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와 요구 |
윤 애 림/파견철폐공대위 정책팀장 |
1. 고용불안의 상시화․구조화
1) 고용불안을 구조화하는 비정규직 고용
자본은 임시직과 계약직, 그리고 단시간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이유를 ‘임시적이고 간헐적인 노동력의 사용’이라는 측면을 들어서 강변하고 있으나 사실상 임시직 노동자들이 장기임시노동과 파트타임이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즉 장기임시근로는 남자가 28.6%, 여자가 53.4%이고, 파트타임은 남자가 4.1%, 여자가 13.5%나 된다.1) 이런 점에서 임시직 고용은 자본이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착취를 위해서 만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통신계약직노동자들이다. 그 동안 한국통신은 계약직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는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일부를 정규직 채용해왔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지난 97년 이후 한번도 계약직의 정규직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채용이 있을 것이니 기다리라고 잡아놓은 것이 벌써 4~5년, 10년이 된 것이다. 그러다가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2000년 12월 7,000명을 정리해고 한 후 도급(약 3,200여명)으로 넘겼고, 2001년 7월에 114번호 안내국을 분사한 바 있다. 그러나 도급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이전에 계약직으로 하던 일과 하나도 다르지 않고 관리업무도 예전의 한국통신 사측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사측은 계약직관리지침에 규정된 총 근무년수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 계약해지를 자행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사문화되어 대부분의 계약직이 언제 재계약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도장을 사측이 갖고 있으면서 때가 되면 알아서 도장찍고 재계약을 하는 형태도 5~6년 이상 일해온 계약직들이 절반을 넘는다.
2) 파견법에 의해 제도화된 주기적 해고
파견노동자들은 파견법을 악용한 사업주들에 의해 항상적인 해고의 위협에 처해있다. 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파견법에는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2년 이상 고용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업체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사용업체들은 이렇듯 파견법 6조 3항에 명시되어 있는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대량해고 및 배치전환을 자행하였다.
파견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방송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살펴보자. 1998년 7월 근로자파견제가 합법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KBS, MBC, SBS, YTN 등 방송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온 파견운전사들은 각 방송사에서 수년 이상 길게는 수십 년 간 계속근무를 해왔고, 파견업체가 바뀌더라도 관행적으로 고용이 승계되어 왔다. 실제로 파견운전사의 채용과정에서 방송사 총무부가 면접을 통해 채용여부를 결정하고, 파견업체와는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렌트카업체나 파견업체가 바뀔 때에도 기존의 파견운전사들의 소속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는 방송사에서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어 왔다.
이러한 와중에 2000년 7월 17일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파견근로제 시행 2년째를 맞아 파견기간 2년 제한 규정을 처음 적용받게 된 파견노동자들 중 86%가 고용을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나 우려되었던 대량해고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고용이 유지되었다고 하는 5,025명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39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다수는 계약직(2,039명), 임시․일용직(547명)의 형태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정부 발표에 의하면 원래 사용업체로터 계약해지되어 파견업체에 계속 고용된 채 다른 사용업체에 파견되거나 유급휴가훈련을 간 인원이 771명, 도급 계약으로 전환된 인원 등 기타가 1,970명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말하는 계약직이나 임시․일용직의 대다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초단기 계약직이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SK 텔레콤의 경우 파견법 시행 2년을 앞두고 파견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한 이후 해고한 노동자들을 그대로 다시 채용했는데, 모두 1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였다.
3) 노동기본권과 노동법을 무력화시키는 ‘계약해지’
최근 들어서 자신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결성과 활동이 활성화되자,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계약해지가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용업체는 직접고용의 의무를 회피하여 노동력 관리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파견․용역업체는 노동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및 임금인상 요구를 회피하고 나아가 다른 사용업체와 더 나은 계약을 수립하기 위해 계약해지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6개업체들은 조합원들에 대해 부분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리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자 캐리어는 이 사업장과 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또한 노동조합 건설로 인한 계약해지만이 아니라, 불법파견 판정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도 많다. 불법파견이라 함은 겉으로는 도급이나 용역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불법의 당사자는 원청과 파견업체 모두이다. 하지만 불법파견임이 발견되면 피해를 당하는 것은 바로 파견노동자들이다.
