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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죽이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74호
김승환


신경제 죽이기
김 승 환/연구원





“자본과 자본의 자기증식이 생산의 출발점과 종점, 동기와 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 생산은 오직 자본을 위한 생산에 불과하며 따라서 생산수단이 생산자들의 사회의 생활과정을 끊임없이 확대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한계가 있다.”
(칼 맑스, 김수행 역, ꡔ자본론ꡕ 3-上, p.298.)


1. 들어가며
지난 92년부터 99년까지 미국은 전례 없는 호황과 고성장을 이루었다. 90년 이전에 연 2%대의 성장정도만 기록하던 미국은 이 시기에 4~4.5%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구가하면서 물가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된다. 미국은 이 시기를 신경제라 부르며 자본주의 우월성의 승리라며 기뻐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 미국경제는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불황을 맞이하게 된다. 신경제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성장률이 다시 1~2%대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이것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2000년도에는 여러 번의 폭락사태를 맞게되었다. 2000년 4월 셋째주 한 주일 동안 나스닥 지수가 25%나 하락하였고, 특히 4월 14일 금요일 하루동안 나스닥 지수는 9.7%나 크게 하락하였다.
우리는 이런 미국의 신경제에 대하여 몇 가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기술혁신과 지식산업이라고 불리는 정보통신산업이 지속적인 영광을 가져다 줄 것으로 알았던 신경제가 9년을 넘기지 못하고 왜 불황의 길로 진입하였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조정국면인지 아니면 주기적인 불황인지 대해 연구의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지식강국보고서’를 통하여 IT(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육성을 통하여 실업문제와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분석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져보자. 먼저, 약 8년간의 저물가, 저실업, 고성장이 어떻게 가능하였는가? 둘째로, 신경제가 지속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로, 한국사회와 신경제는 무슨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위의 질문들을 통하여 신경제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통하여 신경제의 실체를 분석하는 기준을 가져보자.
그래서 이 글은 신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개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본고의 순서는 신경제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리하고, 다음으로 신경제라고 불리는 특징과 현상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신경제와 한국 정부가 취하였던 정책과 연관성을 살펴보는 과정으로 서술하겠다.
마지막으로 신경제가 남긴 시사점을 간략히 정리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의 신경제와 구조조정에 대하여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하겠다.


2. 신경제란 무엇인가?
1) 신경제의 개념
정보경제, 네트워크 경제, 디지털 경제, 지식경제 등으로 표현되는 신경제는 미국경제의 구조, 기능, 규범의 질적, 양적 변화를 총칭한다. 서비스와 산업생산에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직업의 창조와 높은 생활수준을 지향하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기반을 이루는 경제를 일컫는다.
즉 신경제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 연구와 혁신의 증가, 점증하는 기술과 지식으로 체화된 노동력이라는 수단으로 생산성 증가와 소득증가를 달성하려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위의 개념들을 풀어서 정리하면, 디지털 기술과 지식이라는 생산수단을 통하여 소득증가와 생산성증가를 달성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자본과 노동이 생산수단이었던 시절과 달리, 지식과 지식을 이용한 기술이 생산수단에 더해지는 것이라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지식이 제3의 생산수단이 되었다고 말하는 경향과 일치한다.

2) 구경제와 신경제
디지털과 지식이 신경제를 일컫는다면 디지털과 지식이 등장하기전의 경제를 구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과 지식경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산업이 정보통신산업인 것이다. 즉 정보기술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신경제는 구경제라는 “척추”(전통적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새로운 신경”(정보통신산업)을 덧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구경제에 관하여 별도로 정의한 것은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생산수단인 자본과 노동에 지식을 추가한 것이므로 자본과 노동이라는 생산수단이 기본 골격이 되는 것은 이견이 없다.
생산수단을 투입하여 생산력을 증가시킴으로써 이윤의 확대를 가져왔던 시대와 차이점은 생산수단에 정보기술이 투입되면서 구매-생산-유통-판매 단계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하였다는 점이다.
구경제가 구매와 생산에 무제한적 생산방식의 도입에 의한 생산체제였다면, 구매-생산-유통-판매에 정보통신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면서 자본회전을 높였다는 것이 신경제와 구경제의 차이이다. 즉 정보통신이라는 신경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생산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포드주의가 대량생산체제를 통하여, 테일러주의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통하여 생산방식에 변화를 주었던 것이라면, 신경제는 구매-생산-유통-판매에 “정보통신”이라는 새로운 매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자본의 생산성과 이윤을 증대시켰다. 구매단계에서 판매단계를 일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보통신을 통하여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의 상용화로 인터넷의 발전에 의한 전자상거래는 실제로 여러 유통단계를 하나로 압축시켰다. 즉 구경제와 같이 무정부적 생산을 통한 이윤창출이 아니라 적기생산과 안정적인 재고관리를 통한 통합시스템의 구축이 신경제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신경제 옹호론자의 시각에서 볼 때, 구경제는 지식보다는 기능인이 필요하였다면, 신경제는 고도의 기술과 창조적인 인간을 필요로 하게된다. 지식과 기술로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해서 자본의 주기적 불황을 막아보겠다는 것이 신경제의 핵심이다.


