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산업에서 고용문제와 비정규직의 확대*
1)
차 례
I. 구조조정과 고용 문제
II. 조선산업의 고용 구조와 최근 동향
III. 조선산업 비정규직 확대 요인
IV. 조선산업 노동운동의 전략 마련을 위한 정세점검
V. 결론에 대신하여
I. 구조조정과 고용 문제
1998년도부터 시작된 한국경제 ‘구조조정’은, 국내 노동자․민중의 조직적 저항을 봉쇄하는 방향에서 철저히 신자유주의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자본의 집중과 거대화, 외국자본의 국내경제 지배력 심화, 대소자본간 격차 심화이며, 실업․반실업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빈곤층의 확대, 소득과 부의 양극화 심화이다.
경제위기와 IMF 관리체제라는 조건하에서 구조조정은 정부와 자본측에 의해 집중적이고 급격하게 이루어졌으며, 2001년부터는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있는 상태이다. 정부와 자본측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성격은, 경제개방, 탈규제, 경쟁과 효율, 노동운동 무력화 등 신자유주의로 점철되어 있으며,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대외자본 의존 증가 정책(자본시장 완전 개방과 민영화 및 기업매각에서 외자유치 정책의 적극화)과 노동운동의 체제내화 및 무력화 정책(노사정위원회 설치운영과 노동시장‘유연화’ 관련 법제도 도입)이 동원되었다. 구조조정 3법의 도입과 통합관리, 민영화 관련 법제도 정비 등도 지난 5년 동안 지속되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정부․자본측의 구조조정은, 내외국자본과 연합하고 내국 노동자․민중을 배제시키는 것을 골간으로 하여 ‘국가경쟁력’을 도모하는, 그리고 대량실업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1997년 기아차 문제 발생과 그 이후과정은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처음에는 불개입을 선언했다가 그 다음에는 화의에 우호적이었던 채권단에 대해 법정관리 강행을 종용하는 방식으로 적극 개입했다. 그러다가 경제위기 폭발과 IMF 관리체제 그리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기아차 ‘공기업화’를 모색하게 된다.1) 그러나 1998년 들어서는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제3자 인수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게 되며, 급기야 1998년 5월에는 제3자 매각방침으로 전환했다.
더욱이 기아문제가 처리되는 시점에 즈음하여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반노동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5개은행 퇴출과 대량정리해고, 워크아웃/빅딜 추진과 대량실직자 발생, 공적 부문에 대한 합리화 공격과 민영화(사유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 탄압이 잇달았다. 기아는 현대에 넘어갔고,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적당히 무마시키면서 정부는 만도에 대해 대대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했다. 그리고 반노동자민중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방침은 98년 8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더욱 확고해진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취업자 가운데 불완전․불안정 취업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노동자민중의 생활조건은 전반적으로 악화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취업자 내부의 빈․부 양극화와 전반적인 노동조건 악화가 수반되었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는 어디서나 언제나 고용과 실업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경제공황기에는 전 사회의 생산활동 위축으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고, 고용불안정성이 높아져 실업․고용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전개된다. 이것은 자본이 위기 상태에 빠지면 기계설비나 금융비용 등 기타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보다는 우선 고용노동자를 정리하고 재배치함으로써 노동자를 통해 그 위기의 수렁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주기적으로 거쳐온 현대자본주의의 축적위기는 자본의 거대한 집적과 집중을 한편으로 하고 다른 편으로는 상대적 과잉인구(실업․반실업인구)의 거대한 누증을 일구어왔으며, 이 때문에(그리고 이 속에서) 주기적/반복적으로 계속되어온 자본의 이른바 구조조정(합리화작업)의 수단과 방법, 적용범위 등의 확대와 성격 변화가 수반되어 오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1990년대 중후반 이래의 구조조정은 80년대의 특정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부실기업처리 등 그때마다의 대증적 조치로서 추구되어 온 것의 반복일 뿐 아니라, 더 들어가 본다면, 본질적으로 만성화된 자본의 위기에 대해 ‘상시적’으로 대응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자본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대 세계 자본주의의 축적위기의 일반성을 공유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기업(자본)이 위기에 처할 때 다른 생산관련 요소들보다 노동자를 먼저 손대서 고용불안을 일으키는 이유는 금융비용(금리)이나 공장 부지 이용비(지가) 등을 불변요소로서 고정화시키는 반면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출되는 인건비를 가변요소로서 유동화시키는 자본의 생산조건 자체에서 나온다. 이러한 경향은 자본간 경쟁 때문에 더욱더 촉발되게 되며, 자본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와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한편 다양한 수법을 동원하여 순응하게 만듦으로써 기정사실화시키고자 한다.
소위 신경영전략이 등장하게 된 맥락은 이와 같은 자본의 축적상 위기에 의한 것이며, 구조조정과 국가경쟁력 강화 논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현대의 자본의 위기 국면과 상대적 과잉인구 문제가 놓여있는 지반이다.
1) 고용 문제의 지점
<그림 1>은 고용 문제의 발생지점 혹은 영향 요인을 보여준 것이다.
(1) 자본의 고용전략과 국가의 노동정책은 고용 문제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특히 국가와 자본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논리가 고용 문제 발생의 시작점이다. 이러한 논리가 노동자를 생산과정으로 조직할 때 기본논리를 구성하므로 이 둘의 연결점에서 특히 고용 문제가 극심하게 발생될 소지가 나온다.
(2) 또한 생산과정은 상품의 생산과정이며 이윤의 원천인 잉여가치가 생산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노동력이 소비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상품이 더 많은 이윤을 자본가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우선 더 많은 상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더 많은 노동력이 더 적은 노동비용(즉 임금 및 기타 노무비용)으로 일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일은 노동자가 하고 그 수익은 자본가가 가져가는데,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자본측은 갈수록 부를 축적하면서 점점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는 한편 노동자측은 갈수록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상품의 생산과정은 노동력이 소비(지출)되는 공간이며, 거기에서 자본은 더 많은 노동력 지출을 요구하고, 될 수 있으면 적은 인건비를 투입하여 더 많은 산출량을 거두고자 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노동자의 노동 강도와 노동 밀도를 더 높이는 것이 생산과정에서의 자본측의 기본경향이 된다. 그래야 자본의 목표인 이윤이 많이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한 사람의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동시간을 가급적이면 최소한의 비용(임금 및 기타 노무비용)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투쟁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도 동시에 진행된다.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과 맞물려 인간의 노동 역시 기계의 속도와 기계의 일하는 방식에 맞춰질 것이 자본에 의해 요구되게 된다. 기술발전과 신기술 도입의 과정은 노동력을 절감하고자 하는 자본의 의도와 항상 결합되어 있다. 심지어 노동력을 직접 감원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산출물을 위해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고 기계를 채택하는 것도 거기에 해당된다.
(3) 한편 생산과정을 통하여 생산된 상품은 시장에 나가서 팔려야 그 목표인 이윤을 실현시킬 수 있다. 소비과정은 바로 제품시장이다. 소비과정에서는 상품이 소비되고 그럼으로써 동시에 상품이 이윤으로서 전화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소비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들을 구매하는 구매자가 되고, 바로 그 상품들을 구매하여 소비함으로써 자신과 그 가족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게 된다. 집에서 쉬는 시간도 모두 이 소비과정에 들어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도 마찬가지고, 쉬면서 보는 TV도, 또 술 한 잔하는 것도 모두 소비과정에 들어간다. 자녀교육과 야구장, 축구장 가는 것도 이 과정에 속한다. 여행도 관광․여행 관련 자본에 의하여 생산되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주로 ‘돈만 있으면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다.
거꾸로 말하면, 소비과정에서는 자본이 노동자를 고용하여 높은 생산성을 올리면서 ‘풍부하게’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들이 잘 팔려야 되는 과정이다. 즉 구매자들이 그 상품들을 그 스스로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대량의 “소비자”가 되는 노동자(‘근로소득자’)에게 생산과정에서 자본측은 어떻게 하는가? “될 수 있으면 적은 인건비와 적은 인력으로 많은 생산을!!”이 모든 자본주의 사회 기업의 목표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곧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여기저기서 물건은 많이 생산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회사에서 노동자들은 갈수록 더 적은 인원만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근로소득자는 줄어들 것이다. 실업자는 늘어날 것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므로 근로소득자의 노동조건은 점차 하락할 것이다. 왜인가? 노동조건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는 언제든지 실업상태에 있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회사측에서 으름장을 놓기 때문이다. 또 현대의 화폐제도(지폐와 신용화폐의 관리통화제도)에 의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악성화/고질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임금 삭감효과를 당할 수밖에 없다. 즉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상품에 대한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4) 그런데, 생산과정과 소비과정 사이에서 자본측은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자본측은 노동자들을 하나의 생산요소로밖에 간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모든 비용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듯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필두로 한 복지후생 등에 인색하고 그런 것을 일부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생산을 통해서 그 두배나 세배 아니면 그 이상을 뽑아낼 전망이 있을 때에 한해서다. 그런데 소비과정에서는 어떤가? “고객은 왕이다!” 사업장 바깥에 나와 일상적인 생활과정 즉 소비과정에 들어가면 노동자는 갑자기 왕이 된다!
