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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노동운동에서의 이념,정책,조직방식

현장에서 미래를  제68호
심용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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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노동운동에서의 이념, 정책, 조직방식*1)

심 용 보/연구위원, 연세대 경영학 강사




1)

1. 들어가며

노자간의 투쟁에 있어 노동운동의 제대로 된 정책형성과정은 정책이론가 및 상층노조간부 혼자만의 추상적 바램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노자간의 계급투쟁은 ‘관계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우선 투쟁에 있어 자본 및 국가가 어떠한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노동자의 어디를 공격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상대방의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그후 이러한 자본의 공격에 대해 노동자의 분명한 원칙을 잡고 그간 노동운동 내부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진단해야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공공부문 노동운동 내에는 노동자들의 한순간 의기소침에 기생하여 ‘합리적 민영화론’, ‘자율책임경영체제론’, ‘사회적 합의론’과 같은 협조주의 이데올로기가 회자되어 우리를 혼란케 하고 있다.

일례로 「공공부문 구조조정 평가와 노조의 과제」라는 글을 ꡔ노동사회ꡕ 2001년 6월호에 발표한 노항래씨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본인이 추측컨대 그가 기본적으로 바라는 사회상은 경제적으로 보면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시장경쟁 자본주의체제요, 정치적으로 보면 시민사회운동이 주도하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체제이다. 이러한 바램에 근거하여 그는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을 ‘민영화’ 정책과 ‘경영혁신’ 정책 두 가지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첫째, ‘민영화’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는 ‘타당성이 명백하고 국민적 합의가 있는 사업부문의 민영화는 필요하다(26쪽)’고 밝힘으로써 결국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그가 ‘민영화’ 시행과정에 불만이 있는 것은 1) 미국에 의해 통신, 전력과 같은 필수공공서비스 산업이 민영화되어 국부가 유출된다는 점, 2) 민영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와 내부구성원의 동의과정 없이 급박히 추진된다는 점이다. 둘째, ‘경영혁신’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는 ‘(한국 공기업은) 의사결정구조의 민주화, 책임경영의 구현, 국민서비스의 혁신이 요구되고 이를 통해 부패를 털어내고 효율성을 높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27쪽)’고 평가하면서 김대중 정부의 ‘경영혁신’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그는 과거 공기업의 관료주의적 운영방식과 공공재의 저품질화를 개발독재과정에서만 발생된 것이라고 간단히 처리한다. 나아가 이를 이윤추구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김대중 정부의 hard-ware 또는 soft-ware적 공기업 ‘경영혁신(?)’에 진보적 색채를 덧씌우고 있다. 다만 그가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 과정에 불만이 있는 것은 1) 현 정부의 구조조정이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혁신(?)이 아니라 획일적이고 일방적이었다는 점, 2) 그의 효율성 기준으로 볼 때 김대중의 공기업 경영혁신(?)은 아직까지 불필요한 예산(업무추진비, 품위유지비 등)을 잔존시킴으로서 미완성의 형태라는 점이다.

정리해보면 노항래씨는 김대중 정부에게 더욱 더 제대로 된 효율적인 공기업 구조조정을 원하는 것이며 단지 그 진행과정에서 노사정위원회에서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바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그간의 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을 단지 ‘대중들의 공포’에 근거한 것이라 감상적으로 격하하며 자의적 판단에 근거하여 현재 ‘공기업 노동운동의 이완현상’(?)을 예견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앞으로의 공기업 노동운동의 방향으로 ‘우리 안에 문제투성이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한 누구도 우리를 변호해 주지 않는다(30쪽)’는 전제하에 김대중 정부의 정책 중 정당한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선별하여 ‘변화하는 시대요구에 맞게 내부로 혁신을 하기 위한 투쟁, 기관내부의 부실과 부패를 털어내기 위한 전투적 혁신의 자세가 스스로에게 요구(31쪽)’됨을 주장한다. 이러한 정세판단에 근거해 그가 제출하는 공기업 노동운동의 처방은 ‘내부적 의사결정의 민주화(민주적, 참여협력적 노사관계)와 외부감시단체(시민단체 등의 감독기능 등 경영투명성 제고) 구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정부와 자본은 노항래씨를 비롯한 ‘합리적 민영화론자’들의 바램과는 달리 노자간의 역관계에 따라 자본축적 촉진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노동자의 분할 통치를 위한 사회적 합의 구축을 적절히 혼합하며 자신들의 의도를 철저히 관철시킬 것으로 판단되며 이를 위해 협조주의적 노동운동세력들을 노동측 파트너로서 받아 안아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결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자의 자발적 대중투쟁을 분산, 억압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그래서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저임금, 노동강도 강화, 동료간의 경쟁격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1)

