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96년 정세를 점검한다
비자금-5.18정국의 성격과 96년 정치전망
96년 총선과 노동운동의 대응을 점검한다
● 일시 : 1995년 1월 15일(월) 오후 6시 30-분
● 장소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회의실
● 참석자 : 김철수 진보정치연합 공동대표
김혜련 새로운 노동자정치조직 준비위원회 대표
박장근 전국노동단체연합 의장
전용정 한국노동운동협의회 정책위원장
최규엽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위원장
● 사회 : 남구현 편집위원장
● 정리 : 곽탁성 편집위원
사회자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저희 연구소 회보
ꡔ현장에서 미래를ꡕ에서는 총선문제를 이번호
특집으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현재 자본진영의 각 정파는 5.18,
비자금 문제 등으로 정치바람이 불면서 혼돈상태에 빠져 있고
어느 누구도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노동측은 아직 정치적 역량이 미비한 상태에서, 새로이 출범한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문제가 다시 새롭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노동운동진영의 총선대책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현재의 국제정세는 어떠한가?
오늘의 토론을 위해 크게 3가지로 주제를 잡았습니다. 1. 현재의
정세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2.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그
전망과 과제는 무엇인가? 3. 총선에 임하는 전술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입니다.
먼저 정세인식에 대해서 논의해 보죠. 현재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는 정치혐오증이라는 말이 일상언어가 될
정도로 기존의 제도정치는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였고, 다른
측면에서는 이태리나 프랑스 등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에 반해
대중투쟁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기존의
정치조직과 결합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서 무정형의
투쟁이라고도 불려지고 있습니다. 동구사회주의의 경우에는
구공산당의 몰락 이후 진행되어온 자본주의화 개혁시도가 엄청난
모순을 불러 일으키면서 다시금 좌파정당들이 대거 집권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국제정세가 우리 운동에 끼치는 규정성은
상당한데요. 이렇듯 이제까지의 큰 구도가 파열된 현재의 국제
정세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최규엽
저는 동구권이 전환되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사실상 대중들은
사회주의 그 자체를 부정했다기 보다는 공산당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현실이 정말로
견딜 수 없고 자본주의는 착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이상사회 건설을 향해 시지푸스의 신화처럼 다시
돌을 굴리고 있는 것입니다. WTO체제 하에 선진자본주의의
모순이 기존에 우리가 제 3세계로 불러왔던 국가들 - 가령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대중투쟁 고양,
동구사회주의 개혁시도의 각종 모순 봉착 등
국제정세는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멕시코의 -7% 성장과 같이 - 에 전가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황 하에서 대중들의 이러한 진출은
더욱 격화될 것입니다. 현 시기는 과도기이며 다가올 21세기는
다시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88년에 자본론 출판이 합법화되었습니다.
타국의 경우에도 자본론 출판의 합법화 시기를 변혁운동의
주요한 지표로 삼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이론적 기초가
튼튼하게 뿌리내리지 않은 가운데 동구권이 붕괴되니까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사고가, 특히 87년 이후 좀 더 고민을
빨리 한 부분에서부터 나타나고 이후 이들이 더욱 빨리 전향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유행풍조에 따르지 않는 주체적이고
학문적 자세로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박장근
국제정세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전반적인 견해를 피력하기에는
좀더 정리가 되어야 하겠구요, 현재의 국제정세에 대해서 갖고
있는 느낌을 간략하게 말씀드리죠.
저는 우리의 운동이 기존 사회주의권 붕괴의 정치적 충격을 내적
계기로 흡수하지 못했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반(反)정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기존
서유럽 사민주의에 대한 선택적 호감도가 강화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혁명이라는 말을 쓰는 게
구닥다리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서유럽투쟁을 서유럽의 계급투쟁과 어떻게
연관지을 것인가의 문제는 남지만 먼 발치에서 보면 기존의
사민주의 모델과는 다른 새로운 계급투쟁지형이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신보수주의적 광풍에 대응 방안을
못내는 상태로 보입니다. 동구권의 몰락이 자본주의 만만세가
아니라면 우리는 기존의 러시아나 중국 사회주의 모델에 대해서
비판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문제설정 수준이겠죠. 저는
최근 보여지는 동구권의 상황은 자본주의화 과정의 정치적
부침이라고 봅니다. 확대평가는 곤란하다는 것이죠. 사실
동구권의 경우는 정치활동이 의회주의 방식으로 정착되어있고
경제질서는 사적소유를 기초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공식적
경제부문 -가령 마피아-도 상당히 깊게 뿌리내린 상태이고.
