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음모
IMF 관리체제와 함께 출범한 DJ 정권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 되는 것은 다 판다”는 명분 아래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뽑아들었다.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과감히 단행하여 가장 좋은 매각조건을 만들어 어디에든 내다 팔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정권 출범 직후인 98년 7월과 8월에 발표된 「공기업 경영혁신 및 민영화계획」에서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이어 9월에는 노동조합의 권리장전이라 할 수 있는 단체협약까지 침해하면서 노동조건을 개악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세부추진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언론을 등에 업은 정권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철밥통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고통전담만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생과 직결된 전력, 철도, 통신, 가스산업 등에 대한 기형적인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초국적 자본과 일차적 개혁대상인 재벌의 입김이 작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 가스공사 분할민영화를 은폐하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가스공사 민영화는 98년 7월에 발표된 공기업 민영화계획에서 개략적으로 제시된다. 이전에 YS 정권 출범 초기에도 가스공사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통째 매각”으로 인한 특혜시비와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로 촉발된 안전관리문제로 인해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SK, LG 등 몇몇 국내 재벌들은 가스공사인수 특별전담반까지 설치하였고, 최근에 재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DJ 정권의 민영화계획은 이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좀 더 정치해진 측면이 있다. 가스공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 아래 가스공사를 몇 개로 분할해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거창하게 들고 나온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가스산업 구조개편계획이 국내 가스산업의 특성상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가스공사, 일반도시가스사(소매사업자), 오일메이저 등 관련업체는 물론, 국내외 학계, 가스관련 전문지, 국회 산자위 의원 등이 수없이 지적하였다.
따라서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을 다루기 전에 국내 가스산업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영국, 미국과는 다른 국내 가스산업의 특성
세계 천연가스산업구조는 크게 생산(up stream), 도입․도매(middle stream), 소매(down stream)의 3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국산 천연가스가 풍부한 유럽, 북미, 남미와 달리 자국산 천연가스 생산이 없는 우리나라는 결국 100% 해외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 도입되는 LNG(액화천연가스)1)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카타르․오만 등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들 생산지의 영업권은 쉘(Shell), 액슨 모빌(Exxon-Mobill) 등 오일 메이저들이 소유하고 있다.
LNG사업은 오일 메이저가 주축을 이루는 생산자와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단, 그리고 가스공사와 같이 장기간의 수요처를 확보한 신뢰할만한 구매자의 상호 협의아래 개발에 착수하며 생산시설과 액화시설 건설에 수년에 걸쳐 수십억불(약 4~6조)이 소요되는 국제적인 대규모 투자사업이다. 따라서 생산자는 막대한 투자비 회수를 위하여 계약체결시 TOP2) 조건 하에 20년 이상의 장기계약 및 연중 균등한 LNG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국제 LNG 시장의 관행이며, 이러한 계약조건의 경직성은 생산시장에서의 경쟁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LNG 장기도입계약에 의해 생산지에서 LNG 수송선을 통해 국내에 도입되면 도매와 소매의 유통단계를 거쳐 일반 가정용, 산업용, 상업용 소비자와 발전소에게 공급된다. 국내 유통단계를 보면 도입․도매는 도입협상력 강화 및 수급조절 차원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소매는 25여개의 도시가스사들에 의해 지역별 사적 독점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5개의 도시가스사 중 14개사가 SK와 LG의 계열사라는 점은 현재 진행중인 가스산업 구조개편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천연가스산업의 유통구조
value
ch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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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전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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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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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액화 |
→ |
수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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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저장 |
→ |
기화/송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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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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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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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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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st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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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st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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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stream |