공기업 내 협조주의적 노동세력이 제출하고 있는 ‘효율성제고를 위한 공기업간의 경쟁체제’, ‘필수 공공재를 제외한 공기업의 사유화’,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및 규제기구’, ‘국민주 및 우리사주를 통한 대중 자본주의 실현’, ‘전문경영진의 사실상 독재체제인 자율책임경경체제론’, ‘상층간부 중심의 양보교섭적 경영참가’, ‘시민사회단체의 들러리적 사외이사제’ 등의 대안들은 사실 다음에서 살펴볼 신자유주의의 변종인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이야기가 토대하는 이론적 원조인 신자유주의적 공기업론에 대해 살펴보자. 공기업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보면 공기업의 바람직한 변화방향으로 ‘사적소유’와 ‘시장경쟁’을 강조한다. 그런데 사적소유와 시장경쟁이라는 개념 중 어떠한 것을 더욱 강조하느냐에 따라 신자유주의 관점 내에서도 두 가지 이론으로 분류된다. 그 하나는 사적 소유만이 경제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가능케 한다는 ‘사적소유’ 강조적 이론으로서 재산권이론과 공공선택이론이 해당된다. 이 이론에서는, 공기업의 비효율적 운영구조는 소유권이 불명확함으로 인해 행위자들의 자기이익추구적으로 행동하는 것에서 파생되므로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적소유권을 명확히 하여야 하며, 그 처방책으로 공기업 사유화를 통해 사적 자본으로 소유권을 이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지는 주로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익을 보증해주는 기획예산위 및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조직의 효율성이 시장경쟁체제에 의해 규정된다고 보는 ‘시장경쟁’ 강조적 이론으로서의 신고전파 경제이론이 있다. 신고전파 경제이론은 1950년대에는 ‘시장 실패’라는 개념을 통해 자본축적의 단계 및 노사간의 역관계에 따라 공공부문의 필연성을 인정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계획경제에 대한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가정으로 깔고 있다. 따라서 신고전파 경제이론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기술개발 및 사회 발전으로 공공재적 성격이 희석된 재화 및 서비스는 사유화시키되 사적독점에 반대하여 국가가 시장경쟁을 자극할 수 있는 시장구조설계 및 경쟁을 위한 규제방식을 강조한다. 즉 이들은 ‘사적소유’ 강조적 이론가들과는 달리 무조건적 사적소유의 우월성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특히 강조점을 두는 지점은 경쟁체제도입을 통한 효율적인 공기업 운영구조에 있다. 이를 위해 덩치 큰 공기업은 분할하여 매각하고 더불어 시장경쟁을 위한 정부의 규제 조항을 설정한다. 나아가 사유화되는 공기업의 주식을 국민주, 우리사주 방식을 통해 분산시켜 대중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물적 토대를 마련하고 자본시장에서의 경쟁을 자극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공공적 성격이 짙게 남아있는 공기업에는 복-대리인 문제, 즉 구조화된 관료주의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책임경영체제론’이라는 사기업적 운영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율책임경영체제론’은 공기업에 경영 정보의 투명화를 위한 회계체계의 정립, 사업부제 조직 등의 유사-경쟁시장 체제, 공기업의 전문경영인 유입, 사외이사제를 통한 시민단체의 공기업 경영참여 등을 도입함으로써 관료주의를 제어하고 사기업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2) 이러한 이야기는 주로 중산층인 시민과 공기업 핵심 정규직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조주의적 노동운동세력과 이에 결합된 시민사회론적 지식인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대해 본격적인 이론 논쟁은 차후로 미루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론은 결국 현실 속에서 검증되기 때문이고 또한 본인이 보기에 그들이 이론구성에 있어 간과하고 있는 것이 구체적인 공기업 작업현장의 변화와 노동자의 열악한 고용조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은 1998년 이후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무엇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협조주의적 노조집행부가 무엇을 하였는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부분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고 특히 공기업 구조조정의 하위 전술인 협조주의 강화적 노무관리전술을 논하겠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1999년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4․19 파업 이후 들어선 배일도 노조집행부가 ‘서울모델’이라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를 살펴봄으로써 협조주의적 이데올로기의 현실적 함의에 대해 논해 보겠다.