김혜련
우선 국제정보와 자료가 대단히 부족한 상태의 판단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변혁운동진영이 기존
동구권에 관해 무비판적으로 노동자국가라고 본 것 같습니다.
동구권을 하나의 성공한 모델로만 인식해 왔다가 갑자기
몰락하자 그 반대급부로 서유럽을 모델로 삼는 비과학적인
사상운동의 한계가 드러난 것입니다. 구소련과 동구의 몰락으로
세계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할 것이란 환상이 존재했지만 전일화된
세계자본주의 체계와 일국자본 간의 경쟁적 모순이 현재 보이는
서구유럽의 자생적인 대중투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복지정책의 후퇴, 임금의 삭감 등 자본의 불안정한 요소가
결합된 대중투쟁들이죠. 대중투쟁은 폭발하고 있지만 그 경향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고 정치적으로
대중투쟁의 역동성을 모아나가는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정치혐오증이 남아 있는 것은 우리와 별반 다른
현상 같지 않습니다.
구공산당에 대한 지지는 개개인의 권리침해와 사회적 불안,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급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세웠던 국가가 몰락했던 원인, 현실에 대한 진단 등은
여전히 되고 있지 않구요.
저는 구소련과 동구가 과연 노동자국가였는가를 반문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가지 기준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데 첫째,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어떠했는가, 즉 모든 생산수단의 통제와 운영을
밝혀내야 됩니다. 진정한 의미의 노동계급적인 통제가 있었다면
그 사회는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니까요. 두번째,
생산되는 모든 자산이 인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쓰여졌는가?
아닌가? 혁명직후의 생산력은 높아졌으나 대중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었다면 그 문제를 추적해서 밝혀야 될 것입니다. 진영대
진영으로 남아 있어 사회주의의 전면화가 어려웠던 한계가
있었는지....
김철수
현재는 국적과 국경을 넘는 초국적 자본의 새로운
자본운동양식이 세계자본주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자본국제화는 세계자본주의의 본질적 흐름이 될 것입니다. YS
정권도 즉흥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의도가 담겨있지만 사실상
초국적 자본에 대한 자본의 대응양식으로 보아야 합니다. 현재
서구에서 보여지는 대중투쟁의 활성화는 사민주의 약화에 따른
근로대중의 복지후퇴에 대한 대응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현재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필연적인 이해를 갖는 것이죠.
사회자
우리 운동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이죠?
김철수
독점자본에 대한 대응을 좀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령 신경영전략이나 경영참가 등. 국경이 없어지고 세계적 단일
시장이 형성되는 요즈음 국내 총자본을 넘는 세계적 자본 그
자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95년에 제기된 사개투의 경우
그 불철저함과 후유증으로 비판받았지만 현재의 세계자본주의와
총자본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사활적인 방향입니다. 그리고
동구공산주의에 대해서 박의장과는 시각을 달리하는데요, 저는
개혁공산주의는 레닌과 스탈린 시대에도 엄존할 만큼 자기역사가
있었다고 보고, 소련과 폴란드를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합니다.
이들이 기존의 모순을 극복할 가능성은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해야 합니다. 저는
동구의 현실이 공산주의의 복귀나 자본주의화 모두 아니라고
봅니다.
YS개혁과 우리의 대응과정은 어떠했는가?
사회자
이제 국내 정세를 검토해 보죠. YS개혁 문제인데요. 최근 5.18
및 비자금 정국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YS 스스로도 동요하였고
아직 정치권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YS개혁을 보면
내용에서는 사실상 왔다갔다하지만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집권초기에서부터 민주노총 출범을 전후해 보였던 각종의 탄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억압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YS
개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또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 보죠.
박장근
5․6공 청산작업은 첫째로는 총자본수준에서의 합리화가
관철되어지는 과정입니다. 즉, 자본의 합리화와 맞물리는
정치구조의 합리화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요, 총자본의 이해가
일관되게 관철되어지는 이러한 과정은, 총선과 대선을
경과하면서 완성되어질 것입니다.
둘째로는 지배세력내의 집권세력으로서 불가피하게 터져나오는
사건을 활용하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카드가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검증되어진 카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로는
지배세력내부의 위기를 민중운동의 성장계기로 어떻게
전화시켜내는가의 문제인데요, 사실 민중(진보)진영은 이 점에서
대단히 근시안적이고 미시적인, 한마디로 전략부재였다고 할 수
있죠. 현재 전두환, 노태우의 구속과 같은 성과가 YS에게
수렴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김혜련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사물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현재 노동측의 주체가 없다고 봅니다.
