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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현실을 뛰어넘어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개하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68호
지무영

법과 현실을 뛰어넘어 비정규직 투쟁을 전개하자


지 무 영/인사이트코리아노조 위원장





법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
지난 6월 27일 수요일 종로구 종각역 SK본사 앞에서는 한국통신계약직 동지들이 구호를 외쳤고, 교섭을 하기 위해 인사이트코리아노조 해고자 2명과 화학섬유연맹 간부 2명이 본사 진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SK측 경비원 10여명이 팔장을 끼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쉽게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전경 40여 대오가 출동해 있었다.
분명 인사이트코리아노조 해고자 4명은 3월 2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로부터 “부당해고이니 SK직원으로 원직복직하라”는 판결을 받은바 있다. 그 후 화학섬유연맹이 교섭을 위임받아 10여 차례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우리는 지금도 복직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지방 노동청 감독관이 말하길 SK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며 원직복직시킬 의향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노위 판결만으로도 노동부가 행정명령을 내려 대표자를 소환하여 조사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해고자들이 6월 7일 고소장을 접수한 바 있어 내용에 따라 대표자 구속까지도 가능 하지만 노동부 역시 지노위 판결문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사 없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날도 정당하게 교섭을 요구하며 본사로 들어가려 하였지만 사측의 경비들에 의해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당당한 경찰이 사측의 경비를 해산시키고 무사히 진입하게 하여 교섭이 성사되도록 도와줄 줄 알았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SK본사에 외국대사관이 있으니 구호를 외치거나 집회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빨리 철수하라”는 경고만 일삼을 뿐이었고 정당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는 노동법은 모른다”라고 일축해 버렸다.


실질적인 사용자는 SK
우리는 10년 전인 92년 SK울산 사내직업훈련원을 수료한 뒤 93년 SK본사에서 면접이 있으니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SK본사 저유부장과 과장이 직접 면접을 하며 SK계열사인 현대석유(인사이트코리아 전신)에 입사하는 것이라는 SK 저유부장의 말만 듣고 이미 상경의 뜻을 품었다. 그후 열심히 하리라는 결심으로 현대석유로 입사하였고, SK 서울 물류센터로 오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SK 정직원과 계열사직원이 같이 근무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으며, SK 관리자의 지시를 받으며 같은 일을 하는 것 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에 우리가 일하는 이러한 고용형태가 파견근로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별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불만이 생겨 물류센터 소장과 면담을 하니 “예전에도 청소원, 경비원들이 SK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례가 있으니, 자격증 취득 등 SK에서 지시하는 데로 열심히 근무하면 SK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라며 우리의 불만을 잠재웠다. 2명이었던 비정규직이 매년 퇴직자, 이동자 등 결원이 발생할 때마다 10여 명으로 늘어났지만, 98년 파견법이 시행된다고 하자 SK 비정규직 직원 역시 앞으로 2년 있으면 정규직으로 될 수 있을 거라며 반가워하고 희망을 가지고 어렵게 기다려 왔다.
저유원이라는 이름으로 휘발유, 등유, 경유, 윤활유 등 위험물을 취급하는 일을 하였으며, 회사에서는 유조차 출입에 따른 안전관리, 시설물유지, 보수관리, 탱크청소 등 물류센터 내 모든 잡일을 젊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일을 시켰다. 그리고 영선원, 출하서기, 사무서기, 보일러취급 등 SK직무에 따라 교대근무, 정상근무, 연장근로, 각종 교육 등을 해도 기본급 460,000원, 보너스 400%, 월정시급 226시간이었으며, 하계휴가도 없었다. 또한 월기본연장근로를 45시간으로 묶어 이 시간 이내의 연장근로는 식대 및 교통비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 시간이 초과되어야만 실 연장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하여 연장근로가 월 45시간 근로한 자와 한시간도 없는 자가 똑같은 급여를 받는 노동조건 속에서 근무를 하였다.
물론 해가 지나면서 조금은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SK정규직의 6~70% 정도의 급여를 받아왔다.
그리고 인사이트코리아라는 회사는 이미 1~2년 간격으로 SK부장 출신자를 대표이사로 임명하고 SK저유팀의 각종회의에 참석하여 실질적으로 완전한 독립된 회사가 아니라 SK저유팀의 일개 부서로만 존재하여 왔다. 또한 SK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회사의 직원이 여사원 2명과 관리과장 1명이 전국의 11군데 물류센터 200여명을 관리하였고 급여관리 외에는 실질적인 도급회사의 업무는 수행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 사항에 대해 2000년 10월 관악노동사무소에서는 불법파견업체이므로 파견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았기에 물류센터에 파견된 업무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렸으며 2001년 3월 SK에서 해야할 업무가 폐쇄되자 회사청산절차를 밟아 문을 닫아 버렸다.

