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민영화 이후,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1. 한중 민영화 석 달, 뭐가 달라졌나?
“공기업과 사기업의 차이를 조합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두산 인수 후 현장의 변화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으로 시작된 구조조정이 생산직의 전환배치로 확대되어 가는 것 같던데, 이런 변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기업 형태에서는 모든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한중 민영화 구상 10년) 조합원 스스로 위축되고 알아서 몸을 사리는 형태다. 두산과 스페코가 입찰에 응하게 되고 두산으로 낙찰되면서 두산재벌의 노동통제에 대해 일정정도 조합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나, 48일 파업과정에서의 참여자와 미참자 사이 갈등으로 노동조합 동력이 많이 침체되어 있다. 과장급 이상 명예퇴직이 있었고 전환배치에 관하여 두 달 정도 노사협의회를 했으나 회사는 공세적으로 결렬을 선언하고 전환배치를 공모하고 일방적으로 전환배치 해버렸다. 일련의 과정에서 집행부는 보고대회, 간부철농, 간부 본관사장실 앞 점거농성, 서울사무소 상경투쟁, 두산타워 앞 집회 등을 계획하고 싸웠으나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현장직 명예퇴직을 발표했다. 현장직 조합원은 소수 명퇴를 하고, 계약직 여사원이나 별정직(취사원, 청소) 사원이 대거 명퇴를 하고, 대리급 사원도 다수가 명퇴를 하게 되었다. 총 1,200명 정도 될 것이다. 명예퇴직이 발표되고 서서히 조합원 동력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입장은 현재 같은 동력으로 파업까지 가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며, 명예퇴직은 본인의 동의하에 실시되기 때문에 강제 명예퇴직은 안되며, 3월말까지 희망자에게 명퇴는 하되 그 이후 어떠한 인원조정도 불가하다고 회사에 통보하고 조합원에게 홍보하였다.”
이어서,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대응이(경고성 파업이라도 배치해야 된다는) 미흡하다는 조합원 대중의 생각과 이제는 노동조합도 못 믿는다는 생각들로 인해 조합원들의 참여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보고대회 시, 천 여 명 모이던 것이 4~500명으로 줄었고 노동조합이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그 틈을 타 회사는 식당을 소사장제 하려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고 있으며 경영흑자를 장기미수금, 부실채권 등을 손실처리하여 적자기업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급해야될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며, 위로금조로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력 약화로 모든 현안문제에서 수세적으로 밀리고 있으며 이제 노동조합에서는 2001년 임단협과 연계하여 힘차게 싸워 나가겠다는 방침 아래 임원 공장순회조회를 배치하고 잘못된 부분은 시인하고 새롭게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에 정리된 글은 며칠 전 한국중공업 조합원과 내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원고 청탁을 받고 “한중 민영화 이후, 공기업 민영화반대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가제를 달아놓고 제일 먼저 생각한 일은 그 곳 조합원과의 인터뷰였다. 최근 ‘한전기술노조’의 ‘종업원지주제로 민영화쟁취투쟁(?)’이라는 언론의 떠들썩한 스포트라이트도 적잖이 신경 쓰였던지라, 정말 이것밖에는 대안이 없는가 하는 고려 속에 진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확신컨대, 미리 말하면 민영화 반대투쟁에는 ‘민영화 반대’ 이외의 어떤 대안도 없다는 사실이다. 민영화 반대에서 한 치라도 물러서면 그 싸움은 패배하는 것이다. 왜? 민영화반대투쟁은 대정부투쟁이다. 대정부투쟁은 백주대낮 벌거벗은 공권력과의 싸움이며, 국가권력으로 기능하는 모든 국가기구와의 전쟁이다. 이 전선을 노동자가 버리고 정공법이 아닌 차선을 택한다면 그것은 거창한 노동의 인간화를 앞당기는(?) ‘개량의 실험’일 수 있으되, 그 이전 것도 모두 빼앗겨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1년 봄 버젓이 활개치는 파쇼를 보고 있지 않은가.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은 올곧은 의미의 생존권 쟁취투쟁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고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다는 벼랑 끝에 선 노동자의 절박감으로 민영화 문제를 다시 화두 삼아야 한다. 민영화를 전제한 상태에서의 차선을 선택한 경험이 주는 교훈은 너무 크다. 한국중공업을 반면교사 삼을 이유다.
