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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말기, 공안경찰의 밥벌이 공안정국의 형성

현장에서 미래를  제71호
박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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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말기, 공안경찰의 밥벌이! 공안정국의 형성!


박 균 배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사무처장


뭐 이런 말이 자랑스러울 것은 없지만, 소위 ‘보건의료단체’라는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자신의 단체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막걸리 법’이라는 것이야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조직사건이 빈번히 일어나지만 당장 자신들에게 닥칠 일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8일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 회원들이 국가보안법 7조 이적단체 구성의 혐의로 전원 연행된 사실은 최근 일고 있는 보수화의 바람이 사회 곳곳에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이하 진보의련)은 지난 95년부터 반자본 진보노선에 입각하여 진보적 보건의료운동(보건의료대중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하면서, 한국보건의료의 사회화를 목적으로 활동하였다. 진보적 제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한국 자본주의사회의 근본적 변혁(한국사회변혁)에 기여하면서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사업, 보건의료 제단체 및 진보적 제세력과의 연대사업을 진행해 온 진보의련 회원들에 대하여 10월 8일 서울경찰청 공안4부는 국가보안법 7조, 이적단체 구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연행하기 시작하였다.
진보의련을 이적 단체로 규정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전체 구속영장 400쪽, 개략적으로 분석한 사항).

○ 경찰은 95년부터 2001년 7월까지 진보의련의 행적을 서술하고 있으며 98년 말부터 세밀하게 행적을 서술하고 있다.
○ 이적단체의 중요한 증거로 회칙과 전문을 제시하고 있으며, 공개적인 포럼, 보건의료학교, 기관지를 이적 행위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 주로 공개토론회 등에서 입수한 자료를 통해 발제문의 일부를 토막내어 이적성을 규정하고 있다.
○ 일상사업 및 연대사업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입수/분석하여 증거로 삼고 있다.
○ 주로 진보의련 홈페이지에 있는 주장, 내용 그리고 기관지의 내용을 문제시하고 있다.
○ 집회참여자의 이름이나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직접사찰도 있으나 회의 자료를 입수했다고 파악된다. 도청과 감청 자료, 행사참석, 미행 등으로 확보한 자료도 있다. 내부 회의록은 잠입 및 연행 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 전체 서술에서 민주노총 간부 등의 초청토론을 사회주의 사상학습으로 우기고 있으며, 주요 거론된 단체는 민주노총, K교수, 한노정연, 민의련 등이다.
○ 이적성을 끼워 맞추기 위해 여러 발제문에서 인용된 문구, 예를 들면 ‘노동자 계급 투쟁’을 ‘프롤레타리아 독재혁명’으로 ‘사회변혁’을 ‘사회주의 건설’로 동일하게 해석, 문구만을 잘라내어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진보적이다라고 말하는 어느 단체가 사회변혁을 이야기하지 않고, 노동자 계급투쟁의 정당성을 부정하겠는가? 그러나 경찰의 진보의련 구속영장에 의하면 공안경찰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수사대상을 선정하게 되면, 이적의 진실이나 주장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모든 단체가 이적단체 구성의 혐의로 연행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행히 연행된 8명의 진보의련 회원들 중 이OO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10일 오전 영장청구 자체를 하지 않았으며, 같은 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서 나머지 4명에 대한 영장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이로써 이들 모두에게는 불구속 수사방침이 내려진 셈이다. 전원 석방되면서 경찰의 무리한 보안법 적용수사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연행자 전원이 석방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구속수사가 원칙이었던 국가보안법 사건의 관행은 깨졌다. 한 신문은 이렇게 말했다. ‘공안경찰 치욕의 날’이라고 …
국가보안법의 불합리성에 근거를 들자면 (1) 중복성(국가보안법은 이미 기존의 법률과 거의 완벽히 중복된다. 국가보안법이 없더라도 다른 법률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 (2) 위헌성 (다른 형벌법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국가보안법 조항이 국가보안법 제7조의 고무․찬양․동조 규정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우리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충돌된다) (3) 시대착오성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법률은 없다) (4) 추상성․남용성(죄형법정주의에 위배) 등이 될 것이다. 이렇게 법률조항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주장하는 것보다 실제로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집행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훨씬 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것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진보의련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 적용사건 중 상당수가 공안부의 밥벌이를 위해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적단체구성․가입혐의로 구속된 경우(국민의 정부 들어서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 가운데 80% 이상이 이적단체 구성․가입혐의로 구속되었다)를 예를 들면, 한총련 학생들을 비롯, 범민련 사건, 국제사회주의자 사건, 영남위원회 사건, 자주대오 사건, 혁신대오 사건, 안양사랑청년회 사건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는 지난 정권에서 이미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경우(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북부노동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국제사회주의자들, 전국학생연대 등)와 그 회원들을 뒤늦게 문제삼아 국가보안법을 적용, 구속 기소한 경우가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이적단체(안양민주화청년운동연합, 진보민중청년연합,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안양사랑청년회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상 7조 3항 ‘이적단체’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적의 목적성과 계속적이면서, 최소한의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체계를 갖춘 조직적이고 실질적인 결합체라는 단체로서의 실체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위의 사건들에서는 법리적으로 ‘이적단체’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먼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가입죄로 기소된 조직사건의 특징 중 하나는 회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활동 또한 공개적으로 해온 단체에 이적단체 혐의를 적용했다는 점과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수년 전 해체된 단체의 회원들이라는 점이다.
또한 기소사실 대부분은 그 단체가 발간한 표현물, 그 중에서도 일부 문구를 문제삼고 있기도 하며 단체들의 여러 활동 가운데 어느 한 부분만을 떼어내어 이적성을 확대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쌓기식 기획수사는 다음의 자료에서 밝혀지는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 사건에 있어 영장기각률이 0%에 가깝게 나타났던 과거 정권의 통계에 비해 최근은 영장기각률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근거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1심 실형률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래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서 구속한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1심 재판결과 집행유예율이 평균 8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안경찰들이 구체적인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인신구속수사 관행에 길들여져 체포영장을 남발, 혐의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체포부터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표 1> 경찰청, 서울경찰청 각 분실별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수