YS개혁은 수십 년에 걸친 군부독재의 자본축적체제보다 좀더
합리적인 자본축적을 용이하게하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자본에 대응하는 주체가 부재한 가운데 논의와 행동의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주체형성의 취약성 때문에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자본의 주도성은 지속적으로 관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생적인 투쟁에 힘입고 이와 결합하면서
정치적으로 조직화해 들어가는 변혁주체의 계획이 문제의식의
관건이죠.
박장근
그 주체계획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문제인가요?
김혜련
주체없는 정세인식은 무의미하다는 뜻이죠.
사회자
95년 5.18 투쟁은 기존 제도 정치권이 교란된 측면도 있었고,
다른 측면으로 YS(브르조아)의 합리화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충분한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진행이 되었습니다. 투쟁의 하반기 이후 5.18 투쟁대오에서
노동자의 깃발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신속한 주체전환이
더디게 진행되었죠.
최규엽
지난번 지자제선거시 오세철 교수님은 상당히 비판적이셨는데,
저도 선거에 대한 원칙적 태도를 부정하지는 않으나 개량적
투쟁의 유의미성을 놓치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이를 놓치면
소아병이 되죠. 이번 투쟁에서 언론과 국민의 많은 지지를
우리는 얻었습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대응이 간첩사건
조작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광주항쟁 유가족의 명동 텐트농성이
서울시민에게 영향을 주고 투쟁을 촉발시켰던 그 당시 상황은
전국연합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삼씨의 특별법
수용은 ‘역사 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삼고있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5․6공 세력들의 정당결성 시도가 있었고 결국
민자당내 헤게모니싸움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예전의 전노협과는 달리 시민운동과만 결합하려 하였고 이번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부르주아민주주의의 확대는
노동자계급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죠.
전용정
5.18 투쟁은 전국연합을 위시한 민족민주진영이 주도한
범국민적 투쟁의 성과로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기성
제도정치권의 타협과 흥정으로 꺼져가던 불길을, 완강하고
끈질긴 투쟁으로 되살려내고 결국 현정권이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시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김영삼정권및 YS개혁에 대해서는 그것을 지지할 것인가
말것인가가 초점이 아니라 민족민주진영에게 어떠한 실천적
의미를 갖는가의 측면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민족민주진영의
투쟁의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 강화로 이용하려는 김정권의
정략이 숨어 있지만, 여하튼 투쟁을 통해 쟁취한 성과와 정치적
공간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나가는 전술적 지혜
97년 이전에 준정당적 정치조직을 건설하고,
이후 브라질 노동자당처럼 대동단결한 조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가 필요하며 이제 노동악법, 국가보안법 철폐와 안기부 해체 등
5․6공 잔재의 완전청산의 요구를 내거는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5․6공 완전청산 투쟁은
정세발전을 주도하고 정치세력화의 유리한 조건을 창출하는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간 민족민주진영 투쟁의 정치적 성과가 온전히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한 것은 대안세력의 부재에 있습니다. 결국
정치세력화의 문제라고 봅니다.
최규엽
사실상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김영삼, 김대중 씨가 챙겨간 게
별로 없습니다. 이번 투쟁의 성과는 국민이 가져간 거죠. 문제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현재도 여전히 진보적이고
반미적인 세력이 탄압받는 상태입니다. 저는 5․6공
완전청산과 민주대개혁을 위한 총선대책위를 통해 공동대응 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현재 전국연합에 비판적 지지파는
없습니다. 김대중씨도 지난번 근로자파견법 항의시위 때
전국연합 때문에 표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현재 전국연합은
민중연대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는 97년
이전에 준정당적 정치조직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브라질 노동자당처럼 대동단결한 정당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논쟁지점은 합법정당 문제인데 이 문제도 건강하게
대응하면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다수에 복무하는 것이
민주집중제의 핵심이라면 민주집중제의 원칙을 지키면서
노선투쟁을 할 때 이 문제는 해결되어 질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노조 조직률도 높여야 하고 질적 의식도 높여야 하는
상태입니다. 진보,민중진영의 단결이 어느 때보다
요구됩니다.
사회자
지난 5.18투쟁 시 민주노총은 적극적인 결합을 별로 하지
못했고 오히려 시민운동이 언론에 부각되었습니다. 95년 말에
「이덕인열사 비대위」를 중심으로
「민운탄대책위」가 결성되어지고 여러 세력들이 이
단위와 결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않고 있습니다. 5.18이나 민중운동탄압 같은 구체적인
투쟁에 노동자들의 주체적 참여가 결여되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규엽
민주노총은 노선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조수원열사 투쟁은
정말로 훌륭한 투쟁이었습니다.