조선소 사장이 그 자신 백화점 사장은 아니라고 해서 자본측의 이런 모순된 행동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런 회사측의 설명들 앞에서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 생산의 연쇄고리 속에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 정면으로 충돌되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자본가들의 목표는 이윤에 있다. 노동자들의 목표는 어디에 있는가? 자본이 목표하는 이윤을 더 많이 생산해주는 데 있는가? 자본이 목표하는 이윤을 더 많이 생산해준다는 뜻은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 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고 임금도 회사 맘대로 정하고(요즘은 노동조합 투쟁의 결과로 매년 임투를 통해 고정급 인상수준이 결정되게 돼 있기 때문에 회사측은 성과급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지만), 산재가 나도 돈으로 때우려고 하고, 회사 바깥의 다른 노동자들의 상태에 대해 무관심해야 회사측으로부터 눈총을 받지 않고 그나마 일할 수 있고, 될 수 있으면 회사측에 빌붙어서 아부해야 고용이 안정되고 등등을 의미하는데, 그것이 노동자들의 목표인가? 아니다. 가장 소박하게 말한다면 노동자들의 목표는 ‘인간다운 삶’이고 스스로 처분할 수 있는 시간, 노예적인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백화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노동자이듯이, 백화점 사장이나 조선소 사장이나 하나의 자본가이다. 그들이 임금을 올려준다고 하더라도 이윤을 깎으면서까지 올려주는 일은 결코 없다. 임금투쟁의 한계는 바로 그 점에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임금투쟁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나마 가장 기본이 되는 임금을 노동자의 임투가 없다면 자본측이 마음대로 정해서 최소한으로 책정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투는 더욱 더 전개되어야 한다. 특히 정해진 노동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면 그 노동시간 동안에 책정되는 임금(즉 고정적 임금으로서의 기본급 수준)이 지금 이 사회의 평균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 노동자들의 초과노동(잔업,특근,야근)을 제외한 임금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다들 계산해 보시기를 바란다. 기본급이 얼마건 한달에 총 받는 급여가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아차 순간에 목숨을 빼앗기면서 주구장창 잔업과 휴일근무와 야간근무까지 해서 받는 임금 총액이 현재의 4인 가족 표준생계비(민주노총)에 가까스로 닿을 둥 말 둥 하다는 사실을 아시게 될 것이다. 실은 잔업, 특근, 야근을 모두 빼고 그 수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비정규직이나 다른 노동자들은 조선소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임금 및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나마 우리는 그들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조선소 조합원들은 다시 한번 더 생각하셔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보다 백배는 나을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지금의 비정상적 상황을 용납해서는 언제든지 백배 열악한 비정규직의 처지로 누구나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가로놓여 있다. 그 잘나가던 은행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 앉게 되었을 때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보다 좀 먼저 진급해보려고 죽어라 업무처리하고 별도로 시험공부까지 한 결과로 과장으로 승진한 노동자들이 과장 이상급은 우선정리해고 대상이 되어 남보다 먼저 짤린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국 정시 근무에 표준생계비를 획득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백배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연대하여 함께 나설 수 있어야 노동자의 처지가 바뀔 수 있고, 노동자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5) 한편 고용 문제는 불황기와 공황기에 급격하게 발생하며, 호황기에는 일시적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그림 1>에서 오른쪽 하단에 나와 있는 경기순환은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요인에 의하여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기부침 현상을 말한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적으로 전개되므로 그 사이사이에 침체기와 회복기가 있다. 공황은 골이 깊고 급격한 경기변동 현상이다. 경기순환의 요인은 자본주의 생산의 내적인 법칙으로 관철되는 자본의 과잉축적과 이윤율의 경향적인 저하를 그 배경으로 하며,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공황이 금융공황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2)
현대 자본주의는 2차대전 이후 더욱 급속하게 전개된 생산력 발전의 결과로 엄청난 과잉축적의 상황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하여 자본주의 유사 이래 가장 골 깊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적인 규모에서의 대공황의 먹구름이 각국의 경제위기 폭발 속에서 짙게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1997년 위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본측은 소위 신자유주의 전략으로 그들의 이 위기에 대응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수탈구조의 재편성을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전략이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력 이용체계와 이용방식에 대한 ‘유연화’를 기본으로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동자․민중의 생존권과 정치적 권리를 대폭 저하시키고 자본의 이윤확보 구조를 재정비하는 정책들을 추구하고 있다.3)
(6) 요약하면, 고용 문제의 본질과 성격은 자본주의 생산의 성격과 사회의 구조로부터 파악되는 것이며, 그런 한 고용 문제는 악순환의 양상을 띠고 순환적으로 반복되면서 시간적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악화 내지는 심화된다. 경기의 호순환 시기에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일시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경기불황기에는 매우 급속하고 대량으로 노동력 방출이 일어나는데, 지난 97년초부터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시작된 한국경제 위기 때 그 점이 잘 드러났다. 이러한 경기 호불황에 따라 급속한 양상으로 고용 문제가 나타날 때, 고용 문제와 실업문제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는 사실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난다.4)
<그림 1>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고용 문제 발생 지점
* 화살표 표시된 곳이 고용․실업문제 발생 지점.
2) 고용 문제의 요인
오늘날 기업의 경영 및 고용전략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를 줄이고 더 많이 생산하려고 끊임없이 생력화(省力化. 노동력 절감)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에 의하여 노동조건의 하락과 감원 기도가 끊임없이 나타나게 된다. <그림 2>는 고용 문제의 요인들을 보여준다.
<그림 2> 고용 문제의 요인
5)
(1) 전반적으로 고용 문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법과 제도, 정부의 경제․노동정책, 제품시장과 기술수준, 생산성, 기업의 경영전략, 노동운동의 전략, 노사관계, 그리고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그 나라의 문화와 관행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제도 및 정부의 정책은 제도․정책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고 제품시장과 기술수준은 기술․시장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영전략, 노동운동 전략, 노사관계, 기타 관행 등은 노자관계적 요인이다.
(2) 개별기업 수준에서는 기업의 경영전략과 그에 따른 노동자 고용전략이 고용 문제의 성격을 좌우한다. 기업의 경영전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제품시장과 기술수준, 생산성, 정부의 노동정책, 노사관계, 경영자의 가치관 등이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의 글로벌 시장경제 아래에서 제품시장의 동향과 기술수준은 자본측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외부환경적 요인’이다. 경영자의 가치관, 생산성, 노사관계는 ‘내부환경적 요인’이라고 할 만하다(<그림 2> 참조).
3) 단위 기업에서의 고용 문제: 대우조선 사례
일반적으로 단위 기업에서 고용 문제 발생의 경로와 그것이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그림 3> 참조).
<그림 3>은 고용 문제 발생 경로와 그 영향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이른 바 “경영혁신”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 목표는 생산성 증대와 인건비 및 인력 절감이다.
(1) 인건비 및 인력절감이 곧바로 수량적인 노동자의 감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처리할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기존인원에 대한 수량적 조정 없이 노동강도만이 증가하고 그 결과 산출물량이 증대될 것이다.
<그림 3> 단위 기업에서 생력화(=인력절감) 개념도
그러나 첫째로, 한 사람이 처리할 물량이 점점 더 많아지는 대신에 휴식시간은 줄어들고 작업공정간의 텍트타임(한 공정이나 라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물량처리 시간)의 단축으로 인한 작업밀도와 속도가 증가한다.
둘째로, 더욱이 이것은 고용안정이 아니라 고용의 압축적인 사용을 통한 인건비절감책일 뿐이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을 더 써야 하는데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 물량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이것은 공염불이 되고 오히려 작업을 더 압축시켜서 인원을 더 줄이려고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생산성 향상은 고용불안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2) 신기술 도입, 다기능화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측은 생산의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신기술 도입에는 새로운 기계설비를 도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작업조직의 편성의 새로운 기술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첫째, 설비 차원에서의 신기술 도입의 대표적인 예는 자동화기술의 도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 도입은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총량적으로는 인원이 줄어들게 된다.
단위 사업장의 경우에는 이러한 신기술의 노동력 대체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 (조선소 설비에서의 신기술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 주문형 생산이기 때문에 부품들의 표준화가 제한적이다.)
둘째, 작업조직 편성의 측면에서 신기술 도입이라고 하면, 이른 바 팀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팀제 아래서는 불량 수정과 부분적인 작업량 및 속도조절에서의 자율성을 부여받아 팀 작업을 수행한다. 이와 같이 작업조직을 재편하는 것은 노동력을 낭비 없이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노동과정에서 작업자의 여유시간은 낭비시간(로스타임)으로 간주되어 제거의 대상이 된다. 작업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일에 대한 흥미는 점차로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림 4> 조합원의 작업중 여유시간과 일에 대한 흥미 변화(최근 3년)

*자료 : 대우조선 노동조합 조합원 설문조사, 2001.5.
셋째, 다기능화도 고용 불안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대우조선에서는 1인 2기능 보유 운동 같은 것을 벌였는데, 1990년대 초반 이후로 웬만한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모두 경영진에 의해 이른바 신경영전략이 도입되어 앞에서 말한 작업조직 재편과 다기능화를 축으로 한 생산과 노동의 합리화 작업을 진행시켜왔다. 다기능화는 그 말과 일부 논자들이 소위 ‘기능적 유연화’라고 해서 숙련형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도 했으나 많은 현장들의 실태조사에 기초하여 보았을 때, 숙련형성이라기 보다는 업무 범위 확대와 작업량 증가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5> 참조).
노동강도의 강화는 노동자의 노동력 지출량을 늘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노동강도의 강화는 또한 고용 불안의 요인이기도 한데, 생산성 향상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게 되므로 그 만큼 인원(사람)과 인력(공수)을 감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림 5> 다기능화 추진으로 인한 노동강도와 기술/숙련도 변화

*자료 : 대우조선 노동조합 조합원 설문조사, 2001.5.
(3) 인사고과, 승진․승급체계, 임금체계, 현장통제체계 등이 포괄되는 인사노무관리 제도는 고용 문제와 광범위하게 관련되는 문제이다. 이것들은 노동통제의 제도적 요소들이기도 하다. 인사고과와 승진․승급체계 및 임금체계는 모두 상호 작용을 하면서 노동자들을 관리통제한다. 이것들은 회사측의 지휘통제 혹은 노무통제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최근 노무관리 경향은 성과주의적 요소를 강하게 도입해나가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신경영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도입요소 중 하나가 바로 성과주의 요소를 강화시키는 인사고과제도이다.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하여 고과성적을 메기고 이를 근거로 해서 승진․승급과 임금에 반영시키는 방식이다. 이른바 기업내부노동시장의 형성이다.