2. 공기업 민영화의 현재, 그 중심 이데올로기
민영화하면 경쟁이 도입되어 효율이 높아진다는 선험논리가 철밥그릇(?) 공기업 노동자들을 줄여야 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관제언론의 선정적인 공기업 헐뜯기도 이에 한 몫 한다. “공기업 구조조정 이렇게 엉터리, 공기업 구조조정 모럴해저드 백태, 청산 공기업 버티기… 해도 너무 한다, 한중ㆍ한전 제자리… 시간 끌기 지속, 공기업은 부실해도 안 망한다?, 하는 둥 마는 둥 눈 가리고 아웅…” 등 지난 3년여 동안 ‘구조조정 사각지대 공기업 24시’(매경이코노미, 2000.11.15., 제1079호)류의 ‘민영화대세론’이 대중적 이데올로기로 작동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완결짓는 데에서 공기업 민영화 달성도가 그 척도 노릇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적 자본주의, 금융의 세계화로 인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갈수록 심화되는데 김대중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자본주의에로의 편입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다. 한전을 비롯한 민영화 대상 공기업 11개가(논란의 여지는 차치하고, 이에 더해 자회사 61개가) ‘당장’ 팔아치워야 할 정도의 심각한 부실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은 제한적이나마 실증적으로 검증되고 있는 형편이다.
오로지 ‘경쟁과 효율’이 공기업 민영화의 핵심논리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기 위해 ‘외자유치만능론’이 판친다. 그러나 주지하듯 시장의 효율성은 스스로 그 역사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독점의 등장에 따른 가격기구의 왜곡과 자원배분의 왜곡은 시장의 일시적 실패로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중 민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는 국민의 자산을 민간독점에게 특혜 주는 것에 불과하다. 한전 민영화 추진에서도 “민영화함으로써 경쟁을 도입하고 이로써 경제효율을 증진”한다는 도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 분할민영화는 공사쪽 용역 연구보고서(에너지경제연구원, 최종보고서, 2000.7.)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분할자회사의 규모 상(평균 자산규모 3조원) 현재로서는 재벌(컨소시엄)과 해외 독점대자본 외에 달리 매각할 곳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된다면 경쟁의 도입이 아니라 국내외 독점자본의 전력산업 과점에 다름 아니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를 구조조정으로 극복한다는 자본의 정언명령을 따른 ‘김대중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은 유신시대에나 있을법한 ‘국시’가 되어 버렸다. 98년 7월 3일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으로부터 시작된 김대중 정부 하의 공기업 민영화는 그 이전 정부의 민영화 내용이나 방법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달성 정도에 비교할 때 타에 추종을 부러워한다. 어디 그 성과를 보자. 11개 민영화대상 공기업 중 6개가 완료―국정교과서(98.11.), 종합기술금융(99.1.), 송유관공사(2000.4.), 포철(2000.10.), 종합화학(2000.11.), 한중(2000.12.)―되었으며, 5개 공기업은 민영화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10년을 끌어온 한중 민영화를 달성한 것은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치적 중 아마도 으뜸(?)일 것이다.
다음에서는 기획예산처의 각종 자료를 인용해 공기업 민영화의 현재를 훑어보겠다. 이렇게 많이 진행되었구나 하며 놀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는 목표 초과달성하며 정부의 계획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2000년 말까지 공공부문 구조조정 추진현황 및 2001년도 계획」(기획예산처, 2001.1.27.)에 따르면 그 동안 민영화 추진 현황에 대해,
□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
○ ’00년 말까지 공공부문 인력을 총 131천명 감축, 목표(130천명)대비 804명 초과
○ 공기업 민영화 적극 추진
’00년 중 송유관공사․포철․종합화학․한중 등 4개 공기업 민영화
한전 민영화 법안 입법 완료, 공공개혁 촉진계기 마련
□ 비효율과 낭비제거를 위한 경영혁신과제 대부분 추진 완료
○ 퇴직금 누진제는 당초 대상기관 219개중 218개 완료
추가개선대상에 포함된 공공금융기관 37개 모두 완료
○ 산하기관 통폐합(22개), 외부위탁(209건), 자회사 정리(26개), 출연연구기관 연봉․계약제(61개) 도입 완료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였고, 비효율과 낭비제거를 위한 경영혁신과제 또한 대부분 추진 완료되었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착실한 마무리를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산하 공기업에 하달했다.