3. 신경제의 특징과 현황
1) 신경제의 특징
미국에서 신경제 옹호론자들은 실증적 자료를 가지고 신경제가 실체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1) 산업과 직업의 변화
사무직과 서비스직 종사자가 증가하였는데 총고용 중 서비스부문 고용비중이 80년에 65%에서 97년에 76%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GDP대비 첨단기술산업의 비중이 90년에 5.5%에서 96년에 6.2%로 증가하였고, 고임금 고기술 직업과 저임금 저기술 직업이 증가하였는데, 총고용 중 관리직 및 전문직이 79년에 22%에서 95년에 28.4%로 증가하였다.

(2) 지구화
국제교역규모는 70년에 11%에서 97년에 25%로 증가하였고, 세계교역규모는 70년에 1조 3천억불에서 97년에 4조 3천억불로 증가하였다. 해외직접투자에서는 외국인 직접투자규모가 70년에 453억불에서 97년에 1,175억불로 증가하였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GDP대비 비중은 70년에 1.04%에서 97년에 1.64%로 증가하였다.

(3) 경쟁면
1965년에 IBM의 경쟁자는 2,500개 기업이었으나, 92년에는 50,000개로 증가하였다. 미국 기업의 외국기업과의 경쟁비율은 85년에 18.8%에서 94년에 27.7%로 증가하였다. 직업구조는 총직업의 30%가 신규창출, 도태, 팽창, 축소 등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94년과 95년 사이에 3백 6십 만개의 직업이 순증가 하였고, 5백 8십만개 직업이 신규 창출되었고, 4백 5십만개 직업이 소멸하였다.
특히 신규 품목개발 소요기간이 단축되었는데 90년에 35.5개월에서 95년에 23개월로 단축되었고, 인터넷 경제에 있어 WEB YEAR은 3개월로 단축되었다.

(4) 정보기술혁명
전세계 마이크로칩의 수요가 94년에 8억 8천만개에서 97년에 26억개 그리고 2003년에는 40억개가 예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체 시장은 82년에 200억불 규모에서 92년에 1,000억불 규모로 증가하였다. 이런 변화는 컴퓨팅 비용을 감소시켰는데 79년에 인텔 8086트랜지스터당 비용이 1.2센트, 초당 백만명령당 비용 480불에서 95년 펜티엄 프로의 트랜지스터당 비용 0.02센트, 초당 백만명령당 비용 4불로 감소하였고, 데이터 전환비용은 7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에 데이터 전환비용은 10배 이상 급감하여 보다 낮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다 먼 거리로 전환을 가능케 하였다.

2) 신경제의 영향과 결과
위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신경제가 소득의 불균등성과 고용혜택의 감소와 임시직의 증가를 통하여 불완전한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이것을 실증적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생산성 증가의 지체
구경제는 상품생산과 관리부문의 자동화를 통해 3~4%의 생산성 증가를 올릴 수 있었으나, 산업구조상 서비스 부문이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디지털화,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증가는 1% 미만에 그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생산성 증가의 원동력인 “디지털화”가 거시경제 통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임계규모에 이르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기술의 발달은 기업의 생산과 생산성 증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왔으나, 그 대상기업과 산업은 매우 제한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 가구당 소득 불균등성 확대
개인소득의 불균등성은 96년과 98년 사이 상위 10%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하위 10~50%노동자의 임금증가율보다 낮다. 이것은 70년대이래 임금의 불균등성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으나 90년대 들어 증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구당 소득은 지속적으로 불균등성이 심화되고 확대되고 있다.
80~96년 사이 상위 5% 가구의 소득은 총 실질임금의 58%를 차지한 반면 하위 60%가 차지하는 비중은 4%미만에 그친다.

(3) 직업획득 대기기간의 완만한 증가
일시휴직이 일시적이기보다는 장기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실업기간이 60년대 12주에서 90년대 17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94년도 장기실업은 75년에 비해서 130%증가하였다.

(4) 고용혜택(의료보험, 연금등)의 감소
미국 노동자는 15년 전보다 못한 고용혜택을 받고 있는데 확정혜택 연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 비중은 81년에 30%에서 98년에 20%로 감소하였다.

(5) 임시직의 점진적 증가
80년에 25%였던 임시직이 96년에 28%로 증가하였고 임시직을 제외한 일시직은 86년에 1백만개에서 97년에 2천 1백만개로 증가하였다.