이를 위해 현장 감독자(반장, 직장)에게 일정한 고과권을 주어 일선에서 각 노동자를 관리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관리통제를 공식화하고 집약하는 제도로서 현장에 생산회의를 설치한다.
대우그룹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주요 사업장에서 이와 같은 노동력 관리 방식을 택해 왔으며, 대우자동차의 경우 ‘한마음 생산회의’, 대우조선의 경우 ‘반생산회의’ 등이 그 예다.
현장 감독자들은 회사의 노무관리 제도 중 가장 일선에 위치하여 작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관찰하고 관리하고 그 결과를 고과에 일차적으로 반영시킨다.
대우조선에서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회사측의 견제가 조합원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가장 분명하게 들어온 것이 노조의 행사와 집회에 참석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개별면담과 불이익처분 압력, 그리고 소위원 활동을 무력화하는 대신에 반생산회의를 그 자리에 대체시킨 것이다.
반생산회의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제도가 ‘제안제도’이다. 제안제도는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반생산회의가 설치되어 열리는 것을 정당화시킴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생산과정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그 대가로 고과점수나 포상이 주어진다.
생산을 위주로 로스타임(낭비시간)을 줄이는 이와 같은 현장통제 방식과 노무관리 제도들은 고용 문제의 기초적 배경이며, 고용 문제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왜냐 하면 이러한 관리제도와 통제의 기본논리가 바로 “생산성 향상과 낭비 절감”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노동자에게는 동일하게 “노동강도 강화”로 나타나며, 종국에는 인력의 축소절감책이기 때문에 고용 불안의 내적 요소이다.
임금과 관련해서 최근 자본측의 지배적인 경향은 성과급이라는 미끼를 내걸어서 성과주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간에 일상적으로 작업과정에서의 경쟁을 촉발시킴으로써 역시 생산성에 접목시키는 방법이다. 성과급은 90년대 초반부터 노동자들을 혼동시켰는데, 우선 정부가 그것을 ‘일 더하기 운동’과 함께 권장했고 자본측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 사업장마다 한 가지 이상씩의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성과배분제도뿐 아니라 임금체계 자체에서 성과급(능력급)의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인사고과 평점에 따라 노동자들을 세분화시켜서 차등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노동자간 성과경쟁을 매개로 해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게 된다. 당연하게도 회사측 입장에서 본다면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불안과 연계되는 것도 필연이다.
(4) 회사측의 인력관리 전략에는 기업 내외부 노동시장의 분리에 기초하여 외주하청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내외부의 노동력을 회사의 경영목표에 맞추어 이용하는 문제가 있다.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철강산업 등 전통적인 거대 장치산업에서는 사내외에 대량의 하청 사업체를 계열화하여 통합적인 생산관리와 고용관리를 해오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에서 고용 문제들은 회사측의 경영 방향과 고용 전략, 인력관리와 노무관리 전략에 의해 복합적이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에서는 자연감소되는 직영인원을 충원하지 않은 채 물량을 외주화하거나 특정 사업이나 부서를 분사시키는 방식으로 외부화(아웃소싱)를 진행함으로써 수익성을 최대화시키는 경영 및 고용전략과 함께 남아 있는 직영인원에게는 인사고과를 통해 임금과 노동자의 노력을 최대한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노동강도를 높여내는 인력관리와 노무관리 전략을 쓰고 있다.
회사측이 이러한 경영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크게 보아 세 가지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조선산업의 호황과 맞물린 대량의 수주물량 확보를 배경으로 한다. 둘째는 대우그룹의 해체와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결정에 따른 ‘재창업’ 상황이다. 셋째는 그간의 노무관리 관행과 현장통제 및 노조활동의 제도화에 기초하여 진행되어 온 현장의 회사측 장악력 증대이다.
(5) 아래의 지표들은 위와 같은 대우조선에서의 고용 문제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그림 6>, <표 1>, <표 2>, <표 3>, <표 4>, <표 5> 참조). 우선, 1995년부터 생산량과 맨아워(투입공수), 직영인원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 <그림 6>을 보면, 생산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맨아워와 직영인원은 대폭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표 1>은 지난 20년간의 급속한 맨아워 감소를 보여준다.
<그림 6> 대우조선의 생산량, 맨아워, 직영인원 추이(1995년~2000년)


<표 1> 대우조선의 맨아워 추이(단위: MH/CGT)
년도 |
80 |
82 |
84 |
86 |
88 |
90 |
92 |
94 |
95 |
96 |
97 |
98 |
99 |
2000 |
맨아워 |
215.4 |
79.6 |
70.4 |
65.4 |
33.5 |
25.7 |
17.2 |
14.4 |
19.5 |
17 |
13.7 |
12 |
10.1 |
9.4 |
증가률 |
- |
63.0 |
11.6 |
7.1 |
48.8 |
23.3 |
33.1 |
16.3 |
-35.4 |
12.8 |
19.4 |
12.4 |
15.8 |
6.9 |
또한 지난 10여년 동안 직영인원 대비 하청인원 비율 추이는 <표 2>와 같다. 1995년에 43.2%로 높아졌다가 1996년에 대폭 축소하고 2000년에는 다시 46.5%로 증가했는데, 이는 건조물량의 주기에 따라 하청인원들이 주요하게 감원/충원대상이었음을 보여준다. 직영인원의 계속 감소추세는 맨아워 감소를 통한 노동력 투입량 감소를 통해 직영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는 회사측의 인력관리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표 2> 대우조선 인원 추이와 직영인원 대비 하청인원 비율(명,%)
|
90년 |
91 |
92 |
93 |
94 |
95 |
96 |
97 |
98 |
99 |
2000 |
생산직 |
8,118 |
7,883 |
7,630 |
7,083 |
6,860 |
6,274 |
- |
- |
- |
- |
- |
직영총원 |
- |
- |
- |
- |
- |
- |
11,601 |
11,341 |
10,902 |
10,637 |
10,270 |
사내하청
비율(%) |
16.4 |
18.5 |
16.9 |
21.5 |
31.0 |
43.2 |
29.5 |
39.3 |
40.2 |
- |
46.5 |
*자료: 조선공업협회, 조선자료집; 신원철, 2001; 대우조선노조, 2001.
*주: 1) 사내하청 비율은 직영인원 대비율임.
향후 인원계획(<표 3>)을 보면 그러한 회사측의 인력관리 내지 고용전략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계속 유지될 것임을 알 수 있다.
<표 3> 대우조선의 향후 인원 계획(단위: 명,%)
|
2000년 |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00년 대비
04년 감소율 |
직영 |
10,270 |
10,034 |
9,764 |
9,453 |
9,064 |
11.8 |
|
생산직 |
7,492 |
7,370 |
7,139 |
6,888 |
6,542 |
12.7 |
*자료: 대우조선, 1999.11.
그 결과는 무엇보다도 노동강도의 강화와 심각성을 더해가는 노동재해로 드러나고 있다(<표 4>, <표 5>). 대우조선에서 사망률은 다른 조선소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10만명 기준으로 직영의 경우 29.07, 하청은 30.44이다.
<표 4> 대우조선 직영과 하청의 사망률 (100,000명기준)
년도 |
직영 |
하청 |
|
전체인원
(생산직) |
사망자수 |
사망률 |
전체인원 |
사망자수 |
사망률 |
1998 |
11134 |
6 |
54.0 |
4016 |
4 |
99.6 |
1999 |
10707 |
2 |
19.0 |
4520 |
1 |
22.1 |
2000 |
10319 |
2 |
19.0 |
6570 |
5 |
76.1 |
2001년 6월 현재 |
10319 |
3 |
29.07 |
6570 |
2 |
30.44 |
또한 1천명 기준으로 재해율 변화를 보면, 직영의 경우 1998년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하청의 경우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2000년 현재 11.13의 재해율을 보이고 있다.
<표 5> 대우조선의 재해율의 변화(1,000명당)
년도 |
직영 |
하청 |
전체 |
|
전체인원
(생산직+기술직) |
재해자수
(회산+보산) |
재해율 |
전체인원 |
재해자수
(보산만) |
재해율 |
전체인원 |
재해자수 |
재해율 |
1998 |
11134 |
246 |
22.09 |
4016 |
18 |
4.48 |
15150 |
264 |
17.43 |
1999 |
10707 |
98 |
9.15 |
4520 |
12 |
2.65 |
15227 |
110 |
7.22 |
2000 |
10319 |
147 |
14.24 |
6570 |
41 |
6.24 |
16889 |
188 |
11.13 |
II. 조선산업의 고용 구조와 최근 동향
1) 조선산업의 특징
조선산업은 전형적인 직접인원투입형의 노동집약산업임과 동시에 중후장대 설비 및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산업이다. 주로 선박의 건조, 수리, 해체, 해상구조물을 제작하고 조선기자재를 제조한다. 주문생산 방식이며 따라서 관련 기자재들은 개별 단위 생산되어야 하므로 생산의 자동화가 어려워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자동차나 철강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의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고 대규모 설비자금이 들어가는 산업이지만, 조선산업은 특히 해운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또한 세계 선박시장이 별다른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단일시장이고 각국에서 수입규제가 적어서 시장확보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제조업에 비해 유리한 산업이다.
세계적으로는 영국, 미국, 유럽을 거쳐 일본으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해 왔으며,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이 세계 최대의 수주국으로 올라서게 되면서 일본과 경쟁하다가 2000년부터 조선산업에서는 한국자본이 일본자본을 추월했다.
