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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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학구조조정의 주요 현황과 과제
 교육과 교육현장

현장에서 미래를  제112호
배태섭

기획: 교육과 교육현장
하반기 대학구조조정의 주요 현황과 과제

이번 호부터 <교육과 교육현장>을 주제로 한 기획 면이 신설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면에서는 교육, 교육현장, 교육노동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하여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다루어질 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개혁(이번 호), 입시, 교육과정, 교육개방, 고교평준화, 노동유연화, 대학평준화 등입니다. - 편집자 주.



하반기 대학구조조정의 주요 현황과 과제

배태섭 / 범국민교육연대 대학개혁위원회




정권의 위기 심화와 신자유주의 재편 가속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취임초기부터 계속해서 터져 나온 권력형 비리, 경제정책의 파산과 지배계급내부의 갈등 등 국정운영의 무능력, 대미종속 심화와 신자유주의 개량정책의 지지부진은 노무현 정권을 지속적인 위기에 빠뜨렸고, 탄핵정국을 거치며 한 차례 극적인 반전을 이뤘으나 다시금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즉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개량정책과 경제회복을 추진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집권초반 자신의 지지세력이었던 개량주의세력들에게서조차 외면을 받고 있다. 또한 갈수록 심화·확대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조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공세는 노동자·농민의 생존권투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연정’ 카드를 제시하면서 2006년 지방자치제선거와 2007년 대선을 내다보면서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구도로 바꿔놓으려는 포석을 두었지만 이 또한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사회전반의 신자유주의 재편으로 해소하려 하면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즉 대외적으로 WTO 질서에 충실히 따르면서 쌀 개방 촉진, 서비스협상 2차 양허안 제출, 나아가 다양한 자유무역협정 추진, 교육·의료 시장화, 기간산업·물 사유화,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문의 경우 이미 외국교육자본의 국내진출이 사실상 가능해졌고, 이에 걸맞게 국내 교육시장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시장개방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고교평준화의 점진적 해제(교육과정의 분화, 학교형태의 다양화, 대학입시 복잡·다양화)와 교원평가제를 통해 경쟁체제를 확립하려 하고 있으며, 방만하고 거대한 대학체제를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경영원리에 따라 재편하려 한다. 또한 교육재정의 축소와 교육자치의 일반자치로 통합, 각종 자본자유화특구들(제주특별자치도, 교육특구, 경제자유구역)로 인해 공공성이 아예 말살되면서 교육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구조조정의 부진과 대학의 사유화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대학구조조정(대학 간 통폐합, 정원감축)을 하고자 준비해왔고, 급기야 올해 초 김진표를 전격 기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구조조정 계획 시행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처참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가 작년 말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할 당시 2009년까지 국립대는 15개를 없애고, 입학정원은 총 95,000명(국립 12,000, 사립 83,000)을 줄이겠다고 했었으나 지난 6월말 마감한 대학구조개혁지원사업(올해 800억원 지원) 신청현황을 보면 국립대통폐합을 신청한 곳은 4쌍(강원대-삼척대, 전남대-여수대, 부산대-밀양대, 충주대-청주과학대), 정원감축을 신청한 곳은 국립대 17, 사립대 13, 전문대 8(수도권 10, 지방 28)개로 저조한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졸속적이고 원칙 없는 통폐합과 정원감축 방침이 대학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심한 반발을 샀으며, 특히 국립대의 경우 불완전하게나마 총장을 직선으로 뽑을 만큼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인 권력구조를 갖추고 있고 이로 인해 총장이 멋대로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반면 사립대학의 경우 총장과 이사회의 독단적 전횡은 심하지만 이번 사업의 참여조건―전임교원확보율 일반대 54.4%, 산업대·전문대 40%―이 지방 사립대에게는 턱없이 높은 수치라 신청 자체가 저조하였다. 결과적으로 정원감축은 수도권 주요 사립대가 주도하게 되면서 재정 또한 수도권에만 중복되어 지원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활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국립대는 특수법인화를, 사립대는 영리법인화하여 경쟁과 효율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이번 정기국회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안’ ‘대학구조개혁특별법’ ‘대학정보공시제’ 등을 법제화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교육부장관의 일련의 발언(8·16 국립대총장 간담회, 7·22 광주·전남 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위원회 간담회, 7·20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7·1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은 이러한 의지의 천명이라 볼 수 있다.


