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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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 끝까지1
 도보여행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2호
강바람

걸어서 땅 끝까지 1

강바람 / 노동자


사실 원래 계획은 터키 베낭여행이었다.
근데 가기로 한 멤버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물론 나 역시 시간내기가 어려워지면서 터키는 물 건너갔고.. 대신 손에 잡힌 게 도보여행이었다.
친구가 도보여행을 계획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냉큼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었다.
일주일 휴가를 이주일로 늘이고 도보여행을 계획했다.
루트를 잡고, 준비물을 챙기고, 체력단련을 위해 사무실까지 7킬로 구간을 걸어서 출퇴근하고 등등.
드뎌 디데이가 다가왔다!

도보여행 1일차(7월30일)

드디어 7월30일 도보여행을 떠났다.
수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굳이 서울에서부터 시작할 필요를 못느꼈다. 매연덩어리에 시간도 넉넉지 않았다.
우린 오늘 평택에 도착해야 했다.
토스트 하나 먹고 1번 국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걷는 게 만만치 않다. 힘들구나….
평택은 멀고도 멀었다. 송탄을 지나 송탄산업단지를 지나 평택산업단지를 지나…. 친구의 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어휴 따라가기 힘들어라…. 드디어 평택역!
평택에 사는 선배 집으로 찾아갔다. 어찌나 반갑던지~
선배는 연신 대단하다를 외쳐댄다. ㅎㅎ 나도 우리가 대견하다.
오늘 30킬로 이상 걸은 듯하다.

도보여행 2일차(7월31일)

평택에서 9시 출발.
성환 입구에서 찐빵으로 점심을 때웠다.
무얼 먹을 만한 곳도 마땅찮았고, 몸도 힘들어 들어선 곳이었는데 뜻밖의 후한 인심을 만났다. 아주머니는 이것저것 물으시면서 참외도 주시고 찐빵도 주시며 푹 쉬어가라셨다. 감사했다.
그리고 준실 언니! 35기 선생님이다.
도보여행 간다고 하니 성환에 가면 꼭 들르라고 친구 분이 하는 가게를 알려주셨다.
성환을 지나 걷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잊지 않고 챙겨준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에어콘 빵빵한 언니 친구분 가게에 들러 더위도 피하고, 맛난 냉커피에 아이스크림도 먹고~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오늘 참 따뜻한 하루다….
친구가 발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해 힘들어 했다. 마침 천안엔 큰 마트가 있어서 신발을 살 수 있었다. 물집 땜에 무쟈게 고생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무사히 갈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해남은 아직 멀고도 먼데.
낼은 비가 온단다. 도보여행 중 처음 맞는 비다. 잘 가야 할 텐데.
천안역사 노조사무실 6시 반 도착. 오늘은 천안역 노조사무실 안에 있는 조합원 숙소에서 하루 묵는다.
오늘도 대략 30킬로 정도 걸은 듯. 그래도 어제보다 덜 걸어서 그런지 훨씬 가뿐하다.

도보여행 3일차(8월1일)