2.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질

합리적 민영화론, 자율책임경영체제론, 사회적 합의론은 똑같이 민주적 자본주의를 자신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정부가 지향하는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라는 자본주의적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중적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형식적 민주주의 논리를 껍데기로 걸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과거 군사파시즘 정부에서 문민정부로의 변화를 진보라고 보며 이로 인해 김영삼,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그리고 공기업을 자본주의 체제와 분리한 상태에서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추상적 논리를 단순히 접합시키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자는 현재의 공공부문의 변화가 단순한 공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간의 국가기구의 운영을 둘러싼 정치적 계급투쟁으로 본다.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이 노동자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공기업 기능과 운영방식을 총체적, 역사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공기업은 단순히 국민들을 위해 공공재를 생산하는 조직이 아니다. 공기업은 국가독점자본주의 시기에 요구되는 국가의 직접적인 경제 개입과 사회 통합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이다. 즉 공기업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국가의 기능인 자본축적의 촉진 기능과 사회적 통합 기능을 내재하고 있으며, 또한 ‘계급세력의 역관계의 제도적 반영’으로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공기업은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자본축적의 논리에 포섭되어 있고 관료제라는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만 공기업 노동과정 통제기제는 마치 시장경쟁이 사기업 노동과정 통제기제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하에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공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 및 공기업 경영자의 노동과정 통제기제의 핵심은 사기업과 같이 공기업 노동자의 잉여가치 착취와 이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공기업 노동자의 동의 구축이다.3)

다음 그림에서 보이듯이 공기업은 사적자본의 주요 원가를 구성하는 전기, 통신, 교통을 저가로 공급함으로써 사적자본의 축적을 촉진시킨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 노동자들은 자신이 창출한 가치보다도 적은 임금을 받고 노동을 함으로써 잉여가치 착취가 발생되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국가는 공기업에서 뽑아올린 노동자의 잉여가치를 모아서 저가의 공공재라는 분배구조를 통해 자본가들에게 공평히 나누어주어 자본축적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본주의 국가는 공공재의 일부분을 가정용이라는 명목으로 산업용보다 2배 정도 비싼 가격을 받고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에게 돌림으로써 공공성 이데올로기에 의해 공기업 노동자의 착취를 은폐하고, 동시에 민중들에게 자본주의 국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 세계 자본주의의 축적위기가 도래함에 따라 1980년대 이후 각국의 신자유주의적 정부는 자본축적 촉진기능을 한층 강화하여 공기업 사유화 정책과 공기업의 상업주의적 관리 정책을 추진했다. 신자유주의적 정부는 국내외 독점자본에게 저가로 공기업을 사유화시키며 그 이전에 상업주의적 공기업 관리전략이라는 사기업적 운영논리를 이식시켜 매각가치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공공부문의 변화는 단순한 공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자본축적의 위기시에 자본가 계급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국가기구의 운영을 둘러싼 정치적 계급 투쟁인 것이다.






<그림1> 자본주의 체제하의 공기업 자본축적 촉진 기능과 그 위상


앞서 살펴본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틀거리에서 볼 때, 현재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다음과 같은 분명한 반노동자성과 반민중성을 지니고 있다.

1997년 말부터 진행된 외환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김영삼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신경제정책과 ‘세계화’ 구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구한 데에 기인한다. 김영삼 정부의 개방화 정책은 1997년 들어 한국 경제를 초국적 금융자본의 공격에 드러내게 하는 단초를 마련했고, 급격한 금융시장 경색, 원화가치 하락, 주식시장 붕괴 등이 이어지면서 기업부도율 급증 등 연쇄 도산사태에 휩싸이게 되어 김대중 정부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는 집권 이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적 이행조건인 국내시장의 완전개방과 재정의 초긴축을 수락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는 금융, 기업, 공공, 노동시장에 걸친 4대 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착수하였는데 이는 ‘경제의 완전개방’, ‘공기업의 사유화’, ‘자본을 위한 탈규제’, ‘노동시장의 완전한 유연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무력화’를 골간으로 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 하에 정부는 1998년 4월까지 IMF 구제금융을 포함하여 초국적 금융자본을 통해 외자를 끌어들이고 노동시장에서의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시킨 뒤 5월부터 본격적인 금융, 공공, 기업, 노동의 구조조정을 착수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집권초기인 1998년 4월 공기업 매각 및 사유화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로 ‘부족한 재원 확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 의지 가시화’, ‘민간수준의 경영효율 공기업 파급’을 들었고 공기업에 대한 개혁방향을 사유화와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으로 잡았다. 김대중 정권의 공기업 관리의 핵심기관은 경제기획원에서 대통령직속의 기획예산위원회로 이전되어 공공부문 정책을 주관하게 된다.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기업의 사유화 및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도입을 위해 1998년 7월 4월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 과 1998년 8월 5일에 ‘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을 발표하였다.