지금의 행정해석으로는 불법에 대해 파견업체가 벌금을 내고 업무를 폐쇄하게 된다. 그 노동자들은 이미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하는 것을 불법적으로 도급 형태를 취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고용으로 이어져야 하나,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불법파견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곧이어 또 다른 불법파견을 저지른다.
인사이트코리아의 경우 노동조합에서는 불법파견으로 진정을 냈고, 결국 승소했다. 하지만 원청인 SK는 핵심 조합원들을 해고한 후 나머지 조합원들만 1년짜리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1년 이후에는 다시 도급으로 전환할 움직임도 있다. 이랜드의 경우도 부곡물류센터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냈으나 오히려 도급업체를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기도 했다. 또한 캐리어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놓고도, 2년 이상 일한 사람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대송텍의 경우도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받자 오히려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과의 어떤 논의도 하지 않는 등 대한송유관공사의 태도가 오만하기 짝이 없다.
<표 1> 월평균임금․주당노동시간․시간당임금
|
월평균임금 |
주당
노동시간 |
시간당임금 |
금액(만원) |
비율(정규직=100) |
금액(원) |
비율(정규직=100) |
임금노동자 |
115 |
73.0 |
47.3 |
6,057 |
72.1 |
정규직 |
157 |
100.0 |
47.1 |
8,401 |
100.0 |
비정규직 |
84 |
53.7 |
47.5 |
4,427 |
52.7 |
고용계약 |
임시근로 |
83 |
52.8 |
47.4 |
4,352 |
51.8 |
(장기임시근로) |
83 |
52.7 |
48.8 |
4,227 |
50.3 |
(계약근로) |
83 |
52.8 |
44.5 |
4,629 |
55.1 |
근로시간 |
파트타임 |
52 |
32.9 |
32.6 |
4,373 |
52.1 |
근로제공방식 |
호출근로 |
68 |
43.1 |
41.9 |
4,050 |
48.2 |
독립도급 |
96 |
61.2 |
43.5 |
5,571 |
66.3 |
파견근로 |
84 |
53.8 |
48.4 |
4,159 |
49.5 |
용역근로 |
76 |
48.4 |
52.8 |
3,596 |
42.8 |
가내근로 |
30 |
19.2 |
39.7 |
2,092 |
24.9 |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0.8) 원자료.
2. 저임금․장시간노동의 확산
불안정 노동의 확산은 곧 저임노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표 1> 참조).
다중착취를 통한 임금삭감
특히 간접고용의 경우는 고용형태의 불안정성과 착취의 중층화로 말미암아 불안정 노동의 유형 중에서도 가장 낮은 임금군을 점하고 있다.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이같이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기본적 이유는 다중적 착취구조 때문이다. 사용업체에서 일정업무를 외주․용역화할 때 일단 임금이 삭감되는 데다가, 용역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시 30~50%의 임금이 중간착취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
서울대 시설관리노동자들의 경우 대학당국이 매년 용역업체를 새로 선정할 때마다 새로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서울대에서 계속 근무해왔는데, 시설관리업무가 용역화된 96년 이후의 임금의 삭감추이는 다음의 <표 2>와 같다.
서울대는 시설관리업무를 용역화하면서부터 최저낙찰계약방식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용역업체들의 임금삭감압력도 거셀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용역업체로 선정된 (주)대호안전관리공사는 대학당국이 원래 책정했던 28억 8천만원의 예산에 훨씬 못 미치는 23억 1천만원에 용역계약을 따냈고, 그런 만큼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예년에 비해 5만원 정도 깎인 임금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 시설관리노조의 50여 일에 걸친 파업투쟁 끝에 1인당 임금이 정액 3~5만원 인상되었으나 이는 대호가 입찰 받기 전, 즉 99년 수준으로 원상회복되었을 뿐 중간착취가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다.