기존의 선박시장과 세계 경제 규모의 확대와 함께 새로이 창출된 선박건조 물량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본이 50% 가량을 도맡아서 처리해왔지만, 1990년대 들어와 한국이 저인건비를 최대 무기로 하여 전략적으로 진입함으로써 한국 조선산업이 일본의 지위를 대체한 것이다. 선박 건조의 대량생산 중심은 향후에도 자본측의 요구에 따라 저인건비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조선산업은 호화여객선, 특수선, 레저용 소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기술 분야로 특화시키고 기업조직을 슬림화하여 수주량 및 건조량에서의 세계시장 경쟁에는 더 이상 나서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자본측의 움직임으로 인해 해당 나라들의 조선산업 노동자들은 약 20여년 동안 5분의 1 내지는 10분의 1로 줄어들어 있는 상황이다. 총 시장규모 98억 달러인 레저용 선박(보트)의 경우는 99년을 기준으로 미, 영, 이, 독, 프 등 5개국이 세계시장의 약 40%를 점하고 있고, 일본이 이 분야에 진입해 있다. 레저용 선박 엔진까지 포함하여 이 분야의 총 시장규모는 154억 달러에 달해6)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하면서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의존을 탈피하고자 하는 자본측이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조선산업은 선박수요의 주기성이 있고 수주량에 의존하므로 자본측은 수주량에 따라 투입인원의 규모를 조절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위생산, 수주생산이라는 점에서 제품 표준화, 생산시설의 자동화가 어렵고, 컨베이어 라인과 같은 ‘기술적 통제’를 부과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산업기술상의 특성에 따라 자본의 노동통제체계와 그에 대한 작업자들의 저항이 맞서는 작업장에서의 ‘통제의 전선(frontier of control)’은 노자간의 역관계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현장에서 노자간 각축의 여지가 크고, 또한 노자간 작업장 권력관계의 변동이 현장에서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매우 크다.7)
2) 한국 조선산업의 현황
(1) 개괄
2000년 현재 세계 5대 조선소 중 4개가 한국자본이다. 1위는 현대, 2위는 삼성, 3위는 대우, 4위는 삼호가 차지하고 있고, 일본의 미쯔비시가 5위를 점하고 있다.8) 한국의 조선산업은 1969년 중공업 육성계획에 따라 2000년까지의 성장산업으로 꼽히면서 중화학공업화의 주력으로서 키워져 왔다. 당초 2000년 이후에는 조선산업의 쇠퇴를 예상한 것과는 달리 2000년부터 주력 선종인 탱커와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수주량 및 건조량에서 세계 1위에 올랐고 이후에도 5년 내지 10여년 동안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1973년 현대중공업이 대형 조선소를 설립하고 1974년부터 26만DWT급 초대형 유조선을 건조함으로써 세계 조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1981년부터 1990년까지 수주량 기준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평균 17.4%를 점했다가 1991년부터 1995년까지는 26.5%로 높아졌으며, 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35.1%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수주량과 건조량에서 일본 다음의 2위를 차지하면서 주로 일본 조선산업과 경쟁하고 있다. 1998년과는 달리 1999년에는 수주량에서 일본을 크게 앞질러 세계 시장에서의 수위를 점하게 되었다.
1999년도의 수주량은 199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1위, 건조량은 세계 2위를 차지하였으며 1999년 수주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40.9%에 달한다. 이는 1999년초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세계 조선시황이 하반기부터 드라이 벌커를 중심으로 발주가 증가하고 엔고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에 대량으로 수주한 데 따른 것이다.
1999년 선종별 수주내역은 유조선의 수주비중은 절반으로 하락한 반면 벌크캐리어와 컨테이선은 큰 증가를 보였고 처음으로 해외에서 LNG선 2척을 수주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량 수주로 충분한 조업물량을 확보하여 1999년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9,481천GT(82.1억 달러)를 건조하였다. 이는 평균 2.2일에 50.3백만 달러 짜리 선박 1척을 인도한 것이 된다.9) 건조물량의 93.4%를 수출선박이 점하고 있다.10)
조선산업은 국내 산업에서 막대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7년부터 제조업에 대한 조선산업의 매출액 및 부가가치비중과 고용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어 1998년의 경우 제조업 총 매출액 중 조선산업이 4.6%를 차지하였고, 부가가치는 4.7%, 고용에서는 3.6%를 차지했다.
또한 수출에서는 1986년 이후 전체 수출액의 4~5% 내외를 점유해 왔으며, 1998년에는 6.1%, 1999년에는 7,496백만 달러를 수출하여 전체수출의 5.2%를 차지하여 단일품목 기준으로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3번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표 6> 참조).
<표 6> 한국에서 조선산업의 비중(%)
구 분 |
|
1994 |
1995 |
1996 |
1997 |
1998 |
1999 |
제조업 내 비중 |
매 출 액 |
2.47 |
2.54 |
2.63 |
3.17 |
4.63 |
3.25 |
부가가치 |
2.84 |
2.57 |
2.66 |
3.26 |
4.73 |
3.61 |
고 용 |
2.20 |
2.49 |
2.61 |
2.81 |
3.61 |
2.98 |
총 수출 대비 |
5.15 |
4.4 |
5.5 |
4.8 |
6.1 |
5.2 |
* 자료 : 통계청, 광공업통계조사보고서; 한국무역협회, KOTIS; 산업자원부, 산업자원백서.
(2) 업체별 현황
조선산업의 업체별 현황은 대형 3사, 중형 7사 등 10대 중대형 조선소 외에도 조선공업협회와 조선공업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소형 110여 개 사와 5인 이상 소규모로 전국에서 소형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하는 소형조선소들 120여 개 이상이 존재하고 있어 총 240개 사 이상으로 조사되고 있다.11) 수적으로는 소형조선소가 절대 다수지만 선박 건조는 주로 중․대형 조선소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종사자 수도 상위 10개 사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다.
3) 조선산업의 고용구조와 비정규직의 증가
(1) 조선산업 주요 각 사의 종사 인원 현황
<표 7>은 조선산업 각 사의 종사 인원 현황이다. 1998년 현재 5만 7천여명의 직영인원과 2만 9천여명의 하도급 인원 등 총 7만5천여 명이 조선산업 상위 10개 사에 종사하고 있다.
<표 7> 조선산업 각 사별 인원 현황과 하도급 비율(1998년. 단위: 명,%)
|
기술직 |
기능직 |
사무직 |
하도급 |
총원 |
하도급비율 |
현대 |
6,361(20.3) |
17,888(57.0) |
2,296(7.3) |
4,822(15.4) |
31,367 |
18.2 |
대우 |
1,273(8.3) |
7,868(51.4) |
1,783(11.6) |
4,391(28.7) |
15,315 |
40.2 |
삼성 |
1,367(13.6) |
4,122(40.9) |
750(7.5) |
3,827(38.0) |
10,066 |
61.3 |
한라 |
1,254(18.4) |
2,837(41.6) |
528(7.7) |
2,201(32.3) |
6,820 |
47.7 |
한진 |
873(18.6) |
1,825(38.8) |
177(3.8) |
1,823(38.8) |
4,698 |
63.4 |
미포 |
297(10.4) |
1,974(69.0) |
458(16.0) |
130(4.5) |
2,859 |
4.8 |
대동 |
390(14.6) |
780(29.2) |
86(3.2) |
1,414(53.0) |
2,670 |
112.6 |
타코마 |
104(12.1) |
381(44.3) |
75(8.7) |
300(34.9) |
860 |
53.6 |
대선 |
81(16.5) |
274(55.9) |
35(7.1) |
100(20.4) |
490 |
25.6 |
신아 |
77(13.1) |
139(23.7) |
31(5.3) |
340(58.0) |
587 |
137.7 |
합계 |
12,077(15.9) |
38,088(50.3) |
6,219(8.2) |
19,348(25.5) |
75,732 |
34.3 |
* 자료: 조선공업협회, 1999.
* 주: 1) 괄호 안의 숫자는 각 사별 총원 대비 비중.
2) 하도급비율은 직영인원(기술+기능+사무직) 대비 하도급인원 비율임.
<표 7>을 보면, 현대중공업에 10개 사 전체의 41.4%가 집중되어 있고 상위 3개 사에 75%가 종사하고 있다. 조선산업 총 종사자 중 기능직은 50.3%이며 하도급이 25.5%이다. 직영 인원(기술+기능+사무직)에 대비한 하도급 인원 비율은 34.3%이다. 또한 하도급 인원의 95% 이상이 현장직이라고 할 때, 기능직과 하도급 인원을 합한 현장인원 총 5만7천여 명 중 하도급 비중은 약 33%에 달한다. 그밖에 기술직이 15.9%, 사무직이 8.2%이다. 하도급 비중은 삼성, 한진, 대동, 신아에서 매우 높고, 사무직 비율은 대우와 미포에서 높다.
위 10개 사의 종사자수는 1998년 총 임금 노동자의 0.6%, 제조업 총 취업자의 2%에 해당한다.12) 1998년을 기준으로 조선산업 인원이 제조업 전체 인원의 3.6% 가량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조선산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상위 10개 사에 집중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조선산업에는 당시 대략 총 14만여 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2) 조선산업 종사자 구성분포
조선산업의 고용은 원청, 사내하청, 사외하청, 파견 및 용역, 연수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 7>에서의 ‘하도급’ 인원은 사내하청 인원이므로 파견 및 용역과 연수생이 제외되어 있을 것이며, 사외하청 인원 역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14만 여 명 중 상위 10개사의 직영 인원 5만6천여 명을 제외한 8만 여 명 이상의 조선산업 종사자들은 약 230여개 이상의 사업체에 분산되어 있으며, 그 중 2만 여명이 10개 사의 사내하청업체에 속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3) 조선산업의 고용구조
이렇게 보면, 조선산업의 고용구조 즉 노동시장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조선산업 총 종사자의 40% 가량이 10대 조선소 원청 노동자이며, 그 이하의 60%는 소규모 조선소에 속해 있다.
둘째, 조선산업 총 종사자의 소규모 조선소 소속 인원 60% 중 1/3에 해당되는 20%는 상위 10개사의 사내하청 인원이다.