□ 철도운영 효율화를 위해 ‘철도구조개혁기본법’(가칭) 등 관련법령 제․개정
○ 내년 중 철도를 건설부문(공단화)과 운영부문(민영화)으로 분리
□ 상시적인 경영혁신 추진
○ 공기업 등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위해 지침 시달
○ 경영혁신 지침 기본방향
<공통사항>
․조직․정원은 필수적 신규소요를 제외하고는 억제
․사내복지기금 과다출연, 복리후생비 지출 등 억제
․경영공시․고객헌장 시행의무 등을 통해 경영투명성 및 대 고객서비스 제고
<공기업>
․자회사 신설은 국가적 신규 사업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불허
․부당 내부거래, 자회사에 대한 수의계약․채무보증 제한을 통해 공정한 경쟁체제 확립
<산하기관>
․자산매각, 외부위탁 활성화
현재 추진 중에 있는 공기업 민영화 및 자회사 정비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계획된 공기업 민영화, 차질 없이 추진
○ 한국통신: 잔여 정부지분 59%를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 민영화
○ 담배공사: 금년 중 잔여 정부․은행지분 53% 매각
○ 한국전력: 5개 발전자회사 분할(2001.4.2), 내년부터 민영화 추진
○ 지역난방공사: 금년 중 잔여 정부․한전지분 51% 이상 매각
○ 가스공사: 금년 중 도입․도매부문 분할, 내년까지 민영화
□ 남아있는 42개 자회사 정비방안을 2월까지 확정
○ 민간시장 형성 등으로 공공성이 약화된 자회사: 민영화 29개사(독자 민영화 17개사/모기업과 같이 민영화 12개사)
○ 독자적 업무영역 없이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자회사: 통합 6개사
○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 자회사: 청산(한국투자신탁, 채권단이 처리방안 결정)
「부처별 경영혁신과제 점검. 평가단과 공기업 등 경영점검. 평가단에서 실시한 2000년도 공공부문개혁 추진실적 평가결과」(기획예산처, 2001.1.19.)에 따르면,
□ 민영화 관련 제도개선사항
한전민영화관련 전력산업구조개편 3법 공포(’00.12.23.)
한국통신의 민영화 촉진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공포(’01.1.8.)
외국인 주식소유한도: 33 → 49%
담배사업법 개정안(제조독점․잎담배전량수매의무제 폐지)은 지역주민 반대로 입법 지연, 임시국회에서 재추진
* 엽연초생산협동조합은 담배사업법 개정에 협력키로 합의('00.12.16)
□ 감사원 지적사항 이행실적 평가결과
□ 평가대상
○ 감사원 감사대상기관(141개)중 포철․종합화학 등 민영화 완료 및 청산중인 기관 등을 제외한 113개 기관을 점검․평가
○ 평가대상과제는 평가대상기관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 662건
□ 평가결과 지적사항 중 71%(469건)를 개선완료
○ 상당수가 노사합의 없이는 개선이 어려운 과제들이나,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점검․평가단의 점검과 지속적인 개선유도로 이행실적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평가됨
○ 미개선 과제 193건 중 노조 전임자 과다운영, 주택자금. 자녀학자금, 연월차 휴가보상 등 관행화되어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97건(50%)
□ 금융기관의 개선실적이 비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
○ 미개선 과제 193건 중 금융관련기관이 106건
금융기관은 관행적으로 복리후생비 등이 타 기관에 비해 높았고, 금융구조조정 일환으로 경영혁신을 추진해 왔으나 개선 미흡
2001.4.6일 현재 정부 발표 공기업의 자회사정리 추진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현재 7개사가 청산․합병․매각 절차진행 중
- 수자원기술공단: 3.27. 주총 해산결의 및 청산인 선임, 4.1. 청산절차 개시
- 한국통신엠닷컴: 3.7. 합병승인(주총), 5.1. 합병예정
- 한양목재: (주)시더와 매각협상 중
- 한전기공․한국전력기술: 매각입찰공고(2.28.), 입찰참가의향서 접수 마감(4.3., 4.10.)