<표 2> 서울대 시설관리노동자들의 임금삭감추이
직종
용역회사 |
방호원 |
미화원(남) |
미화원(여) |
비고 |
96.5 씨티 |
|
55만원 |
47만원 |
퇴직금별도, 보너스 200% |
97 대동 |
65만원 |
52만원 |
45만원 |
퇴직금,보너스 조항 삭제 |
98 태진 |
60만원 |
50만원 |
42만원 |
|
99 태진 |
60만원 |
50만원 |
42만원 |
|
2000 대호 |
53만원 |
45만원 |
40만원 |
|
간접고용에 있어 중간착취률은 적게는 2~30%에서 많게는 5~60%를 차지한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형태들은 형식적으로 보면 고용주인 파견․용역업체가 채용․인사․노무관리․임금지급 등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 대부분의 파견․용역업체가 유료직업소개소나 사용업체의 노무관리를 일부 대행하는 정도의 형식적 역할밖에 담당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즉 사용업체가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행하고 있으며, 파견․용역업체는 근로계약체결과 월말임금정산 이외에 실질적인 노무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사용업체가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몇가지 사례를 통해 보자. 중소기업은행의 주차관리․시설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는 용역업체 기은서비스의 경우, 종업원 배치 및 인사를 기업은행과 협의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업무수행에 있어서 기업은행의 지시감독을 따라야 한다. 농협하나로마트의 경우도 사용업체인 농협하나로마트가 인력 채용기준을 정할 뿐 아니라 각 부서에서 직접 지휘감독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용역계약서에까지 명시되어 있다. 대개의 파견․용역계약서에는 채용․인사․노무지휘감독에 대한 전권이 실제 사용업체에게 있음을 노골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도리어 사용업체는 최저가낙찰방식 등을 통해 파견․용역업체 내 중간착취와 저임금을 조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즉, 파견․용역업체들은 낙찰되기 위해 중간착취는 그대로 유지한 채 노동자들의 임금부분을 경쟁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시설관리 용역업체들 간에 입찰 경쟁을 붙여 원래 책정된 시설관리 예산 28억 8천만원에서 약 5억원의 경비를 절감한 서울대학교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사용업체가 직접 허수아비 파견 혹은 용역업체를 만들어 정규직 노동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용역 혹은 파견직으로 전환해 인건비를 절감하는데 악용하고 있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상의 임금․노동시간제는 허울에 불과
‘저임금’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장시간노동’이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여러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우선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이하 근기법)의 노동시간제나 수당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적인 사례를 보자.
방송사 운전직 노동자의 사례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운전직 용역노동자들은 파견근로계약상 노동시간이 1일 1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근기법대로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0시간을 넘어야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나마도 10시간 이후 40분까지는 연장근로를 인정하지 않고(계산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40분이 지나야 수당을 계산한다. 방송업의 특성상 휴일근무나 출장이 잦은 편인데 이 경우, 오히려 연장근로수당이 줄어서 근기법상의 최저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형편인데도 노동자들이 용역업체나 방송사를 상대로 자기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노동관행이 방송사들간의 공통기준처럼 통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시간을 관리하는 방송사 총무부를 상대로 자기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은 고용불안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례
<어느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의 2000.4 임금명세서>
번호 |
입사일 |
기본 |
주차 |
유급 |
월차 |
시수계 |
시간 |
(H) |
(H) |
성과급 |
급여총계 |
성명 |
부양가족 |
명칭 |
심야 |
가급 |
훈련 |
시급 |
급여액 |
휴일 |
평일 |
능률급 |
4 |
99-03-12 |
- |
- |
- |
- |
177 |
- |
- |
- |
- |
1,416,000 |
유창식 |
|
- |
- |
- |
- |
8,000 |
1,416,000 |
- |
- |
- |
소득세 |
의료보험 |
기숙사 |
공제 |
연말정산 |
공제계 |
실수령액 |
|
주민세 |
국민연금 |
고용보험 |
가불 |
조의금 |
- |
- |
- |
- |
- |
- |