셋째, 조선산업 총 종사자의 40%는 사외하청, 용역, 기타 형태로 조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독립적인 소규모 업체 종사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업체의 대부분이 사외하청 즉 사외 협력업체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광범위한 사내외 하청 노동자의 급속한 유입과 유출이 고용상태 변동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조선산업 종사자는 1998년에 제조업 고용의 3.6%를 차지했다가 1999년에는 3% 수준으로 0.6% 가량이 감소했는데, 이는 1998년에 14만 여 명에서 1999년의 경우 12만여 명으로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13) 한 해 동안 약 2만 여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당시에 한라중공업에서의 직영 및 하청 노동자 2천여 명에 대한 감원을 비롯하여 한진중공업 3사(타코마, 한진울산, 한진영도) 통합, 대우조선에서의 감원, 대동조선의 부도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도 총 종사자의 60% 가량을 점하고 있는 사내외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이동이 큰 폭을 차지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1999년 이후의 조선산업 생산 현황과 주요 사업장의 직영인원 변동, 그리고 사내하청 인원 증가 상황을 보았을 때 2000년에는 1998년 수준 이상으로 조선산업의 사내외 하청업체 종사자수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표 8> 참조).
조선 6개 주요 사업장의 직영인원과 하도급 인원 및 직영인원 대비 하도급 인원 비율이 나타나 있는 <표 8>을 보면, 이들 6개 사 총 종사자수는 1998년에 비해 2001년에는 4,700여명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 증가는 전체적으로 직영인원은 2,400여 명 줄어든 반면 하도급 인원은 오히려 7,000여 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직영인원 대비 하도급 비율은 1998년 30.5%에서 47.2%로 대폭 증가하였다.
이렇게 볼 때 사내외 하청 인원의 입직구와 퇴직구는 대단히 역동적이며 따라서 고용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고, 각 회사들은 산업변동에 따라 하도급 인원을 급격하게 증감시키는 방식으로 고용조정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 8>은 최근 2~3년 동안에 하도급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직영대비 하도급 비율이 98년 18.2%에서 2001년 31.5%로 늘어났고, 대우조선의 경우 40.2%에서 46.5%로 증가했다.
미포조선의 경우 하도급 증가율이 타사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크다. 98년 4.8%에서 2001년에는 무려 73.6%로 높아졌다. 한라(삼호)중공업도 47.7%에서 84%로 높아졌고, 한진중공업 역시 61.8%에서 88.9%로 증가했다. 98년 당시에도 직영 수보다 하도급 인원이 더 많았던 대동조선의 경우 올해는 135.8%로 더 늘어났다.
<표 8> 조선 주요 사업장 인원 및 하도급 비율(명, %)
|
1998 |
2001.7. |
직영(a) |
하도급(b) |
총원 |
b/a |
직영(a) |
하도급(b) |
총원 |
b/a |
현대 |
26,545 |
4,822 |
31,367 |
18.2 |
26,000 |
8,184 |
34,184 |
31.5 |
대우 |
10,924 |
4,391 |
15,315 |
40.2 |
11,000 |
5,110 |
16,110 |
46.5 |
미포 |
2,729 |
130 |
2,859 |
4.8 |
3,388 |
2,493 |
5,881 |
73.6 |
한라 |
4,619 |
2,201 |
6,820 |
47.7 |
2,500 |
2,100 |
4,600 |
84.0 |
한진 |
3,435 |
2,123 |
5,558 |
61.8 |
2,944 |
2,616 |
5,560 |
88.9 |
대동 |
1,256 |
1,414 |
2,670 |
112.6 |
1,255 |
1,704 |
2,959 |
135.8 |
합계 |
49,508 |
15,081 |
64,589 |
30.5 |
47,087 |
22,207 |
69,294 |
47.2 |
* 자료: 조선공업협회, 1999.; 금속산업연맹, 2001.
요약하면, 조선산업의 고용구조는 대규모 사업장의 직영 인원과, 주변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사내외 하청 인원으로 양분할되어 있으며, 자본측은 주로 사내외 하청 인원의 증감을 통해 고용을 조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직영 인원을 점차로 축소하고 있으며, 하청비율을 대폭적으로 늘리고 있어 전반적으로 하청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4) 조선산업에서 최근의 비정규직 현황과 문제점
조선산업의 비정규직 고용 현황은 <표 9>와 같다. 현장에서 외주하청 비율의 증가는 자본측이 물량이 증대함에도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비정규직 외주하청으로 충원하다가 물량이 줄면 이들을 먼저 잘라내는 방식의 물량에 따른 자본측의 고용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직영이건 하청이건 관계없이 직․간접적으로 노동강도를 증대시키고, 노동자 내부에서의 경쟁을 조장하고 촉발한다. 그리고 이것은 전체 인원에 대한 생력화(省力化)와 감원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전반적으로 현장에서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는 요소이다.
<표 9> 조선산업 주요 사업장 비정규직 고용 현황
|
전체사원
(직영) |
조합원 |
비정규 |
비정규직 현황 |
사원수 대비율 |
조합원수 대비율 |
현대중공업 |
26,000 |
19,877 |
8,184 |
31 |
41.2 |
대우조선 |
11,000 |
7,291 |
5,110 |
46 |
70.1 |
현대미포조선 |
3,388 |
2,891 |
2,493 |
74 |
86.2 |
삼호중공업 |
2,500 |
1,668 |
2,100 |
84 |
125.9 |
한진중공업 |
2,944 |
1,618 |
2,616 |
89 |
161.7 |
대동조선 |
1,255 |
780 |
1,704 |
136 |
218.5 |
* 자료: 금속산업연맹, 2001.7.
또 외주하청 비율의 증가는 각 현장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직영 노동자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직영 노동자를 신규채용하지 않고 수시로 인원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회사측의 고용전략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외주하청의 경우 작업물량 도급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므로 직영의 생산성 및 노동강도, 직영의 인건비와 기본적으로 경쟁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외주하청 업체들 간에도 사업상 경쟁관계들을 뚫고 사업물량을 획득하게 되는 특성상 최대한의 물량처리 속도를 추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외주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말할 것도 없고 직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주하청의 증가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에 포괄되지 않는 현장 노동자가 증대되는 것이며, 따라서 현장에서의 노동의 최소기준으로 적용되는 단체협약 자체의 의미가 삭감되고 그 결과 현장의 전반적인 노동기준이 저하된다. 이는 사업장 전체의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노동자 건강 조건을 필수적으로 악화시킨다.
또한 노동자의 집단적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의 힘이 현장 전체에 미치지 못하게 됨으로써 결국은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이 약화되는 대신에 아주 자연스레 회사측의 현장 장악력을 높여주게 된다.
이와 같은 장치들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생산성 향상→단위 시간당 산출물 증가→단위 산출물당 투입노동력 감소→배치전환 혹은 감원⇒고용불안, 노동조건 하향변동, 노조활동 기반 약화, 노조에 대한 감원협조 압박.
(2) 노동시간 연장→투입인원 감축과 임금의 상대적 삭감→시간당 산출물 증가, 인건비 감소→노동강도 강화⇒고용불안, 노동조건 하향변동, 노동력 지출 증대, 노동자 건강 상실, 노조활동 현안 증폭.
(3) 분사, 물량 외주화 생산비용 감축→직영인원 감축.
생산효율 증대
⇒노동자간 지위변동으로 인한 강제분할, 고용위기의식 조장으로 노동조건 저하 감수 분위기 조성, 전체 현장 노동조건 하향변동, 노조기반 약화.
(4) 파견인원, 임시촉탁, 용역, 연수생 고용→생산비용 감축→직영인원 감축⇒직영보다 열악한 고용조건과 지위를 가진 노동자 증가로 인한 노동자간 내부위계 성행,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자간 경쟁으로 노동강도의 전반적 증가 경향, 노동조합 활동기반 축소.
(5) 정리해고=직접적인 직영 노동자 ‘털어내기’. 노동자 수 줄이기. ⇒모든 고용 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항들의 압축적/직접적 발생.
III. 조선산업 비정규직 확대 요인
앞에서 살펴본 조선산업의 고용구조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은 조선산업의 고용 문제 발생 요인과 대책을 수립하는 데서 원청과 사내외 하청을 모두 포괄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본 산업적 특성과 고용구조상의 특성을 고려한 가운데 지적될 수 있는 조선산업에서 고용 문제 발생의 요인은 무엇인가?
전 산업적인 일반성이 관철되면서도 조선산업에서 고용 문제가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보아 자본의 이윤율 실현을 위한 세계 선박수요의 변동을 축으로 하는 제품시장적 요인, 현재의 경향적이고 전반적인 공황 위기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간 합리화 경쟁을 축으로 하는 경영전략 등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과 <그림 2> 참조).
이 두 요인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상호간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요인인 ‘제품시장적 요인’은 현상적으로는 선박수요 전망 등으로 관측되는 선주들의 태도를 포함한 시장 전망을 짚을 수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이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본간 이윤율 경쟁을 매개로 하여 두 번째 요인인 ‘합리화전략’과 접목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노사관계적 요인들과 기술적 요인들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합리화 요소들을 도입할 것을 압박하는 한편, 그간의 조선산업 내부에서의 자본축적의 결과 초기에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던 자본측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혼합한 형태로 생산과정을 조직하게 자본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테면 분사, 외주화, 전략적 제휴 등 광범위한 아웃소싱과 글로벌소싱은 그 하나의 표현에 불과하다.
1) 제품시장 전망과 자본간 경쟁 격화
2001년에 국내 조선산업은 2003년 말까지의 조업물량 확보에 따라 수출입, 생산, 투자가 모두 왕성하게 이루어졌고, 특히 수출은 전년 대비 9.5% 가량 증가해서 사상 최대의 수출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 침체로 인하여 세계 선박량의 40%를 점하고 있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발주가 줄어들어, 2000년 기준으로 32백만톤인 세계 조선 공급능력과의 수급불균형이 예상되고 있어 수주경쟁과 합리화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그와 같은 수급불균형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2000년 말 이전에 완공 목표로 건설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대형도크가 8개에 달하는 등 공급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세계 선박시장의 수급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간 또는 조선소간 수주경쟁이 심화될 것이며, 이에 따른 자본측의 기업내 합리화 경쟁과 조선소간 통합과 제휴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자본측은 이미 산업내, 기업내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노동조건이 크게 악화될 소지가 있다.