영국, 미국과 같은 가스산업 선진국의 경우 1차 에너지 중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지만 국내는 이제 겨우 10%에 이르는 수준이다. 영국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가 민영화를 추진하던 시점에서 천연가스 보급률이 90% 수준이었지만 국내는 전국 가구수 기준 보급률이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일반 가정용 수요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20%나 높은 65%를 차지한다는 것은 국내 천연가스산업 시장의 성숙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전량을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계약조건상 연중 균등하게 도입해야하는 상황에서 동절기에 난방 수요의 집중화로 동․하절기 수요격차가 5:1로 엄청나게 벌어져 수급조절에 실패하는 경우 동절기 가스공급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스공사의 협상력으로 커다란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가스공급을 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장설비 증설 등 수급조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제고시키고 국내 가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가스산업 구조개편이라면 이러한 수급조절 강화, 즉 안정적인 가스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 국민을 기만한 일방적인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
98년 발표된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99년 1월부터 가스산업 구조개편 용역을 추진할 것을 가스공사에 지시하였다. 당시 용역은 안진회계법인(아더 앤더슨 제휴)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수행하였으며, 8개월에 걸쳐 8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었다. 용역결과의 주요내용은 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의 설비와 판매부문을 기능별로 분리하여 판매부문에 단계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도매와 소매에 경쟁을 도입하되 인위적인 회사분할보다는 기능별 회계분리를 통해 단계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미 IMF 관리체제를 통해 초국적 자본에 가스공사의 분할 매각을 약속한 정부 관련 부처는 용역결과를 수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산업자원부와 기획예산처는 용역결과를 전면 무시하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쳐 99년 11월 16일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제고시키고 국내 가스산업을 선진화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운 채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마련한 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을 보면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문과 설비부문을 기능별로 분리하고, 그 중 도입․도매부문을 3개의 회사로 분할하여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표 1>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
구분 |
기본계획 |
도입?
도매부문 |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문은 2001년 중 장기도입계약을 기준으로 3개 자회사로 분리
- 2개사는 2002년 말까지 민간매각하고,
1개사는 가스공사의 자회사로 존치하되 매각시기는 별도 결정
○가스공사의 설비부문은 설비공동이용제 실시
- 2002년 말까지 정부지분을 매각하되 공적 지분 일부 유지 |
소매부문 |
○신규 설비투자의 경쟁허용(2000년)
○소매부문 경쟁은 도매부문의 추이를 보아 단계적 추진 |
사적 독점이 보장된 소매부문에 대한 경쟁도입은 사실상 유보한 채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문만 분할하여 민간에 매각하는 경우, 이는 특정 재벌이 도입․도매․소매의 수직계열화로 연결되어 국내 가스산업의 유통구조는 심각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스산업 구조개편이라는 거대 담론 아래 실질적으로는 초국적 자본이나 국내 재벌기업이 가스공사를 특혜시비 없이 용이하게 인수할 수 있는 기반만 조성해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IMF 관리체제 이후 초국적 자본의 국내 에너지 시장 진출전략과 맞물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초국적 자본에 국내 가스산업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미국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엔론(Enron)사는 SK와 제휴하여 SK-Enron이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였고, 이를 통해 국내 에너지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1년이 넘도록 산업자원부는 출발부터 잘못된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었다. 도입․도매부문을 3개로 분할하기 위해서는 가스공사가 체결한 기존의 7개 장기도입계약을 분할하여 민간에 승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계약 당사자인 오일메이저들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가스 관련 전문지 기자들, 에너지 전문 교수 등 국내 가스산업에 정통한 여론 주도층은 국정감사나 언론을 통해 수없이 정부 계획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더욱이 전임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도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감사원에서조차 공식적으로 정부 방안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시정을 요구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자원부도 그 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포기하고, 급기야 2001년 7월 2일에는 자체 진단한 9가지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론은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국민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무조건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그 동안의 공공요금 혜택에서 벗어나 시장구조에 어울리는 요금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자원부 실무자의 주장이다. 일반 공산품과 달리 대체재가 없어 가격탄력성이 거의 없는 가스는 민간 사업자의 담합에 의한 사실상의 독과점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가스산업의 현실이다.