₩ 1,416,000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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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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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은 대우조선의 사내하청업체의 하나인 소영기업 소속으로 일했던 한 노동자의 임금명세서이다. 대우조선에는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사내하청노동자가 5,000여명에 달하는데, 대우조선의 지휘․감독 아래 정규직노동자와 함께 일하고, 물량에 따른 잔업(연장근로)가 일상화되어있고, 한달에 2번 쉬는 것이 보통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연장․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함에도 위의 명세서를 보면 시간급 이외에 어떤 수당도 지급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영기업은 제수당과 퇴직금을 시급에 포함한 ‘직시급’이란 임금체계를 고안하여, 실제로는 시간급 이외의 법정임금을 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파견․용역노동자들은 연중무휴로 일하면서도 늘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워낙 임금수준이 열악하기 때문에 연장근로라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가, 쉬고 싶어도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쉬겠다고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파견․용역계약서상에 노동자가 휴일․휴가를 쓰면 용역업체와의 계약금액에서 일정액을 감액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감액되는 부분은 결국 해당 노동자의 임금에서 깎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노동시간․임금제 자체가 정규직과 차별적
시설관리노동자들의 경우 소위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휴일․휴가규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기법 제61조는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는데, 제3호에서 “감시 또는 단속적(斷續的, 바꿔 말하자면 간헐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은 해당 업무가 다른 일반 노동자와 비교하여 노동력의 밀도가 낮고 신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이 적은 경우,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를 다소 완화해도 노동자보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 한정되는 것이다. 판례 등을 통해 감시적 근로로 인정된 사례는, 화재‧수로 등의 감시원, 물품감시원, 계수기 감시원 등과 같이 심신의 피로가 적은 업무인데, 이런 경우에도 잠시도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필요한 경우라면 해당되지 않는다. 또 격일제근무(24시간 맞교대)의 경우라면 최소 8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이나 자유시간이 확보되어 있을 경우만 해당된다. 또 단속적 근로로 인정된 사례로는, 실제 근로시간이 대기시간의 반정도 이하인 업무로서 8시간 이내일 경우, 평소의 업무는 한가하지만 돌발적인 사고발생에 대비하여야 하는 업무, 근로의 형태가 간헐적이어서 휴게시간이 많은 업무 등이다. 그러나 시설관리노동자의 실제 근무형태는 이러한 감시․단속적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대우 계열사의 시설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동우공영 노동자들의 경우를 보면, 주당 평균 72~80시간 근무에 한 달에 10회의 야간당직은 보통이다.
또한 운전직노동자들의 경우도 10시간 기본근무, 24시간 맞교대가 일상화되어 있다. 근기법 제58조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주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나 법정최저휴게시간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곧 운수업, 물품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통신업, 소각 및 청소업, 의료 및 위생사업 등의 경우는 주 56시간 이상 근무를 시켜도 사용자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근기법 58조가 근로시간규제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업무들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일 뿐 아니라 최소한의 노동력재생산마저도 보장될 수 없는 초장시간노동이 손쉽게 허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노동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임금제 자체가 정규직과는 차별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4시간 맞교대를 비롯한 장시간노동이 일상화되어 있는 반면 사용자들은 법정수당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편법적 임금제를 강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위 ‘포괄임금제’라는 것인데, 법정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임금총액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면 해당업무의 특성상 수당의 산정이 곤란하고, 노동자의 동의가 있고,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경우 이런 편법적 임금제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동자의 ‘형식적’ 동의만 있으면 포괄임금제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어 무급연장근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월급제가 일반적인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일당제나 시급제, 도급제가 많이 강요되고 있다.