- 한양공영: 멤브레인 사업부문 매각(3.15. 낙찰), 진행중인 공사 완료 후 9월까지 청산예정
- 대한토지신탁: 4월 중 입찰예정
○ 기타 자회사는 기업가치평가, 입찰준비, 코스닥등록신청 등 정리를 위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 중
- 기업가치평가: 한국통신기술, 한국통신진흥, 한국통신산업개발, 한국가스엔지니어링
- 입찰준비: 노량진수산시장
- 전략적 제휴 준비: 한국통신파워텔, 파워콤
- 코스닥등록신청: 한국토지신탁
- 기타 자회사는 구체적인 매각계획수립 등 준비작업 진행 중
3. 떠오르는 대안: 자본 중심의 민영화를 막아내라, 종업원지주제?
한중은 두산컨소시엄을 지배주주(51.7%)로 선정(’00.12.12.)하여 최종 2001년 2월 민영화되었다. 그 후 석 달이 지났다. 그렇다면 노조가 48일간의 파업을 감행하며 재벌매각, 해외매각을 막아냈다, 고용불안이 완화됐다는 소리를 들었던 한국중공업이 두산중공업(상호변경 2001.3.23.)으로 바뀌면서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에는 이미 앞서 답을 하였다. 그럼에도 구태여 더 보태는 것은 종업원지주제와 관련해 할 말을 해야되기 때문이다. 한국중공업은 당시 우리사주조합에 법적 최고한도의 주식을 배분하는 것을 통해 경영참가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했지만, 결국 두산이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아웃소싱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창원의 두산기계에 대한 악랄한 노무관리(100여 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던 노동조합이 최근에는 조합원 10명으로 유지되어 유명무실하다)를 보며 한국중공업 조합원들은 지레 겁먹고 있기도 하다. 그뿐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적자 이데올로기까지 유포하며 임투를 앞두고 노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적자의 원인은 별게 아니다. 물론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이유인 즉, 한중이 민영화를 하여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로 새롭게 가려다 보니 떨굴 것은 떨궈야 했기 때문이다. 공기업시절 보유하고 있던 다량의 미회수채권, 재고자산 및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평가성 충당금(단지 장부상의 비용처리일 뿐)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248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작년 1,760억여원의 환차손으로 적자를 보고서 노조보고 책임지라는 마치 그 식이다. 기 설정된 충당금 중 상당액이 올해 환입될 것이 뻔한데도 사측은 올해 임투는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10년 걸린 민영화, 민간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 그간 한중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것이 바로 강한 노조의 존재였으므로 이참에 노동조합의 전투성을 거세해 자본의 대등한 파트너로서 만든다? 자본에 순응하는 협력적인 노동조합으로 길들이겠다, 이거 아닌가.
“조합원들은 지난 민영화반대투쟁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 어떤 점을 성과로 들 수 있나? 종업원지주제에 대해 민영화반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민영화 반대에서 대세론으로 손석형 집행부가 여론몰이를 하며 내세운 것이 종업원지주제이고 총 주식의 20%를 확보할 것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지었다. 그러나 실제 민영화되는 과정에서는 공개주식의 20%였으며, 주식소유로서는 종업원지주제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민영화반대투쟁이 제대로 안 돼 결국 민영화가 되고, 파업참여자와 불참자의 관계에서 다시는 노동조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나타날 정도로 갈등이 빚어지니 집행부가 신뢰를 잃고 현장이 침체되었다.”
