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의 자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권두언
김 도 형
이사, 변호사
김대중 정권이 이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에 대하여 칼을 들이밀고 있다.
경찰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약칭함)의 독소조항을 악용하여 집회 참가자들을 잇달아
연행하고 있고, 검찰은 집회와 시위의 허용범위를 대폭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찰 일선에서 제일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데는 전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가장 빈번한 서울 종로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종로경찰서였다. 7월 3일 종로경찰서는 낮에는 광화문에서
개최된 건설운송노조의 집회에 대하여 신고된 참가인원인
50명보다 많은 80여명이 집회에 참가하였다면서 4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해 갔고, 밤에는 예정된 집회종료시간보다
20여분을 초과하여 집회를 진행하였다면서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있던 전교조 소속 교사 7명을 연행한 후 그 중
2명의 교사를 집시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하였다.
정부에서는 각종 집회․시위의 장소에서 대형 확성기의
사용의 제한 등 소음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흘리더니, 급기야 서울지법 공안2부는 7월 5일 서울의
4대문 안쪽 등 주요 도심지의 집회참가 인원을 5백명으로
제한하고, 다른 지역은 참가 인원을 1천명으로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겉으로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 전반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것이다.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봉쇄하는 가장 손쉽고
유용한 방법이 무엇인지, 과거 정권들이 왜 그토록 독재
정권이라는 낙인 속에서도 반대의 소리조차 못 내게 억압했는지
현 정권도 드디어 이해를 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모양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민주정치의 실현에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특히 매스컴 등 각종 표현매체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박탈되어 있는 소수 집단 및 피지배계급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는 가장 유효한 기본권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물론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관계로
공공의 질서 유지와 충돌을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나, 위와 같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부득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함에는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 신중성이 요구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헌법에서 명문으로 집회의 허가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바,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한다는 것은
집회의 개최에 대한 사전적인 통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집회의 자유가 공공의 질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 등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 법률에 따른 필요최소한도의 제한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제한에 있어서 그 규제의 목적과 방법은
인권 상호간(또는 인권과 국가이익간)의 모순과 충돌을
조정한다는 한계 내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는 어떤 다른 기본권이나 사회의
안전보다도 우월적인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우월적 지위의
이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의 규정은 명확하여야
하고, 불확정 개념이나 막연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위헌․무효가 된다는
‘막연하므로 무효의 원리’, 표현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표현이 법률상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여야만 한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이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일반원칙으로
거론되어지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집시법은 이와 같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규정에 위반되는
위헌법률임이 명백하다. 현행 집시법은 옥외 집회 및 시위에
대하여 사전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일몰 후 일출 전의 야간
집회 및 시위와 전국 19개의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는
교통소통을 명분으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옥외 집회의 장소도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 외국의 외교기관이 위치한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등 지나치게 제한을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은 종전의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집회 신고의 수리 과정에서
사실상 허가제와 마찬가지로 사전신고제를 운용하는 양상이
나타남으로써 집시법에 대한 위헌 논란은 도저히 불식될래야
불식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이 7월 3일의 건설운송노조와 전교조의 집회를
강제해산하면서도 겉으로는 떳떳한 척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현행 집시법에서 사전에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집회․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로
인하여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는 경찰은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고된 참가인원보다 10여명이 초과되었고, 신고된
시간보다 10여분이 더 지났다는 것이 과연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당시
건설운송노조와 전교조의 집회를 과연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로 단정하고 곧바로 해산을 명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다툴 소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처럼 경찰은 언제든지 집시법의 규정을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적용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집회나 시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6일에 있었던 민중대회의 경우를 보자. 당시 시위
행진 중에 등장한 김대중 대통령을 풍자한 조형물이 사전에
신고된 시위 물품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간단하게 민중대회는 불법 집회가 되었고, 경찰은 평화적으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습격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그 조형물을
탈취해서 파손하였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던 민주노총 박하순
대외협력국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엄청난 죄명으로
구속되어 있다. 이처럼 경찰이 집시법의 개개 조문을 들이대며
일일이 트집잡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게 되는바, 한 마디로
말해서 현행 집시법상의 모든 규정을 제대로 지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합법적인 집회․시위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러한 현행 집시법상의 독소조항만으로도
모자란다면서 한 술 더 떠서 더욱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도심지역에서의 대규모
집회․시위를 애시당초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차하게 시간 지켜보며 참가자 숫자 세어가며 피곤하게 불법
따지지 말고 처음부터 집회를 개최할 수 없게 금지시키면
간편하다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없애자고 하는 소리도 못 나올 바 없을 듯 싶다.
현행 집시법은 지나친 제한으로 말미암아 집회․시위의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인데도,
오히려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이처럼 버젓이 나오고 있으니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하긴 가뭄시에는 파업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오는 판이니 그다지 놀랄 일만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더욱 큰 문제는 단지 제대로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시법에 의해 현 정권의 반대자들이
숙청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단병호 위원장을 위시해서
민주노총의 주요 간부들은 대부분이 지명수배되어 있거나 이미
감옥에 구속되어 있는바, 잡아넣고 있는 죄명이 바로 집시법
위반인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반드시 퇴진되어야만 하는 또
하나의 명백한 이유가 생겨났다.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 김대중
정권은 퇴진시켜야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권이기
때문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