일당제, 시간급제, 도급제 등은 월급제와 비교하여 보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임금체계이다. 노동력재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도 곧바로 임금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장시간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노동력의 파괴와 건강권의 위협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휴식도 휴일도 휴가도 없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성노동자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여성 노동자 중 파견직 상업노동자들이나 카드 회사 등에서 전화 상담, 독촉, 판매 등에 종사하는 경우 오전 8시 30분경에 출근하여 오후 9시에서 10시경에 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하루 평균 13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에 일하는 파견직 상업 노동자의 경우 특별 행사가 있다거나 재고 정리를 하는 경우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나, 초과노동에 대한 시간외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초과 노동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고용상의 불이익을 줌으로써 개별 노동자들에게 초과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매일매일의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휴일도 없다. 연중무휴를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정규직은 순번제로 그나마 최소한의 휴일 (한달에 한 번)이라도 가질 수 있으나, 파견직 노동자들에게는 1년 365일, 휴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리 휴가나 연, 월차 휴가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른 직종들도 예외는 아니다. 카드 회사의 경우도 한 달 4번의 일요일 중 3회는 근무를 해야 한다. 시간외 수당도 없고, 생리휴가나 연, 월차 휴가도 없다.
방송사에 고용된 파견 노동자들은 운전직, 카메라 취재부의 촬영보조, 영상제작부의 제작보조, 웹디자이너 등의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부분 11시간 이상의 노동을 한다. 휴일도 1년에 약 20일 정도이다. 제작보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얼마이던 간에 7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운전직에 종사하더라도 프로그램 제작과정의 필요에 의해 촬영보조, 제작보조의 업무도 같이 할 때가 많고 휴일이 따로 없다.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는 파견․용역노동자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사업장은 정규직들이 일하는 곳보다 같은 회사에서도 작업환경이 훨씬 열악한 곳이 많기 때문에 산업 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하청기업들이 장비 및 시설에 대한 투자가 없이 운영되며, 단순한 인력공급사업, 즉 노동자 임금을 착취하는 사업으로서, 환경개선이나 교육 및 산업 재해 예방에 투자할 재원이 없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하청노동 등 불안정 노동자는 근본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위해 공정 아니면 힘들거나 지저분한 곳에 투입되어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과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산재 사고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적은 임금수준은 하청 노동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압박하고, 생활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지치고 피곤해질 때까지 작업을 하게 된다.
사고는 끊이질 않지만 하청 기업의 경우 대부분 산업재해를 하청업체 사장이 개인적으로 보상하는 형태로 처리한다. 산재 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지만 원청과의 관계나 산재 보험요율의 인상 때문에 대부분 산업 재해 발생을 신고하지 않는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대개의 경우는 공상이나 심지어는 의료보험으로 자가 치료한다.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공상으로 처리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하청 사업장들이 산재 보험 비용은 하청 회사에서 원청 회사에 지불하고 산업재해보험 관리와 보험 지급 업무는 원청 회사에서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하청 회사의 산재사고가 다른 회사보다 많이 발생할 경우 다음 계약시 불리한 조건에 처하기 때문이다. 하청 회사는 이러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죽을 정도의 사고가 아니라면 공상으로 처리할 것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한다. 경미한 사고나 신체상의 이상에 대해서는 노동자 스스로가 산업 재해나 직업병이라고 회사에 얘기를 해도, 하청 회사에서 산업 재해 처리는 커녕 구실을 잡아 해고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4.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
비정규직 철폐! 노동조건 삭감없는 정규직화 쟁취!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차별받는 일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임금․무권리 노동을 강요하는 자본의 전략이 관철되고 있는 ‘비정규직화’의 결과의 하나일 뿐이다. “정규직화” 요구는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주창하는 것이다.
파견법 철폐! 노동법 개악저지!
파견법 시행 2년만에 확인된 것은 간접고용의 확산과 함께 불법파견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권과 자본의 뻔뻔함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말하기 전에 먼저 파견법을 철폐하고 불법파견하의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노동기본권 완전쟁취!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법제도적 권리마저도 박탈하려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복수노조 금지철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요구이다.
1)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0.8)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