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온 미완의 승리
신 동 호/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교선부장
한국노총의 “일번 조합(첫번째 가입 노조)”이라 자랑(?)하는
철도노조는 1946년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의 9월 26일 총파업
투쟁의 주역이라는 역사와 54년 동안 노동조합이기를 포기하고
철도청의 노무관리기구로 전락한 어용노조라는 현실에서 지금
대격변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의 투쟁의 성과로 각급 임원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철도노조의 선거는 노동진영뿐만 아니라, 철도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진영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철도노조 54년만에 최초의 지부장 직선 선거가 끝난지 한 달이
넘어선 지난 4월 28일, 본조는 대전에서 반쪽짜리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여 본조 위원장의 자격제한을 조합원의 10%와 경력
5년으로 줄이고, 지방본부 선거는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선거 규정의 개악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과 지방본부의
패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결과이며, 어용노조의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카드인 것이다. 이제 본조 위원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번 선거투쟁의 의미
지난해 공투본 투쟁은 철도 민영화라는 구조조정 반대와
어용노조의 민주화라는 3만 철도노동자들의 염원이 대중적
투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민영화 저지”,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대중투쟁의 연장이 이번 선거인 것이다.
첫째로 철도노조를 민주화시키는 것은 87년 노동자투쟁의 한
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우리사회에 민주적 노동조합을
사회화시키는 투쟁이었으며,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의 건설
투쟁이었다. “어용노조 박살내고 민주노조 건설하자”라는
어용노조 민주화 투쟁과 미조직 사업장에서의 민주노조결성
투쟁으로 87년 이후 민주노조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87년 투쟁에서 빗겨가 있던 철도노조에서
민주 집행부를 등장시키는 것은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87년
투쟁의 한 축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둘째로 이번 선거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 투쟁의
과정이다.
철도는 96년 이후 본격적인 “경영합리화”, “민영화”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온 사업장이다.
‘생존권 사수와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에서 이번 선거를 “민영화 저지와 조합원의 생존권
사수라는 전략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체로서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전술적 과제”라고 밝히고 있듯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투쟁의 전초전 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어용노조의 벽을 넘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투쟁의 불꽃을 만들고 조직하는 투쟁의 과정이다.
또한 88년 기관사 파업, 94년 전지협 공동파업, 2000년 공투본
투쟁의 투쟁정신과 투쟁력을 계승하며, 2000년 하반기 기만적인
본조의 구조조정 투쟁에서의 패배감을 딛고, 민영화 저지 투쟁을
힘차게 결의하는 장인 것이다.
54년만의 직선 지부장 선거 과정과 결과
철도노동자라면 누구나 얘기하듯 어용노조를 유지한 것은
철도청의 민주노조 활동가에 대한 “해고”, “징계”,
“전출”이라는 탄압과 각급 임원을 3중 간선제라는 해괴한
방식으로 선출하는 선거 방식이었다. 이 3중간선제가 88년
투쟁으로부터 작년의 공투본 투쟁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이 넘는
민주화 투쟁을 통해 마침내 직선제로 변경되고, 지난 3월 31일
단위지부의 지부장 선거를 시작으로 54년만에 최초로 직선
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최초의 직선 선거를 어용노조는 선거규정의 개악을 통해
3만 철도노동자의 민주노조 건설의 기세를 꺾으려 하였다.
지부장, 지방본부위원장, 본부위원장의 입후보 자격을 각각 3년,
5년, 10년이라는 경력으로 제한하였으며, 20% 이상의 조합원
추천으로 입후보할 수 있다는 선거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출마자체를 봉쇄하려는 어용노조의 의도는 전국 130여개 지부중
70여개가 넘는 지부에서 투쟁본부의 후보들이 입후보함으로써
좌절되었다.
그러나 철도청의 노골적인 관권선거와 투개표 과정에서의
분산투개표 등 각종 부정선거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투쟁본부는 1개의 정비창 지방본부와 48개의 지부에서
민주지부를 세우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만으로
본다면 전체 조합원의 52%가 민주진영으로 포함되는 것이며,
영주와 순천 대전 등 지역의 교두보 확보 등으로 외연을
확장시켰으며, 운수, 승무, 차량, 시설 등 전 직종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폭을 넓힌 것이다.