종업원의 주식인수, 기업인수 사례가 공기업으로 제한되어 있는 이유는 뭔가? 일반기업에서는 주식인수를 통해 기업인수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종업원기업인수를 통한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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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인수방식 |
경영 전망 |
경마
진흥 |
-99년 11월 정규직 42명 전원이 참여해 지분인수
-경영진 : 감사원 출신의 경마진흥 감사를 대표이사로 추대(노조가 주도)
-이사와 감사는 비상근직으로 3인
-노동조합 유지
-사우회
-노사협의회 |
-사우회를 조직하고 직원에 대해 출자의사를 확인 및 조직
-282,818,600원(26,681주/10,600원)으로 지분 55% 확보
-지분구조는 외부 45%(문화관광부, 한국마사회, 일반주주 등 220여명), 조합원이 40%,(37명), 임원 및 상위직급에서 15%(5인)
-1인당 출자액은 부장급 이상은 1천만~3천만원, 그 이하는 4백만~8백만원 내에서 퇴직금으로 조달 |
-정규직 42명, 계약직 380명
-운영과 관련해서는 과거 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
-노조가 조합원 관리 및 규율을 확립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어 직원들의 자발성과 책임성 및 주인의식이 고양됨
-마사회와 3년 간 용역계약 체결, 3년 이후부터는 1년 단위 계약으로
-매출은 60억으로 과거에 비해 60% 수준임. 이는 과거에는 정부의 예산편성으로 최고 100억까지 였음
-현 급여수준은 과거의 80% 수준으로 직원들 불만 많음
-영업전망은 밝다고 봄 |
수자원기술공사 |
-노조는 임원들이 회사를 설립하자 주식인수투쟁으로 전환
-52%의 주식을 넘겨받기로 합의하고 타결
-4월 20일 양도계약서 체결을 앞두고 있음
-경영진 : 대표이사는 공단 사장과 동일인이며, 그 외 전무이사 1인
-인원 : 임원 2명 소장 29명, 조합원 345명 총 376명 전원 유지
-노조 유지 |
-우리사주조합이나 사우회 등의 조직을 갖추지 않은 채 노조의 지휘하에서 전체조합원들의 주식인수가 이루어짐
-이는 공단의 주식인수와는 다르며, 신설법인의 구주를 양수하는 것임
-조합원 345명 전원이 균등하게 출자하였고, 1인당 130만원 정도 출자 예정
-지분구조 : 임원 2인 35%, 소장들 13%, 조합원 52% |
-2001년 2월 수자원공사가 실시한 연간 200억 원 규모의 수자원시설유지 용역사업을 공개입찰을 통해 확보
-현재 매출로는 적자가 예상되기에 수자원시설의 보수사업 용역계약을 체결하려 공사와 접촉 중
-급여는 기존 급여의 5% 정도 감소
-2001년간은 인원조정 없고, 급여를 현행으로 유지한다는 노사협약을 체결하였음
-용역계약은 3년으로 체결했고, 이후 계약은 사업수행능력 평가를 통해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하기로 함
-노조는 경영참가구조 확보, 주주관리를 위한 조직 구성, 회사 경영전망에 대한 의견 마련 등을 과제로 설정하고 있음 |
자료: 문보경, 「종업원 주식인수 현황과 한계: 종업원기업인수를 통한 공기업 민영화 사례를 중심으로」, 2001.4.21., ꡔ공기업 민영화의 하나의 대안: 종업원지주제ꡕ 토론회, 주최 참여사회연구소, 자료집에서 재편집.
두 기업에서 주식인수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한 비용은 퇴직금중간정산을 통해 충당하거나, 개인차입으로 해결했다. 또 우리사주조합 규정에 제한되어 우리사주조합을 대체하는 사우회가 주식인수를 하였다.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용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대안으로서 종업원기업인수를 모색하게 했다, 수익성의 악화가 차선책으로 종업원 인수를 선택하게 했다, 종업원들의 경영능력과 자본조달 능력에 대한 의심이 있으나, 종업원들은 헐값 인수를 요구하지 않고 종업원을 기업인수의 주체로서 인정하라는 것이었다는 것이 종업원의 인수가 가능했던 조건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토론회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출자과정에서 비정규직은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을 그대로 인용한다.