국립대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는 법인격이 없는 ‘정부조직의 부속기관’ 내지는 ‘국가가 설치한 영조물’이다. 하지만 법인화는 그 목적이 ‘재정, 인사, 조직의 자율성과 효율성 및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조직형식과 법적 지위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즉 단위대학 중심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위해선 국가로부터 분리·독립된 ‘법인’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효율’이니 ‘자율’이지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책임은 그 근거와 명분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법인화는 곧 ‘단위학교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책임경영’을 의미하기 때문에 총장을 중심으로 각 대학에 많은 권한(재정, 조직, 인사권 등)을 부여하되 각 대학은 이제 ‘알아서’ 수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야 한다. 이는 국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며, 정부는 경영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재정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기존까지는 국립대학이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고등교육을 제공해 왔으나 법인화가 된다면 사립대학 수준으로 등록금이 인상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학이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각 대학법인이 학생납부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국립대학이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한 기초학문의 고사는 뻔한 사태이다. 각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적인 조건 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윤창출과 밀접한 연구에만 집중투자를 하게 될 것은 뻔하다.
이렇게 교육과 연구라는 목적보다는 수익창출형 경영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교직원의 신분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법인화가 되면 교직원이 현행 공무원 신분에서 법인의 직원으로 변화된다. 법인의 대표이사격인 총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짐에 따라 유연한 고용 형태와 급여 체계가 가능해지고 겸직, 겸업이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파괴는 연봉제와 같은 성과주의에 기초한 급여체제의 도입과 짝을 이루게 된다.
이런 무시무시한 음모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고 국립대학의 총장선출에 있어 대학주체들에 의한 직선제를 봉쇄하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대학주체들의 발언권과 힘이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법인화 추진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비리사학에 대한 면죄부, 사립대학 퇴출 양성화

한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른바 ‘사립대학 퇴출’을 양성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즉 현재 부실·비리 사립대학에 대한 퇴출 근거와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부실대학을 강제로 퇴출시키되 설립자에게 ‘해산장려금’이라 해서 학교재산의 일부를 돌려주어 대학운영을 그만두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리사학을 끝까지 비호해주려는 교육관료들의 안이한 사태인식이다. 대학퇴출시 설립자에게 재산 일부를 떼어주겠다는 것은 사립학교의 재산이 설립자 개인의 것이라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셈이 된다. 현행법 내에서도 이미 대다수의 사립대학은 설립자 일가족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재단이사회를 통해 제 마음대로 돈을 유용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며 많은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가. 애초 학교법인 설립 시 재산기준에 미달되는 대학도 상당수인데다, 학생등록금과 국고지원을 통해 재산을 불려온 사립대학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비리 사학에 대해 강력한 징계와 제재는 못할망정 거꾸로 해산장려금을 준다는 것은 교육부가 사학비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진배없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립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할 것인지는 의문인데, 오히려 부실사학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가 있다.
이러한 사립대학 퇴출양성화를 계기로 영리법인의 학교설립 허용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WTO 교육개방으로 인해 외국학교가 국내에 들어와 영리행위를 하게 될 경우 형평성을 문제 삼아 국내 학교법인도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비리사학부터 시장에서 퇴출시키되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여 다시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장사판을 마련해주는 꼴이다. 이는 비리사학의 근절이 아니라 비리사학의 양성화·사학의 기업화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교육용 재산 중 기준을 초과하는 것은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학의 기업화를 추진하려 한다. 현재 사립학교는 각종 세제혜택(증여세, 상속세, 법인세 등 감면)과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운영비의 약 95%를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채우고 있다. 학교 설립인가를 받은 후 교지 확충 및 시설 투자 등 대부분의 재산도 학생등록금과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온 것이다. 작년 국감자료에 의하면 사립대학 법인 총자산(법인회계+학교회계)이 지난 10년간 20조 8,483억 원이 증가하였으며, 70개 대학이 1천억 원 이상씩 증가했다. 특히 법인 총자산 가운데 대학 자산의 증가에 대한 법인기여도는 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사학들이 학생등록금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왜냐하면 현재 사립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비율은 평균 45.7%로 법정기준인 100%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8~9천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결국 이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적립금의 출처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즉 대다수의 사립대학이 느슨한 설립기준만 통과한 뒤 등록금으로 재산을 불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용 재산까지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사학의 돈벌이로 인한 피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대학 사유화를 저지하는 교육주체들의 총력투쟁

국립대 법인화와 사학 퇴출 양성화는 정부의 재정 부담과 책임을 덜되 기업식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운영을 하라는 얘기다. 여기서의 대학의 ‘자율’은 대학 경영자(총장, 이사회)의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학주체들(교직원, 학생)의 자치와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국 이는 총장에 의한 독자경영과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학문의 자유와 공공성 침해, 교직원 구조조정 등을 수반하는 거대한 대학 사유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주체들에게는 반드시 이를 저지해야 하는 분명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주어졌으며, 이를 위해선 교육주체들의 총력·단결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WTO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는 하반기 투쟁을 논의하는 워크샵을 갖고, 이 자리에서 대학 사유화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하였다. 이후 범국민교육연대는 대학 사유화의 문제점을 널리 선전하는 동시에 대학주체들이 이 문제를 자기 과제로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싸움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05-09-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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