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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논쟁,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장에서 미래를  제70호
이정현

경기부양논쟁,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정현/회원
ꡔ주간 노동자의 힘ꡕ 37호, 2001년 8월 17일



정부가 최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책수단이 되는 두 가지 조치,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둘 다를 쓰고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지출을 5조원쯤 더 쓰는 거하고, 금융정책은 금리인하 조치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르다. 재정정책은 직접 실물경제쪽을 겨냥하는 거고, 금융정책은 통화신용(금융쪽)을 겨냥한다.

정부는 왜 7~8월 들어 이 두 가지를 다 동원하고 있을까? 우리가 맨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경기부양’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은 경기가 나쁠 때 하는 것이므로, 지금 정부나 자본쪽에서 볼 때 경기가 무척 나쁜 것 같다.

아니, 우리가 볼 때는 단순히 순환적으로 경기가 나쁘다기보다는 경제 자체가 대혼동에 빠져 있다. 구조조정(그것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97년 경제위기를 벗어났다고 각종 지표들을 통해 주장해왔는데 그게 아니라고 보는 모양이다. 실지로 그게 아닌 것 맞다. 처음부터 그건 아니었는데, 정부/자본은 괜시리 사람들만 속여온 셈이다. 왜냐면 지금 이 사회의 경제위기 문제는 다음과 같은 두 방향으로밖에 풀릴 수가 없는 위기인데, 그것을 한 방향으로밖에 사고하지 못함으로써 사람들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두 방향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노동자와 민중의 고혈을 더 많이 빨아내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쪽. 그러나 이런 종류의 부양은 보통 병원에서는 ‘시한부’라고 말한다. 마치 부잣집 할배/할매에 대해 그 자식이 효도한답시고 비싼 병원 특실에다 입원시켜 놓고 인슐린 주사나 팍팍 꽂아대는 그런 형국과 흡사하다. 이런 종류에 해당하는 논의들이 ‘나랏돈 퍼다가 헛된 데 쓴다’고 재정정책을 비난하는 한나라당, 관변 연구기관의 일부 논자들, 배알이 빠진 노동계 일부 인사들 … 등등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에게 일단 임금을 더 많이 주라는 쪽이다. 몇이나 될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는 이게 전적으로 타당하다. 얼마 전 미국에서도 이런 얘기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미국을 안 가보았으니 확인은 할 수 없으나, 미국 자본가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적대적인 세력인 노동자들한테 더 많은 임금을 주라고 하겠는가? 아무리 대가리 처박고 생산성을 올리고 더 많이 노동자를 쥐어짠다고 해도 그렇게 생산되는 물건들을 누가 사줘야 말이지 … 그러니까 물건들 좀 사라고, 임금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자본측에서 오히려 더 난리인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정부는 요새 갈 지 자 걸음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세 차례 금리를 내렸다.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되는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를 내리는데, 그 이유는 돈이 안 돌기 때문이다. 돈, 그거 안 돌면 자본이 망하는데 … 시중에 돈이 안 돈다고 신문들에서 말할 때 그때 우리는 별로 특별히 가진 돈이 없기도 하고 그러니까 돈이 안 돌아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다. 원래 없었으니까. 하지만 자본가들은 그렇지 않다. 자본가들은 원래 돈은 없었지만 노동자와 민중한테 꿔서 돈이 많은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가지고 덩치만 부풀렸다. 이제 그런 돈을 꿀 수가 없는 지경에 처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제발 꿔 가 다오’ 해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은 안 꿔간다. 왜?
정부가 금리부담을 적게 해 주려고 금리를 팍! 팍! 내려주는 데도 안 꿔간다 … 시장, 자신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시장이 말을 안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을 안 듣고 있냐면, 물건을 만들어도 이제 팔리지를 않는다. 그런데 뭣하러 돈을 꿔다가 생산을 하겠는가? 차라리 부동산 투기나 하고 말지 … 시장에 물건이 넘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 물건을 가져다 쓰지를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 단 한 마디다! 월급 올려 도! 팍팍 사다 쓰께 …

자본측은 돈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월급을 깎아야 된다나 뭐라나 … 노동시간 단축 문제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여당, 야당, 정부가 경제정책 협의회를 했는데, 거기서 노동시간단축문제를 결론내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고 했지만, 내년부터 당장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마치 법정 노동시간을 줄일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팍팍 풀어서 경기부양을 하겠다고 하는데, 자본측 일부하고 관변 일부가 반대하고 있다. 아니, 정부도 상반기 3~4월 때는 그런 건 아니라고 반대 혹은 해명 혹은 오리발을 내고 있었다. 구조조정하고 경기부양하고 상반된다나 어쩐다나 … 대부분은 쑈에 불과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서 하는 논쟁이다. 진념씨는 계속 상반되는 게 아니라고, 상호보완관계라고 하고 있는데, 실은 상반된다. 자본측이 당장 사활을 걸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상반된다. 망해가는 자본은 특히 그렇다. 전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써서 돈이 자기들(망해가는 자본) 쪽으로 달려와야 하는 것이다. 각 개별자본의 이해관계 그 자체다. 총자본 입장에서는 어떤가? 개별자본은 경쟁력 없으면 망해도 싼 것이고, 덩치 크고 아직까지는 쨍쨍한 대자본들이 우선 앞으로도 계속 튼튼하게 버티고 있어야 경제가 살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들 사이에 반목과 논쟁이 붙는다. 나랏돈 가져다가 엉뚱한 데 퍼붓지 말고 대자본을 살리는 데다가 써야 한다고 대자본 쪽에서는 목청을 돋군다. 중소자본과 거의 자기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자본쪽의 경우 실탄을 날려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이 사태? 들을 보고 있으면 되는가? 우리는 그쪽들과는 전혀 다른 처방전을 가지고 있다. 딱 한길 …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고 임금을 올려라. 그래야 너희들 자본도, 그리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권력도 그나마 몇 알갱이는 살릴 수 있을 테니까!

2001-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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