4. 신경제와 한국경제의 연관성
1) 벤처기업의 육성과 신경제
97년 IMF 사태 이후 김대중 정부는 외자유치와 구조조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하였다. 그 가운데 재벌위주 경제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세웠다. 벤처기업육성을 통하여 미국의 신경제를 모방하여 경제구조를 바꾸어 보겠다는 정책이었다. 미국의 나스닥을 모방하여 코스닥시장을 만들면서 신경제의 한국화를 시도하게 된다.
특히 IT(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코스닥지수가 98년 말에 70에 불과하였으나 99년에 608로 급상승하게 된다.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위해 공모한 벤처기업들의 평균 공모가는 액면가의 11배에 이르렀으며 일부 벤처기업의 주가는 연초대비 10배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하지만 98~99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2%성장에 불과하다.
97년 이후 정부의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인하여 2000년 말까지 급격한 성장을 하게 된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정보통신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세계평균 성장률 12.6%보다 훨씬 높은 27.%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PC 및 컴퓨터주변기기와 이동통신 단말기의 성장률이 두드러지게 성장한다. 하지만 2001년 중반기 이후 정보통신 산업은 정체되기 시작하는데 무선단말기가 99년 이후 2,700만명을 정점으로 정체되기 시작하였고, 컴퓨터의 보급도 2000년에 66%를 기점으로 포화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니터, LCD 등 디스플레이 시장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데, 완전가동수준에 있던 브라운관 3사(삼성SDI, LG전자, 오리온전기)의 가동률은 2000년 말 60%대로 추락하였고, 삼성전자, LG필립스, 현대전자 등 TFT LCD업체도 2000년 말 연초에 비해 가동률이 30% 가까이 하락하였고 수요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데 신경제 옹호론자들의 분석은 구조조정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1980년대 레이건의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구조조정이 90년대 신경제의 원동력이 되었고, 90년대 클린턴의 정보통신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육성에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미국의 구조조정은 자동차산업(GM사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와 항공노조에 대한 대량해고 등의 정책이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신경제 옹호론자들의 말대로 구조조정의 토대위에서 만들어진 신경제는 생산직 노동자 수의 축소와 지식노동자에 대한 수탈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벤처산업도 이런 취지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구조조정과 신경제
앞에서 보았듯이 구조조정은 신경제의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정보통신과 같은 기술력의 향상은 신경제의 충분조건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미국의 신경제가 80년대 구조조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가능하였다면 우리사회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하여 우리는 각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로 표현되는 구조조정은 이미 전사회적으로 전 산업에 걸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신경제를 우리사회에 모델링한 벤처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신경제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경제 옹호론자들의 말대로 우리사회에서 구조조정이 신경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IMF는 최근 발표한 ꡔ세계경제전망 보고서ꡕ에서 정보기술혁명이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96~2000년 기간중 노동생산성이 2.5%로 지난 73~95년에 비해 1.0%포인트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IT산업 투자가 0.25%~0.5%, IT분야의 생산성 증가가 0.25%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지난 90~98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3.2%에서 IT분야의 기여도는 1.4%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IT산업의 생산성 증대효과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는 90년대 들어 IT투자는 급증했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90~94년 5%에서 95~99년 2.5%로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결국 IMF는 미국의 예에 비취 볼 때 IT산업은 단순한 투자증대로 인한 경제회복에 기여한 것이지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에 직결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도리어 IT분야의 수출감소가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1.8%정도에 달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이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로 조사됐다.
IMF조차도 신경제가 실질적인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98년부터 구조조정이 전사회적으로 진행되었고, 벤처산업 육성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경제의 특징인 저실업, 고성장이 있었는가? 구조조정의 결과는 실업의 장기화와 불안정노동자(임시직, 계약직등)의 증가, 저임금 노동자 증가였다. 그리고 현재도 벤처산업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5. 신경제의 시사점
위의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보자. 미국에서의 신경제는 80년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토대에서 90년대 정보통신산업의 발달에 따른 고성장, 저실업이라는 장기적인 호황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는 이런 신경제의 원동력이 된 정보통신산업의 육성과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신경제는 지속되지 않았고 불황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우리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전면화되고 있을 뿐 저실업, 고성장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신경제라는 현상이 본질적으로 무엇에 기인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레이거노믹스로 표현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노동력 상품에 대한 가치파괴를 통하여 자국에서의 잉여가치 창출의 기반을 새롭게 형성했고, 제국주의적 시장개방정책을 제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강요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지구적으로 수행한다. 