우선 1998년 7월 4월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추진원칙을 ‘기업성이 강한 공기업은 원칙적으로 민영화하여 주인있는 책임경영을 실현하고 조기 민영화가 곤란한 경우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 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되 연차별 추진계획을 세워 추진상황을 점검하며 민영화는 신속히 추진하되, 매각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지분매각, 자산매각 및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발행 등 매각방법과 매각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정한다.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며, 방식과 절차는 국민에게 공개하며 종업원 및 국민참여를 위한 우리사주 및 국민주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완전 민영화 기업 5개와 단계적 민영화 기업 6개(총 11개)를 사유화시키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1998년 8월 5일에 기획예산위원회는 ‘제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계획’을 발표하여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서 제외되었던 공기업 자회사를 중심으로 19개 모기업의 55개 자회사를 사유화의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기업 자회사의 사유화 방식으로서 1)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자회사 및 경영상태가 부실한 자회사는 매각 또는 폐지하며 2)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회사들은 통폐합하거나 모기업에 흡수하며 3) 모기업의 인사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설립된 자회사는 매각 또는 통합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 결과 기획예산위원회는 55개 대상 자회사 중 40개는 사유화시키고 6개는 통폐합하며, 8개는 자회사로 존치하되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도입을 지시하였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공기업의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으로의 변화는 대개 1990년 이후 사기업에서 주로 사용했던 경영합리화 전략을 모방하였다. 당시 사기업의 경영합리화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고도의 착취과정에 스스로 연루되는 노동자를 만드는 것이다. 대개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지향하는 정부 및 공기업 경영자는 노동유연성을 위한 노동자의 재조직, 분할통치적 직급구조로의 변화, 성과와 연동된 보상 원칙, 인사고과의 강화 등을 시도한다. 이러한 새로운 노동통제방식은 결국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기 위한 노동력 소비과정과 분할통치적이고 저비용적인 보상체계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서, 공기업 노동자가 적은 임금을 받고도 장시간의 노동력을 투입하도록 하는 노동배제적 노동과정 통제기제의 구축에 그 초점이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노동배제적 노동과정 통제기제 하에서 공기업 노동자들은 다기능 및 배치전환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며 능력주의적 임금정책과 기업문화운동을 통해 유연적 효율적 노동력 소비과정을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기업과는 달리 개별 공기업 수준에서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은 개별 공기업의 최고경영진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흔히 신자유주의적인 중앙정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주도되고 강요된다. 즉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도입에 대한 주도권은 정부에 있으며 공기업 경영자는 단지 ‘전달벨트’일 뿐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공기업에 성공적으로 이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크게 개별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통제관계와 개별 공기업 노동자에 대한 통제관계라는 두 가지 수준으로 개입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가 개별 공기업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기획예산위원회는 ‘투자기관의 자율성’, ‘책임경영체제’, ‘경영투명성’을 골간으로 하여 1998년 10월 2일에 기존의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1999년 2월 5일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를 통해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였다. 개정된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의 핵심은 중앙정부가 개별 공기업에 대해 수익성 위주의 사후적 성과를 중심으로 통제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서 이익센터로서의 사업부제적 통제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점이다. 이러한 목적과 제도를 통해 중앙정부는 한편으로 사유화 이전의 공기업에 대해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도입하여 사적 기업과 유사한 조직 및 관리형태를 이식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공기업은 언제든지 분할 매각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사유화되기 어려운 공기업에 대해서도 중앙정부는 전략적 의사결정권 및 인사권 등의 주요 통제권을 쥐고 있되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및 재정적 책임은 개별 공기업으로 이동하였다. 동시에 공기업의 이익센터적 통제구조로의 변화를 통해 정부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여 공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을 통제하게 된다. 그 결과 김대중 정부는 인원감축 위주의 반노동자적 구조조정으로 공기업의 수익성을 상승시키게 된다.

앞서 살펴본 기획예산위의 계획과 실천에 근거하여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 및 재정 수익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부터 2000년 초까지 2년 동안 13개의 소규모 공기업 및 자회사를 완전매각하고 5개의 대규모 공기업 지분을 일정정도 매각했다. 공기업의 매각으로 인한 재정적 결과를 보면 김대중 정부는 1998년 6,667억원, 1999년 8조 6,309원을 벌어들여 합계 9조 2,796억원의 수입을 확보하였으며 이를 금융․기업구조조정, 실업대책 등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했다. 이중에서 재정수입은 3조 4,881억원을 확보했으며 외국자본이 52억불 정도 도입됐다.