1999년에 일본은 세계 전체 수주량의 30.0%인 8,695천GT를 수주, 한국(11,843천GT 수주, 40.9% 점유)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유럽지역은 독일․프랑스․이태리․스페인에서 4~5개 조선소 정도가 여객선․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인 특수선 부문과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조선공업협회(AWES) 소속 15개 국가(스웨덴,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덴마크, 이태리, 네덜란드, 핀랜드, 벨기에, 폴투갈, 그리스, 폴란드)는 1998년에 대형 여객선을 집중 수주하여 세계 16.6%의 비중을 차지(4,447천GT)하였으나 1999년에는 이들 선종의 발주감소로 전체수주량이 감소하였다.
1999년에 한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수주량 상위 5개 조선국가는 중국, 폴투갈(3.2%점유, 931천GT), 독일(2.6%점유, 743천GT) 순위이다.
일본은 일반상선 부문에서 퇴조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국가들은 호화여객선과 대형 카훼리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반선박(유조선, 벌크캐리어, 컨테이너선 등) 분야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임금과 자재비 상승, 노동자들의 고령화(평균연령 46세)와 젊은 층의 조선소 근무 기피로 인한 신규 인력 충원의 어려움 등으로 보고, 연속 건조선박(시리즈선박; 3~5척을 동시에 수주,건조)만을 수주하여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98년 7개 대형조선소 중 4개 조선소의 조선부문 매출이 감소한데서 알 수 있다.
일본 운수성은 이러한 자국 조선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4월 운수성내에 각계 전문가로 ‘조선업 구조문제연구회’를 설치하여 7개 대형 조선소를 3개정도로 통합하거나 공장별로 건조하는 선박의 종류를 전문화하는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
유럽의 15개 조선국들은, 한일간 경쟁하고 있는 일반선박 분야에서는 이미 자본을 거의 철수한 상태이며, 호화 여객선(Cruise Ship)이나 대형 카훼리 분야에서는 거의 독점적으로 건조하고 있다. 그러나 척당 4억 달러 내외의 이들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유럽 90여개 조선소 중 4~5개 조선소에 불과하며 나머지 조선소들은 1만톤 이하의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에 의존하고 있으며, 카훼리 분야를 독점하고 있는 4~5개 조선소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선가의 9%)에 크게 유지하고 있다.
1999년 4월 유럽 최대의 조선그룹이자 유럽지역에 13개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크베너그룹(Kvaerner Group)은 그룹 시너지효과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장래에 세계 조선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조선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자본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거에 고용해지 위기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2) 경영합리화 전략과 인력관리 방식
(1) 산업 및 기업구조조정과 전망
최근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재편 정책에 의하여 자동차 산업에 이어 조선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정부는 조선산업 자본에 대해 고부가가치화와 기술력 증강, 그리고 사업 다각화 등을 주문하고 있고, 외형보다는 내실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3년 여 동안 조선 산업 내에서 자본측 내에 변동이 있었다. 한진중공업 조선3사가 통합(1999년)했고, 부도처리되었던 대동조선이 매각(2001년)과정을 거쳤다. 한라중공업이 삼호중공업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현대중공업에 의해 위탁경영되었으며(1999~2001년), 대우조선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고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1999년) 워크아웃을 조기종료했다(2001년).
이후의 산업내 구조조정은, 대우조선과 삼호중공업 등 굵직한 세계 3, 4위 조선소들의 경영권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편 조선 각사는 2001년에 설비투자를 적극 추진했다. 2001년 설비투자액은 2000년 대비로 50.0%증가한 총 5,400억원을 계획했으며, 상반기에 총 3,207억원, 하반기에 총 2,193억원이다. 주요하게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크레인 설치에106억원을 들이고, 대우조선은 플랜트작업장 보완에 80억원, 삼성중공업은 안벽조성공사에 200억원을 투자했다.14)
또한 최근 5대 조선소들이 합동으로 e-비즈니스 컨소시움을 구성하여 시장확보에 공동보조를 취하려다가 실패했지만, 자본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휴에 나서고 있다. B2B 시범업종으로 지정받은 조선업종은 특히 하청 노동자 공동관리와 파견인력들에 대한 인건비 조정 등을 결의하고 있어서 이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격화에 대한 국내자본끼리의 공동보조를 취하는 방향에서 광범위하게 제휴를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한편, 각 개별자본들은 모두 각기 자사의 수익률 높이기에 열중할 것이므로 자본간 제휴는 명목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자본측의 ‘제휴’와 ‘협동’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자본측 공동의 입장 측면에서는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각 조선 사업장 노동조합간의 공동연대는 갈수록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각 사업장 내부의 현장 동력 복원의 문제가 시급하게 재점검되고 실천되는 가운데서 각 사업장간 연대활동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 인력관리전략
한편, 2003년까지의 물량 확보로 각 사마다 현장이 비좁을 만큼 자재가 쌓인 상태에서 직영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축되고 하청인원과 하청물량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표 5> 참조). 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과 아웃소싱, 즉 몸집줄이기와 외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경영전략, 인력관리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산업 자본측 입장에서 보면 외주화와 하청은 불가피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외주, 하청 이용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고용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가) 같은 현장에서 지위와 조건이 다른 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간 위계와 위화감이 구조화된다.
(나) 노동자간 위계와 위화감을 이용함으로써 회사는 노동자간 생산경쟁을 촉발하고 조장하므로, 현장의 노동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가 서로 회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3) 친회사주의 노조 양성과 노조 무력화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서서히 현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소위 노동생활의 질 향상(QWL) 운동과, 그 이전부터 치밀한 작업장 통제를 통하여 황색노동조합을 육성해온 일본 자본측의 노사관계 전략을 대표적인 노동조합 무력화 수단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노동조합운동과 노동자 정치운동이 이미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최고조에 달했던 선진 자본주의 각국의 자본측은 오늘날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경제위기 국면을 1960년대 말부터 주기적으로 경험해 왔으며, 그때마다 자본측과 노동자운동측의 격렬한 계급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하게 다져왔다. 그 과정에서 경제불황과 공황 위기라고 하는 상황을 등에 업고 자본측에 의하여 항상 등장한 것이 ‘사회적 합의주의’와 ‘국가경쟁력주의’였으며, 국가와 자본에 의해 노동조합운동 상층부의 매수와 회유, 포섭, 극악한 폭력과 탄압이 뒤따랐다.
미국과 일본의 노조무력화 수법들을 특히 거론하는 이유는 그러한 자본측의 수단들이 작업장 현장에서 노동조합운동의 근거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아주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의 자본측은 GM 자동차 공장을 필두로 해서 1970년대부터 노조가 없는 서부지역으로 공장이전 붐을 일으켰고, 그렇게 이전된 공장에서는 새로운 ‘인적 자원 관리’ 기법들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주요한 수단은 성과급제, 회사측에 의해 마련된 연설회나 집단토론회, 인사고과 연계 임금제도, 품질관리운동, 경영 및 고용에의 부분적인 노동조합 끌어들이기 등이었다. 공장이전이 여의치 않거나 공장을 노조가 없는 녹색지대로 이전을 했어도 또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는 ‘좀 더 실리주의적인’ 노조들이 주도해서 활동하도록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했다. 오늘날의 미국 노동조합이 세계적으로 별 볼 일 없는 노조로 전락한 과정은 이러한 70-80년대를 거쳤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동조합 운동과 독일의 노동조합운동은 2차대전 후에 집중적으로 제도화되었다. 일본은 기업별노조로, 독일은 산업별노조로 각각 국가와 자본측에 의해 구획이 되어져서 철저하게 관료적인 체계를 수립하고 체제내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 개별 기업별 자본의 생존에 의해 노조의 존폐가 갈리게 되었고, 독일의 경우 집단 산업별로 자본의 생존에 의해 노조의 존폐가 갈리게 된 셈이다. 결국 동일한 맥락에서 자본측과 희비를 같이 하는 노조들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업별노조/산별노조 논쟁과 건설과정에 대해 고려할 때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는 한 ‘조직형식적 논의’에 빠져 노동자 자신에게 종국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오히려 해악이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본측은 이렇게 노동조합운동을 자신들의 주변에 굳건하게 세워놓음으로써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본측의 의도와 논리를 벗어나지 않고 굴종하게 함으로써 생산성과 경쟁력을 보장받으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의 자본측은 노동조합운동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무력화시켜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단맛을 실컷 보았다. 그러나,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자본측의 경쟁력은 주기적인 공황에 의하여 순식간에 다시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넘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오늘날 미국과 일본 경제의 상황은 그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공황 직전에서 아프간 전쟁을 통해 종합적인 시장으로서의 전쟁 특수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과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 있다. 이 두 나라는 모두 노동자들이 옳게 처지를 자각하지 않는 이상은, 또 다시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 넘기고 경쟁력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에 노동관계법에 대해 대폭 개악하고 있는 것은 그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IV. 조선산업 노동운동의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정세점검
1) 조선산업 자본측의 경영전략
고 부가가치화, 사업 다각화, 생산성과 수익성 증대를 축으로 한 경영전략 - 조직의 축소(슬림화)와 핵심역량 강화, 전반적인 아웃소싱(글로벌소싱), 향후 3-5년간 재래선 중심 시장 우위 예상. 그 이후를 대비한 조직 정비.
조선산업 각 자본별로 작업조직과 부서 재편 등 내부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각 개별자본간 통폐합의 가능성, 판도 재편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특히 대우조선의 향배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각 자본은 직영규모를 축소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아웃소싱과 제휴를 통해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형성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자본간 경쟁구도 변화를 다시 예고하는 것임과 동시에 벌써 벌어지고 있는 판도변화에 대비하는 성격을 가진다.