이덕인열사와 조수원열사의 투쟁을 대립시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전국연합은 감당할 수 없어서 못들어 갔습니다.
강조점의 차이가 있지만 역할 분담으로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해 나가야죠.
김철수
김영삼정권은 3당합당을 했던 시기의 노태우정권과는 달리
자본축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총자본의 요구를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권이 하는 개혁은 대안세력의 힘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므로 비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투쟁의 에너지가 엄존하고 있는 현 정권하에서 5.18투쟁과
같은 투쟁이 계속 터져나올 것은 쉽게 예견되어집니다.
사회대개혁투쟁과 같은 완전한 과거청산투쟁이 지속적인
운동과제로 잡혀져야 할 것입니다.
전용정
무엇보다도 주체정립이 필요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전․노구속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타협으로
잊혀질 수 있는 사안을 진보적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는 투쟁에
대한 신심을 가져야합니다.
박장근
5.18투쟁시 「5․18대책위」 이후 방향설정이
불분명했는데 이는 기존 투쟁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표현했다고
봅니다. 5.18투쟁이 이후 YS에게로 주체이전을 하게 되고,
우리는 몸은 대주면서 성과는 빼앗겼는데 이 점을 놓쳐서는
곤란합니다.
전용정
몸만 대주었던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것은 대안의
부재라는 한계 속에서 나온 것이며 그 성과를 무시해서는
곤란합니다. 어쨌든 국민에게 쿠테타 세력,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과 승리감을 갖게 해 주었고 민족민주진영의
투쟁이 정당하였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반공통치 기구와 제도를 청산하는 투쟁의 확고한 명분과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김혜련
정치권력과 토대의 통일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5.18 처리문제가 전개되었지만, 반면 자본은 더욱 강화된
노동통제 양식을 갖고 공세를 전개하였습니다. 95년 수많은
노동자, 빈민의 분신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도 김시자 한일병원노조 지부장이 분신을 하였습니다.
자본축적을 위한 노자대립 정도가 얼마나 강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한 예 아닙니까? 5.18투쟁이 특별법쟁취로 머물러서는
곤란합니다. 앞서 보여주는 노동자투쟁과 결합하여
정치권력획득과 연관지워진 활동과 투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러한 투쟁과 결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5.18대책위」를 해소하게 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탄압에 공동대응 하기위한 「민운탄대책위」로
모이는 게 아닙니까? 투쟁 사안을 분리해서 보는 사고와
사안별로 별도의 체계로만 인식하고 실천하는 한계가 이번
투쟁에서 보여졌습니다.
전용정
기존의 과제를 5․6공 미청산의 문제로 묶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장근
이러한 문제를 5․6공 청산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까?
이는 현실 민중동운탄압의 문제인데요, 현장 전선을 설치하고
이를 복구해내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접근한다면 현재성과
생동감이 담보될 수 없습니다.
5.18대책위의
불분명한 방향설정은
투쟁이 갖고 있는 한계의 표현이며,
5.18투쟁의 경우 그 성과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점을 놓쳐서는
곤란합니다.
전용정
단순히 몇 몇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기층투쟁 문제를 전선으로
모아나가자는 취지지요.
박장근
그런 취지에는 동의하는데요, 그것이 아까 말씀하신
총선대책위의 형식으로 가능할까요
첫째로 전국연합이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 이러한 사안을
만들고 있고, 둘째로 5․6공 청산투쟁에 대한
「5․18대책위」의 자기평가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사안은 사안별 대안 조직이 아닌 전선조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민민진영을 아우르는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총대위문제를 처음
듣는데요,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이러저러한 기구에 대한
제안보다 내용적인 면에 대해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후 건설되어야 정치조직의 상과 경로는?
정치조직과 민주노총, 전선운동, 시민운동의 관계는?
사회자
5.18 투쟁이 진행되면서 현재의 상황이 6.29와 유사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87년 6월 투쟁이 6.29로
수렴되어지고, 이후 7, 8월 노동자 대투쟁이 전개되었지만 12월
대선으로 전체판이 휩쓸려 들어갔죠. 그래서 애초부터 YS가
5.18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서 노동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국민대회가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해보면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동력이 약화되어졌죠. 그런데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후
깃발의 구성이 변화하면서 점차로 노동운동진영의 참여도가
높아졌습니다. 5.18특별법 제정 발표 이후
「5․18대책위」가 해소되어졌는데, 이 투쟁의
발전방향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현재에는
노동자계급의 계급성을 강조하는 부분과 국민성을 강조하면서
시민운동과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부분 사이에
시각차이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민주노총 출범 등의 여건 변화를 반영하면서
정치조직건설, 민중연대, 계급연대 등의 논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치조직 건설의 상과 경로, 구체적인 과제설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죠.