결국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과정은 한편으로 1998년 외환 위기를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자유주의적 대출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하에 종속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종속적 자본축적 구조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통해 1987년 이후 강고하게 조직되었던 한국 노동운동 세력을 해체시키고 개별적인 노동자의 노동착취를 고도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좀더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공기업의 사유화 전략 및  상업주의 관리전략이 협조주의를 강화하는 노조전략과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와 경영진은 공기업 구조조정 초기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협조주의 강화를 위한 사이비 노사합의 기구를 배치하여 전투적 노선의 노동운동은 철저히 배제시키고 협조주의적 노선의 노동운동은 의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앞서 살펴본 공기업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공기업 노동자의 열악한 상태를 볼 때, 현재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양보할 것이 없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은 다음 그림에서 보이듯이 인원감축과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통해 개별공기업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노동착취도를 높여 현재의 자본축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다. 다만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고민은 공기업 노동자의 불만과 저항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며 동시에 이러한 저항의 힘이 계급대립적 운동노선과 결합되어 공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김대중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노동전략은 한 축으로는 작업현장에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이식시킴으로써 현장노동자의 저항가능성을 분할시키고, 다른 한 축으로는 노동조합에 노사협조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계급대립주의 노선을 배제․약화시킴으로써 저항의 조직적 구심을 해체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노사협조주의 강화적’ 노조전략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노사협조주의 강화적’ 노조전략은 한편으로는 과거 전투적 노동조합으로 몰입된 노동자의 저항의식을 해체하는 측면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체된 노동자의 의식 속에 회사에 대한 협조성과 상업주의적 의식을 채워넣는 측면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 경영진은 노동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게 되는데, 그 중 핵심은 1) ‘노동자의 집단성을 파괴하고 개별적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 2)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제기하여 노동자 집단의 집합성을 탈각시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자본의 ‘노사화합적’ 이데올로기는 대립을 넘어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이 하나라는 ‘노사화합선언’에서 극치를 이룬다. 노사화합적 이데올로기는 결과적으로 신노사문화의 핵심인 ‘나누어질 파이의 크기’를 늘리는 것을 노사간의 공통목표로 제기하게 된다. 특히 공기업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집합적으로 도전하는 경우 경영진은 앞서 논한 전면적인 수익성 위주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 따라서 경영진이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도입하기 전에 중점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영역은 노사협조주의적 기업문화전략을 통해 공기업 현장 노동자들의 집합적 전투성을 해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영진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수익성 위주의 상업주의 관리전략이고 이는 결국 현장 노동자의 노동력 소비과정 강화, 저임금수준의 보상과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경영진은 노조로 집중된 현장노동자의 전투적 정체성을 해체하여 조합원들로 하여금 협조주의적 정체성을 지니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현장노동자를 ‘고객 지향적 경영운동’으로 동원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협조주의 강화적 노조전략의 틀거리 속에서 협조주의적 노조간부의 역할은 정부와의 교섭 관계에 있어 형식적인 산별상층교섭권 및 제도를 약속받는 대신 실질적인 구조조정 내용을 ‘양보교섭’하게 되며 나아가 양보한 구조조정 내용을 현장노동자에게 강요하게 된다. 그것을 위해 1) ‘교섭책임’ 이데올로기와 2) 관료주의적 노조조직 3) 전문가주의적 활동방식(이는 반드시 지식독점을 통한 권위주의적 활동방식으로 나타남)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노조전략은 일정정도 형식적인 상층교섭권을 상층노조에 주되, 대신 상층노조 내 협조주의적 간부로 하여금 김대중 정부와 공조체계를 갖추어 조합원 대중에게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확산시키고, 최종적으로 노조가 준통제기구로 자리잡게 됨으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그림 2>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과 상업주의적 관리방식간의 관계

 