현대중공업에 의한 삼호중공업 위탁경영 기한이 끝나가고 있고 이후 인수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종료(2001년 8월) 후 채권단 지분(75% 이상)이 조금씩 매각되고 있다. 조선산업 내에서는 대우조선의 이러한 지분매각뿐 아니라 사업체 매각, 통폐합 등 대우조선 처리를 축으로 해서 조선산업 기업간 2차 구조조정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요컨대 현재 국내 조선산업 자본은 현대와 삼성 그리고 대우의 불안정한 삼정립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는데, 각 자본의 외자유치와 글로벌소싱 전략에 의하여,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 대우자동차를 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현대의 기아 인수, GM의 대우차 인수, 현대와 크라이슬러 합작), 조선산업에서도 해외자본까지 가세한 2차 구조조정 가능성이 대우조선을 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현재의 국내 조선자본 3정립 상황은 깨질 수 있다.
2) 조선산업 자본을 포괄하는 자본측 일반의 속성과 자본측이 구사하는 전략들의 필연적인 귀결점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로 자본이 부딪쳐 있는 현재의 상황은 극렬한 경쟁과 사활적인 시장쟁탈전이다. 조선산업도 예외가 아니며, 다른 산업들에서 보여지고 있는 것처럼 거대자본으로의 자본집중이 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자본, 자동차자본 들에서 최근에 전개된 대대적인 노동자 감원 바람과, 자본간 일련의 통폐합과 합병 그리고 이른바 전략적 제휴들에서 볼 수 있듯이 과잉축적된 자본털어내기의 와중에서 소수자본에의 자본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현대 자본주의가 세계적인 공황국면에 돌입하여 있다는 것을 본질로 하여 드러나고 있는 것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황기에는 사회적인 총 자본의 규모 확대로 나타나는 자본의 집적보다는 이미 형성된 자본의 재편과 소수 거대자본으로의 자본의 집중이 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자본간의 격렬한 시장쟁탈전은 이미 형성된 거대한 자본마저 더 거대해지지 않으면 자신을 유지할 수 없는 정도의 과잉축적 공황상태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시작과 발전의 과정, 그리고 끊임없는 자본주의적 경쟁의 과정은 사회적 생산력의 증대과정이자 소수자본에의 끊임 없는 자본집중이지만 그 끝은 공황과 파산이다. ‘처음에는 창대하지만 그 끝은 멸망하리라’.
그럼에도 각 자본은 사활적으로 경쟁해야만 하고 지금도 경쟁하고 있다. 그 끝에 어떤 자본이 남게 되건 1930년대 공황 끝에 등장한 나찌 파시즘의 몰골이 재현되는 길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공황기에 처한 현대자본주의의 현재 상황이 보여주고 있는 그 자체이다. 미국에 의한 끊임없는 전쟁기도와 거대자본에 의한 자본집중, 그리고 자본의 전일적이고 배타적인 노동자/민중에 대한 독재체제. 신자유주의는 자본측의 이러한 독재체제이며, 자본간 경쟁을 매개로 하여 노동자/민중을 밑바닥 경쟁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으면서 자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2차 대전이후 현대의 자본주의가 나찌즘을 필두로 한 2차대전 이전의 파시즘 폐망 뒤 그 나찌의 면모에 정치적/의식적/이데올로기적으로는 일견 치를 떨면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파시즘에 대립시키면서 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종료시키지 않는 한 자본의 본질로 인하여 이미 정치적으로 나찌 파시즘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은폐시켜온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본주의 자신이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 노사관계에서의 사측 우위 유지 전략의 변모 가능성: 인사/노무관리 체계, 현장통제, 노동문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본간 경쟁은 폐망의 끝까지 미친 듯 추구되고 있는데, 자본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수록 노동자/민중에 대한 자본의 독재, 전사회에 대한 자본의 독재는 그 도를 더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의 그간의 역사 과정에서 자본의 지배수단과 수법은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왔다. 바로 앞의 2)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만인의 민주주의로 포장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그 유포의 통로들이 자본의 독재를 민주주의라는 허울좋은 이데올로기로 포장하고 그 거짓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만들어오다 보니 자본의 대리자들(자본가들)은 물론이고 소위 ‘여론’으로 표현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인의 의식은 해를 거듭해갈수록 거짓을 참으로 알고 진실로 착각하기에 이르러 자본의 강고한 이데올로기의 성이 만들어졌고,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그 이데올로기에 기초하여 거꾸로 자본의 탐욕스런 독재적 지배를 은폐하고 여전히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의 독재가 도를 더해가고 있는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노동자/민중이 자본의 욕망이 빚어서 누덕누덕 붙여놓은 이데올로기의 성에 포위되어 그속에 굳게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벽돌을 닦아서 거울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벽돌을 깨서 다시 유리를 빚어낸다면 거울이 만들어진다’.
바로 그와 같은 자본의 성을 유지시키고 만들어나가는 오늘날의 자본의 수법이 현장 노사관계의 사측 우위 전략―신경영전략―과 그 아류들이다. 앞에서 우리가 검토하였던 성과주의적 임금정책, 인사고과 평가,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는 현장통제 등과 함께, 자본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향상 논리로 점철되고 그것을 곱게 포장하여 가족관계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는 기업문화운동 등이 노동자계급을 자본의 독재에 편입시키고 있다. ‘강제된 동의’.
조선 산업 각 현장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회사측의 현장장악력을 확고하게 만들어놓은 이러한 ‘신경영전략’은 그러나 오늘날 극도의 자본간 경쟁과 자본축적위기의 와중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1) 밀착적 현장통제의 미래
일례로, 조선산업 대기업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직반장을 통한 조합원 밀착적인 현장통제는, 회사조직의 몸집줄이기 과정에서 직반장 수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부서통폐합과 분사 및 아웃소싱이 지속되면서 작업자가 없는 직과 반이 생겨나자 ‘관리할 대상이 없는 직반장’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령화, 장기근속자화에 따른 직반장과 일반근속자의 연령대별 차이가 전반적으로 축소되어 현장통제에서의 회사측 위계서열에서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 이런 점들은 각 개별자본들 즉 각 회사측의 노무관리와 현장통제 방식이 바뀔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요컨대 직반장급도 고용불안을 심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이들 현장감독자들은 그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회사측의 노무관리체계에 편재되어 충실하게 자본측의 하사관 구실을 하였으나 결국에는 회사의 경쟁력 논리에 따른 아웃소싱 과정에서 그 자신이 아웃소싱 대상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신경영전략’의 핵심적인 요소였으나 그 신경영전략의 결과로 추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본측은 그 자신들의 생존을 위하여 또다른 기법과 수단들을 개발할 것이고, 노동자가 이를 막아내고 부수지 않는 한 자본의 지배는 계속되어 종국에는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다.
이와 같은 자본의 논리를 소위 ‘중간’을 자임하며 봉합시키려고 하는 모든 개량적인 시도들에 대하여 노동자들이 일선을 긋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앞의 2)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그 과정은 자본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한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미봉적/임시방편적 수단으로 편재될 뿐이며, 거기에서 일시적인 개량의 과정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자본의 본질이 유유히 관철되는 한 자본의 괴멸적인 파탄을 막아주는 한편으로 노동자/민중을 자본과 함께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이러한 상황임에도 현장은 현장감독자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대의체계까지 각 사업장에서 회사측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
(2) 능력주의의 끝은?
한편, 현장에서 개별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핵심적인 수단인 인사고과에 따른 승진승급체계, 임금체계도 핵심 노동자층의 전반적인 고령화와 장기근속자화에 따라 요리조리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직급체계가 1990년대 들어서만 4차례 바뀌었으며, 승급단계를 줄였다 늘였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표 10> 참조).
<표 10> 대우조선 직급체계의 변천과정
연도 |
직급 |
직급 구성 |
비고 |
1984년 이전 |
7직급 |
기능사원(6직급)-기장 |
|
1984년 |
8직급 |
기능사원(6직급)-기장-총기장 |
-총기장 신설 |
1987년 |
8직급 |
기능사원(6직급)-반장-직장 |
-명칭 변경 |
1989년 |
3직급 |
기능사원(단일호봉)-반장-직장 |
-단일호봉제 실시 |
1991년 |
4직급 |
기능-기정-기감-기원 |
-기원신설
-직위·직책분리 |
1995년 |
5직급 |
기능사원-기정을-기정갑-기감-기원 |
-기정을 직급신설 |
1997년 |
6직급 |
기능사원-기선-기정을-기정갑-기감-기원 |
-기선직급 신설 |
2000년 |
5직급 10단계 |
5급(갑/을)-4급(갑/을)-3급(갑/을)-2급(갑/을)-1급(갑/을) |
|
* 자료: 대우조선노동조합(2000), ꡔ단체교섭 결과 해설서ꡕ, 5쪽. 2000년도 수정.
자본측은 현재 기존 노동자들의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승진승급체계, 임금체계에서의 전반적인 재편이 조선산업 자본뿐 아니라 어떤 산업이건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들에서 모색되고 있다. 그 방향은 말할 필요도 없이 더욱더 노동자간 경쟁심을 촉발시킴으로써 성과를 높이려고 하는 능력주의 강화의 길밖에는 자본측이 취할 다른 방도가 없다.
그리고 최대한 기존 노동자들의 자연감소를 앞당겨 기존 노동자들을 털어내는 방향을 취할 것이다. 이미 그러고 있다. 자연감소 인원에 대해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충당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비정규직을 증가시키는 자본측의 온갖 수법들, 그리고 정년을 단축하는 문제 등과 함께 능력주의적인 임직급체계의 개편이 회사측에 의해 의도되거나 제시될 때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을 경우는 현장의 노동자들 자신이 이 문제를 바로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노동조합 운동이 그러한 흐름으로 주되게 조직되어 있지 못한 것은 자본측에게 결정적인 우호적 조건이라고 하겠다. 자본의 종횡무진을 막아내지 못하는 한 자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결국은 자본측이 언젠가는 망하겠지만, ‘자동붕괴’를 기다리기에는 그동안 노동자들과 민중의 희생은 너무 비참하고 크다.