10시30분 출발.
늦잠 잤다. 부지런히 걸었다. 친구 발이 무척 아픈 듯하다. 걱정이다.
천안소방서에 잠시 쉬러 들어갔다.
소방서 아저씨들 신기한 듯 “배낭여행하세요?”
땅 끝까지 간다하니 연신 “대단하시네요”.. 눈을 떼지 못하신다. ㅋ 무슨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쩝~
아저씨들은 먼 길 가는데 밥은 먹고 가라면서 구내식당으로 안내해주셨다. 얼결에 따라가 소방서 짠밥도 얻어먹고~ 밥 먹는 내내 우리가 화제거리인 듯 했다. 여기저기서 수근덕수근덕 힐끗힐끗~ ㅋ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지만 하여간 소방서 짠밥은 맛있었다. ^^
천안에서 충남 연기군으로 들어섰다.
첫 번째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팥빙수도 먹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친구의 발 상태로 보아 도저히 이 속도로는 날짜 안에 땅 끝까지 갈 수가 없었다. 가더라도 보길도는 가보지도 못하고 땅 끝만 밟고 올라와야 했다. 친구의 걸음은 계속 처지고 있었다. 물집이 많이 잡혀 많이 고통스러운 듯했다.
그래서 논산까지 점프하자는 제안을 했다.
아랫지방에서 점프하는 것보단 지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일단 유천리를 지나 23번 국도를 갈아탄 이후에 공주 또는 논산가는 차를 잡기로 결정했다. 논산까지 간다 해도 낼부터 갈 길이 9-10일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23번 국도를 갈아탔다.
친구는 너무 힘들어 보인다.
히치하이킹을 했다. 차를 세운 이는 공주까지 간다고 했다. 머 남자인줄 알고 세웠다나~ ㅋ
(여행 내내 모두들 날 남성으로 봤다. 짧은 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과 건장한 체구, 절벽인 가슴 등등이 그렇게 보였나보다. ㅋㅋㅋ)
감사해하며 공주까지 무사히 이동한 후에 다시 히치하이킹~
이번에 차를 세운 아저씨 역시 무진장 친절하셨다. 원래 고향이 논산이시라고.
작년에 아들이 강릉까지 자전거하이킹을 해서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차를 세웠다고 하셨다.
아저씨가 쌈박한 제안을 하셨다. “시골집에 가서 자보지 않겠냐? 동생네가 논산 근처 시골에서 산다. 여행 다니면서 시골에서도 자봐야 하지 않겠냐?”
우리야 물론 감사합니다~! 지.
훌륭했다. 시골집이라 할 순 없고 양옥으로 정돈된 나름대로 부유한 농가였다. 수박하우스 9동을 갖고 계시다니 부농 맞는 거 같다. ^^
우리가 왔다고 삼겹살 사오시고, 수박 따오시고.. 정말 감사해서 몸둘 바를 몰랐다. 한 상 떡 벌어진 식사에 고기에.. 아저씨, 아주머니의 정감 있는 인상이며, 인심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평화로웠다. 정말 잊지 못할 거다.
논산에 간다면 꼭 다시 들러야지. 논산 천동리 샘골마을 이장님댁!
그리고...
친구가 내일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도저히 이 상태로 더 이상 도보여행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거 같다.
병원에 갔다가 다시 내려올지, 내려오지 않을지도 알 수 없다...
그리하여 낼부터는 나 혼자다.
도보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내 발로, 내 두 다리로 꼭 땅 끝을 밟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둘이 아니라 혼자라고 해서 그 결심이 바뀔 이유는 없었다.
물론 좀 서운하고, 허한 맘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난 계획대로 간다!

도보여행 4일차(8월2일)

7시기상.
예정대로 친구는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이장님 댁에서 아침까지 얻어먹고 논산시내까지 차도 얻어 탔다.
논산터미널로 가서.. 버스는 8시45분..
버스에 태워 보내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같이 시작해서 같이 마무리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가게 되니 허하기도 했고, 이제는 혼자구나 싶어 외롭기도 했고, 친구 발이야 의사덜이 알아서 낫게해 줄 것이고~ ^^
하여간 버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눈물이 핑 돌아.. 숨기느라 혼났다.
9시에 걷기 시작.
23번 국도를 타다가 전주방향으로 1번국도로 갈아타야 한다.
연무에서 점심으로 빵을 샀다. 혼자 들어가 밥 먹기도 귀찮고 특별히 땡기지도 않았다.
열심히 걸었다.
드디어! ㄲ ㅑ~ 전북에 들어섰다!
전북 익산시 여산면! 전북이닷!
금마를 10킬로 남김 지점에서 폭우를 만났다.
이제 시작이구나. 걱정하던 바로 그 폭우였다.
비옷을 챙겨 입고, 샌들로 갈아 신고.. 샌들을 신으니 아무래도 발걸음이 느리다. 돌이 신발 안으로 들어와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양말을 신었다. 조금 낫다. 다시 출발.
비는 정말 무섭게 쏟아졌다. 천둥소리에 근거리에서 벼락까지 쳐대니 정말 공포스러웠다. 그래도 멈출만한 곳이 없었다. 결국 삼례까지 가기로 했다.
강행군이다. 삼례로 가자!
7시30분경 삼례 도착.
일단 찜질방을 찾았다. 그러나 여름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관은 싫고.. 교회를 찾았다. 삼례에서 제일 큰 교회였는데 에긍..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교회 집사님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예배실은 좀 위험하다시면 사택으로 안내해주셨다. 감사했다. 교회의 젊은 선생님들은 연신 내가 신기한지 이것저것 묻기 바쁘고 나름대로 자신들의 여행계획도 세운다. ㅎㅎ
오늘은 무진장 피곤한 하루였다.(다음 호에 계속)

2005-09-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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