이하에서 서울시 지하철공사 9대 배일도 집행부의 ‘서울모델’을 살펴보겠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의 현실적 함의를 알아보고 나아가 김대중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이 노동운동 내의 자기 파트너를 만나 서로 무엇을 하였는가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합리적 민영화론, 자율책임경영체제론, 사회적 합의론은 이미 지하철공사 배일도 노조집행부 뿐만 아니라 한국통신공사, 한국전력공사 노조집행부에 의해 실천적으로 적용된 바 있다.4) 본인은 노항래씨의 대안인 ‘민주적, 참여협력적 노사관계와 시민단체 등의 감독기능 강화’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를 비판하게 위해서는 아직도 노동자의 전투적 기풍이 살아있는 지하철공사 사례(서울시와 배일도 집행부의 서울모델)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우선 지하철공사 9대 배일도 노조집행부가 서울모델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1) 서울시 지하철공사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과정과 이에 대한 정부 및 경영진의 두려움,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정부 및 경영진의 사유화,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1999년 4․19 파업 이후 시도되고 있는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구조조정은 1987년 이후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에 의해 구성된 노자간의 타협적 관료주의 통제기제를 해체시키고 그 위에 노동배제적 관료주의 통제기제를 구성하고자 함에 그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서울시 지하철 공사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과정을 보자. 1987년에 들어서면서 당시의 계급 역관계를 반영하여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과거 경영진의 노동착취적인 통제기제에 대항하여 집단적 도전을 시도하였다. 1989년 3․16 총파업을 기점으로 지하철공사는 노동자 우위의 타협적 관료주의 통제기제로 제도화되었다. 그 결과 1989년 당시 서울시 지하철 공사의 근무형태는 역무 4조3교대, 기술차량 3조2교대, 승무 교번제로 변화되었으며, 1일 8시간 근무제 정착을 중심으로 1주 44시간, 1개월 184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대폭 줄어들었고 일반직과 기능직의 통합을 통한 단일직급제, 단일호봉제를 이루었다.

이후 경영진은 단체협상 때마다 근무형태의 변화를 제기하였고,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강력히 맞대응 하였다.5) 하지만 1997년 3월 국회에서 변형시간근로제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도시철도공사에서 변형시간근로제가 시행됨에 따라 지하철공사의 경영진은 조직개편 및 근무형태 변경, 외주, 용역의 확대를 통한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경제위기로 노동계급의 힘이 위축되면서 작업장 내의 계급 역관계가 경영진에게 유리하게 펼쳐지자 김대중 정부는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사유화 정책을 전면화시켰고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와 서울시는 ‘지방공기업 구조조정 혁신방안’을 지시하면서 정리해고, 임금삭감과 더불어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지하철공사에 이식시키고자 하였다.6) 이러한 경영진의 구조조정 공세에 대응해서 노동자들은 1999년 4․19파업을 시도한 것이다. 둘째, 정부 및 경영진의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을 보자. 서울지하철 노동자의 투쟁성은 아직까지 정부 및 경영진의 구조조정 방식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즉 김대중 정부와 공사 경영진은 과거 서울시 지하철공사 노동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강력히 조직화된 역사 그리고 이러한 전투적 성향이 현재에도 대다수의 조합원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인지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시킨 상태에서 상업주의적 전략을 현장에 이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경영진은 일단 배일도 집행부의 협조주의적 성격을 적극 활용하면서 노동자간, 직종간 갈등을 부추기며 노동자들간에 분할통치를 함으로써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순차적으로 작업 현장에 이식시키고 있다. 지하철공사 경영진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은 1) 정부의 수도권 도시철도산업의 분할 사유화(‘수도권광역교통계획’)와 2) 매각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기업 경영효율개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일차적으로 이에 저항하는 조합원이 노동조합으로 강력하게 결집하는 경향을 해체하면서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지하철공사에서는 관리자의 작업현장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협조주의적 대노조전략으로 인해 전투적 노동운동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두 가지 맥락, 특히 서지 노동자의 전투성의 현실화 때문에 정부와 배일도 집행부는 ‘서울모델’을 제기하게 된다. 우선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서울모델7)은 시민서비스 향상이라는 이름 하에 노사협조주의와 교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바로 반노동자적인 수도권 통합과 분할사유화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노자간의 협의체 구성에 있는 것이다. 배일도 집행부는 내부적으로 노조 민주주의를 봉쇄하면서 사측의 단협개악안 등을 양보, 수용할 기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판단하기에 서울모델이 실시되면 다음과 같은 결과로 귀착될 것이다. 첫째, 서울모델이라는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관변단체로 판정된 시민사회단체를 동원하여 소비자 이데올로기와 왜곡된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공기업 노동자의 생산자적인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고 상업주의적 관리방식과 사유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둘째, 정부와 경영진은 서울모델이라는 노사정위원회를 합의체가 아니라 단지 협의체로 구성하여 법적 강제력을 회피할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동의 양보와 정부 및 경영진의 배신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셋째, 이러한 과정에서 계급 협조적 노동운동 세력은 자신의 어용적 운동노선 및 관료주의적 활동방식으로 인해 노동대중과 멀어지게 되고 따라서 기만적인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당성 및 권력을 얻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은 자생적 투쟁을 시도할 수도 있으나 노사정에 참여한 계급 협조주의적 노동운동 세력의 교섭전략에 의해 교란되고 저항의 조직적 구심을 잃어 결국 패배감과 노동운동에 대한 회의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결국 정부 및 경영진의 ‘서울모델’을 통한 분할 통치적 대노조전략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왜곡된 참여 민주주의 제도에 계급 협조적 노동운동세력을 끌어들이고 계급 대립적 세력은 탄압함으로써 노동 대중을 분산시키고 궁극적으로 정리해고, 노동강도 강화, 저임금, 현장 통제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과 함께 ‘수도권 대중교통공단’으로의 조직통합과정과 외주하청 및 분할 사유화 과정은 신속히 진행될 것이다.