4. 정부가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9가지 문제점
산업자원부가 자체 진단한 9가지 문제점을 보면 1) 수급조절 실패, 2)도입부문 실질경쟁 불가능, 3) 도매부문 과점, 4) 경제성 없는 지역의 가스공급 회피, 5) 소비자 가스요금상승 불가피, 6) 도입수송계약의 민간승계 곤란, 7) 도입협상력 저하, 8) 도입․도매 회사의 매각시 혼란가중, 9) 주가하락으로 인한 민영화 곤란이다. 사실상 이 정도의 문제가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잘못된 정책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은 그 하나만으로도 국민의 희생과 가스산업 기반의 붕괴가 불가피하다.
1) 수급조절 실패
지금까지는 가스공사가 수급조절, 즉 중단 없는 가스공급을 위해 통합관리를 하면서 그 책임을 전면 부담하고 있지만, 향후 3개의 도입․도매회사로 분할돼 개별관리체제로 바뀌면 현행 가스공사에 의한 통합관리시너지효과 감소와 각 사별 물량의 과․부족 발생시 상호보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민간기업은 자기 이익에 따라 필요하다면 동절기(가스수요 성수기)에도 공급중단을 강행할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엄동설한에 벌벌 떨어야하는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2001년 초 인도네시아 반군의 아룬기지 점령으로 가스생산과 수송이 중단되어 공급차질이 빚어진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결국 수급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외교적 협상력까지 포함한 국가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 가정용 가스요금상승 불가피
공공요금 억제정책으로 대규모 수요처에서 일부 상호보조를 해주고 있는 현행 요금구조를 민간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요금구조로 변경하는 경우 설비에 대한 부담과 계절간 수요격차가 큰 가정용 요금은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2배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처럼 가정용 수요의 계절간 수요격차가 큰 경우에는 4배 이상 상승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표 2> 국가별 요금차이 비교
구분 |
가정용 |
영업용 |
산업용 |
발전용 |
참고자료 |
우리나라 |
145 |
132 |
101 |
100 |
2000년 12월 기준 |
영국 |
300 |
- |
86 |
100 |
BG 1997 자료 |
미국 |
262 |
207 |
118 |
100 |
EIA/DOE, Natural Gas Monthly, 2000.2. |
지역난방공사 민영화로 인한 난방요금 인상,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으로 인한 가정용 전기요금의 4배 증가, 캘리포니아 전력공급중단은 단적으로 이를 입증해주는 것이다. 또한 도입․도매부문이 10여 개의 민간사업자에 의해 운영되는 일본의 경우 가정용 요금이 우리보다 4배 이상 비싼 상황이다.
또한 3개 도입․도매회사 분할로 인한 인건비, 일반관리비 등 간접비용의 증가와 설비공동이용제 도입에 따른 추가설비(전자거래시스템, 피크조절설비) 건설비용 및 관리비용 발생은 결국 요금인상으로 귀착될 것이다.
3) 도입부문 실질경쟁 불가능 및 도매부문 과점 불가피
도입부문을 3개사로 분할하는 경우에도 기존 계약물량의 도입가격이 결정된 상태에서 7개 장기도입계약을 3개사로 분리 승계하는 것에 불과해 가격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신규수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상당기간동안 합동(콘소시엄)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도입부문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다수의 일반 도시가스사업자(소매사업자)를 확보하고 있는 SK, LG가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도매회사의 인수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이 도입․도매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도입․도매․소매부문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국내 가스시장의 사적 과점화는 정부조차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제 누구를 위한 가스산업 구조개편인지 명백해졌다고 할 수 있다.
4) 경제성 없는 지역의 가스공급 회피
도입․도매부문에 경쟁이 도입되는 경우 계절간 수요격차가 큰 일반소비자 중심의 도시가스용 수요개발보다는 연간 소비패턴이 일정한 발전용 및 산업용 수요개발에 치중할 수밖에 없디. 이 경우 보편적인 서비스 제공을 기본적인 책무로 하는 공익사업의 성격은 희박해지고, 따라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
5) 도입수송계약의 민간승계 곤란
LNG생산국 및 오일메이저들은 민영화 이후 민간사업자의 신용도와 물량인수의 안정성 문제로 민간사업자로의 승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억지로 민간사업자에게 승계시키기 위해 개입하는 경우 생산국 및 오일 메이저들은 정부의 지급보증 또는 기존 도입․수송계약 등에 대한 대금 및 이자율인상 등 불리한 계약변경을 요구할 것은 자명하다.
