로시간 및
휴일・휴게 비적용 범위 확대, ⑦ 업종별・규모별로
노동시간 단축시기 차별화 등 7개 조건 수락시 법정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데에 동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수노조 문제마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맞바꿔버린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임금․휴일․휴가․노동시간제도의 탄력화라는
자본이 바라는 본질적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자본과 정권의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 흐름은 향후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신자유주의 분쇄 투쟁 전선의 전면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근로자파견법을 보면, 자본은 현행
근로자파견법이 원칙적으로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특정한 업무만을 허용하고 있는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견근로대상업무의 자유화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금지대상 업무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즉 현실의
태반이 파견근로가 금지되어 있는 업무에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인 바, 여기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파견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여 2년 이상 계속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직접고용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도 폐지하여,
사용사업자․파견사업자․파견노동자의 합의만 있으면
파견기간의 연장갱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견노동자를 일정 기간을 넘어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해야 된다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는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에 대하여는 현행 1년으로 제한되어 있는
계약기간의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계약기간의 상한선 연장은 기간제 노동자에게도
유리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규정은 이미 대법원 판례에 의해 유명무실화되어 계약직
노동자를 채용함에 있어서 계약기간의 상한선에 법적인 구애를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요건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하고
계약의 반복갱신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자 하는 술책일 뿐인
것이다.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도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근로자’ 개념 규정을
개정하여 이들이 노동자라는 점에 대한 법적 다툼을 없애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를 전면 반대하여 현행 법 규정의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3. 노동법 개악이 가지는 성격과 그 목적
이와 같이 현재 이미 이루어지고 있고 계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의 폭과 깊이는 1997년 노동법 개정의 수준과 맞먹는
본질적이고 광범위한 것으로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법적으로 완성하여 확고한 제도화를 하는 노동관계법령의 총체적
정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2001년 노동법 개정의 이니셔티브는 정권과 자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노동자
보호’와 같은 노동운동 진영의 투쟁 요구는 이제는 이러한
노동법 개정 논의에서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등 일정한 성과를 얻는다면 복수노조
금지라는 것도 양보한 마당이다. 이처럼 그동안 ‘노사정
합의’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진 것은 자본의 요구가 전면적으로
관철된 것들에 불과한 반면, 노동운동 진영의 주류가 거래를
통해 내주려 하는 부분들은 노동자 생존권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들이거나 최소한의 보루마저 무너지는 성격을 가진
것들이다.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연계되어 거래될
대상은 임금․휴일․휴가․노동시간제도의
탄력화나 더 나아가 기업의 일상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개입
불가 및 고용승계 불인정 등은 향후 노자관계에서의 자본 우위를
확고하게 제도화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들이다.
앞서 자본과 정권이 도모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바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의 법적 완성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도입을 첫 출발로 하여 시작된 노동유연화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칼날이 겨누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정리해고의 칼날에 휘둘려져 길거리로
내몰린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과, 근로자파견제가 선봉이 되어
이루어진 비정규직의 확산은 급기야 정규직 노동자를 전체
노동자의 40% 정도에 불과한 소수 노동자로 전락시켜 버렸다.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실업자와 생존권을 위협받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과
신음이 방방곡곡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 이 땅의 엄연한 노동
현실이다. 즉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직접적인 목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산에 있었고, 그것이 성공한 상황에서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그렇게 확산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착화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복수노조금지 규정의 유예를 결정한 것은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쳐서 싸우는 것을 저해하는 데 있어서 노동단결권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복수노조금지라는 것만큼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
홍익매점 노동조합, 쉐라톤워커힐 명월관 노동조합, 새한
노동조합, 인천길병원 노동조합 등 복수노조금지 규정으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이 심각하게 제한된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방기하고 외면한
결과 복수노조금지 규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탄압하는 주체가 정권과 자본만이 아니라 노동자 자신들도 그 한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통신
노동조합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껴안고 함께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골칫덩이로만 간주한 한국통신 정규직 노조가
어떠한 행동을 했는가? 노조규약 상으로 엄연히 조합원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거부하였고,
그렇다면 복수노조 금지 때문에 별도의 노조를 설립할 수 없으니
노조 규약을 개정해달라는 요구마저 거부하며 계약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방해하다가 마지못해 규약을 개정해 주었다.