“경마진흥의 경우 정규직은 42명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인 계약직 사원이 380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시설관리 일부와 청소와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식인수 과정에서 계약직을 포함시키지 못한 이유는 고용형태를 달리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구조화되어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을 인수주체로 포함시키는 것은 고용조건의 변화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남 사정을 볼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고용안정 해놓고 나서 언급할 사안이다? 우리 노동운동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기업 민영화의 하나의 대안: 종업원지주제」, 「종업원지주제에 관한 공개토론회」와 같은 제목의 토론회가 4월 3주 두 차례나 열렸다. 이들 토론회가 ‘노사합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종업원지주제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열렸을 것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알짜 공기업을 외국자본이나 재벌에게 넘기느니 차라리 노동자들에게 넘기는 게 낫다(?), 따라서 공기업 노조의 회사인수는 민영화 방식의 하나로 충분히 고려될 만하다 등의 주장이 진보진영 내에서도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에서는 논평을 내어 “민주노동당은 먼저 노조의 ‘종업원기업인수를 통한 민영화 방안’이 그동안 정부의 민영화방식이었던 무분별한 해외․재벌매각방식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부유출방지, 고용안정, 재벌체제 타파, 공공성 유지 등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지지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주장을 경계한다. 이는 공기업노조의 민영화 반대투쟁을 일종의 ‘민주적 민영화방식’으로 대체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민영화론’은 사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중공업 민영화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노동계의 각종 민영화 (대응) 연구를 통해 일찌감치 노조의 대안으로 자리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단지 한전기술노조의 노동자 공기업인수 요구가 그전과 다르게 평가받는다면 그것은 노조의 과감성에 있다. 한전기술노조는 1주당 1만원 하는 주식을 25만7천원에 사서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51% 주주로 나선다. 1,760명의 종업원이 670억 원의 주식매입대금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이 막 IMF 관리체제로 편입되었을 때 범국민운동으로 전개되었던 금 모으기 운동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노동자가 이렇듯 스스로 출혈을 한다는데 ‘국부유출과 노사갈등을 방지해야 할 정부가 왜 반대하는지’ 민주노동당의 논평대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투명한 매각절차에 따른 공기업 민영화가 필요하다, 대외적인 신뢰도 저하의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김대중의 공약(空約)―종업원지주제는 김대중의 선거공약(公約)이다. 98년부터 종업원지주제의 강화와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확대하겠다고 했다―을 반복할 뿐이다. 항상 그렇듯이 20% 우선배정제도로 우리사주를 원천적으로 최대주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누군가가 현행 우리사주제를 손질한 ‘근로자복지기본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국회에 상정돼 있다고 낙관한다면, 소유경영구조의 민주화와 종업원의 복지증진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음을 확인해두어야 할 것이다.
한전기술은 감사원 지적사항 이행실적 평가(2001.1.19.) 대상기관의 지적사항(평가대상과제는 평가대상기관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모두 662건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중 미완료 과제수가 1~2건에 불과했던 기관이다. 여기에는 몇 년 전까지 대표적 투쟁사업장으로 기억되는 조폐공사도 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뭔가?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경영혁신이 치밀한 노무관리와 현장통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즉 노동자의 투쟁성을 거세, 노사협조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일찌감치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기술노조가 갖은 논리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반대하지 않고 차선의 대안이라는 종업원지주제로의 민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한 판단은 이런 노자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 맡겨져야 할 것이다.
4. 민영화반대투쟁의 딜레마,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공공부분 노동자의 허상 그리고 이중성(안정된 직장에서 오래 있다보니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상대적인 안정을 누려온 것이 사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 클 수 있다), 7,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폭압적인 노동운동 탄압,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런 조건 속에서 민영화 반대투쟁을 하기란 만만치 않다. 공기업 노동자들의 의식수준을 볼 때 이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기업의 위기극복을 주식인수로 할 것인가, 민영화반대투쟁을 언제까지 차선책으로 풀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정공법을 써야한다. 한중이나 한전, 한통, 철도 사례를 보더라도 노동자들이 공기업 민영화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을 막을 길이 없다. 만약 누군가가 7천명이나 되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해고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면 어떠한 고용안정 투쟁도 쟁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잠정합의 이후 두산이 인수할 때까지 진행되었던 민영화반대투쟁은 어떤 기조로 이루어졌나? 또 그것을 민영화반대투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미 99년 11월에서 12월까지 48일 파업투쟁 과정에서 민영화를 인정하였다. 다른 이의는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재벌로의 매각, 분사는 안 된다는 부분이 지켜지는 것으로 알았다. 파업투쟁 과정에서 파업참여 조합원과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과의 갈등으로 노동조합이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사실 두산이 인수할 때까지 반대하지 않고 있었다.”