지부장 선거를 통해본 투쟁본부 및 민주진영의 과제
지부장 선거에서 민주파 활동가들은 각자의 단위와 지역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활동했다. 그것들의 결과로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두들 열심히 했다는 것으로
환원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본조
선거과정에서 과연 그러한 문제들을 얼마나 극복할지는 알 수
없다. 그것들은 민주파 활동가 모두의 과제이며, 역할인
것이다.
첫째 현장 주도권을 빠르게 복권해야 한다.
전국에서의 선전 그러나 전국 주도권을 장악 못한 지부장 선거의
결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2기 공투본에서 비상 지휘부를 거쳐
현재의 투쟁본부로 오기까지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하반기 민영화 저지 투쟁에서 민주파는 사실상 투쟁의
전선을 유실하였다. 대 어용과의 전선 및 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전선에서 어느 하나 움켜지지 못하고 하반기를 마쳐야 했다.
이후 곧바로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과 지부는 선거국면으로
전환하였다.
그러하기에 더욱 더 선거국면은 민주파가 현장에서의 투쟁력을
복구하고, 다시 주도권을 장악하고 전국의 전선을 쳐내야 하는
과정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것에 실패함으로써 이후
모든 일정에서 본조에 작은 몸짓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과정이었다.
민주파의 독자적 계획과 주도력을 상실한 채 본조의 일정과 온갖
소문에 기댄 채 “선거 일정만 나오면 그때부터 땡하고
시작”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민주파의 현실이었다.
둘째 전국적 쟁점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주도권의 상실은 지부장 선거에서 전국적인 전선과
쟁점을 만들지 못함으로 인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의 “우리 지역의, 우리 사무소의 지부장을
뽑는다”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례로 일부
지역에서 조합원들은 “본조는 다르지만 단위 지부장은
어찌됬던 힘들지 않겠어”, “우리 지부장은 그리도
지난해 투쟁(본조의 민영화 투쟁)에서 열심히 했었는데…”라는
반응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철도노조의 선거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전국적인 쟁점을 만들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다.
셋째 단위 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지부장 선거 이후 일부 지부에서의 현장 탄압이 이루어 졌다.
그러나 투쟁본부는 이것에 대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투쟁본부에서 들리는 말은 “단위에서 투쟁을 하고, 요구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고, 현장 지부에서는 “투쟁본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분명 단위 사안에 대해
단위지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가진다. 현장에서부터 투쟁을
조직하고, 싸워야 한다. 그러나 투쟁본부는 노조지원 단체가
아닌 투쟁 지도부이다.
단위 투쟁이 만들어지면 지원하는 것이 아닌 단위에 사안에 적극
결합하고 투쟁을 만들고, 전국화시켜야 한다. 본조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조합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은 현장에 투쟁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노동자들의 대중투쟁 경험의 깊이와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마치며
이번 선거의 결과는 민주파가 잘해서라기보다, 본조가 너무도
못해서이다. 또한 지난 공투본 투쟁에서의 민주파의 헌신적이고
비타협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민주파는 여전히 전국적인 조직력과 주도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지부장 선거 과정에서 만들지도 못했다. 이것은
전국조직이라는 상황과 단위 지부장선거라는 특수성, 그리고
민주파의 조직적 열세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최초의 직선
선거였다는 점과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 그리고 과거
투쟁으로부터의 형성된 주도권을 사실상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선전했지만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이유이다.
민주파의 철도노조의 장악은 앞서 말했듯이 87년 투쟁의
형식적인 완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철도는 단 한번도 전 직종의
전국적 대중 투쟁을 경험하지 못했다. 또한 일부 직종과
지역에서의 경험이 전부이며, 그나마도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은 미천한 상태이다.
본조 위원장 선거라는 공간은 대중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의
공간이다. 이 대중투쟁의 공간에서 현장으로부터 다양한
대중투쟁을 만들고, 전국적인 쟁점을 형성하고 투쟁함으로서
대중투쟁 경험의 폭과 깊이는 확장하고 깊어질 것이다.
이러한 끊임없는 대중투쟁이 이후 민주노조의 형식적인 완성이
아닌, 실질적인 민주노조를 완성해 가는 토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본조 선거 투쟁은 이렇게 전개되어야 한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