노동조합 설립 전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개선을 요구하자 이 역시 SK저유팀회의에 참석하여 그 요구의 일부를 개선하였지만 이를 요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불이익을 주며 “일도 못하고 불만만 많은 사람이다”라고 매도하고 “중이 절을 싫으면 떠나라”, “버스에서 흔들리면 버티지 말고 같이 흔들리며 살아라”라며 노동자의 권익을 무시했고 비정규직노동자를 2류 노동자로 비하하며 조용히 일만하도록 강요하였다.
SK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책이 없자 스스로 노조를 설립하여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일념하나로 작년 3월 20일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대전, 대구, 부산, 마산, 목포 등 전국을 순회하였으며, 2일만에 36명의 조합원이 가입하였다. 그러나 신고증이 나온 지 3일만에 2명을 제외한 모든 조합원이 SK전국물류센터의 관리자들에 의해 강제로 탈퇴 당하였고 이 과정에서 회사에서는 개인면담, 친인척을 동원한 압박, 외국에 체류중인 전SK사원을 통해 회유하였고, 출근을 저지해가며 SK과장이 집까지 찾아와 회유, 협박 등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작업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서울지노위, 중노위의 부당노동행위판결은 인사이트코리아에 대해서만 인정되었고 실질적인 사용자이자 조합와해의 주당사자인 SK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그후 SK는 교섭을 요청하자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결렬시켰고 인사이트코리아와는 단체교섭을 실시하였으나 “아무런 힘이 없다, 노조는 인정하나 어떠한 교섭도 할 수 없다”며 사실상 노조를 무력화시켰다.


불법파견 해고노동자에 대한 정규직으로의 원직복직 판결
2명의 노조간부가 노조를 사수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미 2~8년 이상 근무하였고, 2000년 8월 파견법 6조 3항에 따라 만 2년이 되는 2000년 7월 1일부로 SK직원으로 고용승계 되었으니 SK가 정식직원으로 고용해야할 것을 노동부에 진정을 했다. 그리고 2000년 10월 서울지방노동청에서는 불법파견이니 SK에 직접고용 등의 시정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SK는 우리들을 1년 계약직으로 고용을 하였다. 또한 1년 계약직은 부당하며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요구한 간부들에 대해서는 2000년 11월 1일부로 회사 출입을 막고 해고를 자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해고자 신분으로 폭설, 혹한 속에서도 서울, 대구물류센터 앞 출근집회, SK본사 앞, 울산SK공장에서의 집회를 강행하였고, SK의 부당함을 알리며 비정규노동자의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후 2001년 3월 서울지노위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파견법에 따라 2000년 7월 1일부로 SK정식직원으로 고용승계 되었으니 해고는 부당하며 원직복직 시켜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누구를 위한 파견법 인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양산을 막고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된 법이다. 대상업무도 26개 업무로 한정되어 있고 일시적이고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사업장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만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의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자본가(경총)들은 파견법의 허용업무를 몇 개 업무만 제한시키고 나머지는 허용하도록 하고 만2년을 3년으로 늘리자는 개악안을 제시하고 있고 정규직과의 차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의 임금을 하향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파견법 만2년이 되기 하루전인 2000년 6월 30일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가?
많은 사업장에서 파견법을 피하기 위해 이규정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다른 파견회사로 맞바꾸어치기, 계약직으로의 전환 등 노동자를 개, 돼지, 물건 다루듯 했고 불법, 위장도급으로 형식적으로는 하청회사에 속해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열악한 근로조건에 방치되었다.
또한 인사이트코리아노조 해고자의 경우처럼 법이 명시한데로 SK정규직으로 원직복직하라고 투쟁을 전개하고있지만 재대로 법 집행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결성 할 수 있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여받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본들 하청회사가 문을 닫거나, 교섭이 되지도 않고, 원청회사와 교섭을 해본들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노동부 역시 중립적인(?) 위치에서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실태파악과 파견법에 따른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함에도 방관하거나 사용자편향의 판단을 일삼을 따름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정규직이 통계상으로 58%가 넘었다며 민주노총, 방송사, 언론, 사회단체 등에서 비정규직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보도하여 비정규직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하에서 비정규노동자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되어 급속히 늘어 갈 것이고 노동조건은 70년대 수준으로 후퇴하고 정규직의 비중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노동운동 역시 정규직 중심의 운동기조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단위사업장 중심주의, 정규직의 고용안정 등에 매몰되어 방기한다면 자멸되고 말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의 투쟁도 단사의 투쟁을 넘어서는 적극적 연대와 대정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에 우리 인사이트코리아 노조는 항상 함께 할 것이다.

현재 김대중정권은 민주노총을 탄압하여 민주노조운동자체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속에 노동자계급이 분할되는 것을 저지하고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면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법마저 보호받지 못하며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이 800만이며 파견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인정된 인사이트코리아 해고자의 경우처럼 법이 있어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파견법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간 자본과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기형적인 법을 지키라며 투쟁해왔다. 하지만 자본과 정권도 법을 지키지 않고 방기하고 있는데 왜 개악이나, 개정을 해야하는가?
노사정위 비정규직특위의 파견법 등 노동법 개악시도에 대해 이에 대한 저지투쟁을 확대․강화하여 이를 반드시 무력화시켜야 한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체인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형식적인 구호나 투쟁으로 일관하지 말고 정규직에 대해 비정규노동자의 투쟁과 의의를 적극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조직화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흩어져있는 비정규사업장을 책임 있는 틀로 구축 조직하고, 선전, 교육, 정책, 투쟁국을 두어 많지 않지만 조직과 투쟁경험이 있는 비정규노조, 사회단체를 결합하여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교육활동, 조직결성을 지원하고 정책, 선전국에서는 대자본․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비정규투쟁의 대안을 마련하여 효과적인 투쟁으로 자리 매김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의 틀을 구축하기 위해 먼저 각 연맹의 비정규조직담당자와 비정규노조, 사회단체가 모여 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부는 자본에 의해 자행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각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과 실태파악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켜야하며 기업주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파견법, 도급의 내용도 모르는 근로감독관이 허다한 마당에 비정규노동자들의 절박함은 허공에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시대의 관행을 벗고 고통받고 억압받는 노동자를 위해 노동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책과 행정을 펼 수 있도록 노동부를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

2001-07-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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