한국통신의 경우 복수노조금지 규정을 통해 노동자들을 탄압한
것은 사용자가 아니라 바로 노동조합이었던 것이다.
이후 노동시간 단축과 연계되어 진행되어질 근로기준법 등
개별적 노동관계법 개정 문제를 그 동안의 논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살펴보면 정권과 자본이 획책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의
본질적 의도가 무엇인지 더욱 뚜렷해진다. 그것은 바로 정규직이
차지하고 있는 노동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효율적인 유도장치인
임금․휴일․휴가․노동시간제도의 탄력화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정규직을 손쉽게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하여 비정규직의 확산을 극대화한다. 확산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자파견법의 적용범위 확대 등 비정규직
관련법을 개악하여 더욱 값싼 비용으로 최대한 착취하는 것을
합법화한다. 열악한 상황에서 착취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은 복수노조금지 규정이라는 매우 효율적인 통제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자본의 이윤율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본이 신유자유주의라는 탈을
쓰고 노동 착취라는 방법으로 이윤율 저하를 막아보겠다며
마지막 몸부림을 부리고 있는 노동유연화 전략은 이로써
법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본격적인 영화 촬영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다만 오늘의
비정규직 문제가 내일의 정규직 자신들의 문제라는 것을
망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방기하고 외면하고 있는
이제는 소수로 전락해버린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자본과 정권이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무엇을 촬영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사라지는
막바지 영화 촬영 부분을 보고 나서야 영화 상영을 저지해야
한다고 그제서야 호들갑을 떨고 나서게 될 것이다.
4. 결론 -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전선의 전면에 배치하여 노동법
개악을 저지해야 한다.
이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가는
명명백백해졌다.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지난 30년간 이룩해 온
우리 노동운동의 역사가 모두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르는 위기가 목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2000년
11~12월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노동의 패배로 막을 내렸고, 이로
인한 그나마 싸움을 유지해 온 구조조정 저지투쟁 전선의 붕괴는
노동의 수세를 고착화시켜버린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성공리에
끝내게 된 정권과 자본의 앞에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법적 완성을 위한 노동법의 손질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법 손질의 일정과 폭을 좌우하는 것은 정치권의
권력다툼과 구조조정의 마무리 일정일 뿐 외부의 방해자는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는 ‘비정규직
철폐’를 투쟁의 제일선으로 배치하는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2001년 정세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 속에서 정권과
자본이 획책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 음모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는 이상에는 여기에 대하여 이론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먼저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작업을 최고의 현안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지원과 결합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노동운동 진영 내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대립 전선을 명확하게 구축하여 올바른 투쟁을 함께 하는 자와
투쟁을 저버리는 자의 선을 분명하게 가름으로써 불분명한
개량과 모호한 타협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철폐’ 그 자체가 아닌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라는 차원의 문제로 축소시킴으로써 투쟁 전선의 전면에
배치하는 것을 훼방놓는 개량주의적 움직임을 분쇄하는 것을 그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을 방기하고
외면해 온 정규직 노동조합들은 대오각성하고 신자유주의 분쇄를
위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전선을 설치하는 일을 더 이상
꺼리거나 주저하려들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복수노조금지가
앞으로도 계속하여 활개치게 되는바, 정규직 노동조합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안고 함께 싸우지 않으면 비정규직은
노동단결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해야만 한다. 지금 정권과 자본은 그들이 정해 놓은
수순에 따라 노동법 개악 작업을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별 생각
없이 도장 찍어주었을 때처럼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후에야 정신
차리고 잘못되었다고 외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비정규직
투쟁이 아니더라도 노동법 개악은 저지해 낼 수 있다고
허장성세의 만용을 부리겠다는 것인가? 구조조정저지 투쟁
전선이 붕괴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
전선의 구축만이 신자유주의 자본과 정권의 노동유연화 전략을
분쇄하는 유일안 타개책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신자유주의의
분쇄를 현실화시키는 활로가 될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