이것은 제3세계 국가의 노동력 수탈에 따른 초과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신경제의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신경제 옹호론자들처럼 정보통신산업의 발달이 신경제 현상을 낳은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수탈이 더욱 노골화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앞의 신경제 영향에서 보았듯이 임시직을 제외한 일시직은 86년에 1백만개에서 97년에 2천 1백만개로 증가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실업자의 수의 하락은 곧 일시직의 증가로 이어져 노동력 상품에 대한 가치파괴가 노골화되면서 자본의 유지와 확대를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산업의 일시적 호황이 있었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한 값싼 노동력에 의한 자본의 잉여가치 증대로 보아야 한다. 결국 정부의 지원이 끊어진 무선 단말기 부문이 2000년 이후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신경제라는 현상을 통하여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로, 신경제는 새로운 경제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력 수탈의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노동력 상품에 대한 가치파괴는 실업자, 저임금노동자, 불안정 노동자군을 만들면서 정점에 달하게 된다. 노동력 상품가치의 파괴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둘째로, 신경제는 자본주의의 주기적 불황을 극복하는데 실패하였다. 신경제 옹호론자들은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으로 주기적 불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신경제는 노동력 상품의 가치파괴로부터 발생한 초과수탈이었을 뿐이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불황을 예방하지는 않았다. 그 증거로 정보통신산업이 신경제에 기여한 기여도는 3.2%성장에 1.4%뿐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경제에서 말하는 지식은 생산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디지털, 지식, 아이디어, 창조적 인간이라는 수사로 포장되어진 지식이 제3의 생산수단이 된 것은 아니다. 지식에 의한 기술혁신이 신경제를 지탱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합리화하고 노동력 가치를 파괴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이었을 뿐이다.
자본가에게 지식과 아이디어는 이윤의 확대를 위해서 이용 될 때 만 승인되고 인정된다. 노동력 가치를 최대한 수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통하여 신경제의 허상을 보고 그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력 상품가치의 파괴와 수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전면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다. 노동자에 대한 직접공격을 통하여 노동력의 공급과 수요를 자본의 요구에 맞게 일상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체제이고 질서인 것이다. 노동력 상품의 가치는 노동과 자본의 힘관계에 의하여 형성되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총노동의 저항을 조직하고 전국적, 전사회적 저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로, 허구적 신경제 이데올로기를 막아야 한다. 신경제는 벤처산업육성으로 실물화 되어 있지만 지식강국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우리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 지식이 이데올로기화되면서 허구적인 신경제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둔갑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런 신경제의 허구성을 철저히 폭로하고, 지식을 사회성과 공공성에 복무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용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을 노동자들이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통신의 발전은 전세계 생산과 구매와 판매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사회적 계획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재벌들의 탈세를 방지하거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노동자가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계획생산 시스템은 무정부적 자본생산양식을 사회적으로 관리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발전된 생산력이 자본의 이윤축적전략에 이용되면서 산 노동에 대한 가치파괴를 일으킨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에 의해서 관리, 통제되는 사회적 시스템은 계급에 대한 이해와, 사회가 요구하는 총소비량을 측정하게 되고 그것을 통하여 구매와 판매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단계를 형성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것은 과학적 대안사회의 기초를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자유로운 인간공동체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구성하는 것이다. 자본은 기술혁신을 이용하여 자본의 이윤축적을 도모하지만, 노동자계급에 의한 사회적 계획생산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지양하는 대안사회의 하나의 전형을 노동자 계급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6. 마치며
지금까지 신경제의 실체와 허구를 살펴보았다. 어느 신문에서인가 이런 기사를 본 것이 기억난다. 미국 벤처산업의 머리역할을 하는 실리콘 밸리 주변에 노숙자가 있다. 그 노숙자 가운데 약 40%가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사실이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면 대단히 능력을 가졌거나 최소한 엘리트인데 그들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리콘 밸리 방 값과 물가가 너무 비싸서 자신들의 월급으로 도저히 생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신경제가 낳은 하나의 진짜 실체이다.
자본주의가 낳은 허상에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묻고싶다. 노동자가 임금노동 관계에 들어서는 순간 자본주의에서는 이미 노동력 상품의 가치는 파괴되기 시작하였고, 수탈은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음 상기시키는 것이 바로 신경제인 것이다. 허상에 얽매여서 수탈당하는 노동자로 살 것인가 아니면, 허상을 부수고 임노동 관계를 철폐한 후 자유로운 인간공동체를 만들 것인가는 우리의 노력과 조직화 과정에 달려있다.

“생산자 대중의 수탈과 빈곤화에 입각하는 자본가치의 유지와 증식이 이 안에서만 운동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한계는, 자본이 자기의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생산방법―생산의 무제한 증가, 생산을 위한 생산,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의 무조건적 발달로 향하여 돌진하는 생산방법―과 끊임없이 모순하게 된다. 수단―사회적 생산력의 무조건적 발달―이 제한된 목적(기존자본의 가치증식)과 끊임없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칼 맑스, 김수행 역, ꡔ자본론ꡕ 3-上」, p.298.) 한/노/정/연

2002-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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