먼저 정치조직건설의 상과 경로, 목표, 민주노총및 전선운동과
시민운동과의 관계등에 대해서 논의해 봅시다.
박장근
새해들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화두거리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결국 민중운동의 정치적 주체설정과 조직적 건설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 논의는 공세적 차원의
문제설정이라기 보다는 이중의 수세성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자기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수성의 문제인데요,
총자본의 공세로부터 어떻게 우리 자신을 지켜낼 것인가,
둘째로는 진보진영의 해체와 체제내적 포섭에서 오는 정치적
단결의 필요성을 들 수 있습니다. 구체적 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의 합의와 통일 수준이 낮은 상태인데요, 변혁운동의 법통을
잇는 올곧은 조직의 구성을 위해서 이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정치조직의 구성요건은 기층 대중운동에 대한 정치적 대변,
투쟁의 엄호 및 운동의 안내라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치조직은 기층과 한 몸이 되는 조직이고, 기층대중의 이해를
대변, 엄호, 안내하는 방식에서 제도권정당과 차이를 가져야
하며, 입법과 의회활동에 자신을 제한해서는 곤란합니다. 사소한
차이는 공동의 과제로 안고 갈 수 있겠죠.
민주노총이 정치위원회를 구성하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시도는 대중조직의 자기질서로 볼 때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층 대중조직은 정치조직과
지지․지원관계를 분명히 하는 관계라고 봅니다.
시민운동을 살펴보면, 원칙적 수준에서 계급정당의 관점에서
시민운동과 연대하고 조직하는 것이 올바르겠죠. 국민정당으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시민운동이 중심이 되고
기층운동이 주변화, 부문운동화된다면 이는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죠.
최근에 전국연합 내부에서 정치조직건설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데, 한편으로는 전국연합에서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우리 운동의 불행이라 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연합 `내부'논의가 축약되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선조직은 정치조직과는 구분해서 설치되고
강화․발전해야 합니다.
전용정
전국연합이라는 전선조직에서 정치조직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은 전국연합에서 정치조직을 직접 건설하자는 것이라기 보다,
정치조직 문제는 전선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문제이고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이기에 논의가 된 것입니다.
어쨌든 현재 전국연합 조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위의 자체
설문조사에 의하면 정치조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나 그 상과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 합의를
보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간 90년대 초반부터 정치조직건설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론화 될 수 없었고, 제기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주객관적 조건이 상당히 성숙해 가고
있습니다.
87년 이후 90년대 초반을 경과하면서 민주노총의 건설로
상징되듯이 대중운동은 꾸준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치적 구심조직의 부재는 우리의 운동이 발전해 나가는데
일정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체운동과 전선운동의
강화를 위해서도 정치조직의 건설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정당을 지향하는 정치조직, 준정당적
정치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직은 계급정당보다는
노동자, 학생, 농민, 진보적 양심세력을 포괄하는 통일전선적
조직이고, 특정 계급에 입각한 정당보다는 자주,민주,통일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개인 가입의 정치적 결사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조직의 상과 성격에 대한 규정도
중요하지만, 민족민주운동의 대의와 방향을 실현할 민족민주적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중심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와 조직적, 대중적 토대를 어떻게 구축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실천적 과제라고 봅니다.
또한 정치세력화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일부 사람들은 정치세력화를 제도권 진출로
협소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저는 제도권 진출과 운동세력의
사회정치적 영향력 강화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정당세력화 + 민민진영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라고 할 수 있죠.
정치세력화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대중을 주체로 세우는
과정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되어 최근 기층조직의 정체현상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ꡔ말ꡕ지를 보면 학생회 선거참여율(투표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노선상의 대립보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대중조직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도권 진출로 정치세력화문제를 협소하게 제한하지 말고
제도권내의 교두보 확보를 넘어서는 보다 폭넓고 깊은
문제의식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시민운동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87년 이후 열려진 합법공간,
대중의식변화와 맞물려 이 운동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시민운동은 다양한 대중요구의 반영이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경실련」 이외의 많은 단체가 시민운동
내에 있습니다. 우리가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개량적 세력이
발호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민주노총 내에 정치위원회의 설치에 대해서는 저는 긍적적으로
봅니다.
민주노총이 대중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후 결성될
민족민주정당과 튼튼하게 결합하기 위한 자체의 조건을
성숙시키려는 방향에서 정치위원회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한 그러한 방향에서 설치되었다고 판단합니다.