자료: 민가협 통계.

이는 공무원 인원 감축 및 낡은 관행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사회전반의 요구 등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까 염려한 공안수사 기구에 종사하는 수사관들이 무리한 실적 올리기식으로, 각 대공분실끼리 경쟁 때문에 결국 자기 생존의 논리에 따라 무작위적인 인신구속을 일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우리가 현시점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사건은 김대중 정권 말기 보수세력의 야합 위한 공안정국의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가보안법 적용사건의 조작으로써 진보의련 사건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도 공안정국의 효과를 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영삼도 집권 중․후반에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을 너무도 잘 활용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현 노동자 계급의 민심이 노동유연화, 임금유연화 속에서 실업률 증가, 근로조건 악화 등으로 김대중 정권을 이미 떠났다는 것을 김대중 정권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그리고 보수세력에 야합하기 위해 김대중 정권이던 혹은 공안경찰이던 국가보안법이라는 무기를 동원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되는 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던 11월 2일 공안당국은 영장이 기각된 진보의련 회원 2인에 대해서 재차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영장심사 판사만을 바꾸어서 조직사건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장을 재청구한 것이다. 우리는 ‘보수’라는 아이들이 이미 ‘공안정국’이라는 단맛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노/정/연



》참고문헌《
박원순, ꡔ시대의 유물: 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ꡕ.
ꡔ안산연대 자료집ꡕ.
ꡔ경인총련 자료집ꡕ, 2001.9.24.
송소연, ꡔ김대중 정부 1년 국가보안법 적용 실태ꡕ.
홍성수, ꡔ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ꡕ.

2001-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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