6) 도입협상력 저하
현재 가스공사는 세계 최대규모의 도입사업자로 가스산업 구조개편이 강행되는 경우 국제시장에서 형성된 가스공사의 기존 신인도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정된 LNG생산국을 대상으로 다수의 도입․도매회사가 도입협상을 벌일 경우 가격협상력은 약화되고 도입사업자간의 과잉경쟁으로 오히려 도입협상이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계약보다 도입조건이 유리해지는 최근의 국제 LNG시장 흐름상 도입회사를 수 개로 분할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오일 메이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오일 메이저들도 국제 경쟁력 및 협상력 제고를 위해 거대 메이저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최근의 지속적인 추세라는 것은 정권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5. 가스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
위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율배반적인 탁상공론식 세부추진방안을 내놓고 무조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급조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계절별 차등요금제(동절기 요금 인상), 공급중단 요금제(공급중단 가능한 수요처 요금 인하)는 결국 동절기 수요가 많고 공급중단이 불가능한 가정용 요금의 인상을 부채질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지금 산업자원부는 대한민국 행정사상 초유의 신속성3)으로 가스산업 구조개편 관련 3개 법안4)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당초 산업자원부는 구조개편촉진법 제정안과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에서 구조개편촉진법 제정에 부담을 토로하자 즉각 촉진법을 폐기하고 가스공사법에 관련 조항 일부를 삽입한 개정안을 제출하는 신속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가정용 요금인상 규제를 목적으로 현행 이원화되어 있는 요금규제체계5)를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일원화시키겠다는 조항도 지방자치단체와 도시가스사업자의 반발이 있자 고민 없이 포기하는 해프닝을 연출하였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일반 서민들이 치솟는 가스요금에 한숨을 내쉬고 한겨울 가스공급중단으로 떨어야 하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어떠한 확실한 신념이나 논리도 없이 무조건 자신들의 실적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도 정권 차원에서 구조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결국 초국적 자본이 개입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권의 막강한 힘에 맞서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국내 가스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산자부의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가스공사 노동조합은 국회, 산자부,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기관에 정책건의서도 발송했고 수 차례 항의집회와 면담도 추진해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정중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스산업 구조개편 관련 3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한다면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불사하더라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의 주장은 국민을 위한 올바른 가스산업 구조개편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 정부, 공사,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동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보다는 안정적이고 중단 없는 가스공급이 최우선 과제인 국내 가스산업의 현실 속에서 인위적인 회사분할이나 이름만의 경쟁도입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가스 전량을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설픈 경쟁은 자원의 낭비로 국민 경제적 손실만 초래할 뿐이다. 경쟁여건이 미비한 상황에서 국내 경쟁을 서두르기보다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가스기업을 육성시켜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가스산업 정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고 현재 추진중인 PNG사업 등 수급조절 여건이 개선된 후에 자연스럽게 도․소매 동시 경쟁을 추진할 때만 국내 가스산업도 건전하게 발전하고 국민의 이익과 권리도 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1) LNG(Liquified Natural Gas): 가스전에서 채굴된 NG(천연가스)를 -162℃로 냉각시키면 고체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액화되며, 부피는 1/600로 수축되어 저장 및 수송이 용이하다. 따라서 생산지에서 채굴과 동시에 바로 액화시키며, 액화상태로 국내에 도입되고 있다.
2) TOP(Take-or-Pay): 생산자가 LNG를 공급하면 도입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하며, 인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대금을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LNG 도입계약의 가장 경직적인 조건.
3) 2001년 11월 22일 차관회의, 11월 23일 국무회의 통과, 11월 26일 국회 송부.
4)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 에너지위원회법 제정안.
5) 도매요금: 산업자원부장관 규제, 소매요금: 지방자치단체장(시, 도지사) 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