김혜련
정치세력화는 정치적 조직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모순에 의해서 불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대중투쟁을
일상적으로 예비하고, 벌어진 투쟁을 엄호하면서 정치권력으로
연결시키려는 의식적 노력이 없이는 투쟁의 반복만이 되풀이
되어질 뿐입니다. 이러한 실천적인
지금은 기존 노선에 대한 검토와 정치적 조직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조직은
투쟁을 통해 대중을 전취하고 신뢰받는 조직으로 스스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결사는 노자대립에서 야기되는 사안에 대한 극복과 폐절을
목표로 했을 때 지속성과 변혁성을 찾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을 매개로 분리되어
있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도 노동자계급의 당 건설은 필연적입니다.
현재의 조건은 소수에서 출발해야 하며, 전국적 관점에서
재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수준은 당건설의 지향을 갖는
맹아로서의 정치조직입니다. 이러한 정치조직은 자본주의 모순의
폐절과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해 끊임없는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최소한의 기준을 갖춘 강령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계급의 당을 건설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의회내에서
세력을 갖는 것이 중심적 사안이 아닙니다. 정치세력화란
투쟁력에 기초한 사회적 파급력이 인정되어지면서 사회의
정치세력으로 인식되어지는 것 아닙니까?
현재 우리는 조직적 공세를 취할 정도로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본진영은 5~6년 간을 거치면서 정비사업을 해
왔습니다. 그간 우리는 정치조직건설을 방기해 왔구요. 그 동안
자본주의가 미발달했기 때문에 2단계 혁명에 근거한 정치활동이
다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선의 한계로 직접적인
노동자계급의 정치조직운동의 독자성은 취약해지고 그 활동은
자본가계급이나 중간계급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지금은 기존 노선에 대한 검토와 대중투쟁을 준비하는
기관으로서 정치조직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전선운동과의
긴밀한 연관도 당연한 활동방향이겠죠.
현재 대중운동의 전개에 비해 정치조직운동은 대단히
취약합니다. 무엇보다도 제반 사안과 긴밀하게 결합하여
공동투쟁을 전개하면서 대중적 신뢰를 획득해야 합니다. 그 동안
정치조직은 투쟁을 방기해 왔고 의회진출이나 자기세력화만 꾀해
왔습니다. 노동대중에게는 철새로 비춰지면서
정치적․실천적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투쟁을
통해 대중을 전취하고 신뢰받는 조직으로 스스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시민운동의 요구는 사회모순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체적인 모순에 대한 인식의 결여속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전에 있었던 부천의 ‘담배 자판기
철폐투쟁’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민운동의 주도세력
중에는 대안사회를 준비하다 이탈하여 하향화되어진 세력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민운동은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대중운동의
수원지입니다. 그렇지만 정치적 집중구조가 없으면 시민운동도
그 활동이 하향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말고 그 한계성을 극복하고
정치적으로 모아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정당건설에 민주노총과는
조직적으로 결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치조직은 개인의
자발적 결사체로 구성될 것입니다. 집합개념으로 본다면
교집합의 확대발전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김철수
저는 시민운동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합니다. 한국사회는
시민혁명의 경험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김영삼정권을
브르조아민주주의 확립과정에서 이해한다면 시민운동은 그
발생의 토대적 근거를 갖습니다. 시민사회 형성기인
한국사회에서 시민운동은 김영삼정권이 갖는 한계를 감당해야
하는 역사적, 과도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점차
자본주의 모순과 대립하면서 노동자 대중과 함께 자본주의
극복의 문제를 갖고 합일점을 가질 것입니다. 현시기 시민운동에
대해서 우리는 자본주의 합법칙성에 일치하도록 모아나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견인하려는 태도는 역사의 합법칙성에
모순된 태도입니다.
박장근
시민운동중심론이 기간의 민중운동과 다른 시각을 갖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죠.
전용정
문제의 초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현재 시민운동의 주체에 대한
평가와 시민운동이라고 통칭되고 있는 환경, 교통 등의 문제, 즉
대중의 생활상의 요구는 구분해야 합니다. 환경문제나 교통문제
등은 대중의 요구가 다양하게 표출된 것으로 보고 이러한 대중의
요구와 어떻게 결합해서 주도력을 행사할 것인가가 문제의
초점이라고 봅니다
박장근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관점과 접근 방법을 개발하는 게
필요한데요, 시민운동이 구조적으로 민중운동을 이끌어 가려는게
문제라는 거죠
전용정
시민운동의 주요 주체들이 민중운동에 대해 경쟁적 태도를
갖는데, 운동의 대의에 대한 부정과 회의속에 대안으로서
시민운동이 설정되는 점이 갈등과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에 대해서 적대적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원칙을
정립하고 공동대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 견인력이 없을
때에는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돌아오는 몫은 우리
것이죠. 정책적 대안을 못 세운 채 배타적 태도를 가졌던 모습도
반성해야 합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전국연합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지역에서도 고민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철수
견인이라는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거죠. 시민운동은 존립근거를
갖는 운동입니다. 견인이 불가능해요. 현재 진행되는 시민운동은
어느 시점에서는 약화될 것입니다.