4. 결론

지금까지 공기업 노동운동에서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협조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이론적 현실적 오류에 대해 논해 보았다. 결국 본 연구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 동력이 결코 상층노조 간부의 정책생산과 교섭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각 작업장에서의 현장조직 및 작업장투쟁을 통해 탄생되며 이러한 힘이 상층 노조간부의 진정한 지도력과 결합될 때 구체화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유화 반대를 위한 대정부 투쟁은 그 이전에 충실히 수행된 상업주의적 관리방식 반대를 위한 작업장 투쟁으로부터 연계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반대투쟁을 각각 분리시키거나 또는 노조간부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와만 연대하여 청원식 대정부 투쟁에 집중하게 되면 실질적인 현장의 동력은 소진되고 현장 노동자들은 ‘한풀이식’의 일회성 파업을 위한 동원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오게 되면 현장 노동자들은 노조를 불신하게 되고 이 틈을 이용해 정부 및 경영자는 분할통치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게 되며 결국 노동자들은 개인주의적인 처세를 취하게 된다. 즉 정부 및 경영자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되어 현장동력은 말 그대로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다.

우선 공공부문 노동자는 투쟁의 기본방향으로 공기업 확장, 노동자․민중을 위한 공기업의 운영방식혁신, 국가에서의 공기업 정책결정에 대한 노동자의 실질적 통제확보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원칙을 설정하고 한발은 연대투쟁에, 다른 발은 일상적인 작업장 투쟁에 굳건히 붙여야 한다.

둘째, 우선 공기업 선진 노동자들은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본질을 조합원 대중에게 정확히 인지시키고 교육시켜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동시에 약한 고리는 현장 노동자의 불만과 저항행동이다. 따라서 저항의 조직적 구심을 구성하는 노동운동 지도자는 현재 진행되는 협조주의적 노조전략과 상업주의적 관리전략 그리고 사유화전략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내용과 그 연관성을 조합원 및 국민들에게 분명히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셋째, 공기업 선진노동자들은 현장 투쟁동력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조직적 구심을 만들고 현장조합원이 동참할 수 있는 반대투쟁의 행동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경영진도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도입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기업문화전략을 통해 의식화시킨 후 이를 행동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한다. 경영진과의 현장권력을 둘러싼 작업장 투쟁에서 노조간부들이 현장의 힘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앞서 진행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교육으로 의식화된 조합원에게 반드시 현장에서 구체적인 저항행동을 할 수 있도록 행동프로그램화하여야 한다. 다만 정부 및 경영자의 강제적 방식과는 달리 노동운동은 이러한 행동프로그램의 설계 및 운영에 있어 조합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고 촉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기업 선진노동자들은 현재 제기되는 개량주의 이념―양보교섭적 정책―관료주의적 조직방식에 대해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들 협조주의적 노동운동세력은 인간의 얼굴을 한 합리적 자본주의를 목표로 하여 현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인정할 것이고 결국 양보적 교섭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진정한 요구를 분할하고 억압하는 준통제기구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세에서 노동자들은 개별 작업장만의 고립분산적 투쟁만으로는 자칫 정부 및 경영진의 공기업 노동자간 분할 통치에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및 경영진의 분할통치를 막고 작업장 투쟁의 고립분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합 간부 및 조합원 대중들은 반노동자적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의 분명한 원칙을 통해 동일업종 타사업장 노동자와 일상적 교류 및 연대활동을 촉진시켜야 한다. 

