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권두언 > 목록보기 > 글읽기

 
세계질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노동운동

현장에서 미래를  제6호
김세균

권 두 언

세계질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노동운동


김 세 균(소장,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1970년대 중반 이래 중심부 자본주의체제가 심대한 구조적 불황에 빠져 들면서 구조적 불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자본과 부르주아국가의 운동이 만들어 낸 가장 중요한 결과였다. ‘신자유주의적 재편’이란 시장경제적 관계에 가해진 이전의 국가적-정치적 규제를 폐기하고 모든 사회적 관계를 시장경제적 관계에 종속시킴으로써 자본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노동에 대한 자본의 시장경제적 지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사회․경제질서를 재편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선도한 것은 선진자본주의 사회였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국가’-분배정의 구현과 복지증진을 위한 임노동자층 전체의 동맹체제 또는 노동자계급과 신중간층 간의 계급동맹체제이자 (생산이 아니라)분배 측면에서 ‘노자 간의 힘의 균형’이 성립시킨 계급타협체제-가 붕괴되었으며, 기업활동에 가해졌던 민주적-사민주의적 통제의 많은 부분이 폐기되고 노동자계급이 누린 사회․정치적 권리들이 크게 축소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 그리고 포디즘 축적체제가 포스트-포디즘 축적체제로 전환됨과 더불어 임노동자층의 분할이 크게 촉진되고, 자본운동의 국제화-세계화가 고도화되면서 자본운동에 대한 일국적 수준에서의 규제가 어렵게 된 것이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동시에 국제적 수준에서도 이루어졌다. 무역장벽의 철폐, 개방화 등을 통해 자본운동에 대한 국민국가적 규제를 약화시키고 각국의 국민경제를 하나의 세계시장경제 체제로 통합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제적 지구화’ 과정은 그것과 일정하게 모순되는 ‘경제의 지역블럭화’ 과정을 수반하였다. 그러나 불럭화되어가는 지역적 경제권은 경제적 지구화를 뒷받침하는 자본운동의 지역적 거점이라는 성격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물결은 제3세계의 모든 나라에게도 덮쳤다. 남미의 많은 나라들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출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내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아울러 시행하였었다. 그러나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황의 여파가 이들 대부분의 나라에 덮치면서 1980년대에 이르러 심대한 ‘발전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이들 나라들은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외국자본의 유치 등에 매달리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좋든 싫든 개방화와 민영화, 긴축재정의 실시와 같은 선진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대응책을 강요받게 되었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노동자-민중의 생활을 엄청나게 악화시켰으며, 경제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를 크게 심화시켰다.
한편 1980년대에 세계자본주의체제가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었다. 이 때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이 주로 일본자본의 유입에 근거하는 것이었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1970년대 후반 중화학공업의 성장에 크게 의지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김영삼정권 시기에 접어들어 한국에서도 민간주도 경제체제로의 전환, 기업활동에 대한 탈규제화 및 개방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한국의 정부와 자본은 한국자본의 국제경쟁력과 국제적 위상을 제고시키는 수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구조조정으로 이러한 재편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재편은(앞에서 자세히 언급하지 못했지만,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에 의해 이루어진 동유럽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이 또한 그러하였다시피) 어디에서나 노동자계급의 분할을 촉진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였다. 제3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민주화가 도입되는 과정과 일정하게 결합하여 이루어짐으로 인해 마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경제발전의 파탄이 야기되거나 민중투쟁의 고양 등에 힘입어 진척된 민주화과정이 더 한층 진전하는 데 결정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점은 선진자본주의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확보하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보호하며, ‘탈규제’가 아니라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민중적 통제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조직해야할 과제를 지닌다. 그런데 고무적인 것은 1980년대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맹위를 떨친 시기였다면, 현 시기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대한 세계민중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멕시코의 인디오 농민반란은 몰락하는 농민층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대한 절망적인 저항에 불과했지만, 동유럽에서의 좌파사회주의 정권의 등장과 현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투쟁은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방어적 투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이러한 방어적 투쟁은 늦든 빠르든 공세적 투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민주노총’을 출범시킨 한국의 노동운동 역시 김영삼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최종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작동하는 자본 간의 무한경쟁논리에 사회적 관계 전체를 종속시키고자 하는 것인 만큼, 일국적 수준에서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민중적 통제를 확대-심화시키는 데에는 커다란 한계가 존재한다.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투쟁을 강화하여 국제적 수준에서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민중적 통제 매커니즘을 아울러 창출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노/정/연

1995-12-20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