기억을 떠올려보자. 한중 공개입찰 과정에서 2000년 9월 대기업 참여 허용, 10월에 배제, 다시 허용, 입찰에 뛰어든 회사만 롯데, 효성, 동부 등 9개에 달했다. 정부는 결국 두산에 손을 들어주었고 노동자들은 속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또 속았다.
“최근 적자경영논란에 대한 부분에 대해 조합은 어떻게 싸울 생각인가?”
“많은 현안문제로 인해 적자경영에 대한 책임성은 별로 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01년 임단협과 연계하여 싸운다는 방침이나 세부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
“민영화 반대투쟁을 끝까지 밀어 부치지 못한 가장 큰 한계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무엇보다 집행부 자체의 싸우려는 의지 부족이다. 48일 투쟁 이전부터 민영화 반대에서 이미 기조변화가 있었다. 종업원지주제로의 …”
“민영화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많은 다른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또 이들이 민영화 반대투쟁을 할 때 가장 신경 써서 할 부분을 무엇이라고 보나?”
“김대중 정부에서의 민영화는 반대되어야 한다. 연구용역, 지역공청회 등을 하여 무원칙적으로 자행되는 민영화는 막아야 된다. 특히 중요한 싸움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끈질긴 투쟁의지, 정부, 국회 등에 다각적인 노동조합 입장전달, 지역집회 등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요즘 한전기술노조가 종업원지주제로 민영화를 쟁취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중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종업원지주제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한전기술은 두산중공업(옛 한중)에서 인수한다는 예기가 있던데… 한전기공도 그렇고… 사실 종업원지주제로 간다는 것은 민영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주식 자체는 개인의 재산형성과 재화로써 활용되고 주주총회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봐도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모든 권리행사는 대주주만 할 수 있지 않나? 일상적인 부분에서 장악력과 기업운영은 대주주가 마음대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영화를 전제하여 최선의 민영화를 할 것인가? 한전기술의 민영화를 전제해서 어떻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민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한다면 노동자가 공기업을 인수한다는 획기적인(?) 투쟁이 아마도 최선일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공기업 민영화 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공기업을 유지할 것인가, 민영화를 할 것인가의 문제다. 민영화방식 문제는 이에 대한 답이 주어졌을 때나 생각할 수 있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민영화 논리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의 논리는 공공성 유지와 생존권 사수다. 그 외에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민주적 민영화론도 기본적으로는 시장경쟁의 효율성을 신뢰한다. 때문에 민영화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소유권의 이전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장경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얼마나 정비해 놓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종업원지주제/우리사주조합, 국민주, 전문경영인체제 등을 통한 주주 감시와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 다음 기업지배구조 개선 문제다. 과연 종업원지주제/우리사주조합 또는 국민주가 소유분산을 가져올 수 있을까? 자본주의적 집중은 사실상 주식분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적은 자본으로써 전체 자본을 지배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와 함께 종업원지주제/우리사주조합에 의한 주식분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주식거래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이상 주식분산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고 결국 지배주주의 형성과 자본집중을 막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주식형태를 유지하는 한 시장에서의 주가변동을 피할 수 없고 소수주주들에게 주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 주식시장에서 주식가격의 끊임없는 변동에 초월할 수 있는가? 주가폭락과 의무보유기간 단축으로 상장사들의 우리사주조합 보유주식금액이 1년새 4분의 1수준으로 격감했다는 증권거래소의 발표(2001.4.11.)나 한전기술 종업원 1인당 부담액이 4천만원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무상주 배분 수준도 전제되지 않은 채 이것이 대체 얼마나 가능한 일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종업원지주제/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주식분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끝으로 우리사주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상장, 등록기업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우리사주가 적극적인 민영화방식으로 고려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소유경영참가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세워야 한다.