전용정
시민운동의 성격구분도 필요합니다. 시일이 지나면
약화되어지느냐,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정 정도 자신의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인천 핵폐기장 투쟁을 예로 놓고 봐도,
환경문제도 결국 정권과의 대립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민중운동진영이 주도해서 대중을 자기대중으로 가져가야지
방치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김철수
최근 정치세력화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당건설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저희 「진정연」에서는
분단문제를 포함한 한국사회 정치지형에서 90년대 후반기에
적합한 정치조직의 형태는 사회진보를 담보하고,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정당의 형태를 띄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민주노총과 전국연합이 정당의 문제로 접근하는 현상은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의 변화된 조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첫째가 지방자치제의 전면적 실시이고, 둘째가
민주노총의 건설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건의 변화를
당건설을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3김
청산의 열기는 지자제 이후 개혁신당에 의해 대체, 좌초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읍니다. 정치세력화는 개혁신당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개혁신당은 지자제의
열기를 수렴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지역할거구도에 근거한
보수세력 수혈수준에 끝날 것입니다.
총선 이후 우리는 -실패로 예상되지만- 개혁신당을 평가하면서
기층대중이 중심이 되는 당건설의 주도권을 가시화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총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총선 이후 준정당조직을 건설하고, 대선에
독자후보전술로 대응하며, 대선을 경과한 이후 정당을
건설한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정과
계획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당면 총선에 어떻게 대응해야 총선
이후 기층대중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군부독재 잔재청산과
민주개혁을 위한 공동대책기구'를 제안합니다. 총선에 대한
전면적 대응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이러한 기구는 시동을 건다는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당건설과 관련된 여러 논의의 전면화는
현재로서는 비생산적입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공동대응을
모색하면서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도록 합시다. 이를
위한 합의지점이 도출되어야 하겠지요. 계급정당의 문제는
분단체제인 현 조건을 놓고 볼 때 강령의 문제를 포함하여
장기적 계획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진보정당이 제 세력의
합의하에 건설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전술을 갖고 개입할 것인가?
사회자
이제 구체적인 전술문제를 검토해 봅시다. 선거에 개입하면서
대중투쟁이 방기되는 문제가 항상 있어왔는데, 대중투쟁과의
결합문제를 포함하여 이번 총선의 성격과 개입수준,
후보전술문제를 포함한 제반 전술사안에 대해 논의해 보죠
김혜련
지역단위 수준으로만 총선전술을 짜면 안되고 전국적
주체역량을 결집하고 내용정립과 맞물릴 때에 그 전술이
유의미할 것입니다. 현재는 주체내부의 정비정도가 매우
취약하고, 준비정도에 대한 상호확인과 조율작업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해마다 선거가 실시되는데 이 공간 또한 변혁운동의
투쟁공간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주체역량을 결집하고, 제 민주적
권리를 일정한 방향과 내용으로 집중하며, 각종의 탄압을
폭로하고 제반 투쟁을 엄호하는 장으로 선거투쟁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 「새로운 노동자정치조직」에서는 현재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강화되고 있고, 생산수단이 노동자, 민중의
통제를 받지 않는한 모순은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제기해 들어갈 것입니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제기와
더불어 우리들의 실천을 대중적으로 검증받는다는 차원에서 이번
선거에 개입하려 합니다. 아직까지 전국 실사가 되어있지 않지만
구로와 인천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서는 독자후보전술을, 다른
지역에서는 독자단일후보에 결합하는 방향을 설정할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하에 선거구에 구애 받지 않고 선거투쟁의 전형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이후 각 조직의
후보전술과 내용이 확인되면 공동발대식, 공동선전선동의
방향수립 등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전용정
막상 선거에 돌입하면 운동의 대의를 선전하고 전파하는 것과
표의 획득이라는 현실 간에 괴리가 존재하게 됩니다. 선거에
참여할 때는 국가보안법철폐, 노동악법철폐 등을 당연히
제시해야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흔한 말로 표
떨어지게 만드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됩니다. 선거투쟁과
대중투쟁의 결합을 원칙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
이번 선거는 민민세력을 정치세력으로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98년 지자제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3년간의 계획을 갖고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렇게 쉽게 되지 않아요. 그 이유는 대중의 정치의식, 운동세력과
대중과의 혈연적 결합력, 기반의 취약 즉 대중적 기반의 한계
속에서 나타납니다.