한/노/정/연


* 본 글은 작년 ‘수도권 도시철도 통합과 이에 대한 노동자의 대응’ 프로젝트 그리고 현재 한노정연의 ‘공공부문노동운동연구팀’의 집합적 연구와 토론과정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1) 본인이 판단해 보기에 그의 관점은 노동자의 관점이 아니다. 그가 공기업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틀거리는 소비자적 시민의 입장으로, 노동자가 효율적으로 착취되고 생산자의 권리가 묵살되더라도 싼값의 중품질 공공재를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다면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중간 계층의 이기적 욕망과 다를 바 없다.


2) ‘자율책임경영체제론’에서의 핵심적 주장은 1) 공기업 사유화와 관련하여 공공재의 소비자로서 반대하지만 공기업 통제형태와 관련하여서는 ‘자율책임경영체제’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공기업의 전문 경영인에 의한 자본합리화 경영방식을 찬성하고 있다는 점, 2) 나아가 노자역관계의 정세에 따라 공기업 사유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소유구조에 있어 노동자 및 국민의 포섭기제로서의 국민주와 우리사주를 제안하며 통제구조에 있어 이해관계자(정부-전문경영인-시민사회단체-상층노조간부)간의 다자간 협의체 및 노동자, 민중과는 괴리된 상층중심의 규제위원회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3) 흔히 공기업의 공식적 목적이 효율성과 공공성이라는 점에서도 나타나듯이 결국 공기업 노동과정 통제기제의 본질은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잉여가치 착취와 은폐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노자간의 투쟁이다.


4) 한국전력공사 노동조합의 사유화 반대투쟁은 구조조정의 반대라는 분명한 원칙을 지니지 못하였고 따라서 현장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력을 기반하여 진행되지 않았다. 노동조합 상층간부들이 전력산업 5개사 및 한국노총 산하 공기업과 공공연맹간의 연대, 시민사회단체의 정책적 지원을 중심으로 정부의 조급한 분할매각을 불완전하게 지연시킨 사례이다. 전력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으로 노조위원장 직선제를 추진하고, 사유화 반대를 위한 대정부 연대투쟁을 수행하여, 1999년과 2000년에 정부 및 경영진의 조급한 한국전력공사 매각을 일정정도 연기시키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유화 반대투쟁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상층 간부 중심으로 주로 국회의원을 상대로 하는 청원식 사업을 추진했으며 사유화 반대투쟁을 작업현장에서의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그로 인해 투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현장조합원의 조직적 도전정도를 저하시켰다. 그 결과 한국전력공사 노동조합은 경영진의 경영합리화에 일정정도 찬성하면서 경영진에 의해 투쟁 동력이 침해되는 과정을 방치하게 되었다. 한국통신공사 노동조합은 상업주의적 관리 반대투쟁 뿐만 아니라 사유화 반대투쟁 모두를 등한시하여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이 매우 깊숙이 들어온 사례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노동조합은 1990년대 후반에 협조주의적 노동조합 지도부가 들어선 이래, 정부 및 공기업 경영진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에 속수무책으로 양보해 왔다. 그 결과 지금도 공기업 사유화에 대한 일정이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


5) 신자유주적적 기조를 지닌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1994년 말에 경영진은 경영합리화를 위한 ‘조직개발 연구팀’을 구성하여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에 근거한 ‘공사직제개편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제2직제개편 투쟁’을 조직하여 ‘무직급 단일호봉제’와 ‘주40시간 노동제’를 요구하였고 결국 경영진은 전면적인 조직개편과 근무형태의 변경이라는 자신의 안을 철회하였다.


6) ① 3,447명 감원(정원 30%), 임금삭감, 복리후생비 폐지 및 축소, ② 99년 예산에 지방공기업 전체에 체력단련비, 학자보조금, 복리후생비 등의 항목 삭제, 대신 성과급 확대와 포상급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예산 책정, ③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 등


7) 서울모델의 운영구조는 서울시노사정특위(노3, 사3, 공익5인)로 서울시장이 위원장이 되며 개별사항 협의시는 서울모델에 준용하여 소위를 설치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주요기능으로는 임금인상가이드라인, 노동조건 사전협의, 노사분규 사전예방 사안, 시민 편익을 위한 생산적 창조적 사업 추진 협의 등 주요 노동조건과 공동사안을 논의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모델의 본질은 수도권 도시철도 사업의 사유화전략과 연계된 조직통합 및 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자의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자 동의라는 허울아래 구조조정을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데에 있다.


2001-07-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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