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우리사주를 통해 ‘소유와 경영의 민주화’를 이룬다고 해도, 우리사주의 민주적 운영을 제외하면 소유분산, 제한적 노동자 소유, 그리고 그 소유에 입각한 제한적 경영참가(사외이사/감사 또는 노동자이사 또는 감사)에 한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사주가 재산증식수단인가? 아니면 소유경영참가수단인가? 상호모순적인 이 두 가지 성격 가운데 어느 것을 더 분명히 해야하는가? 우리사주 소유주식이 세제나 금융지원을 받는다 해도, 차입이나 조합원 적립금에 의한 자사주 매입 방식은 결국 노동자 부담으로 귀결된다. 왜 노동자가 부담을 져야하는가? 최근 LG화재가 우리사주조합이 전적으로 부담하였던 자기자금조달방식을 회사와 노동자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공동출연형으로 전환시켰다고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1:1 출연방식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
“LG화재는 현재 매월 종업원 1인당 5만원씩을 적립하면 회사에서도 이에 상응해 5만원을 같이 적립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럴 경우 1인당 매월 10만원이 적립되는 셈. 지난해 7월부터 적립을 시작해 현재 26억원을 모았다. 이 정도면 전체 주식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LG화재는 올 6월 우리사주조합장의 민주적 선출 시점에 맞춰 우리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LG화재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임금협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사는 임금총액 7.5% 인상을, 노조는 10% 인상을 요구하면서 맞섰다. 그러자 회사에서는 노조의 요구사항 중 주식취득보조금 1인당 5만원지급을 전액 수용하는 대신, 조합원들도 5만원씩을 내고 임금은 7.5% 인상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를 노조가 수용함에 따라 양측 이 1대1의 비율로 우리사주조합 출연금을 내는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노동일보, 「우리사주제도와 노동자 경영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기획기사 중에서, 2001.4.18.)
주식취득은 자본이 부담하는 재원조달방식을 취해야 한다. 신주발행의 20% 내 우리사주 우선배정권은 그 자체로 우리사주는 최대주주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지배적인 대주주의 소유경영지배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사주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진보적인 것―노동자의 복지에 기초한 소유 경영의 민주화 방안/‘송태경’식의 종업원(노동자)소유참가제도와 경제민주주의의 일환―이라 해도 사회적 소유와 그에 기초한 노동자 통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자본주의 소유지배구조를 넘어선 노동자의 자주관리라는 관점에서 공동결정제와 같은 비소유권에 기초한 생산경영통제를 이루어내는 것이 제한된 우리사주와 그 소유에 기초한 경영통제보다 더 높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단체협약의 강화, 공동결정 제도화 등의 노력이 더 중요한 이유다.
5. 공기업 노동자여, 생존권쟁취투쟁으로 돌진하라!
모 연구소의 회보에 아직 끝나지도 않은 대우자동차 노동자투쟁에 대한 평가글이 실렸다. 그리고 그 글을 쓴 이는 아마도 짐작컨대, 융단폭격을 맞았으리라. 내가 여기서 1년도 넘은 한중 민영화 반대투쟁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중 민영화 반대투쟁의 교훈을 새삼 떠올리면서 현재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다시금 원칙을 부여잡아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낡아빠진 종업원지주제를 통한 증시부양이나 최근 연기금 주식투자 전면허용방침 등은 자금조달을 위해서나 개량의 물적 토대(?)를 이용한 노동자 불만 무마용으로 사용되는 고전적 수법이다. 이 모두가 어차피 정부와 자본의 필요에 의해 도입되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비판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기에 필요하다면 다른 지면을 통해 해나가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거제도에서는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두부협착’… 대우조선에서만 올해 벌써 네 번째 죽음이다. 2001년 한국의 노동자들이 총자본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겠는가? 답은 명확하다. 그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잘려나가고 있고 죽어나가고 있고 노동권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기본적인 인권조차 탄압받고 있다. 전술은 다양할 수 있으되, 이 땅의 노동자가 펼쳐야 할 자기전략은 궁극적으로 생존전략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 생존권 쟁취! 내 생명도 지키지 못한 채 어떻게 계급이익을 말하겠는가? (200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