(3) 비정규직 확대 고용전략의 의도
또 한가지, 조선산업에서 보여지고 있는 자본측의 비정규직 확대전략 속에서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있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을 이후 핵심노동자층으로 끌어올려 기존노동자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조선산업에서는 ‘사내하청’이라는 특수한 형식의 도급관계를 이용해서 하청 노동자를 직영 작업구조에 편재하여 혼용작업을 하게 하는 일이 흔하다. 사내하청은 법적으로는 물량도급 관계로 원청과 계약하게 되어 있으나, 현장에서 사내하청은 실제로는 물량도급과 인원파견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내하청의 인원파견 수법인 혼용작업은 직영인원 결원시 그 부족 부분을 임시적으로 메꾸어주는 것 외에, 지위는 여전히 하청소속의 종사자이고 따라서 노동조합원이 아니면서도 직영 노동자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자신이 신분과 처우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신이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한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포괄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을 증대시킴으로써 사업장 노동조합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본의 아닌’ 자본측 ‘시다 발이’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에 대해서 회사측은 혼용작업 과정을 통해 기술/기능적 내부훈련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위력적인 힘을 경험한 그러나 이제는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정규직을 노동조합 활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기능수준에서는 정규직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노동자들을 하청에서 찾아내서 대체시킬 가능성을 자본측이 자신들의 조건으로서 만들어내고 있는 과정일 수 있다. 이런 자본측의 의도들이 관철되게 될 때 노동현장이 어떻게 되어갈지는 1990년대 동안 이른바 신경영전략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4) 노동유연화: 자본측은 고용 문제를 상시화시키고 이를 통해 직영/하청 노동자 양쪽을 통합해서 관리하고 있다
자본측의 이른바 노동력 유연화 즉 노동력 이용에서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은 오늘날의 자본측에게는 이미 사활적인 과제로 되어 있다. 자신들 스스로 다져온 눈부신 생산력 발전의 결과로 인하여 거꾸로 자본측은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력 발전의 결과를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전유(돌려치기해서 소유해가는 것)해야 존재하는 자본 스스로의 운명적인 결과이다.
애초부터 노동자들을 자본측 자신들의 지휘감독 아래 편재하여 노동하게 함으로써만(즉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만), 그래서 그 노동의 결과를 취함으로써만 자신들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를 어떻게 해서든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 자본측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위기에 처한 자본측은 노동력 유연화를 부르짖고 이를 핵심적인 한 축으로 하는 구조조정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측에게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나 정치조직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강력하게 결속력을 다지는 것만큼 더 위협적이고 강력한 도전은 없다. 그런 한편으로 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측에 의해 고용되어야만 먹고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점이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의 핵심적인 취약한 고리이다. 바로 ‘고용 문제’다. 자본측은 이 문제를 ‘노동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노동자의 가장 취약한 약점인 고용 문제를 전면화시키면서 노동자/민중을 공격해 들어온 것이 한국에서는 1997~98년 노동법 개악을 통한 ‘변형근로시간제, 근로자 파견제, 정리해고제’ 도입이다. 이 노동력 유연화 관련 법제들은 고용 문제를 상시화시키는 핵심적인 도구들이며, 노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핵심공격지점으로 해서 노동자들을 꼼짝할 수 없게 옭아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는 거의 없으며, 따라서 그러나 정반대로 이 고용, 그리고 그 결과 주어지는 ‘임금이라는 쇠사슬’에서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를 과제로 삼지 않을 수 있는 노동자 역시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금 그 해방의 과제가 곧바로 노동자들의 분노로 응결되지 않고 있다. 자본측이 ‘고용 문제’를 상시화시키고, ‘먹고사는 문제’를 물고 늘어지기를 아주 사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매스컴이 자본측의 경쟁력 논리와 수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노동자와 민중을 붙들어 매고 있고, 가족관계와 사회관계 전체가 자본의 미친 듯한 경쟁력 논리에 의해 도배되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자본의 미친 듯한 경쟁력/수익성주의에 의하여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컴퓨터가 대중화된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동안, 덩치크고 무겁던 멍텅구리 깡통 컴퓨터에서부터 지금의 팬티엄 투 쓰리 포 어쩌구까지로 나가는 동안 ‘디지털 세상’이라고 하고, 20대의 언어를 그 앞 세대들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안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기존의 장년 노동자들은 청년노동자들과 말뜻이 통하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노동자들에게 오늘날 핵심적 공통점은 모두 ‘고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청년 실업자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고, 현장에서는 중장년층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정신 없는 것은 세대를 초월하여 마찬가지 상황인 것이다. 이 와중에 ‘노동유연화’가 자본측에 의해 점쟎게 대안으로 제출되었다.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실직위협도 줄이고 꿩먹고 알먹고 가제 잡는 그물로 게도 잡고.
노동유연화는 오늘날 자본이 부딪친 위기를 노동자가 감수하게 함으로써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자본측에 의해 사활적으로 그리고 만연상태인 실직위협에 직면한 노동자들에게도 유익한 것인 양 추진되고 있다. 물론 노동자들에게 ‘고용 불안’ 즉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공포’를 안겨주면서 말이다.
노동유연화의 과정은 노동자의 전반적인 비정규직화 과정, 점점 정규직 노동자층을 축소시키면서 점점 더 광범위하게 불완전/불안정 취업자로 되어 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노동조합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나가면서 자본의 핵심 사단으로 얽어매려고 하는 자본측의 초라한 몸부림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노동유연화는 그동안 자본이 보장해준다고 공표하고 유지해온 ‘고용관계’ 형성을 통한 ‘임금’ 즉 노동자가 ‘먹고 사는’ 줄거리, 그동안 자본이 노동자를 옭아매는 가장 핵심적인 ‘쇠사슬’로 움켜쥐고 있었던 바로 그것을 자본이 더 이상 움켜쥘 수 없다는 것을 자본이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가 자본에게서 독립할 수 있는 결정적인 토대를 자본이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V. 결론에 대신하여
이상에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 문제, 그 중에서 주요하게 비정규직 확대 문제를 중심에 놓고 노자간의 접점들을 여러 가지 수준에서 짚어보았다. 가장 긴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자본측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파악하는 일, 그리고 자본의 운명과 노동자의 운명을 분리시켜 내는 일이다. 조선산업 노동조합운동은 1987년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근간을 형성하면서 주도해온 대표적인 노동조합들로 구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풀기어려운 난제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조들은 “조합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고, 대의체계는 “사측 대의원이 90% 이상이다.” 노동조합의 현장조직력은 거의 공백이라는 노동조합들의 한숨이 난제를 일부 설명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노동조합운동 상황은 그러나 조합원들은 여전히 굳건하게 현장을 지키고 있고 거기에서 노동하고 있고 매일매일 자본측과 여전히 부딪치고 있다. 자본의 현실과 노동자의 현실을 구분하고, 자본의 운명과 노동자의 운명을 가르는 길을 찾아낼 때만 이 난제는 하나씩 풀려나갈 것이다. (2002.2)
* 이 글은 「대우조선 노동조합 고용안정대책」(2001.12) 프로젝트 보고서의 앞부분 내용을 수정보완하면서 재집필한 것이다.
1) 초기에 정부측이 내놓은 나왔던 ‘기아 공기업화’ 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대출금을 출자로 전화하여 공기업 형태에서 경영을 조기 정상화시키고, 이를 위해 산업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하여 채권금융기관과 공동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둘째, 아시아차는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조기에 제3자 인수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으로 추진하되, 광주 이외의 지역으로의 공장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한다. 셋째, 산업은행은 채권단과 협의, 두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 계획과 협조융자체제를 구축한다 … 다섯째, 두 기업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되 새로운 경영자는 회사 내부인사를 재산보전관리인으로 선임토록 하고 기아차의 기술 및 기능인력과 기간경영인력의 이탈이 없도록 한다. 여섯째, 정상화된 후의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새 정부에서 공기업 처리에 대한 일반적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한다(재정경제원, 1997, 「기아차의 공기업화 방안」).
2) 공황의 본질적 원인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와 이에 따른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의 과잉생산․과잉축적이 공황의 원인이다. 과잉생산․과잉축적은 자본이 자기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이윤율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3) 바로 한국경제 위기와 함께 정부와 자본측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추진된 구조조정은 1997년과 1998년에 도입된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 파견노동제 등과 함께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권력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의 맥락에 있다.
4) 일반적으로는 고용 문제와 실업 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정부정책에서도 실업과 관련한 정책은 별개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실은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 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의 연장선에 혹은 그 배경에 실업대책 같은 정책들이 있으며, 따라서 이 둘을 통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5) 기업내부 노동시장이라는 개념은, 해당 기업의 특정한 노동력관리체계에 따른 승진승급체계, 임금체계, 노무관리 체계에 의하여 그 기업의 바깥과는 다르게 노동력을 관리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의 생산직 노무관리체계를 기업내부 노동시장이라는 이론틀에 입각해서 본다면, 핵심 직접생산부서, 핵심 간접생산부서, 주변 직접생산부서, 주변 간접생산부서, 주변 직접지원부서, 주변 간접지원부서 등의 조직체계와 1~5급의 5단계 직급체계의 승급사다리, 기능-기선-기정(갑,을)-기감-기원의 승진사다리로 되어 있다. 이 내부체계 바깥과 곁에 사내하청 노동자와 파견, 용역, 연수생 등에 대한 별도의 관리체계를 두고 있다.
6) 산업자원부 공보관실, 2001.3.30.
7) 강석재, 2001.
8) 산업자원부, 2001.3.
9) 산업자원부, 산업자원백서, 2000.
10) 산업자원부, 2001.3.30.
11) 산업자원부, 산업자원백서, 2000.
12) 1998년 현재 전 산업 임금노동자는 1,219만 1천명이며, 제조업 취업자수는 389만 8천명이다(통계청 자료).
13) 1999년의 제조업 취업자수는 400만 6천명이다(통계청 자료).
14) 산업자원부, 2001.6.11.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