거는 일상적 대중활동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에서의
선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텐데요, 일상적인
활동의 성과에 기초해 선거 승리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선거는
그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당장 눈앞에 닥쳐서 대응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장기적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총선의 경우 그 조건이 대단히 취약합니다. 선거를
치를 전국적 정치조직이 없는 상태이고 운동세력의 대중적
기반이 미약한 상태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5․6공 청산투쟁과 결합시켜 민민세력을
정치세력으로 부각시키며, 지역단위에서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98년 지자제 선거가 대단히 중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98년에는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비상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커다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김혜련
96년 총선을 예상해보면 작은 규모의 정치집회를 수시로
열어나가고, 투쟁을 엄호하는 모습 속에서 상반기 노동자투쟁의
유리한 조건들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일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박장근
앞에서 말씀하신 선거전술도 중요하지만 선거자체에 대해서,
가령 선거가 갖는 의미, 비례대표제의 부재 등 선거법수준의
각종 제약을 투쟁사안으로 배치하는 문제 등이 검토되어져야
합니다. 대부분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고, 각종 경조사를
일상활동 수준에서 대응하는 제도권과 다른 조건에 있는 우리의
경우 이러한 지점이 구상되어야 한다는 거죠. 선전선동의
관점에서 선거를 바라보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선전매체가 홍수를 이루는 조건에서
선거가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러시아와는 상당히 다른
조건이죠. 과연 대중들이 정견발표를 얼마나 듣나? 선전선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한 측면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만약 노동자후보가 당선되서 국회내에서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보다 큰 전략단위에서 선거전술을 배치해야 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인되는군요. 그렇다면 이를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데요.
박장근
저희 「전국노련」의 경우 독자적 대응방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 조직의 상태나 성격이 그러하고, 선거를
위해 요구되는 비용과 노력, 그 성과를 수렴할 준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국연합이나 민주노총이 독자후보전술을
원칙화하는 현상은 상당히 진일보한 점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후보물색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독자후보, 무소속후보, 선거연합 등의 발상이 있는데,
선거연합의 경우 원칙과 주체가 분명한 선거연합이 되지 않으면
기존의 민주대연합과 별다른 차이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노동자후보의 경우 민중운동의 목표와 양식에 맞게 배치하지
않으면 소외된 정치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중앙수준의 후보배치가 가능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겠고, 현총련, 과기노조,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같은 지역,
업종차원에서 집단적 결의하에 후보가 배치되고, 이들 후보가
조직에 복무하는 모델이 자리잡혀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노동자(민민)후보를 추인하는 수준의 대응은 곤란합니다.
김철수
저희 「진보연합」에서는 작년 9월 하순
대의원대회를 통해 "개혁
어려운 조건이지만 이후의 정치일정을 고려하여,
총선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합니다.
신당후보로 출마한다"는 총선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이런
방침하에 다수가 개혁신당 후보를 지지하는 상태이고, 한편으로
무소속출마를 허용하는 절충적인 상태입니다. 현재 일곱 분이
후보출마를 모색하고 있는데 두 분은 무소속(서울 성동갑과,
대구 서부을)후보로, 다섯 분은 개혁신당 참여를 통해
통합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그 중 두 분은 공천이
확정됐고 세 분은 경합중인데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통합민주당 내부는 인물영입에 따라 공천변동이 무척 심해서
현재까지 현역이 있는 지역만 공천이 되어 있고, 그외의 지역은
아무도 공천이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민주당출신이
주도권을 가진 가운데 개혁신당출신은 왜소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대규모 사업장을 접촉하면서 총선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는데 후보가 드물고 통합선거법이
선거연합을 상당히 제약하고 있어서 폭넓은 선거연합은 한계가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 노동단체와 민주노총, 전국연합의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는데 모든 단체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현재 예상되는 후보 숫자가 민주노총 1인, 전국연합 3인, 진정연
등을 포함해서 많아야 10명 남짓한데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97년 대선과 대선이후 있을 당건설 문제의 구체화, 98년 지자제
등을 염두에 두면서 시동을 건다는 의미로 공동대응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사회자
오랜 시간에 걸쳐서 상당히 많은 주제를 논의했습니다. 수
십개의 잘 쓰여진 프로그램보다 현실운동에서의 실제적인
일보전진이 더 중요하다는 정신을 갖고, 오늘 논의된 여러가지
문제의식을 더욱 구체화하고 합의지점을 높이면서 우리 운동이
실제로 전진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